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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고 또 즐기지도 않는 편이라 좀처럼 음주를 하지 않는다. 드물게 와인이나 샴페인 약간 정도(보통 새해 전야나 무슨 행사 리셉션이 있을 때만) 회식에 가서도 가급적이면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꼭 마셔야 하는 자리에서도 맥주처럼 차가운 술은 웬만하면 피한다. 유일하게 뭔가 마시고 싶을 때는 여행을 가서 마음에 드는 숙소에 괜찮은 바가 딸려 있을 때이다. 아니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와인이나 식전주가 아울리는 식사를 할 때(주로 이탈리아 식당이었던 것 같다) 이것도 술 자체라기보다는 <여행>의 일환이다. 일상과 다른 무엇,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또 대담하지도 않지만, 적당히 여유롭고 적당히 즐거운, 일상에서 벗어난 순간이지만 다른 여행들과는 어떤 교집합이 되는 순간. 바에서는 보통 김릿을 마시는데, 김릿이 없는 곳에서는 이름이 낭만적이거나 뭔가 배합이 마음에 드는 칵테일을 고른다. 그래봤자 한 잔 정도. 그리고 안주를 열심히 먹으므로(주로 올리브나 견과, 감자칩 같은 게 나온다) 뭔가 주객전도임. (전형적인 술 못 마시는 자의 특징)
 

 
사진은 작년 9월, 바르샤바의 래플스 호텔에 딸린 Long Bar. 이 호텔은 싱가포르 체인이고 이 롱 바도 본점이 유명하다. 싱가포르 슬링을 선보인 곳도 그곳이라고 한다. 이 호텔은 가격대가 상당해서(그래도 바르샤바라 상대적으로 저렴했음) 여행 기간 중 마지막 사흘만 머물렀다. 이른 저녁, 바가 막 문을 열었을 때 내려가서 칵테일을 한 잔 마셨다. 여기는 6시에 열어서 좀 늦었지만 사실 나는 오후의 바를 좋아한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어딘가 서늘하다. 여기서는 싱가포르 슬링의 변주인 바르샤바 슬링이 있어 그것을 마셔보았다. 맛은 그럭저럭. 딱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함께 나온 견과 안주가 맛있어서(트러플 오일이 뿌려져 있었다) 홀짝홀짝 마시다가 좀 추워져서 약간 남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음주와는 반대로 차는 무척 좋아하므로 언제 어디서든 차를 마신다. 여행을 가서도 카페들에 들르는 것을 좋아한다. 이따금 방에서 쉬면서 티백으로 차를 우려마시며 근처 빵집이나 카페에서 사온 티푸드를 곁들이는 것도 행복하다.
 
 
이건 역시 저 바에 갔던 날 오후. 숙소를 옮겨온 날이었고 차를 미처 마시지 못해서 극심한 홍차 결핍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땡볕에 구시가지를 쏘다니다 온 터라 달콤한 것도 무척 먹고팠는데, 막상 방에 들어와 가방을 풀고 나니 차 마시러 나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다. 이른 저녁에 바에 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래서 웰컴 디저트로 놓여 있던 저 초콜릿 샌드 비스킷을 곁들여 오전까지 묵었던 호텔에서 가져온 티백을 우려 차를 마셨다. 저 차는 다즐링 계열이었고 맛있었다. 비스킷도 맛있었지만 너무 양이 적어서 아쉬웠다. 창 너머로는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방은 아늑했다. 
 
 
이런 걸 보면 너는 굳이 여행을 안 가도 어디서든 비슷하게 놀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이 절로 나올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역시 여행이라서 특별한 뭔가가 있다 :) 
 
 
그건 그렇고 건강검진 때문에 오늘 흰죽밖에 못 먹고 쫄쫄 굶고 있는 와중이라 저 홍차랑 초콜릿 비스킷, 그리고 위 사진의 트러플 견과랑 감자칩이 너무 먹고프다(그 와중에 칵테일은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음 ㅎㅎ 역시 알콜은 철저히 여행의 영역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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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