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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10. 23:31

예술 광장에 서 있는 시인 2017-19 petersburg2019. 2. 10. 23:31





예술 광장(쁠로샤지 이스꾸스뜨브) 한가운데 서 있는 알렉산드르 푸쉬킨 동상. 오늘이 그의 기일이라서 사진 올려본다. 페테르부르크 갈 때마다 여기 꼭 가서 시인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저 왔어요' 라고. 



이 사진은 재작년 10월에 갔을 때 폰으로 찍은 것이다.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비가 주룩주룩 왔고 길바닥은 온통 진창이 되어 있었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 도시는 우중충한 날씨와 비와 진창으로 유명하니까. 푸쉬킨 자신도 거리가 온통 진창이 되는 봄에 대한 시를 쓴 적이 있다. 






금세 고여버린 물웅덩이에 비친 시인의 실루엣.







항상 꽃이 놓여 있다. 나도 두어번 꽃 바친 적 있다. 나, 도스토예프스키 묘에도 꽃 바쳐본 적 없는데 푸쉬킨에겐 꽃 바침. 






우스개소리로 항상 '비 오나 안 오나 보려고 손 쳐들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것이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료샤도 이 얘기를 했다. 하긴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들은 비와 날씨와 이 도시에 대해서라면 수십 수백개의 농담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날은 정말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푸쉬킨님에게 우산 씌워주고 싶어지는 날씨였다.



그리고 푸쉬킨 머리랑 어깨와 팔엔 항상 저렇게 비둘기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새와 시인이 함께 있는 건 괜시리 정겹다. 



..



봄의 진창에 대한 푸쉬킨의 시 일부를 예전에 쓴 소설에 인용했었다. 그 글 일부를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했던 적이 있다. 시 몇 구절, 그리고 푸쉬킨에 대한 트로이의 상념, 그리고 조금 더. 링크는 여기 : https://tveye.tistory.com/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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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5. 00:35

본치 카페 2017-19 petersburg2019. 2. 5. 00:35









본치 카페. 스며드는 빛과 큰 창문들, 선명한 색채들과 이 도시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젊은 학생들 때문에 좋아하는 곳. 글을 쓰거나 스케치하기 좋은 장소이다. 작년 9월에 갔을때 폰으로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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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극장 가는 길. 2015년 2월. 겨울에 공연 보러 갈땐 추우니까 보통은 버스를 타고 간다. 이 날은 엄청 추웠지만 햇살이 좋아서 그냥 운하 따라서 극장까지 쭉 산책했었다. 공연은 아마 전날 밤과 다음날 밤 보러 갔던 듯.

 

 

꽁꽁 얼어붙은 모이카 운하. 흰눈과 얼음, 그리고 새파란 하늘. 이런 날씨엔 추워도 산책하기 좋다.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고 실지로 썼던 글들 속에서 미샤가 트로이네 집에서 잘 때면 아침에 이 길을 따라 극장으로 걸어가곤 했다. 물론 소련 시절 그 극장은 마린스키가 아니라 키로프 극장이었고 이 길의 주변 풍경도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운하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살을 에는 듯 차디찬 공기와 하얗게 빛나는 수면 위 얼음, 눈이 멀도록 새파란 하늘은 변함없을 것이다.

 

 

 

 

 

 

 

 

 

 

 

 

 

 

 

 

이렇게 극장까지 걸어오는 것이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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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31. 22:06

백야 3 russia2019. 1. 31. 22:06

 

 

며칠 전 올린 2015년 여름의 페테르부르크 백야 사진 1, 2에 이어 세번째. 이때는 포취탐스카야 거리에 있는 르네상스 발틱 호텔에 묵었었다. 아스토리야나 그랜드 호텔 유럽, 앙글레테르 같은 곳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묵기 괜찮았다. 여기도 이삭 광장에서 가깝고 특히 마린스키까지 걸어가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있다. 숙소 가면서 찍은 사진 두 장. 골목이랑 모이카 운하. 백야의 황혼녘. 7월 하순.

 

필터나 보정 없이 dslr로 찍음. 페테르부르크의 백야는 이토록 색채가 아름답다.

 

 

앞서 올린 이맘때 백야 사진들은 여기 : https://tveye.tistory.com/8822, https://tveye.tistory.com/8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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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30. 22:33

이삭 광장에서 2017-19 petersburg2019. 1. 30. 22:33





가을의 페테르부르크. 작년 가을에 도심의 이삭 광장에서 찍은 사진 두 장. 이름 그대로 이삭 성당 앞의 광장이다. 황금빛 돔의 이삭 성당과 파란 하늘 한 컷.







그리고 (비싼거 빼곤 다 좋은) 아스토리야 호텔 지붕과 구름도 한 컷. 여기는 그랜드 호텔 유럽과 더불어 나의 소녀의 로망 중 하나였던 호텔. 로망은 둘다 이루었다만... 동행이 없다는게 슬픔 크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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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카 운하. 황혼이 서서히 어둠으로 바뀌는 무렵. 17년 10월.



dslr로 찍을 때도 플래시를 가급적 안 쓰는 편이라 어스름 초입까진 괜찮은데 일단 어둠이 내리고 조명들이 일렁이는 시기가 되면 내 사진들은 엉망이 된다.. 건지는 게 별로 없다. 이렇게 흔들린 사진들이 많다. 근데 이따금 흔들린 건 또 그 흔들린 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 내버려 둔다.



해질 무렵 모이카 운하를 따라 걸으면 참 좋다. 서늘하고 차갑고 푸르고 검다. (가을부터는 춥고 음습하긴 하지만 ㅜㅜ) 이 길은 미샤가 트로이네 집에서 자고 극장으로 출근할 때 걷는 길이다. 미샤야 네프스키를 관통하는 주요 운하인 판탄카, 그리보예도프, 모이카를 비롯해 도시의 별의별 운하와 작은 지류들을 다 건너다니며 쏘다녔겠지만 나는 그의 운하는 이 모이카 운하라고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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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15. 22:40

평온한 녹색 2017-19 petersburg2019. 1. 15. 22:40



오늘은 지치고 힘든 날이었으니 녹색과 빛이 가득했던 레트니 사드의 평온한 사진 몇 장으로 자가 위안. 작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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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10. 22:11

한낮의 판탄카 2017-19 petersburg2019. 1. 10. 22:11

 

 

어제 석양과 황혼 무렵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를 따라 산책하는 즐거움에 대해 썼는데, 아직 하늘이 창백한 아침이나 햇살 찬란한 낮에 운하 따라 걷는 것도 역시 좋다. 페테르부르크 도심이라면, 나 같은 경우 석양 무렵엔 모이카 운하를 따라 걷는 게 가장 좋고 환한 낮에는 판탄카 쪽이 좋다.

 

판탄카는 햇살 반짝이는 낮에 걷는 편이 더 마음에 든다. 아마 이 운하를 따라 걷는 건 주로 레트니 사드나 알렉산드린스키 공원(뒤로 가면 바가노바 아카데미 건물이 있다) 등에 갈 때라서 그런가보다. 이 방향에는 안나 아흐마토바 박물관이 있다. 아흐마토바는 레닌그라드의 시인이고 또 판탄카의 시인이기도 하다.

 

이 운하는 쓰는 글에도 여러번 나왔다. 특히 트로이가 많이 지나다니는 운하이다. 미샤도 발레학교 기숙사 근처라 밥먹듯 걸어다니던 곳이지만 걔야 원체 여기저기 잘 쏘다니는 애니까 그렇다 치고, 나에게 판탄카 운하는 무엇보다 트로이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알리사랑도 같이 잘 다녔고.

 

사진은 지난 9월. 역시 레트니 사드 갔다가 오는 길에 천천히 운하 따라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장. 햇살이 수면 위로 쏟아지고 부서지고 산란하는 광경은 항상 나를 매료시킨다. 이따금 한강을 볼 때도 그렇다 :) 나는 밤의 한강보다 낮의 한강이 더 좋다. 하긴 보통은 밤보다는 낮에 강을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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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는 권력자의 열망으로 태어난 인위적인 도시이고 딱히 기후나 자연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매우 아름답다. 유럽을 모방해 지어졌지만 어딘가에는 역시 러시아만의 느낌이 배어 있고, 동시에 러시아답지 않아서 이질적이고 악마적인 곳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혼종의 도시. 



이 도시에는 각별히 사랑하는 특정 장소들도 많지만 그저 이렇게 운하를 따라 걷는 것 자체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석양 직전부터 황혼과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대에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무렵은 빛의 색채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특히 좋아하는 시간대라고들 한다. 이 시간대에는 사진을 찍으면 미묘하고 아름다운 푸른빛이 포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런 푸른빛은 운하를 따라 걸을 때 특히 아름다운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들. 아마도 실제 도시의 아름다움과 빛의 색채들, 거기에 내가 이 도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은 재작년 10월에 갔을 때 찍은 것. 작년 가을엔 이 시간대 사진을 거의 못 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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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7. 23:17

보관증 2017-19 petersburg2019. 1. 7. 23:17




아마도 언젠가 나는 이런 번호표에 대한 이야기를 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에세이가 될 수도 있고 단편이 될 수도 있고 그저 수많은 소재들 중 하나로 남아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차례를 기다리기 위한 번호표가 아니라 보관의 징표로서의 번호표. 종이조각일 때도 있고 타원형의 플라스틱일 때도 있고, 녹슬고 둥근 금속조각일 때도 있다. 극장. 박물관. 호텔 리셉션. 잠시 들렀다 떠나야 하는 곳. 짐과 외투와 스카프를 맡기는 곳. 제각기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띤 보관 번호표들. 다른 형태, 무수한 감각들, 기쁨, 해방감, 설렘, 아쉬움,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


사진은 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 그랜드 호텔 유럽에서 준 짐 보관증. 몇년 전엔 이런 모양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함. 오랜만에 갔더니 여러 가지가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나니 전당포가 좀 생각남. 전당포를 생각하면 도스토예프스키랑 그분의 소설, 그외 각종 추리소설들이 자동 연상되는 경향이 있음. 흐잉, 그러고 나니 위의 메모랑은 완전 다른 느낌으로 전환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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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4. 23:17

겨울, 2년 전 2016 petersburg2018. 12. 4. 23:17




이건 재작년 12월 초에 찍은 것. 이때 복직을 앞두고 너무 심란해서 즉흥적으로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었다. 돌아와 이틀만에 복직을 했다. 당시 너무나도 마음이 힘들었다. 페테르부르크는 몹시 추웠다. 네바 강은 얼어붙어 있었고 중간중간 녹은 얼음 사이로 살을 에는 듯 차가워보이는 코발트색 푸른 물이 넘실거렸다. 날카로운 유빙이 떠다녔다. 나는 네바 강을 따라 혼자 걷기도 하고 료샤와 같이 걷기도 했다. 이 사진들을 찍을 땐 아마 료샤와 같이 있었던 것 같다. 료샤는 나에게 '가지 마. 회사도 나쁘고 다 나빠. 그냥 가지 마' 라고 했었다. 때로 나도 강렬하게, 남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남고' 싶었다기보다는 '돌아가기 싫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고민이나 괴로움과는 관계없이 유빙과 검푸른 물결과 창백한 석양으로 물든 오후의 이 도시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은 위안을 주는 동시에 마음을 산란하게 했다.



겨울의 페테르부르크는 사실 여름 백야 시즌보다 더 아름답긴 하다. 살기도 힘들고 돌아다니기도 힘들어서 그렇지... (너무 춥고 해 떠 있는 시간도 겨우 4~5시간 밖에 안되니까)



작년과 올해에는 가을에 갔었다. 매년 이 도시에 간다. 겨울에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혹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콧속이 얼어붙는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파랗고 붉고 창백한 하늘을 보며 겨울 페테르부르크를 쏘다니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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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1. 01:14

데엘떼와 날개 달린 말 조각상 2017-19 petersburg2018. 12. 1. 01:14






페테르부르크 중심가의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네프스키 대로와 연결되어 있다) 유서깊은 백화점 데엘떼(ДЛТ)와 그 앞에 있는 날개 달린 말 조각상. 맨처음 러시아 연수 갔던 시절엔 물자도 부족하고 경제파탄 시기라 데엘떼는 나에게 후진 곳으로 인식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고급 럭셔리 브랜드도 많이 입점돼 있고 각종 패션뷰티 행사도 많이 해서 격세지감이 느껴짐.



사실 데엘떼가 아니라 조각상이 맘에 들어 찍음. 지난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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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30. 15:46

흰 옷을 입은 우아한 여인 2017-19 petersburg2018. 11. 30. 15:46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던 흐린 날이었다. 네프스키 대로로 나가려고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무척 우아한 여인이 걸어가고 있었다. 요즘 세간에서는 미모의 기준이라면 일단 날씬하고 봐야지, 혹은 얼굴이 이쁘고 봐야지 등의 얘기들이 많지만 내 앞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저 흰 옷 입은 여인은 자태가 무척이나 우아해서 한동안 매료되어 바라보게 되었다. 정갈하게 틀어올린 금발과 발목까지 내려오는 하얀 원피스, 그리고 불꽃처럼 액센트를 가미하는 빨간 힐까지 온전하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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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시절부터 쭉 레닌그라드/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이 즐겨 찾는 빵집/디저트 가게 세베르. 이 도시에서 제일 유명한 베이커리(맛이나 분위기를 떠나서 역사적으로)는 누가 뭐라 해도 역시 세베르이다. 그리고 말라야 코뉴셴나야 거리에 있는 러시아식 도넛인 쁘이슈끼를 파는 가게. 



흑백 사진 한 컷 아래로는 세베르의 홍차와 까르또슈까 :) 






내가 마시던 찻잔이라.. 빨간 립스틱 얼룩이...






추억의 디저트. 까르또슈까 :)







예전에는 입식 플라스틱 테이블에 조명도 어두컴컴했고 삼각형으로 자른 질 나쁜 종이냅킨과 종이접시를 내줬었는데 지금은 완전 삐까뻔쩍해짐... 좋긴 한데 그래도 가끔 옛날 풍경이 좀 그립다. 아마 레닌그라드를 살아왔던 여기 토박이들은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 



여기는 소위 고급 베이커리는 아니다. 여기 상표가 달린 빵과 케익은 수퍼마켓 냉장 진열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대중적이고 투박하고 정감있다.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고 내 추억도 묻어 있고, 또 레닌그라드/페테르부르크 사람들에게도 각별한 곳이라 예전에 썼던 소설에서도 이곳에서 미샤와 친구들이 만나 케익 먹고 떠드는 장면을 넣은 적이 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6253



미샤는 이곳의 '모코'라는 케익을 좋아하는데 무용수라서 단것을 가급적 안 먹기 때문에 맘속으로만 항상 '모코 먹고파' 하는 갈망이 있다(실은 모코 케익은 옛날에 나랑 쥬인이 좋아했던 케익이다). 이 얘기랑 세베르에 대한 메모에 대한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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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25. 23:10

빛이 가득한 로툰다 카페 2017-19 petersburg2018. 11. 25. 23:10






많이 지치고 피곤한 날이니까 빛이 가득한 사진 올려봄. 지난 9월. 아스토리야 호텔 라운지 카페 로툰다. 페테르부르크에서 제일 좋아하는 카페 중 하나(좋은 호텔이라 차 한잔 값도 여기 물가 대비하면 비싸지만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



폰으로 찍었는데 빛이 많이 들어오는 쪽에서 찍어서 노출과다로 거의 하얗게 나왔음. 그런데 빛 많은 사진 좋아함.








이 찻잔 낯익지 않은지? 여기 카페 생각하려고 나도 로모노소프에서 이거랑 같은 찻잔, 접시, 미니 디저트 접시 사와서 이따금 집에서 잘 사용하고 있음 :)







흐앙 다시 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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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24. 23:21

틈새들, 겨울 운하 2017-19 petersburg2018. 11. 24. 23:21





겨울 운하는 에르미타주 건물들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운하이다. 겨울궁전 에르미타주에 붙어 있어서 겨울 운하란 이름을 얻은 것 같다.



내가 이 도시에서 은밀하게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복작거리는 관광지에 있지만 묘하게도 심적으로 작고 내밀한 느낌이 드는 곳. 겨울이면 더 아름다운 곳.



사진들은 지난 9월. 폰으로 찍음. 한겨울 꽁꽁 얼고 눈에 덮인 이곳 풍경은 태그의 겨울 운하를 누르면 볼 수 있다.









마음에 무척 들어 폰이랑 dslr 각각 찍은 풍경. 근데 쨍하고 화질 좋고 심도 깊은 카메라 사진보다 폰으로 찍은 이 사진이 더 맘에 들어 이걸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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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23. 23:26

해군성 공원 분수 2017-19 petersburg2018. 11. 23. 23:26





지난 9월. 빼쩨르 떠나던 날 거리 산책하다 찍은 분수 사진 두 장. 분수 너머로 네프스키 거리가 보인다. 이날 날씨가 많이 흐렸고 이 방향은 역광이라 폰 사진이 어둡게 나옴.


해군성 공원(해군성 건물이 있어서). 오랜 옛날 러시아 연수와서 첫 주말에 시내 구경 나왔을때 젤 첨 온 곳이다. 그때 이 분수 앞에서 사진 찍고, 분수 근처에 있는 레르몬토프랑 고골 흉상 앞에서도 사진 찍었었다.





그래서 추억의 장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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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들 2017-19 petersburg2018. 11. 20. 21:27




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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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작년 10월 초에 갔을 때. 일년 중 통틀어 3~4월과 10월은 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기에 제일 나쁜 시기이다. 날씨가 진짜 맨날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음산하고 춥고... 해를 보기도 어렵고... 차라리 한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어 신발이라도 덜 젖지...

 

 

이날은 아마 박물관에 갔거나 아니면 돔 끄니기에 갔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것 같다. 신호등 기다리며 폰으로 찍은 사진 연속 세장.

 

그런데 사진으로 보면 또 괜찮아 보이고... 날씨가 저래도 좋으니 다시 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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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7. 00:40

도시 중심에서 2017-19 petersburg2018. 11. 17. 00:40





시느이 모스트(푸른색 교각)에서 바라본 아스토리야 호텔과 이삭 성당 전경. 지난 9월. 아이폰 6s.







같은 장소에서 찍은 니콜라이 1세 기마상.




.. 나의 소중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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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5. 22:58

황혼녘의 페테르부르크 2017-19 petersburg2018. 11. 15. 22:58

 

 

 

 

보트들 때문에 살짝 베네치아 느낌처럼 나오긴 했지만, 작년 10월 이른 저녁. 해 지고 나서 황혼 무렵의 페테르부르크이다. 운하 따라 걷다가 찍은 사진. 황혼 무렵 이 도시의 푸른 빛은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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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2. 22:23

한낮 2016 petersburg2018. 11. 12. 22:23

 

 

페테르부르크. 12월. 믿을 수 없겠지만 한낮에 찍은 사진이다. 오후 2~3시 무렵. 12월~1월의 페테르부르크는 해가 아주 짧다. 그나마도 햇살이 비친다면. 해는 10시 이후에 뜨고 2~3시가 되면 진다. 그리고 보통은 날씨가 흐리거나 눈이 온다. 겨울의 페테르부르크는 얼음과 눈 위로 햇살이 쨍하게 반사되는 날씨가 아니라면 보통은 이런 색채에 잠겨 있다. 밤은, 물론 다르다. 밤은 아주 검고 또 도시의 불빛들로 빛난다.

 

 

해질 무렵에 에르미타주와 궁전광장 쪽을 가로질러 가며 찍었는데 나도, 사람들도 움직이고 있었던데다 빛이 모자라서 엄청 흔들렸다. 하지만 마음에 들어 남겨둔 사진이다. 백야의 도시. 그 대가를 겨울에 치르게 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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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도시, 냉기와 빛과 어둠의 도시. 페테르부르크. 운하 따라 산책하며 찍었던 사진 몇 장.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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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1. 00:01

한겨울 수도원과 네프스키 거리 2016 petersburg2018. 11. 11. 00:01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사진 세장, 그리고 수도원 갔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네프스키 거리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세장. 수도원은 아이폰으로 찍었고 네프스키 거리는 dslr로 찍음.

 

힘든 시기였다. 이때 사진 폴더들 뒤적이다가 내 사진 보고 깜짝 놀람. 헉, 나 이때 비해 지금 몇킬로 늘어난 거니... 근데 이 당시 내 모습을 보니 지금보다 훨씬 날씬하고 이목구비도 더 뚜렷하긴 한데 대신 무지 힘들고 아파보이긴 하네.. (그래도 지금 너무 똥그래지긴 했어 ㅠㅠ 다 과로 때문이야.. 과로하면 살빠지는 게 아니라 똥그래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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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처럼 떠 있는 샹들리에.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지난 9월. 빅토르 레베제프와 아나스타시야 소볼레바 커플이 추는 신데렐라 보러 갔을 때. 1야루스(3층) 사이드 앞줄에 앉아서 찍음. 






신데렐라 공연이라서 막에도 시계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다 :) 발레 공연 중 무도회가 끝나갈 때면 저 시계의 바늘이 돌면서 자정을 가리킨다. 






신데렐라 커튼콜 사진 한컷. 꽃돌이 슈클랴로프님 공연이 아니므로 3층 자리 끊었더니 줌 당겨도 이게 젤 가까이 찍힌 사진임. 아나스타시야 소볼레바와 빅토르 레베제프. 레베제프는 몇년 전 라 바야데르의 나무토막 솔로르로 나를 매우 실망시켰던 것을 떠올려보면 장족의 발전이었음 :) 그리고 이 사람도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남자에 왕자 역이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라 이 공연은 꽤 괜찮았다. 소볼레바도 이틀 후 본 백조의 호수에서보단 여기서가 훨씬 나았다(확실히 백조는 어려운 역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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