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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9. 14:34

네프스키 대로를 걷다가 고골 알현 russia2013. 9. 29. 14:34

 

 

네프스키 대로를 쭈욱 걷다보면 대로에 면한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가 나오는데 여기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동상이 있다. 마지막 스펠링이 연자음으로 끝나기 때문에 '고골리'라고도 하고 '고골'이라고도 번역되는데 실지 발음은 후자에 더 가깝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그의 작품이라면 아무래도 '외투', '코'일 테고. 그 외에도 그가 초창기에 썼던 우크라이나 근방 민화와 괴담 등의 영향을 받은 '비이'를 비롯한 지깐까 근교의 야화 등도 많이들 읽어보셨을 것이다. '대장 불리바'도 유명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은 '검찰관'과 '네프스키 대로'인데 전자의 흘러넘치는 유머와 풍자, 그리고 진정한 페테르부르크 문학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후자의 매력에 빠져들곤 했다.

진정한 풍자 작가는 염세적인 경우가 많은데 조셴코도 그랬고 고골도 그랬다. 신앙과 삶의 괴리, 고뇌는 결국 그를 단식과 광기, 죽음으로 몰고 갔는데 너무나 아쉽고 슬픈 일이다.

고골에 대한 후세 평가들은 무척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말은 아마 도스토예프스키가 한 말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라는 말. 역시 페테르부르크 작가이며 고골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작가가 할 법한 말이다.

 

내가 90년대에 살았을 때에는 이 거리에 저 동상이 없었다. 몇 년 전에 와보니 동상이 생겼더라. 꽤 근사하다.

안녕하세요,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하늘에서는 부디 갈등 없이 평안하시길!

 

 

 

.. 거리 이름은 좀 헷갈리네. 아마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가 맞을 것이다. 네프스키에 면해 있는 거리들이 많아서 항상 헷갈린다^^;

 

** 내가 매우 좋아하는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 다닐 하름스는 위대한 선배 작가들을 패러디한 글들을 여러 편 썼는데 특히 고골에 대한 애정과 풍자를 흠뻑 드러냈다. 하름스와 그의 패러디 글들에 대한 얘기는 아래..

http://tveye.tistory.com/54
http://tveye.tistory.com/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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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내가 찍은 건 아니고 어디서 퍼온 것. 리고프스키 대로 사진이 없어서..

지난번 러시아 갔을 때의 일이다. 모스크바에서 새벽부터 고속철을 타고 페테르부르크로 왔다. (고속철 탄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572

간신히 기차에서 내려서 역 밖으로 나왔는데...

여기서 나는 바보짓을 했다. 이 동네 잘 안다고 과신했다가 그만..

러시아 기차역이나 지하철역들은 라인에 따라 건물이 달라서 지하도를 통해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길을 건너가야 하는 경우도 많고(일본도 좀 그렇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기차역인 모스크바 역과 지하철역인 쁠로샤지 바스따니야(혁명 봉기 광장)는 이어져 있는 게 아니라 서로 길 건너에 있다는 걸 망각하고 말았다. 지하철을 탈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길을 건너 쁠로샤지 바스따니야 역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 호텔까지 갈 수가 있었다.

보통은 트렁크 때문에 택시를 탔겠지만 페테르부르크는 살았던 곳이고 지리도 잘 아니까 그냥 버스 타고 내려서 걸어가도 문제가 없는 곳이었다. 호텔 위치도 너무 잘 알았고.

난 기차역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 쁠로샤지 바스따니야 지하철역 쪽으로 갔어야 했다.

역에서 나와 사거리에서 고로드 게로이(영웅도시) 기념비, 바스따니야 탑 등을 보며 너무 당연한 듯 방향을 잡고 눈앞의 대로를 신나게 건너갔다. 만세, 삭막한 모스크바에서 벗어나 드디어 마음의 도시 페테르부르크에 왔다!

그런데 정류장에 갔더니 3번, 65번 등만 있고 내가 타야 하는 버스들인 7, 10이 없다. 혹시 더 내려가야 정류장이 있나 했지만 없다.

길은 엄청 넓은 대로인데 못보던 갈레리야 백화점이라는 거대 컴플렉스가 들어서 있다. 거의 2년 만에 왔으니 새로 생겼나보다 했다. 왜 이렇게 네프스키 대로가 낯설지? 보통 네프스키에 와도 이쪽까진 잘 안오곤 했으니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뿐이겠지.

가다가 주소판을 보니 두둥 여긴 리고프스키 프로스펙트!! 아악, 여기는 전에 친구들이랑 한국식당에 밥먹으러 오거나 공항 가는 미니버스 타러 왔던 곳... 네프스키 대로와 십자형으로 교차되는 대로!!!!

아, 이럴수가.. 내가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네프스키 대로를 못 알아보고 리고프스키로 왔단 말인가!!!!

이미 꽤 걸었기 때문에 절망하며 무거운 가방을 질질 끌고 다시 거슬러올라왔다. 다시 보니 저편에 네프스키가 보인다. 아, 이 바보.

이때쯤 너무너무 힘들었다. 가방도 너무 무겁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다리가 후달렸다. 거대한 대로를 지나 거대한 횡단보도를 다시 건넜다. 갑자기 바람도 싸늘해지고 너무 추웠다. 해는 쨍했는데..

어쨌든 정류장에 갔는데 마침 트롤리버스 10번이 오길래 탔다. 다행히 짐 값은 따로 받지 않았다.

트롤리버스 타고 지나가는데 날씨도 너무 좋고 찬란하고 창 너머로 보이는 네프스키가 정말 반가웠다.

음, 난 역시 방향치였던 거야 ㅜㅜ

** 교훈 : 아는 곳이라고 방심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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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