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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1. 23:44

집으로 돌아온 미샤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2. 1. 23:44


 

 

오늘 스케치는 수용소와 시골 도시 가브릴로프 유배 생활 후 레닌그라드로 돌아온 미샤. 나름대로 미샤가 기대 있는 벨벳 난간에 푸른색과 금색의 색깔을 칠해서 키로프 극장(지금의 마린스키)이라고 생각하며 그렸다만 역시나 나는 모든 걸 크로키로 휘갈기고 색도 막 칠하는 앞발이므로 쫌 대충대충.

 

 

무용수로서는 은퇴했지만 그래도 그에게 있어 진정한 집은 언제나 극장이며 그건 어떤 일이 생기든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부정하든 그렇지 않든. 그도 알고 친구들도 알고 나도 알고 있다.

 


 

 

이건 며칠 전에 그렸던 스케치. 역시 가브릴로프 생활을 마치고 레닌그라드에 돌아온 미샤. 풀코보 공항에 내려서 차를 타고 막 레닌그라드 시내로 진입했을 때.

 

집에 돌아왔구나. 어서 와.

 

아마 미샤는 도시의 포석과 네바 강의 물결과 차디찬 바람, 스쳐가는 화강암과 청동, 반듯한 도로들, 도처의 모든 곳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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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29. 22:40

빵끗빵끗 국화빵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 29. 22:40



오늘 스케치는 빵끗빵끗 행복하게 웃고 있는 아가 미샤랑 엄마 율리야. 국화빵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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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모이카 운하. 황혼이 서서히 어둠으로 바뀌는 무렵. 17년 10월.



dslr로 찍을 때도 플래시를 가급적 안 쓰는 편이라 어스름 초입까진 괜찮은데 일단 어둠이 내리고 조명들이 일렁이는 시기가 되면 내 사진들은 엉망이 된다.. 건지는 게 별로 없다. 이렇게 흔들린 사진들이 많다. 근데 이따금 흔들린 건 또 그 흔들린 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 내버려 둔다.



해질 무렵 모이카 운하를 따라 걸으면 참 좋다. 서늘하고 차갑고 푸르고 검다. (가을부터는 춥고 음습하긴 하지만 ㅜㅜ) 이 길은 미샤가 트로이네 집에서 자고 극장으로 출근할 때 걷는 길이다. 미샤야 네프스키를 관통하는 주요 운하인 판탄카, 그리보예도프, 모이카를 비롯해 도시의 별의별 운하와 작은 지류들을 다 건너다니며 쏘다녔겠지만 나는 그의 운하는 이 모이카 운하라고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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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27. 22:36

리허설 중인 미샤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 27. 22:36

 

 

오늘의 메모에서 the passenger에 대해 간단히 적고 나니(https://tveye.tistory.com/8824) 어쩐지 춤추는 미샤 스케치를 한 장 올리고 싶어져서. 그린지는 며칠 됐음. 연습 중인 미샤. 스트레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순간 포착이라 그렇습니다(..라고 우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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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간밤에 스트레스 풀고 자가치유하려고 이 색깔 저 색깔 잔뜩 써서 그린 색동옷 지나 :) 벽 색깔은 올해 팬톤 유행 컬러인 리빙 코랄...은 아니고 톤다운된 코랄 핑크로 마무리. 근데 아이패드로 스케치하고 칠할땐 톤다운 코랄 핑크였는데 노트북에서 보니 베이지 핑크에 가깝네... ㅠㅠ



(사족 : 그건 그렇고 올해의 컬러라는 리빙 코랄은 정말이지 맘에 안 드는 색임. 아마 나한테 안 어울리는 색이라 그런가봄. 어째서 올해의 컬러가 피빨강인 적은 없는 거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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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오래 전에 구상했던 인물을 어떤 곳으로 보내려고 했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전형적인 소도시. 그곳에는 생각 끝에 가브릴로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최근 몇년 동안 이 폴더나 서무의 슬픔 폴더에 수차례 언급했듯 그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워밍업으로 단편, 중편, 꽤 길고 복잡한 장편, 심지어 추리소설 외전도 쓰고 패러디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도 썼다. 



그 사이에 어느새 '가브릴로프 본편'이라고 부르게 된 그 원래 쓰려던 글도 조금씩 쓰기는 했다. 약 120페이지 정도. 이 소설의 구조와 플롯을 생각해보자면 아주 적은 분량이고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겨우 4장으로 이루어진 1부를 마쳤을 뿐이었고 거기서는 주요 인물들 몇몇에 대한 스케치만 그려놓았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회사를 비롯해 여러가지 외적, 내적 어려움을 좀 심하게 겪었고 그 이후 글을 쓰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심적으로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도 글을 다시 이어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 가브릴로프 본편은 2부 첫장의 몇페이지 정도에서 멈추었다. 이따금 써놓은 글들을 다시 훑어보고 메모와 노트 등을 다시 읽고 추가로 떠오르는 생각들과 플롯 등을 덧붙여놓기도 했다. 내가 이 글을 다시 쓰게 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해가 지고 밤이 오고 다시 해가 뜨리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냥 아는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가 모자란다. 



아래 발췌한 에피소드는 그 얼마 안되는 분량의 1부 4장 초입과 마지막 부분이다. 1부 전체에서 이 4장만 분위기가 좀 다르고 등장인물의 성격도 다르다. 수용소를 거친 후 어찌어찌 풀려나 가브릴로프 시립극장 예술감독으로 부임해 온 미샤가 그 소도시(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는 미샤의 패러디인 왕재수가 맨날 '시골!'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곳)의 작은 광장 카페에서 한 여자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는 화가이다. 이름은 키라. (이 이름은 니진스키의 딸에게서 따왔다. 성격이나 배경 등의 연관은 없는데 등장인물들 이름 지을 때 마침 눈 앞에 니진스키의 일기 영어본과 러시아어본이 둘다 있었음) 가브릴로프 본편의 인물들은 웬만하면 거의가 다 패러디 외전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 나왔는데 중요 인물 중 두명은 등장시키지 않았었다. 그중 하나가 이 사람이다. 본편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다. (... 그렇게 구상했는데 결국 아직까지는 이 1부 4장에만 등장했음 ㅠㅠ 미안해 키라야...)



조금씩 다시 에너지를 모아보려고 노력 중이라, 키라와 미샤가 만나는 장면과 헤어지는 장면을 좀 발췌해 본다. 후반부의 이콘 박물관 파트 일부는 몇년 전에 이 폴더에 좀 발췌해 올렸던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3408) 그때는 이 파트를 쓰고 난 직후였다. 그런데 그 이후 이 글이 거의 멈춰버렸어 엉엉...



위의 사진은 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모이카 운하 난간에 앉아 있던 비둘기 두마리 찍은 것. 이야기 서두에 하얀 비둘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가져와 봤다. 어차피 가브릴로프는 가상의 도시이고... 미샤는 레닌그라드, 즉 지금의 페테르부르크에서 왔으니까.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그 검은 눈의 청년이 말을 걸어왔을 때 키라는 그가 외지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동사의 어미를 질질 끌지도 않았고 단모음과 장모음을 정확히 구분했다. 강세와 억양, 말투, 그리고 단어조차 달랐다. 소위 ‘수도’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다수의 가브릴로프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 말투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키라는 오직 한 가지만을 이해했다. 그가 대도시에서 왔다는 것. 



 그는 옆자리가 비어 있는지, 그리고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거기 앉아도 되는지 물었을 뿐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키라는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야외 테이블은 꽉 차 있었다. 따스하고 찬란한 가을 오후였고 말라야 안겔스카야 광장의 그 작은 카페는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대다수는 가브릴로프 시립대학 학생들이었지만 교수들도 종종 왔고 산책하던 주민들도 목을 축이러 들르곤 했다. 스카프로 머리를 싸맨 노파들도 가끔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천사상을 바라보며 한두 시간씩 앉아 있곤 했다. 



 “ 네, 앉으세요. 빈자리니까요. ”


 “ 고마워요. ”



 가벼운 인사와 함께 남자가 곁에 앉았다. 김이 오르는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을 때 비둘기가 날아왔다. 과자 부스러기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티타임이었으니까. 흰색의 자그마한 놈이었다. 머리에는 검정색 얼룩이 있었고 날개 끝이 회청색이었다. 비둘기는 잠시 테이블을 살피더니 찻잔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 나머지 접시를 콕콕 쪼았다. 하지만 날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키라와 검은 눈의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테이블에 날개를 접고 얌전히 앉았다. 



 “ 이곳 분이 아니군요. ” 


 “ 네, 어떻게 아셨죠? ”


 “ 여기선 빈자리가 보이면 물어보지 않고 그냥 앉거든요. ”


 “ 일행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


 “ 그래도 일단 앉아요. 늦게 온 사람이 다른 의자를 가져오면 되니까요. ”


 “ 합리적이군요. ”


 “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


 “ 뭐죠? ”


 “ 비둘기를 쫓지 않았어요. ”


 “ 저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쫓지 않던데요. 빵도 던져주고. ”


 “ 이 녀석이라면 쫓았을 거예요. 흰색이니까요. 우리 동네에서는 하얀 새는 인기가 없거든요. ”


 “ 내륙 도시라서 그런가보군요. 갈매기가 많은 곳이라면 안 그럴 텐데. ”



 
 키라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냅킨으로 덮어 두었던 샌드위치를 끄집어내 흑빵 귀퉁이를 조금 잘라 새에게 던져주었다. 비둘기는 서두르지도 않고 천천히 다가와 빵 부스러기를 쿡 쪼아 먹고는 다시 테이블 구석에 자리를 잡고 졸기 시작했다.  



 “ 인기 없는 녀석치곤 많이 얻어먹은 것 같은데요. ”


 “ 먹을 게 많은 계절이에요. 가는 데마다 널려 있거든요. 숲도 그렇고. ”


 “ 그렇군요. ”



 남자가 미소를 띠었다. 눈과 입으로 웃었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 제 이름은 미샤예요. ”


 “ 전 키라예요. ”


 “ 만나서 반가워요. 혹시 제가 방해가 된 건 아니겠죠? ”



 미샤는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는 스케치북을 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키라는 고개를 저었다.



 “ 아니에요. 다 그렸는걸요. 심심풀이예요. ”


 “ 화가라고 생각했는데요. ”


 “ 글쎄요, 미대생일 수도 있잖아요. ”


 “ 학생은 아닐 거예요. ”


 “ 왜 그렇게 생각하셨죠? ”


 “ 머리 색깔 때문에요. 여기 대학은 교칙이 엄한 것 같던데요. ”



 키라는 붉은색과 자주색, 오렌지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자신의 짧은 머리칼을 무의식적으로 쓸어 넘겼다. 그녀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미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미안해요, 기분 상하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스케치하는 걸 봤어요. 학생처럼 그리지 않았거든요. ”


 “ 화난 게 아니에요. 잠깐 의심했을 뿐이에요. ”


 “ KGB일까봐요? ”


 “ 네. 하지만 아니에요. ”


 “ 어떻게 확신하시죠? ”


 “ 보안요원들은 그런 식으로 그림을 보지 않거든요. 애초에 관심이 없어요. ”



 키라는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덧붙였다.



 “ 그리고, 전 그런 사람들이 와서 감시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요. ”


 “ 대단한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스케치는 근사해요. ”



 입 발린 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시선은 목탄으로 휘갈긴 천사상 스케치에 못 박혀 있었다. 키라는 목덜미가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스케치북을 넘기지 않기를 빌었다. 




... 중략 ...





 키라는 고개를 들어 천사상의 머리와 어깨, 날개 위에 다닥다닥 앉아 있는 새들을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비둘기와 참새들뿐이었다. 까마귀는 보통 울타리나 나뭇가지 위에 앉곤 했다. 



 그녀가 반쯤 남은 샌드위치와 스케치북을 가방에 넣는 동안 미샤는 천사 앞으로 갔다. 손을 뻗어 천사의 발아래 조각된 덤불과 칼과 방패, 꽃과 열매를 만졌다. 그 부분은 이미 200년 동안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손을 타서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었다. 날개 귀퉁이는 벌써 수십 번 이상 떨어져나갔는데 5년 전 시 의회에서는 매년 날개를 땜질해야 하는 천사상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미신을 조장하는 저 낡아빠진 유물 따위는 귀퉁이가 떨어지든 다리가 부러지든 이제부터는 그냥 놔두자고 결정했다. 시민들은 반발했지만 의회는 강경했다. 그래서 천사는 왼쪽 날개 끝이 떨어져 나간 채 남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날개를 떼어내거나 부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키라가 그 얘기를 해주자 미샤는 재미있어 했다. 그리고 수도원의 천사상과 이콘들에 대해서도 물었다. 



 “ 수도원에 있는 건 훨씬 작아요. 그래도 제일 오래됐죠. 청동으로 된 것 말고도 대리석, 테라코타, 나무로 된 조각상이 하나씩 있어요. 흑단과 상아로 만든 성물도 하나 있는데 그건 전시실에 있죠. 이콘도 많고요. ”


 “ 수도원은 많이 먼가요? ”


 “ 아뇨, 구시가지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아요. 그래도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한 시간 가까이 걸리긴 하겠네요. 어쨌든 강도 건너야 하고 숲으로 들어가야 하니까요. 대신 이콘 박물관은 가까워요. 공원을 따라가다가 포나르나야 거리 쪽에서 길을 건너면 되거든요. ”


 “ 극장 거리 쪽이요? ”


 “ 아, 맞아요. 드라마 극장 옆에 있어요. 거기도 옛날에는 교회였는데 지금은 박물관이거든요. 작아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죠. 전 공방이 그 뒤에 있어서 가끔 가요. 오늘도 원래 가려고 했었죠. 궁금하시면 같이 가도 좋아요. 네 시 반에 문을 닫지만 저랑 가면 들여보내 줄 거예요. 안내원 할머니와 친하거든요. ”


 “ 데려가 주신다면 좋겠네요. 안내원들과 친한 건 중요한 덕목이죠. ”



 키라는 미샤와 함께 광장을 나왔고 함께 이콘 박물관을 향해 걸어갔다. 키라는 그가 왼쪽 다리를 약간 끌면서 걷는다는 것을 포나르나야 거리와 극장 거리 교차로에 다다를 무렵에야 깨달았다. 눈치 챘다면 더 천천히 걸었을 텐데 하고 후회했다. 그녀는 키가 껑충하게 컸고 보폭도 넓은데다 사내아이처럼 빨리 걷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함께 박물관에 들어갔고 텅 빈 전시실에서 이콘을 보았다. 미샤는 이콘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았고 굳이 하나하나 설명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전시실 구조를 가르쳐 주었다. 미샤는 제일 먼저 검은 천사 전시실로 갔다. 조각상과 키라가 들려준 이야기 때문에 궁금했던 것 같았다. 그 이후 그리스도와 성모 전시실로 갔다. 키라는 그가 다리를 절면서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이는 것에 놀랐다. 전시실 마룻바닥은 툭하면 삐걱거렸기 때문이다. 



 키라가 옆방 사무실에서 안내원 노파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성모 전시실로 돌아왔을 때 미샤는 긴 의자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댄 채 자고 있었다. 작은 창문 사이로 밀려들어오는 석양 때문에 꼭 붉은 모포를 덮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키라는 다시 스케치북을 꺼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미샤의 머리를 감싸 자기 어깨에 기대 주었다. 오래된 교회 건물이라 벽은 틈새로 가득했고 냉기가 스며 나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낯선 남자와 그렇게 몸을 마주 대고 앉아본 적이 없었다. 어깨를 빌려준 적은 더욱 없었다. 키라는 그가 어린아이처럼 잔다고 생각했다. 미동도 없이, 암흑처럼 깊게, 온몸이 사모바르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채. 그의 몸이 너무 뜨거워서 꼭 전시실 한복판에 모닥불을 피워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에게서는 검은 숲의 흙과 나무, 무겁게 깔려드는 야생 꿀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그 모든 체취와 어울리지 않는 차갑고 인위적인 냄새도 났다. 약간 소독약 냄새 같기도 했고 금속 냄새 같기도 했다. 키라는 하얀 가운과 수술대를 떠올렸고 어쩐지 소름이 끼쳐서 몸을 가만히 떨었다. 



 미샤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몸을 기댄 채 10분 정도 더 잤다. 키라는 그가 오랫동안 제대로 된 잠을 잔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 자신이 불면증에 시달린 적이 많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해가 점점 기울어졌다. 창으로 스며들던 빛이 거의 사라져서 어두컴컴해졌을 때 미샤가 눈을 떴다. 한동안 자신이 어디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키라가 어깨를 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몸을 똑바로 일으키면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 고마워요. ”



 
 그때 키라는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아마도 그가 미안하다고 하지 않고 고맙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함께 박물관을 나왔다. 키라가 동료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는 얘기를 기억하고 있었던 미샤는 그녀를 작업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전시도 하느냐고 물었다. 



 “ 겨울에 할지도 몰라요. 소규모지만. 친구들과 같이 할 거예요. 전 아직 개인전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


 “ 회화만 하는 거 아니죠? ”


 “ 전시는 거의 회화 쪽이긴 한데, 가끔 잡지 삽화를 그려요. ”


 “ 보여줄 수 있어요? 다음에 만나면. ”


 “ 언제든 작업실로 오세요. 제 친구들도 소개시켜 드릴게요. 좋은 사람들이에요. ”


 “ 분명 그럴 것 같군요. ”


 “ 미술 쪽을 공부하신 건가요? 아니면 역사? ”


 “ 전 극장에서 일해요. ”


 “ 아... 드라마 극장? 배우예요? ”


 “ 아뇨, 가브릴로프 극장. 아직 일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드라마 배우는 아니에요. 그냥 극장 쪽에 오래 있었어요. ”
 


 키라는 그가 말하는 ‘오래’가 대체 몇 년을 얘기하는지 궁금했다. 미샤는 자신 또래거나 더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며칠 후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키라는 작업실로 곧장 올라가는 대신 계단 모퉁이의 창문 너머로 그가 박물관을 지나쳐 가브릴로프 극장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가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에 흐릿한 아쉬움을 느꼈다. 동시에 그를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외모와 말투, 몸가짐을 지닌 사람을 한 번 보고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그녀는 이미 그를 그렸을 것이다. 백지마다 스케치를 가득 채웠을 것이다. 마치 그 카페에서 그녀가 몰래 그를 스케치했던 것처럼. 그가 다가오기 전, 빈자리에 앉아도 되는지 묻기도 전에. 그가 천사상 곁을 지나쳐 카페로 들어왔을 때, 차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을 때. 비밀스럽게, 천사상을 그리던 목탄과 연필로, 맨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서. 



 비둘기를 그렸어야 했어.



 키라는 입안으로 그렇게 되뇌며 작업실로 올라갔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한 손으로는 연필을 쥔 채 그 하얀색과 회청색의 작은 비둘기를 그려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계속해서 그 젊은 남자, 극장에서 일하고 까마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천사상의 발치를 만져보던 청년, 왼쪽 다리를 무겁게 끌면서도 소리 없이 걷고 웃을 때는 눈과 입술로 조용히 웃는 남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





중략 부분에서 키라와 미샤는 천사와 까마귀와 가브릴로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건 나중에 이 글을 다시 쓰게 되면 한번 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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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둘이 와락 껴안고 뭐가 그리 신났는지 좋아 죽는 중인 어린 지나랑 미샤. 



사실은 어린이 캠프 가서 2인 1조 풍선 터뜨리기 게임 중. 과다몰입하여 너무 꽉 껴안고 뻥뻥 터뜨리고 있어서 풍선은 안 보임 :)



동갑내기인데 왜케 지나가 누님 포스인가 라고 물으신다면... 아직 열살 때라 미샤가 지나보다 꼬맹이였습니다. 지나가 생일도 더 빠르고 여자아이라서 맨첨 만났을 때부터 누님 포쓰~ 춤만 잘 추고 맨날 사고만 치고 다니는 바부팅이 미샤를 누님처럼 돌봐주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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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자기 전의 퀵 스케치. 쪼끄만 오렌지 냥이 꼬옥 안고 있는 연분홍 소년 미샤 :)

 

원래 아기고양이로 그린 건데, 색깔 넣다가 흰털이 많이 들어가면서 쫌 애매해짐.. 아기냥이로 봐주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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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랜만에 알리사 스케치들. 알리사가 그리기 제일 쉽고 또 손에도 잘 붙는다. 글을 쓸 때도 접근하기 쉬운 인물이었다. 스케치들은 틈틈이 그렸던 것들. 어릴 때랑 학생 시절, 레닌그라드 시절이랑 런던 시절 등등 이것저것.



맨 위는 좋아하는 연극 배우에게 팬레터 써서 들고 가는 중 :)





어릴 때. 분홍분홍 외투랑 모자로 꽁꽁 싸매고 머리 양갈래로 땋고 언제나처럼 쫌 뿌루퉁한 표정.





분홍분홍 알리사 하나 더 :) 어릴 때부터 까칠까칠 뿌루퉁 + 토론의 여왕 + 범생. 아빠가 외교관 출신에 노멘클라투라라서 쫌 엄친딸... 근데 성격은 쫌 모났음.






유행에 민감해서 헤어스타일도 자주 바꾸고...


이건 원래 오렌지 들고 있는 걸 그리려고 했던 건데 그리다 보니 오렌지가 너무 커져서 거대자몽, 황금호박이 되었다 ㅠㅠ






하지만 또 수도꼭지라서 툭하면 눈물보 ㅠㅠ 서럽게 울기 일쑤.






어릴때도 나이 먹어서도 잘 웁니다(이런 거랑 앞머리 있는 건 나 닮음 ㅠㅠ)





그런데 또 의외로 이런 끈 달린 (헐벗은) 옷도 자주 입음. 유행에 민감하기도 하고 당시 대부분의 소련 여인들과 달리 어릴 때부터 외국에 살아버릇해서 친구들과 스타일이 좀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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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며칠 전에 이문동에서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 동네는 예전에 쥬인과 꽤 오래 살았던 곳인데 직장도 이사를 가고 나도 이사를 가면서 근 7년 이상 가지 않았었다. 



이번에 가니 역이 좀 바뀌고 출구도 몇개 더 생겨 있었다. 내리자마자 영원한 휴가님과 재회하는 기쁨에 젖어 건널목이 아직도 있는지 확인을 못했다. 이쪽은 전철이 지상으로 다니기 때문에 건널목이 있다. 예전에 살 때 종종 그 건널목을 건너가야 했다. 원래부터 개발이 안된 곳인데다 전철 건널목까지 있어 짤랑짤랑 종도 울리고 되게 구식/옛날 기분이 느껴지는 동네였다. 



그 건널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억이 있다. 어느 겨울 아침 출근길에 그 건널목 앞에서 길을 건너려다 어떤 생각을 했었다. 별거 아니고 좀 우스운 생각이었지만 찬란한 아침 햇살 탓에 약간 환각에 취한 기분이 들었다. 



아래 글은 그 순간을 겪고 나서 며칠 후 쓴 스타차일드 단편의 서두이다. 글은 그 순간의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철도 건널목 앞에 멈춰선 카르멘이 햇살을 받으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한다. 사실 내가 겪은 순간을 재생시킨 것이었다. 그 생각과 환상은 사실 이 글 전체의 플롯과는 큰 연관이 없다. (이 단편 자체는 조금 진지했고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얘기였다) 하지만 글이란 것은, 특히 단편이란 것은 이따금 그런 식으로 시작되곤 하는 것이다. 작은 이미지. 환각. 빛. 건널목의 종소리. 뭐 그런 거. 



위의 사진은 당연히 그 이문동 건널목은 아니고...(살던 동네라 막상 그 건널목 찍은 적이 없음) 몇년 전 6월 페테르부르크의 어느 카페 창가에 앉아서 찍은 것이다. 회상하고 있는 순간과 발췌한 글과는 달리 햇살은 전혀 없고 사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음습했었다. 이때 너무 몸이 아팠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죄어와서 괴로워하며 카페에 들어가 앉아 뭔가 케익 한조각을 먹고 허브 티를 좀 마셨던 기억이 난다. 마린스키 극장에서 직선으로 쭈욱 내려와 센나야 광장 반대방향으로 꺾으면 나오는 카페였다. 카페 이름은 무려 '프라하'였다. 건널목 사진 찾다가 못 찾고 그냥 이 사진 이미지도 어딘가 통하는 것 같아 올려본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빛 바랜 붉은 포석이 깔린 좁은 골목을 걷던 카르멘의 귓가에 요란한 종소리가 들려왔다. 전철이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골목을 지나 거리로 뛰어나갔다. 자동차와 버스들이 줄지어 멈춰 있었고 전철 한 대가 철도 건널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습관처럼 카르멘은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이었고 미끄러지듯 건널목을 지나가는 전철의 지붕 위로 햇살이 빛나고 있었다. 빨리 뛰기만 하면 아슬아슬하게 그 전철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처럼 운이 없었다. 반짝이는 지붕을 인 전철은 쏜살같이 건널목을 지나 플랫폼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녀가 길을 채 반도 건너기 전에 차단기가 올라가면서 멈추어 있던 자동차와 버스들이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욕설을 내뱉으며 카르멘은 재빨리 발을 움직여 중앙선까지 갔다. 하지만 차들이 너무 빨리 지나갔기 때문에 더 이상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멈춰 있었던 차들이 일단 좀 빠져나가면 마저 길을 건너야 할 것 같았다. 



 눈이 부셔왔다. 전철 지붕에 반사되던 햇살이 이제 곧장 길 저편으로부터 날아오고 있었다. 동쪽 하늘이 온통 창백한 금빛으로 타는 듯 했다.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아침 햇살이었다. 심지어 하늘과 차도, 인도의 구별조차도 사라졌다. 



 부신 눈을 깜박이며 카르멘은 멍하게 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한순간 그녀에게는 이 모든 것이 환상처럼 느껴졌다. 마치 환상의 도시에서 환상의 도로를 건너다 환상의 자동차들이 만들어낸 벽에 갇힌 것 같았다. 이 모든 것들은 창백한 황금빛 햇살로 만들어진 신기루여서 그저 발을 내딛기만 하면 공기를 통과하듯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카르멘은 실지로 발을 내디디려고 했다. 그 순간 거대한 트럭 한 대가 귀청이 떨어져나갈 듯한 경적을 울리며 그녀의 곁을 쌩 하고 스치고 지나갔고 카르멘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아침 출근 도로의 한가운데 홀로 서 있었다. 



 카르멘은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종소리가 울리기를 기다렸다. 더 이상 태양은 마법을 부리지 않았고 자동차와 버스들은 중앙선에 서 있는 작은 소녀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바쁘게 지나갔다. 



 부신 눈을 깜박이며 카르멘은 질주하는 바퀴 달린 기계들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 맹렬한 물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꼼짝도 하지 않고 중앙선 위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자 카르멘은 이미 오래 전에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수학 증명 문제가 생각났다. 그녀는 수학적 공간에서는 선과 마찬가지로 점도 면적이나 무게를 지니지 않는다는 문제를 증명해야만 했었다. 이제 이른 아침의 도로 한가운데 서서, 카르멘은 자신의 육체가 평행으로 그어진 어떤 선 위에 찍힌 점과 같아서 면적도 없고 무게도 없으며 그 외의 모든 물질적 특성과도 무관한 것은 아닐까 하고 의문했다. 그녀의 육체가 추상적인 개념으로 변화했다면 바퀴 달린 기계들이 무슨 힘으로 그녀를 깔아뭉갤 수 있겠는가. 



 막 카르멘이 이 미친 이론에 따라 발을 내디디는 순간 다시 종이 울렸고 멀리서 전철이 들어왔으며 차단기가 내려갔다. 그녀는 무사히 길을 건너 전철역 계단을 올라갔다. 




 출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전철 안은 매우 혼잡했다. 카르멘은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들의 넓은 어깨 아래 파묻힌 채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며 꾸벅꾸벅 졸았고 흐릿하게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그녀는 레스와 함께 뭔가를 먹으며 중앙선 위에 서 있는 사람은 기계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 열띠게 토론하고 있었다. 레스는 중앙선 자체의 중립성을 의심했고 카르멘은 애초부터 선이라는 것은 점과 마찬가지로 중립적인 거라고 우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뭔가를 먹고 있었다. 무리도 아닌 것이 그녀는 언제나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 ... 2003년 1월, Emerald Cell 중에서 ... 




이 단편은 스타차일드 시리즈의 스물세번째 이야기였다, 전체 30여개 에피소드들 중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였는데 저 서두 때문은 아니었지만 하여튼 그게 좀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하다. 전철 안에서 졸다가 카르멘은 누군가와 마주치게 된다.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간다. 



** 여기 about  writing 폴더에 스타차일드 에피소드들 몇개를 발췌 혹은 전문을 올린 적이 있다. 링크는 아래. 블로그에 올린 순서가 아니라 에피소드 순서대로 배열했다.


Lipstick traces(ep.3) : http://tveye.tistory.com/8556


open up and bleed(ep.14) : http://tveye.tistory.com/7072


staying in the dark(ep.20) : http://tveye.tistory.com/5413 


Incomparble blind(ep.25) : http://tveye.tistory.com/8448


Not enough(ep.26) : http://tveye.tistory.com/4774


The stars my destination(ep.27) : http://tveye.tistory.com/8536


크리스마스 파편(데본 펠) : http://tveye.tistory.com/4287 



**



이 시리즈 전체 제목인 스타차일드는 많이들 짐작하신 대로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The Star Child 에서 따온 것이다. 와일드 작품들 중에서는 그 단편과 젊은 왕, 어부와 그의 영혼, 살로메, 레딩 감옥의 발라드. 이 다섯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역시 나는 재기 넘치는 문장들보다는 드라마틱한 쪽을 더 선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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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liding like a lizard on my belly and back.
It's a miracle I haven't fallen through any cracks..


.. Neon Forest, Iggy Pop ..



오늘은 내내 이 가사가 생각났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스케치 하는 동안에도 생각났다. 그림 자체는 네온이 반짝이는 도시와 틈새, 기어다니는 도마뱀과는 관계가 없다만. 


이기 팝의 가사들도 시적이고 근사한 표현이 많다. 이 두 행은 특히 좋아하는 가사라 전에 단편의 에피그라프로 삽입한 적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 사람의 노래 가사는 search n destroy. 



그건 그렇고 미샤 옷 색깔을 다 칠하고 나니 나도 금장 단추 달린 검정 재킷이랑 저런 빨간 스웨터 사고 싶어짐(얘가 입는 옷을 그릴 땐 주로 내가 좋아하는 색깔로 칠해서 그런가봄) 근데 생각해보니 빨간 스웨터랑 티셔츠도 여럿 있고... 금장 달린 검정 코트 있는데 몇년 사이에 동그래져서 안 맞아 으아아앙.... (급슬퍼지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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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자기 전 스케치. 병나발 불고 있는 미샤. 술 못 마심. 두세잔 마시면 맛 감. 그런 주제에 허세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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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기 전의 스케치는 눈 똥그랗게 뜨고 암것도 모르는 척 도리도리 하고 있는 꼬맹이 미샤랑 지나.



기숙사 불시점검맨 : 이것들아! 미제 쪼꼬 껍데기가 이 방에서 발견됐다! 냉큼 밀수품을 내놓아라!



지나 : 쪼꼬 몰라요 못봤어요~


미샤 : 미제 쪼꼬가 모에요, 어케 생겼는지도 몰나요. 우리는 착한 소련 어린이에요~ 미제는 구경도 못했어요~


불시점검맨 : 이것들이... 순진한 척 눈만 땡글땡글...




... 실은 그 미제 쪼꼬 미샤가 공수해오고 지나가 홀랑 다 까먹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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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념 꼬맹이 미샤랑 지나 복많이많이 카드 그려봄 :) 새해 복 많이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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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31. 23:36

잠시, 새해 전야 about writing2018. 12. 31. 23:36

 

 

아래의 글은 2012년 가을에서 2013년 초까지 썼던 꽤 긴 글의 중반부에서 발췌한 것이다. 어느 해의 마지막 날 밤, 소련 레닌그라드 시내의 어느 아파트에서, 내 글의 주인공과 또 다른 주요 인물이 이야기를 한다. 아주 조금. 그리고 밤을 보낸다. 에피소드는 아주 짧다. 그리고 저 글을 쓰고 난 이후부터 매년, 새해 전야가 되면 앞의 메모에서 적었던 시의 한 구절과 함께 항상 이 에피소드를 쓰던 때를 떠올리곤 한다.

 

 이 부분은 2013년 12월 31일에도 이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http://tveye.tistory.com/2554)

그리고 오늘, 다시 한번 올려본다.

 

 

..

 

 

* 이 글을 무단전재, 배포, 도용, 복제,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연말에 미샤는 호두까기 인형을 그럭저럭 잘 췄고 언제나처럼 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평론가들도 간략한 칭찬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미샤는 그 작품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분장실로 타냐가 찾아가 찬사를 늘어놓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새해 전야에 그는 그 어떤 파티에도 가지 않고 텅 빈 아파트에 혼자 남아 있었다. 혹시나 해서 트로이가 잠깐 들러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미샤는 거실 램프 하나만 켜 놓고 마룻바닥 위에 한쪽 발로 선 채 양 팔을 벌리고 새처럼 몸을 위로 뻗고 있었다. 소파와 바닥 위에 노트와 책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음악조차 틀어놓지 않고 그는 희미한 불빛 속에서 날아갈 듯한 포즈로 미동도 없이 정지해 있었다.

 

 

 “ 연습해? ”


 “ 생각해. ”


 “ 집이 추운데. 왜 아무데도 가지 않았어? 극장에서 파티 안 해? ”


 “ 먼저 나왔어. ”


 “ 너 있으면 갈랴가 데리고 오라고 했어, 같이 텔레비전 보고 샴페인 터뜨리자고. ”


 “ 괜찮아, 그냥 가. ”


 “ 새해를 혼자 맞으면 일 년 내내 재수가 없을 걸. ”


 “ 그럼 여기 있어. ”

 

 

 그래서 트로이는 거기 머물렀다. 텔레비전도 틀지 않고, 샴페인은 더더욱 따지 않고. 어둠과 희미한 램프 불빛 속에서. 미샤는 0시가 될 때까지 두세 번 포즈를 바꿔가며 불편한 자세로 생각에 잠겨 있었고 트로이는 소파에 앉아 그런 그를 보고 있었다. 마침내 시계 바늘이 12를 가리켰을 때 미샤가 그의 곁으로 와서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키스를 한 후 소파에서 옷을 벗었다. 사랑을 나누는 내내 트로이는 소파 커버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지나이다가 파티에서 돌아오지 않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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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케치는 옛날 스타일로 포즈 잡고 계신 미샤. 뭐 쓰는 글 배경이 70~90년대니까 이 사람이 옛날 사람이긴 하지 :) 돌이켜보면 90년대에 무지 많이 모으던 영화잡지 등등에서 좋아하는 배우가 요런 포즈 요런 스타일로 찍은 화보가 많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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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29. 23:53

빨간색 미샤랑 지나 2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8. 12. 29. 23:53


 

 

 

 

지난번 빨간색 미샤와 지나 1(http://tveye.tistory.com/8619)에 이어, 두번째 빨강 :) 붉은 스카프 두르고 바람 맞고 있는 미샤랑 쎈언니 화장하고 화보 찍고 계신 지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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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케치는 아빠 품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아가 시절 미샤 :) 아빠 껌딱지였습니다~



이 그림의 부제는 감귤 부자~ 색깔 칠하고 나니 아무리 봐도 홍시 아빠랑 귤 아들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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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18. 06:43

딸기 쏘옥~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8. 12. 18. 06:43




오늘 테스코 수퍼에서 딸기 사와서. 딸기 그려야지~ 하고 그림. 딸기 한알 쏘옥 먹고 있는 지나 스케치 한 컷~~


그러고보니 오늘 산 세포라의 새빨강 립틴트 이름도 strawberry kissed 였음 ㅋㅋ (딸기 좋아하고 빨강 좋아하는 자)

..


(다음날 추가)


힝 아침에 먹어봤는데 딸기가 무지 시고 맛이 없었다ㅠㅠ 하긴 프라하에서 딸기 사서 성공한 역사가 없었건만 으앙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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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17. 05:13

카페 에벨에 앉아서 2017-18 praha2018. 12. 17. 05:13




나는 지금 카페 에벨의 제일 안쪽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다. 창가 테이블은 아니다. 대신 테이블의 높이나 의자는 타이핑하기에 훨씬 편하다.



몇년 전에도 이 자리에 자주 앉곤 했다. 그때 나는 이 카페에서 3분 거리에 있는 바로 옆골목인 릴리오바의 어느 아파트에 두달 동안 머무르고 있었다. 노트북을 들고 에벨에 드나들었고 차를 마시며 글을 쓰곤 했다. 당시 나는 여기 앉아서 약 200페이지 가량의 경장편 중 1부와 2부를 썼다. 수용소와 보안위원회 요양소에서 미샤가 겪는 이야기에 대한 소설이었다. 이따금 블라지미르 마야코프스키의 시집을 들고 와 읽기도 했다.



지금은 노트북 대신 아이패드와 태블릿용 키보드를 치고 있고, 소설 대신 블로그의 오늘 메모를 적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너무나도 평온하고 또 친밀하다. 집에 돌아온 기분이다.



에벨은 글을 쓰기 좋은 곳이다. 수많은 카페들을 다녀보았지만 이곳만큼 글을 쓰기 좋았던 카페는 없었다. 이곳의 어떤 공기가 나와 공명한다. 붉은색과 검은색, 아주 조금만 쓴 터키 블루 색깔 때문인지도 모른다. 단 하나 뿐인 창가 테이블의 특별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카페 에벨에 돌아와서 기쁘다.



..



프라하에 이번이 몇번째인지 기억이 안나서 순서대로 헤아려본다. 처음엔 2006년 11월말에 왔었다. 모든 것이 생소했다.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처음 나와본 외국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곳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와서 열흘 동안 혼자 머물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에벨이 있는지도 몰랐다. 내게 프라하의 첫 인상은 차가운 도시였다. 겨울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여행과 출장의 경험치가 쌓이기 전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2010년 11월, 출장 때문에 3일 정도 머물렀다. 이때는 주로 일을 하러 다녀서 별다른 추억이 없다. 가기 싫은 출장이었다. 당시 수술을 받은지 한두달 밖에 안 된 상태였고 출장 목적이나 내용도 그다지 영양가 있는 게 아니었다(터키 앙카라에 갔다가 프라하와 카를로비 바리에 가는 일정이었는데 하여튼 출장이라 힘들었다)



12년 여름에 쥬인과 함께 휴가를 왔었다. 그때가 젤 재밌었던 것 같다. 둘이 엄청 쏘다니고 즐거웠다.돌이켜보니 그게 쥬인과 갔던 마지막 여행이었다. 이듬해 봄에 쥬인이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13년 2월에 다시 와서 릴리오바 골목에 숙소를 잡고 두어달 동안 머물렀다. 그때 나는 휴직 중이었다. 몸과 마음이 아팠다. 글을 다시 쓰고 있었다. 카페 에벨은 이때 알게 되었고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들렀다.



그리고 16년 가을. 그때도 무척 힘들었다. 사실, 13년 당시보다 훨씬 어렵고 고통스러웠다. 빛으로 가득한 프라하가 위안이 되어 주었다.



작년, 17년 봄. 날씨가 무척 좋았다. 중간에 드레스덴에 가서 영원한 휴가님을 만나 즐거웠다.



지금, 18년 12월. 그러면 몇번째인가, 7번째네. 정말로 뻬쩨르 다음으로 많이 왔다. 몇몇 골목들은 구석구석 알고 있다.



물리적인 숫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숫자를 헤아려본 것은 이번에 말라 스트라나부터 시작해 도시 몇몇 장소를 돌아다니고 예전에 좋아했던 음식들을 맛보면서 느꼈던 감각 때문이었다. 익숙함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나이를 먹고 기쁨의 감각이 퇴색했기 때문인지, 다시 걷고 느끼는 프라하는 전만큼 매력적이고 아름답지 않았다. 골목도, 음식도, 좋아했던 카페들도. 아마도 겨울에 말라 스트라나에 묵어서인지도 모른다. 어제 첫 숙소에서 가방을 꾸리면서, 오늘 말라 스트라나와 캄파를 걸어다니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프라하는 이제 한동안 안 와도 될 것 같아’



그 느낌은 오늘 오후에 숙소를 옮겨온 후 구시가지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와 불빛들, 첨탑의 휘황한 풍경에 매료되었을 때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새로 옮겨온 숙소는 에벨과 같은 건물에 있는데 작은 레지던스 아파트 호텔이다. 첫 숙소에 비하면 궁전 같긴 한데 내 방이 1인용 스튜디오라 그런지 1층에 있고 리셉션에 면하고 있어서 어딘지 좀 무방비 상태인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짐을 풀다가 너무 피곤해져서 ‘에벨은 그냥 내일 갈까, 바로 옆인데 뭐’ 하고 푸념하다 그래도 편한 짚업과 진으로 갈아입고(바로 옆이니까 두꺼운 옷 안 입어도 됨!) 카페에 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맴돌고 있던 무감각과 씁쓸함과 퇴색된 듯한 느낌을 잊는다. 카페 에벨은 익숙하고 또 친밀한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익숙함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것은 일종의 집과 같은 느낌이다.




에벨 역시 빛으로 가득한 아침이나 낮이 더 좋다. 하지만 어두컴컴해진 저녁에 안쪽 테이블에 앉아 타이핑을 하다 보니, 역시 겨울 무렵 머물렀던 그 몇년 전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곳은 나의 공간이라는 작은 충만감에 잠기게 된다.



아마도 바로 이곳 때문에, 그리고 이 감각 때문에 나는 다시, 또 다시 프라하에 돌아오곤 하는 것 같다. 뻬쩨르를 프라하보다 더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긴 하지만 그곳에는 이런 장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게 유일무이한 곳이다, 카페 에벨.



..




사진은 나가기 직전에 찍은 것. 첨엔 꽉 차 있었으나 저녁늦은 시간이 되자 어느새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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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케치는 냥이 잠옷 입고 눈 땡글땡글 어딘지 뚜떼한 표정인 꼬마 미샤랑 지나 :)



미샤 : 힝, 아이스크림도 못 먹었는데 벌써 자라고 하면 어뜩해 ㅜㅜ



지나 : 맞아! 난 쪼꼬도 못 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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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케치는 지난번 올렸던 '뽀뽀 씬 찍는 지나와 말썽쟁이' (http://tveye.tistory.com/8658) 시리즈 마지막 컷으로 그렸던 건데, 다 그리고 났더니 어쩐지 찐한 느낌보다는 졸려서 꾸벅꾸벅거리고 있는 미샤 머리에 떡하니 턱을 괴고 있는 지나가 갑님의 포스를 풍기게 되어 버렸음 ㅋㅋ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원래는 둘이 침대나 소파에 엎드려 있고 지나가 지친 미샤를 토닥토닥 재워주고 있는 걸 그려야지~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미샤가 지나의 턱받이 노릇을 해주고 있는 것처럼 되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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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11. 23:16

동글동글 뽈록뽈록 분홍 미샤 sketch fragments 2018. 12. 11. 23:16




오늘 스케치는 꽃분홍 패딩 입고 동글동글 뽈록뽈록해진 겨울 아가 미샤 :) 근데 어째선지 매우 뚜떼한 표정 ㅋㅋ (이유 : 엄마가 춥다고 아이스크림 못 먹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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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wild is the wind는 사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제목임. 50년대 자니 마티스의 원곡인데 니나 사이먼즈, 조지 마이클 버전 등등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바로 데이빗 보위 버전. 



Love me, love me love me 

Say you do 

Let me fly away 

with you


For my love is like

the wind

And wild is the wind...



로 시작하는 가사도 무척 시적이고 아름답다. 사랑 노래이긴 하지만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스산한 가을이 생각나고, 때로는 검은 머리와 빨강 스카프를 바람에 휘날리며 걷는 미샤를 떠올리곤 한다. 어딘지 쓸쓸하고 슬픈 눈으로.



그래서 오늘 이 노래 듣다가 크로키로 내 새끼(ㅋㅋ) 그려보았음. 빨강 스카프와 검정 코트는 내가 좋아하는 조합이라 미샤에게도 이렇게 입혀주고 사실 나도 종종 이렇게 입는다~



노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유튜브에서 조회해보시면 여러 버전으로 들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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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6. 22:15

담배 대신 연필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8. 12. 6. 22:15





오늘 스케치는 담배 대신 연필 들고 있는 미샤 :) 안무 작업 중. 머리 부스스. 미용실 따위 안 가도 나는 이쁘니까 하고 엄청난 자신감에 넘쳐 계심. 흑, 너는 좋겠구나... 나, 나는 정말 미용실 가야 하는데 흐앙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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