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7. 22:23
참새와 하챠푸리 2022 vilnius2023. 4. 17. 22:23
작년 6월, 빌니우스.
우주피스에 다녀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노천의 하챠푸리 키오스크에서 그루지야 와인 한잔과 플레인 치즈 하챠푸리를 한판 시켜서 먹었다. 여기는 비둘기들과 참새들이 그야말로 참새 방앗간처럼 모여드는 곳이었다. 키오스크 한켠에는 '새에게 부스러기 주지 마시오'로 추정되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뭐라도 주면 정말 새떼가 득달같이 몰려들 것이 뻔했다. 이 참새는 내 음식이 나오기도 전부터 아예 이렇게 떡하니 맞은편 의자에 버티고 앉아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나오면 좀 주지' 하는 듯한 텔레파시를 보냈다.
이렇게 보면 별거 아니어보이지만 저 도우 안에는 정말 뜨끈뜨끈한 치즈가 가득가득 들어있음! 내 위장으로는 사실 저거 한조각 반 정도면 꽉 차는지라 두명이 앉아서 먹으면 딱 좋을 양인데... 그래서 부스러기를 저 위의 참새 비롯 비둘기들에게 좀 주고 싶었지만 정말정말 새들이 많았기 때문에 무서워서 포기함. 이미 옆 테이블은 비둘기 습격을 받고 있었음.
근데 이거 올리다보니 뜨끈뜨끈한 하챠푸리 먹고프다. 하챠푸리는 옛날에 쥬인이 좋아했었는데... 그 옛날에는 쥬인이 하챠푸리 먹을 때마다 나는 '우웩 치즈 역해' 하며 입 한번 안대고 달콤한 잼이 든 바트루슈카 빵이나 사먹곤 했는데 사람 입맛이란 게 이렇게 바뀌다니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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