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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료샤와 근처 펍에서 좀 늦게 저녁을 먹었다. 맥주를 사랑하며 체코 맥주라면 더욱더 사랑하는 료샤는 행복에 겨웠고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심지어 그 큰 돼지 무릎까지 시켜서 막 뜯어먹었다.


내가 돼지고기 알레르기 때문에 거들어줄수도 없는데 그 큰걸 시키면 어떡하느냐고 했지만 그는 '프라하에 왔으면 맥주랑 돼지 무릎!' 하면서 막무가내로 시키더니 먹고 먹고 또 먹었다. 나중에는 자기도 괴로웠는지 '돼지 무릎 이제 보기 싫어..'라고 했다. 당연하잖아 ㅠㅠ 나도 3년 전에 동생이랑 왔을 때 둘이 시켜서 먹었는데 아무리 먹어도 절반도 못 먹었었다.. 그땐 나도 돼지 알레르기 없었지 ㅜㅜ 그래서 동생과 나는 "돼지 니 무서워... 먹어도 먹어도 안 줄어 ㅠㅠ" 라고 했었음. 돼지 무릎이라고 되어 있는데 무릎만 '니 knee'라고 영어로 부르며 ㅋㅋㅋ


난 어제 저녁엔 료샤의 맥주를 딱 한모금만 뺏아 마신 후 오렌지에이드를 마셨다. 사실 술을 마시면 별로 좋지 않다. 약도 먹고 있고... 체코 맥주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맥주가 몸에 받는 것도 아니니... 그래서 참았는데 오늘 오전에 도루묵이 되었다.


늦게까지 펍에서 술마시고 돼지 무릎을 뜯어드신 료샤는 오늘 아침 열시반쯤 내 방으로 전화를 해왔다.


료샤 : 아파... 머리 아파...

나 : 퍼마시더라니 ㅠㅠ 배는 안 아프니?

료샤 : 해장이 필요해...

나 : 수프 같은 거 먹어야지...

료샤 : 콜코브나에 갈래.... 거기로 너도 와.

나 : 거기도 펍이잖아! 왜 거기에서 해장을 해!!! 나 지금 일어났어... 머리도 감아야 되고...

료샤 : 나도 지금 일어났어... 열한시 반에 콜코브나에서 만나... 나 오늘 미팅도 있는데 가기 싫어 ㅜㅜ



..



(여기가 콜코브나 올림피아 지점 내부. 정오 무렵이라 매우 한산...)



나도 괴롭게 일어나서(술을 안 마셔도 아침에 일어나는 건 항상 괴로움 ㅠㅠ)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머리도 안 말리고 산발을 한 채 화장만 하고 기어나갔다. 콜코브나(kolkovna)는 여기선 나름 유명한 체코 음식점/펍 체인인데 내가 머무는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콜코브나 올림피아 지점이 있다. 카페 사보이 옆에 있는데 난 사실 이 체인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펍에 혼자 갈 일이 그리 많지 않고 맥주를 그리 즐기지도 않으니... 료샤는 프라하 구석구석의 작은 펍들도 잘 알고 있지만 콜코브나도 큰 체인 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했다. 하여튼 나도 갔다. 조식 안 먹어서 난 배를 채워야 하는데..



료샤가 불쌍한 몰골로 앉아 있었다. 수트를 입고 있었으나 머리가 삐쭉삐쭉 솟아 있었고 눈이 부어 있었다. '그 짠 돼지 무릎을 그렇게 먹었으니 얼굴이 붓지!' 하고 놀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는 필스너를 한잔 들이키더니 나에게 '야, 너는 굴라쉬 먹어. 내가 시켜놨어. 여기 굴라쉬에 네가 좋아하는 브람보락(감자팬케익) 같이 나와. 어제 브람보락 먹고 싶다며' 라고 했다. 난 황당했다.



나 : 야! 나 빈속인데 아침부터! 굴라쉬는 술안주잖아! 이 동네 굴라쉬는 짜단 말야!

료샤 : 응, 그래서 너를 위해 내가 맥주도 시켰어 :) 너 좋아하는 마스터로.

나 : 으익....



(그가 나를 위해 주문한 master 세미다크 맥주...)



master는 세미다크 맥주인데 내가 좋아하긴 한다만... 졸지에 나는 빈속에 아점으로 맥주랑 굴라쉬를 먹게 되었다. 더 웃긴 것은 이놈은 필스너 한잔만 마시고는 '나 미팅 늦었어, 가야 돼... 맛있게 먹고 있다가 보자~' 하면서 나를 버리고 가버린 것이다. 뭐야 이게!



나 : 야! 너 머리 아프다며 암것도 안 먹고 가니!! 굴라쉬라도 좀 먹고 가!

료샤 : 난 해장이 필요했어~~~

나 : 그게 필스너야?

료샤 : 좀 살거 같네~

나 : 알까골릭!!!

(알코홀릭의 노어 발음 ㅋ)






그래서 난 결국 혼자 남겨져서 한낮부터 맥주와 굴라쉬를 먹으며... 그런데 역시 빈속에 먹는 맥주는 하염없이 맛있고 ㅠㅠ 굴라쉬는 역시 짰지만 그래도 프라하 다른 식당들에서 먹은 것들보다는 맛이 괜찮았다. 크네들리키랑 브람보락도 나쁘지 않았는데 양이 너무 많긴 했다....



실컷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머리도 좀 핑 돌고 졸렸다. 맥주는 맛있게 마시다가... 4분의 1쯤 남았을때 날파리가 빠져죽어서 그만 마시라는 계시인가보다 했다.






역시 낮술, 그것도 맥주는 쥐약이어서 졸렸고 나중엔 배도 좀 아팠다. 뭐 당연한 결과지... 잘 먹고 돌아다니다 오후 늦게 마셨으면 좀 나았을텐데... 빈속에 맥주랑 굴라쉬 먹어서 배아파서 조금 고생하고 오후에 나아졌음. 알까골릭 료샤 때문이야 ㅠㅠ



..



호텔 방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고 화장실에도 갔다 -_- 나 다시는 빈속에 낮술 안먹어 흑흑....


하여튼 그러고나서는 몸은 나아졌는데 술기운에 너무 졸려서 로비에 앉아 좀 졸았다. (방은 청소하러 올라와서...) 그리고는 료샤가 생각보다 늦을 것 같아서 나는 카피치코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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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고생 끝에 프라하에 왔고 택시로 숙소에도 잘 도착했다. 이번 숙소는 말라 스트라나 구역의 우예즈드에 위치한 작은 호텔인데 그중에서도 제일 작은 방이라 다락방, 옥탑방 같은 느낌이고 정말 졸지에 소공녀 세라 생각이 난다(그런데 세라는 막판에 다시 대박나는데~)


간밤엔 9시 반쯤 잠자리에 들었고 시차 때문에 새벽에 깼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 꼭 시차 때문이라기엔 한국에서도 그랬어서... 하여튼 도합 7~8시간쯤 잔 후 일어났다.


조식 먹으러 내려갔다. 어제 비행기가 너무 추워서 담요도 두개나 두르고 있었더니 자다가 기침을 해서 아침부터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조식은 별거 없었다... 푸성귀가 너무 없어서 슬펐다. 토마토와 파프리카 썰어놓은 것, 삶은 미니당근이 전부였다. 심지어 오이와 양배추조차 없다.. 그래도 빵이랑 치즈랑 잼이랑 버터에 차, 사과주스, 스크램블드 에그와 토마토 갖다놓고 꾸역꾸역 먹었다. 이 호텔에서 12일 있어야 하는데.... ㅠㅠ 아무래도 이러다 얼마 안 가 또 조식은 스킵하고 늦잠자다 다른데 가서 아점 먹게 될지도...


..






날씨가 매우 좋았다. 6월 페테르부르크 날씨 같았다. 해가 매우 뜨거웠고 하늘이 파랬다. 오늘 최고 기온이 28도였다. 긴팔 티셔츠에 짧은 야상 점퍼를 걸치고 나왔는데 곧 점퍼는 벗어서 허리에 둘러야 했다(웬놈의 패션이 그 모양이냐고 비웃지 마세요 엉엉....)



숙소가 말라 스트라나와 스미르호프가 맞닿는 우예즈드 쪽이라서 오늘 원래는 그냥 길 쭉 따라가다 말라 스트라나 구역이나 산책할 생각이었다. 프라하 성은 언덕길 올라가야 하고 로레타는 더 높이 있으니 나중에 트램 타고 가기로 하고 캄파에나 가고 미셴스카 골목 가서 카피치코에 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예즈드 거리 쭉 따라 걷고 또 꺾어서 걸어가자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이 나왔다. 잘 아는 곳이지만 예전에 머물땐 우예즈드에서 걸어가본 적이 없어 새로웠다. 캄파 쪽으로 걸어내려가려다 다른 길로 꺾었더니 새로운 길이 나와서 돌아다니다 어느새 마네수프 다리가 나왔다. 말라 스트라나와 구시가지 광장 쪽은 블타바 강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말라 스트라나 쪽에서 바라볼때 왼쪽부터 마네수프, 카를, 레기 다리이다. 카를교가 제일 유명하고 아름답지만 워낙 관광객이 많고 붐벼서 난 항상 마네수프나 레기로 다녔었다.



걷다 보니 마네수프 다리가 나와버려서 그냥 다리 건너서 구시가지로 가기로 했다. 잠시 마네수프 다리 앞 공원에 앉아 물을 마시며 쉬었다.




..



마네수프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향했다. 나중에 옮기는 숙소가 구시가지 쪽이라 여긴 그때 실컷 다녀야지 했는데 어찌어찌 발길이 이쪽으로 왔다. 아마 내 무의식이 원하는 장소가 있었던 것 같다.


낯익은 골목들을 지났다. 시청 건물을 지나고 카를로바 골목과 후소바 골목을 지나서 3년 전 두달 동안 머물렀던 릴리오바 골목으로 들어오자 기분이 묘했다. 골목은 거의 비슷했지만 카페 하나는 없어졌다. 맨날 자질구레한 식료품 사러 가던 가게는 그대로 있었고 동생과 함께 갔던 예쁜 초콜릿 카페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내가 살았던 그 아파트도 그대로 있었다.





문득 저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 컨시어지의 야나를 찾아가고 싶었다. 야나가 아직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 오든 환영하겠다고 했던 야나, 내가 떠나는 날 인사를 하려고 교대 근무를 바꿨던 야나. 그런데 저 문은 키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가 있고... 아니면 벨을 누르고 '야나를 찾아왔어요, 전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라고 해야 하는데 전자는 불가능했고 후자는 좀 부끄러워서 못했다. 아직 시간 있으니 돌아가기 전까지 꼭 야나가 있는지 보러 가야지.


..



여기까지 왔으니 당연히 오늘은 에벨에 가야 했다. 그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릴리오바에 왔으니 이 골목에 있는 그 펍에 가기로 했다. 항상 축구경기 틀어주는 펍이라 저녁엔 무서워서 못갔지만 낮에는 런치 메뉴가 있고 한산한 곳이다. 오늘도 역시 손님이 별로 없었고 런치 메뉴로 치킨슈니첼과 음료가 145코루나였다. 약 7~8천원 사이이다.


치킨슈니첼과 스몰 비어를 시켰다. 맥주나 소프트음료 중 고를 수 있는데 당연히 프라하에 왔으니 맥주.... 난 맥주 못 마시는 체질인데 신기하게 프라하에서 맥주 마셨을 땐 아픈 적이 거의 없었다.


너무 더웠고 갈증도 났고 많이 걸었기 때문에 맥주 첫 모금은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3년만에 돌아온 프라하에서의 첫 맥주였다. (스몰 비어라 0.3리터 정도 됐는데 역시 내겐 많아서 3분의 2만 마셨다)





맥주를 보면, 특히 프라하에서 맥주를 마시게 되면 항상 쥬인이 생각난다. 4년전 여름에 같이 왔을때 쥬인이 프라하 맥주를 너무 시원하게 들이켰었지... 쥬인, 내가 쥬인 생각하며 마셨어.





전엔 포크 슈니첼 먹었는데 이젠 알레르기가 생겨서... 그런데 마침 오늘 런치는 포크가 아니라 치킨 슈니첼이어서 기뻤다. 여기 치킨 슈니첼은 그닥 고급은 아니고 살짝 맥너겟 맛이 나지만 관광 중심지에서 이 정도 가격에 런치로 맥주까지 주고 감자튀김에 레몬까지 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간은 짜다. 슈니첼을 먹고 있으니 '아, 역시 짠 것이 프라하에 온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맛에 짠 거니까 다른 분들은 그냥 '살짝 간간하네 맛있다' 정도일 듯. 이 집이 덜 짠 편!!!


꾸역꾸역 감자튀김까지 다 먹음!




낮의 한산한 펍 내부가 평화로웠다. 유일한 창가에는 두 아저씨가 스코틀랜드 액센트가 강한 영어로 담소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나처럼 밥먹으러 온 것도 아니고 낮 12시 반에 그냥 맥주만 마시고 계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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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으로 올리고 있어서 모바일보다는 업로드가 잘 되는 거 같긴 한데... 사진이 여러 개니까 오늘 메모는 두개로 끊어서 올린다. 일단 여기까지 1부. 다음 2부에선 카페 에벨과 공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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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