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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피곤한 하루였다. 아침 일찍 KTX를 타고 지방 본사에 내려가야 했다. 오늘 슈퍼갑님이 왕림하셔서 회사 전체가 동원되었다. 여기 자세한 이야기를 적기는 어렵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그랬듯 우리 회사와 관계된 환경들도 과거 회귀, 나쁜 것들의 반복 혹은 악화라고 요약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오늘 하루는 바로 그런 일들의 명료한 구현이었다. 맥이 풀렸다. 심지어 나는 맡고 있는 업무와 위치상 슈퍼갑님과 식사도 같이 해야 했다, 그러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래저래 회사와 여러가지 앞날이 걱정되었다. 

 

 

돌아오는 기차 시간에 쫓겨 간신히 역으로 달려왔다. 금요일이라 기차를 놓치면 낭패였기 때문이다. 간신히 몇분 남겨놓고 역에 도착해서 기차를 잡아탈 수 있었다. 오늘은 슬프게도 날씨가 너무 좋았고 화창했다. 선글라스와 후드가 달린 겉옷을 입고 기차 창문의 블라인드도 내려두었지만 햇빛이 너무나도 따갑고 강렬해서 과연 이 선글라스가 내 눈을 잘 가려주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너무나도 눈이 부셨다. 눈에 햇빛이 제일 좋지 않다는데 오늘 왕복 몇 시간 동안 기차를 타면서 햇빛이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또 용산역에서 행신역까지 경의선을 타고 왔는데, 이것은 지상철이라 햇빛이 엄청나게 내리쬐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석양의 햇빛이 사정없이 이글거렸다. 예전에는 이렇게 햇빛을 받으면 잠이라도 잘 오니까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햇빛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 서글프고 속상했다. 오늘 너무 많은 햇볕이 눈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까봐 걱정이 좀 되지만 이런 것을 하나하나 너무 걱정하며 살다가는 정말 제대로 된 일상을 영위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어느 정도는 대범한 마음도 가져야 할 것 같은데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는다.

 

 

집에 돌아오니 정말 녹초가 되었다. 당일치기로 지방 본사 다녀오는 것 자체도 피곤한 일인데 너무 심적으로 힘들고 싫은 자리에 다녀와서 더욱 지친 것 같다.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좀 쉬면 나아지겠지. 내일은 아침에 미용실을 예약해두었다. 새치 집중 구역이 너무 자라나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내일은 토요일인데도 별로 늦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도 미용실 미션은 클리어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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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