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커피, 혹은 ex 와이파이 천국 2025 praha2025. 8. 2. 21:44

나로드니 트르지다로 나오면 지하철역과 거대 테스코 수퍼가 있다. 옛날에 두어달 지낼 때 항상 그 수퍼로 장을 보러 갔다. 테스코 수퍼가 지하에 자리잡은 이 건물 1층에 코스타 커피가 있다. 바로 앞에는 트램 정류장이 있는데 관광객이 프라하 성에 가기 위해 많이 애용하는 22, 23번이 정차하기 때문에 항상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오래전 나는 이 코스타 커피에 자주 가곤 했다. 맛있거나 분위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정말 실용적인 이유로. 지금이야 데이터 로밍을 해오지만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로밍은 안하고 그냥 현지 와이파이만 썼다. 이 코스타 커피는 가격도 저렴하고 또 와이파이가 잡혔다. 당시만 해도 와이파이 안 잡히는 카페가 많았다(에벨도 안 잡혔다) 맛있는 커피나 차는 에벨이나 도브라 차요브나, 카피치코. 여기 오면 거의 항상 병에 든 캐피 주스나 탄산수를 시켰다. 가장 저렴하면서도 맛이 평준화된 것들. 그리고는 저 통창 쪽 테이블에 앉아 와이파이를 잡아 검색을 하기도 하고 블로깅을 하거나 또는 스케치, 글쓰기 등을 했다. 창 너머로 빨간 트램 지나가는 것과 사람들을 보는 게 좋았다. 2016년 가을에 몇주 간 머무르는 동안에도 많이 갔다. 그 다음 해에도. 그때 나는 여기를 ‘와이파이 천국 코스타 커피’ 라고 불렀고 막바지에 와이파이가 시원찮아지자 그 별명을 취소해야겠다고 투덜댔다.
그리고는 코로나. 몇년 간의 공백. 당연한듯 해오는 로밍. 이제는 프라하에 가도 이 코스타 커피에 들어가지 않는다. 다른 카페들 가는 것들도 시간이 모자라고... 맛도 없고... (코스타 커피는 어느 나라에서 가도 맛이 없음) 그때 그 시기의 딱 이곳 코스타 커피만이 내게 특별하게 남아 있다.
사진은 이번 프라하 여행 첫날 아침. 나로드니 트르지다 정류장에서 트램을 타려고 숙소에서부터 쭉 걸어오다 찍은 나의 옛 와이파이 천국 코스타 커피. 그런데 역시나 저 통창의 매력은 강력한 것이어서 아주 잠깐 ‘아, 병 주스라도 마실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곧 22번 트램이 왔고 나는 그것을 타고 레기 교와 블타바 강을 건너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이후에도 여러 번 이곳을 통과했고 테스코 수퍼에도 두번이나 갔지만 코스타 커피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사진을 보니 좀 아쉽네.
참, 이 코스타 커피 창가에 앉으면 길 건너편으로 그 스팔레나 서점의 진열장이 보인다. 예전엔 보위님. 지금은 코베인. 내가 여기를 좋아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긴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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