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일요일 밤 : 휴식 끝, 폭염, 여러 가지 꿈, 제발 우렁이 좀 와주지 fragments2024. 8. 4. 20:35
이 사진은 어제 찍어둔 것인데 오늘은 이미 저 장미와 자투리 안개꽃은 다 시들었다. 날이 워낙 더워서 그런가보다.
휴가와 주말이 눈녹듯 사라지고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해 노동폭풍에 빠져들어야 한다.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또 새로 온 직원과도 적응을 해나가야 한다. 주중에는 차석임원이 저질러놓은 일 때문에 해외 관계자와 너무 싫은 미팅을 하러 가야 하고 주말에는 행사 진행 때문에 출근해야 한다. 모두 그냥 내 일복이려니 한다지만 이 폭염은 너무 괴롭다.
오늘은 36도가 넘었다. 내일도 이렇게 덥고 모레도 덥겠지 흐흑... 2018년보다 더 더울 수도 있다고 하는 뉴스가 계속 나와서 그 당시를 떠올려보았다. 그때 나는 회사의 전체 예산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여름이 제일 피크로 바쁜 시기였고 갑과 슈퍼갑들에게 시달리며 그들의 본거지로 출장을 다니는 한편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며 숫자와 사투를 벌였다. 당시는 지방 본사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거기는 중앙냉난방이라 저녁이나 휴일엔 냉방을 해주지 않아서 그야말로 더위로 탈진하기에 이르렀다. 그나마 지금보다 몇살이라도 덜 먹었으니 버텼나보다 흐흑...
어제 10시 전후 잠자리에 들었으나 새벽 1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아침엔 늦잠을 잤다. 자다깨다 하며 온갖 꿈을 꿨다. 새벽 꿈에서는 사람들에게 쫓기다가 하늘을 날아서 도망쳤다. 우리는 어느 건물 사무실에서 해변으로 나왔고 거기서 동행의 손을 잡고 공중으로 수직 상승했다. 동행은 쥬인이었던 것 같다. 쥬인이 어떤어떤 곳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해서 내가 '그러면 우도로 가야 해' 라고 하며 몸을 틀어서 검푸른 파도가 치는 바다를 가로질러 가려고 했다. 난 우도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왜 꿈에서는 우도가 나왔나 모르겠다만, 하여튼 쥬인은 우도는 별로라고 했고 나는 다시 방향을 틀었다. 그리 높이 떠오르지는 않았었다. 파도치는 작은 바다와 작은 육지들, 그 위를 선회하며 날다가 깼다. 그리고는 또 잠들었고 이번 꿈에서는 회사 선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우리는 아주 작은 잔에 그레이프프루트 주스 맛이 나는 칵테일을 마시고 소브라니 담배를 피웠다. 담배는 아주 가느다랗고 길었는데 나는 하늘색을 골랐다. 꿈속에서도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 상황에서는 피워보고 싶어서 피운 거였다.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을 때 나는 티슈로 코와 입을 감쌌다. 티슈에 피가 잔뜩 번져나왔다. 그런데 이 담배를 피울 땐 원래 처음엔 그렇다고 했다. 곧 피가 멎었고 나는 가능한 한 연기를 길게, 아주 길게 내뿜었다. 그런데 내뿜기만 할뿐 빨아들이고 들이마셔도 특유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아서 이건 왜 이렇게 향이 약한가 아쉬워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비흡연자의 꿈인가 싶다. 그러다 장면이 전환되어 어느 중견배우를 닮은 남자가 등장해 뭔가 찐한 로맨스의 분위기가 연출되다가 깨고... 이후 마지막 꿈에선 식당에서 무례하게 구는 점원 아주머니와 언쟁을 벌이다 깼다. 아아아, 이렇게 꿈을 이것저것 마구마구 꾸니까 잠을 자도 피곤한거야...
오늘은 렘의 솔라리스를 다시 읽으며 보냈다. 폭염의 여름에 읽기 좋은 책이다. 차디차고 싸늘하니까. 하지만 역시 나는 렘보다는 스트루가츠키 형제 쪽이 더 좋다.
아아 이제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야 흑흑... 기운을 내자... 어차피 새벽에 출근하니까 완전 폭염에 쪄지지는 않겠지... 하지만 점심 먹으러 갈때랑 퇴근할때는 영락없이 토끼찜... 내일 마스크를 어떻게 쓴다지... 그래도 쓰긴 써야겠지. 동생네는 코로나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흐흑... 오늘 디카페인 민들레차를 마셨으니 부디 늦지 않게 잠들 수 있기를... 아아 우렁이가 나 대신 출근해주고 어려운 일들도 다 해결해주고 금쪽이들도 싸그리 해치워줬으면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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