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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티타임. 오늘은 다즐링 서머골드를 좀 진하게 우려 마셨다. 홍차 중에서는 다즐링을 가장 좋아하고 다즐링이라면 퍼스트플러쉬보다는 세컨드플러쉬를 더 좋아하는 입맛이다. 그리고 가향티는 좋아하지 않아서 상당히 보수적이고 게으른 입맛이라고 해야 할 듯. 얼그레이는 있으면 마시지만 다른 선택지가 있을 경우엔 고르지 않는다. 

 

 

좋아하는 찻잔을 아주 오랜만에 꺼냈다. 이사오고 나서 이 찻잔이 장 깊숙한 안쪽 어딘가에 처박혀 있어서 찾기가 너무 어려웠음. 이 찻잔을 꺼내면 오래 전 쥬인과 함께 광명의 낡은 아파트 5층에 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래된 아파트라 베란다가 두개였는데, 창가와 나무 쪽으로 나 있던 베란다에 테이블을 놓고 거기서 차를 마시곤 했다. 그때 이 찻잔을 놓고 찍었던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다시 찾으려면 그 사진도 한참 뒤져야 할 것이다. 그 베란다 테이블에 카페 자이칙이란 이름을 처음 붙였는데... 

 

 

 

 

 

 

지난 주말에 주문했던 하얀 천일홍. 애초부터 좀 시들시들하게 도착했던 터라 꽃잎이 많이 말랐고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를 아주 짧게 잘라서 작은 컵으로 옮겨 꽂았다. 이 컵은 에르미타주 박물관 샵에서 샀던 것이다. 2016년 12월에. 그때 나는 여러가지 힘든 일들로 잠깐 휴직을 했다가 복직을 앞두고 막막하고 어두운 마음에 페테르부르크로 다시 날아갔었다. 겨울이었고 추웠고 눈이 많이 왔다. 박물관 샵에서 저 컵을 샀고 호텔 방 소파에 앉아 컵에 차를 우려 마셨다. 그래서 이 컵을 보면 힘들었던 시기와 어둑어둑한 페테르부르크의 12월, 눈, 그리고 아늑하고 아름다운 아스토리야 호텔의 방이 떠오른다. 그런데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서 어느새 그게 거의 7년 전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파란 폴란드 찻잔과 느낌을 맞춰보려고 꺼낸 마리메꼬 접시.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잘 어울린다. 폴란드와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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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