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 백조를 준비하는 지나 + about writing2020. 8. 1. 16:45
5월부터 꾸준히 쓰고 있긴 한데 속도가 느려서 아직 중반부에 머물러 있는 글이다. 일곱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금 쓰는 건 네번째 이야기로 지나가 1인칭으로 얘기한다. 이 에피소드만 1인칭이다. 지나의 시점에서 썼던 글은 옛날에 데이터 구축용으로 썼던 단편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쓰는 과정은 나름대로 재미있다.
아래 발췌한 부분은 지나와 미샤가 같이 췄던 배역들에 대해 높은 분들의 칭찬을 받는 장면 + 백조의 호수 데뷔를 앞둔 지나에 대한 얘기 약간.
불리첸코와 바랸체바는 당 간부. 마이야는 예전에 발췌했던 글에 몇번 언급됐던 미샤의 열렬한 팬이자 후원자. 레냐는 내 약혼자(ㅋ) 레냐가 아니고 미샤와 지나의 발레학교 동기이자 친구인 레냐. 전에 이 폴더에 올렸던 단편 illuminated wall의 화자이기도 했다.
글만 올리자니 심심해서, 마린스키 백조의 호수 전경 사진 한컷 걸어놓음.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어느새 합류한 불리첸코가 몇 주 전에 있었던 우리의 로미오와 줄리엣 데뷔 무대 얘기를 꺼냈고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바랸체바는 열 시에 국영 채널에서 그 공연 필름을 방영해줄 거라고 말했다. 렌필름에서 녹화를 해가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방송으로 풀 거란 생각은 못 했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바랸체바는 자기가 힘을 좀 썼다고 웃으며 대꾸했다. 농담인지 아닌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도 남을 여자이긴 했다. 테이블에 모여든 높은 분들은 한동안 미샤와 내가 같이 췄던 배역들에 대해 열띤 찬사를 주고받았다. 당장이라도 ‘저 빨강머리는 별로라니까!’ 하고 외치고 싶은 걸 꾹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마이야만 빼고.
이야기는 어느새 2주 후로 다가온 나의 백조의 호수 데뷔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쿨리마코프는 나의 오딜이 너무나 기대된다고 했고 마이야는 결국 ‘그러게, 오딜은 정말 잘 어울릴 거야. 오데트는 글쎄, 연습을 많이 해야겠지’ 하고 공격을 해왔다. 뭐 극장에서도 수차례 들었던 말이고 나도 동의하는 얘기라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솔직히 오딜이 더 쉬웠고 오데트는 어려웠다. 그래도 미샤가 백조의 호수를 이미 여러 번 춰 본 데다 나와는 호흡이 잘 맞아서 다행이었다. 오데트 등장 장면을 연습하다 실수를 했을 때 미샤는 ‘그렇게 파닥거리면서 나타나면 벌써 석궁에 맞았겠다’ 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내 팔 동작을 고쳐주었다. 싸가지는 없지만 이 녀석에겐 의외로 선생님들보다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교정을 해주는 능력이 있다. 그 장면을 구경하던 레냐가 ‘지나 오데트는 화살에 맞아도 끄떡없이 지그프리드를 쪼아버릴 것 같아’ 라고 끼어들어서 정작 나는 우스워 죽을 뻔했는데 미샤는 ‘지나 잘하고 있으니까 넌 조용히 해’ 라고 꾸짖었다. 자기가 농담을 시작한 주제에!
'about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시 - 예전의 글 : 료샤와 타타 (5) | 2020.08.16 |
---|---|
루빈슈테인 거리 사진 한 장 (2) | 2020.08.08 |
잠시 - 연말 저녁 어둠에 잠긴 거리 + (4) | 2020.07.12 |
잠시 - 장을 보러 간 코스챠 (2) | 2020.07.05 |
지금은 사라진 에벨의 안쪽 테이블에서 + 당시 쓰던 것 (6) | 2020.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