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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30. 22:33

이삭 광장에서 2017-19 petersburg2019. 1. 30. 22:33





가을의 페테르부르크. 작년 가을에 도심의 이삭 광장에서 찍은 사진 두 장. 이름 그대로 이삭 성당 앞의 광장이다. 황금빛 돔의 이삭 성당과 파란 하늘 한 컷.







그리고 (비싼거 빼곤 다 좋은) 아스토리야 호텔 지붕과 구름도 한 컷. 여기는 그랜드 호텔 유럽과 더불어 나의 소녀의 로망 중 하나였던 호텔. 로망은 둘다 이루었다만... 동행이 없다는게 슬픔 크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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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도시 :)



아스토리아 로툰다 카페.






아아 욕조 있는 집으로 다시 이사가고프다 ㅠㅠ






(원래 내가 좋아하는 장미향 배스밤을 사려 했는데 점원이 이거 신제품이라고 꼬셔서 사보았음)







(녹으면 이렇게... 핑크색과 연한 붉은빛 마블링이... 확실히 이런 건 파란색 계열이 예쁘긴 하다만 ㅋㅋ

이놈은 좀 클린코튼 향 비슷한 게 났다. 나쁘진 않았으나 나는 장미향 쪽이 더 좋긴 했음)





(그려놓고 보니 꼭 가운데 손가락 같아 ㅠㅠ 아니에요 세어보세요 검지에요 ㅋㅋ)




흐흑 료샤에겐 말로는(특히 러시아어로는) 이길 수 없어 ㅠㅠ



그치만 그 수염 에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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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의 이삭 광장에서 찍은 호텔 전경. 빨간 차양들만 나왔지만^^;)

 



어제 완전히 녹초가 되어 뻬쩨르 도착. 어제는 료샤가 시간이 안돼서(얘는 왜 항상 내가 오는 날이랑 출장이랑 겹치는 거야 -_-) 그냥 호텔 픽업을 요청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공항에서 호텔 가는 교통비는 아끼지 않게 됨...



어제 픽업을 나온 기사는 젊은 남자였는데 내게 러시아어 발음이 매우 좋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 얘기를 오늘 료샤에게 했더니 이 자식이 '그래 맞아 너는 발음이나 억양 자체는 괜찮아. 근데 우다레니예-강세-가 틀려. 그리고 갈수록 문법도 얼버무려!' 라고 한다 흐흑... 진실이므로 뭐라 할 수도 없음 엉엉)





호텔에 도착한 게 밤 열한시 무렵이라 씻고 어쩌고 하다가 새벽 한시쯤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여섯시간 시차가 나니까 하루를 꼬박 샌 것이나 다름없다. 너무 피곤했다. 시차 때문이라기보다는 언제나처럼 잠든지 네시간 만에 깼다가 도로 자고 아침부터는 한두시간마다 자다깨다 반복했는데 피로가 쌓여서 자고 또 잤다. 열시 반쯤에야 억지로 일어났다. 꽤 추웠다. 다음주부터 난방을 해준다는데 잘못 걸렸어 흐흑... 춥잖아. 생각해보니 예전에 페테르부르크 기숙사에서 살때도 이맘때가 젤 추웠다. 난방 해주기 직전인데 날씨는 이미 초겨울!



조식도 포함 안되어 있고 제일 저렴하고 환불 안되는 방을 예약했다. 맨날 늦잠자고 게으름부리고 아침은 조금밖에 못먹으니 조식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기도 하고... 그러나 이 호텔은 조식이 아주 근사하므로 살짝 아쉽다. 한번쯤 돈내고 먹어볼까 했지만 꽤 비싸고 작년 겨울에도 먹어봤으니 그러지 않기로 했다. 오늘처럼 한시가 다 되어 나섰을 때는 더더욱 조식 포함 안 시킨게 잘한 일임 ㅠㅠ



...



나왔더니 가랑비 흩뿌리고 엄청 춥고 쌀쌀하고 음습함. 긴 티셔츠에 카디건에 니트 재킷을 입고 재킷에 달린 후드까지 덮어쓰고 스카프 둘렀는데도 추웠다. 청바지 한장은 안되겠구나 ㅠㅠ 일단 도보 10분 거리의 고스찌에 갔다.




여기는 런치메뉴가 있어서 좋다. 올리비에 샐러드와 양배추 수프, 비프 스트로가노프, 녹차를 골랐다. 합쳐서 380루블! 팁까지 합쳐도 8천원! 게다가 맛도 뛰어나다. 이 동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카페라 올때마다 자주 들르는 곳이다. 료샤와 레냐도 여기를 좋아한다. 오늘은 미니 나폴레옹 케익도 디저트라고 같이 주어서 더 좋았다. 시큼한 맛이 감도는 양배추 수프도 무척 맛있고 따끈했다. 식전빵도 고소하고 맛있었다. 아아 맨날 시골에서 식판밥이랑 컵밥만 먹었지 엉엉...





훈제치킨이 들어간 올리비에 샐러드. 여기 올리비에 샐러드 무척 맛있다. 소박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옛날엔 안 좋아했지만 지금은 매우 좋아하게 된 양배추 수프. 시큼한 맛이 매력. 생긴건 꼭 미역국에 두부 띄워놓은 것 같다만... 저 하얀 건 스메타나(사워크림). 안에는 잘게 썬 감자도 들어있고 여기는 특이하게 삶은 달걀 반쪽도 들어있다! 발음법 표기상 '시치' 'shchi' 라고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시이'에 가깝게 발음된다. '쉬'와 '시' 사이 어딘가에 있는 발음인데 이거 발음이 나에겐 좀 어렵다 ㅠㅠ 어떨땐 되고 어떨땐 안된다. 오늘은 그만 '쉬'라고 발음해서 점원이 '아하, 양배추 수프요?' 하고 알아맞췄다 흑...



...



밥을 먹은 후 네프스키 거리를 따라 좀 걷다가 너무 춥고 비까지 와서 그냥 물건만 좀 사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의 로모노소프 샵에 가서 찻잔 한세트랑 접시 하나를 샀다. 엄청 조금 샀구나! 하고 자가칭찬... 을 하기는 어려운게 찻잔이 쪼끔 가격대가 있었음(그래도 우리 나라 들어오는 것에 비하면...)



그리고는 항상 첫날에 하는 의식대로 네프스키에 있는 카톨릭 성당에 초 켜러 갔는데 공사 중이라 못 들어갔다 ㅠㅠ 근처의 러쉬 매장에 가서 입욕제를 산 후 버스를 타고 호텔로 되돌아왔다. (공항 면세점 붐벼서 취소했었으나 호텔 방 욕조를 보고 머리가 멍해져서 결국 사버림. 이게 뭐야 엉엉.. 면세가 더 쌌는데...)



방에 돌아와 입욕제를 풀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노곤하고 좋았다. 아아 욕조 있는 집에서 살고파라.... 화정으로 이사온 후부턴 집에 욕조가 없고... 시골의 2집도 오피스텔이라 욕조 없다 엉엉... 나는 욕조가 좋은데...



...





목욕을 한 후 호텔 로비 카페로 내려가 다즐링과 메도빅을 시켜놓고 글을 조금 썼다. 어머나, 한동안 못 쓰던 글조차 여기 오니 몇줄이라도 쓸 수가 있네 엉엉어엉엉 역시 나는 회사 때문에 글을 못 쓰고 있는 거였다... 아름다운 도시의 아름다운 카페에 앉자 글이 써진다!!! (하지만 비싸다는 것이 함정!)



(이삭 성당 앞 장미가 아직도 피어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추워져서 다 져버렸을 줄 알았는데 아직 덜 시들었다!)




글을 쓰며 료샤를 기다렸다. 료샤는 주말에 노보시비르스크(!) 출장을 갔다가 오늘 돌아오는 거였다. 노보시비르스크도 여기서 비행기로 몇시간 걸린다. (그래도 얘는 비즈니스석 타잖아 흐흑) 사무실에는 안 가고(왜냐면 얘는 자기가 보스니까ㅠㅠ) 집에 가서 가방 풀고 옷만 갈아입고 카페로 왔다. 6월초에 프라하에서 헤어졌으니 4달 만이었다.



앗! 뭔가 바뀌었다! 헤어 스타일! 맨날 짧게 잘라 세우던 스타일이었는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나는 긴 머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맨날 머리 한번 길러보라고 했었음 ㅋ) 그것까진 좋은데... 수염도 세트로 기르고 있는 거였다! 끄악.... 남자는 수염이라며 자기 되게 멋있지 않냐고 자뻑에 취해 있다... 너 수염 안 어울려 ㅜㅜ



료샤는 날 보자마자 볶음너구리 타령을 해댔다... 너 그게 진짜 맛있었구나... 매운데도...



그래서 밖에 나가 저녁 먹는 대신 그냥 방에 올라왔다. 료샤는 방을 보더니 '웬일로 네가 이렇게 좋은 방을 얻었냐!' 라고 한다. '몰라, 호텔에서 업그레이드해줬어. 젤 싼 방 했는데..' 라고 하자 '비수기라 그렇지. 누가 이런 구질구질한 시즌에 여길 오냐!' 하고 비웃는다 흐흑....



좋은 방이라 하는 이유는... 이 방에는 소파가 있어어!!! 3인용 소파 1개 2인용 소파 3개!!!! 기다란 테이블도 있고... 그리고 옷장 칸은 따로 문이 있고!!!!!!게다가 6층이다.






료샤는 볶음너구리를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컵라면보단 사실 라면 버전으로 볶아먹는게 더 맛있지만 그래도 맛의 큰 차이는 없다. 그래서 료샤에게는 볶음너구리를 끓여서 손수 비벼주고(!! 나는 진정한 친구!), 나는 카페에서 메도빅도 먹고 으슬으슬해서 차에 꿀과 레몬까지 타서 먹었더니 밥 생각이 없어서(사실 먹을 것도 없다. 이번에는 료샤랑 레냐 줄 것만 챙겨오고 나 먹을 건 유부우동 작은 컵라면 하나 가져왔는데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그냥 어제 호텔에서 웰컴 선물로 차려놓았던 과일접시에서 서양배를 먹었다. (이미 아침에 서양자두 두알이랑 미니사과 한알을 먹었음)



료샤가 하필 자기가 좋아하는 배를 먹냐고 투덜투덜... 파란 사과 아니면 포도, 키위도 있는데 왜 배를 먹냐고 한다. 이 자식아, 볶음너구리 사다줬잖아! 서양배 별로 맛도 없구먼 ㅠㅠ 난 저녁 대신 먹고 있는데!!!



(그 과일접시엔 원래 이런 것들이 있었으나 아침에 자두랑 미니사과는 해치웠음)

(맨 위에 있는 것이 료샤가 탐내던 서양배 -_- 뒤집어놓아서 동그래 보이네)



그러자 자기는 볶음너구리 먹으면 매우니까 과일접시의 배를 보고 아 저거 먹으면 되겠다 하고 나름대로 계산을 했던 거라고 한다 ㅠㅠ 그러나 내가 맥심을 꺼내서 보여주니 불만이 쏙 들어갔다. 열렬한 볼뽀뽀와 사랑 고백을 받았다 ㅋㅋㅋ (누누이 말하지만 얘는 맥심 믹스만 갖다주면 사랑 고백을 쏟아놓는다 ㅋㅋㅋ 료샤에게서 사랑 고백을 받고프다면 맥심을 준비하세요)



그래서 오늘 사온 (비싼) 찻잔을 심지어 이놈의 맥심 타주는 용도로 개시하였다. 흑... 나도 아직 안 마셔본 새 찻잔... 심지어 인스턴트 커피믹스로 개시....



(맥심으로 개시된 나의 새 찻잔. 맨 아래는 마침 할인 중이어서 산 접시)



료샤는 행복해하며 볶음너구리를 해치우신 후 맥심을 마시고 나는 서양배를 먹고 물을 마시며(뭐야 이게 ㅋㅋㅋ) 편안한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아 방 업그레이드해주니 참 좋구나(들인 돈은 다 까먹고 방 업그레이드해줬다고 좋아하는 역시 조삼모사 토끼 ㅠㅠ)



료샤는 더 늦게까지 놀고 싶어했다. 나도 더 놀고 싶었지만 얘도 출장 다녀왔고 내일 아침엔 또 조찬 미팅 따위가 있다고 해서 '이제 들어가랏!' 하고 등 떠밀어 보냈다. 료샤는 '쳇, 간만에 좋은 방 얻어놓고 내쫓냐!' 라고 툴툴댔지만 진실은 '아 조찬 미팅 가기 시러ㅠㅠ' 임. 조찬 미팅까지 가야 한다면 제발 수염 깎고 가라고 슬슬 달래보았지만 그는 자신의 멋있음을 과시할 거라면서 수염 안 깎을 거라고 한다 ㅠㅠ 수염도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고 ㅠㅠ 료샤는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보며 레냐랑 한통속이라 한다. 레냐도 '아빠 수염 싫어' 라고 했단다 ㅋㅋㅋ



하여튼 수염모드로 나타난 료샤는 조금 전에 돌아가고 나는 이제 오늘 메모를 적고 있다. 날씨는 아주 안 좋고 바깥 구경은 별로 안 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아아 회사를 안 가니 이렇게 좋은 것을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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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 2. 23:16

차 마시며 친구 기다리고 있음 2017-19 petersburg2017. 10. 2. 23:16



밤에 자다가 너무 추워서 깨어나 이불을 두겹으로 접어서 덮고 잤다. 아직 도시 난방이 시작되지 않았다. 제일 추운 시기이다. 밤 기온 5도, 체감 3도. 낮 기온 8도, 체감 5도. 가랑비가 흩뿌려서 더욱 음습하다. 전형적인 페테르부르크의 흐리고 비오는(ㅜㅜ) 날.



늦게 일어나 고스찌에 가서 아점 먹은 후, 네프스키 거리 조금 걷다가 도로 호텔로 돌아왔다. 너무 피곤했다. 내일은 공연도 끊어놨고 그날 시작 직전(이 망할놈의 호르몬 주기는 꼭 이럴 때 맞춰서 옴)이라 힘들어서 다른데 안 가고 그냥 호텔 로비의 카페에 내려와 차 마시고 있다. 차를 안 마셨더니 머리가 아파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 아스토리아 로툰다.



다즐링 마시며 메도빅 먹고 있음. 두통이 좀 가신다. 글 쓰려고 노트북도 가지고 내려왔는데 결국 이렇게 블로깅이나 하고 놀기만 할 거 같아 ㅎㅎ



료샤가 저녁에 여기로 오기로 했다. 레냐는 학교도 가야 하고 월요일이라 엄마네에 있어서 주중 늦게나 만날 것 같다. 어제 내가 밤늦게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냐는 공항에 갔다가 약혼녀 쥬쥬의 호텔방에서 자고서 등교하겠다고 찡찡대어 료샤를 당혹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ㅋㅋㅋ(어머 얘 좀 봐~ 약혼자 9세 ㅋ)











내가 사랑하는 아스토리아의 빨간 차양. bravebird님과 엽님 모두 이 차양 아래에서 처음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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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8. 21:13

밤중에 호텔 복도를 지나다 2016 petersburg2017. 3. 8. 21:13




아스토리아 호텔의 색깔과 빛, 붉은색과 푸른색 줄무늬, 이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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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 23:44

여유를 찾고 싶다 2016 petersburg2017. 2. 2. 23:44




한달 넘도록 내내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며 일에 파묻혀 있다 보니 두뇌 대부분이 일에 대한 생각으로 채워져서 사적인 일들이나 쓰는 글, 그외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사고/감상 등에 대한 뇌세포는 거의 활동을 멈춘 상태인 것 같다. 매일 멍하게 돌아와 멍하게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이면 일하러 간다.



책도 읽고 글도 다시 조금씩 쓰고 싶은데 토요일에 잠시라도 여유를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에겐 쇼핑이나 수다, 스포츠 같은 것들보다 실은 저런 일들이 더 필요하다. 제대로 쓰고 읽지 못하고 쉬지 못하니 좀 힘들다.


좀 있으면 나아지겠지.


사진은 12월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아 호텔 로툰다 카페. 내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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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7. 23:00

이런 색깔 쿠션과 커버 찾아요 2016 petersburg2017. 1. 17. 23:00




2집에 침대를 들여놓은 후 잠자리는 더 편해졌다만 집은 여전히 좀 썰렁하고, 아직 침대 시트를 사지 않은데다 엄마가 예전에 보내준 분홍색과 하늘색 극세사 이불을 덮고 연분홍색 극세사 패드를 깔고 자고 있다. 뭔가 색깔이 맘에 안 들고 어수선해서 조만간 시트나 이불커버, 쿠션을 사고픈데 긴축재정 중이니 비싼 건 못 사겠고, 근데 예쁜 건 사고 싶으니 이것은 언제나 딜레마임.


사실 저런 색깔/디자인의 커버와 쿠션 사고 싶음. 램프 불빛 켜놓은 실내라 좀 어둡고 노랗게 나왔지만 실제 색깔은 민트블루 + 상아색 감도는 흰색이다. 딱 저런 스타일을 원하는데(아니면 어둡고 짙은 빨강과 하양 조합도 좋아하는데 그 색채는 지금의 2집에는 도저히 안 어울릴 거 같다 - 2집은 분명 색맹이 디자인했다... 하얀색과 형광연두색으로 벽과 선반이 칠해져 있다 ㅠㅠ)


이런 디자인/색깔의 쿠션이나 베개, 침대 시트/커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 근데 너무 비싸면 울어버릴 거에요 (광고글은 말고요 흑)




사실은... 램프도 사고 싶... ㅠㅠ 흑흑 요 며칠 너무 스트레스 받나봄.





이렇게... 사실 커튼도 있었음 좋겠... 엉엉....

(여기 2집 창문에 달린 블라인드 너무 허술하고 안 이쁨 흑)


...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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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9. 14:41

페테르부르크 숙소와 창가 2016 petersburg2016. 12. 29. 14:41

 

약 2주 전. 페테르부르크 떠나기 전날 밤.

돌아온 후에는 많은 일이 너무 정신없이 몰아쳐와서 언제 저곳에 있었는지 벌써 아득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 다녀온 것 같다. 여러가지를 희생하며 다녀온 것이긴 하지만.

 

저때 샀던 책은 저 여섯권과 문양 색칠 책 두권이 전부였다. 저 여섯권 중 한권은 공항에서 다 읽었고 제일 얇은 도블라토프 단편집 한권은 지금 가방에 들어 있다. 저녁에 기차 타고 올라갈때 읽을 생각이다.

 

난 항상 저런 창가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지.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저런 창가가 딸린 집에 살아본 적이 없어 아쉽다.

 

본의 아니게 쓰지 못하고 있는 핸드폰은 아마 최소 2주는 더 있어야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집에 돌아가면 오래된 아이폰 4로 교체해 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돌아오고 나니 저순간, 저곳이 참 그립다. 그때도 그런 생각했었다. 돌아가면 이순간 이곳이 참 그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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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1. 03:13

자다 깸, 갖고팠던 소파 2016 petersburg2016. 12. 21. 03:13



약에 취해 곤히 자다 ​​기침하느라 두시 반쯤 깨서 잠시 잠못이루고 있음.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기침을 하네, 등과 가슴과 배가 너무 당겨온다. 있다 출근할때 마스크 쓰고 가야겠어 ㅠㅠ

사진은 아스토리야 호텔 라운지의 소파. 아, 우리집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저 소파랑 쿠션... 벌러덩 드러눕고프다.

다시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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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 페테르부르크를 떠난다. 9박 10일이지만 경유와 시차 때문에 이곳에서 온전히 보낸 시간은 8일이다. 떠나기 사흘 전에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날아왔었다. 그간 쌓아둔 마일리지 덕에 항공권 값은 들지 않았지만 하여튼 먼 곳에 왔다 가므로 이래저래 또 유리지갑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럴 거 각오하고 온 거였으니까.


돌아가면 당분간 매우매우매우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 올해 몇달 동안 일을 쉬었고 바깥에는 세번이나 나왔으니 유리지갑은 유리먼지가 되어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번에 온 것 때문에 엄마가 굉장히 화를 내시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사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로 왔다. 그렇지만 회사에 돌아가기로 결정한 이상 마지막으로 충동적이고 자신을 위한 짓을 하나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온 것은 잘한 것 같다. 물론 다음주부터 다시 회사에 돌아가 출근할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과연 어디로 발령을 받을지 모르므로 더더욱 매우매우 심란하지만 어쨌든 이곳에 잠시라도 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지 않았다면 더 우울하고 더 심란하고 아마 더 두려웠을 것이다.


이번에 머무는 짧은 기간 동안, 해는 더욱 짧았다. 요즘은 거의 여름 시즌에만 왔고 이런 한겨울에 왔던 건 2015년 초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때는 그나마도 1월말이었기에 지금보다는 해가 길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날씨 운이 별로 없어서 예전만큼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공연은 두개 봤고 그래도 박물관은 세곳 갔다. 새로운 카페와 식당은 거의 개척하지 않았다. 호텔 카페에 자주 갔고 날씨가 궂어서 가까이 있는 고스찌에 자주 갔다. 이번엔 수프 비노에 가지 못했다. 아쉽긴 한데 눈보라가 자주 쳐서 그 길 따라 걷기가 힘들었음 ㅠㅠ


..





어제 1시 반쯤 잠들었는데, 김릿을 마셨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았었다.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떠나온 터라 병원에 들렀다 오지 못해 약이 조금 모자라기도 하고, 또 약 먹을때 술마시면 안된다 해서 어젠 아침이랑 저녁에 약을 안 먹고 잤다. 원래 약을 먹기 전에도 술 마시면 자다가 깨버리곤 했었다.


하여튼 어제 8킬로 가까이 걸어서 내 기준으로는 엄청 걸었던 건데(무거운 어그부츠와 패딩, 짐, 그리고 눈보라를 맞았으니 체감 10킬로 이상 걸은 듯) 아주 피곤했지만 새벽에 두어번 깼고 두번째 깼을땐 잠이 안와서 한두시간 누워 있다가 조식 알람을 꺼버리고 다시 잤다. 아무래도 귀국 날짜도 다가오고, 귀국보다도 이제 복직 날짜가 코앞이라 그런 것 같다.


여기는 내 로망이었던 아스토리아 호텔이라, 비수기 요금으로 운좋게 묵긴 했지만 그래도 조식을 꼬박꼬박 먹어줘야 이득인 건데 머무는 동안 반타작했다. 반은 먹었고 반은 못먹었다 흐흑... 조식 카운터의 아름다운 여인이 아침에 내가 가면 이름 부르며 '외국에서 와주신 손님이 여러 날 머무르며 아침 드시러 오면 참 반가워요' 라고 했었는데... 그 이후 연이틀 조식 먹으러 안 감 ㅋ 내일 떠나는 날이니 시계 일찍 맞춰놓고 조식 먹으러 가려고 한다. 내일 아침 9시 40분 택시를 예약했다.


..




날씨가 흐렸다. 그래도 어제 펑펑 오던 눈은 그쳐 있었다. 기온은 영하 10도 가량이었지만 물론 이 동네는 바다와 강변, 늪지에 세워진 도시인데다 아스토리아 호텔과 이삭 성당은 네바 강에서 가깝기 때문에 바람이 씽씽 불어서 체감온도가 더 낮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몸도 많이 피곤했고(머무는 내내 그래도 줄기차게 돌아다녔음) 짐도 싸야 했고 돌아가면 이제 숨가쁜 나날들(지방 내려감, 새로운 집2 계약과 집정리, 복직, 새로운 부서 발령, 다시 일 시작, 길 위의 인생 다시 시작)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오늘은 그냥 밥먹고 기념품 가게나 잠깐 가기로 했다.


역시나 추워서 멀리 안 가고 호텔에서 걸어서 한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말라야 모르스카야의 고골에 갔다. 여기는 보르쉬가 제일 맛있지만 오늘은 항상 먹어보고팠던(그러나 좀 비싸서 안 먹었던) 생선수프 우하를 먹었다. 나는 우하를 좋아한다. 크림 넣은 핀란드식 우하보다는 맑게 끓인 러시아 우하가 더 좋다. 연어와 대구, 토마토와 감자, 양파, 셀러리가 들어 있었는데 살짝 짰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그거랑 전에 맛있게 먹었던 수도원식 생선파이를 먹었다. 수프가 생선이니 메인은 딴걸 먹는게 좋았겠지만...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거 같아서 헉헉거리며 나왔다.


..




네프스키에 있는 부크보예드 라는 서점에 갔다가 뒤늦게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라는 재미있는 책과 옛날에 좋아했던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옛 추리소설 페이퍼백 두권을 샀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 두어 곳에 들렀다. 전에 샀던 목각 천사의 친구를 사고팠는데 그 이후 올때마다 실패했었다. 천사를 파는 곳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나마 파는 곳도 천사 얼굴이 너무 이목구비가 만화같고 진하고 못돼 보였다. 나는 착하고 온순한 눈빛의 천사가 좋은데...


그런데 이번에 간 곳에서 눈이 덜 크고 온화하게 생긴 천사 딱 하나를 발견. 그걸 고르자 점원 여인이 '어머나, 그거 너무 이뻐서 사실 안 팔고 제가 그냥 할까 했었어요. 걔만 얼굴이 다르거든요' 라고 웃었다. 그래서 내가 '저를 위해 남겨두셨군요~' 라고 했고 둘이 막 웃었다.


(실내에서 찍어서 색이 노랗게 나왔다만.. 원래는 더 파란색이고 더 하얗다)


집에 있는 천사는 녹색 망토, 오늘 산 천사는 푸른 망토이다. 정교 이콘에서 녹색은 원래 가브리엘, 파랑은 미카엘이니까 그렇게 부를까 한다. 물론 노어로 불러야 하니 집에 있는 애는 가브릴라, 오늘 산 애는 미하일... (그러나 둘다 여자처럼 생겼다 ㅋㅋ 집에 있는 애랑 오늘 산 애를 비교하면 얼굴은 가브리엘이 더 이쁜데... 뭐 러시아 이콘들도 보면 미카엘보다 가브리엘이 더 이쁘니까 괜찮음. 미카엘은 싸우는 애고 가브리엘은 자비의 전령이라 그런가 ㅋㅋ)


그리고 조그만 브로치를 두개 샀다. 유리지갑 가루라서 이번엔 책이고 찻잔이고 이쁜 것들이고 거의 안 샀는데... cd도 안 샀고 마린스키에서도 샵의 할머니가 찾아준 루지마토프 젊은 시절 사진들 몇장과 슈클랴로프 사진 한장 외엔 안 샀는데 막상 돌아갈 때가 되니 '돈 조금 더 찾지 뭐' 하며 자신을 위해 작고 이쁜 걸 사기로 했다.


..





오후에 방에 돌아오니 호텔에서 컴플리멘트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 테이블에 과일 접시와 아스토리아 호텔 초콜릿, 손으로 쓴 카드가 놓여 있었다. 즐겁고 기뻤지만.. 줄 거면 초장에 좀 주지... 낼 가야 하는데 이 과일이랑 초콜릿을 어떻게 다 먹니 흑흑...


예전에 그랜드 호텔 유럽에 갔을때 거기서 예상치 않은 이런 선물을 받고 무척 기뻤던 적이 있다. 거기는 도착한 날이면 웰컴 과일이 있었고 처음 갔을때는 샴페인과 케익을 주었다. (나중에 두어번 더 갔을땐 샴페인 대신 에비앙으로 바뀌어서 좀 슬펐지만 ㅋㅋ)


아스토리아도 그랜드 호텔 유럽과 비슷하게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긴 한데, 손님을 더 편안하게 해주고 뭔가 더 아늑하고 덜 어색한 건 후자인 것 같다. 비교하면, 그랜드 호텔 유럽은 내가 막 해골옷 입고 돌아다니고 카페에 편하게 내려가도 별로 위화감이 안 느껴지는데 여기는 괜히 좀더 잘 차려입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진짜로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유럽 호텔 문지기 아저씨가 더 친절해서 그런지도... 여기는 문지기 젊은이들-아저씨 아님-이 인사를 해도 잘 안 받아줌 -_-) 그래도 아스토리아는 나무바닥이라 카펫 깔린 유럽호텔보다 인테리어는 더 맘에 든다. 유럽호텔의 그 꽃무늬 커튼보다는 아스토리아의 파란 줄무늬 커튼이 좀더 내 취향이긴 하다.


하여튼 아주 오랜 옛날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읽었을때부터 로망의 호텔이었으니 여기서 며칠 묵은 것 자체로 뭔가 소녀의 꿈이 또 하나 이루어졌음. (그랜드 호텔 유럽에 묵었을때 소녀의 꿈1 이루고 이번에 꿈2 이룸 ㅋㅋ)


..


짐 싸기 전에 차 한잔 마시고 싶었다. 아스토리아에서 대각선으로 좀 걸어가 길을 건너면 포시즌스가 있다. 거기 묵을 형편이야 당연 안되고... 그래도 차는 한잔 마셔보고 싶어서 한번 가볼까 싶었다. 여기야 묵고 있는 호텔이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카페에 드나들었다만 그래도 포시즌스는 다른 호텔이니 여기 싸와서 한번밖에 못 입은 문제의 그 코트를 걸치고 나갔다(여기 오기 전날 쥬인이랑 백화점 갔다 질러버린 코트. 쥬인이 일명 '다마치까 코트'라고 부른다.


즉 귀부인 코트. ('다마'가 부인, 귀부인이고 다마치까는 지소체 애칭임) 그 이유는 이 롱코트가 로브처럼 끈을 매는 디자인에 풍성한 털이 좀 귀부인처럼 달려 있어서 ㅋ) 그러나 이 있어보이는 귀부인 코트는 복슬거리는 털이 달리긴 했지만 모자가 달려 있지 않아 머리랑 귀가 시리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나의 비니를 눌러쓰자니 안 어울리고... 그래서 귀부인처럼 입기 위해 막 추위에 떨며 머리를 내놓고(ㅜㅜ) 긴 코트를 펄럭이면서 호텔을 나왔다.


근데 길을 건너려다 보니 우리 호텔 자매호텔인 앙글레테르에 붙어 있는 카페 샤스찌예의 창가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 이 카페는 전에도 몇번 갔는데 음식보단 차랑 디저트가 낫다. 그리고 이삭 성당이 그대로 보인다. 저 자리 비는 적이 별로 없으므로 뭔가 하늘의 계시 같아서 '귀부인이고 포시즌스고 내 팔자에 무슨 귀부인~ 나는 여기로~' 하면서 샤스찌예로 쏙 들어갔다.






그래서 샤스찌예 창가에 앉아 어스름 속의 이삭 성당을 실컷 보면서 얼그레이를 마시고 맛있는 메도빅을 먹었다. 이번에 페테르부르크 와서는 메도빅만 서너번 먹은 것 같다. 그리고 아까 서점에서 산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란 책을 좀 읽었는데 무지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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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쯤 후 방에 돌아와 가방을 꾸렸다. 무게가 좀 간당간당한 것 같다. 모스크바로 국내선을 타고 가야 하니 이게 항상 딜레마임. 대한항공 직항이면 모닝캄이라 30킬로까지 괜찮은데.. 여름에 돌아갈떈 오래 머물러서 짐이 좀 무거웠다. 그나마 아에로플롯도 스카이팀이라 무게는 봐주는데 대신 가방 두개로 부쳐야 한다고 했다. 그때 가방 한개가 20킬로가 넘으면 안된다 해서 두개로 급하게 만들어 부쳤었다. 가방 하나만 부치면 23킬로 제한인데...


하여튼 입국할때랑 비교해서 다 쓴것, 선물한 것, 버린 것과 새로 산 것들을 따져보며 지금 가방을 얼추 계산해보면 23킬로가 좀 넘을거 같기도 하다. 겨울옷과 카메라, 렌즈, 노트북 등등이 있어서 그렇다. 풀코보 공항은 예전에 엄청 후졌던 시절엔 그래도 무게 재는 저울이 있었는데 좋아진 지금은 막상 저울이 없다 ㅠㅠ 일단 가방을 싸면서 책들을 에코백에 따로 집어넣었다. 내일 공항 가서 무게 재보고 23킬로 넘으면 그 책들을 잽싸게 빼서 보조가방에 쑤셔넣어 두개로 부쳐야겠다. 아이고 피곤해...


짐 싸는 게 제일 싫다. 여행 가기 위해 싸는 것도 싫은데 돌아가기 위한 짐은 당연히 더더욱 싸기 싫다 ㅠㅠ


..


짐을 다 쌌을때쯤 료샤가 왔다. 그냥 밖에 안 나가고 방에서 얘기 나누었다. 호텔에서 준 과일들이랑 초콜릿, 그리고 어제 세베르에서 사왔던 에클레어를 꺼내놓고 먹었다.


료샤는 여전히 내가 복직하는 것에 반대하고, 그냥 무슨 일이든 찾아서 러시아에 남으라는 마음이긴 하다. 하지만 오늘은 '나 더 이상 너한테 가지 말라고 안할게' 라고 했다.


내가 '왜? 설득하느라 지쳤어? 지겨워?' 하고 묻자 료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그만큼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돌아가는 거니까 어쨌든 뭔가가 조금은 남아 있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보려고.' 라고 했다.


나는 '뭔가가 조금 남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돌아가보는 거야.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라고 대답했고 료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못마땅한 눈초리로 말했다. '너 힘들게 한 사람들 아직 있잖아. 그 사람들 보기 싫잖아. 난 그거 때문에라도 네가 안 갔음 좋겠어' 라고 덧붙였다.


나는 '가지 말라고 안한다더니!' 하고 쿠사리를 준 후 '나도 그 사람들 다시 보는 게 껄끄럽고 아직 좀 두려워. 이상해, 어린애가 된 것처럼. 그렇지만 가면 또 어떻게든 지나갈거라 생각해' 라고 대답했다.


료샤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때 내가 귤을 까다가 바닥에 떨어뜨려서 나 구박하느라 화제가 다른데로 옮아갔다.


..


료샤가 돌아간 후 나는 카메라의 사진들을 노트북에 옮겼고 이제 이 메모를 쓰고 있다. 오늘 돌아다닌 것도 거의 없고 한 일도 별로 없는데 메모는 참 길구나...


오늘은 부디 편안하게 쭈욱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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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올린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집 출간 기념회 사진(http://tveye.tistory.com/4633)에 이어, 기념회 영상 클립 두개. 유튜브 링크 걸어 올려본다. 먼저 사진 두 장 더.

 

 

 

 

 

그러면 이제 영상 클립.

앞의 영상은 슈클랴로프와 사진작가 굴랴예프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하고 서로를 칭찬하는 내용임 :)

귀여운 발로쟈, 그리고 유머러스한 굴랴예프 :)

 

 

아래는 사인 중인 슈클랴로프님.

아아, 나도... 나도...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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