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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였다.

 

료샤는 내가 어제 묵은 호텔 조식 자체는 그냥 그래도 9층에 있기 때문에 전망이 좋으니 조식을 추가해서 먹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추가요금을 내고 조식을 먹어보았는데 빵이 의외로 맛있었고 과연 전망이 훌륭했다. 아마 조식 시간이 끝나갈 때 가서 얼마 없는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레냐는 오늘 외할머니 생일이라고 해서 거기 갔다. 료샤는 오전에 들러 나와 함께 그 전망 좋은 창가에서 같이 조식을 먹었다. (레냐도 무지하게 같이 먹고 싶어했지만 다음주에 꼭 같이 먹자고 달래놓음. 어른들이 하는 건 다 좋아보이는 것이다 ㅋㅋ)

 

 

밥먹으러 올라갈때 카메라를 안 가지고 가서 그냥 폰으로 찍은 사진 한장만. 며칠 후 다시 가서 묵으면 카메라 가지고 올라가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트로이츠키 사원(이즈마일로프 사원)도 보여서 이 사진으로..

 

..

 

오늘 숙소를 다시 옮겨야 했다. 료샤가 태워다주겠다고 했으나 나는 짐을 좀 챙겨야 했고 너무 빨리 가면 체크인 시간과 맞지도 않았다. 료샤는 오늘 무슨 물건을 가지러 파블로프스크에 갔다와야 했기 때문에(나한테 같이 가자고 꼬셨으나 나는 오늘 공연이 있었음) 오전에 가고 나는 정오에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맡겨놓고 2시에 택시를 예약해둔 후 일단 거리로 나왔다.

 

근데 너무 추웠고 비가 왔다. 며칠 후 다시 이 호텔로 돌아와야 하니 주변 지리도 좀 알아볼겸 걸었는데 사도바야 거리와 센나야 광장이 금방 나오는 걸로 봐서 지리는 금세 깨쳤다. 문제는 추웠다는 것. 그리고 내내 안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조식을 먹으면서 빈속에 차를 좀 마셨고 그 이후 약을 먹었더니 카페인 때문인지 너무너무 가슴이 북받치고 답답하고 괴로웠다. 너무 북받치고 뻐근해져서 잠시 심장발작인가 하고 겁에 질리기까지 했다. 식도염 악화 증상이긴 한데... 아마 카페인 과다 섭취 후 약을 먹어서 그런것 같다. 지난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비바람 속에서 괴로워하며 목과 가슴을 누르고 헤맸다. 카페도 안 보이고 그나마 보이는 카페는 전부 식당 겸용이었는데 비가 오니 음식 냄새 배는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추위와 뻐근함으로 괴로워하며 좀 헤매다 호텔 근처 모퉁이에서 어느 베이커리 카페 발견. 그냥 빵 구워 파는 곳이었는데 의외로 여기가 오아시스였다. 손님도 없고 빵과 케익을 팔고 홀은 좁았지만 창가 자리가 좀 호젓했다!

 

 

구석 귀퉁이의 창가 자리가 무척 호젓해서 가만히 앉아 책 읽고 글쓰기 좋은 자리였다. 며칠 후 저 호텔로 돌아가면 이 카페에 아침 먹으러 와야겠다.

 

 

카페인 없는 열매 티 한잔(약간 히비스커스 블렌드 맛이 남)과 메도빅 주문. 여기 메도빅은 맛있었다. 이 카페 이름이 프라하 카페였는데 그래선가 ㅋㅋ

 

 

어제 서점에서 산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단문집을 좀 읽었다. 무척 재미있었다.

 

메도빅을 먹고 좀 앉아 있었더니 가슴 통증이 좀 가셨다. 아아 조심해야겠다. 다시는 빈속에 차 마신 후 약먹지 말아야지... 한국 돌아가면 의사에게 좀 물어봐야겠다.

 

 

지지난주 토요일, 여기로 날아오기 전에 친구인 쥬인과 홍대에서 만나 놀다가 샀던 팔찌 중 하나. 오늘 파랑하양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었기에 맞춰서 하고 나왔다. 팔찌를 보니 쥬인 보고 싶네.

 

..

 

2시가 되어 택시를 타고 이삭 성당 앞으로 이동. 세번째 호텔에 체크인했다. 여기서는 다섯밤을 자고 다시 아까 호텔로 돌아간다. 이렇게 중간중간 일정을 연장할줄 알았다면 이러지 않았겠지 ㅠㅠ

 

방에 와서는 너무 피곤해서 잠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오늘은 5시 공연이었다. 가방을 좀 풀었고 너무 추워서 결국 원피스 포기. 진과 긴소매 티셔츠, 카디건에 트렌치코트 도로 꺼내 입었다 ㅠㅠ 아아 정말 너무해...

 

...

 

추워서 버스 타고 극장에 갔다.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신관이었다. 오늘은 스트라빈스키의 두 곡을 각기 다른 안무가가 안무한 작품이었는데 사실 이게 아주 보고 싶어서 끊었다기보다는 그래도 두번째 작품이 봄의 제전이라 끊은 것이다. 어쨌든 나의 첫번째 발레라서 애착이 있다. 오늘의 봄의 제전은 사샤 발츠 버전인데 마린스키에서 발츠 버전으로는 본 적이 없어 좀 궁금하기도 했다.

 

 

 

 

오늘 공연은 둘다 신관인데다 별다른 무대 배경 없이 조명이 강해서 사진은 다 번짐. 그나마 여기 올린게 건진 것임 ㅠㅠ 꽤 앞줄이었음에도 별 소용이 없었다. 하긴 슈클랴로프가 안나오니 굳이 열심히 찍고자 하진 않았기에... 정성이 없어서 더 번졌나보다 ㅠㅠ

 

첫번째 작품은 스트라빈스키의 '3악장 심포니'였다. 지난 봄에 '라두 포클리타루'를 초빙하여 안무해 초연했었는데 음악은 몇번 들어봤지만 공연은 영상도 본적이 없었다. 스베틀라나 이바노바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주역으로 나왔고 예카테리나 치브이키나, 타치야나 트카첸코, 알렉산드라 이오시피디가 운명의 3여신으로 나왔다. 내용은... 아무 것도 아니었던 생명의 집단적 원형질에서 남자와 여자가 각각 1명씩 세상에 나와 스스로의 개인적 정체성을 획득하고 사랑에 빠지고 인생을 살아가지만 결국 이들은 운명의 3여신의 붉은 실에 매여 있으며 결국은 전쟁으로 상징되는 3악장에서 인생의 끝에 다다르고 실이 끊겨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인데 이런 스타일의 발레가 그렇듯 플롯보다는 움직임과 무대미술, 음악이 더 강렬했다.

 

글쎄... 내 마음에는 아주 안 들었다. 일단 안무가 너무 작위적이었고 지루했다. 운명의 3여신도, 비둘기에서 독수리로 옮아가는 영상 배경과 개성 없이 단체로 떼지어 춤추는 군무, 아크로바틱한 리프팅과 회전이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춤... 모두 그다지 참신하지 않았다. 뭔가 열심히 했지만 남는 건 없었다. 하나 남는다면 음악인가... ㅠㅠ

 

세르게예프와 이바노바는 둘다 좋은 무용수고 잘 췄지만.... 그리고 세르게예프가 여태 본 무대 중 제일 섹시해보였지만... 보는 내내 작품에 비해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발레 안무가들이 너무나 잘 빠지는 함정이 있는데 포클리타루 역시 그걸 피해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도 한 장만. 어차피 다 번졌음 ㅠㅠ

 

 

 

두번째가 내가 보러 간 목적인 봄의 제전.

 

난 사실 사샤 발츠 안무의 제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제물로 등장하는 제전이라 궁금했고 발츠 안무 제전을 무대에서 직접 본 적은 없으니 실제로 보면 또 다르리라는 기대를 했다.

 

흠...

 

발츠는 내 취향과는 역시 거리가 있었다. 뭐랄까... 원시적이고 격렬하고 광적으로 보이려고 하지만 어딘가 한계가 있는 느낌이랄까, 육체의 광란과 샤먼의 광기를 표출하고는 있지만 실은 굉장히 계산적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상으로 볼때도 그랬는데 무대로 봐도 그랬다. 무용수들은 잘 췄고 연주도 아주 좋았다(게르기예프가 지휘했음) 그러니 아마 이것은 발츠의 안무와 내가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좀더 격렬하고 좀더 원초적인 춤을 원했다. 그런데 사샤 발츠의 제전은 내겐 그렇지 않았다. 영상으로도 무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머리의 늘씬하고 강렬한 콘다우로바는 아름답고 근사하고 처절했지만 그냥 그게 다였다. 내게 콘다우로바는 '진짜 제물' 로 느껴지지 않았다. 반쯤은 발츠가 제물과 종족들의 관계나 움직임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쉬웠다.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음악이었다. 그래,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봄의 제전을 들은 것만으로도 오늘 공연은 본전 찾았다. 역시... 봄의 제전은 러시아 지휘자와 러시아 오케스트라일 때 제일 좋다.

 

생각해보니 난 마린스키 무대에서만 봄의 제전을 세가지 안무 버전으로 봤구나... 물론 다른 무대에선 또 다른 버전을 봤지만... 하여튼 오늘은 음악이 제일 좋았다.

 

사진 엄청나게 번짐 ㅠㅠ 가운데 자주색 의상의 긴머리 여인이 주역이었던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엄청나게 번졌다만.. 발레리 게르기예프 사진도 한 장... ㅠㅠ

 

게르기예프 요즘 백야축제에 아주 자주 나오고 계심.

 

그러고보니 내내 발레 메모까지 전부 러시아 메모에 올리고 있었네... 나중에 각 공연에 대한 메모는 떼어서 발레 폴더로 옮겨놔야겠다. 근데 제대로 리뷰를 쓴건 없어서..

 

..

 

짧은 두개의 작품들이라 끝나니 7시가 좀 넘어 있었다. 비가 멎었기 때문에 운하 따라 걸어서 돌아왔다.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까지 쭉 올라가서 물과 체리를 사고 길을 건너 또 올라가서 말라야 모르스카야 초입에 있는 부셰에서 빵을 한개 사왔다. 이번 호텔도 조식 불포함이기 때문에 내일 아침에 체리랑 차랑 먹으려고... (전기포트 달라고 해서 얻었음)

 

 

운하 따라 걸어오다 찍은 사진 한장. 엄청 줌 당겼지만 이게 한계... 검정회색 갈매기 한 마리.

 

..

 

전기포트를 드디어 얻었기 때문에 오늘은 누룽지 반봉지와 즉석 된장국 약간에 끓는 물을 부어 볶음김치와 참치, 조식 테이블에서 건져온 삶은 달걀로 늦은 저녁 먹음. 살것 같다, 된장국이랑 볶음김치.. 엉엉...

 

 

 

.. 뜬금없이 안 어울리게 저 화려한 잔은 뭐냐고 하신다면..

첫번째 호텔 옆 쇼핑센터에서 우연히 발견해 샀던 찻잔. 아직 이거 하나밖에 안 샀다. 그냥 저런 스타일 찻잔 하나 있으면 좋겠다 해서 샀는데 사고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임 -_- 망했어... 에잇... 여기까지 와서 중국 찻잔을 사다니 ㅠㅠ 짐도 무거운데...

 

하여튼 그래서 이놈을 오늘 개봉하여... 누룽지랑 된장국 담아 먹는 용도로 개시함 ㅋㅋ 미안해 중국 찻잔아... 근데 네가 꼭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 그런 거는 아니야... 예전에 로모노소프도 그랬어 ㅋㅋ

 

 

찻잔 : 이쁘다고 살땐 언제고 나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무시하냐! 차도 아니고 된장국에 누룽지로 개시하다니 엉엉...

토끼 : 야, 옛날에 로모노소프님들은 심지어 개시할 때 볶음김치랑 컵라면도 담아먹었어! 된장국이랑 누룽지면 양호한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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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2. 27. 21:46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득템한 CD 몇 장 arts2015. 2. 27. 21:46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득템한 CD 몇 장. 마린스키 신관에서 한 장, 구관에서 한 장, 나머지는 네프스키 대로 쪽에 있는 클래식 음반 가게 두 곳에서 구했다. 7장 중 2장은 선물용.

 

 

루블 환율이 떨어져서 평소보다 저렴하게 구매. 슬픈 건 이번엔 DVD가 거의 없었다는 것인데.. 마린스키 구관에도 소련 키로프 시절 DVD 몇장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오페라.. 신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린스키는 갈 때마다 불만인 것이, 그 훌륭한 유산을 가진 극장임에도 불구하고 CD나 DVD가 너무 없다.. ㅠ 요즘 마린스키 레이블로 게르기예프 지휘 음반은 가끔 나온다만.. 마린스키가 게르기예프만의 것은 아니란 말이다!!! 특히 발레.. 제발 발레 DVD 좀 많이 내달라고요. 아니, 새로 만드는 게 예산 부담이 된다면 적어도 예전에 나왔던 것들이라도 제대로 다시 내줘... 비노그라도프 시절 작품들도 있잖아. 제발!

 

솔직히 말해서 발레음악 CD의 경우 게르기예프보다는 옛날 키로프-마린스키에 오랫동안 있었던 빅토르 페도토프 버전이 훨씬 좋다. 이번엔 페도토프 지휘 음반 두 장과 테미르카노프 음반 두 장을 건져서 행복했다 :)

 

 

 

프로코피예프 음반 두 장. 왼편은 마린스키 구관에서 구매. 발레 '신데렐라' 전막, 그리고 '드네프르 강가에서'. 지휘자는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 지금 이거 듣고 있다.

 

오른편은 신데렐라, 로미오와 줄리엣 발췌 연주.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는 유리 테미르카노프. 꽤 훌륭!!

 

 

 

왼편은 역시 유리 테미르카노프 지휘,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것은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페트로프의 '세상의 창조'. 이 음반도 내 맘에 쏙 들었다! 특히 페트루슈카!!! 역시 러시아 작곡가는 러시아 지휘자가!!

 

오른편은 빅토르 페도토프가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녹음한 보로딘과 림스키 코르사코프. 보로딘은 2번 교향곡 '보가트이르스카야'. 딱 보로딘 느낌이다. 그리고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들 서곡 모음. 아는 곡도 있고 모르는 곡도 있는데 나는 원래 러시아 국민악파를 좋아하고 림스키 코르사코프라면 특히 취향에 잘 맞아서 이 음반도 내겐 꽤 성공적이었다.

 

 

 

왼편은 빅토르 페도토프 지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연주의 백조의 호수. 이것은 1895년 버전에 따른 연주이기 때문에 현재 마린스키의 백조의 호수에서 쓰고 있는 악보와는 좀 다른 부분들이 있다. 이것도 좋음 :)

 

그리고 오른편은 친구 주려고 산 선물. 친구가 차이코프스키 연주곡 모음 음반을 부탁했는데 사실 이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구미에 맞는 걸 찾기가 힘들다. 거의가 피아노곡 모음 아니면 비창을 비롯한 교향곡 쪽 음반이라..

 

그래서 음반가게 뒤지다가 그냥 내 취향에 맞는 걸로 골랐다. 내가 피아노를 안 좋아한다는 이유로(ㅋㅋ) 현악 쪽을 고름. 바이올린 콘체르토-키릴 콘드라신, 그리고 로코코 바리에이션-로스트로포비치... 아직 친구 못 만났다. 그래서 포장 안 뜯고 가만히 모셔놓음. 근데 내가 들어보고 싶네..

 

 

 

마지막은 우리 상사를 위한 선물...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이기에.. 마린스키 레이블에서 가장 최근 나온 데니스 마쭈예프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콘체르토... 게르기예프 지휘. 나야 피아노는 별로 안 좋아하니 어떨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이름값이 있으니 그걸로 밀어붙였다. 이건 귀국 다음날 출근해서 이미 전달 완료.

 

오랜 옛날 처음 페테르부르크에 머물렀을 때,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홀 1층인지 반지하인지에 있었던 아주 작은 음반 가게에 가끔 갔었다. 심지어 거기서 cd도 아니고 공테이프에 녹음한 연주 테이프를 사곤 했었다. 그때 샀던 게 베토벤의 피아노곡(월광, 비창, 열정 시리즈였던 듯),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등이었다. 그러고보니 그땐 피아노곡도 샀었네 ㅎㅎ 그게 분명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연주 테이프였던 것 같은데.. 그땐 시절이 그런 시절이라 그랬는지 공테이프 녹음 버전... 그 테이프 지금도 갖고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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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1893년 11월 6일, 표트르 차이코프스키가 사망했다. 잊고 있었는데 간만에 페테르부르크 타임즈 홈페이지 갔다가 기사 읽고 상기함.

전에 올린 적 있는 것 같긴 한데.. 교향곡 5번.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중에는 비창이 가장 유명하지만 난 5번이 제일 좋다.

전에 쓴 글 두 편에서 이 사람의 죽음에 대해 주인공이 언급하는 장면을 넣었다. 나중에 시간 되면 발췌해 보겠다.

(차이코프스키와 더러운 물, 백조의 호수 등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부분 관련 발췌 : http://tveye.tistory.com/3253)

명복을 빕니다, 표트르 일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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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틀 전 올렸던 마린스키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결혼식 클립(http://tveye.tistory.com/3089)에 이어.

 

파이널의 두 가지 영상 올려본다.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에 절망해 오열하는 로미오. 그리고 둘의 죽음.

 

라브로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서는 고리타분하고 딱딱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춤도 정형화되어 있으며 특히 줄리엣의 춤이 너무 순종적이고 여성적인 편이라는 비판도 많지만 그래도 나는 이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장 좋아한다. 아마도 라브로프스키 버전이 무대에서 제일 처음 봤던 로미오와 줄리엣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디아나 비슈네바의 줄리엣을 보면 그런 식의 비판도 사그라드는 편이고.

 

프로코피예프의 음악도 아주 탁월하다. 특히 파이널 직전에 줄리엣의 죽음에 절망하는 로미오의 격렬한 몸부림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을 좋아한다. 이 장면에서 로미오는 발코니 씬에서 보여주었던 가슴 벅찬 사랑의 춤을 변주해 격렬하고 고통스러운 움직임을 연달아 보여주는데 정말 가슴 아프다.

 

슈클랴로프는 몇 년 전의 인터뷰에서 드라마틱 발레에 잘 맞는 편이고 특히 로미오를 아주 가깝게 느낀다고 했는데 춤과 연기를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이 사람이야 아주 마초적인 배역에는 안 맞지만 그래도 웬만한 고전발레 배역에는 참 잘 맞는 편이데 그 중에서도 로미오가 최고다.

 

이 사람은 로미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심지어 쉬린키나와의 신혼집 침실도 제피렐리의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를 배경으로 꾸몄음. 실지로 맨처음 로미오를 맡았을 때 제피렐리의 그 영화를 많이 참조해 공부했고 베로나에도 직접 가봤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베니스 출장 갔을때 잠깐 베로나에 갔었는데 줄리엣의 집에 가고 발코니에도 가보고 줄리엣 동상도 봤지만 워낙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던 기억이 난다만)

 

먼저 줄리엣 죽음 소식에 절망하는 로미오. 앞부분에 잠깐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모습이 나온다. 저렇게 오열하고 괴롭게 뒹구는 로미오를 보면서 어찌 가슴이 찢어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더욱 가슴을 에는 파이널. 사실 이 장면은 볼 때마다 운다 ㅠㅠ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로미오가 줄리엣을 안아들고 슬퍼하다 자살하는 장면까지는 어찌어찌 참아도 비슈네바 줄리엣이 깨어나 애인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며 달려내려갔다가 숨이 끊어진 것을 깨닫고 공포와 슬픔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는 장면에서는 정말 애가 타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ㅠㅠ 음악마저 너무 슬프다. 약병에 독약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울면서 병을 내던지고 달려오는 줄리엣의 모습을 보면 더 슬프다. 흐흑..

 

 

 

 

다른 무용수들 버전으로도 많이 봤고 라브로프스키 아닌 다른 버전들도 많이 봤지만 그래도 이 버전, 이 둘의 페어가 가장 슬프고 가슴에 와 닿는다. 아마 내가 아주 좋아하는 두 무용수라서 그럴지도.. 너무너무 살려주고 싶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그런 약을 준 신부님 미워요 ㅠ (주인공에 이입하다 보니 애꿎게 신부님 탓..)

 

발췌본들은 화질도 낮은 편이고, 필름 전체는 아주 훌륭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유튜브에서 전막을 보시거나 9월 중순에 발매되는 이 작품 dvd를 눈여겨 보시기를. (국내에도 들어와야 하는데. 안 그러면 구하는데 또 품을 팔아야 하니..)

 

* 라브로프스키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메모와 둘의 첫 만남, 발코니 장면, 침실 장면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82

* 로미오와 줄리엣 결혼식 클립 : http://tveye.tistory.com/3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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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11월에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내한해서 들려줬던 곡. 링크한 유튜브 영상의 오케스트라는 마린스키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게르기예프가 여기저기 지휘를 하고 있어서.. 음, 다시 보니 제목에 마린스키라고 뜨는구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맞나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차이코프스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그의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한 건 아마도 6번 비창이겠지만 난 이 작품이 더 좋다. 차이코프스키 작품들은 대부분 좋아하는데 비창만은 견디기가 힘들다. 근데 우리 나라에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연주를 하거나 러시아 쪽에서 내한하면 꼭 비창을 들고 온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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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글 쓰면서 게르기예프 지휘 cd 듣고 있다가 이 음악이 나와서 잠깐 유튜브 링크 올려본다. 좋아하는 곡이다. 어릴 때 제일 처음 샀던 클래식 음반이기도 하다 (그 당시에는 테이프였지만^^)

영화 자체는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브이 포 벤데타' 엔딩에서 이 음악 나오면서 불꽃 터지는 장면은 좋아했다. (내가 원래 그런 드라마틱하고 좀 오글거리는 영웅주의 엔딩에 약한 면이 있다. 게다가 차이코프스키 음악이지 않나!)

따지고 보면 나폴레옹 군대를 물리친 러시아식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뭉쳐진 음악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게는 위안을 주는 음악이다. 가끔은 희망도. 요 며칠 절망하고 계신 분들도 힘찬 음악 듣고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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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Symphony No.7 in C major, op.60 "Leningrad"

Valery Gergiev

Mariinsky Theatre Orchestra

Konzerthaus, Vienna, 4 12/2010

 

.. 무척 유명한 작품이라 많이들 아시는 곡이겠지만..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봉쇄를 견뎌낸 레닌그라드란 도시, 옛 이름 페테르부르크에서 혁명 후 페트로그라드로, 그리고 레닌그라드로 바뀐 도시. 지금은 다시 페테르부르크가 된 도시. 이 도시와 그 시민들에게 바쳐진 작품이다. 단순히 2차 대전의 참화를 겪는 도시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이미 스탈린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은 도시의 모습도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가슴이 북받치는 뭔가가 있다.

봉쇄의 참상 속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이 곡이 포화와 굶주림을 뚫고 라디오 전파를 타고 흘러나왔을 때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자부심과 희망으로 전율했다고 한다. 옛 수도이기도 하고 문화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2차 대전 당시 엄청난 희생자를 내면서도 봉쇄를 견뎌낸 도시이기 때문에 레닌그라드 (..이자 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은 자기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독립적이며 귀족적인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다.

뭐 그런 역사적 배경이나 러시아적 애국심, 레닌그라드란 도시의 상징성 등등을 제외하더라도 난 이 곡 자체를 좋아한다. 특히 길게 이어지는 1악장을 좋아한다. 위에 올린 링크에는 전곡이 다 올라와 있다.

이건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연주. 비엔나 라이브 버전이라고 한다. 내가 가진 게르기예프 cd와는 살짝 다른 느낌이다. 어쨌든 좋다 :) 러시아에 다시 가서 실황으로 듣고 싶다.

요즘 많이 듣는 곡이라 올려본다.

** 꽤 시끌시끌하고 강력한 곡이므로 조용한 클래식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별로 맞지 않을 듯. 하지만 쇼스타코비치인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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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포스팅한 것처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 다녀왔다. 게르기예프의 지휘를 보는 것이 2006년 마린스키에서 본 이후 6년만이라 무척 반가웠다.

어제 마지막 곡이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인 줄 알고 갔었는데 교향곡 5번이었다! 왜 착각을 하고 갔었지? 어쨌든 5번이라서 너무 좋았다. 쇼스타코비치까지 듣고 나서 휴식 시간에 아, 이제 그 우울한 비창이로구나 하며 들어갔었는데...

난 사실 클래식 음악은 막귀로 듣는 편이고 지식도 얕은 편이라 어느어느 지휘자, 어느어느 연주회 버전, 어느어느 오케스트라와 어느어느 음반 등등을 논하는 분들을 매우 부러워한다. 기껏해야 좋아하는 작곡가나 좋아하는 곡 연주가 있으면 들으러 가고 '아, 이 연주 템포와 스타일은 지난번 들은 ㅇㅇ랑 좀 다르네', '아, 이건 아주 멜로딕하게 연주하네', 혹은 '앗, 내가 아는 부분인데 삑사리가 났어, 박자가 빠졌어..' 정도 밖에 안된다. 그래도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면 오케스트라가 좀 후져도 들으러 갈 때가 많다.

클래식 연주회에 가기 시작한 것도,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도 발레와 마찬가지로 옛날 러시아에 갔을 때부터였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홀에 자주 갔는데 당시엔 초심자답게 베토벤을 좋아했으므로 주로 그의 곡들을 들으러 갔다. 발레처럼 연주회 티켓도 쌌기 때문에 편하게 다녔다.

연극보다 발레를 좋아하듯 오페라보다는 교향곡 등 연주 음악을 더 좋아한다. 피아노보다는 관을 좋아하고 관보다는 현을 좋아한다. 현은 바이올린보다는 첼로를 좋아한다. 관은 오보에가 좋다. 피아노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어제 손열음 연주는 잘 들었다.

어제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거의 3시간을 꽉 채우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랴보프의 바바 야가, 손열음이 협주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 그리고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교향곡이 2개였다!!!! 티켓값이 비싸서 툴툴거리고 갔지만 돈이 아깝지 않았다.

러시아 작곡가의 곡은 역시 러시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가 제일 감흥 좋게 들리는 건 나의 편향된 러시아 사랑 때문이겠지...?

연주회 끝나고 집에 오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돌아와서 쇼스타코비치 음악 듣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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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너무 멋있어서 흠모했던 미중년의 게르기예프는 이제 전형적인 러시아 할아버지처럼 머리가 벗겨지고 늙어버렸지만 높은 단이 아니라 연주자들과 같은 높이의 무대 위에서 종횡으로 활보하며 지휘하는 모습에는 역시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고 리플렛이나 사진들을 보니 교묘하게 이마 위를 다 오려내 편집했더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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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에 넘어가 어제 음악당에서 판매하던 게르기예프 음반 중 세헤라자데 구입. 생각해보니 내가 갖고 있는 건 카라얀 버전인데 음질이 너무 별로였다. 세헤라자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발레이자 클래식 음악이다. 맨 처음 이 곡을 들었던 것도 역시 마린스키에 발레 보러 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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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주회 가기 전에 룸메이트랑 게르기예프 얘기하다가..

나 : 이제 게르기예프 엄청 늙었어.. 살찌고 배나오고 머리 벗겨져서 슬퍼. 전에는 정말 내 타입이었는데.

룸메이트 : 그럼 이제 게르기예프 같은 사람이 꼬드기면 안 넘어가?

나 : 어... 넘어가... 게르기예프면 늙었어도 넘어갈 것 같아...

.. 난 아마 어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을 흠모하는 경향이 강한가보다. 아니면 게르기예프가 멋있어서 그런가, 벗겨진 머리 부분을 오려내 편집한사진을 보면 여전히 멋있긴 하다 :)

 

** 이제 마린스키 백조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오랜만에 게르기예프 연주를 봤더니 다시 러시아에 가서 일년만 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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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2. 11. 6. 21:43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연주회 왔다 arts2012. 11. 6. 21:43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연주회 와 있다. 지금은 휴식시간. 오랜만에 러시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를 들어서 좋았다. 게르기예프 할배는 전보다 더 늙으셨지만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행복하다



3층이라 이렇게 멀다. 게르기예프 할배 벗겨진 뒤통수만 보여 흐흑

이제 남은 건 차이코프스키 비창인데 오늘은 음악이 잘 스며드는 날이라 비창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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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