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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후 너무 배가 불러서 구시가지를 좀 산책하고 오기로 했다. 더웠다. 슈니첼에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마셔서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런치 메뉴라 슈니첼의 양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나로선 좀 용량 초과. 그래서 다리는 아팠지만 열심히 걸었다.


구시가지 광장에 갔다. 십년 전 처음 프라하에 와서 이 광장에 들어섰을때 '와 정말 아름답다, 누구랑 같이 와서 봤으면' 이란 감탄을 내뱉었던 곳인데 그 이후 하도 자주 지나다녀서 그 감흥은 많이 퇴색되었다. 지금은 프라하의 좁은 골목들을 더 좋아한다. 그래도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얼마 전 영원한 휴가님께서 빌니우스에서 비누방울 부는 청년 사진 올려주셔서 내가 '저도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서 그런 사람 봤어요' 라고 했는데 오늘도 있었다. 비누방울이 영롱하게 떠돌아다녔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영원한 휴가님 생각하며 사진 두 장. 오를로이 천문시계나 광장 풍경 대신 오늘은 비누방울로 낙착.





잘 보면 파란 하늘 위로 떠올라가는 비누방울들이 좀 보여요 :0



..



젤레즈나 거리, 틴 광장, 운겔트, 첼레트나 등등 근방의 유명한 골목들을 빙글빙글 돌았다. 3년만에 와보니 바뀐 곳들도 있었다. 반가운 곳들도 있었다.





운겔트 골목 돌바닥에 비치는 빛이 좋아서.




이것이 프라하 골목의 하늘



그리고 이것이 프라하의 좁고 좁은 골목...



틴 광장에는 내가 좋아하는 곳이 세군데나 있는데 보타니쿠스, 도자기 가게(새와 종, 부활절 달걀 모빌 등을 판다), 그리고 카페 모드리 오렐이다. 셋다 있었다. 여기는 나중에 다시...



한시간 반 정도 돌길을 걸어다녔더니 너무 다리가 아프고 지쳐서 배는 덜 꺼졌지만 그래도 카페 에벨에 가기로 했다. 실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빨리 에벨에 가고 싶었다.



다시 에벨 앞에 서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집에 돌아온 것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에벨은 똑같았다. 일하던 점원만 달라졌을 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창가 자리는 누가 이미 차지하고 있어서 전에 이따금 앉던 안쪽 자리에 앉았다. 타이핑하긴 더 편한 자리였지. 그때가 겨울이라 추웠고 지금은 더운 게 다를 뿐.




여자 점원들은 여전히 예쁘고 친절했고 영어도 잘했다. 주민들과 관광객이 반반씩 들르는 곳. 때로는 시끌시끌하지만 특유의 아늑함이 여전히 살아 있는 곳. 커피 향이 좋은 곳. 프라하에서 커피 맛있기로 소문난 곳. 그런데 나는 이 커피 전문점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니... ㅠㅠ




나중에 창가 자리가 비어서 한컷 찍었다. 그리운 저 자리 :) 근데 탁자가 낮아서 사실 타이핑하긴 힘들다. 그래도 설레는 자리이다. 추운 날 들렀는데 저 자리 비어있으면 득템한 기분이었지.




에벨은 마법의 공간이다. 3년 전 그때도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글을 썼고 바닥에서 올라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때 쓴 글은 지금도 내게 소중하다.


그리고 여기 앉자 에벨의 마법이 찾아왔다. 아마도 나는 스스로에게 그 마법을 걸어놓았던 것 같다. 페테르부르크에서 돌아와 7월 초에 구상하고는 손도 못대고 있던 글의 얼개를 짜고 에피소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첩 네 페이지를 꽉 메웠다. 에벨은 특별한 공간이다.


(메모는 블러로 좀 지웠다. 아직 구상 단계라 ㅋㅋ)



나올때 계산을 하고 팁을 주면서 친절한 점원에게 말했다.


" 이곳은 제가 프라하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에요. 3년전 여기 잠깐 살았을때 정말 자주 왔어요. 다시 와서 기뻐요. "


점원은 환하게 웃었고 " 다시 와주셔서 저도 기뻐요!!! 또 오세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 라고 인사를 했다.



..



에벨을 나와서는 무스텍 역까지 걸어가 교통 티켓을 샀고 테스코 옆 나로드니 트르지다 정류장에서 트램 22를 탔다. 너무 다리 아파서 도저히 걸어갈 엄두가 안 나서. 트램은 레기 교를 건너 우예즈드에 도착했다.


숙소에 돌아오니 4시가 좀 넘어 있었다. 좀 쉬다가 책을 들고 숙소 앞 공원에 갔다. 이 공원 계단을 쭈욱 올라가면 유명한 페트르진 타워에 갈 수 있는데 난 워낙 높은 곳도 싫어하고 계단 올라가는 것도, 케이블카도 싫어해서 프라하에 몇번이나 왔고 몇달 살기까지 했지만 거기 안가봤다... 이번엔 숙소 앞인데 가볼지..



하여튼 공원은 계단 조금만 올라가면 되니 올라가서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책 읽었다. 아주 오랜만에 커트 보네거트의 마지막 에세이 '나라 없는 사람'을 읽었다. 몇년만에 다시 읽는데 다시금 감탄했다. 그리고 내가 보네거트를 좋아했기 때문에 도블라토프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여러번 읽은데다 얇은 책이라 한시간만에 다 읽었다. 아까웠다...



책 읽은 후 방으로 돌아와 씻었다. 한국에서 챙겨온 즉석국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니라서 먹을거 조금 싸왔음) 침대에 앉아 책상에서 밥을 먹어보니 책상이 너무 높고 침대에서 멀어서 극히 불편했다. 도저히 노트북을 쓸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궁한 토끼는 이렇게 ㅠㅠ 침대 옆의 나이트 테이블을 이리저리 옮기며 궁리를 하다가...





아무리 해도 공간이 너무 좁고 안 나와서... 책상에 여행가방을 갖다대고 그 가방에 쿠션을 받치고... 바닥에 목욕타월을 깔고 나이트 테이블을 쭉 끌어당겨와 그 위에 노트북을 올린 후 쿠션에 등을 대고 앉아서 타이핑을 하는 중. 근데 이것도 아주 불편해서 도저히 안되겠다... 테이블이 미묘하게 높아서 어쨌든 등을 대고 타이핑이 안된다. 엄청 불편해서 손목이랑 허리랑 등 아프다. 다른 방법을 또 강구해야겠다.



아아 나 불쌍해 이게 뭐야... 아이 궁상맞아 ㅠㅠ 이 방 시러 엉엉....



..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다. 이제 등이 뽀개질 것 같아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근데 나이트 테이블 도로 밀어놔야 해 엉엉... 생각보다 무거워 ㅠㅠ

:
Posted by liontamer

어제 고생 끝에 프라하에 왔고 택시로 숙소에도 잘 도착했다. 이번 숙소는 말라 스트라나 구역의 우예즈드에 위치한 작은 호텔인데 그중에서도 제일 작은 방이라 다락방, 옥탑방 같은 느낌이고 정말 졸지에 소공녀 세라 생각이 난다(그런데 세라는 막판에 다시 대박나는데~)


간밤엔 9시 반쯤 잠자리에 들었고 시차 때문에 새벽에 깼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 꼭 시차 때문이라기엔 한국에서도 그랬어서... 하여튼 도합 7~8시간쯤 잔 후 일어났다.


조식 먹으러 내려갔다. 어제 비행기가 너무 추워서 담요도 두개나 두르고 있었더니 자다가 기침을 해서 아침부터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조식은 별거 없었다... 푸성귀가 너무 없어서 슬펐다. 토마토와 파프리카 썰어놓은 것, 삶은 미니당근이 전부였다. 심지어 오이와 양배추조차 없다.. 그래도 빵이랑 치즈랑 잼이랑 버터에 차, 사과주스, 스크램블드 에그와 토마토 갖다놓고 꾸역꾸역 먹었다. 이 호텔에서 12일 있어야 하는데.... ㅠㅠ 아무래도 이러다 얼마 안 가 또 조식은 스킵하고 늦잠자다 다른데 가서 아점 먹게 될지도...


..






날씨가 매우 좋았다. 6월 페테르부르크 날씨 같았다. 해가 매우 뜨거웠고 하늘이 파랬다. 오늘 최고 기온이 28도였다. 긴팔 티셔츠에 짧은 야상 점퍼를 걸치고 나왔는데 곧 점퍼는 벗어서 허리에 둘러야 했다(웬놈의 패션이 그 모양이냐고 비웃지 마세요 엉엉....)



숙소가 말라 스트라나와 스미르호프가 맞닿는 우예즈드 쪽이라서 오늘 원래는 그냥 길 쭉 따라가다 말라 스트라나 구역이나 산책할 생각이었다. 프라하 성은 언덕길 올라가야 하고 로레타는 더 높이 있으니 나중에 트램 타고 가기로 하고 캄파에나 가고 미셴스카 골목 가서 카피치코에 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예즈드 거리 쭉 따라 걷고 또 꺾어서 걸어가자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이 나왔다. 잘 아는 곳이지만 예전에 머물땐 우예즈드에서 걸어가본 적이 없어 새로웠다. 캄파 쪽으로 걸어내려가려다 다른 길로 꺾었더니 새로운 길이 나와서 돌아다니다 어느새 마네수프 다리가 나왔다. 말라 스트라나와 구시가지 광장 쪽은 블타바 강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말라 스트라나 쪽에서 바라볼때 왼쪽부터 마네수프, 카를, 레기 다리이다. 카를교가 제일 유명하고 아름답지만 워낙 관광객이 많고 붐벼서 난 항상 마네수프나 레기로 다녔었다.



걷다 보니 마네수프 다리가 나와버려서 그냥 다리 건너서 구시가지로 가기로 했다. 잠시 마네수프 다리 앞 공원에 앉아 물을 마시며 쉬었다.




..



마네수프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향했다. 나중에 옮기는 숙소가 구시가지 쪽이라 여긴 그때 실컷 다녀야지 했는데 어찌어찌 발길이 이쪽으로 왔다. 아마 내 무의식이 원하는 장소가 있었던 것 같다.


낯익은 골목들을 지났다. 시청 건물을 지나고 카를로바 골목과 후소바 골목을 지나서 3년 전 두달 동안 머물렀던 릴리오바 골목으로 들어오자 기분이 묘했다. 골목은 거의 비슷했지만 카페 하나는 없어졌다. 맨날 자질구레한 식료품 사러 가던 가게는 그대로 있었고 동생과 함께 갔던 예쁜 초콜릿 카페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내가 살았던 그 아파트도 그대로 있었다.





문득 저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 컨시어지의 야나를 찾아가고 싶었다. 야나가 아직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 오든 환영하겠다고 했던 야나, 내가 떠나는 날 인사를 하려고 교대 근무를 바꿨던 야나. 그런데 저 문은 키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가 있고... 아니면 벨을 누르고 '야나를 찾아왔어요, 전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라고 해야 하는데 전자는 불가능했고 후자는 좀 부끄러워서 못했다. 아직 시간 있으니 돌아가기 전까지 꼭 야나가 있는지 보러 가야지.


..



여기까지 왔으니 당연히 오늘은 에벨에 가야 했다. 그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릴리오바에 왔으니 이 골목에 있는 그 펍에 가기로 했다. 항상 축구경기 틀어주는 펍이라 저녁엔 무서워서 못갔지만 낮에는 런치 메뉴가 있고 한산한 곳이다. 오늘도 역시 손님이 별로 없었고 런치 메뉴로 치킨슈니첼과 음료가 145코루나였다. 약 7~8천원 사이이다.


치킨슈니첼과 스몰 비어를 시켰다. 맥주나 소프트음료 중 고를 수 있는데 당연히 프라하에 왔으니 맥주.... 난 맥주 못 마시는 체질인데 신기하게 프라하에서 맥주 마셨을 땐 아픈 적이 거의 없었다.


너무 더웠고 갈증도 났고 많이 걸었기 때문에 맥주 첫 모금은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3년만에 돌아온 프라하에서의 첫 맥주였다. (스몰 비어라 0.3리터 정도 됐는데 역시 내겐 많아서 3분의 2만 마셨다)





맥주를 보면, 특히 프라하에서 맥주를 마시게 되면 항상 쥬인이 생각난다. 4년전 여름에 같이 왔을때 쥬인이 프라하 맥주를 너무 시원하게 들이켰었지... 쥬인, 내가 쥬인 생각하며 마셨어.





전엔 포크 슈니첼 먹었는데 이젠 알레르기가 생겨서... 그런데 마침 오늘 런치는 포크가 아니라 치킨 슈니첼이어서 기뻤다. 여기 치킨 슈니첼은 그닥 고급은 아니고 살짝 맥너겟 맛이 나지만 관광 중심지에서 이 정도 가격에 런치로 맥주까지 주고 감자튀김에 레몬까지 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간은 짜다. 슈니첼을 먹고 있으니 '아, 역시 짠 것이 프라하에 온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맛에 짠 거니까 다른 분들은 그냥 '살짝 간간하네 맛있다' 정도일 듯. 이 집이 덜 짠 편!!!


꾸역꾸역 감자튀김까지 다 먹음!




낮의 한산한 펍 내부가 평화로웠다. 유일한 창가에는 두 아저씨가 스코틀랜드 액센트가 강한 영어로 담소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나처럼 밥먹으러 온 것도 아니고 낮 12시 반에 그냥 맥주만 마시고 계심 :)


..


노트북으로 올리고 있어서 모바일보다는 업로드가 잘 되는 거 같긴 한데... 사진이 여러 개니까 오늘 메모는 두개로 끊어서 올린다. 일단 여기까지 1부. 다음 2부에선 카페 에벨과 공원 등등..



:
Posted by liontamer
2016. 9. 7. 23:26

카페 에벨 다녀와서, 잠깐 2016 praha2016. 9. 7. 23:26




날씨가 화창하고 더웠다.


숙소 앞에서 출발해 아무 골목이나 걷다가 보니 마네수프 다리가 나와서 그냥 다리 건너 구시가지 광장까지 갔다가 카페 에벨에 갔다.. 역시 숙소에서 멀어도 에벨이 첫날 찾게 되는 곳이었다.​​


점원은 바뀌었지만 에벨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이곳의 마법도..


여기서 막혀 있던 글의 구상 노트를 네 장 적었다.


아직 4시 15분인데 너무 걸어서 피곤해 잠깐 방에 돌아옴. 좀있다 맞은편 공원에 가서 책 좀 읽다 와야겠다.





사랑해요 에벨. 다시 와서 반가웠어요. 또 갈게요.


:
Posted by liontamer
2016. 9. 7. 18:14

사진 세개 업로드 실험 중 2016 praha2016. 9. 7. 18:14





하나 올리니 되는거 같아서 호텔 로비에서 세장 올려보고 있음.


세장 안 올라와있음 알려주세요 :)


이제 나가려는 중

:
Posted by liontamer
2016. 9. 7. 17:20

사진 업로드 실험 중 2016 praha2016. 9. 7. 17:20




사진 한장 올려보는 중.. 이것도 안 올라가면 티스토리 미워하겠어요ㅠ


..


아침. 조식 먹고 방에 와 나갈 준비 중이다. 올라갈지 안올라갈지 모르는 위의 사진은 숙소 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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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liontamer
2016. 9. 7. 11:49

도착. 작은 방. 젤라또. 다시 왔어요 2016 praha2016. 9. 7. 11:49







잘 도착..


많이 피곤하다. 방이 생각보다 더 좁은데다 다락방처럼 지붕쪽에 있어 어쩐지 라스콜리니코프의 방이 좀 생각남.. 그치만 위치는 좋다.



​​




방이 엄청 작다.. 그리고 저 경사진 벽에 자꾸 머리를 부딪친다. 박치기 수준으로 ㅠ 나만 그런게 아닌지 머리 부딪치는 자리만 회칠이 벗겨져 있다 ㅠㅠ 싱글룸이라 호텔에서 젤 저렴한 방이라 꼭대기 층 딱 서너개 방만 있는듯.. 4층에서 심지어 계단으로 올라왔다. 아악 가방 들고 올라오다 토할뻔.



​​



​​근데 다락방 구조라 그런지 경사진 창 밖으로 그대로 하늘이 보인다. 어쩐지 소공녀 세라가 생각난다.



​​저녁 6-7시 즈음 도착해서 아직 밝았다. 숙소 앞에 공원과 트램 정류장이 있다.


가방 내려놓자마자 생수 사러 나갔고 잠깐 주변에 뭐 있나 걸었다. 프라하 도착 기념으로 시원한 맥주라도 한단 마셔야 할거 같아 펍 몇개를 구경했는데 지금 상태로 알콜 섭취하면 완전히 맛이 갈것 같아 좀 미루고 대신 숙소에 딸린 맛있다고 입소문난 젤라토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 먹었다.



​​

스트라치아텔라(?? 이 이름 맨날 헷갈려..) 베니스에서도 자주 먹었던 거다. 바닐라에 초코칩. 젤라또 중엔 제일 좋아하는 맛이다.







​​​농담 아니고 이거 한입 먹고 천국을 맛봄. 너무 달콤하고 너무 신선하고 맛있어서 황홀해짐. 아마 엄청 지친 상태라 당분이 확 빨려들어가 그런것도 있겠지만.. 덥고 갈증나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 저거 한입 먹자 갑자기 행복해졌다... 그래서 프라하 오랜만에 와서 처음 느낀 행복은 이탈리아식 젤라또가 되었다.







방으로 올라와 가방 풀었는데 방이 너무 좁아서 가방을 풀래야 다 풀수가 없다.. 책상에 의자도 없어서 침대에 걸터앉아야 한다. 이럴줄 알았음 조금 더 보태 더블룸을 할걸 ㅠㅠ 이럴줄은 몰랐지 ㅠㅠ


글쓰려면 카페에 가라는 하늘의 계시인가봄.. 이라고 좋게 생각하며.. 시차때문에 여긴 아직 9시 안됐는데 너무 피곤해서 이제 자야겠다. 배고파라...



간밤에 잠을 거의 못자서 비행기에서 토막토막 세시간 가까이 잤다. 내겐 대기록이다..



잘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잘 있었니, 프라하야. 반가워. 나 다시 왔어...


... 새벽에 잠깐 깼는데 티스토리 이미지가 몇개 올라가는거 같아 임시저장한거 다시 눌러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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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7. 04:52

잘 도착 2016 praha2016. 9. 7. 04:52

잘 도착했어요

숙소 와이파이도 약하고 티스토리 모바일앱도 불안정. 한시간쯤 좀 긴 메모와 사진 여러장 올리려다 고생만 하고 실패.. 사진이 없으면 올라가려나..


내일 와이파이 잘되는 카페를 찾아내야 할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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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작년 4월 4일.

 

작년에 프라하에 머물렀던 건 2월 초부터 두 달 동안이었고 4월 5일에 그곳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이건 떠나기 전날, 4월 4일에 찍은 사진. 카페 에벨.

 

프라하는 관광이나 출장 때문에 수 차례 며칠 머물렀을 때와 두어 달 살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다른 도시였다. 이곳에 머무를 당시 나는 지금보다 건강도 조금 좋지 않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다. 그래서 잠시 휴직을 하고 사라졌던 것이기도 했다.

 

이전에도 러시아에 혼자 머물렀던 적이 있었지만 프라하는 느낌도 달랐고, 예전보다 나이도 더 들어 있었고 심신 양쪽으로 많이 지쳐 있던 때였다. 그리고 추웠다. 춥고 쓸쓸했다. 하지만 아주 많이 걸었고, 사원의 종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곳에 머물렀을 때보다 돌아온 후에야 더 그 순간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작년 초 프라하에 머물렀을 때 내게 가장 소중했던 순간들은 바로 이런 때였다. 카페 에벨에 들어가서 영어와 체코어와 다른 외국어들이 라디오 소음처럼 뒤섞여 들려오는 그 아늑하고 따스한 공간 한구석에 앉아 글을 쓸 때. 그리고 지금도 그 순간들이 가장 그립다.

 

* 이날, 작년 4월 4일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976

(이 당시 프라하에 머물렀을 때 썼던 매일의 메모는 프라하 프래그먼트 2013 폴더에..)

* 태그의 카페 에벨을 클릭하면 이곳에 대한 이전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
Posted by liontamer
2013. 4. 28. 14:12

카페 엘리펀트, 카를로비 바리 about writing2013. 4. 28. 14:12

 

 

 

 

내가 지난 2월 프라하로 떠났던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고 누구에게도 그 모든 이유들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곳에서 어떤 것은 해결이 되었고 어떤 것은 그대로 남았다. 뭐 겨우 두 달 머물렀으니 그럴만도 하다.

 

글쓰기도 큰 이유 중 하나였는데, 실은 도착해서 거의 한 달 가량 쓰기를 시작할 수 없었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나날이 한동안 계속되었는데 그러다가 친구가 나를 만나러 와줘서 카를로비 바리에 잠깐 갔었다.

 

친구는 일 때문에 늦게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먼저 카를로비 바리에 도착해 거리를 산책하다가 호텔 근처에 있는 저 카페 엘리펀트에 들어갔다.

 

 

사실 저 카페에 들어갈 때만 해도 난 엉망이었다. 몸이 아팠고 열이 나고 정신도 산란했다. 나중에 도착해 숙소에서 날 만난 친구는 아픈 애를 괜히 데려왔다고 미안해했다. (그 친구임. 복지리를 갈망하는 애. 뭐 그래서 얘가 카를로비 바리 있는 내내 날 잘 먹이고 짐도 다 들어주고 보살펴주고 챙겨줬기 때문에 신났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ㅋㅋ)

 

 

그런데 사실 나는 그때 기분이 꽤 좋았었다. 몸은 아팠지만 카페 엘리펀트에서 보낸 한 시간이 지금껏 프라하에서 보냈던 20여일의 시간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카를로비 바리에 갔을 때 나는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따위를 들고 가지 않았다. 오로지 도블라토프의 소설 한 권, 펜 한 자루와 스프링 노트 한 권을 챙겼을 뿐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그게 전부다. 

 

 

나는 그곳 창가에 앉아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던 글의 전체 흐름을 정리해보았다. 이건 플롯이 아니라 슈젯을 정리하는 편에 가까웠다. 내가 그토록 힘들었던 것은 이 글에 너무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미 나는 그 글을 쓰려다 두 번이나 포기한 후 워밍업을 위해 다른 글을 두 편이나 썼다. 때로 어떤 글을 시작한다는 것은 사랑을 새로 시작하는 것만큼, 아니,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리는 것만큼 어렵다. 이제 카페 엘리펀트 창가에 앉아 스프링 노트를 가로로 펼치고 펜을 잡은 나는 단순하게 시간적 흐름에 따라 사건과 인물과 내용의 골자를 배열하고 전체적 맥락을 다시 잡았다.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페이지에 걸쳐 기다란 흐름을 정리하고 나자 뭔가가 명확해졌다. 그리고 이 소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인물이 어떤 일을 겪고 그곳에 존재하게 되는지, 이 소설에서 그의 행동 패턴이 왜 변화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와 나 둘을 모두 납득시켜야 했다. 그건 단순히 그가 나이를 먹거나 철이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 원래 쓰고자 했던 글을 위한 프리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원래는 짧게 툭툭 던져지는 배경으로만 묘사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프라하에 돌아와서 그 글을 시작했고 꾸준히 썼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 글을 끝냈다.

 

 

다음날 아침 호텔의 조그만 식당 창가에 앉아 아침을 먹으면서 친구가 말했다.

 

" 다 나 덕분인 줄 알아라. "

 

" 뭐가? "

 

" 안 아프게 된 거. "

 

" 아직 좀 아픈데. "

 

" 그래도 얼굴이 동그래졌어. 어제 온천 시키고 슈니첼을 먹였더니 이제 사람다워진 거야. 이제 가방 들고 다닐 수 있겠지. 사람 구실을 하겠지. "

 

" 슈니첼 먹고 자서 얼굴이 부은 거야! 좋은 게 아니잖아 ㅠㅠ "

 

" 아니야, 좋아진 거야. 눈에 빛이 돌아왔어. "

 

" 그래, 어떻게 보면 네 덕분이 맞아. 엄밀히 얘기하면 카페 엘리펀트 때문이야. "

 

" 온천보다, 맛있는 음식보다, 좋은 호텔보다 카페 따위가 더 좋단 말이냐! 어딜 가나 널려 있는 카페 따위가! "

 

" 엉... 그게 꼭 그런 건 아닌데... 좀 그래. "

 

" 근데 왜 아직도 결혼을 못했지? 이 여자는 저비용으로 꼬시기에 아주 적합한 타입인데. "

 

" 이 자식이.. 상대를 앞에 두고 3인칭으로 칭하지 마라. "

 

 

사실 친구 말이 맞다. 네 덕분이다. 카를로비 바리에 가자고 꼬셔줬잖아. 세번째 찾는 카를로비 바리였지만 이때가 가장 즐거웠다. 그리고 여기서 카페 엘리펀트에 갔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고맙다 :)

 

 

 

 

 

 

카페 엘리펀트는 카를로비 바리 온천지대를 따라 쭈욱 걸어가다가 이 동네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호텔일 GRAND HOTEL PUPP으로 접어들기 좀 전에 나타난다. (그 호텔엔 전에 출장와서 행사만 들어가봤다. 이번에 묵었던 곳은 다른 곳)

 

휴양지인 카를로비 바리라는 동네 특성이 그렇듯, 이 카페에도 두터운 외투를 벗고 앉아 쉬는 중년이나 노년 부부들이 많았다. 카페는 널찍한 그랜드 카페 스타일이었다. 이른 오후였고 창가에 앉자 싸늘한 바깥 날씨와는 달리 햇살이 스며들어와서 좋았다.

 

점심 먹을 때 차를 마셨기 때문에 평소엔 잘 마시지 않지만 카푸치노를 주문해봤다. 그리고 모양이 예뻐서 마블 케익 주문. 케익은 커스터드가 진했고 꽤 달아서 다 먹지는 못했다. 카푸치노는 부드럽고 맛있었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좀 호텔 커피숍 같은 분위기인가..

 

 

 

 

고맙구나, 카페 엘리펀트. 그리고 카페 에벨도. 친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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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진 날개 앞에서도

내 마음 속에 동정심은 들지 않아

나는 강압과 무력함을 증오하네

십자가에 박힌 그리스도만은 가엾을 뿐

Когда я вижу сломанные крылья,

Нет жалости во мне, и неспроста:

Я не люблю насилья и бессилья,

Вот только жаль распятого Христа.

.. Владимир Высоцкий, Я не люблю ..

(.. 블라지미르 브이소츠키, '나는 좋아하지 않네' .. )


 

얼마 전 지금 쓰고 있는 글을 위해 블라지미르 브이소츠키의 노래를 한 곡 번역할 일이 있었다. 인용한 부분은 그 노래의 일부이다. 그때도 이 부분 번역할 때 울컥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살짝 더 슬프다.

 

.. 나는 세대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실 브이소츠키의 보컬보다는 빅토르 최와 키노가 더 취향에 맞지만, 그래도 그의 시적 가사들만큼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달리 배우이자 음유시인이 아니다.

인용한 부분에서 특히 '나는 강압과 무력함을 증오하네' (Я не люблю насилья и бессилья)를 듣고 있으면 아직도 내 심장에 뜨거운 뭔가가 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저토록 단순한 어휘와 단순한 표현인데도 그렇다.

 

** 발췌만 하고 나니 아쉬워서 브이소츠키가 생전에 이 노래 불렀던 영상 유튜브 첨부


** 사진은 뜬금없지만 프라하 카를 교 조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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