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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30. 20:11

얼어붙은 운하의 비둘기들 2016 petersburg2017. 1. 30. 20:11

 

 

어제의 프라하 새 사진에 이어 오늘도.

 

지난 12월. 페테르부르크.

프리모르스카야 지하철역 근처 운하. 많이 추워서 운하 수면은 꽁꽁...

이 근처에는 바다가 있어서 갈매기도 많이 날아온다. 근데 이 사진엔 비둘기들만 있네.

 

 

 

 

 

 

비둘기들아 춥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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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22. 23:38

아아 저기가 그리워 2016 petersburg2017. 1. 22. 23:38





흐흑, 다시 저기로 돌아가서 발라당 드러누워 계속계속 잠만 자고 싶다 ㅠㅠ

일도 없고 자료뭉치도 없고 출근도 엑셀도 없는 푹신한 베개와 시트와 매트리스의 세계로 가고파...

(게다가 아침마다 밥 주고, 청소해주고... : 매우 중요 ㅋㅋ)


그건 그렇고 너무 바빠서 아직 저 스타일 시트와 커버, 쿠션 등을 찾아내지 못했음... (http://tveye.tistory.com/5790 얘기다) 그때 이웃님께서 알려주신 사이트에 잠깐 가보니 괜찮은 것들이 있었는데 이것보단 약간 더 밝고 쨍한 느낌인 거 같기도 하고... 하여튼 설 연휴에 (집에서 일하면서ㅠㅠ) 그 사이트 다시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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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19. 23:48

붉은빛 주황빛 아니면 홍시빛 2016 petersburg2017. 1. 19. 23:48



빨간 불 켜진 신호등. 페테르부르크. 12월 어느날 오후.


근데 난 어릴때부터 생각했지. 빨간 불 파란 불 신호등이라고 하는데 이따금 빨간 불은 주황색으로 보이고 파란 불은 녹색으로 보이고 노란 불은 오렌지색으로 보여.


이 사진에선 홍시 색깔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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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14. 22:45

위험 구역 2016 petersburg2017. 1. 14. 22:45

 

 

페테르부르크. 12월. 아마도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였던 듯.

 

'위험 구역'이라고 씌어 있다.

흠, 광고 전단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고드름 위험 구역일 수도 있다. 겨울의 페테르부르크는 원체 춥기도 하고 눈비도 많이 와서 거대한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리니.... 눈이 많이 온 날이면 건물들 앞 여기저기에 빨간 줄을 쳐놓고 옥상에 인부들이 올라가서 고드름을 제거하고 눈을 치우곤 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저거 보고 좀 떨어져서 걸었다.

 

:
Posted by liontamer
2017. 1. 12. 22:08

코트 보관표 + 하나 더 2016 petersburg2017. 1. 12. 22:08



에르미타주 박물관.


러시아는 박물관이든 극장이든 들어갈때면 두터운 코트를 맡겨야 한다. 코트 보관소는 러시아어로 가르제로브 라고 한다. 박물관은 그나마 나은데 극장 같은 경우는 공연 끝나면 다들 코트 찾느라 가르제로브 앞에 줄을 서서 인산인해를 이룸... 이것은 마린스키도 미하일로프스키도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도 예외가 아님.


이건 12월에 에르미타주 갔을 때. 하나는 코트 보관표. 하나는 가방 보관표 :)


사진을 찍어놓는 이유는 기념 때문이 아니고... 혹시라도 잃어버릴까봐 소심해서 항상 이렇게 표 받으면 사진 찍어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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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11. 22:10

이 겨울 도시의 색채가 좋다 2016 petersburg2017. 1. 11. 22:10




페테르부르크. 12월.

모이카 운하 따라 걷다가.


얼어붙은 운하의 회백색, 엷은 노란색과 창백한 에메랄드 녹색 건물들, 검정 다홍 잿빛 빨강 자동차들. 이 모든 색채들이 아름다운 겨울의 도시.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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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9. 08:08

얼음과 눈의 도시, 황금빛 사원 2016 petersburg2017. 1. 9. 08:08

 

 

 

모스크바 쪽은 지금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져서 120년만의 성탄절(정교) 추위라고 한다. 유럽 쪽은 한파가 장난 아닌 듯. 예전에 페테르부르크 있을때 영하 30도 아래 경험해봤는데 정말 괴로웠는데...

 

페테르부르크도 지금 모스크바 정도까진 아니지만 꽤 춥다고 한다.

 

사진은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

 

새벽에 잠이 안와서 결국 좀 일찍 출근했다. 한시간 넘게 일찍 나왔는데 이제 와서 졸려온다. 이럴 거면 그냥 새벽 기차 타고 내려올걸... 어제 일찍 내려왔는데 집은 인터넷도 안되고... 푸르르...

 

오늘 할 일이 많다. 근데 몸이 벌써 무겁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진하게 우려서 카페인 충전 중... 카페인 없이 버티기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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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7. 00:10

2016 petersburg2017. 1. 7. 00:10

 

 

 

 

2016년 12월. 페테르부르크. 네바 강변 걷다가. 하늘 높이 날아가는 녀석들 보고서.

 

많이많이 높이높이 멀리멀리 날아가렴.

 

오늘 밤에도 날아가는 꿈을 꾸면 좋겠다, 대신 쫓기며 나는 게 아니라 그냥 편안하고 자유롭게 날고 올라가고 활강하는 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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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5. 22:53

24시간 식료품점 2016 petersburg2017. 1. 5. 22:53


페테르부르크.


편의점이라는 이름 대신. 그냥 '쁘라둑띄, 24시간'

쁘라둑띄는 노어로 식료품이란 뜻이다. 지금은 그래도 자본주의 세상이 되어 별의별 간판이 다 생겼지만 옛날 소련과 러시아 시절엔 가게 간판엔 그냥 '먀소'(고기), '쁘라둑띄'(식료품), '흘롑'(빵), '프룩띄'(과일), '끄니기'(책) 뭐 이렇게만 씌어 있었다.


물론 이 쁘라둑띄 24시간 은 우리의 편의점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 편의점은 참 편하고 고객지향적이지만... 보통 러시아에서 이런 '쁘라둑띄' 간판의 가게에 가면 카운터에 점원이 서 있고 물건은 그 뒤에 있어서 이거이거, 저거저거 주세요 라고 말해야 하는 옛날 시스템인 경우가 매우 많음. 그래서 주문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가급적 아주 급할때가 아니면 이런 쁘라둑띄 시스템의 가게는 잘 안 가고 카트로 밀고 가서 내가 주워담을 수 있는 조금이라도 큰 수퍼에 가곤 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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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겐 오랫동안 쓰지 않고 묻어두었던 여러 소재와 인물들이 있었다. 다시 글을 쓰려고 기억을 되살려내고 노트에 메모를 시작했던 순간만 해도 내가 페테르부르크와 미샤에게 되돌아가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거의 당연한 듯, 혹은 마법처럼 그들이 나를 불렀다. 나는 이전에 구상했던 여러가지 플롯들과 소재들을 쭉 적어나가다 자신도 모르게 미샤의 간단한 연혁을 작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왔다. 혹은, 페테르부르크가 되살아났다.


두세달 쯤 후 나는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다. 약 2년 반만에. 그리고 겨울이 아닌 페테르부르크에 다시 간 것은 5년만이었다. 그때 내가 그곳으로 간 것은 글을 다시 쓰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도시를 무척 많이 돌아다녔다. 내게 친숙했던 장소와 7~80년대 레닌그라드의 미샤가 돌아다녔을법한 장소들을 이곳저곳 쏘다녔다. 그것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이후 나는 매년 그 도시로 갔다. 운이 좋을땐 일년에 두번, 아니면 최소 한번은 갔다. 다른 아름다운 도시들 대신.


아래 발췌한 글은 트로이와 미샤가 등장하는 그 장편의 후반부 에피소드이다.


이전에 이 이야기의 바로 앞 에피소드도 발췌한 적이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1976년 가을. 몇가지 이유로 두달간의 휴가를 받고 모스크바의 병원에서 어깨 치료를 받고 온 미샤가 트로이가 강의하는 학교(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 지금의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로 불쑥 찾아온다. 여기서 미샤는 학교 식당 밥을 먹으며 간만에 좀 재잘거리기도 하고, 트로이는 미샤의 멋진 옷차림을 보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 에피소드를 먼저 읽으려면 여기 : http://tveye.tistory.com/3183 (흙탕물 색깔 재킷과 기름기 많은 수프)


위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것이 이 글이다. 둘은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교정을 나와 네바 강변을 걷고 다리를 건너간다. 이 강변의 이름은 '대학교 강변'이란 뜻으로 '우니베르시쩻스까야 나베레즈나야'라고 불린다. 이 에피소드는 둘이 강변을 걷다가 미샤가 다리 난간에서 춤을 추고 트로이가 혼비백산하는 상황에 뭔가를 조금 더한 이야기다.


맨 위 사진은 트로이츠키 사원. 그 아래 사진은 내가 찍었던 우니베르시쩻 강변의 석조 난간과 네바 강 사진.


* 고로호바야 거리는 트로이의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



작년에는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올해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 나는 미샤처럼 다리 난간 위에서 춤을 추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나만의 방식으로 춤을 춰왔고 때로는 멈췄다. 올해는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숨을 쉬고 나아가는 방법이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학교를 나와 강변으로 걸어가면서 트로이가 말했다.


 “ 얼굴은 훨씬 나아졌네. 모스크바에서 사람들 많이 만났어? ”



 “ 만났지, 의사랑 물리치료사. 아무 데도 못 갔어. 열흘 동안 요양소에 갇혀서 치료만 받았어. 주는 대로 먹고. 완전히 사육당했어. 머리까지 잘라주던데. 원장이 지나랑 다닐로프와 한통속이더라고. 외출 금지에 창문에는 쇠창살까지 쳐져 있었어.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어. ”



 “ 그래도 어깨는 좋아졌겠네. ”



 “ 아, 이제 다 나았어. ”



 미샤가 어깨를 유연하게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강물 위를 스치듯 날아가는 갈매기를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흑빵 조각을 쪼개서 휙 던졌다. 새가 우악스럽게 달려들어 빵조각을 채갔다. 트로이는 고개를 저었다.



 “ 갈매기는 물고기를 먹어. ”



 “ 잘만 먹는데, 빵. ”



 “ 그래도 원래는 물고기를 먹어. ”



 “ 여긴 소련인데 뭘 기대해, 흑빵이라도 감지덕지해야지. 줄 안 서는 것만으로도. ”



 “ 넌 줄 안 서잖아. ”



 “ 그런가. 갈매기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는 것 같긴 하네. ”



 미샤가 석조 난간 위로 훌쩍 올라갔다. 난간 폭은 꽤 넓었고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았지만 트로이는 너무 놀라서 펄쩍 뛰었다.


 “ 뭐해, 빨리 내려와! ”



 “ 왜? 설마 떨어질까봐? 이렇게 넓은데? ”



 미샤는 돌로 된 난간 위에서 몇 발짝 뛰어올랐다. 꼭 맞는 옷을 입고도 무대 위에서처럼 춤을 췄다. 빵조각을 채간 갈매기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해 추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지만 트로이는 그 재능에 놀라거나 감명을 받을 겨를도 없었다. 그는 난간에 몸을 바짝 기댄 채 두 팔로 미샤의 허리와 골반을 감아 바닥으로 홱 끌어당겨 내렸다. 아마 안드레이 트로이츠키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완전히 잊은 드문 경우였을 것이다. 트로이는 균형을 잡는 데는 별 재능이 없었으므로 하마터면 미샤와 함께 돌바닥에 넘어질 뻔 했다. 미샤가 재빨리 몸을 뒤로 젖히며 한 손으로 난간을 짚고 한쪽 다리로 트로이의 무릎을 떠받쳐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싸늘하고 약한 바람이 불어와 미샤의 머리칼이 검은 깃털처럼 공중으로 가볍게 나부꼈다. 



 
 “ 봐, 위보다 아래가 더 위험해. 넘어질 뻔 했잖아. ”


 “ 너 그 위에서 헛디뎠으면 강으로 떨어졌을 거야. ”


 “ 강이야 헤엄치면 되지만 이건 돌바닥이잖아. ”


 “ 괜찮아, 넌 내 위로 떨어졌을 테니까. ”


 “ 미쳤어? 제대로 넘어질 줄도 모르면서. 뻣뻣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거짓말이 아냐, 안드레이. 위보다 아래가, 강보다 바닥이 더 위험해. 넌 머리가 깨졌을 거야, 뼈가 부러졌거나. ”



 미샤는 화를 내고 있었다. 까만 눈을 뜨겁게 태우면서 입술을 떨었다. 자기는 그렇게 위험한 짓을 밥 먹듯 하는 주제에 기껏 그가 뒤로 자빠질 뻔한 것을 가지고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트로이는 그 말을 그대로 해주었다.


 미샤는 다리를 건너는 동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근처로 접어들었을 때 어떤 남녀가 그를 알아보고는 사인을 해달라고 매달렸다. 미샤는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고 그들을 물리치고 빠른 보폭으로 길을 건넜다. 평소에는 팬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었으므로 트로이는 그가 정말 화가 났거나 키로프 무용수 노릇에 넌더리가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자일 가능성이 컸다.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앞까지 왔을 때 트로이는 그를 따라잡았다. 고로호바야로 가려면 이곳에서 함께 안쪽으로 접어들어야 했다.



 “ 너 어디로 갈 거야? ”


 “ 러시아 미술관. ”


 “ 벌써 다섯 시가 넘었는데 무슨 러시아 미술관. 문 닫았잖아. ”


 “ 돔 크니기. 피의 사원. 판탄카. 블라지미르 사원. 쿠즈네츠느이 시장. 스타로 칼린킨 다리... ”


 “ 생각나는 대로 주워섬기지 마. ”


 “ 신경 꺼. 전부 갈 거니까. ”




 
 트로이는 그의 팔을 낚아채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로 접어들었다. 미샤가 조금 끌려가다가 완력으로 버티며 그 자리에 멈췄다.



 “ 너 정말 왜 그래? 우리 집에 가려고 학교로 온 거 아니었어? ”


 “ 넌 머리가 깨졌을 거야, 뼈가 부러졌거나. ”



 미샤는 네바 강변에서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눈 아래 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한순간 그렇게 창백해질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검은 머리가 흩어져 있는 얼굴이 루빈슈테인 병원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을 때처럼 조그맣고 하얗게 보였다.



 ‘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 그대로야. 좋아진 척 하고 있었을 뿐이야. 아스케로프 말이 맞아. 정신이 나갔어. ’



 트로이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끼며 미샤의 팔을 움켜잡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하지만 놔주지는 않았다. 그는 이제 미샤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 머리 좀 깨져도 안 죽어. 정말 그것 때문에 성질내고 있는 거야? 앞으로는 조심할게. 됐지? ”


 “ 나 때문에 넘어지지 마. ”



 그 말이 지나치게 낮고 부드러웠기 때문에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칼에 찔린 듯 깊은 통증을 느끼며 미샤를 내려다보았다. 아마 완전한 어둠이 내려와 그의 곁에 그림자가 돌아와 있었다면 미샤의 그 부드러운 음성은 침실에서 속삭이는 밀어처럼 들렸을 것이다.



 트로이는 헛기침을 했다. 미샤의 손에서 가방을 빼앗아 들면서 갑작스럽게 거칠어진 음성으로 대꾸했다.



 “ 연습할 때마다 넘어지는 주제에 누구한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집에 가자. ”


 “ 나는 넘어져도 일어나. 넌 안 돼. 넘어지지 마. ”


 “ 내가 뻣뻣한 건 알지만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면 좀 기분 나쁜데. ”


 “ 넌 교회 첨탑이라고 했잖아. 그렇게 거대하고 우아한 것들은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기 힘들어. 큰 나무와 비슷한 거야. 그러니까 넘어질 생각 같은 건 하지도 마. 꼼짝도 하지 마. ”




 
 지금껏 미샤가 그렇게 사적인 말을 거리에서, 그렇게 간절한 눈빛으로 속삭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게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었기 때문에 트로이는 현기증과 함께 지독하게 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억지로 웃었다.



 “ 태어나서 우아하다는 표현은 처음 듣는데. ”


 “ 왜? 모든 사원은 우아하고 쓸쓸해. 교회 첨탑도 마찬가지야. ”



 미샤가 움직였다. 그의 곁을 지나쳐 빠르게 걸었다. 트로이는 거대한 회색 거미처럼 긴 다리를 뻗어 그의 뒤를 쫓아갔다. 미샤는 곧장 고로호바야 거리 쪽으로 꺾었고 아파트 건물 앞에 도달했을 때에야 멈춰 섰다. 트로이가 정문을 열자 미샤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도 않고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여전히 가볍고 나는 듯한 발걸음이었다. 집까지 올라가는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아마 20년 쯤 더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하지만 트로이는 20년 더 나이를 먹은 미샤 야스민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아니, 10년조차도.


 


..



전에 이 글 쓰고 나서 미샤가 춤췄던 우니베르시쩻 강변 석조 난간과 이 이야기에 대해 짧은 메모를 쓴 적이 있다.

그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1840 (우니베르시쩻 강변의 석조 난간)



그때 올렸던 사진이긴 한데 하여튼 미샤가 춤췄던 난간 사진 한장 더.

(이 에피소드 쓰고 나서 여기 난간 사진들 많이 찍어놨는데 그 사진들은 전부 화정 집 데스크탑에 있네...)




이것이 트로이츠키 사원. 성삼위일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이즈마일로프 사원이라고도 불린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와 결혼한 사원이다. 전에 한두번 쓴 적 있지만 트로이의 이름과 성은 여기서 따왔다. 트로이의 본명은 안드레이 트로이츠키인데 그 트로이츠키는 무엇보다도 이 사원의 이름, 두번째는 네바 강에 있는 트로이츠키 다리에서 가져온 것이다.


트로이츠키 다리와 트로이 이름에 대해 전에 쓴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746 : 트로이의 이름 유래 중 하나 : 트로이츠키 다리


트로이츠키 사원은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이 무척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원이다. 푸른 돔에 그려진 금빛 별이 총총 빛나고 있다. 눈에 덮여 있을때도, 석양에 반사되었을때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트로이츠키 사원 사진 몇 장 더. 사진들은 내가 찍은 게 아니고 페테르부르크 사진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하지만 미샤의 말대로, 모든 사원은 우아하고 쓸쓸하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 트로이는 언제나 교회 첨탑 같은 존재로 남을 것이다. 혹은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이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여기는 외곽의 다른 사원.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 러시아는 곳곳에 작고 아름다운 정교 사원들이 많다.




화려한 네프스키 대로 너머로 카잔 성당의 돔이 보인다.




어쨌든 미샤는 춤추는 아이니까 무용수 사진 두 장으로 마무리.

아르춈 옵차렌코.



그리고 연습실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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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4. 22:16

얼어붙은 도시의 석양 2016 petersburg2017. 1. 4. 22:16


한겨울, 오후.

석양 보러 해군성 공원을 가로질러 네바 강변으로 나갔다. 

이 도시의 겨울 석양과 어스름을 렌즈에 담는 데는 아무런 필터도 필요없다. 사실 어떤 렌즈와 어떤 필터도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청동기사상을 지나서..


안녕, 표트르. 안녕 황제. 환상의 도시를 세운 사람, 지나간 시대의 제왕.





서서히 몰려드는 석양과 줄지어 늘어선 기다란 가로등 램프들은 이 도시를 더욱 환상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네바 강은 얼음과 흰 눈으로 두텁게 뒤덮여 있고..


얼음과 눈과 추위, 물과 돌의 도시. 북국의 싸늘한 아름다움. 이것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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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12월. 그리 늦지 않은 오후.

이날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오랜만에 가서 전시를 본 후 궁전광장에 나왔다. 아침부터 쏟아지던 눈이 광장 전체를 얄팍하게 뒤덮고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창문들 너머로는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두터운 외투 차림의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들과 몇몇 관광객들이 광장을 가로질러 천천히 걷고 있었다. 

겨울의 궁전광장은 당연하게도 관광객들보다는 토박이들이 훨씬 많다. 그러나 그 숫자조차도 여름에 비하면 무척 적다. 빛과 활기로 넘치던 광장은 어스름과 눈과 바람, 추위에 자리를 내준다. 그리고 두터운 외투 차림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검은 그림자들에게도. 

너무 춥지만 않다면, 눈보라가 몰아치지 않는다면 겨울의 궁전광장을 천천히 걷는 것 역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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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12월.

해진 후. 저녁. 아직 밤이 오기 전. 하지만 이미 북국의 도시는 어둠으로 가득했고 그 어둠 사이로 눈보라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쇄도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맞으며 걸었고 잠시 버스를 탔고, 다시 걸었다. 마음 속은 차갑고 뜨겁고 산란하고 동시에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어두웠다. 추웠고 동시에 더웠다. 인간의 육체를 입고 어둠 속을 걸어가며 눈을 맞는 것은 때로 마음의 상태와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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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12월에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료샤가 자기 아빠 생일 파티에 혼자 가기 싫다고(무섭고 근엄한 아빠와 젊은 새엄마 나타샤의 합동공격이 무섭다고) 나에게 자꾸 아빠 집에 같이 가자고 졸라댔었다. 나 역시 료샤 아빠네 집은 불편했고 나타샤라면 더더욱 불편했다. 게다가 나이든 사업가들이 오는 파티 + 부부동반 등등이라 내가 가기에는 아무래도 좀 이상하고 불편했다. 공연히 오해받기 쉬운 자리이고...

 

게다가 나는 이틀만에 아무렇게나 짐싸서(오직 보온을 위한 옷들만 쑤셔넣고) 그냥 막 날아갔던 때라서 입고 갈 옷도 없었다. 패딩코트와 기모바지와 기모스타킹, 스웨터, 어그 부츠 뭐 그런 것만 있었다. 그런데 료샤 아빠는 부르주아 오브 부르주아 졸부고 다들 잘 차려입고 와서 부티 자랑하는 사람들일게 뻔해서 나는 료샤에게 잘 생각해봐라 불편하기도 하지만 나는 입고 갈 옷도 없지 않니 하고 핑계를 댔다.

사실은 옷도 옷이지만, 료샤의 전부인 이라도 그렇고 오지랖 넓은 젊은 새엄마 나타샤-료샤랑 나보다 어림!-도 그렇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사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상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이라는 전남편 료샤가 나와 친한데다 아들인 레냐마저 나에게 '미래의 약혼녀' 운운하자 짜증이 났는지 나를 거의 불여우 취급한다. 대체 말이되냐!! 난 토끼 한마리라고... 쭉쭉빵빵 글래머 키큰 미녀들이 즐비한 너네 동네에서 내가 무슨 불여우여 ㅠㅠ)

 

하여튼 료샤는 그런 문제에 있어서는 이해를 잘 못하고 또 '남들이 좀 오해하면 어때 자고로 성인남녀가 함께 다니면 그런 오해받는 건 어쩔 수 없지 너랑 나랑 그런 관계 아니기만 하면 되지롱~' 하는 주의라서... 뭐 나도 기본적으로는 동의한다만 하여튼 료샤 주변인들의 입소문에 오르내리면 괜히 나만 피곤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료샤 아빠네는 가고프지 않았다. 그래서 옷 핑계를 대면서도 아빠 등쌀에 괴로워하는 료샤가 불쌍하고 또 평소 사내의 자존심 내세우며 안 그러던 놈이 너무 애절하게 나한테 '같이 가주라' 하고 부탁을 해대서 45% 쯤 '같이 가줄까' 하고 있던 찰나였다.

 

이 얘기를 그 날도 쓰긴 썼다만... 하여튼 그때 료샤는 이 순간 '여자사람 친구' 앞에서는 해서는 안될 말을 하고 말았다. '옷 없으면 내가 한벌 사줄게! 가다가 부띠끄 가서...' 라는 망발을 한 것이다. 순간 난 욱해서 '야! 난 유니클로 티셔츠랑 파자마 입고 방에서 쉴 거야! 내가 왜 친구가 사주는 부띠끄 쁠라찌예(드레스 -_-) 덜컥 받아입고 그 아빠네 가야 돼!' 하고 폭발하고는... 결국 료샤는 슬퍼하며(얘가 왜 화를 내지 하고 이해 못하며) 혼자 가고 나는 유니클로랑 파자마 입고 호텔 방에 앉아 차 마시며 잡지 보고 놀았었다.

 

가다가 료샤는 뒤늦게 '아, 내가 옷 사준다 해서 얘가 삐친 거구나. 여자의 존심을 건드렸구나'라는 사실을 기특하게 깨닫긴 했는데, 그 얘기를 했을때 '근데 옷 얘기 안 했어도 나 안 갔을 거 같아'란 내 대답에 이번엔 지가 삐쳤다가 다음날 서로 잘 풀었다. 이날의 이야기는 http://tveye.tistory.com/5641 에 대화를 줄줄이 쓴 적이 있다.

 

..

 

그런데... 나 사실 고백하면 그때 울컥하는 순간에도 조금살짝... 료샤가 꺼낸 단어에 조금살짝 아주잠깐 흔들렸음을 고백...

그때 료샤가 '옷 한벌 사면 되잖아. 그래그래 우리 바보츠카 가자! 거기 신상들 들어와 있는 거 같더라. 거기 진열장에 딱 너한테 어울릴만한 미니 드레스도 있었어' 라고 했기 때문이다.

 

바보츠카는 '나비'란 뜻인데 그랜드 호텔 유럽에 입점해 있는 명품 셀렉트 부띠끄이다. 물론 나야 그런 것들을 사입을 형편도 안되고 큰 관심도 없어서 지나갈때마다 진열장 구경만 하고 간다. 이쁜 옷이 종종 많이 걸려 있다. 그래서 순간 '잉, 바보츠카?' 하는 생각이 아주잠깐 들었다가 곧 '야! 내가 왜 친구한테 옷을 받아입어!'로 폭발했었음.

 

맨 위 사진이 바보츠카 매장 사진. 이름이 우리 어감으론 좀 웃기지만 ㅠㅠ

  

 

 

며칠 후 우리는 저녁에 같이 네프스키 거리를 산책하고 있었다. 마침 그랜드 호텔 유럽 근처를 지나가다 바보츠카 매장 앞에서 내가 목도리를 고쳐 매고 있는데 료샤가 날 쿡 찔렀다.

 

료샤 : 저거! 저 쁠라찌예(드레스)! 저거 너 입었으면 어울렸을 거 같았단 말이야!

나 : 무슨 쁠라찌예? 어머 이쁘다!!!!

료샤 : 쳇, 친구한테 옷 왜 받아입냐고 부르르 하더니 막상 쁠라찌예 보니까 눈 빤짝이는 것봐!

 

 

아니, 그게... 내가 원래 좀 저런 스타일을 좋아하긴 하는데... ㅋㅋ 원피스도 그렇고 복슬복슬 털도 그렇고... 아냐, 여기서 이놈에게 약점 잡힐 순 없다!!!!

 

나 : (이쁘긴 이쁘다.. 아 입어보고프다.. 하지만 속내를 들키지 말자~) 야! 저거 이쁘긴 하지만 완전 란제리 룩이잖아! 저런 걸 아무나 입니! 저렇게 헐벗은 드레스는 너네 나라에서나 입지 우리 나라 가면 평생 입을 일 없단 말임!

료샤 : 그러니까 털 달렸잖아, 저거 두르면 되잖아.

나 : 좀 속옷 같잖니!

료샤 : 예쁜데...

나 : 내가 저거 입으면 웃길 거 같지 않아?

료샤 : 몰라, 근데 좀 궁금하긴 해. 저런 거 입은 거 본적 없어서.

나 : 좀 야해보여서 자신 없다... 그리고, 이 바보야! 너 정말 저 옷 한벌 사면 내가 갈 수 있을줄 알았냐? 그래봤자 가방은 천으로 된 롱샴이고 신발은 어그부츠였단 말이야~ 저런 드레스를 입으면 구두도 갖춰 신어야 하고 핸드백도 사야 했어! 글고 기모 스타킹 대신 멋있는 실크 스타킹도 사야 했단 말이야! 바보! 사내의 한계!!!!! 

료샤 : 어 그런가... 하긴 그렇구나... 저기다 지금 그 부츠 신으면 되게 웃기겠다.

나 : 웃긴다고까지 할건 없잖앗!!!

 

 

 

볼수록 이쁘긴 했다 ㅋㅋ

 

 

그러자 료샤는 옆쪽 진열장을 가리키며(이것은 또 무려 펜디로구나)

 

료샤 : 아까 거 야해서 부담되면 이런 것도 있었단 말이다! 이건 완전 무난하구먼.

나 : 그래봤자 구두랑 핸드백 스타킹 사야 하는 건 동일!

료샤 : 이 옷은 맘에 안 드나보구나, 아까처럼 눈이 안 빤짝이네.

나 : 저 옷은 키크고 늘씬하고 마른 여자들한테 어울린다고!

료샤 : 그건 그렇지. 그래서 아까 그 슬립 같은 쁠라찌예가 딱 어울릴거 같았는데.

나 : 그 슬립 같은 드레스에 털 두르고 가서 너네 무서운 아빠랑 더 무서운 나타샤랑 더 무서운 비즈니스맨 할배할매 사이에서 보드카 받아마시고 취해 쓰러졌어야 했단 말이니?

료샤 : 에... 그건 또 그렇구나. 하여튼 뭐 그때 안 간건 잘했어.

 

 

 

그러다 또 다른 쪽 거리를 산책하다 다른 살롱에 걸려 있는 원피스 발견. 저거 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보고 있었는데 료샤가 오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료샤 : 그랬군. 꽃무늬 화려한 쁠라찌예였으면 갔을 수도 있겠군.

나 : 아니라고오오오!!!!!

 

.. 근데 저 원피스도 이뻤다 ㅋㅋ

 

 

사실은.. 내가 머물렀던 호텔 1층에도 멋진 살롱이 있었고 진열장에는 딱 내 취향인 화려한 물품들이 늘어서 있었다. 저 스카프랑 녹색 백이랑 파란 파우치 지갑 등등 전부 내 취향이었음. 그래서 아침에 조식 먹고 올라갈때마다 항상 눈요기하고 가곤 했다. 지금 봐도 이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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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를 따라 이삭 성당과 내 숙소가 있는 이삭 광장으로 걸어가던 길.

이른 저녁이지만 이미 해는 오후에 져버려서 캄캄하다. 공기는 차디차고 바닥은 얼어붙어가는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천천히 걷다보면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이정표인 황금빛 이삭 성당이 보인다.

 

 

이 건물은 앙글레테르 호텔이다. 세르게이 예세닌이 자살한 채 발견된 곳이다. 이 호텔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내가 묵었던 호텔이 나온다. 그리고 오른편 저 너머로는 이삭 성당의 열주가 보인다. 어둠 속의 이삭 성당은 조명 때문에 어두운 황금빛으로 빛난다.

 

 

이삭 성당이 거대한 전체 모습을 드러낼때면 이미 수백번은 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경이에 잠겨 황금빛 돔을 바라보곤 한다. 그리고 천사를.

 

아쉽게도 이삭 성당은 아직 수리 중이어서 꼭대기 돔은 보호 구조물로 가려져 있었다.

 

안녕, 이삭 성당. 안녕, 성당의 천사들. 잘 자요. 백야 때는 휘황찬란하지만 그래도 겨울의 어둠 속에서 더 아름다운 북국의 사원과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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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9. 14:41

페테르부르크 숙소와 창가 2016 petersburg2016. 12. 29. 14:41

 

약 2주 전. 페테르부르크 떠나기 전날 밤.

돌아온 후에는 많은 일이 너무 정신없이 몰아쳐와서 언제 저곳에 있었는지 벌써 아득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 다녀온 것 같다. 여러가지를 희생하며 다녀온 것이긴 하지만.

 

저때 샀던 책은 저 여섯권과 문양 색칠 책 두권이 전부였다. 저 여섯권 중 한권은 공항에서 다 읽었고 제일 얇은 도블라토프 단편집 한권은 지금 가방에 들어 있다. 저녁에 기차 타고 올라갈때 읽을 생각이다.

 

난 항상 저런 창가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지.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저런 창가가 딸린 집에 살아본 적이 없어 아쉽다.

 

본의 아니게 쓰지 못하고 있는 핸드폰은 아마 최소 2주는 더 있어야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집에 돌아가면 오래된 아이폰 4로 교체해 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돌아오고 나니 저순간, 저곳이 참 그립다. 그때도 그런 생각했었다. 돌아가면 이순간 이곳이 참 그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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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8. 13:17

차디찬 얼음 도시에서 2016 petersburg2016. 12. 28. 13:17

 

상트 페테르부르크. 12월. 얼어붙은 운하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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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5. 21:13

한겨울 저녁 페테르부르크 풍경 2016 petersburg2016. 12. 25. 21:13

 

백야의 여름과는 반대로 겨울이 되면 오후 3~4시에 이미 해가 져버리는 페테르부르크.

저녁과 밤에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장.

이삭 광장의 니콜라이 1세 기마상 전경.

 

 

 

모이카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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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4. 21:38

메리 크리스마스 - 트리와 장식들 2016 petersburg2016. 12. 24. 21:38

 

크리스마스 이브. 그냥 넘어가기는 아쉬워서.

이번에 갔을 때 페테르부르크 거리와 숙소와 여기저기서 발견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들 사진 여러 장. 엄밀히 말하면 러시아는 크리스마스 장식이라기보단 새해 장식이다. 여기는 1월 1일 새해(노브이 고드)를 위한 트리를 세우고 장식을 한다. 러시아 정교 성탄절은 1월이고. 하지만 페테르부르크야 관광도시이다 보니 요즘은 심지어 캐롤을 틀어놓은 곳들도 몇군데 봤다.

예쁜 트리랑 장식들 많이 봤는데 다 올리기엔 너무 많아서... 일단 열두개 정도만 올려본다. 나머지는 내일.

 

 

 

 

 

 

 

 

 

이건 가스찌니 드보르 앞의 트리.

 

 

 

 

너무 아쉬웠던 건 궁전광장의 이 거대한 트리. 내가 있을 동안에는 트리 세우는 작업 중이었다. 내가 떠난 다음날 점등식을 한다고 했다. 흐흑... 그리고 내가 떠난 다음날인가 다다음날 테미르카노프가 이 광장에서 음악회를 지휘하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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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2. 21:52

한겨울, 도시 외곽 2016 petersburg2016. 12. 22. 21:52

며칠 전. 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도자기 박물관 가려고 지하철 타고 도시 외곽으로 나갔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심을 벗어나면 여전히 소련 시절 분위기가 물씬 남아 있는 외곽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쭉 걸어서 박물관에 갔는데, 이곳 풍경을 보니 어쩐지 오래전 맨첨 페테르부르크 와서 살았던 동네 생각이 나서 그 다음날 그동네에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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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1. 03:13

자다 깸, 갖고팠던 소파 2016 petersburg2016. 12. 21. 03:13



약에 취해 곤히 자다 ​​기침하느라 두시 반쯤 깨서 잠시 잠못이루고 있음.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기침을 하네, 등과 가슴과 배가 너무 당겨온다. 있다 출근할때 마스크 쓰고 가야겠어 ㅠㅠ

사진은 아스토리야 호텔 라운지의 소파. 아, 우리집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저 소파랑 쿠션... 벌러덩 드러눕고프다.

다시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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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의 푸른 어스름과 금빛 창문 2016 petersburg2016. 12. 20. 22:40

페테르부르크. 궁전광장 주변 어느 건물의 창문,

이날은 흐렸고 눈발이 날렸다. 그래서 여느때보다도 더 어스름이 일찍 찾아왔다. 오후 세시 즈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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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0. 17:12

수도원 가는 길 2016 petersburg2016. 12. 20. 17:12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입구.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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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9. 23:13

커피 60루블 홍차 50루블 2016 petersburg2016. 12. 19. 23:13




블라지미르스키 거리를 따라 눈 맞으며 걷다 발견한 카페. 커피 60, 차 50루블.. 싸다... (커피 1200원 이내)

그래! 우린 커피랑 차가 너무 비싸!!!


저때 눈이 갑자기 많이 쏟아지고 짐도 많아서 급하게 걸어 버스정류장 가고 있었는데 어쩐지 저 문구와 실내를 보니 들어가고팠다..


저기 가보러 나중에 다시 뻬쩨르 가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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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역. 토큰(쥐똔 이라고 한다. 옛날이랑 똑같네. 가격 35루블. 내년엔 45루블로 인상 예정. 그리고 요즘은 카드 쓰는 사람이 많아져서 저 쥐똔은 조만간 폐지하려 한다고 한다. 추억의 쥐똔인데.. 페테르부르크는 트램도 보존하고 있으니 쥐똔도 계속 썼으면.. (효율성 따위 생각하지 않고 있음 ㅠ)





프리모르스카야 역. 지하철 안. 표지판.
아주 오래전 첨 러시아 갔을때 살았던 동네라 정말 자주 이 역을 다녔었다. 이번에 다시 가보니 역이 많이 깨끗해져 있었다. 방공호 대용 높고 깊고 빠른 에스컬레이터는 여전했고.
(러시아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타고 다니다보면 울나라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엄청 짧고 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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