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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9. 23:45

투명함과 어둠 사이에서 about writing2016. 12. 29. 23:45

 

 

2016년도 거의 다 저물었다. 올해는 글을 많이 쓰지 못했다. 정제된 글도, 정제되지 않은 글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내부의 혼란과 고통을 겪었던 해였다.

 

밤 기차로 올라왔다. 내일은 휴가이고 12월 31일과 1월 1일은 화정에서 보낸 후 다시 본사가 있는 시골 동네로 내려갈 것이다. 좀전에 집에 돌아왔고 환기를 시키고 보일러를 올렸다. 그리고 자기 전에, 문득 생각나서 몇년 전의 노트를 조금 발췌해 본다. 이전에 이 폴더에 종종 발췌해 올렸던 트로이와 미샤가 등장하는 장편을 마친 후 썼던 후기의 일부이다. 내가 만들어내고 숨결을 불어넣은 두 사람, 트로이와 미샤에 대한 메모의 일부.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종종 나는 그가 네바 강변을 걷는 모습을 떠올린다. 197센티미터의 키에 조금 야윈 체격, 하지만 큰 키와 굵고 강건한 뼈대 때문에 90킬로그램을 훌쩍 넘기는 체중으로 묵직하게 돌바닥을 누르고 한쪽 발을 조금 끌며 걸어가는 남자. 길게 구부러지는 팔다리, 나무인형처럼 뻣뻣하게 삐걱거릴 것 같은 몸매. 석양 속에서 네바 강변의 포석 위로 드리워지는 그의 그림자는 아마도 거대한 종루 같고 거미 같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있어 미샤는 언제나 조그맣고 새처럼 가벼운 어린애로 보일 것이다. 미샤는 트로이에게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지 않아’라고 말했듯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작지도 가볍지도 않아’라고 대꾸해줄 수 있을 테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나는 트로이의 재능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그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그 시대에 다른 존재로 산다는 것은 아마도 지금보다도 무척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으리라고 위로하며 어깨를 쓸고 입을 맞춰주고 싶다. 트로이의 고민은 복잡하지만 등장인물로서의 그는 내게 투명한 존재이다. 내 앞에서 그는 수수께끼나 비밀이 없다. 그래서 1인칭 소설은 아니지만 그는 궁극적으로는 화자이며 주인공이 아니다.

 

 미샤는 다르다. 그는 투명하지 않다. 어떤 면에서 나는 트로이보다 미샤와 공명하는 부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의 고민과 공포는 나의 어둠에서 태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원히 내 앞에서 비밀을 간직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재능이란 관통하는 아름다움이며 불꽃처럼 터졌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은밀한 그 무엇, 심미안을 가진 사람이든 그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한순간에 칼을 휘둘러 상처를 입히고 피를 흘리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 앞에서 무심하기란 불가능하다. 내가 트로이였다고 해도 가망 없이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혹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증오했을 것이다.

 

.. 2013. 1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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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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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