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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e'에 해당되는 글 318

  1. 2014.08.09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커튼 콜 사진들 1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2. 2014.08.07 마음의 위안을 위한 무용수 화보들 : 로파트키나, 슈클랴로프. 이반첸코, 쿠즈네초프, 스메칼로프, 말라호프, 소모바
  3. 2014.08.06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영상 클립(누레예프&폰테인,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마린스키 화보 몇 장
  4. 2014.08.06 마린스키 발레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빅토리야 테료쉬키나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4
  5. 2014.08.02 율리야 마할리나 사진 세 장 2
  6. 2014.07.31 마린스키 극장 신관 카페에서
  7. 2014.07.29 라브로프스키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짧은 메모 + 비슈네바와 슈클랴로프의 영상 클립들
  8. 2014.07.29 마린스키 로미오와 줄리엣 런던 공연 - the artsdesk 리뷰 발췌 2
  9. 2014.07.28 료샤가 라 바야데르, 남성 무용수, 발레 의상에 대해 얘기한 것들 + 아폴로 조각상에 대해서도 4
  10. 2014.07.26 마린스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아주 짧은 메모 + 커튼 콜 사진들(테료쉬키나 & 슈클랴로프)
  11. 2014.07.23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콜 사진 몇 장
  12. 2014.07.09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2
  13. 2014.07.02 마음의 위안을 위한 두 무용수 사진 : 폴루닌과 슈클랴로프 2
  14. 2014.06.25 마음의 위안을 위해
  15. 2014.06.16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 사진 몇 장 + 살려주고 싶은 알브레히트의 요건 등 4
  16. 2014.06.15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6.14 - 김나은/이고르 콜브) 간단한 리뷰 6
  17. 2014.06.08 푸에테를 추는 슈클랴로프
  18. 2014.05.28 루지마토프와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19. 2014.05.24 발레 돈키호테 영상 클립 몇 개 : 테료쉬키나&슈클랴로프, 니넬 쿠르가프키나 기념 갈라, 바질 3인무 등 2
  20. 2014.05.17 실비아 영상 클립 + 커튼 콜 사진 등
  21. 2014.05.17 마린스키 발레 실비아 초연 리뷰(14.4.3, 테료쉬키나, 슈클랴로프, 스메칼로프) 6
  22. 2014.05.11 마음의 위안을 위해 발레 사진 여러 장 : 마린스키, 이반첸코, 슈클랴로프(+예시나, 테료쉬키나, 노비코바, 오브라초바 등) 2
  23. 2014.05.10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라 바야데르' 망령의 왕국 솔로르 영상 클립 2
  24. 2014.05.10 '라 바야데르'(사라파노프, 세미오노바 :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4.2 리뷰 2
  25. 2014.05.08 박스트 불새 일러스트 찻잔 4

 

 

아직 리뷰는 안 올렸지만.. 일단 커튼 콜 사진들만 먼저 올려본다. 이때 이틀 연이어 출연했는데 나도 이틀 무대 다 봤다. 일단 첫날 찍은 사진들 먼저 올린다. 첫날은 앞에서 두번째 자리였음. 그러나 라 바야데르는 하얀 옷 입은 망령들이 많이 나오는 관계로... 망령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은 전부 번져서 이렇게 마지막으로 커튼 밖으로 나와 인사할 때 찍은 사진들만 선명하고 나머지는 화질이 안 좋다. 그래도 일단 올려본다.

 

솔로르의 저 파란 의상과 깃털은 최고.. 그보다 더 좋았던 건 2막의 하얀 의상.. 1막에서 입고 나오는 화려한 의상도 좋아하는데 슈클랴로프는 키가 별로 크지 않아 그런지 너무 장식 많은 옷을 입자 좀 작아 보이긴 했다.

 

 

 

2막 끝나고 인사 중.

 

왼편은 감자티 역의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오른편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저 흰색 탑과 아랍 팬츠, 하얀 깃털의 조합이 아주 잘 어울리는데다 실지로 무대에서 보면 꽤 섹시해서 앞자리에 앉은 보람이 있었음.. 이즈음 마린스키 극장 2층 홀에서 이고리 젤렌스키 갈라 공연과 관련해 그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 저 의상도 있어서 열심히 구경했었다. 그 사진은 나중에 솔로르의 의상에 대해서 따로 포스팅 올릴 때 :)

 

 

 

2막 끝나고. 니키야 역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인사 중. 그녀의 니키야는 의외로 꽤 좋았다.

 

 

 

인사하고 있는 슈클랴로프. 뉘집 아들인지 멋있기도 하지 :)

 

 

 

이건 1막 끝나고..

 

테료쉬키나.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블라지미르 포노마료프. 브라만, 샤흐리아르, 돈키호테, 캐풀릿 공 등등 이런 역들을 너무나 잘 소화하는 최고의 배우. 오래 전 맨 처음 마린스키에서 공연봤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사람이 연기한 브라만은 그야말로 열정적이고 비극적이었다.

 

 

 

역시 1막 끝나고. 감자티 역의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와 라자 역의 안드레이 야코블레프.

 

둘의 화려한 의상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의 실제 무대는 이번 라 바야데르와 in the night을 봤는데 사실 기대와는 좀 달랐다. 살짝 실망스러웠는데 그래도 감자티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못된' 공주 감자티 연기를 잘했다. 춤은 그럭저럭.. 솔직히 테료쉬키나와 꽤 비교됐다. 사실 라 바야데르에서 감자티와 솔로르의 그랑 파 드 두는 꽤 화려한 씬이라 잘만 하면 니키야보다 더 튈 수도 있는데.. 하여튼 리뷰는 따로..

 

야코블레프의 저 터번과 화려한 의상! 입어보고 싶다!!

 

 

 

 

문제의 3막. 망령의 왕국. 이렇게 다 번졌다 흐흑..

 

내 자리에서 찍으면 오케스트라 핏이 있어 줌을 안 당기면 이렇게 나왔다. 줌 당긴 사진들도 잘 보면 아래 검은 부분이 있는데 그게 무대 아랫부분이다.. 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화질 나쁘지만.. 어떻게든 덜 번진 사진 몇 장..

 

 

 

 

얼마나 뛰어오르고 날아다녔는지 깃털이 저렇게 다 갈라졌다 ㅠㅠ 근데 다음날도 갈라진 깃털 그냥 꽂고 나왔다. 얘 컨셉인가.. 원래 솔로르 깃털은 좀 더 가지런하게 모아져 있는데..

 

 

 

꽃다발 받고 꾸벅 인사 중. 그러나 저 꽃다발은 곧 테료쉬키나의 품으로..

 

 

 

'빅토리야 누나한테 내 꽃다발 바쳐야지..' 하고 쳐다보고 있음 :)

 

 

 

따로 커튼 앞으로 나와 인사 중. 이건 빛을 잘못 받았는지 뿌옇게 나왔지만 슈클랴로프가 참해보여서 그냥 올린다 :) 도도한 누님 옆에서 참하게 보필 중 :))

 

가까이서 보면서도 내내 느꼈고 사진에서도 드러나지만, 발레 공연은 워낙 운동량이 많고 에너지가 소모되는데다 이 사람은 원체 열정적이고 높이 뛰어올라서 의상 전체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수고했다, 발로쟈~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나가서 찍은 사진들 여러 장..

 

 

 

 

 

 

 

 

 

 

 

 

 

 

 

 

 

 

 

 

 

.. 이날 둘이서 브라보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 유럽 여러 나라 영화관에서 생중계된 그 다음날보다 이날이 훨씬 관객 반응이 뜨겁고 좋았다. 그래서 다음날 반응이 좀 아쉬웠다. 춤 자체는 다음날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사진들과 공연 리뷰는 가능하면 내일... 안되면 다음주 중에...

 

**  다음날 커튼콜 사진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21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커튼콜 사진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73

 

:
Posted by liontamer

 

 

피로하고 힘든 하루였다.

 

마음의 위안을 위해 좋아하는 마린스키 무용수들 화보 몇 장. 블라지미르 말라호프만 마린스키 무용수에서 제외.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백조의 호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 예브게니 이반첸코. 백조의 호수.

사진사는 natasha razina

 

 

 

유리 스메칼로프. 사진사는 alex gouliaev.

 

 

 

 

블라지미르 말라호프. 사진사는 니나 알로베르트 nina alovert

 

 

 

일리야 쿠즈네초프. 백조의 호수 로트바르트.

 

최고의 로트바르트이자 최고의 힐라리온!

 

 

 

그리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시리즈. 힘든 하루였으니까 이 사람이라도 많이 봐야지 ㅠ.ㅠ

 

로미오와 줄리엣, 무도회 첫 만남. 줄리엣은 알리나 소모바.

 

아래 두 장도 같은 시리즈.

 

알리나 소모바는 내 취향의 발레리나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본 infra에서는 꽤 좋았다. 고전 발레가 아니어서 그런가..

 

 

 

 

 

 

이건 최근 라 바야데르에서의 솔로르. 사진사는 alex gouliaev.

 

역시 카메라와 사진사의 차이야!! 같은 무대를 봤는데 내가 찍은 화질 나쁜 사진과 백만배 차이!!!

 

이거 리뷰도 써야 하는데.. 슈클랴로프의 솔로르는 아주 매력적이었고 춤도 근사했다. 콩깍지 때문인지 사라파노프가 췄던 무대보다 더 좋았다. 춤 자체라기보다는(아무래도 테크니션으로는 사라파노프가 앞선다) 이 사람의 배우로서의 매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역시  alex gouliaev가 찍은 사진. Le Parc.

 

참 잘 뛰어오른다니까.. 라 바야데르 3막에서 파란 의상 입고 깃털 휘날리며 무대 전체를 가로지르고 도약할 때 정말 멋졌다.

:
Posted by liontamer

 

어제 올린 마린스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http://tveye.tistory.com/3002)에 이어.

 

1. 루돌프 누레예프와 마고트 폰테인의 오리지널.

화질은 별로 좋지 않고 영화식으로 편집되어 살짝 아쉽긴 하지만.

 

 

 

2. 그리고 이건 내가 리뷰 올렸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가 춘 버전,

앞부분(마르그리트의 환영, 첫 만남, 교외 보금자리 약간) 발췌 클립. 아마 관객 중 누군가가 캠으로 찍은 듯...

 

확실히 캠 버전에는 한계가 있어서 원 무대와는 느낌이 좀 다르다. 좀 아쉬운 게, 이들의 무대는 뒤로 갈수록 근사했기 때문에 앞보다는 뒤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쨌든 링크 올려본다. 위의 오리지널과는 느낌이 꽤 다르다.

 

 

 

유튜브에는 세르게이 폴루닌이나 자하로바, 로파트키나, 타마라 로요 등 다른 무용수들이 춘 버전도 올라와있으니 비교해 보시면 좋을 듯. 감상자의 취향에 따라 잘 맞는 무용수들이 있을 것 같다.

 

 

3. 이번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공연 관련 마린스키 사이트에 올라왔던 화보들 몇 장.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만 발췌. 로파트키나와 아스케로프가 궁금하신 분들은 마린스키 페이스북이나 브 콘탁트 사이트 참조.

 

 

 

 

 

 

 

 

 

 

 

 

 

 

 

 

 

이 마지막 사진은 'neznaika' 라는 러시아 팬이 찍은 것. 교외 보금자리 사랑의 듀엣 장면.

 

** 내가 찍었던 커튼 콜 사진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73, http://tveye.tistory.com/2966

 

 

** 다음 리뷰는 테료쉬키나 & 슈클랴로프 & 마트비옌코의 라 바야데르...

 

:
Posted by liontamer

 

(사진 출처는 모두 마린스키 사이트. 이 포스터에서는 왼편이 아스케로프와 로파트키나, 오른편이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

 

 

바쁘고 피곤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뒤늦게 올리는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 별로 체계적이거나 전문적인 건 아니고, 그냥 감상 위주.

 

이 날 프로그램은 3개의 단막 발레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순서대로 미하일 포킨의 '쇼피니아나', 제롬 로빈스의 'in the night', 그리고 마지막 작품이 프레드릭 애쉬튼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이었다. 전자 두 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마린스키에서 몇 번 봤고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은 무대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쇼피니아나와 인 더 나잇은 나중에 따로 짧은 메모 올려보고 오늘은 일단 마르그리트와 아르망만..

 

먼저 간단한 공연 정보는 다음과 같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음악 : 프란츠 리스트

안무 : 프레드릭 애쉬튼

무대 미술 및 의상 : 세실 비통

 

<주요 배역>

마르그리트 :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아르망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아르망의 아버지 : 안드레이 야코블레프

 

<시놉시스>

 

동백꽃 아가씨(마르그리트)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죽어가는 중이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자신의 비극적 삶에서 일어났던 주요 사건들을 반추한다.

 

<극 순서>

프롤로그 - 만남 - 교외의 별장 - 모욕 - 마르그리트의 죽음

 

 

..

 

1. 누레예프와 폰테인, 오리지널, 애쉬튼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이라는 작품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마고트 폰테인과 루돌프 누레예프의 이름을 빼놓을 수가 없다. 애쉬튼은 이들을 위해 이 작품을 안무했고 생전에는 다른 무용수들에게 역을 내주지 않았다. 망명한 젊은 누레예프가 마고트 폰테인에게 끼친 영향과 둘의 듀엣이란 워낙 유명한 이야기여서 따로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리지널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얘기 전에.. 나는 누레예프를 아주 좋아한다. 오래 전 맨 처음 발레를 보기 시작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명의 인물이 있다면 그건 너무나 전설적인 니진스키와 누레예프였다. 그의 춤도, 그라는 인물도, 그의 치열했던 삶도 모두 내게 큰 감명을 주었다. 지금도 그에 대한 나의 경의는 변함이 없다. 니진스키도 마찬가지이지만, 루돌프 누레예프란 이름 없이 20세기부터 지금까지의 남성 발레 무용수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리지널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은 전에도 필름으로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 사실 옛날에 맨 처음 누레예프 화보집 샀을 때 사진으로 먼저 봤는데, 그때는 작품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는 상태였지만 둘의 화보가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 넋을 빼앗겼던 기억이 난다.

 

그것과는 별개로, 필름으로 보면서는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흠, 난 애쉬튼과는 어딘가 맞지 않아...

 

그러니까.. 폰테인은 너무나 우아하고 애처롭다. 누레예프의 성적 자력은 굉장하다. 그러나 애쉬튼의 안무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발레는 매우 드라마틱하고, 리스트 음악도 마찬가지이고, 두 무용수는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애쉬튼 안무는 내 취향보다는 너무 젠체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건 개인적 취향이긴 한데, 난 애쉬튼의 다른 작품들을 볼 때도 거의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나는 드라마틱하면서도 감정적이든 육체적이든 유연하게 따라가며 이입할 수 있는 안무를 좋아하는 편인데 애쉬튼은 내겐 좀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건 지난번에 본 실비아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연미복 재킷과 흰 타이츠를 차려입고 춤을 춘다는데, 심지어 여자에게 지폐를 흩뿌리는 분노의 연기를 보여준다는데 여기 애쉬튼의 안무고 취향이고 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분명 타임머신을 타고 60년대로 가서 누레예프와 폰테인의 이 무대를 봤다면 그때도 애쉬튼이고 안무고 간에 누레예프의 춤을 보느라 넋놓고 있었겠지. 무용수가 그만한 자력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재능이자 축복이다.

 

 

2. 마린스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전체 리뷰

 

 

 

 

마린스키에 공연을 보러 갔다. 그간 내가 여러 가지 일로 힘들어하고 있었던 것을 가엾이 여긴 료샤가 나를 위해 앞자리 표를 끊어주었다. 앞에서 세번째 줄 가운데 자리로 꽤 좋은 자리였지만, 역시나 앞자리 발샤야 갈라바(큰 머리)로 괴로워하다가 In the night 부터는 비장의 필살기 책 깔고 앉기를 다시 시전.. 그리하여 그나마 덜 가리고 봤다.

 

초연이었고(비록 로파트키나와 예르마코프가 '13년에 이미 추긴 했지만), 첫 날은 울리야나 로파트키나와 티무르 아스케로프, 둘째 날이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였다. 물론 나도 로파트키나가 추는 걸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르망을 슈클랴로프가 춘다는데.. 당연히 그게 우선(ㅜ.ㅜ)  게다가 난 티무르 아스케로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중에 관객들 평을 보니 의외로 둘째 날이 더 좋았다는 얘기가 훨씬 많았다. 훨씬 절절하고 이입이 잘됐다는 평이었다. 첫날 걸 안봐서 모르겠지만 나도 동의한다.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는 워낙 호흡을 많이 맞춰본데다 드라마틱한 연기력이 좋기 때문에 감정선이 살아 있었다.

 

발레의 내용이야 익히 잘 알려진 소 뒤마의 춘희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여타의 각색 버전들과 다른 것은 길이가 30분 이내로 매우 짧고 주요 사건들만 스피디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무대 디자인이나 의상 등은 오리지널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실비아와 마찬가지로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눈호강은 실컷 하겠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의외로 애쉬튼 안무를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몰입해서 보았다. 물론 영상과 무대의 차이도 있고, 두 무용수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해서 마치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허구가 아니라 실재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라면 이미 그들의 춤이나 테크닉, 다른 디테일들에 대한 사항들은 뒤로 밀려난다. 허구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무대가 더 이상 '연기'나 '공연'으로 느껴지지 않을만큼, 진짜 현실처럼 관객을 사로잡는 순간 그 무대는 '진짜'가 된다. 그만큼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의 감정선은 강렬하게 살아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무척 몰입해서 봤다. 사실 맨 처음 무도회장 장면에서 슈클랴로프 아르망이 파란 연미복을 입고 등장해 붉은 드레스의 테료쉬키나 마르그리트와 춤추기 시작할때는 나도 모르게 누레예프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뒤로 갈수록 둘의 눈빛과 움직임, 서로를 향한 갈망과 고통, 슬픔이 절절해지면서 그런 생각은 멀리 달아났다.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고 아르망이 마르그리트를 거칠게 붙잡아 돌려세우고 목걸이를 잡아채고 지폐 뿌리는 장면에서는 관객들 모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몰입했다. 종반에 마르그리트의 숨이 끊어지고 아르망이 슬픔에 젖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관객들은 열띤 갈채와 브라보를 보냈다. 같은 애쉬튼 작품이었고 초연이었던 실비아와 비교해보면 두세 배는 더 뜨거웠다. 이쪽 관객들도 감정적으로 이입되는 드라마틱한 비극에 더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커튼 콜도 수 차례 계속되었고 불도 켜지고 다들 나가는 가운데에도 열혈 팬들은 끝까지 남아 끈질기게 박수를 쳤다. 나도 나가려다 반응이 재미있어 남아 있었는데 정말 둘이 다시 나와서 무척 좋았다 :)

 

내 옆에 있던 중년 아주머니는 나에게 '박수쳐요, 계속 박수쳐~" 하고 부추겼는데 너무 몰입하고 흥겨워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무대와 무용수들에게 그렇게 사로잡혀 행복한 열기를 발산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좋았다. 이날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 팬들이 많이 왔는데 2~3층에 포진한 채 계속해서 브라보~ , 벨리꼬레쁘노~(위대하고 근사하다는 뜻의 노어)를 우렁차게 연발. (이 분들은 라 바야데르 때도 오심)

 

전반적으로 무척 몰입해서 봤다.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가 추는 버전이라면 다시 볼 의향이 있을 정도로. (실비아는 그렇지 않았다!)

 

리스트의 음악도 그렇고 사실 이 작품의 안무는 꽤 허세 넘치고 작위적이란 느낌이 좀 든다. 아마 내가 누레예프가 추는 오리지널 생각을 해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애쉬튼이 누레예프에게 준 솔로는 특히 그런 느낌이다. 누레예프란 무용수의 카리스마와 성적 자력 때문일수도 있지만.. 그의 아르망은 상당히 수탉 같고 공작새 같은 인물이었다.(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누레예프란 무용수에겐 이런 특질이 있다. 그만큼 화려하고 도도하고 오만하고 자력 넘친다는 얘기다) 그런데 누레예프의 이런 특질과 애쉬튼의 젠체하는 안무, 리스트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내겐 좀 'over the top'이란 느낌을 주곤 했다. 폰테인의 마르그리트는 참으로 애처롭고 청순하긴 한데 또 너무 청순하다는 느낌이었고. 아마 그래서 내가 오리지널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나보다.

 

마린스키 버전은 사실 '진짜' 애쉬튼 팬들이라면 아쉬워할지도 모르겠다. 전에 실비아 때도 그런 얘기가 좀 있긴 했지만, 애쉬튼을 제대로 구현했다기보다는 꽤 러시아적이었기 때문이다. 감정선도 그렇고 둘을 해석하는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도 그랬다. 물론 러시아적인 작품들도 over the top인 경우가 무지 많다. 그런데 난 이쪽의 과잉은 또 취향에 맞는 것 같다.

 

 

3.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마르그리트

 

 

슈클랴로프 얘긴 아래 따로 하고.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에 대해 잠깐.

 

테료쉬키나는 좋은 무용수이다. 테크닉과 연기 양쪽 모두 더할 나위 없다. 물론 이 사람에게도 특질은 있다. 외모도 그렇고 춤추는 스타일도 여리여리하고 청순하기보다는 강렬한 쪽이다. (오데트보다는 오딜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은 캐릭터가 지닌 속성보다도 훨씬 세 보이거나 강력해보여서 몰입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사람과 슈클랴로프의 듀엣은 거의 언제나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바로 이런 속성이 슈클랴로프의 소년다운 속성과 만나면서 둘이 가끔 '기 센 누나와 연하의 온순한 애인' 느낌을 자아낼 때가 있다. (그래서 이 둘의 조바이다와 황금노예 페어는 좀 내 취향과 어긋났다)

 

마르그리트 역의 테료쉬키나는 무척 좋았다. 물론 그녀의 마르그리트는 폰테인처럼 툭 건드리면 눈물이 똑똑 떨어질 것처럼 청순하고 연약해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 마르그리트가 아주 강단있고 전투적인 타입도 아니었다. 테료쉬키나의 마르그리트는 그보다는 산전수전 다 겪고 고통받은 여인이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온몸을 던져 아르망의 아버지에게 애원하고 사랑하는 아르망을 향해 매달리는 그녀의 연기는 한없이 애처롭다기보다는 무척 고통스러웠다. 처절하게 울부짖고 몸부림치고 마침내 죽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너무 슬퍼서 나도 모르게 '죽지 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에게 그런 간절한 마음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성공한 무대인 것이다.

 

며칠 후 라 바야데르를 보면서 다시 느꼈다. 테료쉬키나는 생각보다 더 좋은 무용수구나.. 적어도 니키야 역에는 아주 잘 어울리는 무용수였다.

 

 

4.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아르망

 

이 부분은 팬으로서의 사심이 넘치는 애기들이라.. 좀 오글거려도 그러려니 해주시길.

 

슈클랴로프의 팬이라면 꼭 한 번 볼만한 무대였다. 그 이유는..

 

1. 미모의 절정 :)

2. 목걸이 잡아채고 지폐 뿌리는 슈클랴로프 (!!)

3. 이 사람의 강점인 드라마틱한 연인 배역!

 

이 사람이 깨끗한 포즈와 훌륭한 도약, 탁월한 연기력에 비해 몇 가지 테크닉이나 파트너링 부분에서 결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테료쉬키나와는 호흡이 잘 맞아서 그런지 이 무대에서는 별로 그런 면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슈클랴로프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무대에서 뿜어내는 자력이다. 물론 그건 (아쉽게도) 루돌프 누레예프 같은 성적 자력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을 사로잡는 뭔가는 분명 갖고 있다. 앞선 쇼피니아나와 in the night 무대에서는 남자 무용수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조명이나 하이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작품들이 아니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아우라가 있다. 이 사람은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눈에 확 띄는 타입이다. 그게 또렷하고 잘생긴 이목구비 덕을 보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요즘 마린스키 남자 무용수치고는 키도 크지 않고 따라서 체격도 당당하지 않은데다 비율도 완벽하지 않은 편이라 그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건 재능이다. 

 

세실 비통이 디자인했던 아르망의 의상이 무척 잘 어울렸다. 파란 프록코트, 검정 프록코트, 그리고 흰색 루바슈카 셔츠와 타이츠 모두가 이 사람을 위한 듯 딱 들어맞았다.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은 누레예프의 공작새 같고 살짝 이기적이면서도 섹시한 아르망과는 달랐다. 이게 취향에 따라 부정적 평을 받을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 사람의 아르망은 좀 로미오 같았다. (어떤 관객은 폴루닌의 아르망과 비교하면서 너무 귀엽고 철없는 왕자님 같은 아르망이라고 했었다) 원체 외모부터 시작해 소년다운 특질이 있는 무용수라서 드라마틱한 연인에는 매우 잘 어울리지만 어딘가 청순한 구석이 있다. 특히 흰색 루바슈카와 타이츠 차림으로 교외 보금자리에서 마르그리트와 춤출땐 더 로미오 같았다. (그래도 소파에 누워 마르그리트와 키스할 때는 너무 근사해서 여성 관객들의 혼을 뺏음)

 

절정부의 무도회장에서 돈 뿌리는 씬인데. 이때 검은 재킷으로 갈아입은데다 입술을 붉게 칠하고 나타났다. 그 효과란 대단한 것이어서 테료쉬키나도 안 보이고 이 사람의 창백한 미모만 광채를 발함(분명 경고했음. 내가 오글거릴 거라고 했잖아요 ㅠㅠ) 게다가, 이 사람이 이렇게 확 타올라서 부르르 떨고 여자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이며 그녀를 거칠게 잡아끌고 밀어붙이고 목걸이를 휙 잡아채 내던지고 지폐를 내던지는 모습을 또 어디서 보겠나... 거의 언제나 이 사람은 완벽한 왕자님이나 장난스런 바보 이반, 아니면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연인인데..

 

슈클랴로프의 춤은 뒤로 갈수록 좋았다. 아무래도 앞부분에서는 내가 아직 누레예프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 사람이 해석한 아르망의 움직임은 오리지널의 그 분절적이고 허세 넘치고 공작새 같은 움직임과는 좀 달랐다. 좀 더 부드러웠고 어떤 측면에서는 살짝 여성적이었다. 어쩌면 그의 소년다운 매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초반의 아르망과 교외 보금자리에서의 아르망은 사춘기 소년 느낌이 났고(그러니까 조금 로미오..) '남자'라는 느낌은 덜했다. 그러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이라는 제목부터 그렇듯, 이 작품은 무엇보다 남녀 주인공의 듀엣이 중요하다. 그리고 테료쉬키나와의 듀엣은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종반의 비극적인 2인무는 정말 눈물을 자아냈다.

 

내가 이 무대에서 가장 감명받았던 순간은 바로 마지막, 마르그리트가 숨이 끊어진 직후였다. 연인이 세상을 떠나자 망연자실한 채 무릎을 꿇고 그녀를 내려다보는 슈클랴로프의 연기가 훌륭했다. 앞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표정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생생하게 볼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이 사람이 두 손을 미세하게 계속 부들부들 떠는 것을 보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섬세하고 훌륭한 연기였다. 둘의 감정선도 그렇고 마지막에 슈클랴로프가 보여준 슬픔은 너무나 진실하고 애절했다. 그런 진정성 있는 무대를 외면할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브라보가 나왔겠지.

 

 

 

 

.. 그리고 커튼 콜.

 

앞자리에 앉아있기도 했고.. 나중에 커튼 앞으로 테료쉬키나랑 나왔을땐 역시나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가서 그의 미모를 열심히 구경 :) 여기 미모의 결정체가 있구나.

 

변명하자면 나만 그런 거 아니었다.. 앞에 매달려 그의 미모에 넋나간 팬들 꽤 있었다. 아저씨 팬들도 있었다. 나중에 라 바야데르 리뷰 때 얘기하겠지만 어떤 아저씨는 대놓고 그의 미모를 칭찬했다 ㅋㅋ

 

 

5. 사족 : 초심자의 놀라운 이입

 

의외로 같이 보러 갔던 발레 초심자이자 예쁜 남자 무용수와 타이츠 혐오자(http://tveye.tistory.com/2979)인 내 친구 료샤는 엄청 감명을 받았다. 이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뜨겁고 뜨거운 러시아인의 심장을 가진 남자!

 

그는 뒤마의 춘희를 읽어본 적도 없고 라 트라비아타도 카멜리아 레이디도 이것도 저것도 전혀 모르는 인물이다. 라 바야데르 보며 졸았던 얘기도 전에 쓴 적 있듯이.. 발레는 진짜 거의 모른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에 대해서는 아주 간단한 리브레토만 알려줬다. 그리고는 '졸리면 그냥 자라'고 했다. (이미 앞의 쇼피니아나와 in the night 때 푹 주무심)

 

놀랍게도 그는 한순간도 졸지 않았다. 엄청나게 이입해서 봤다.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에 이입했다가 심지어 테료쉬키나의 마르그리트에게도 잠깐 이입했다. 처음엔 좀 정신없어 하다가(암전과 무대 배경 전환이 스피디하게 이루어지니 초심자는 첨에 좀 우왕좌왕할 수도 있다), 무도회장에서 아르망이 나타나 여자에게 반하고 춤추는 장면부터 시작해 마르그리트가 던지고 나간 꽃을 아르망이 아무에게도 다가오지 못하게 하면서 집어드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혹하고 말았다.

 

교외 보금자리로 배경 전환되면서 암전됐을 때 료샤가 속삭이며 물어봤다.

 

" 여자 기침하는 거 많이 아픈 거야? 진짜 죽어? "

" 응, 죽을 거야. 원작이 그래. "

" 아, 안되는데. 안 죽었으면 좋겠다. "

 

이것은 괄목할만한 발전!!! 뿌듯한 마음과 함께 계속 봤다. 이때부터 난 무대에 폭 빠져서 얘 상대를 거의 해주지 않았는데 얘도 나름대로 열심히 보고 있었다. 무도회장에서 슈클랴로프 아르망이 나타나 마르그리트를 모욕하고 목걸이 잡아챌 때는 너무 놀라서 숨을 소리내 들이쉬더니만 지폐 뿌리는 장면에서는 '안돼, 그러면 안되지 ㅠㅠ' 하고 조그맣게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아, 보람 있다!!! 이건 진짜 성공한 무대다!! 얘를 이렇게 집중하고 이입하게 만들다니! 고마워요 빅토리야, 블라지미르!

 

마지막에 테료쉬키나 마르그리트가 죽고 슈클랴로프 아르망이 슬픔을 토로하자 이 친구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면서 투덜댔다. '아, 진짜 죽어버렸어 ㅠㅠ 남자는 어떻게 해...'

 

.. 이때는 너무 이입해서 봤는지 슈클랴로프의 순백색 타이츠에 대해서도 아무 말 안 했다 :) 내가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가서 그의 미모에 집중하고 있을 때도 쿠사리 안 줬다.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힘!!!!

 

 

...

 

 

어쩌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

동영상 클립이랑 오리지널 영상 링크는 내일.. 그리고 마린스키 측 화보들도 내일..

 

** 추가 **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의 공연 클립 + 누레예프와 폰테인 오리지널 영상, 화보 : http://tveye.tistory.com/3006

 

** 내가 찍었던 커튼 콜 사진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73, http://tveye.tistory.com/2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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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8. 2. 22:09

율리야 마할리나 사진 세 장 dance2014. 8. 2. 22:09

 

 

좋아했던 발레리나. '여왕'이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무용수였다. 지금도 춤을 추긴 하지만 나이 때문에 무대에 자주 올라오지는 않는다.

 

'발레리나는 가늠할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어야 한다' 라고 씌어 있음.

 

 

 

지젤

 

 

 

 

이건 마린스키 극장 앞에서 찍은 사진. 90년대 사진인 것 같다. 모자도 코트도 잘 어울린다.

(역시 검은 코트에 시선을 빼앗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는 거였어...)

 

태그의 율리야 마할리나 를 클릭하면 전에 올렸던 사진들 몇 장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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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7. 31. 22:06

마린스키 극장 신관 카페에서 dance2014. 7. 31. 22:06

 

 

 

마린스키 극장 신관 카페에서.

 

이 날은 모던 발레 공연이라 백조의 호수 같은 고전 발레 공연 때보다는 사람이 적었고 극장도 한적한 편이었다. 마린스키 극장은 구관과 신관 모두 카페의 케익이 맛있다. 90년대 후반에 맨처음 마린스키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관 카페는 좁은 복도에 의자와 테이블을 늘어놓아서 어두컴컴하고 붐비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옛날에 거기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은 잊을 수가 없다. 한 스쿱 떠주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초콜릿 가루를 뿌려주었는데 지금껏 그토록 맛있었던 아이스크림은 거의 없다. (하긴 내 기억 속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들은 모두 러시아에서 먹은 것들이었음) 지금은 구관 카페에서도 아이스크림은 조그만 통에 든 걸로 팔아서 그때의 그 느낌이 사라져 슬프지만..

 

저 티라미수는 정말 맛있다. 우유맛이 강하긴 하지만 크림치즈가 부드럽고 가벼우며 삭 녹는다. 정말 맛있다. 구관 카페에서 먹어보고 신관에 와서 또 발견하고 또 먹었다.

 

다만 확실히 신관이 더 럭셔리한 스타일이라.. 같은 카페에 같은 가격이라도 구관 카페는 홍차 시키면 러시아산 그린필드 티백인데 여기는 프랑스 고급 티백 담가줌..

 

그래도 역시 구관 카페가 '극장' 카페 같은 느낌은 더 있다. 여기는 '공연장' 카페 같고.

 

나중에 구관 카페도 올려보겠다.

(추가 : 구관 카페 http://tveye.tistory.com/3248)

 

아래 종이는 저 날 공연 프로그램. 이때 봤던 것은 라트만스키 안무의 콘체르토 DSCH, 그리고 웨인 맥그리거 안무의 Infra.

 

전자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 바실리 트카첸코가 주역, 그리고 후자는 열 두명 정도의 무용수들이 비슷한 비중으로 나오는데 그중 알리나 소모바, 옥사나 스코릭,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가장 임팩트 있는 역. 전자는 내 취향에는 어긋나서 좀 산만했고.. 후자의 '인프라'가 정말 좋았다. 무용도 음악도 모두 좋았다. 그리고 소모바와 슈클랴로프의 춤과 연기가 특히 좋았다. 기대 안하고 슈클랴로프 때문에 보러 간 거였는데 울컥했다... 나중에 리뷰 올려야지. 언제 다 올리지 ㅜ.ㅜ

 

 

 

신관 카페는 이렇게 널찍하다.

 

 

 

저 테이블로 가서 샴페인이나 부체르브로드(오픈 샌드위치), 케익이나 빵 등을 고르면 된다. 차나 커피를 마시려면 안쪽의 카운터로 가면 된다. 나는 일찍 입장해서 아직 사람이 거의 없다..

 

 

 

테이블 맞은편으로 극장과 나선 계단, 홀이 보인다.

 

 

 

내가 앉은 자리 맞은편의 통창문으로는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이 보인다. 바로 저거야말로 '진짜' 극장! 워낙 찬란한 날씨라 탈색된 듯 보인다. 조그만 운하를 사이에 두고 구관과 신관이 나란히 서 있다. 신관이 좀 뜬금없는 모양새인데다 워낙 육중해서 페테르부르크를 사랑하는 '구식' 시민들은 항상 '저 신관이 극장 광장을 망쳐놨다!'고 툴툴거린단다. (마린스키 있는 광장 이름이 찌아뜨랄나야 쁠로샤지, 즉 극장 광장이다)

 

그러나 조만간 저 구 극장은 수리에 들어간다고 하니.. 좋든 싫든 이 신관에서 모든 공연을 소화하게 될듯.. 수리까지는 좋은데 제발 오리지널 극장의 아름다움이나 구조, 색깔 등등을 절대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앞사람 머리에 안 가리게 좌석 배열만 좀 어떻게 해주고 화장실만 깔끔하고 널찍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 외는 좀 불편하고 어두컴컴해도 옛날 극장의 정취와 아우라로 다 견딜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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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나 비슈네바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사는 알렉스 굴랴예프 Alex Gouliaev. 아래 두 장도 모두 그의 작품.

 

 

 

 

 

어제 런던의 마린스키 로미오와 줄리엣은 기사(http://tveye.tistory.com/2980)도 그렇고, 팬들이 찍은 커튼 콜 사진도 그렇고 엄청 보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아마 비슈네바도 옛날부터 아주 좋아한 무용수인데다 슈클랴로프는 내게 언제나 로미오가 트레이드 마크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 더 그런가보다... 게다가 난 언제나 드라마틱한 발레를 좋아했다.

 

런던이나 뉴욕 등 보다 현대적 버전을 취하는 곳들에서는 라브로프스키의 안무를 비판하는 경향이 있는데(너무 보수적이고 줄리엣의 춤이 제한적이고 등등), 나는 사실 맥밀란 버전이나 마이요, 혹은 다른 버전들보다 이 키로프의 고전적 버전을 꽤 좋아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춤도 중요하지만 실은 두 무용수의 감정적 교류와 연기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누가 어떤 식으로 무대를 풀어나가느냐가 제일 간절한 것이다. 일례로 작년에 나초 두아토가 안무해 미하일로프스키에서 초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라브로프스키 버전을 비판하는 사람들이라면 칭찬할 수도 있었다. 일단 움직임이 다채로웠고 줄리엣은 훨씬 강단있는 캐릭터였다. 안무 역시 1940년대의 라브로프스키 버전보다 훨씬 격렬하고 다양했다. 하지만 그 화려하고 아크로바틱한 무대를 보고 난 후 내겐 진짜 감흥이 남지 않았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감정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모던 발레나 현대 무용들은 움직임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조차도 그렇다. 만일 작년 두아토 식으로 계속해서 빠르고 격렬하게 달려가고 뛰어오르기만 하면 그 음악은 그저 시끌시끌하고 꿍꿍거리고 웅장한 배경음악으로 전락해버릴 뿐이다. 그런데 실은 그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은 그렇지가 않다! 미니멀리즘과 블랙 유머에 대한 평도 있었지만 그래도 후반부의 그 음악들은 충분히 감정을 고조시키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혼식이나, 로미오가 떠나간 후 줄리엣이 임박한 결혼 앞에서 절망하는 장면, 줄리엣이 죽었다고 생각해 무대를 뒹굴며 괴로워하는 로미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마지막 씬에서 흘러나오는 프로코피예프 음악을 들으며 가슴 아파하고 벅차할 수 없다면 그건 성공한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가 아니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 결론은, 나는 마린스키의 라브로프스키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슈네바와 슈클랴로프의 무대를 직접 본 분들이 부럽다... 내 취향으로서는 가장 잘 맞는 로미오와 줄리엣 역 무용수들이기 때문이다.

 

** 이전에 하나씩 링크 올렸던 영상들이지만.. 말이 나온 김에 디아나 비슈네바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춘 로미오와 줄리엣 주요 영상 몇 개.

 

순서대로 무도회의 첫 만남, 테라스 2인무, 그리고 침실에서의 이별 씬... 둘의 춤도 좋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 절절하게 흐르는 감정선이 좋다. 둘의 죽음 씬이 최고인데 그건 따로 편집된 영상 링크가 없어서..

 

궁금하신 분은 유튜브에 이 발레 전체 영상이 올라와있으니 찾아보세요 :) 10월에 마린스키에서 디브이디 출시한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

 

 

 

 

 

 

 

 

 

 

:
Posted by liontamer

"Romeo and Juliet, Mariinsky Ballet, Royal Opera House"

 

 

 

 

 

 

http://www.theartsdesk.com/dance/romeo-and-juliet-mariinsky-ballet-royal-opera-house

 

어제 런던 코벤트 가든에서 공연된 마린스키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아트데스크의 리뷰 링크.

비슈네바와 슈클랴로프에 대한 내용 발췌 :

 

she is completely Juliet, and though her dancing is gorgeous, that pliant body sheer sighing perfection in line after line, you only notice it intermittently, when it would be right for Juliet to be beautiful.

 

Generally those times are when she’s in the arms of her Romeo, the boyish, handsome, tremendously likeable Vladimir Shklyarov. For all he is capable of both glorious leaps and extremely refined elegancies, Shklyarov too is the kind of dancer who inhabits a role (or at least, this role) completely. His tender, adoring style of partnering is exactly right for Romeo; it is one of the production’s best moments when the curtain rises on Shklyarov’s back while he gazes reverently at a drowsy, ecstatic Vishneva in lying in bed.

 

When they are inhabiting Romeo and Juliet’s desperate passion, neither Vishneva nor Shklyarov spare themselves the occasional turned-in foot, or dial their speed down so as to land softly and neatly; they are unstoppable as a tidal surge. Shklyarov hurls himself down the steps of Juliet’s mausoleum with bruising, injury-courting force; Vishneva runs so fast that she leaves mostly just an impression of black cloak, airily suspended in her wake like the inky calling card of some vanishing sea creature. You can’t fail to respond to performances this convinced and convincing; when Romeo and Juliet die, it may be with overbaked gestures, but Vishneva and Shklyarov had earned the prickings of tears in my eyes.

 

.. 아아 나도 보고 싶다 ㅠ

 

이 아쉬움을 귀가 후 둘의 로미오와 줄리엣 영상으로나마 달래야지 ㅠ

:
Posted by liontamer

 

 

 

마린스키에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의 라 바야데르 무대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발레에 별 관심이 없는 친구 료샤와 같이 갔었다. 이 사람은 페테르부르크 토박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쪽과는 담을 쌓았기 때문에 학교 다닐 때 의무 관람하러 간 것 외엔 발레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주민임에도 불구하고 마린스키에도 나보다도 간 횟수가 더 적을 것이다. 사실 차이코프스키 음악도 거의 모른다. 이 사람과 친해진 후에야 모든 페테르부르크의 고등교육 받은 인물들이 문화예술과 문학 쪽으로 교양을 쌓은 건 아니란 사실도 깨달았다.

 

어쨌든, 나의 슈클랴로프 사랑 때문에 우리는 앞자리에 앉아 라 바야데르를 보게 되었다. 나는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라 바야데르는 안 그래도 처음 보면 워낙 길고 장대해서 졸린 발레인데, 특히 3막 망령의 왕국에 다다르면 이 사람이 과연 견딜 수 있을지.. 그래서 발레 보러 가기 전에 가능한 한 통속적이고 재미있게 발레 줄거리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망령의 왕국을 견딜 수 있도록.. 여기 가기 전에 이전 룸메이트 친구가 충고해준 대로 발레리나의 다리를 강조했다.

 

" 망령의 왕국은 말야... 예쁘고 늘씬한 발레리나들이 계속 나와. 길고 늘씬한 다리들이 계속계속 나와~ 그러니까 그거 보고 있어~ "

 

이후 발레를 보았다. 그는 예상 외로 1, 2막을 잘 따라갔다. 1막에서 솔로르 역의 슈클랴로프가 푸른 꽃무늬 박힌 상의와 호피 허리띠를 두르고 나온 걸 보고 '꽃무늬야?' 하고 물어본 것과, 2막에서 역시 슈클랴로프가 숨이 턱 막히는 흰색 시스루 의상을 입고 나왔을 때 '남자가 저렇게 비치는 옷을 입는 이유가 뭐지?' 하고 투덜댄 것 외엔 양호했다. 심지어 테료쉬키나의 니키야가 뱀에 물려 죽을 때는 깜짝 놀라 나한테 '뱀?' 하고 되묻기까지 했다. (다 알려줬지만 서프라이즈 좀 느껴보라고 니키야가 꽃바구니의 뱀에 물려 죽는다는 얘기는 안 했었음)

 

그리고 문제의 3막이 되었다. 바로 망령의 왕국.. 이건 사실 나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장면들..

 

료샤는 열심히 버텨보려고 했다. 그러나 망령이 대여섯 명쯤 내려왔을 때 그는 견디지 못하고 졸기 시작했다.

 

나는 의외로 졸지 않고 열심히 봤다. 그 이유는 망령들 내려오기 전에 솔로르가 무대를 헤매며 도약하는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이른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마법'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마법이 오래 갔다)

 

나중에 발레 다 보고 나서 내가 료샤에게 물었다.

 

" 그렇게 졸렸어? 늘씬하고 예쁜 발레리나들의 길고 아름다운 다리들이 끝없이 나오는 걸 보라고 했잖아. 넌 여자 각선미랑 몸매 따지잖아. "

 

그러자 그는 툴툴댔다.

 

 " 다리야 길고 늘씬하지, 근데 근육질이잖아! 발레리나 다리 하나도 안 예뻐! 그래서 졸았어. "

 

 " 엥, 그래도 비율이 좋고.. 몸매도... "

 

 " 가슴도 없어! 절벽이야! 여주인공(무희 니키야 -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은 브라 탑 입고 나왔는데 완전 판판해.. 아무 것도 없어! "

 

 " 하지만... 그럼 공주 역으로 나온 앤(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어때? 비율이 아주 좋던데. 얼굴도 엄청 작고 예쁘고 몸매도 테료쉬키나보다는 탄탄... "

 

" 아, 그 공주는 얼굴이 너무 작아서 이상했어! 그리고 근육질이야! 남자 허리 나갈 것 같아 무서웠다고! 걔, 네가 좋아하는 그 남자! 공주 들어올릴 때 무거워 보였어! "

 

" 슈클랴로프 잘 췄단 말야! 그 아다지오는 나쁘지 않았어. "

 

" 남자가 작았어! "

 

.. 슈클랴로프가 남자 무용수 치고 별로 큰 키는 아니었고 마트비옌코도 그의 키와 체구에 비해 살짝 근육질인 건 맞았으므로 난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때 료샤가 웬일로 슈클랴로프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 그 여자 무거워 보였는데 그래도 번쩍 들고 잘 돌아다니더라. 조금 인정. "

 

" 너는 남자 무용수를 힘으로 판단하니? "

 

" 그럼 뭘로 판단해. 얼굴 곱상한 거? 내가 너냐? "

 

" 춤 잘 추는 거... "

 

" 높이 뛰더라... 높이뛰기 같은 거 했으면 좋았을 걸. "

 

발레 무용수의 도약을 스포츠로 치환해 생각하는 거야 종종 있는 일이므로 그러려니..

 

막간에 료샤랑 마린스키 샵에 갔다. 그는 기특하게도 점원에게 슈클랴로프 사진을 찾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샵의 할머니는 잔뜩 모여 있는 사진 뭉치를 좍 펼쳐서 모래밭에서 깨알 찾듯이 그의 사진들을 추려냈다. 그래서 나는 심사숙고하여 네 장의 사진을 골랐다. (더 많이 사고 싶었지만 사진이 생각보다 비쌌음 ㅠㅠ) 라 바야데르 2장, 백조의 호수 2장이었다. 다시 보면 이렇다.

 

 

 

료샤는 라 바야데르 사진은 암 말도 안했다. 오른편 아래의 솔로르 도약 사진은 보면서 '역시 잘 뛰어'라고 칭찬도 했다. 그러나 내가 위에 있는 백조의 호수 두 장을 고르자 몸서리를 쳤다.

 

" 너 그거 꼭 골라야 해? "

 

" 왜? 멋지잖아. "

 

" 이상하잖아... "

 

" 뭐가? "

 

" 타이츠 ㅠ.ㅠ "

 

" 타이츠 뭐.. 멋있기만 하구먼. "

 

" 살 거면 여자랑 같이 있는 거(왼편 위) 그것만 사.. "

 

" 왜? "

 

" 그건, 그건 여자 치마로 교묘하게 가려서 좀 나아.. "

 

" 악, 넌 대체 뭐야! 그럼 저 아라베스크는... "

 

" 아라베스크가 뭐야? "

 

" 한 발로 서 있는 저거. "

 

" 그래, 그건 좀 민망하잖아.. 너 그런 거 좋아하냐!! 변태처럼 ㅠㅠ " 

 

" 아름답기만 하네! 포즈도 근사하고!! "

 

" 그냥 저 파란 바지 입은 거 하나 더 사 ㅠ.ㅠ 아 민망해.. "

 

" 민망한 건 너고 저 사진 가져가서 감상할 건 난데 왜 그래!!! "

 

그는 역시나 남성 무용수의 흰 타이츠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엄청나게 민망해 했다. 그나마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는 펄럭이는 아랍 팬츠를 입고 나왔기에 괜찮았던 거였다. 뭐 나도 타이츠보다는 아랍 팬츠가 좋지만, 타이츠 입은 슈클랴로프는 포즈와 자태가 근사해서 별로 민망한 구석도 없는데... 특히 이 사람은 흰색 의상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지그프리드의 흰 타이츠도 근사해 보인다.

 

그래서 난 료샤를 조금 놀려주려고..

 

" 이건 포르노도 뭣도 아니고 그냥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예술이라고! 너 레트니 사드 안 갔어? 거기 아폴로 조각상 안봤냐? 흰 타이츠 입은 자태가 그 아폴로랑 닮았네. "

 

(반쯤 진담이었음. 흰 타이츠 입은 슈클랴로프는 레트니 사드에 있는 아폴로 조각상이랑 좀 닮았다)

 

료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 그래, 그 아폴로! 난 그 아폴로도 싫어! 레트니 사드 가면 그놈 나오면 민망해서 그쪽 안봐! 특히 여자랑 가면 더! "

 

" 참 의외란 말야. 여자 몸매 운운하면서 어째서 흰 타이츠와 아폴로 조각상은 민망한지.. 그것도 너의 성차별적 의식이라고! "

 

그래도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저 네 장의 사진 중 흰 타이츠 입고 아라베스크 하는 사진만은 끝까지 민망해했다. 그래서 돌아와서 그 사진 볼때도 자꾸 웃음이 난다.

 

아래는 사진들 한 장씩... 침대 위에 놓고 찍었더니 비뚤어지게 나왔다만... 인화된 사진들이다.

 

 

 

 

라 바야데르, 망령의 왕국 씬에서 도약하는 장면.

 

 

 

이게 아마 작년 베네피스 공연 때인 듯. 도로테 질베르와 함께.

 

베네피스 갈라 공연이라 터번 쓰고 나왔는데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전막 공연에서는 터번은 안 쓰고 깃털만 달고 나온다. 터번도 깃털도 둘 다 어울린다.

 

 

그리고 백조의 호수. 잘 보면 테료쉬키나 오데트의 튀튀 스커트로 정말 교묘하게 가렸다 :)

 

문제의 흰 타이츠 아라베스크 사진... 이건 번져서 그렇다만.. 실제 사진은 선명하게 나왔음. 멋지기만 하구먼..

 

... 어쩌다 보니 라 바야데르 리뷰도 올리기 전에 우스운 에피소드만 먼저 올렸네.. 리뷰들은 주말까지...

 

**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봤던 사라파노프의 라 바야데르에 대한 리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99

이 리뷰에 망령의 왕국이 왜 졸린지에 대한 얘기도 들어 있다.

 

** 레트니 사드의 아폴로 조각상 서비스로 몇 컷. 이 정원에서 제일 유명하고 아름다운 조각상이다. 나중에 료샤랑 레트니 사드 갔는데 정말 이 조각상이 나오자 외면하고 가버림 ㅋㅋ 난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사진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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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 올리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메모만 읽고 쓰지는 않았다. 그래서 커튼 콜 때 찍었던 사진들만 올린다. 내가 찍은 사진들이라 출처를 표기했다. 앞으로는 다른 포스팅 사진들에도 저 출처를 다 넣어야 하나 요즘 고민 중.

 

리뷰는 물론 따로 올리겠지만, 아주 짧은 메모를 먼저 남기자면.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은 애쉬튼 특유의 느낌이라든가 폰테인 & 누레예프의 오리지널과는 좀 달랐다. 아마도 그건 두 무용수의 개성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아무리 드라마틱하고 멋진 연인이라 해도, 그는 누레예프가 보여줬던 수탉처럼 도도하고 심지어 슬며시 비열한 구석마저 느껴지는 격정적인 에고이스트 청년이라기보다는 솔직담백하고 열렬하고 소년다운 인물에 더 가까워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차갑고 세련된 세르게이 폴루닌과도 완전히 달랐다) 이것은 안무나 춤, 동작과 포즈에서 드러나는 차이가 아니라 이 사람이 배우로서 가진 고유한 특질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테료쉬키나의 마르그리트는 애처롭고 처연한 폰테인이나 서늘하면서도 비극적인 자하로바와는 달랐다.

 

어쩌면 나는 이들이 애쉬튼 오리지널처럼 연기했다면 그렇게까지 이 무대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얘기하지 않았나, 애쉬튼은 내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그리고 마린스키에 모여든 러시아 관객들은 이들의 감정선에 매우 집중했다.

 

커튼 콜 사진들 몇 장. 맨 앞에서 찍었는데 그래도 이때 후지x라서 그렇게 화질이 좋진 않다 ㅠ 극장은 마린스키 구 극장 무대. 며칠 전 두세장 먼저 올렸었다(http://tveye.tistory.com/2966)

 

 

 

 

 

 

아르망 의상을 차려입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는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나 발란신 아폴로와 마찬가지로 여성 관객들(+ 일부 남성 관객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

 

 

 

 

 

 

 

 

저러고는 역시나 자기 꽃다발을 파트너인 테료쉬키나에게 다 바침 :0

 

뭐 이건 마린스키 남성 무용수들은 거의 다 그렇다. 이후 돈키호테 봤는데 거기서 바질 역 김기민씨(이것도 따로 리뷰 올릴 예정. 김기민씨 좋았다)가 키트리의 올레샤 노비코바에게 꽃다발 바침 :)

 

 

 

 

 

 

이후 관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따로 커튼 앞으로 나와 인사 중. 반응이 뜨거웠다.

 

 

 

이 사람은 흰색 의상이 잘 어울렸다.

 

 

 

마르그리트 역의 테료쉬키나도 좋았다. 검은색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어 종반의 죽음 씬에서는 슬쩍 섬뜩하기도 했다.

 

 

 

 

 

무용수답게 관객들에게 인사 중.

 

 

 

 

 

 

 

이제 들어가는 중. 왼편은 지휘자.

 

내일은 리뷰 올려야지.

 

올릴 리뷰로는 이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그리고 라 바야데르(테료쉬키나 & 슈클랴로프 & 마트비옌코), 돈키호테(김기민 & 올레샤 노비코바), 웨인 맥그리거의 인프라(알리나 소모바, 옥사나 스코릭, 슈클랴로프 외 여럿), 그리고 단막 발레들인 쇼피니아나와 제롬 로빈스의 '브 노치'(in the night), 라트만스키의 콘체르토 DSCH가 있다. 근데 언제 다 올리지..

 

 

** 추가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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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최근 마린스키 초연에서.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은 비열하고 이기적인 남자라기보다는 열렬한 사랑에 빠진 소년 같은 아르망이었다. 아르망이 청순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테료쉬키나의 마르그리트와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은 살짝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관객들의 감정선을 제대로 자극하는 힘은 있었다. 리뷰는 이번 주중에 따로..

 

 

 

인사하는 자태도 우아하고 아름다움 :)

 

 

 

 

 

그러나 들어가기 직전에는 눈웃음으로 관객들의 환호에 보답 :)

 

저 의상 무척 잘 어울렸다.

 

옆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이건 라 바야데르. 이 사람의 솔로르는 드라마틱하고 근사했다. 춤도 좋았다. (그래도 솔로르가 나쁜놈이란 건 변함없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니키야도 생각보다 좋았다. 내 취향으로는 세미오노바보다 테료쉬키나가 훨씬 나았다.

 

솔로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파란색 탑과 팬츠, 그리고 깃털을 착용하고 미모를 뽐내는 중 :) 저거라고. 솔로르는 저 의상이어야 해! 전체를 뒤덮는 상의와 타이츠가 웬말이냐~!

 

라 바야데르 리뷰도 가능하면 주말에..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라 바야데르 모두 마린스키 구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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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9. 22:00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dance2014. 7. 9. 22:00

 

 

예약 포스팅 세번째는 역시 빠질 수 없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이건 Hans van Manen이 안무한 5 Tango's 의 한 장면.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 얼마 전 마린스키에서 첫 선을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돈키호테의 바질 자살 쇼 장면. 어떤 관객이 찍은 사진인 듯.

 

죽은 척하고 누워 있는 슈클랴로프 바질. 누워 있는 모습도 참하기도 하지 :)

 

 

 

키트리 아버지에게 결혼 승낙 받자마자 짠~ 하고 되살아나는 바질 :) 사진만 봐도 신난다.

 

 

 

설명이 필요없는 백조의 호수.

 

이 사진과 아래 사진 모두 Alex Gouliayev의 작품.

 

 

 

 

 

그리고 귀염둥이 바보 이반으로 등장하는 곱사등이 망아지. 사진만 봐도 즐겁다.

 

사진이 작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붉은 머리의 암망아지 역할 무용수는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로 보인다.

 

 

 

마지막은 폼잡고 있는 사진. 몇 년 전인듯.

 

예약 포스팅 올라가는 동안은 저를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은 댓글 다실 때 비밀 댓글 체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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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폴루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요즘 내 데스크탑 배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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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25. 22:48

마음의 위안을 위해 dance2014. 6. 25. 22:48

 

우울한 하루였기 때문에 마음의 위안을 위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세 장.

 

 

이번 7월에 백야축제의 일환으로 마린스키에서 초연되는 애쉬튼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첫날은 울리야나 로파트키나와 티무르 아스케로프, 둘째날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마린스키 사이트에 이렇게 포스터도 올라옴. 일부러 복고풍으로 만든 것 같다. 난 예전에 영상만 봤는데 애쉬튼은 딱히 내 타입의 안무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은 기대된다.

 

이 포스터는 티무르 아스케로프(맨 왼편)가 원래 좀 선이 굵고 남성적인 타입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느끼하게 나온 탓에 슈클랴로프가 더 참해 보인다 :)

 

얘가 이거 준비하느라 그런가.. 원래 내일(26일)에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이반 추기로 했는데 캐스팅이 필립 스쵸핀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디 아픈 건 아니겠지 ㅠㅠ

 

 

 

이 사진 출처는 브 콘탁트(https://vk.com). 돈키호테 공연 때 팬이 찍은 사진인 듯.

 

자살 쇼하고 나서 죽은 척 하고 있는 바질과 그 사실을 알아챈 키트리. 내가 좋아하는 장면인데 마침 순간 포착 사진을 찍어주신 팬에게 감사..

 

죽은 척 하고 있는 슈클랴로프도, 웃고 있는 테료쉬키나도 귀엽다.

 

 

 

이건 작년, 베네피스 공연 때 라 바야데르의 그림자 왕국 파트를 같이 췄던 파리 오페라 발레 무용수 Dorothee Gilbert와 리허설 중인 사진. 스카프 씬 연습 중인 듯. 원래 무용수들의 연습실 장면을 좋아하는데 이 사진은 특히 분위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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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과 이고르 콜브 보고 와서.

 

월요병을 달래기 위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 사진 몇 장.

 

어제 올린 리뷰(http://tveye.tistory.com/2894)에서도 얘기했지만 본시 나는 '알브레히트 죽일놈, 힐라리온 불쌍하다' 모드가 기본이지만, 알브레히트가 아주 춤을 잘 추거나 자태가 근사한 무용수일 경우 그에 대한 반감이 좀 줄어들면서 '그래도 예쁘니까 살려주자' 모드로 접어들곤 한다 :)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사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이 사람은 외모도 근사하지만 1막의 유혹자 알브레히트를 꽤 섹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왕좌왕하는 사춘기 소년처럼 표현하고 2막에서는 진짜 살려주고 싶을만큼 감정선을 자극하는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지젤 사진과 클립(http://tveye.tistory.com/2036)은 전에도 몇 번 올렸는데. 이번에도 몇 장 더.

 

위의 사진과 바로 아래 사진은 아마도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와 함께... 무대를 보니 갈라 쇼로 보인다. 오스몰키나와 추고 있는 것도 그렇고 지금보다 호리호리한 걸 보니 몇 년 전인듯. 오른편에 사진사 이름 적혀 있다. 미하일 쿠르친.

 

 

 

 

 

얼굴이 작게 나와서 저 지젤이 소모바인지 자하로바인지 헷갈리네..

 

무지무지 살려주고 싶은 알브레히트를 연기하고 있는 슈클랴로프.

 

토요일 이고르 콜브의 알브레히트는 상당히 귀족적이어서.. 멋있기는 했지만 2막에서 미르타의 명령에 따라 춤출 때도 어쩐지 끝까지 귀족 자존심을 지키는 모양새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같은 장면에서 슈클랴로프 같은 경우는 정신없이 춤추다가 하염없이 불쌍하게도 온몸을 던져 무대에 푹 쓰러져버리는데 콜브는 격렬한 춤을 추다가 완전히 소진된 순간이면 쓰러지는 게 아니라 다시 알브레히트 2막 기본자세(무릎 꿇고 고개를 떨구는 자세로 내 맘대로 이렇게 부르고 있음)를 취했던 것이다. 

 

그러니 나 같은 관객의 마음이라는 것은, 슈클랴로프처럼 철퍽 쓰러져버리면 '아 쟤도 참 불쌍하네.. 그만 살려주면 좋겠다' 란 생각이 드는데 콜브처럼 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쓰러지는 대신 무릎 꿇고 있으면 '쟤 아직 힘이 남았나보네. 안 살려줘도 지 혼자 살아남겠구만. 저 와중에도 백작이랍시고 자존심이냐!'하는 생각이 스멀거리는 것이다!!! 하긴 전자는 훨씬 소년다운 외모이고 후자는 성숙한 외모라 더 그럴지도...

 

 

 

얘가 저러고 있으면 안 살려줄 수가 없음 ㅠㅠ

 

얘야 알브레히트야, 어린 나이에 철도 없고 뭐 불장난치다 그럴 수도 있지... 누나가 용서해 주마...

(나 힐라리온 지지자 맞아? ㅠ.ㅠ)

 

 

이 사진은 alex gouliaev 의 사진.

 

 

마지막 사진 역시  alex gouliaev의 사진. 이건 지젤이 아니고 신데렐라. 좋아하는 사진이라 올려본다. 이 사람은 라트만스키 버전 신데렐라에서도 근사한 왕자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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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토) 저녁 7시 공연.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

 

 

캐스팅

지젤 : 김나은

알브레히트 : 이고르 콜브

힐라리온 : 이동탁

페전트 파드 시스 : 홍향기, 송호진, 심현희, 강민우, 민홍일, 샤오 쿤

미르타 : 김애리

 

..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냥 간단한 리뷰만 남긴다.

 

난 항상 유니버설 발레단 버전 지젤을 좋아했다. 국립발레단 지젤은 무대 미술이나 무용수들은 좋지만 내가 파트리스 바르의 안무를 좋아하지 않는 탓에 무용수들이 아주 춤을 잘 추거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잘 이어줄 때 좋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뭔가 잘 차려놓긴 했지만 마음 어딘가는 헛헛하다..' 이렇게 돌아오곤 한다. 이에 반해 유니버설 지젤은 조금 더 고전적이고 아기자기하고 마린스키 버전과 흡사해서(어쩌면 이것 때문인지도..) 이입도 잘 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 마음 속 최고의 지젤은 언제나 김주원씨였기 때문에 그녀가 있을 때는 국립발레단 지젤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김주원씨가 떠난 후 국립발레단 지젤을 보러 가면 거의 언제나 뭔가 아쉬웠다. 이동훈씨의 알브레히트는 좋지만 :)

 

오늘 김주원씨가 나오는데.. 사실 난 캐스팅 공지가 나오기 전에 표를 끊었다. 그래서 김주원씨 나오는 것도 뒤늦게 알았는데 이미 토요일 공연을 끊었고, 평소 같았으면 일요일 것도 예매해서 갔을 테지만 오늘 몸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 그래도 콜브의 알브레히트를 봤으니까 만족.

 

전반적으로는 무난하게 봤다. 아쉬운 점 몇 가지를 먼저.

 

1. 페전트 파 드 두가 페전트 파 드 시스로 바뀌었는데 나름대로 이것도 아기자기하고 볼만하긴 했지만 그래도 2인무일 때가 더 좋았다...

 

2. 김나은씨의 지젤은 무난했다. 아무래도 체격이 왜소해서 그런지 선이 곱게 살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 아쉬웠고..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확 사로잡는 부분도 없어 살짝 아쉬웠다. 2막에서는 상체와 팔이 조금 구부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지젤 광란 장면에서는 많이 슬펐다. 알브레히트 나쁜놈아 ㅠㅠ

 

3. 미르타는 매우 아쉬움... 미르타의 매력이 무엇인가.. 서릿발 같은 매정함과 카리스마인데 그게 부족했다. 별로 무섭지가 않았다(ㅜ.ㅜ) 미르타 등장 씬부터 시작해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아쉬웠다.

 

그러고보니 나는 소수파인가.. 미르타와 힐라리온 지지자 :) 내가 미르타라면 저 나쁜 알브레히트를 가차없이 처단할 것이며 힐라리온은 살려줄 것임!!

 

4. 윌리 군무는 나쁘지 않았지만 숫자가 줄어서 규모도 그렇고 건축학적 아름다움도 조금 손상된 게 아쉽다. 왜 한 줄을 빼버렸지... 페전트는 불렸으면서 ㅠㅠ

 

좋았던 점 몇 가지.

 

1. 문훈숙 단장의 해설

 

유니버설 발레단은 예전에도 지젤 때 자막을 넣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처음에는 '좀 오글거린다, 자막까지..'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자막을 보면서 '아니, 내가 그렇게 지젤을 많이 봤는데 여기 이 장면은 이런 뜻이었다는 걸 몰랐네!'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초보자들도 많이 오고 아이들도 많이 오니 자막을 넣어주는 것도 그렇고 단장이 직접 나와 여러 가지 마임과 줄거리를 설명해주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지젤을 해설해주는 사람이 바로 문훈숙 단장이라는 것도 딱 어울리고.

 

2. 이고르 콜브~

 

내 입엔 이고리 콜브가 배어 있다만.. 사실 저 이름 이고르는 끝에 연자음 부호가 붙기 때문에 '르'와 '리의 중간 발음이긴 하다.

 

콜브의 알브레히트 무대는 사실 처음이었다. 내게 콜브는 언제나 황금 노예를 비롯해 이국적이고 섹시한 타입의 무용수였다. 지난 3월말 마린스키에 갔을 때 본 곱사등이 망아지에서의 코믹한 악당 시종장 역도 캠피할 정도로 섹시하게 느껴졌고... 그의 알브레히트는 간간이 동영상 클립 몇개를 본 게 전부였고 실제로 무대를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과연 콜브의 알브레히트는 어떨지 궁금했다. 섹시한 유혹자일 것인가, 아니면 번듯한 백작님일 것인가. 이 사람이야 나이도 있고 스타일도 그러니 사춘기 소년 같은 알브레히트일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반듯한 알브레히트였다. 1막의 유혹자일 때는 적극적인 스킨십 등도 그렇고 외모 때문에 막 청년기에 들어서서 자유를 갈망하는 알브레히트라기보다는 성숙한 바람둥이 알브레히트 같긴 했지만. 이 버전의 1막에서는 알브레히트의 춤이 특히 적기도 했고.

 

이전에도 여러번 얘기했듯 보통 나는 언제나 힐라리온 편이고 알브레히트가 아주 춤을 잘 추거나 아주 예쁠 경우 그를 옹호해주게 되는데.. 콜브의 알브레히트라면 지젤이 죽어도 좀 옹호해주고 싶지 않을까 했지만 1막 알브레히트는 역시 못된 놈이었고 정이 갈만한 짓을 안해서 역시 죽일 놈 모드가 되었다. '콜브고 뭐고 알브레히트 나쁜놈~' 하고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이다 ㅋㅋ

 

콜브의 알브레히트는 사실 2막이 더 좋았다. 1막에서는 매력을 발산할 기회가 너무 없었다. 그의 2막 알브레히트는 내 예상과는 달리 화려하고 섹시하다기보다는 매우 유려하고 반듯했다. 동작 하나하나가 섬세했고 잘 계산되어 있었다. 윌리들 앞에서 죽음으로 치닫는 춤을 출 때도 광란과 격렬함, 화려한 테크닉, 이어지는 앙트르샤 곡예 대신 반듯하고 절제된 춤사위를 보여줘서 의외였다. 그런데 상당히 좋았다. 연기력도 뛰어나고, 상체의 움직임도 역시 좋다.

 

3. 힐라리온~

 

이동탁씨의 힐라리온이 좋았다. 나야 뭐 힐라리온 옹호자니까 웬만하면 그의 입장에 이입한다만.. 연기도 괜찮았고 죽음 씬도 좋았다. 나에게 최고의 힐라리온은 일리야 쿠즈네초프이긴 하지만.

 

대체 왜 힐라리온을 죽이는 겁니까.. 무슨 죄가 있다고.. 흐흑...

 

내가 안무가라면 힐라리온을 주인공으로 해서 지젤을 개작하고 말 것이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주인공도 나중에 안무할 때 힐라리온을 재해석하게 될 거다!! 그렇다고 자기가 출 건 아니고 다른 무용수를 시키겠지만.

(이 주인공은 외모도 그렇고 춤추는 타입도 그렇고 누가 봐도 무대에 올라오면 관객의 시선을 한눈에 받는 사람, 누가 봐도 알브레히트! 혹은 왕자! 주인공!이기 때문에 힐라리온을 맡을 수가 없음 ㅠ)

 

** 이 주인공을 내세워 썼던 글 두어 편에 지젤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틈나면 나중에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해 보겠다.

 

...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좋았다. 일 때문에 요즘 피폐해져 있었기 때문에 심신을 단비처럼 적셔 주었다 :) 비극은 지젤, 희극은 돈키호테!!

 

...

 

그리고 사족.

 

지젤 볼 때마다 느끼는 것.

 

1막의 파국 장면에서. 지젤이 죽은 후 알브레히트가 힐라리온에게 삿대질할 때부터 나의 분노는 극강으로 치닫는다.

 

'아니 저놈이 뭘 잘났다고 감히 힐라리온에게 삿대질을 하는거얏! 너 때문에 죽은 거잖아. 네놈이 신분 숨기고 평복 입고 순진한 여자 꼬셔서 농락해 놓고, 그래놓고 약혼녀 나타나니까 손등에 키스하며 나몰라라 하고 지젤이 슬피 울며 날뛰는데 고개 돌리고 있었잖아! 뭘 잘났다고 힐라리온에게 난리야!'

 

이 분노는... 알브레히트가 괴로워하다가 망토를 어깨에 휙 걸친 후 마구 펄럭이며 (아주 멋있게) 무대를 가로질러 달려가 퇴장할 때 다시 업그레이드..

 

'아니 저놈이 뭘 잘났다고 망토까지 펄럭이며 멋있는 척이야! 불쌍한 여자 하나 죽여놓고 퇴장할 때는 나 백작~ 나 왕자님~ 하면서 저렇게 망토 멋있게 펄럭이며 허세를 부리는 거야! 이 나쁜놈! 미르타가 되어 네놈을 처단하고 말리라~!!!'

 

ㅋㅋ 그러나 알브레히트가 멋있는 무용수일 때는 이 마음도 조금 약화되어... 한편으로는 저렇게 분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머 우리 슈클랴로프는 망토 휘두르는 것도 이쁘기도 하지~'

 '어머 이고르 콜브도 망토 휘두르니 간지가 나네'

 

... 이렇게 모순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

 

** 이전에 올렸던 지젤에 대한 리뷰와 클립들 몇개는 아래를 클릭

2008년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 : http://tveye.tistory.com/180
2011년 국립발레단 지젤 : http://tveye.tistory.com/820
마린스키 지젤 3D 후기(사라파노프/오시포바) : http://tveye.tistory.com/1596
2013 국립발레단 지젤 + 마린스키 지젤 클립들(자하로바, 슈클랴로프, 세미오노바, 콘다우로바 등) : http://tveye.tistory.com/2036
예브게니 이반첸코 지젤 클립 : http://tveye.tistory.com/2071
슈클랴로프와 오스몰키나의 페전트 파 드 두 : http://tveye.tistory.com/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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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6. 8. 13:22

푸에테를 추는 슈클랴로프 dance2014. 6. 8. 13:22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가끔 보는 영상. 화질은 별로 좋지 않다만... 그래도 이 사람이 계속해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진다 :)

 

몇 년 전 영상이라 슈클랴로프 얼굴도 그렇고 체격도 소년 같다.

 

 

 

 

짧은 영상이 아쉬우니 사진도 한 컷 :) 출처는 사진에 박혀 있다. 백조의 호수.

 

:
Posted by liontamer
2014. 5. 28. 22:44

루지마토프와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dance2014. 5. 28. 22:44

 

 

피곤한 수요일. 심신의 위안을 위해.

 

오랜만에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옛 화보 몇 장.

 

 

 

 

 

**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세헤라자데와 황금노예에 대한 포스팅은 여기

http://tveye.tistory.com/2777
http://tveye.tistory.com/2774

 

 

 

그리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지난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에 올라간 유리 스메칼로프의 '카메라 옵스쿠라'(http://tveye.tistory.com/2740) 리허설 사진.

파트너는 안나 라브리넨코.

출처는 마린스키 극장 브 콘탁트.

이 사진 보면서 생각한 것 :

발로쟈, 그 패션 감각은 좀 웃긴 걸.. 파란 무늬 스카프(반다나인가..)에 샛노란 티셔츠 :0

 

 

그리고 이건 곱사등이 망아지.

뒷모습만 나왔지만 파트너는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역시 키크고 늘씬한 로파트키나 :)

찍사는 Mark Olich.

사진만 봐도.. 저렇게 귀여운 바보 이반이라면 그냥 따라간다니까요 :))

 

** 곱사등이 망아지에 대한 이전 리뷰와 영상 클립은 아래를..


http://tveye.tistory.com/2796
http://tveye.tistory.com/2789

 

 

** 태그의 파루흐 루지마토프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를 클릭하면 이들에 대한 이전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
Posted by liontamer

 

매우 피곤한 한 주를 보내고. 위안을 위해 언제나 날 즐겁게 만들어주는 발레 돈키호테 영상 몇 개.

 

 

지난 5월 10일. 마린스키 발레. 돈키호테.

 

키트리 :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바질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팬이 캠으로 찍은 버전인 것 같은데, 1막이 많이 올라와 있어서 좋다. 테료쉬키나 팬이 찍었는지 투우사와 거리의 무희도 없고 1막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질의 파 드 트루아도 없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3막에서 바질이 자살 쇼 하는 것도 빠지긴 했다. 그래도 꽤 볼만하다.

 

테료쉬키나는 예전보다 훨씬 키트리에 어울린다. 갈수록 발전하는 것 같다. 역시 기 센 언니 스타일이라 그런가. 근데 이 키트리는 아빠가 아무리 결혼 반대해도 나몰라라, 사랑하는 귀여운 바질을 옆구리에 끼고 도망쳐 결혼할 것처럼 보인다 :)

 

슈클랴로프도 바질 추는 게 이전에 췄던 것보다 여기서 훨씬 더 좋다. 머리를 너무 빗어넘겨서 아쉽긴 하다만... 예전에 슈클랴로프가 췄던 바질은 귀여운 소년 같은 이미지였는데 이제 나이도 좀 먹고 원숙해져서 그런지 소년이라기보다는 성숙한 남자처럼 보인다 :)

 

마지막  결혼식 그랑 파 드 두에서 바질 솔로도 나름대로 좋은데, 스플릿 점프를 비롯한 슈클랴로프의 바질 해석은 원래 내가 좋아하는 버전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원래 마린스키 돈키호테의 바질 솔로들은 전통적으로 남자 무용수의 자유로운 해석을 어느 정도 용인하니까 나름대로 좋게 본다. 얘는 스플릿 점프를 좋아하나보다, 근데 꽤 잘하긴 한다. 예쁘게 포즈 잡는 것도 잘하고. 난 조금 더 공기처럼 날아다니는 바질이 좋긴 하지만.. 얘도 점프와 주테가 강하니 그것도 잘할 것 같은데 ㅠ

 

중간에 돈키호테 꿈 장면에 최근 신성 율리야 스체파노바가 드리아드 역으로 등장한다 :0

 

 

 

이건 며칠 전 마린스키에서 열린 니넬 쿠르가프키나 85주년 기념 갈라 공연에 올라온 돈키호테 1막 공연.

 

쿠르가프키나는 매우 유명한 키로프 시절 발레리나이다. 누레예프와 바리쉬니코프와도 파트너로 췄었다. 그녀의 키트리는 음악에 대한 탁월한 감각, 발랄한 해석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대표적 배역이라 그런지 갈라에서도 돈키호테 1막을 그녀의 옛 필름과 교묘하게 뒤섞어 오마쥬를 바쳤다.

 

이것도 캠으로 찍은 거라 화질은 안 좋지만.. 맨 처음에 쿠르가프키나의 키트리 등장 씬이 스크린으로 상영되다가 후배 발레리나인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키트리가 등장,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바질과 흥겨운 춤을 보여주고 종반에는 다시 쿠르가프키나의 키트리 퇴장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가 추는 거라 처음 영상이랑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미묘하게 다르고 여긴 드디어 바질의 파 드 트루아도 들어 있다 :0 귀여운 슈클랴로프의 파 드 트루아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쿠르가프키나에 대한 경의가 느껴져서 좋다.

 

원래 저 키트리 역을 쿠르가프키나의 제자 중 하나였던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가 와서 추기로 했는데 부상 때문에 불발돼서 테료쉬키나가 췄다고 한다. 오브라초바의 키트리는 너무 귀엽기만 해서 춤 자체는 테료쉬키나가 나은 것 같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오브라초바와 슈클랴로프가 재회해 같이 추는 걸 보고팠는데 좀 아쉽다.

 

저 공연에 대한 코메르산트 지의 기사는 여기. 노어로 돼 있긴 하지만. 돈키호테 부분만 발췌.

 

이때 사진도 여기 한 장.

 

 

http://www.kommersant.ru/doc/2474571

В Мариинском театре состоялся вечер памяти Нинель Кургапкиной, посвященный 85-летию со дня рождения балерины. Окончание вечера ознаменовалось овацией — публика бешено аплодировала танцующей на экране Кургапкиной. Свою лепту в овацию внесла ОЛЬГА Ъ-ФЕДОРЧЕНКО.

 

Нинель Александровна Кургапкина — из легендарной плеяды вагановских учениц. В 1947 году она окончила Ленинградское хореографическое училище по классу Агриппины Яковлевны Вагановой и до 1981 года танцевала на прославленной сцене. Вела женские классы в хореографическом училище и репетировала с балеринами в Кировском / Мариинском театре, была признанным авторитетом по поддержанию "в форме" спектаклей классического наследия. Памятный концерт в Мариинском театре выстроили по привычным лекалам: вступительные речи, которых было даже три. И. о. заведующего балетной труппой Юрий Фатеев открыл вечер; две других произнесли перед началом второго отделения Жанна Аюпова (ученица Кургапкиной в училище и театре) и Николай Цискаридзе. В первом отделении представили акт из "Дон Кихота" — Нинель Кургапкина блестяще танцевала этот балет; второй акт составили дивертисментные номера. Активное участие в вечере памяти себя приняла Нинель Александровна: организаторы концерта весьма удачно вмонтировали кинохронику в "живой" спектакль. Так, после уличной суматохи на площади Барселоны на сцену выбежала Китри — Кургапкина (благодаря кинопроекции) и исполнила знаменитую "выходную" вариацию бесшабашной испанки, а затем спектакль как ни в чем не бывало продолжила Виктория Терешкина. В финале акта, в сцене побега Китри и Базиля, там, где большинство нынешних танцовщиков берегут силы и быстренько бегут кратчайшим путем по диагонали из левой кулисы в правую (конечно, им трудно, так как на вытянутых вверх руках надо нести еще и возлюбленную), руководство труппы обезопасило Владимира Шклярова и заменило пронос реальный проносом кинематографическим. Во время которого, конечно, раздалась буря аплодисментов: Николай Ковмир искусно лавировал между рядами танцующих, практически повторив траекторию (только в обратном направлении) выхода 32 теней в "Баядерке", между тем как Нинель Кургапкина, удобно расположившись в руках партнера, задорно потряхивала бубном.

Китри в честь Нинель Кургапкиной исполнила Виктория Терешкина. Она танцевала раскованно и азартно, легко распутывала ногами все ритмические затруднения и выдала в бешеном темпе вариацию с кастаньетами, в которой пронеслась в диагонали вращений маленьким смерчем, оставив только восторженное "ах!" зрительного зала. Владимир Шкляров, который на сцене имеет вид примерного старшеклассника, исполнил партию Базиля в актерских рамках разрешенной трактовки, однако в танцевальной части позволил себя увлечь и даже похулиганил в вариации, дразня публику изгибистыми ранверсе и шкодными турами в воздухе.

 

..

 

마지막으로.

 

이건 위에서 얘기한 바질의 1막 파 드 트루아만 모아놓은 영상. 러시아 남자 무용수 6명의 바질 모음. 내게는 종합선물세트 :)

 

순서대로 이반 바실리예프,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빅토르 레베제프.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안드레이 메르쿠리예프, 그리고 세르게이 폴루닌. 다들 바질을 해석하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고 동작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파 드 트루아라도 전부 느낌이 다르다.

 

 

탄력 넘치는 바실리예프, 정석의 깨끗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사라파노프, 우아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 같은 레베제프, 사라파노프와 비슷한 동작을 따라가지만 테크닉보다는 조금 더 소년답고 생기넘치는 슈클랴로프,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터 같은 메르쿠리예프, 그리고 번듯하고 화려한 폴루닌.

 

발레를 보는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버전이 가지각색일 듯.

 

난 페테르부르크 스타일을 좀 더 좋아해서 그런지 바실리예프나 메르쿠리예프처럼 빠르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질은 발레라기보다는 스포츠나 곡예를 보는 것 같아 내 취향은 아니고 가운데 세 명이 더 좋다 :)

 

태그의 돈키호테나 발레 돈키호테를 클릭하면 그간 올렸던 이 발레에 대한 여러 포스팅을 볼 수 있다. 워낙 좋아하는 발레라 :)

 

:
Posted by liontamer
2014. 5. 17. 15:55

실비아 영상 클립 + 커튼 콜 사진 등 dance2014. 5. 17. 15:55

 

앞서 올린 마린스키 발레 실비아 초연(2014.4.3) 리뷰(http://tveye.tistory.com/2816) 에 이어.

 

1. 간단한 영상 클립 몇 개.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실비아 관련 인터뷰 클립

 

 

 

이건 실비아 공연 하이라이트 약간. 이건 첫날 공연이 아니라 그 다음날 알리나 소모바와 크산데르 패리쉬가 췄던 버전. 잘 보면 알리나 소모바의 실비아와 위의 테료쉬키나 실비아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슈클랴로프가 춤추는 클립은 없어서.. 슬픈 마음으로. 대신 리허설 클립 하나. 여기서 추는 게 아마 3막의 솔로 부분인 것 같다. 맨 처음 나오는 애는 크산데르 패리쉬. 슈클랴로프는 회색의 긴 슬랙스와 폴라티 차림.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로열발레단의 풀 버전을 볼 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찾아보세요 :)

 

 

2. 공연 사진 (출처 : 마린스키 극장, 리아노보스티 신문 등)

 

 

 

이건 3막.

 

 

 

1막. 화살 쏘려고 위협하는 실비아. 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아민타.

 

저런 애를 쏘다니 ㅠㅠ

 

 

 

 이건 3막 아다지오.

 

 

 

3막. 아민타의 솔로. 사진은 좀 웃기게 나왔지만..

 

 

 

1막. 화살 맞고 죽은 아민타를 살리러 온 의문의 망토 쓴 남자. 실은 에로스.

생명의 꽃을 갖다 대자 짠~ 하고 살아남.

 

 

 

이건 살려내기 전. 팔 들어서 죽었나 살았나 시험 중...

 

.. 근데 분명 다른 사진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올리려고 보니 슈클랴로프 나온 사진밖에 안 보인다 ㅠㅠ

 

 

3. 커튼 콜 사진들

 

내 니콘은 너무 플래쉬가 안 좋고 잘 번져서 후지X를 가져갔다. 맨첨엔 자리에 앉아서 찍고 무용수들이 커튼 앞으로 나왔을 땐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가서 찍었는데 그래도 카메라 자체가 똑딱이라 잘 나온 건 없다만.. 어쨌든 이날 찍었던 사진들 올려본다. (스크롤 주의)

 

 

 

 

 

 

 

키 커서 잘 보였던 유리 스메칼로프 :)

다시 봐서 반가웠어요!

 

 

 

 

 

 

 

 

 

 

 

 

 

 

 

 

 

 

 

 

 

 

 

 

 

 

 

 

 

주역 무용수들 인사..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가서 찍어서 이때부터는 좀 가까이서 :)

유리 스메칼로프.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 사이좋게 :0

 

 

 

 

 

 

 

 

 

 

 

 

 

 

 

 

 

앗, 가지 마 ㅠ.ㅠ

 

.. 이렇게 하여 실비아 리뷰와 사진들은 이걸로 마무리.

 

마지막 남은 건 4월 6일 마린스키 백조의 호수. 헉헉...

 

 

 

:
Posted by liontamer

 

실비아 (2014.4.3 마린스키 극장. 초연)

 

 

 

 

음악 : 레오 들뢰브

안무 : 프레드릭 애쉬톤

재안무 : 크리스토퍼 뉴턴

무대 배경 및 의상 : 크리스토퍼 아이언사이드, 로빈 아이언사이드

조명 : 마크 조나단

 

캐스트

실비아 :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아민타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오리온 : 유리 스메칼로프

에로스 : 알렉세이 튜튠닉

디아나 : 타치야나 트카첸코

노예들 : 안드레이 아르세니예프, 올레그 뎀첸코

 

 

1. 이 발레의 간단한 리브레토

 

1막

 

판과 님프들이 뛰노는 신성한 숲. 디아나 여신의 님프 중 하나인 매력적인 실비아에게 반한 순박한 목동 청년 아민타는 에로스 신전에 와서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이후 그는 님프들과 실비아가 춤추는 것을 신전 기둥 뒤에 숨어 바라본다.

 

그러나 아민타의 망토를 발견한 님프들이 수색 끝에 그를 찾아낸다. 아민타는 실비아에게 열렬히 사랑을 고백하지만 디아나의 님프인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하잘것 없는 사랑을 부추기는 에로스를 마구 욕하며 신상을 조롱한다. 그리고 애원하는 아민타의 심장에 활을 쏴 쓰러뜨린다. 신상처럼 서 있었던 것은 사실 진짜 에로스 신이었고 그는 그 대가로 실비아의 가슴에 사랑의 화살을 쏜다.

 

실비아는 화살을 뽑아내지만 멀쩡한 것을 깨닫고 좋아하며 님프들과 퇴장한다. 지나가던 오리온은 실비아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잠시 후 에로스의 화살 탓에 사랑에 빠져버린 실비아가 등장, 아민타의 시체를 안고 슬퍼하며 사랑을 고백하지만 이때 오리온이 나타나 그녀를 납치한다.

 

마을 사람들이 달려나와 아민타의 시체를 발견하고 슬픔에 빠지지만 수상쩍은 망토를 뒤집어쓴 인물이 나타나 그를 살려낸다. 그 인물은 바로 에로스 신이었다. 에로스는 아민타에게 오리온이 실비아를 납치해갔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의 사랑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에로스 신에게 경배한다.

 

2막

 

오리온의 주거지로 잡혀온 실비아. 호화스러운 옷가지와 보석 등으로 아무리 꼬드겨도 실비아가 넘어오지 않자 오리온은 화가 난다. 그녀가 신주단지처럼 꼭 껴안고 있는 에로스의 화살을 빼앗기까지 한다.

 

실비아는 묘안을 짜내 갑자기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교태를 부리기 시작하여 오리온의 혼을 쏙 빼놓고는 그와 노예들에게 술을 잔뜩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들고 화살을 되찾는다.

 

도망치려고 하지만 출구를 찾을 수 없어 절망하는 실비아의 앞에 에로스 신이 나타난다. 그는 실비아에게 디아나 신전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아민타의 모습을 환상으로 보여주고 아름다운 배에 그녀를 태워 떠난다.

 

3막

 

디아나의 신전 앞. 다들 디오니소스 축제를 벌이고 있지만 목동 아민타는 애타게 실비아를 그리워한다. 이때 바닷가에 아름다운 배가 한 척 들어오고 거기서 에로스와 실비아가 나타난다. 재회한 연인들은 사랑을 확인한다. 곧 축제와 함께 연인들은 사랑의 춤을 추지만 오리온이 나타나 다시 실비아를 납치하려고 한다. 그녀는 신전 안에 숨고 오리온은 아민타를 밀어붙인 후 신전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이때 디아나 여신이 나타나 오리온을 죽인다.

 

여신의 분노는 금지된 사랑을 나눈 실비아와 아민타 커플에게 향하지만 이때 에로스가 나타나 오랜 옛날 디아나가 목동 엔디미온에게 반했던 순간을 환상으로 보여주고 그녀는 옛 추억에 감화되어 연인들을 용서하고 축복한다.

 

 

 

 

2. 공연 보러 가기 전. 로열발레단 영상 감상 후

 

리브레토를 줄줄이 늘어놓은 이유는 내 기억으로 이 발레가 국내에서 공연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어서. 사실 나도 슈클랴로프가 초연에 나온다는 얘길 듣고서야 영상으로 찾아봤다. 로열발레단, 다아시 버셀과 로베르토 볼레 버전인데 유튜브에 올라와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길. 고전 발레인데다 애쉬튼의 안무나 해석도 딱 그런 식이다. 리브레토도 간단하고 춤도 그렇게 많지 않다. 3막까지 있지만 실지로 전체 공연 분량은 90분도 안 될 것 같다.

 

영상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런 거였다.

 

1. 아... 지루하다. 춤도 너무 적다.

 

2. 저 아민타란 놈은 대체 뭐냐... 자기 힘으로 하는 건 하나도 없고 심지어 춤도 별로 없네 ㅠㅠ 로베르토 볼레의 섹시함으로 커버하는 거네 ㅠㅠ

 

3. 제일 중요한 여주인공 실비아가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쟤한테 정이 안 가네... 물론 다아시 버셀이야 예쁘고 춤도 잘 추고 연기도 잘한다만..

 

4. 발레가 춤도 리브레토도 등장인물들도 너무 단순하고 평면적이라 재미가 없다. 역시 이렇게 반듯한 고전은 내 취향이 아니었어.

 

5. 4와 비슷한 이유로... 프레드릭 애쉬튼도 정통 영국식도 취향에 안 맞았지... 역시 난 드라마틱한 게 좋다고!

 

6. 왜 하필 발로쟈 너는 내가 가는 일정에선 이거 하나 밖에 안 나오는 거냐 ㅠㅠ

 

(.. 나중에 실제로 공연을 보고 나서는 춤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그 얘긴 아래)

 

 

3. 공연 보러 가서, 키가 크지 않은 인간의 슬픔

 

드디어 4월 3일이 되었다. 이날은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개막일이었고 실비아는 마린스키에서는 초연이었다. 페스티벌 개막작이자 초연작이니 극장에서도 열심히 홍보를 했고 관객들도 관심이 많았다. 주역은 마린스키 수석무용수들인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였다. 슈클랴로프야 시즌 개막이나 이런 페스티벌 개막이면 보통 주역으로 나오는 인물이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다른 게 개막작이면 더 좋았을텐데 하고... 그러니까 이날은 작품에 대해 아무런 기대감 없이 그저 슈클랴로프 얼굴이나 가까이서 보자 하고 간 거다.

 

 

 

자리는 좋았다. 파르테르 5째 줄 13번으로 정가운데 앞자리였다. 원래 공연 전체를 보려면 2층 맨 앞줄 가운데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무용수를 가까이서 보고 싶을 땐 그래도 1층 파르테르 앞자리가 좋긴 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으니.. 이곳은 마린스키 구 극장. 계단식 좌석이 아니라 평면에 주욱 늘어선 의자들 때문에 앞에 덩치 큰 사람이나 머리 큰 사람이 앉으면 진짜 재앙이다. 러시아야 분명히 야구공만한 머리에 기다란 비율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쌔고 쌨지만 이상하게도 극장에만 오면, 특히 내 앞에 앉는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덩치가 크거나 머리가 크거나, 머리는 작지만 거대하게 부풀린 곱슬머리 헤어스타일을 장착한 경우가 거의 90%였다. 이것도 무슨 법칙이 있나보다. 그래서 옛날부터 마린스키 갈 때마다 외던 주문이 있었으니.. "발샤야 갈라바가 제발 오지 않게 해주세요 ㅜㅜ" (발샤야 갈라바 : 큰 머리 ㅠㅠ)

 

 

1층 파르테르 앞줄... 바로 앞 오케스트라 핏...

이래서 앞줄에 앉으면 무대가 가깝긴 하지만 심지어 지휘자 머리 때문에 또 무대가 가려지기도! 

 

 좌석이 이렇게 일렬 평면으로 늘어서 있다..

 

 

발샤야 갈라바가 앞에 앉으면 무대가 두 동강나 보이는 바로 그런 자리 ㅜㅜ

 

정말이지 이날도 들어가면서 유아용 시트라도 가져와 깔고 앉고픈 마음이 굴뚝이었다. 전날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라 바야데르 보면서도 파르테르 끝열 앉았다가 무대 바닥이 안 보였던 게 생각나서 이날은 책을 두 권 챙겨갔다. 주섬주섬 책을 꺼내 스카프로 싸서 깔고 앉는 나를 보고 동행한 친구는 기절초풍...

 

친구 : 야, 뭐하는 거야! 아기냐?

 

나 : 너는 호빗의 괴로움을 모른다. 바로 너 같은 인간이 앞에 앉는 순간 무대가 안 보인단 말이야! 앞에 발샤야 갈라바가 앉으면 나 정말 하나도 안 보여... 기껏 슈클랴로프 얼굴 볼라고 이렇게 앞자리 끊었는데 안 보이면 어떻게 해 ㅜㅜ

 

친구 : 뭣이, 너 지금 내 머리가 크다는 것이냐! 발샤야 갈라바라니!

 

나 : 너는 왜 본론은 무시하고 쓰잘데없는 말에 집중하는 거야.

 

친구 : 나는 머리 안 커. 키가 클 뿐이야.

 

나 : 어쨌든 둘 다 똑같아. 키 크든 머리 크든 앞을 가린다고... 빨리 기도해라, 내 앞에 머리 큰 사람 안 오게 ㅜㅜ

 

.. 그러나 역시 내 앞에는 덩치 큰 아주머니가 앉고 말았다. 게다가 곱슬곱슬하게 부풀린 거대한 파마머리 콤보였다. 그리하여 책 두 권을 깔고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은 완전히 가려져서 가운데가 안 보였다. 무대가 두 동강나 보였다 ㅜㅜ 결국 공연 보는 내내 양쪽으로 고개를 왔다갔다 하고 봐야 했다... 이게 뭐냐. 비싼 자리도 다 소용없다. 그나마 책 두 권이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막간에 책을 빼냈더니 진짜 아무 것도 안 보일 지경...

 

친구가 불쌍하다고 자리를 바꿔주려고 했지만 걔 앞에는 더 덩치 큰 곰같은 아저씨가 앉아서 더 안 보였다. 두번째 막간에는 결국 친구가 스카프로 책 싸는 걸 도와주면서 이랬다.

 

친구 : 너 진짜 눈물겹다... 엉덩이 배기지 않냐? 허리 부러지겠다.

 

나 : 시끄러워 ㅠㅠ 유아용 시트 좀 얻어와 ㅠㅠ

 

친구 : 무릎에라도 앉혀주고 싶구나 ㅠㅠ

 

나 : (혹함) 그래도 되니?

 

친구 : 기생오라비 같은 무용수 얼굴 보겠다고 친구의 무릎을 작살낼 생각이냐?

 

나 : 작살이라니... 너무하잖아 ㅠ 좀 많이 저리긴 하겠지. 그렇지만 물리적으로 계산한다면 80kg 이상의 체중을 가진 인간의 무릎이 날 앉혔다고 작살나지는 않을 거야.

 

친구 : 나의 80kg는 대부분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지, 누구와는 다르지~

 

나 : 시끄러. 시작한다!

 

그리하여 결국 계속 발샤야 갈라바에 막혀가며 공연을 봤고 가장 혹했던 수단인 친구 무릎 좌석 활용은 당연히 불가능... 아, 마린스키... 여전히 구 극장이 신관보다 더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여전히 괴롭다...

 

 

4. 긴 서론에 이어, 이제야 본론. 마린스키 실비아 초연. 간단한 리뷰

 

 

극장은 만원이었다.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개막작이기도 했고 초연이었기 때문이다.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선보이는 프리미어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오랜만에 진짜 고전 발레를 프리미어로 들고 나왔기 때문인지 사람들도 꽤 관심을 보였다.

 

막간에는 파르테르와 베누아르 좌석 출입구인 1층의 좁은 복도에서 마린스키 발레단 디렉터인 유리 파테예프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근처 벤치에 앉아 친구랑 초콜릿빵 까먹으면서 인터뷰하는 걸 잠시 구경했다. 애쉬튼의 안무, 들뢰브의 음악, 작품의 의미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좀 잘 들어보려고 했지만 그때 친구가 마린스키 샵에서 슈클랴로프 엽서를 발견했다고 끌고 가는 바람에 당연히 거기 갔음(ㅜㅜ)

 

인터뷰 중인 유리 파테예프. 가려져서 얼굴의 일부만 보임. 영상으로 봤을 때와 얼굴 똑같음.

 

 

리브레토에 대해서야 1번에서 전부 얘기했으니 그냥 간단한 감상만...

 

로열발레단 영상 후기도 위에 썼지만, 이 작품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워낙 기대를 하지 않고 갔기 때문인지 오히려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다. 아무래도 초연이다 보니 군무나 솔리스트들이 좀 긴장한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굉장히 신경 쓴 티가 났다. 돈도 많이 들인 것 같고 준비도 많이 한 것 같았다. 영국에서 그대로 가져와 제작했는지 무대 배경이나 의상, 디자인부터 시작해 안무도 그렇고 기존 버전과 크게 다른 구석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오랜만에 이런 고전 발레를 보니 신선하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백조의 호수나 지젤, 잠자는 미녀 등등도 클래식이긴 하지만 워낙 여러 버전들이 있고 무대 미술이나 조명도 많이 세련된 스타일로 바뀌어서 그런지 손으로 그린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배경들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묘했다.

 

들뢰브의 음악이 좋았다. 이것도 영상으로 볼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역시 어두컴컴한 마린스키 극장 안을 가득 채우고 울려퍼지는 오케스트라 선율에는 뭔가 마법적인 힘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리브레토와 화려하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춤 때문에 기대를 안 했기 때문인지 의외로 볼 만한 춤도 조금 있었다.

 

영상으로 볼 때는 그런 생각 안 했는데 실지로 무대에서 보니 의외로 상당히 까다로운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자주 올라오는 레퍼토리들과는 스텝이나 동작들이 많이 달랐다. 특히 주역인 실비아의 스텝과 동작들이 어려웠다.

 

빅토리야 테료쉬키나는 씩씩하게 잘 췄다. 원래 잘 추는 무용수라 괜찮기는 했는데 어쩐지 저런 실비아라면 굳이 에로스가 구해 주지 않아도 혼자서 잘 헤쳐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씩씩했다 :) 이 사람은 외모도 그렇고 춤추는 스타일도 그렇고 가뜩이나 슈클랴로프랑 둘이 있으면 기 센 누나와 귀여운 연하 애인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 레퍼토리에서는 게다가 슈클랴로프가 맡은 목동 아민타가 원체 비실비실해서 더 그런 느낌이었다 :0

 

나중에 테료쉬키나 인터뷰를 보니 역시 실비아 동작들이 어려웠다고 한다. 내 개인적 감상은... 테료쉬키나가 잘 추고 못 추고를 떠나서 실비아의 춤은 기교 넘치는 동작들의 연속이긴 하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기교 = 아름다움은 아니니까.

 

 

 

 

이건 슈클랴로프의 아민타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은 혼자 추는 게 별로 없긴 하지만.. 그 얘긴 나중에 하고...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의 아다지오가 상당히 까다로워서 좀 놀랐다. 일반적인 고전 발레 아다지오들은 물 흐르듯 유연하고 부드럽게 전개되고 감정적 고조를 중시하는데 실비아의 아다지오는 성격이 달랐다. 분절적 동작들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남자 무용수가 파트너를 계속해서 들어올렸다 내려놓는 자잘한 동작들이 변형되어 이어졌다.

 

슈클랴로프야 잘 추는 무용수이긴 하지만 파트너를 지지해주는 데 있어서는 A급이라고 하긴 어려운 사람이라.. 사실 보면서 좀 조마조마했다. 살짝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얘가 작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워낙 동작이 까다롭고 처음 춰보는 거라 그런 건가 싶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실수를 한 건 아니다. 아다지오는 끝까지 잘 췄다. 그냥 내가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을 뿐이다. '아, 왜 자꾸 들었다 놨다 하는 거니, 애 허리 빠지겠다.. 애쉬튼, 당신 새디스트였던 거요?'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 운동량이나 순간 투여되는 에너지, 격렬함 등이야 물론 요즘 거의 체조 수준으로 전개되는 무용들 쪽이 더 크겠지만 실비아의 아다지오는 생각보다 무척 힘들었을 것 같았다. 성격이나 스타일은 다르지만, 약간 잠자는 미녀에서 로즈 아다지오 볼 때랑 느낌이 비슷했다. 별로 재미는 없지만 보는 내내 '아, 저거 참 추기 까다롭겠어..'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도 그렇고...

 

나중에 슈클랴로프 인터뷰도 읽었다. 역시 파트너 지지하는 동작들이 무척 어려웠다고 밝혔다. 기존에 춰 보지 않은 동작들이 많았고 상당히 까다로웠다고 했다. 발레에 대해서야 그저 보는 걸 좋아하기만 하는 내 눈에도 까다로워 보였으니 추는 애들은 더 그랬을지도.. 그리고 단순하고 천진한 목동 역이었지만 애쉬튼 안무였고 무엇보다도 테료쉬키나와 췄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다. (..근데 내가 보기엔 넌 이 프리미어 주역보다 나중에 스메칼로프가 안무한 그 단막발레 카메라 옵스쿠라에서 춘 역이 더 좋았어. 콧수염 달고 안 예쁘고 찌질하게 나오긴 했지만^^;)

 

 

뭐라고요? 내가 이렇게 예쁜데 안 이쁘고 찌질하게 나온다는 말을 하다니!

 

 

이 발레는 아무리 봐도 남자 주인공이 아민타라지만 이놈보다는 악당 오리온과 문제해결사 에로스가 훨씬 돋보인다. 심지어 등장씬도 더 많은 것 같다!

 

 

알렉세이 튜튠닉은 코믹한 에로스 역을 꽤 잘 소화했다. 영상으로 볼 때도 그렇고 무대로 볼 때도 화살 쏘는 게 좀 서커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로스가 실비아에게 활 쏠 때 잘 봐야지 싶었지만 문제의 발샤야 갈라바가 가리고 있어 활 날아가는 걸 제대로 못 봤다 ㅠㅠ

 

(사진의 조각상 분장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에로스 역의 튜튠닉.

이 발레는 사전에 내용을 모르고 보면 1막에서 갑자기 저 조각상이 활 쏠 때 깜짝 놀랄 수도...

사진에서는 에로스의 정체가 드러나 다들 경배하고 있음. 서 있는 애가 슈클랴로프의 아민타. 사랑하는 실비아를 구해주세요~ 하고 있음. 출처는 사진에 워터마크로 찍혀 있음)

 

그리고 유리 스메칼로프. 이 사람은 언제나처럼 좋다. 키도 크고 체격도 단단한데다 외모 자체가 강렬하고 에이프만 발레단에서 다져진 훌륭한 기본기와 표현력이 강점이다. 오리온 역에 잘 어울렸다. 오히려 1막보다 실비아랑 오리온만 나오는 2막이 더 재미있었으니 말 다 했다...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시종장으로 안 나온 게 아쉬웠지만 여기서 화려한 옷 입은 오리온으로 등장해줘서 반가웠다. 그리고.. 이 사람은 키가 크기 때문에 발샤야 갈라바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꽤 잘 보였다 ㅜㅜ (발로쟈 너도 저 사람만큼 키가 컸다면 얼마나 좋았겠니 흐흑)

 

디아나 역의 트카첸코는 춤이랄 게 거의 없었다. 원체 이 발레 리브레토 자체가 마지막에 나타나는 디아나는 좀 '잉?' 하는 느낌이라... 아쉽긴 했다.

 

그 외 님프들과 판 등의 춤들이 좀 있었는데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그 이유는.. 이들의 춤은 주로 1막에 나왔는데 그 때 나는 화살 맞고 무대에 쓰러져 있는 슈클랴로프 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ㅠㅠ

 

발레 자체는 실비아, 즉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원맨쇼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 추가한다면 오리온의 남성적인 춤 + 에로스의 코믹 연기... 그리고 더하기 얼굴만 예쁘지 자기가 하는 건 하나도 없는, 그냥 사랑에 빠진 어린 목동 아민타. 끝. 로열발레단 영상 보면서 내가 아민타에 대해 느꼈던 인상은 역시 변함이 없는 거였다. 이 배역은 그저 얼굴 마담! 거기선 로베르토 볼레가 섹시함으로 커버했다면 여기서는 슈클랴로프가 미모로 커버하고 있는 거였다!

 

 

5.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어쨌든 슈클랴로프 보러 간 거니까 이 사람에 대한 지극히 팬심 가득한 메모 몇 개.

 

정말이지 너무하다. 명색이 남자 주인공인데 너무 조금 나오는 거 아닌가 ㅜ.ㅜ

 

가까운 곳에서 봐서 좋긴 했다. 1막에서 등장할 때도 그렇고. 이 사람은 외모 탓인지 애초에 가지고 있는 밝은 아우라 때문인지 모르곘지만 키도 크지 않고 당당한 체격도 아닌데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이면 시선을 확 사로잡는 능력이 있다. 그게 꼭 외모가 준수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사람보다 잘생긴 무용수들도 많고 더 탁월한 신체 조건을 가진 무용수들도 많기 때문이다. 배우도 그렇지만 발레 무용수들에게도 그런 매력은 아주 큰 힘이다. 관객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없다면 정말 높이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무용수들의 그런 매력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해 왔는데 하나는 빛, 하나는 어둠이다. 슈클랴로프는 전자에 가깝다. 무대에 올라오는 순간 주변이 밝아지는 스타일이다. 물론 이 사람은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연기도 잘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환한 등불을 켜주는 타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에이프만 발레에서 이고리 마르코프의 춤을 볼 때는 후자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쓰는 글의 주인공도 후자에 가까운 인물이고 나 자신의 본성도 그쪽에 더 가깝긴 하지만 실은 빛이 더 어렵다. 그래서 슈클랴로프처럼 무대 위에서 천성적인 기쁨과 빛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을 보면 무척 끌린다.

 

어쨌든. 그건 좀 의미론적인 얘기고. 이제 팬심으로 돌아와서...

 

1막 내내 이 사람은 거의 누워 있기만 하는데 그래도 조금씩 자세를 바꿔가며 똑바로 누웠다 옆으로 누웠다 신상 뒤로 가서 웅크렸다 엎드렸다 여러 가지로 노력한다(ㅜ.ㅜ) 그러나 그의 누워 있는 자태가 너무나 섹시하였기에 이때 췄던 다른 무용수들의 춤은 눈에 들어오지 않음. 반듯하고 예쁘장한 외모에 목동 튜닉 차림이라 작고 탄탄한 조각상 같았다. 키 안 크고 8등신이 아니면 어때, 저것은 이미 잠자는 미녀 남성판 :)

 

 

 누나, 제발 내 사랑을 받아줘요 ㅠㅠ

 

아야 ㅜㅜ 난 이렇게 이쁜데 왜 화살로 쏘는 걸까 ㅠㅠ

 

 

화살로 쏴죽여 놓고 뒤늦게 슬퍼하는 실비아 -_-

(자세히 보니 애가 이뻐서 뒤늦게 후회. 어머 내가 굴러들어온 복을 놓쳤네 ㅠㅠ)

 

 

2막에서는 등장도 안 하니 지나가고.. 3막.

 

1막에서야 '제발 내 사랑을 받아주오~' 하고 계속 애원만 하고 결국 화살 맞고 나뒹구느라 애절하게 울상만 짓고 있었지만 3막에서는 사랑을 이뤘기 때문에 마냥 행복해서 그런지 시종일관 빵끗빵끗 웃어서 보기 좋았다.

 

이 무대에서 이 사람이 보여준 장점은 이런 거였다. 환하고 자연스럽게 잘 웃는 것 + 페테르부르크 아카데미 특유의 깨끗한 라인과 포즈 + 몸의 탄성. 이 사람이야 원래 높이 잘 뛰는 걸로 유명하긴 하지만 이 무대도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탄성이 좋았다. 이게 무게 없이 우아하고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과는 좀 다르다. 난 무중력처럼 가볍게 부유하는 댄서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사람의 탄력은 가까이서 실제로 보면 꽤 매력적이다.

 

3막이 좋았던 이유는 이 사람이 드디어 제대로 된 춤을 췄기 때문이다... 아다지오가 까다로웠다고 앞에서 얘기했는데 사실 여성 무용수고 남성 무용수고 이들의 솔로들도 까다로웠다. 실비아의 솔로들이 겉보기에도 화려하고 좀 곡예 같은 동작들이 이어지는 스타일이라면 이 사람이 춘 아민타의 솔로는 좀 달랐다. 보통 파이널 2인무에서 남자 무용수는 화려하고 큰 동작들을 연이어 보여준다. 그랑 주테, 점프, 피루엣 등등등.. 그러나 아민타의 솔로는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동작 또한 작고 반듯반듯했다. 자잘한 카브리올을 비롯해 조그만 동작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나중에 어떤 기사에서 이 사람이 애쉬튼의 영국적 주인공을 추기엔 너무 솔직담백하고 열렬했다는 평을 읽긴 했지만 그래도 난 팬이라서 그런지 이 사람이 보여준 솔로는 마음에 들었다. 작은 동작들을 탁탁 끊으면서 적재적소에 포즈를 박아넣는 게 근사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무대 위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를 올려놓고 저런 작은 점프 밖에 안 주다니 될 말이냐..' 라고 외치고 있었다(ㅜ.ㅜ)

 

 

6. 커튼 콜 + 친구와의 대화

 

 

발레는 1시간 30분도 안 되는 길이였지만 3막까지 있어 10시 좀 안돼서 끝났다. 냉정한 페테르부르크 관객들이지만 이 공연에서는 브라보가 많이 나왔다. 테료쉬키나야 당연히 많이 받았고, 슈클랴로프는 춤이 너무 적어서 브라보까지 많이 받겠느냐 싶었지만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의외로 전자는 여자 함성, 후자는 남자 함성이 더 많았다. 으잉?

 

원체 페테르부르크 관객들이 보수적인 편이고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긴 한데 오랜만에 진짜 고전발레를 제작해 초연으로 보여줘서 기뻤던 것 같다. 다녀온 관객들 평도 대부분 좋았다.

 

 

 

커튼 콜 사진들은 다음 포스팅에 따로...

 

 

커튼 콜 후 주역 무용수들이 커튼 앞으로 나와서 인사를 했다. 그리하여 나는 파르테르 앞자리임을 적극 활용, 잽싸게 달려나가 오케스트라 핏 바로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그의 미모를 가까이서 보며 행복에 잠김.

 

이때 내 친구는 매우 툴툴거림.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 운운, 나이 값좀 하라는 둥, 쟤가 뭐가 잘생겼냐 내가 훨 잘생겼다는 둥, 저런 스타일은 바람둥이라는 둥... 그게 나랑 대체 무슨 상관인지 -_-

 

급기야...

 

친구 : 야! 나 앞으로는 쟤 나오는 거 같이 보러 가자고 절대 안 할 거야 -_-

 

나 : (아무 것도 안 들림) 아 이뿌다~

 

친구 : 야! 좀 창피하단 말이야, 나만 내버려두고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가서 그렇게 사진 찍고... 별로 멋있지도 않고만.. 춤도 조금밖에 안 추고...

 

나 : 쟨 정말 이쁜 것 같아. 얼굴에서 광채가 나~

 

 

서로 좀 진정된 후.. 귀가하면서.

 

 

친구 : 야, 근데 그 나쁜 놈으로 나온 애 있잖아.

(친구는 발레에 별 관심이 없어서 나쁜 놈, 주인공, 예쁜 여자..로 구분함 ㅠㅠ)

 

나 : 유리 스메칼로프? 나 그 사람 옛날부터 좋아했었어. 잘 추지.

 

친구 : 나 좀 닮은 거 같지 않냐?

 

나 : 아니, 전혀. 안 닮았는데. 그 사람 엄청 샤프하게 생겼어.

 

친구 : 키도 크고 풍채도 좋고 잘생긴게 나 닮은 거 같아.

 

나 : 키랑 체격은 좀 닮았지만 그 사람은 꽤 근육질에 샤프하고 섹시한데..

 

친구 : 그러니까 나 닮은 것 같아.

 

나 : 너 전에는 미하일로프스키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보고 이반 자이체프랑 너랑 닮은 것 같다며.

 

친구 : 응?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그래, 작년에 본 그 사람. 음, 그 사람도...

 

나 : 뭔 소리야. 이반 자이체프랑 유리 스메칼로프는 생긴 게 완전히 다른데.. 스타일도 다르고. 어떻게 그 두 사람을 동시에 닮았다고 하냐. 둘 다 안 닮았음!

 

친구 : 너는 외국인이라서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래!

 

나 : 아니야! 난 심미안이 뛰어나! 이런 건 실수 안해!!

 

친구 : 너는 심미안이 뛰어난게 아니라 그저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을 좋아하는 것 뿐이야~

 

나 : 슈클랴로프님을 한번만 더 모독했다간 운하에 처넣겠노라~

 

 

7. 사족

 

어쩌다 보니 발레 얘기보다 친구랑 티격태격한 얘기, 자리 얘기가 더 많은 것 같다만... 하여튼 사족 하나.

 

1막 끝나고 뒷자리 여자들의 대화. 발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는지 한 여자가 프로그램을 뒤적이면서 물었다.

 

여자 1 : 아민타가 누구야?

 

여자 2 : 목동. 

 

여자 1 : 아, 왕자. 걔였구나.

 

여자 2 : 그래, 왕자.


 

... 이게 남자 주인공이라서 관성적으로 왕자라고 하는 건지, 아니면 그게 슈클랴로프라서 그런 건지 :0

근데 아무 짝에 힘 없고 쓸모 없는 목동치곤 너무 품위 있고 이뻐서 목동이라기보다 왕자 같긴 했다. 이것도 팬심인가...

 

... 리뷰가 너무 길어져서 이 공연 관련 사진과 화질 별로 안 좋지만 내가 찍은 커튼 콜 사진들, 그리고 영상 클립 몇 개는 다음 포스팅

 : http://tveye.tistory.com/2826

 

 


 

:
Posted by liontamer

 

 

비 오는 일요일 밤... 기분도 꿀꿀하고 두드러기 때문에 우울해서 마음의 위안을 위해 마린스키 무용수들 화보들 올려본다.. (라고 적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 무용수 2명-예브게니 이반첸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이라고 읽는다^^ 물론 다른 사진도 있긴 하지만)

 

위의 사진은 마린스키 브 콘탁트 페이지에 올라왔던 사진 :)

 

 

이건 작년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화보. 출처와 사진사 이름이 캡션으로 적혀 있다. 지젤.

 

 

 

예브게니 이반첸코. 백조의 호수.

 

이제 나이가 많아서 도약이 좀 딸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 사진에선 꽤 높이 뛴 것 같다 :) 하긴 이 분은 젊은 시절에도 훌륭한 체격의 왕자님 타입에 안정적 파트너로서의 요건을 갖춘 포즈가 멋진 무용수였지 점프나 피루엣 등 화려한 테크닉에 입벌리고 감탄하는 무용수는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내 첫사랑 무용수~ 그래서 뭘 해도 다 용서가 됨...)

 

 

이것도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백조의 호수.

올가 예시나, 예브게니 이반첸코.

 

 

위에 이어 같은 무용수들.

 

 

 

이제부터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와 함께. 돈키호테.

 

슈클랴로프는 테크닉이 좋긴 하지만 파트너를 붙잡아주는 기술이 좀 약하다(ㅠㅠ) 이게 체격이 작아서 그런 건지, 원체 에너지가 넘쳐서 통통 튀어나가려고 하는 애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만. 자기는 춤에서 제일 중요한 게 듀엣이라 생각하고 발레리나를 받쳐주는 게 우선책무라고 생각한다는데 슬프게도 가끔 삐끗삐끗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난 얘가 아다지오 추는 것보다 화려한 솔로를 추거나 아예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등등 모던이 가미된 발레, 아니면 드라마틱한 연기를 하는 편이 더 좋다.

 

근데 또 아내인 쉬린키나와는 듀엣도 잘 추고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걸 보니.. 역시 얘는 사랑하는 여자랑 춰야 하나. 아니면 자그마한 체격의 파트너들과 출 때 안정감 있는 건가.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도 그렇고 아내인 쉬린키나도 그렇고 자그마한데다 날씬한 애들이라..

 

** 새벽에 추가 : 유튜브에 얘가 테료쉬키나와 어제 춘 돈키호테 클립이 올라와서 받아 봤다. 중간중간 주요 장면들이 들어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1막의 바질 솔로와 3막 자살쇼가 빠져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마음의 위안이 됐다 :) 내일쯤 영상 링크 올려보겠다.

 

 

이건 최근 끝난 댄스 오픈 페스티벌에서 Mr.브이라지쩰노스찌(표현력 최고상...이라고 번역해야 하나) 받았을 때. 테료쉬키나와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를 췄다. 이때 그랑프리는 안나 쯔이간쉬나가 받았다. 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수상함. 심사평과 기사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삶에 대한 기쁨으로 넘치는 생기발랄한 슈클랴로프'라는 묘사 때문에... 그게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환하게 웃는 건 무용수에겐 큰 강점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웃음이 아니라 무대와 관객석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는 것 같은 웃음 얘기다. 이 사람에겐 그런 강점이 있어서 심지어 단순하고 재미없는 춤을 출 때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뉴스에서 얘가 이 상 받고 수상 소감 말하는 걸 좀 봤는데 그때도 재미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슈클랴로프들이 있지만 슈클랴-로-프는 저 하나 뿐이에요~" 라고 :) (이건 노어를 알아야 재미있는데, 노어는 우다레니예-강세-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 보통은 저 성에는 강세가 앞에 있는 모양인데 이 사람은 끝의 'o'에 있다.

 

 

이건 테료쉬키나와 이번 댄스 오픈 페스티벌에서 췄던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 이전에 췄던 클립은 보니까 옛날보다 삐끗거렸는데 이번엔 그때보다 잘 췄던 거겠지??

 

 

 

이건 아마도 에튀드. 불쌍하게 옆모습만 나온 왼쪽 남자 무용수는 아마도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인 듯. 발레리나는 올레샤 노비코바. 사진사는 캡션에 있는대로 Gene Schiavone.

 

 

이것은 바로 지난 4월 3일 마린스키에서 초연되었던 애쉬튼의 발레 '실비아'. 지난 달에 저거 보러 러시아 갔던 거나 마찬가지 ㅠㅠ 리아노보스티 신문사의 사진.

 

주제넘게 아르테미스 여신의 님프인 실비아를 향해 사랑에 빠져버린 목동 아민타 역. 이미 사랑을 호소하다 테료쉬키나 실비아에게 화살 맞고 바닥에 엎드려 있음 ㅠㅠ

 

1막 내내 저렇게 엎드렸다가 누웠다가 뒹굴다가 ㅠㅠ 그래서 이 1막은 그냥 저 사람이 누워 있는 자태만 구경하다 끝났다 ㅠㅠ 그러나 저 사람이 저렇게 헐벗고 등장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가슴 설레고 말았다... (동행한 친구의 구박을 한바가지 받음)

 

그래도 그렇지, 저런 애가 사랑을 고백하면 횡재했다고 생각하며 고마워하며 받아줄 것이지 저 실비아는 어째서 화살을 쏘는 거야! (전형적인 팬심의 사례 ㅠㅠ)

 

 

 

이것도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발란신의 jewels 중 루비.

올레샤 노비코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나름대로 자신있는 레퍼토리인지 작년 자기 베네피스 공연에도 넣긴 했는데... 아마 미국인들은 이 사람이 추는 발란신 보면 싫어할 것 같다. 전통적인 페테르부르크 발레 학교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이라 플롯이나 납득할만한 스토리가 있어야 제대로 춤을 출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발란신 작품조차도 머리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생각해낸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발란신 작품은 좀 다르지 않나... 예전에 파루흐 루지마토프나 다른 마린스키 무용수들도 발란신을 열심히 추긴 했지만 '저건 조금...' 이란 평을 들었다. 이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러시아 냄새가 폴폴 나는 페트루슈카나 다른 고전발레들을 ABT 같은 다른 동네에서 추면 뭔가 이상하듯이.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라 바야데르.

도로시 질베르(불어 발음 이거 맞나 ㅠㅠ)와 함께. 이것도 베네피스 공연. 이때 발란신의 루비, 라 바야데르의 망령의 왕국, 그리고 젊은이와 죽음 췄다.

 

그래, 솔로르 의상은 저렇게 탑을 입혀야지! 배를 다 가리는 착 달라붙는 상의가 웬말이냐 ㅠㅠ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백조의 호수.

 

난 항상 발레리나를 한 손으로 번쩍 드는 게 제일 어렵고 저 무릎 위에 세우기는 별로 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으나.. 저게 꽤 어려운가보다. 또 생각해보니 균형 잡기가 아주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지난 4월 6일 마린스키에서 백조의 호수를 봤는데 그때 지그프리드를 춘 게 볼쇼이 솔리스트인 데니스 로지킨이었다. 근데 이 사람은 옥사나 스코릭의 오데트를 무릎 위에 올려놓지 못하고 말았다 ㅠㅠ

 

로지킨, 왜 그랬어요.. 당신보다 자그마한 저 사람도 저렇게 오데트를 척척 무릎에 올려놓는데 ㅠㅠ 엄밀히 말하면 무릎이 아니라 허벅지에 올려놓기라고 해야 하나...

 

근데 고전 발레를 보다 보면 누가 나오든 항상 조마조마하다.. 피겨 스케이팅 보는 것처럼.. 저러다 발레리나를 떨어뜨리면 어떡하지.. 점프하다 헛디디면 우째... 등등... :) 옛날에 미하일로프스키에서 잠자는 미녀인지 백조인지 하여튼 공연 보다가 주역 발레리나가 엉덩방아 찧는 걸 본 이래 항상 그 공포가 스멀거린다!!

 

 

이건 작년 신데렐라. 왼편에는 게르기예프. 이건 유튜브에 영상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보세요. 비슈네바의 신데렐라는 사랑스럽고 백팩에 구두 넣고 헤매는 슈클랴로프의 왕자는 귀여움의 극치 :)

 

 

 

이제부터는 alex gouliaev의 사진들.

 

지젤. 아내인 쉬린키나와 함께. 이 사람은 원체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좋아서 알브레히트에 잘 어울린다.

 

 

 

이건 잠자는 미녀.

 

 

이건 곱사등이 망아지. 알리나 소모바와 함께.

 

 

이것도 곱사등이 망아지~

 

 

 

그리고 이건 젊은이와 죽음. 그로테스크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사진. 이 사람은 절망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 연기도 잘한다. 사실 내가 이 사람에게 진짜로 반하게 된 계기가 된 것도 바로 이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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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올린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라 바야데르 리뷰(http://tveye.tistory.com/2799)에 이어.

 

레오니드 사라파노프가 전에 췄던 망령의 왕국 솔로르 춤 편집 영상 클립. 교묘히 편집되어 니키야는 안 나오고 사라파노프만 나온다 :) 이건 마린스키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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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 (2014.4.2,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사진은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벽에 붙은 라 바야데르 공연 광고. 매진 띠가 붙어 있다)

 

니키야 : 폴리나 세미오노바

솔로르 :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감자티 : 빅토리야 쿠체포바

브라만 : 마라트 쉐미우노프

황금 신상 : 데니스 톨마쵸프

지휘자 : 파벨 부벨니코프

 

 

1. 라 바야데르를 처음 봤을 때

 

사람의 취향이란 변하는 것이어서 옛날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발레인데 요즘은 라 바야데르도 잘 추는 버전으로 보면 또 나름 괜찮게 본다.

 

맨 처음 라 바야데르를 본 건 오랜 옛날 마린스키 극장에서였다. 그땐 막 발레를 보기 시작해서 열광하던 초짜 시절이었다. 그 당시야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된 것도 아니고 필름을 구해 볼 루트가 다양했던 것도 아니니 이 발레에 대한 사전 정보란 "1. 오리엔탈리즘이 가미된 웅장한 작품. 2. 아랍 의상 입은 멋있는 주인공들이 나옴. 3. 백조의 호수나 지젤처럼 하얀 옷 입은 여자들의 군무가 있음..." 이었다. (웃지 마세요 ㅠㅠ 그땐 지금처럼 정보 찾기 편한 시절이 아니었다고요!)

 

마침 신년이 되었고 1~2월 공연 일정표가 나왔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를 끊어보려고 마린스키 극장 내의 매표소까지 갔다. 그때 친구를 열심히 꼬셨다. 당시 나는 포킨 발레에 빠져 있었고 라 바야데르도 세헤라자데 스타일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진짜 볼만할 거라고 막 꼬셨다. '이거 엄청 화려하고 멋있을 거야~ 남자들도 타이츠 아니고 아랍 팬츠 입고 나와 >.< 유명한 애들도 나와~' 등등... 게다가 이건 가격도 포킨이나 발란신보다 훨씬 비쌌다. (원래 백조 등 유명 고전 레퍼토리는 표값이 더 비쌈) 어쨌든 학생 할인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당시 주머니 사정으로는 좀 비싸고 좋은 자리를 끊어서 갔다.

 

그런데...

 

1막, 2막까지는 그런대로 재밌게 봤지만 문제의 망령의 왕국이 나온 순간 나는 유체이탈. 그리고 그 앞의 막들도 딱히 맘에 안 들었다.

 

그 이유는..

1. 남자 주인공 솔로르가 너무 찌질하다.(지젤의 알브레히트에게 느꼈던 것과 유사한 분노. 저 나쁜눔!! 출세를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버리다니!! 아무리 외모가 잘나고 호랑이를 잡아오면 뭘하니! 좋아하는 여자 하나 못 지키고 공주랑 결혼시켜준다니 휙 넘어가고!! 여자 죽고 나서 뒤늦게 후회하면 뭘해. 아편이나 피우고, 이 허접한 놈아! .. 하지만 잘생긴 솔로르라면 또 관대해질지도 ㅠㅠ

2. 리브레토만 봐서는 무지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데 막상 발레는 정신없이 후다닥 지나가고 그냥 오리엔탈리즘에 젖어 과시만 해대는 것 같다.

 3. 망령의 왕국! 으악, 저 망령은 대체 언제 다 내려오는 거냐... 으악, 저 망령들에 비하면 지젤의 윌리들은 돈키호테 스페인춤 수준으로 재밌구나!

 

.. 지금 생각하니 좀 웃기지만 저 때는 발레 본지 1년도 안 된 시절이었고 무조건 화려한 테크닉과 도약, 주테, 피루엣, 남자 무용수들의 역동적 춤, 32회 푸에떼 등이 좋았던 때였다. 심지어 저땐 지젤 2막의 윌리 군무 때도 괴로워했다! 백조 군무도 별로 안 좋아했다!

 

같이 갔던 친구도 대왕실망... 같이 돈키호테 보고 열광하던 친구였음 ㅠ.ㅠ 이때의 기억 때문인지 이 친구(전 룸메이트)는 지금도 라 바야데르는 별로 안 좋아해서 이 공연 같이 보러 가자고 하면 '난 바야데르까는 좀...'하고 거절 ㅠㅠ (바야데르까는 러시아어 제목임. 사실 나도 이 제목이 더 입에 붙는다)

 

그런데 저 첫 공연 때 캐스트가 엄청나게 화려했다. 아실무라토바가 니키야, 파루흐 루지마토프가 솔로르, 이르마 니오라제가 감자티였다! 지금 생각하니 그런 대단한 캐스트로 라 바야데르를 마린스키에서 봐놓고도 나는 저렇게 투덜대고 있었던 것이다 ㅋㅋ 미안해요 루지마토프님... 그래도 당신 춤은 멋있었어요...

 

 

2. 솔로르, 니키야, 망령들, 그리고 이 발레에 대한 평소 느낌

 

이후 라 바야데르를 여러 번 봤다. 그래도 첫 인상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둘 다 고티에가 리브레토를 써서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내게 라 바야데르는 항상 지젤의 럭셔리 오리엔탈리즘 변용판으로 느껴졌다. 내용도 유사하고 여자를 버린 남자 주인공이 환상의 망령들 사이에서 죽은 여자의 영혼을 만나 참회하는 형식도 비슷했다. 그러나 내게 라 바야데르는 지젤과는 달리 굉장한 허세로 가득찬 작품이란 인상이 강했다. 사실 지금도 그런 느낌이 좀 남아 있다. 원래 포즈와 허세가 고전 발레의 주요 요소 중 하나라고 냉소적으로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솔로르에 대한 인상은 알브레히트와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남자 무용수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기는 한다. 오히려 춤 자체는 솔로르가 알브레히트보다 더 볼만하다. 테크닉도 그렇고. 하지만 바로 그때문인지 솔로르에게는 알브레히트가 보여주는 드라마, 즉 회한과 참회, 고통과 처벌을 통한 갱생 등의 드라마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니키야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번 국립발레단 공연과 이번 미하일로프스키 발레단 공연을 보면서 내가 왜 라 바야데르의 니키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 깨달았다. 사실 라 바야데르는 리브레토만 보면 진짜 드라마틱하고 통속적이다. 그래서 니키야가 뱀에 물려 죽고 망령들과 나타나 춤추면 지젤을 볼 때처럼 감동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내가 발레의 형식과 조형적 아름다움보다는 드라마를 중시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 그래서 발란신 발레들도 안 좋아하나보다) 니키야는 분명 드라마틱한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여주인공이지만 망령의 왕국에 등장하는 그녀는 어떤 감정이라기보다는(그러니까 사랑, 원망, 심지어 증오나 복수심이라도 좋으니..) 멋진 테크닉을 잇따라 보여주는 댄스 머신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것도 무용수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어쨌든 이 느낌은 아직도 좀 남아 있다. 특히 파이널에서 초스피드로 연속 푸에테/피루엣 등 테크닉을 과시하는 장면에서는 좀처럼 이입이 안된다. 저 여자는 억울하게 죽었고 솔로르를 그렇게도 사랑했는데 어째서 그런 감정 같은 것보다는 저런 테크닉 과시에 집중할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아니면 이건 솔로르가 아편에 취해 보는 환각이라 그런 건가 싶기도 하지만.

 

물론 마린스키 버전 말고 다른 버전에서는 고티에의 원작을 따르기도 한다. 망령은 중간에 나오고 결혼식이 파이널이 되어 거기서 사원이 우르르 무너지고 솔로르가 니키야의 영혼을 따라가는데 차라리 개연성은 그쪽이 나은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이 레퍼토리의 2인무를 갈라로 추면 그건 또 엄청 근사하다는 거다. 그러니까 전체 공연의 맥락보다도 춤 자체를 즐기는 건 또 좋았다. 민쿠스의 음악 자체도 좋고 특히 솔로르. 의상도, 춤도, 포즈도 모두 근사해서 멋진 무용수가 추면 정말 눈호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망령의 왕국은 내 취향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혹자는 망령의 왕국이야말로 수많은 군무 중 백미라고 칭하고 페테르부르크에 사는 내 지인은 오로지 망령의 왕국 보러 라 바야데르 공연에 간다는데 나로서는 지젤이나 백조가 더 좋다. 망령들의 조형적 아름다움이야 인정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망령이 하나 하나 내려오기 시작할때는 '언제 다 내려오니 ㅠㅠ' 하는 마음이 든다.

 

아마도 라 바야데르의 망령들은 지나치게 차갑고 객관적이고 인간사에 관심없는, 좀 사물처럼 보이는 유령으로 느껴져서 그런가보다. 이입이 좀처럼 안된다. 다행히 이 유령들 내려올 때 민쿠스의 음악은 아주 좋기 때문에 그걸로 버틴다 ㅠ.ㅠ 역시 난 진짜 고전 발레를 즐길 줄 모르나보다!!

 

그리고 마린스키 망령들은 참 천천히 내려온다... 여기 버전을 따르는 유니버설도 그렇다. 그런데 전에 본 국립발레단 버전은 망령들이 좀 빨리 내려와서 살 것 같았다(약간 우습기도 했지만 ㅠㅠ) 원래는 천천히 하나 하나 내려와야 정석이겠지만 그래도 우르르 빨리 내려오면 인내심에 대한 도전은 좀 줄어든다. 망령들 다 내려오고 나면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쉰다.. (너무 비웃지 마세요 ㅠㅠ)

 

3. 본론.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의 라 바야데르. 사라파노프와 세미오노바

 

하여튼... 이 레퍼토리에 대한 나의 복잡한 감상은 이 정도로 미루고. 4월 2일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본 라 바야데르에 대한 간략한 메모.

 

마린스키에서 보고 싶긴 했지만 내가 갔을 때는 일정이 맞지 않았다. 코르순체프나 슈클랴로프의 솔로르가 무척 보고 싶었지만 현실은 코르순체프의 (너무 당당하고 남성적인 ㅠㅠ) 황금 노예, 그리고 춤도 별로 없고 1막 내내 화살 맞고 쓰러져 무대에 잠자는 공주처럼 누워 있는(그래서 예쁘기만 한 ㅠㅠ) 슈클랴로프의 목동 아민타...

 

대신 레오니드 사라파노프가 있다 :)

 

난 이 극장이 무소르그스키란 이름을 달고 있을 때 처음 다녔는데 그때도 마린스키 표 못 구할 때 가거나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아서(네프스키 대로 중심가에 있음) 추운 겨울에 가기 편한 극장 느낌이 좀 있었다. 지금은 빵빵한 후원 기업들 덕에 수퍼스타들을 열심히 끌어모으고 나초 두아토를 예술감독으로 앉히고 각종 행사들을 진행하는 등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이 날 공연은 7시였다. 마린스키 갈때는 22번이나 3번, 27번 등 버스를 타고 가야 했지만 이 극장은 묵고 있던 호텔 바로 근처에 있어서 6시 30분 정도에 나갔다. 가까워서 참 좋았다. 극장 근처에 살고 싶다... 예술의 전당도 한번 가려면 정말 너무 힘들다. 거긴 교통편도 안 좋고...

 

사실 이 공연 예매하느라 엄청 고생했다. 페테르부르크 가기 전부터, 그러니까 마린스키 공연들 예매할 때부터 이것도 예매하려고 했는데 온라인 예매에 문제가 생겨서 아무리 시도를 해도 결제가 되지 않았다. 톱스타인 사라파노프와 세미오노바 캐스팅이라 현지에 가서 끊으면 이미 표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었다. '망할 놈의 러시아'를 외치며 우울해하다가 '에잇, 안되면 말지! 어차피 내가 사라파노프 광팬도 아니고.. 어차피 밤톨처럼 얄밉게 생긴 사라파노프(ㅠ.ㅠ 사라파노프 팬분들 미안해요..) 못봐도 미모의 슈클랴로프면 족해! 에잇, 내가 언제부터 라 바야데르 그렇게 좋아했다고! 잘됐다 돈 굳었네. 안그래도 마린스키 때문에 파산인데' 하며 신포도 모드에 들어갔다.

 

그래도 페테르부르크 도착하고 바로 다음날, 제일 처음 간 곳이 바로 이 극장 매표소였다(ㅜ.ㅜ) 호텔 바로 옆이라 산책하러 가면서 들렀던 거다. 참 세상 좋아졌다. 옛날엔 매표소에 가면 파르테르, 베누아르, 벨에타쥐 등 좌석 구분만 말하고 대충 주는 대로 받아야 했는데 이제는 매표소 아줌마가 모니터를 띄워놓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게 당연한 것 같지만 옛날 러시아에서 표 끊느라 고생했던 사람에겐 좀 감동이다 ㅋㅋ

 

아줌마가 이 자리 저 자리 추천해주길래 나는 '파르테르 끝열이 좋아요'라고 했다. 이 극장도 옛날 극장이라 앞사람 머리에 엄청 가리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줌마가 '오 그럼 이 자리가 진짜 괜찮아. 앞사람 머리 안 가려' 하고 추천해줘서 그걸 끊었다. 극장에 들어가보니 이 맨 뒷열은 반원형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왼편 귀퉁이에서 3번째라 무대를 대각선으로 봐야 해서 투덜댔지만 역시 경험많은 아줌마 말대로 앞사람 머리에는 가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1층 파르테르 좌석 특성상 결국 무대 바닥은 잘 안 보였다. 책이라도 가져와 깔고 앉을 걸. (결국 다음날 마린스키 실비아 공연 땐 책 가져가서 깔고 앉아서 봤다 ㅠㅠ)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올리는 라 바야데르는 처음이었다. 옛날에도 여기선 이 공연 본 적이 없다. 이번에 본 버전도 두아토가 온 후 최근 다시 손본 거라고 한다. 음, 무대 미술과 의상 보니 확실히 이 극장에 돈이 도는구나 싶긴 했다. 무대 미술도 근사하고 코끼리도 그럴싸했다. 하긴 뱌체슬라프 오쿠네프가 디자인을 총괄했으니 당연히 근사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러나 무대가 확실히 너무 작다. 라 바야데르는 상당히 큰 규모의 작품이다. 망령 군무도 그렇지만 1~2막의 궁전과 결혼식 장면도 그렇고 대규모 출연진이 등장한다. 그걸 제대로 소화하려면 역시 큰 무대가 필요하다. 미하일로프스키의 무대는 사실 그러기엔 너무 작다.

 

전체적으로 무용 자체는 그냥 그랬다. 미하일로프스키가 수퍼스타들을 끌어모으긴 했지만 군무나 일반 솔리스트 수준은 아직 마린스키에 딸리는 것 같다. (당연한 얘기긴 하지만) 심지어 전체적으로는 그 전 국립발레단 버전 볼 때 더 끌렸다. 작년에 갔을 때 여기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봤었는데 이 발레야 20세기 작품이고 나초 두아토가 여러 가지로 손을 댔기 때문에 크게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확실히 고전 발레가 올라오자 그런 부분들이 티가 났다.

 

그래도 레오니드 사라파노프가 있다!

 

사라파노프의 무대를 진짜 오랜만에 봤다. 나에게 레오니드 사라파노프는 언제나 '원더 키드'라는 인상이 강했다. 출중한 테크닉. 깨끗한 포즈. 그리고 통통 튀는 에너지. 볼 때마다 저 사람 참 잘 추네~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무용수. 그런데 '아 이 사람 너무 좋아!' 하는 느낌은 별로 안 드는 무용수였다. 아주 잘 추긴 하는데 마음을 확 끄는 뭔가가 없었다. (이 얘기를 하자 다음날 실비아 같이 보러 갔던 친구가 한방에 정리해줬다. 넌 일단 외모가 돼야 좋아하는 거야! 저 기생오라비 같은 슈클랴로프 좋아하는 걸 봐라!)

 

이 사람은 마린스키의 대표적 스타였지만 결국 발레단 감독 유리 파테예프와도 안 좋았고 이래저래 결국 미하일로프스키로 옮겼다. 참 아까운 일이다. 이번에 라 바야데르 무대 보면서 그런 생각이 또 들었다. 저 사람에겐 저 무대가 너무 좁아 ㅠ.ㅠ

 

오랜만에 무대를 봐서 그런지 이 사람 도약이 전처럼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시금 깨달았다. 왜 이 사람이 그토록 테크니션으로 이름났었는지. 사라파노프의 동작은 하나하나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테크닉은 여전히 근사했다. 점프보다는 피루엣이 더 훌륭했다.

 

그리고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사람은 알브레히트도 그렇고 솔로르도 그렇고 정감 간다기보다는 참 혼내주고 싶게 연기를 잘 한다. 그러니까, 좀 현실적인 '남자' 느낌이다. 맨 처음 니키야와 만나러 달려나왔을 때는 어떻게든 스킨십을 하고 사랑을 속삭이려고 안달을 부리고, 공주랑 약혼하고 나자 단숨에 니키야를 외면하고 공주 손에 키스한 후 돌아서서 좀 어쩔줄 몰라 하고(근데 이것도 내 눈엔 니키야한테 미안해서라기보단 자기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니키야 죽고 나자 또 우왕좌왕하면서 미안해하고. 한마디로 좀 얄밉지만 현실적이다. 지젤 때도 좀 그랬다. 내가 니키야라면 용서 안해줄듯. 혹시 모르지, 춤을 너무 잘 추니 용서할지도... 난 좀더 몸과 마음을 던지며 드라마틱하게 울부짖는 알브레히트나 솔로르에게 더 끌리는 편이라서 그런가보다.

 

감자티와의 결혼식 2인무에서 보여준 솔로. 그리고 망령의 왕국에서 그 유명한 2인무의 사라파노프 솔로는 역시 아주 멋졌다. 관객들도 갈채와 브라보 연발. 전에 슈클랴로프가 이런 인터뷰를 했다. "사실 페테르부르크 관객들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못하면 브라보 절대 안한다. 마음에 안들면 박수도 잘 안 친다. 그러나 한번 '우리 무용수'가 되면 정말 사랑해 준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관객들이다" 그 말이 맞다. 며칠 후 마린스키 백조의 호수 보러 갔는데 냉정한 페테르부르크 관객들은 옥사나 스코릭의 백조에게 브라보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사라파노프는 물론 '우리' 무용수였다. 그런 재능 앞에서 당연히 이 관객들은 열광했고 큰 갈채와 브라보를 줬다. 보통 이런 고전 발레에서는 남자 무용수보다는 발레리나에게 환호가 집중되는 편이지만 이들은 게스트 톱스타인 폴리나 세미오노바보다 사라파노프에게 훨씬 열광했다.

 

그리고 폴리나 세미오노바.

 

세미오노바의 춤은 영상으로는 여러번 봤고 무대는 작년 로미오와 줄리엣 때 처음 봤다. 잘 추는 무용수였다. 존재감도 있었다. 하지만 라 바야데르를 보면서는 뭔가 갸우뚱했다. 1막, 2막 니키야 땐 오히려 좋았다. 감자티에게 칼 들고 덤빌 때는 좀 오싹할 정도였다. 그러나 망령의 왕국 씬에서는 뭔가 부족했다. 이 아가씨가 페테르부르크가 아니라 모스크바 출신이라 그런가. 베를린에서 활동해서 그런가. 보는 내내 대체 뭐가 거슬리나 싶었는데 다리 동작이 묘하게 신경을 긁었다. 깨끗한 선이 안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너무 페테르부르크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가보다. 작년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경우는 드라마틱 발레이고 모던한 안무라 별로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3막은 특히 니키야의 경우 감정선보다는 각종 테크닉 보여주는 기계 같다는 느낌이 강한 편인데 이 사람도 그런 경향이 강했다. 처연한 니키야보다는 강인한 니키야였고 3막의 니키야는 좀 푸에떼 머신 같았다. 이날 공연을 보니 어쩐지 이 사람은 지젤에서도 1막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이 사람이 슈클랴로프와 췄던 지젤 영상에서도 그런 느낌이 좀 들었던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세미오노바보다 3월에 국립발레단에서 김지영씨가 보여줬던 니키야가 더 좋았다. 훨씬 드라마틱했고 원숙했다.

 

군무는 별로였다. 동작 타이밍이 안 맞는 경우가 많았고... 2막인가 3인무인지 4인무에서 맨 오른편 애가 대놓고 실수도 했다 ㅠㅠ 망령의 왕국도 그렇고... 확실히 이건 군무가 중요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볼 만했다. 이게 잘못하면 지루해지고 늘어질 수도 있는 길이인데 스피디하게 편집해서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결혼식 장면도 솔리스트들 춤이 꽤 편집됐고. 망령들도 빨리 내려왔다(ㅋㅋ)

 

진짜 좋았던 건 음악!! 원래 민쿠스의 음악이 좋긴 하지만... 이날은 처음 전주가 나올때부터 너무 좋은 거였다. 이제껏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오케스트라에 반한 적은 없었는데. 이날 지휘자가 바로 파벨 부벨니코프였던 거다. (인민예술가이고 유명한 사람이다) 연주가 너무 좋아서 이 사람 지휘 버전으로 cd 사고 싶었는데 결국 네프스키의 음반 가게를 두 군데나 갔지만 못 구하고 리처드 보닝 지휘 cd만 사옴. 근데 난 사실 이 사람이 지휘한 발레 음악 버전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도 아쉬워서 집에 돌아온 후 자주 듣고 있음.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 일단 올린다.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내부 사진들과 사라파노프가 예전에 췄던 라 바야데르 동영상 클립 등은 끊어서 올려야겠다.

 

...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의 솔로르 영상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808

 

* 커튼 콜 사진들. 맨 뒷자리라서 줌 당겨도 이게 최선이었다 ㅠㅠ 다 번져서 알아보기도 힘들지만 어쨌든 그냥 올려본다.

 

 

 

 

 

 

 

 

 

* 사족 1.

극장은 꽤 럭셔리해졌지만 샵은 여전히 너무 작았다.. 파는 것도 이반 바실리예프 엽서 뿐이었다. 워낙 요즘 잘 나가는 무용수니 그럴만도 하지만.... 그래도 페테르부르크 관객들은 역시 모스크바에서 온 바실리예프보다는 사라파노프를 더 좋아하는지... 내 앞에 있던 러시아 아줌마는 샵 직원에게 싸늘한 음성으로 '레냐 사라파노프를 내놔요! 바실리예프 말고!' 라고 당당하게 요구, 사라파노프 엽서를 사갔다 :)

 

** 사족 2

막간에 잠시 홀에 나와 쉬는데 덩치 좋은 아줌마들이 모여 발레에 대해 얘길 하고 있었다. 상당한 발레 애호가들이었다. 전문적인 얘기도 많이 했다. 사라파노프를 격하게 아꼈다. 그러다 웃긴 말을 들었다.

아줌마 1 : 세미오노바는 좀 별로야 그치?

아줌마 2 : 뼈대가 너무 굵어! 그래서 솔로르가 버린 거야!!

 

... ㅠㅠ 세미오노바 엄청 말랐는데... 근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는 좀 됐다. 이 아가씨는 마린스키 발레리나들처럼 가느다랗고 낭창낭창하다기보다는 말랐지만 강인한 근육질에 가까웠다. 기본적 골격 자체가 작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1~2막에서 보여준 니키야도 청순하고 가엾다기보단 강단있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얘기하시던 아줌마들은 정말 거구였다고요 ㅠ.ㅠ

 

*** 다음 리뷰는 4.3 마린스키 초연이었던 실비아.

 

** 예전에 올렸던 라 바야데르 관련 포스팅들은 여기

http://tveye.tistory.com/2715 : 이 공연 본 날 남겼던 메모

http://tveye.tistory.com/2773 : 루지마토프와 마할리나의 라 바야데르 화보


http://tveye.tistory.com/2276 : 루지마토프의 솔로르 영상


http://tveye.tistory.com/2294 : 루지마토프의 솔로르 화보


http://tveye.tistory.com/2478, http://tveye.tistory.com/2408, http://tveye.tistory.com/2328, http://tveye.tistory.com/2215  : 슈클랴로프의 솔로르 화보


http://tveye.tistory.com/2077 : 율리야 마할리나의 니키야 화보


http://tveye.tistory.com/2195 : 라 바야데르에 대한 짧은 메모

http://tveye.tistory.com/1596 : 사라파노프가 등장하는 마린스키 지젤 3D 필름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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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5. 8. 13:56

박스트 불새 일러스트 찻잔 dance2014. 5. 8. 13:56

 

 

작년 가을에 페테르부르크 갔을때 마린스키 샵에서 발견한 후 고민하다 네프스키 로모노소프 도자기 가게에서 득템해 왔던 불새 찻잔.

 

이거 샀던 날 올렸던 포스팅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340

 

레프 박스트의 불새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 찻잔이라서 진짜 박스트 일러스트만큼 선명하고 화려한 건 아니고 훨씬 명도와 채도가 약하게 그려진 편이지만. 어쨌든 예쁘다. 찻잔에도 불새 깃털이 그려져 있고.

 

그러나 모양이 독특해서 차 마실 때 그렇게 편하지는 않다..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꺼내 마신다.

 

 

 

위에서 보면 이렇다.

 

 

 

이 찻잔은 러시아에서 사온 책 읽을 때 보통 꺼낸다. 저 책은 이번 4월에 갔을 때 돔 끄니기에서 사온 '레닌그라드 렉시콘'. 레닌그라드 시절의 각종 풍속이나 사회상에 대한 단어들이 사전처럼 나열되어 있고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쭉 펼쳐진다. 사전이라는 특성에 맞게 나도 순서대로 읽지는 않고 맘에 들거나 궁금한 단어를 골라 그 파트를 읽곤 한다. 지금 저 파트는 레닌그라드 시절 자동차(압또모빌) 얘기. 볼가, 라다, 지굴리 등등이 나온다 :)

 

* 레프 박스트의 불새 그림과 포킨 발레 불새에 대한 최근 마린스키 공연 리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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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