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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16. 22:25

스팔레나의 초콜릿 카페 2017-18 praha2019. 1. 16. 22:25





프라하 신시가지 스팔레나 거리를 따라 쭈욱 내려가면 고풍스러운 건물과 번쩍거리는 번화가가 잠시 사라지고 일반적인 도시 풍경이 나타난다. 가게들도 갑자기 좀 허름해지고 세련미가 사라진다.


날씨 안 좋은 날이었고 너무 지쳐서 이 거리 따라 걷다 눈에 들어온 작은 카페 들어감. 이름을 첨엔 초코카페로 읽었는데 와이파이 잡으면서 보니 초카페(Chocafe)였음 :)



지쳤을때 몸 녹이고 스케치하며 잠시 쉬었던 곳이라 기억에 남는다.







그렇습니다, 간판이 빨간색이라서 들어간 것입니다!






소금 넣은 핫초콜릿(55%) 마심. 당분이 들어가니 눈이 번쩍 뜨였음.


창가에 앉으니 트램 지나가는게 보여서 좋았다.


이 카페에서 창가 풍경 스케치한 걸 프라하 있을 때 이 폴더에 올렸었다 :) 


그 스케치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8714







트램이 지나가지 않을 땐 거리가 보인다.




이날 강행군한데다 저녁에 먹은게 잘못되어 다음날 토사곽란 장염으로 고생하다 빈사 상태로 귀국하게 되었음 ㅠㅠ 하지만 여기 앉아 있을 땐 그런 미래는 상상도 못했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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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15. 22:40

평온한 녹색 2017-19 petersburg2019. 1. 15. 22:40



오늘은 지치고 힘든 날이었으니 녹색과 빛이 가득했던 레트니 사드의 평온한 사진 몇 장으로 자가 위안. 작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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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오래 전에 구상했던 인물을 어떤 곳으로 보내려고 했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전형적인 소도시. 그곳에는 생각 끝에 가브릴로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최근 몇년 동안 이 폴더나 서무의 슬픔 폴더에 수차례 언급했듯 그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워밍업으로 단편, 중편, 꽤 길고 복잡한 장편, 심지어 추리소설 외전도 쓰고 패러디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도 썼다. 



그 사이에 어느새 '가브릴로프 본편'이라고 부르게 된 그 원래 쓰려던 글도 조금씩 쓰기는 했다. 약 120페이지 정도. 이 소설의 구조와 플롯을 생각해보자면 아주 적은 분량이고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겨우 4장으로 이루어진 1부를 마쳤을 뿐이었고 거기서는 주요 인물들 몇몇에 대한 스케치만 그려놓았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회사를 비롯해 여러가지 외적, 내적 어려움을 좀 심하게 겪었고 그 이후 글을 쓰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심적으로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도 글을 다시 이어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 가브릴로프 본편은 2부 첫장의 몇페이지 정도에서 멈추었다. 이따금 써놓은 글들을 다시 훑어보고 메모와 노트 등을 다시 읽고 추가로 떠오르는 생각들과 플롯 등을 덧붙여놓기도 했다. 내가 이 글을 다시 쓰게 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해가 지고 밤이 오고 다시 해가 뜨리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냥 아는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가 모자란다. 



아래 발췌한 에피소드는 그 얼마 안되는 분량의 1부 4장 초입과 마지막 부분이다. 1부 전체에서 이 4장만 분위기가 좀 다르고 등장인물의 성격도 다르다. 수용소를 거친 후 어찌어찌 풀려나 가브릴로프 시립극장 예술감독으로 부임해 온 미샤가 그 소도시(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는 미샤의 패러디인 왕재수가 맨날 '시골!'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곳)의 작은 광장 카페에서 한 여자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는 화가이다. 이름은 키라. (이 이름은 니진스키의 딸에게서 따왔다. 성격이나 배경 등의 연관은 없는데 등장인물들 이름 지을 때 마침 눈 앞에 니진스키의 일기 영어본과 러시아어본이 둘다 있었음) 가브릴로프 본편의 인물들은 웬만하면 거의가 다 패러디 외전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 나왔는데 중요 인물 중 두명은 등장시키지 않았었다. 그중 하나가 이 사람이다. 본편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다. (... 그렇게 구상했는데 결국 아직까지는 이 1부 4장에만 등장했음 ㅠㅠ 미안해 키라야...)



조금씩 다시 에너지를 모아보려고 노력 중이라, 키라와 미샤가 만나는 장면과 헤어지는 장면을 좀 발췌해 본다. 후반부의 이콘 박물관 파트 일부는 몇년 전에 이 폴더에 좀 발췌해 올렸던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3408) 그때는 이 파트를 쓰고 난 직후였다. 그런데 그 이후 이 글이 거의 멈춰버렸어 엉엉...



위의 사진은 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모이카 운하 난간에 앉아 있던 비둘기 두마리 찍은 것. 이야기 서두에 하얀 비둘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가져와 봤다. 어차피 가브릴로프는 가상의 도시이고... 미샤는 레닌그라드, 즉 지금의 페테르부르크에서 왔으니까.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그 검은 눈의 청년이 말을 걸어왔을 때 키라는 그가 외지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동사의 어미를 질질 끌지도 않았고 단모음과 장모음을 정확히 구분했다. 강세와 억양, 말투, 그리고 단어조차 달랐다. 소위 ‘수도’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다수의 가브릴로프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 말투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키라는 오직 한 가지만을 이해했다. 그가 대도시에서 왔다는 것. 



 그는 옆자리가 비어 있는지, 그리고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거기 앉아도 되는지 물었을 뿐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키라는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야외 테이블은 꽉 차 있었다. 따스하고 찬란한 가을 오후였고 말라야 안겔스카야 광장의 그 작은 카페는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대다수는 가브릴로프 시립대학 학생들이었지만 교수들도 종종 왔고 산책하던 주민들도 목을 축이러 들르곤 했다. 스카프로 머리를 싸맨 노파들도 가끔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천사상을 바라보며 한두 시간씩 앉아 있곤 했다. 



 “ 네, 앉으세요. 빈자리니까요. ”


 “ 고마워요. ”



 가벼운 인사와 함께 남자가 곁에 앉았다. 김이 오르는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을 때 비둘기가 날아왔다. 과자 부스러기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티타임이었으니까. 흰색의 자그마한 놈이었다. 머리에는 검정색 얼룩이 있었고 날개 끝이 회청색이었다. 비둘기는 잠시 테이블을 살피더니 찻잔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 나머지 접시를 콕콕 쪼았다. 하지만 날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키라와 검은 눈의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테이블에 날개를 접고 얌전히 앉았다. 



 “ 이곳 분이 아니군요. ” 


 “ 네, 어떻게 아셨죠? ”


 “ 여기선 빈자리가 보이면 물어보지 않고 그냥 앉거든요. ”


 “ 일행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


 “ 그래도 일단 앉아요. 늦게 온 사람이 다른 의자를 가져오면 되니까요. ”


 “ 합리적이군요. ”


 “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


 “ 뭐죠? ”


 “ 비둘기를 쫓지 않았어요. ”


 “ 저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쫓지 않던데요. 빵도 던져주고. ”


 “ 이 녀석이라면 쫓았을 거예요. 흰색이니까요. 우리 동네에서는 하얀 새는 인기가 없거든요. ”


 “ 내륙 도시라서 그런가보군요. 갈매기가 많은 곳이라면 안 그럴 텐데. ”



 
 키라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냅킨으로 덮어 두었던 샌드위치를 끄집어내 흑빵 귀퉁이를 조금 잘라 새에게 던져주었다. 비둘기는 서두르지도 않고 천천히 다가와 빵 부스러기를 쿡 쪼아 먹고는 다시 테이블 구석에 자리를 잡고 졸기 시작했다.  



 “ 인기 없는 녀석치곤 많이 얻어먹은 것 같은데요. ”


 “ 먹을 게 많은 계절이에요. 가는 데마다 널려 있거든요. 숲도 그렇고. ”


 “ 그렇군요. ”



 남자가 미소를 띠었다. 눈과 입으로 웃었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 제 이름은 미샤예요. ”


 “ 전 키라예요. ”


 “ 만나서 반가워요. 혹시 제가 방해가 된 건 아니겠죠? ”



 미샤는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는 스케치북을 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키라는 고개를 저었다.



 “ 아니에요. 다 그렸는걸요. 심심풀이예요. ”


 “ 화가라고 생각했는데요. ”


 “ 글쎄요, 미대생일 수도 있잖아요. ”


 “ 학생은 아닐 거예요. ”


 “ 왜 그렇게 생각하셨죠? ”


 “ 머리 색깔 때문에요. 여기 대학은 교칙이 엄한 것 같던데요. ”



 키라는 붉은색과 자주색, 오렌지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자신의 짧은 머리칼을 무의식적으로 쓸어 넘겼다. 그녀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미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미안해요, 기분 상하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스케치하는 걸 봤어요. 학생처럼 그리지 않았거든요. ”


 “ 화난 게 아니에요. 잠깐 의심했을 뿐이에요. ”


 “ KGB일까봐요? ”


 “ 네. 하지만 아니에요. ”


 “ 어떻게 확신하시죠? ”


 “ 보안요원들은 그런 식으로 그림을 보지 않거든요. 애초에 관심이 없어요. ”



 키라는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덧붙였다.



 “ 그리고, 전 그런 사람들이 와서 감시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요. ”


 “ 대단한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스케치는 근사해요. ”



 입 발린 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시선은 목탄으로 휘갈긴 천사상 스케치에 못 박혀 있었다. 키라는 목덜미가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스케치북을 넘기지 않기를 빌었다. 




... 중략 ...





 키라는 고개를 들어 천사상의 머리와 어깨, 날개 위에 다닥다닥 앉아 있는 새들을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비둘기와 참새들뿐이었다. 까마귀는 보통 울타리나 나뭇가지 위에 앉곤 했다. 



 그녀가 반쯤 남은 샌드위치와 스케치북을 가방에 넣는 동안 미샤는 천사 앞으로 갔다. 손을 뻗어 천사의 발아래 조각된 덤불과 칼과 방패, 꽃과 열매를 만졌다. 그 부분은 이미 200년 동안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손을 타서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었다. 날개 귀퉁이는 벌써 수십 번 이상 떨어져나갔는데 5년 전 시 의회에서는 매년 날개를 땜질해야 하는 천사상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미신을 조장하는 저 낡아빠진 유물 따위는 귀퉁이가 떨어지든 다리가 부러지든 이제부터는 그냥 놔두자고 결정했다. 시민들은 반발했지만 의회는 강경했다. 그래서 천사는 왼쪽 날개 끝이 떨어져 나간 채 남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날개를 떼어내거나 부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키라가 그 얘기를 해주자 미샤는 재미있어 했다. 그리고 수도원의 천사상과 이콘들에 대해서도 물었다. 



 “ 수도원에 있는 건 훨씬 작아요. 그래도 제일 오래됐죠. 청동으로 된 것 말고도 대리석, 테라코타, 나무로 된 조각상이 하나씩 있어요. 흑단과 상아로 만든 성물도 하나 있는데 그건 전시실에 있죠. 이콘도 많고요. ”


 “ 수도원은 많이 먼가요? ”


 “ 아뇨, 구시가지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아요. 그래도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한 시간 가까이 걸리긴 하겠네요. 어쨌든 강도 건너야 하고 숲으로 들어가야 하니까요. 대신 이콘 박물관은 가까워요. 공원을 따라가다가 포나르나야 거리 쪽에서 길을 건너면 되거든요. ”


 “ 극장 거리 쪽이요? ”


 “ 아, 맞아요. 드라마 극장 옆에 있어요. 거기도 옛날에는 교회였는데 지금은 박물관이거든요. 작아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죠. 전 공방이 그 뒤에 있어서 가끔 가요. 오늘도 원래 가려고 했었죠. 궁금하시면 같이 가도 좋아요. 네 시 반에 문을 닫지만 저랑 가면 들여보내 줄 거예요. 안내원 할머니와 친하거든요. ”


 “ 데려가 주신다면 좋겠네요. 안내원들과 친한 건 중요한 덕목이죠. ”



 키라는 미샤와 함께 광장을 나왔고 함께 이콘 박물관을 향해 걸어갔다. 키라는 그가 왼쪽 다리를 약간 끌면서 걷는다는 것을 포나르나야 거리와 극장 거리 교차로에 다다를 무렵에야 깨달았다. 눈치 챘다면 더 천천히 걸었을 텐데 하고 후회했다. 그녀는 키가 껑충하게 컸고 보폭도 넓은데다 사내아이처럼 빨리 걷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함께 박물관에 들어갔고 텅 빈 전시실에서 이콘을 보았다. 미샤는 이콘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았고 굳이 하나하나 설명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전시실 구조를 가르쳐 주었다. 미샤는 제일 먼저 검은 천사 전시실로 갔다. 조각상과 키라가 들려준 이야기 때문에 궁금했던 것 같았다. 그 이후 그리스도와 성모 전시실로 갔다. 키라는 그가 다리를 절면서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이는 것에 놀랐다. 전시실 마룻바닥은 툭하면 삐걱거렸기 때문이다. 



 키라가 옆방 사무실에서 안내원 노파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성모 전시실로 돌아왔을 때 미샤는 긴 의자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댄 채 자고 있었다. 작은 창문 사이로 밀려들어오는 석양 때문에 꼭 붉은 모포를 덮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키라는 다시 스케치북을 꺼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미샤의 머리를 감싸 자기 어깨에 기대 주었다. 오래된 교회 건물이라 벽은 틈새로 가득했고 냉기가 스며 나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낯선 남자와 그렇게 몸을 마주 대고 앉아본 적이 없었다. 어깨를 빌려준 적은 더욱 없었다. 키라는 그가 어린아이처럼 잔다고 생각했다. 미동도 없이, 암흑처럼 깊게, 온몸이 사모바르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채. 그의 몸이 너무 뜨거워서 꼭 전시실 한복판에 모닥불을 피워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에게서는 검은 숲의 흙과 나무, 무겁게 깔려드는 야생 꿀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그 모든 체취와 어울리지 않는 차갑고 인위적인 냄새도 났다. 약간 소독약 냄새 같기도 했고 금속 냄새 같기도 했다. 키라는 하얀 가운과 수술대를 떠올렸고 어쩐지 소름이 끼쳐서 몸을 가만히 떨었다. 



 미샤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몸을 기댄 채 10분 정도 더 잤다. 키라는 그가 오랫동안 제대로 된 잠을 잔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 자신이 불면증에 시달린 적이 많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해가 점점 기울어졌다. 창으로 스며들던 빛이 거의 사라져서 어두컴컴해졌을 때 미샤가 눈을 떴다. 한동안 자신이 어디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키라가 어깨를 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몸을 똑바로 일으키면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 고마워요. ”



 
 그때 키라는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아마도 그가 미안하다고 하지 않고 고맙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함께 박물관을 나왔다. 키라가 동료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는 얘기를 기억하고 있었던 미샤는 그녀를 작업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전시도 하느냐고 물었다. 



 “ 겨울에 할지도 몰라요. 소규모지만. 친구들과 같이 할 거예요. 전 아직 개인전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


 “ 회화만 하는 거 아니죠? ”


 “ 전시는 거의 회화 쪽이긴 한데, 가끔 잡지 삽화를 그려요. ”


 “ 보여줄 수 있어요? 다음에 만나면. ”


 “ 언제든 작업실로 오세요. 제 친구들도 소개시켜 드릴게요. 좋은 사람들이에요. ”


 “ 분명 그럴 것 같군요. ”


 “ 미술 쪽을 공부하신 건가요? 아니면 역사? ”


 “ 전 극장에서 일해요. ”


 “ 아... 드라마 극장? 배우예요? ”


 “ 아뇨, 가브릴로프 극장. 아직 일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드라마 배우는 아니에요. 그냥 극장 쪽에 오래 있었어요. ”
 


 키라는 그가 말하는 ‘오래’가 대체 몇 년을 얘기하는지 궁금했다. 미샤는 자신 또래거나 더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며칠 후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키라는 작업실로 곧장 올라가는 대신 계단 모퉁이의 창문 너머로 그가 박물관을 지나쳐 가브릴로프 극장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가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에 흐릿한 아쉬움을 느꼈다. 동시에 그를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외모와 말투, 몸가짐을 지닌 사람을 한 번 보고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그녀는 이미 그를 그렸을 것이다. 백지마다 스케치를 가득 채웠을 것이다. 마치 그 카페에서 그녀가 몰래 그를 스케치했던 것처럼. 그가 다가오기 전, 빈자리에 앉아도 되는지 묻기도 전에. 그가 천사상 곁을 지나쳐 카페로 들어왔을 때, 차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을 때. 비밀스럽게, 천사상을 그리던 목탄과 연필로, 맨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서. 



 비둘기를 그렸어야 했어.



 키라는 입안으로 그렇게 되뇌며 작업실로 올라갔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한 손으로는 연필을 쥔 채 그 하얀색과 회청색의 작은 비둘기를 그려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계속해서 그 젊은 남자, 극장에서 일하고 까마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천사상의 발치를 만져보던 청년, 왼쪽 다리를 무겁게 끌면서도 소리 없이 걷고 웃을 때는 눈과 입술로 조용히 웃는 남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





중략 부분에서 키라와 미샤는 천사와 까마귀와 가브릴로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건 나중에 이 글을 다시 쓰게 되면 한번 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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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둘이 와락 껴안고 뭐가 그리 신났는지 좋아 죽는 중인 어린 지나랑 미샤. 



사실은 어린이 캠프 가서 2인 1조 풍선 터뜨리기 게임 중. 과다몰입하여 너무 꽉 껴안고 뻥뻥 터뜨리고 있어서 풍선은 안 보임 :)



동갑내기인데 왜케 지나가 누님 포스인가 라고 물으신다면... 아직 열살 때라 미샤가 지나보다 꼬맹이였습니다. 지나가 생일도 더 빠르고 여자아이라서 맨첨 만났을 때부터 누님 포쓰~ 춤만 잘 추고 맨날 사고만 치고 다니는 바부팅이 미샤를 누님처럼 돌봐주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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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13. 12:52

이른 기차로 내려옴, 일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19. 1. 13. 12:52





새벽에 일어나 7시 기차 타고 2집 내려왔다. 10시 즈음 도착해 청소를 하고 아침 먹고 좀 쉬다 책 읽으며 차 마시고 있음. 곧 낮잠 잘 것 같다. 잠이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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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자기 전의 퀵 스케치. 쪼끄만 오렌지 냥이 꼬옥 안고 있는 연분홍 소년 미샤 :)

 

원래 아기고양이로 그린 건데, 색깔 넣다가 흰털이 많이 들어가면서 쫌 애매해짐.. 아기냥이로 봐주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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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12. 22:12

도시의 맛 서울의 맛~ tasty and happy2019. 1. 12. 22:12

 

 

다샤님 덕에 되게 오랜만에 이태원 갔다 :) 근사한 브런치와 디저트를 먹고, 근처 다른 카페 가서 차도 마시고, 그러고는 또 근처의 작은 베트남 음식점 가서 간단한 저녁 먹고 등등... 즐거운 시간 보냈음. 와아 오늘은 서울토끼 도시토끼~! 고마워요 다샤님 :)

 

레몬 라임 비터 에이드.

 

 

파블로바~~

 

 

 

이쁘니까 한컷 더...

 

이것을 마지막으로 이 파블로바는 파괴와 해체의 카오스로...

 

 

 

 

​내가 고른 것은 스크램블드 에그와 구운 버섯, 시금치와 아보카도. 맛있었다!

 

 

 

 

다샤님의 연어를 곁들인 에그 베네딕트~

 

 

 

여기는 호주식 브런치 카페였다. 파란색이 이뻤다. 그리고 동네 특성상 외국인들이 계속 드나들었고 이쁜 강아지들도 봐서 좋았다~

 

 

 

 

중간에 간 카페는 사진 제대로 찍은 게 없음. 얘기꽃 피우느라. 이 사진은 마지막에 들러 밥먹은 베트남 쌀국수집. 다샤님은 쌀국수, 나는 볶음밥 먹음. 음식 사진 없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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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12. 00:38

립스틱 얼룩 + 카페 사보이 2017-18 praha2019. 1. 12. 00:38





번지지 않고 지속력이 좋고 묻어나지 않는다는 평을 받는 립스틱과 틴트 등을 여럿 써 보았다. 특히 빨강(왜냐하면 빨강은 내 색깔이니까~) 그런데 다 이렇게 묻어나고 얼룩을 남김! 덜 번지고 지속력이 좋은 넘들도 있긴 있다. 하지만 찻잔엔 다들 자국을 남겼다.



사진은 카페 사보이. 여기는 식사도 디저트도 다 맛있긴 한데 항상 사람이 많다. 그리고 차 값 역시 딴데보다 비싼데 엄청 작은 티포트에 준다. (그게 쫌 불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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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11. 22:46

부정해봤자... sketch fragments 2019. 1. 11. 22:46




나도 알아 노화의 증거인 거 흐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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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10. 22:11

한낮의 판탄카 2017-19 petersburg2019. 1. 10. 22:11

 

 

어제 석양과 황혼 무렵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를 따라 산책하는 즐거움에 대해 썼는데, 아직 하늘이 창백한 아침이나 햇살 찬란한 낮에 운하 따라 걷는 것도 역시 좋다. 페테르부르크 도심이라면, 나 같은 경우 석양 무렵엔 모이카 운하를 따라 걷는 게 가장 좋고 환한 낮에는 판탄카 쪽이 좋다.

 

판탄카는 햇살 반짝이는 낮에 걷는 편이 더 마음에 든다. 아마 이 운하를 따라 걷는 건 주로 레트니 사드나 알렉산드린스키 공원(뒤로 가면 바가노바 아카데미 건물이 있다) 등에 갈 때라서 그런가보다. 이 방향에는 안나 아흐마토바 박물관이 있다. 아흐마토바는 레닌그라드의 시인이고 또 판탄카의 시인이기도 하다.

 

이 운하는 쓰는 글에도 여러번 나왔다. 특히 트로이가 많이 지나다니는 운하이다. 미샤도 발레학교 기숙사 근처라 밥먹듯 걸어다니던 곳이지만 걔야 원체 여기저기 잘 쏘다니는 애니까 그렇다 치고, 나에게 판탄카 운하는 무엇보다 트로이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알리사랑도 같이 잘 다녔고.

 

사진은 지난 9월. 역시 레트니 사드 갔다가 오는 길에 천천히 운하 따라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장. 햇살이 수면 위로 쏟아지고 부서지고 산란하는 광경은 항상 나를 매료시킨다. 이따금 한강을 볼 때도 그렇다 :) 나는 밤의 한강보다 낮의 한강이 더 좋다. 하긴 보통은 밤보다는 낮에 강을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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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10. 20:08

길 위의 노동노예 sketch fragments 2019. 1. 10. 20:08




출장 때문에 낮 기차 타고 서울 올라옴. 기차 안에서 완벽하게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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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는 권력자의 열망으로 태어난 인위적인 도시이고 딱히 기후나 자연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매우 아름답다. 유럽을 모방해 지어졌지만 어딘가에는 역시 러시아만의 느낌이 배어 있고, 동시에 러시아답지 않아서 이질적이고 악마적인 곳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혼종의 도시. 



이 도시에는 각별히 사랑하는 특정 장소들도 많지만 그저 이렇게 운하를 따라 걷는 것 자체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석양 직전부터 황혼과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대에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무렵은 빛의 색채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특히 좋아하는 시간대라고들 한다. 이 시간대에는 사진을 찍으면 미묘하고 아름다운 푸른빛이 포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런 푸른빛은 운하를 따라 걸을 때 특히 아름다운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들. 아마도 실제 도시의 아름다움과 빛의 색채들, 거기에 내가 이 도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은 재작년 10월에 갔을 때 찍은 것. 작년 가을엔 이 시간대 사진을 거의 못 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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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알리사 스케치들. 알리사가 그리기 제일 쉽고 또 손에도 잘 붙는다. 글을 쓸 때도 접근하기 쉬운 인물이었다. 스케치들은 틈틈이 그렸던 것들. 어릴 때랑 학생 시절, 레닌그라드 시절이랑 런던 시절 등등 이것저것.



맨 위는 좋아하는 연극 배우에게 팬레터 써서 들고 가는 중 :)





어릴 때. 분홍분홍 외투랑 모자로 꽁꽁 싸매고 머리 양갈래로 땋고 언제나처럼 쫌 뿌루퉁한 표정.





분홍분홍 알리사 하나 더 :) 어릴 때부터 까칠까칠 뿌루퉁 + 토론의 여왕 + 범생. 아빠가 외교관 출신에 노멘클라투라라서 쫌 엄친딸... 근데 성격은 쫌 모났음.






유행에 민감해서 헤어스타일도 자주 바꾸고...


이건 원래 오렌지 들고 있는 걸 그리려고 했던 건데 그리다 보니 오렌지가 너무 커져서 거대자몽, 황금호박이 되었다 ㅠㅠ






하지만 또 수도꼭지라서 툭하면 눈물보 ㅠㅠ 서럽게 울기 일쑤.






어릴때도 나이 먹어서도 잘 웁니다(이런 거랑 앞머리 있는 건 나 닮음 ㅠㅠ)





그런데 또 의외로 이런 끈 달린 (헐벗은) 옷도 자주 입음. 유행에 민감하기도 하고 당시 대부분의 소련 여인들과 달리 어릴 때부터 외국에 살아버릇해서 친구들과 스타일이 좀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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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7. 23:17

보관증 2017-19 petersburg2019. 1. 7. 23:17




아마도 언젠가 나는 이런 번호표에 대한 이야기를 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에세이가 될 수도 있고 단편이 될 수도 있고 그저 수많은 소재들 중 하나로 남아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차례를 기다리기 위한 번호표가 아니라 보관의 징표로서의 번호표. 종이조각일 때도 있고 타원형의 플라스틱일 때도 있고, 녹슬고 둥근 금속조각일 때도 있다. 극장. 박물관. 호텔 리셉션. 잠시 들렀다 떠나야 하는 곳. 짐과 외투와 스카프를 맡기는 곳. 제각기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띤 보관 번호표들. 다른 형태, 무수한 감각들, 기쁨, 해방감, 설렘, 아쉬움,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


사진은 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 그랜드 호텔 유럽에서 준 짐 보관증. 몇년 전엔 이런 모양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함. 오랜만에 갔더니 여러 가지가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나니 전당포가 좀 생각남. 전당포를 생각하면 도스토예프스키랑 그분의 소설, 그외 각종 추리소설들이 자동 연상되는 경향이 있음. 흐잉, 그러고 나니 위의 메모랑은 완전 다른 느낌으로 전환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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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이문동에서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 동네는 예전에 쥬인과 꽤 오래 살았던 곳인데 직장도 이사를 가고 나도 이사를 가면서 근 7년 이상 가지 않았었다. 



이번에 가니 역이 좀 바뀌고 출구도 몇개 더 생겨 있었다. 내리자마자 영원한 휴가님과 재회하는 기쁨에 젖어 건널목이 아직도 있는지 확인을 못했다. 이쪽은 전철이 지상으로 다니기 때문에 건널목이 있다. 예전에 살 때 종종 그 건널목을 건너가야 했다. 원래부터 개발이 안된 곳인데다 전철 건널목까지 있어 짤랑짤랑 종도 울리고 되게 구식/옛날 기분이 느껴지는 동네였다. 



그 건널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억이 있다. 어느 겨울 아침 출근길에 그 건널목 앞에서 길을 건너려다 어떤 생각을 했었다. 별거 아니고 좀 우스운 생각이었지만 찬란한 아침 햇살 탓에 약간 환각에 취한 기분이 들었다. 



아래 글은 그 순간을 겪고 나서 며칠 후 쓴 스타차일드 단편의 서두이다. 글은 그 순간의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철도 건널목 앞에 멈춰선 카르멘이 햇살을 받으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한다. 사실 내가 겪은 순간을 재생시킨 것이었다. 그 생각과 환상은 사실 이 글 전체의 플롯과는 큰 연관이 없다. (이 단편 자체는 조금 진지했고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얘기였다) 하지만 글이란 것은, 특히 단편이란 것은 이따금 그런 식으로 시작되곤 하는 것이다. 작은 이미지. 환각. 빛. 건널목의 종소리. 뭐 그런 거. 



위의 사진은 당연히 그 이문동 건널목은 아니고...(살던 동네라 막상 그 건널목 찍은 적이 없음) 몇년 전 6월 페테르부르크의 어느 카페 창가에 앉아서 찍은 것이다. 회상하고 있는 순간과 발췌한 글과는 달리 햇살은 전혀 없고 사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음습했었다. 이때 너무 몸이 아팠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죄어와서 괴로워하며 카페에 들어가 앉아 뭔가 케익 한조각을 먹고 허브 티를 좀 마셨던 기억이 난다. 마린스키 극장에서 직선으로 쭈욱 내려와 센나야 광장 반대방향으로 꺾으면 나오는 카페였다. 카페 이름은 무려 '프라하'였다. 건널목 사진 찾다가 못 찾고 그냥 이 사진 이미지도 어딘가 통하는 것 같아 올려본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빛 바랜 붉은 포석이 깔린 좁은 골목을 걷던 카르멘의 귓가에 요란한 종소리가 들려왔다. 전철이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골목을 지나 거리로 뛰어나갔다. 자동차와 버스들이 줄지어 멈춰 있었고 전철 한 대가 철도 건널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습관처럼 카르멘은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이었고 미끄러지듯 건널목을 지나가는 전철의 지붕 위로 햇살이 빛나고 있었다. 빨리 뛰기만 하면 아슬아슬하게 그 전철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처럼 운이 없었다. 반짝이는 지붕을 인 전철은 쏜살같이 건널목을 지나 플랫폼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녀가 길을 채 반도 건너기 전에 차단기가 올라가면서 멈추어 있던 자동차와 버스들이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욕설을 내뱉으며 카르멘은 재빨리 발을 움직여 중앙선까지 갔다. 하지만 차들이 너무 빨리 지나갔기 때문에 더 이상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멈춰 있었던 차들이 일단 좀 빠져나가면 마저 길을 건너야 할 것 같았다. 



 눈이 부셔왔다. 전철 지붕에 반사되던 햇살이 이제 곧장 길 저편으로부터 날아오고 있었다. 동쪽 하늘이 온통 창백한 금빛으로 타는 듯 했다.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아침 햇살이었다. 심지어 하늘과 차도, 인도의 구별조차도 사라졌다. 



 부신 눈을 깜박이며 카르멘은 멍하게 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한순간 그녀에게는 이 모든 것이 환상처럼 느껴졌다. 마치 환상의 도시에서 환상의 도로를 건너다 환상의 자동차들이 만들어낸 벽에 갇힌 것 같았다. 이 모든 것들은 창백한 황금빛 햇살로 만들어진 신기루여서 그저 발을 내딛기만 하면 공기를 통과하듯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카르멘은 실지로 발을 내디디려고 했다. 그 순간 거대한 트럭 한 대가 귀청이 떨어져나갈 듯한 경적을 울리며 그녀의 곁을 쌩 하고 스치고 지나갔고 카르멘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아침 출근 도로의 한가운데 홀로 서 있었다. 



 카르멘은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종소리가 울리기를 기다렸다. 더 이상 태양은 마법을 부리지 않았고 자동차와 버스들은 중앙선에 서 있는 작은 소녀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바쁘게 지나갔다. 



 부신 눈을 깜박이며 카르멘은 질주하는 바퀴 달린 기계들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 맹렬한 물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꼼짝도 하지 않고 중앙선 위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자 카르멘은 이미 오래 전에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수학 증명 문제가 생각났다. 그녀는 수학적 공간에서는 선과 마찬가지로 점도 면적이나 무게를 지니지 않는다는 문제를 증명해야만 했었다. 이제 이른 아침의 도로 한가운데 서서, 카르멘은 자신의 육체가 평행으로 그어진 어떤 선 위에 찍힌 점과 같아서 면적도 없고 무게도 없으며 그 외의 모든 물질적 특성과도 무관한 것은 아닐까 하고 의문했다. 그녀의 육체가 추상적인 개념으로 변화했다면 바퀴 달린 기계들이 무슨 힘으로 그녀를 깔아뭉갤 수 있겠는가. 



 막 카르멘이 이 미친 이론에 따라 발을 내디디는 순간 다시 종이 울렸고 멀리서 전철이 들어왔으며 차단기가 내려갔다. 그녀는 무사히 길을 건너 전철역 계단을 올라갔다. 




 출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전철 안은 매우 혼잡했다. 카르멘은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들의 넓은 어깨 아래 파묻힌 채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며 꾸벅꾸벅 졸았고 흐릿하게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그녀는 레스와 함께 뭔가를 먹으며 중앙선 위에 서 있는 사람은 기계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 열띠게 토론하고 있었다. 레스는 중앙선 자체의 중립성을 의심했고 카르멘은 애초부터 선이라는 것은 점과 마찬가지로 중립적인 거라고 우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뭔가를 먹고 있었다. 무리도 아닌 것이 그녀는 언제나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 ... 2003년 1월, Emerald Cell 중에서 ... 




이 단편은 스타차일드 시리즈의 스물세번째 이야기였다, 전체 30여개 에피소드들 중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였는데 저 서두 때문은 아니었지만 하여튼 그게 좀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하다. 전철 안에서 졸다가 카르멘은 누군가와 마주치게 된다.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간다. 



** 여기 about  writing 폴더에 스타차일드 에피소드들 몇개를 발췌 혹은 전문을 올린 적이 있다. 링크는 아래. 블로그에 올린 순서가 아니라 에피소드 순서대로 배열했다.


Lipstick traces(ep.3) : http://tveye.tistory.com/8556


open up and bleed(ep.14) : http://tveye.tistory.com/7072


staying in the dark(ep.20) : http://tveye.tistory.com/5413 


Incomparble blind(ep.25) : http://tveye.tistory.com/8448


Not enough(ep.26) : http://tveye.tistory.com/4774


The stars my destination(ep.27) : http://tveye.tistory.com/8536


크리스마스 파편(데본 펠) : http://tveye.tistory.com/4287 



**



이 시리즈 전체 제목인 스타차일드는 많이들 짐작하신 대로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The Star Child 에서 따온 것이다. 와일드 작품들 중에서는 그 단편과 젊은 왕, 어부와 그의 영혼, 살로메, 레딩 감옥의 발라드. 이 다섯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역시 나는 재기 넘치는 문장들보다는 드라마틱한 쪽을 더 선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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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liding like a lizard on my belly and back.
It's a miracle I haven't fallen through any cracks..


.. Neon Forest, Iggy Pop ..



오늘은 내내 이 가사가 생각났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스케치 하는 동안에도 생각났다. 그림 자체는 네온이 반짝이는 도시와 틈새, 기어다니는 도마뱀과는 관계가 없다만. 


이기 팝의 가사들도 시적이고 근사한 표현이 많다. 이 두 행은 특히 좋아하는 가사라 전에 단편의 에피그라프로 삽입한 적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 사람의 노래 가사는 search n destroy. 



그건 그렇고 미샤 옷 색깔을 다 칠하고 나니 나도 금장 단추 달린 검정 재킷이랑 저런 빨간 스웨터 사고 싶어짐(얘가 입는 옷을 그릴 땐 주로 내가 좋아하는 색깔로 칠해서 그런가봄) 근데 생각해보니 빨간 스웨터랑 티셔츠도 여럿 있고... 금장 달린 검정 코트 있는데 몇년 사이에 동그래져서 안 맞아 으아아앙.... (급슬퍼지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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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6. 17:42

일찍 일어나는 새...토끼 sketch fragments 2019. 1. 6. 17:42




오늘 나는 참으로 부지런하였다. 아침에 이렇게 별다방에 가서 쪼끔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고 오후에도 낮잠 안 잤다.



이런 날도 하루쯤 있어야지 ㅎㅎ



.. 근데 지금 보니 그림에 어제 날짜를 떡하니 써놨네... 날짜 감각 마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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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늦게 잔 것에 비해 일찍 일어났다. 부분일식도 구경할 겸 게으름 피우는 대신 침대에서 기어나와 오전 10시 즈음 동네 별다방에 가서 아점 먹고 글을 좀 썼고 동네 산책을 좀 했다. 돌아와선 좀 쉬다가 차를 우려 마시며 창가에 앉아 볕을 쬐었다. 








리넌큘러스는 역시나 줄기가 완전히 꼬부라져버림. 흑흑... 2집이 너무 더운가보다 ㅠㅠ 엉엉... 그래서 꽃송이만 따서 찻잔에 동동 띄워놓음. 이제 이 꽃은 안 사야겠어 흐엉... 역시 장미가 최고야...





귀염폭발 한 컷 :) 소련 곰돌이 미슈카와 홍콩에서 오신 중국 판다 쿠키 투샷. 저 미슈카는 무려 1980년 소련 올림픽 마스코트임. 몇년 전 페테르부르크의 앤티크 샵에서 건져옴. 귀여운 판다 쿠키는 다샤님께서 홍콩에 가셨을 때 날 위해 사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주셨던 것. 그런데 나는 잔인하게도 저 판다의 얼굴을 두동강내어 먹어버렸습니다.




이건 오전에 별다방 가서. 무료 음료 쿠폰이 있어서 신메뉴로 나온 체스트넛 티 라떼란 넘을 시도해보았는데 완전 맛 없었음. 저 치즈 프레첼(이름도 긴가민가)도 나온지 얼마 안 된 건데 역시 느끼... 어흑 그렇지 뭐... 별다방은 웬만하면 다 맛이 없다... 그래도 2집 동네에서 여기가 제일 핫 플레이스... 도시와의 연결고리를 느끼게 해주는 곳. 



원체 이 별다방이 이쪽 시골 동네 핫플레이스라 주말이 되면 엄청 바글거리는데(10시나 10시 반 정도 되면 우글거리기 시작함) 오늘은 신기하게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12시 즈음까지 볕 쬐며 앉아 웹서핑도 하고 글도 좀 썼다. 



우와아 한가해, 우와아 평화로워~




블라인드 사이로 부분일식을 좀 구경했다. 그런데 선글라스나 셀로판지를 준비 안해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음. 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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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저렇게 적었지만 사진에는 프라하 성 없음. 



맨 위 사진은 프라하 성 앞 전망대에서 찍은 도시 전경. 다샤님이 프라하의 다홍빛 지붕들 얘기를 하셔서 올려본다 :) 이날 날씨가 많이 흐렸고 음습해서 색깔은 좀 잿빛으로 나옴.







이 날은 프라하 성 한바퀴 산책 후 북적거리는 네루도바 거리 대신 뒷길 따라 내려갔다. 옛날에 첨 갔을 때는 아기자기한 네루도바를 따라 내려가는 게 재밌었지만 이후 그쪽 길은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피하게 되었다. 나는 이쪽 길이 더 마음에 든다. 더 고적하고 아름답다. 이 길을 따라 쭈욱 내려가면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나는 겨울의 프라하보다는 좀더 밝고 따스할 때의 프라하를 더 좋아하지만 흐라드차니는 겨울에 산책할 때 더 아름다운 것 같긴 하다. 물론, 흐라드차니는 춥다! 윗동네라서 추움!!!! 그나마 이쪽 길은 높은 담장들이 양쪽에 있어 바람을 좀 막아주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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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5. 15:37

토요일 오후, 새 찻잔이랑 tasty and happy2019. 1. 5. 15:37




이번 프라하 여행 때는 찻잔이나 접시 등속을 많이 사지 않았다. 원체 여러번 왔던 곳이기도 하고.. 이 동네는 원래 빈티지 컵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번엔 앤티크 가게도 거의 안 들러서..


찻잔 세트는 카페 에벨에서 산 것 외엔 이 세트가 유일하다. 둠 포르첼라누에 갔을때 삼. 체코 도자기 Leander 제품(내가 좋아하는 오리 그려진 찻잔과 접시도 여기 것 ㅋㅋ)


취향이란게 정말 나이와 함께 변하는건지, 전엔 금장이라면 거들떠도 안봤는데 언젠가부터 이런 다크블루+금장 찻잔과 접시가 갖고팠음. 아마 그랜드 호텔 유럽에서 이런 스타일의 조식 식기를 써서 그럴지도..






햇살 들어오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오후 차 마시는 중.



노동노예의 본거지(ㅠㅠ) 시골 2집의 딱 두가지 장점.


1. 회사에서 걸어서 10-15분 거리.

2. 남향이라 볕 드는 창가에 티테이블 놓음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 신간이 나온걸 뒤늦게 알고 주문해 읽음. 작가랑 주인공들이랑 나랑 같이 나이 먹는 기분. 이번 14권 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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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자기 전 스케치. 병나발 불고 있는 미샤. 술 못 마심. 두세잔 마시면 맛 감. 그런 주제에 허세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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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4. 23:44

간만에 레기 교 따라 산책 2017-18 praha2019. 1. 4. 23:44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는 물론 카를 교이지만 원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복잡한 터라 웬만하면 그쪽은 피하는 편이다. 신시가지와 말라 스트라나를 이어주는 것은 레기 교, 가운데는 카를 교, 그리고 구시가지 쪽으로 통하는 다리가 마네수프 다리인데 개인적으로는 레기 교를 따라 천천히 걷는 것을 좋아한다. 다리 자체는 별로 멋이 없는데 바로 아래 캄파 공원이 있고 또 카를 교와 프라하 성을 구경하기에도 의외로 좋다.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트램 22번이 이 레기 교를 건너간다. 레기 교를 건너 말라 스트라나 쪽으로 넘어오면 카페 사보이가 있고 커브를 틀면 우예즈드와 페트르진 공원이 나온다. 



지난 12월에 갔을 때. 첫번째 숙소가 우예즈드 쪽에 있어서 도착 다음날 아침에 천천히 레기 교를 따라 걸었다. 쌀쌀했고 살짝 흐렸지만 여행 첫날의 즐거움이 살아 있어 기분 좋은 산책이었다. 



그때 찍은 사진 몇 장.


 




가운데 보이는 시커먼 다리가 카를 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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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4. 21:03

생각지 않게 분식토끼 sketch fragments 2019. 1. 4. 21:03




으앙 분식패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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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3. 23:15

레트니 사드와 분수 한 컷 2017-19 petersburg2019. 1. 3. 23:15





레트니 사드. 지난 9월. 



레트니 사드는 이름답게 물론 여름에 가는 게 제일 근사하지만 9월에 가도 좋다. 아직 춥고 을씨년스러운 가을이 오기 전, 아직은 햇살이 찬란한 시기. 9월에 여기 가서 나무 그늘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졸고 있노라면 이미 꽤 쌀쌀하지만(레트니 사드에 들어가면 울창한 나무와 그늘 덕에 바깥 기온보다 몇도 정도 확실히 낮은 게 느껴진다) 그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분수를 보는 즐거움은 페테르고프를 따라갈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레트니 사드는 도심에 있고 또 페테르고프의 화려찬란함과는 다른 은근히 고적한 맛이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좋고 쉬거나 책 읽기에도 좋다. 이런 얘기를 하면 료샤는 '췟, 레트니 사드는 우리 건데 기껏해야 일년에 한두번 오는 관광객 주제에 지 것처럼!' 하고 툴툴대곤 했다 ㅎㅎ 토박이 녀석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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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자기 전의 스케치는 눈 똥그랗게 뜨고 암것도 모르는 척 도리도리 하고 있는 꼬맹이 미샤랑 지나.



기숙사 불시점검맨 : 이것들아! 미제 쪼꼬 껍데기가 이 방에서 발견됐다! 냉큼 밀수품을 내놓아라!



지나 : 쪼꼬 몰라요 못봤어요~


미샤 : 미제 쪼꼬가 모에요, 어케 생겼는지도 몰나요. 우리는 착한 소련 어린이에요~ 미제는 구경도 못했어요~


불시점검맨 : 이것들이... 순진한 척 눈만 땡글땡글...




... 실은 그 미제 쪼꼬 미샤가 공수해오고 지나가 홀랑 다 까먹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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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