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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8 »

'2017/08'에 해당되는 글 28

  1. 2017.08.31 11층, 엘리베이터 6
  2. 2017.08.29 수프 비노, 작년 6월 2
  3. 2017.08.28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채의 프라하 8
  4. 2017.08.27 여름 블라디보스톡 시내 + 마린스키 분관 사진 몇 장 6
  5. 2017.08.27 좀 늦은 애프터눈 티, 딸기 크림 프라푸치노는 한번으로 족해
  6. 2017.08.26 나른한 토요일 오후, 책 보다가 8
  7. 2017.08.23 낮에 잠시 망중한 6
  8. 2017.08.22 Dolls(부활절 이야기 half) 04(완결). 에벨 + 짧은 메모 21
  9. 2017.08.21 Dolls(부활절 이야기 half) 03 : 일린 18
  10. 2017.08.20 Dolls(부활절 이야기 half) 02 : 미샤 24
  11. 2017.08.20 일요일 오후 차 마시며 + 선물 4
  12. 2017.08.19 Dolls(부활절 이야기 half) 01 : 에벨리나 22
  13. 2017.08.19 붉은 수탉 티포트, 체코슬로바키아랑 중국 애들과 함께, 토요일 오후 6
  14. 2017.08.19 토요일 낮, 별다방에서 + 오래된 아이폰4 4
  15. 2017.08.15 마지막 휴일 오후 아점과 초콜릿, 그래도 많이 떴다! 6
  16. 2017.08.14 흑빵과 로메인 샐러드. 다이소 찻잔과 로모노소프 받침 접시 나란히 6
  17. 2017.08.13 그래도 부지런한 일요일 보내는 중 6
  18. 2017.08.12 유배된 미샤와 감시요원 베르닌의 첫 대면 16
  19. 2017.08.12 토요일 오후, 동네 카페로 피난 옴 4
  20. 2017.08.09 12월 페테르부르크 사진으로 더위 퇴치! 2
  21. 2017.08.07 한낮의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산책 4
  22. 2017.08.06 블라디보스톡 공연 떠올리며, 슈클랴로프 화보와 사인으로 2집 장식 + 티타임 2
  23. 2017.08.05 면회 - 발광 페인트 토마토 수프 24
  24. 2017.08.05 밤 찻잔, 썸머 젤로하 케익, 어제 갔던 카페 사진 몇 장 4
  25. 2017.08.04 나가기 전 간단한 아침 식사 6
2017. 8. 31. 22:27

11층, 엘리베이터 2017-19 vladivostok2017. 8. 31. 22:27





7월 블라디보스톡에서 머물렀던 아파트 방은 11층에 있었다. 소련 시절 지어진 건물과 소련 냄새 풀풀 나는 육중하고 투박하고 삐걱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렸다. 옛날 맨첨 러시아 가서 기숙사에서 살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나는 엘리베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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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8. 29. 22:33

수프 비노, 작년 6월 2016 petersburg2017. 8. 29. 22:33





작년 6월. 페테르부르크. 카잔스카야 거리의 수프 비노.




여기는 bravebird님의 소개로 알게 된 곳이다. 로컬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 그리고 따뜻하고 아늑한 곳, 나직하고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의 알렉세이가 있는 곳이다.




2015년 여름에 처음 갔었다. 작년 6월에 거의 도망치듯 페테르부르크로 날아와 3주 정도 머물렀다. 수프 비노에 두어번 갔고 알렉세이와 다시 대화를 나눴다. 그때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 좀 긴 휴가를 얻었어요.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요' 라고 말했고 알렉세이는 매우 부드럽고 조용한 특유의 목소리와 선량한 눈빛으로 '그랬군요' 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대답보다는 눈빛과 목소리 때문에 남모를 위안을 받았다. 그건 살짝,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의 묘지 사이를 거닐며 종소리를 들을 때 느끼는 평온함과 위안의 느낌에 가까웠다.



수프 비노. 사진 몇 장.




사족 : 이곳의 치킨 수프는 매우 맛있다. 파스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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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8. 28. 22:26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채의 프라하 2017-18 praha2017. 8. 28. 22:26






지난 5월말에서 6월초에 여름 휴가를 당겨서 프라하에 다녀왔었다. 날씨가 꽤 더웠지만 근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돌아왔다. 사실 진짜진짜 돌아오기 싫었다. 프라하는 여러번 가서 익숙하면서도 갈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더 정이 들어가는 도시이다. 예전 겨울에 두어달 살았을 때는 오히려 '왜 여기는 정이 안 들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이미 담뿍 정이 들어버렸다.




쨍한 햇살 아래 밝고 선명하고 칼라풀하고 아름다운 프라하 사진들 몇장. 모두 도착한 바로 다음날 구시가지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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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에 다녀온지 한달 반 정도가 지났는데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짧은 일정이기도 했고 주로 슈클랴로프 공연 보느라 별로 돌아다닌 데도 없고 사진도 많이 안 찍었다.



폰 사진들 정리하다 그때 찍은 것들 몇장 추려 올려본다. 위의 몇장은 엄청 덥고 뜨거웠던 날 시내 나갔을 때 찍은 거리 구석구석들. 아래 몇장은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프리모르스키 분관.
















이건 슈클랴로프님 곱사등이 망아지 보러 간 날, 극장 카페에서 주문해 먹었던 케익. 슬프게도 맛은 별로였다.







리플렛. 맨위에 진하게 적혀 있는 그분의 이름 :)








봐도봐도 멋있는 그분~








공연 다 보고 나와서, 극장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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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잠 등의 여파로 잠이 안와서 세시간 정도밖에 못 잤지만 그냥 아침 7시 기차 타고 2집 내려왔다. 낮에 정신없이 또 세시간쯤 자고 이제야 정신차리고 차 마시는 중.















오랜만에 쿠나 등장 ㅇㅅㅇ







기차 타고 내려와 아침 10시 좀 넘어 2집 동네 도착. 그냥 들어가면 십중팔구 계속 자버릴 거 같아 별다방 감.



무료음료 쿠폰 이용, 한번도 안먹어본 딸기 크림 라푸치노 주문. 근데 휘핑크림은 빼달랬으니 그냥 딸기 프라푸치노인가...



생각보다 맛없었다 ㅠㅠ 쿠폰으로 한번 마셔본걸로 만족하기로.













종종 먹는 크랜베리치킨 센드위치가 치즈 단어를 붙여 리뉴얼되었길래 시켜봄... 이건 저번 버전이 나음. 분명 속도 많아지고 소스도 더 많아졌는데.. 그때문인지 나에겐 더 짜졌어ㅠㅠ (소스 너무 많은거 싫어함)







이 스케치는 전에 그렸던 소년 미샤 :) 스케치 하려고 새 페이지 넘기다가 :) 두장 정도 그리고는 집에 들어와서... 청소하고 씻고 꿈나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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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26. 14:06

나른한 토요일 오후, 책 보다가 tasty and happy2017. 8. 26. 14:06






차 한 잔 우려 마심..


책 좀 보다가.. 아무래도 낮잠 자버릴거 같은 느낌이!!!!!






















쿠마 : 책 저리 치워어!! 딸기 어데 갔어어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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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8. 23. 13:07

낮에 잠시 망중한 tasty and happy2017. 8. 23. 13:07





점심때 자유시간 한시간이 생겨서 근처에 생긴 프랜차이즈 카페에 와서 책 읽는 중이다. 그런데 급 졸음이 쏟아지고....

 있다가 땡볕 아래를 걸어 사무실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가기 싫다. 그냥 오후 내내 여기 있고프다. 점심시간 끝나서 사람이 없다... 좋다.. 빨간 의자 골라서 앉음.



​​








책 읽다 들어가야지.. 그런데 너무나 졸리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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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21. 21:52

Dolls(부활절 이야기 half) 03 : 일린 2017. 8. 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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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20. 21:58

Dolls(부활절 이야기 half) 02 : 미샤 2017. 8. 2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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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20. 16:07

일요일 오후 차 마시며 + 선물 tasty and happy2017. 8. 20. 16:07





일요일은 항상 토요일보다 더 빨리 지나간다.



역시 2집에서 보내는 주말. 오늘은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쉬고 있음.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에서 사온 찻잔 다시 꺼냄.
















이건... 며칠전 GS 편의점에서 발견한 초콜릿 슈... 맛있으려나 하고 사보았음. 그리 나쁘진 않으나 내 입맛엔 너무너무 달다... 차에 곁들였는데도 반쯤밖에 못 먹음 ㅠㅠ






나의 사랑 체리와 함께... (그래도 레냐보단 안 좋아함 ㅋㅋ)
















사무실 후배가 가져다준 TWG 잎차. 집에 선물로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아무도 차를 안 마신다며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엄청 고마웠다. 티백 주머니 가져가서 내일 우려줘야겠다. 이렇게 마시는 거야~ 라고 알려줘야지





캔도 예쁘다.








좀 슬프지만... 이게 열대과일과 달달한 꽃잎 들어 있는 가향차라 스트레이트의 담백한 차를 좋아하는 내 취향이랑은 좀 다르긴 하다 ㅠㅠ 그래도 너무 고마우니까!!!




오늘은 저 편의점 초콜릿 슈가 너무 달아서 이 차는 안 마셨다. 내일 우려서 마셔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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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19. 23:55

Dolls(부활절 이야기 half) 01 : 에벨리나 2017. 8. 1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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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앙증맞은 붉은 수탉 티포트도 7월에 블라디보스톡 갔을 때 로모노소프 샵에서 건져온 것이다. 이것으로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온 도자기들은 끝. 티포트가 자그마하고 거름망이 들어 있지 않아 2집에 가져다 놓고 방치하다 오늘 처음 썼다. 수탉 찻잔들은 전부 화정 집에 있다만 어차피 그 수탉 찻잔들은 이 포트와 크기가 비등비등해서 차 마실 때는 모양 빼곤 어울리지 않을 듯해서...












티포트가 너무 작으니까 찻잔도 앙증맞은 미니 사이즈 꺼냄. 이건 프라하의 앤티크샵에서 건져온 오래된 '체코슬로바키아' 찻잔. 에스프레소 잔 크기라서 진짜 작다.







찻잔 색깔이랑 분위기에 맞추려고 중국 찻잔 받침 접시 꺼냄 ㅋㅋ 작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샀는데 러시아 찻잔인 줄 알고 샀으나 알고보니 중국제품이라 툴툴대며 '중국 찻잔!' 하고 부르고 있음. 그러나 꽤 예쁘긴 하다. 가끔 이렇게 받침접시만 따로 꺼내 디저트 접시로도 활용.








별다방이 너무 시끄러워서 일찍 귀가해 창가 테이블에 앉아 차 마시고 스케치를 좀 하고 글도 약간 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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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당일치기 서울 왕복 출장이 꽤 피곤했는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지 힘들었다. 새벽 6시 반부터 30분 단위로 깨긴 했는데 자고 또 자고 또 잤다.



끙끙거리며 뒹굴다가 열한시 반 쯤 집에서 나왔다. 늦게 왔더니 동네 최고 핫스팟인 별다방은 이미 사람들로 우글우글... 최후의 수단으로 이어폰 끼고 음악 틀었는데 소음 차단 다 안됨. 역시 클래식으로는 소음 차단이 안된다... 락음악을 틀어야 하나... 하지만 락음악을 들으면 소음은 차단되지만 글을 쓰기가 힘들어 ㅠㅠ







맨 위의 저것은 아이폰4입니다!!! 4년 넘게 쓰다 6s로 갈아탄 후 이 녀석은 아이팟으로 쓰고 있음.





샐러드와 녹차에 바나나 한개 추가해 아점 먹음.






오래된 아이폰4 :) 그래도 음악 듣기는 좋음.



한시간만 글 좀 쓰다 가야지.



..




결국 클래식에서 팝과 락으로 갈아탔음.... ㅠㅠ 아이고 정말 도떼기 시장이네... 아기들과 어린이들보다 그냥 아주머니 아저씨들 목소리가 더 크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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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느새 오늘이 노는 날 마지막. 흑흑... 그나마도 벌써 오후 다섯시가 넘었네.. 내일은 일찍 일어나 건강검진을 받고 낮 기차로 본사에 내려가야 한다... 아흑...

 

 

 

 

 

 

 

 

아점을 한시 넘어서 먹었다. 어제 먹으려다 부모님 오셔서 못 먹었던 흘롑(러시아 흑빵) 다시 꺼냄. 좀 말라버려서 아쉬웠지만 꽤 맛있었다. 잼도 꺼내긴 했는데 버터만 발라먹어도 맛있었다.

 

 

 

 

오랜만에 꺼낸 찻잔. 로모노소프 찻잔이지만 특이하게도 이건 러시아에서 산 게 아니고 헬싱키에 갔을 때 거기 가게에서 샀다. 기념품 샵이었는데 러시아 물건들이 있었다.

 

 

 

 

어제 남겨놓았던 샐러드에 남은 로메인, 남은 모짜렐라 치즈 반덩어리, 견과 몇알과 체리 몇알 다시 투하해서 샐러드 왕창...

 

 

 

 

조금 진하게 우린 다즐링을 곁들여 이렇게 아점을 먹었다.

 

 

 

 

 

 

 

 

 

 

 

아점 먹고 나서는 차 한 포트 더 우려서 초콜릿 두 알과 함께...

 

파제르 게이샤 초콜릿 :) 이거 좋아해서 러시아나 체코 등 여행가면 수퍼에서 꼭 사온다.

 

 

 

 

 

 

 

짠!!!

 

아까 일곱줄 더 떴다. 47단 뜨고 48단째에서 몇코 떠놓은 상태이다. 내일까진 56단 다 뜰 수 있을 듯!! 그러면 금손 후배에게 가서 모자 모양으로 만들어달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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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아점.... 엄밀히 말하면 아점으로 먹으려던 것들. 흑빵, 버터, 잼과 로메인 모짜렐라치즈 샐러드.

 

 

 

 

 

 

지난 달에 블라디보스톡 갔을 때 근처 수퍼에서 사왔던 흘렙(흑빵). 한덩어리는 쥬인 주고 나머지 한덩어리는 내가 먹으려고 냉동실에 넣어놨었다. 러시아 흑빵은 호밀함량이 매우 높아서 많이 시큼하다. 건강에 좋다.

 

 

간밤에 냉동실에서 꺼내놨는데 수퍼에서 사온 빵인데다(뭐 많은 사람들이 그냥 수퍼에서 흑빵 사다 먹긴 한다) 포장이 시원치 않았는지 빵이 좀 말라 있었다. 아쉬워라...

 

 

 

 

 

 

하여튼 버터랑 잼 곁들여 먹으려고 꺼냈는데...

 

 

 

 

 

 

 

 

미니 로메인 상추를 씻어서 왕창 넣고 유통기한 다된 모짜렐라 치즈 반 덩어리를 잘라 넣고 체리 몇알, 아오리 사과 반쪽, 아몬드와 피스타치오를 넣어 만든 그린 샐러드. 드레싱 없음. 보통은 레몬즙을 짜서 뿌리는데 요즘 하도 집을 비우다 보니 레몬을 안 사다놨다. 꿩 대신 닭으로 발사믹 드레싱이나 약간 칠까 하고 봤는데 엄마가 발사믹 드레싱 오래됐다고 버리셨음 ㅠㅠ 그래서 그냥 맨 샐러드로 먹었다. 뭐 괜찮다. 난 원래 샐러드에 드레싱 거의 치지 않는 편이라. 그리고 사과와 체리에 수분과 과즙이 있고 치즈의 담백한 감칠맛과 견과 풍미 덕에 굳이 드레싱 없어도 맛있다.

 

 

그러나... 한 입 먹었을때 엄마로부터 같이 점심 먹자고 전화가 와서 결국 이 샐러드만 반쯤 먹었고 흑빵은 도로 밀봉해놓았음.

 

 

 

 

 

 

 

엄마가 냉장고에 있던 오래된 크랜베리 주스도 버리셨기 때문에... 마실 게 없어서 매실액 타서 만든 주스....

 

 

 

 

 

하여튼 이렇게 차려서 먹으려다 샐러드만 절반 먹었네... 내일은 저 빵 먹어야 함.

 

 

 

 

 

이건 어제 다이소에서 득템한 3천원짜리 찻잔 세트. 역시나 다이소라 자기 질은 투박하고 별로이지만 그래도 모양이 딱 떨어지고 시원해보여서 3천원치곤 괜찮다. 다이소에서 이제는 찻잔까지 사는구나...

 

 

 

 

 

 

 

 

 

 

 

 

이틀 전 콩다방에서 사왔던 티라미수 곁들여서 차 마심. 이 티라미수는 묵직하고 진하고 달아서 절반만 먹고 남겨두었다. 이 접시는 블라디보스톡 로모노소프 매장에서 사왔던 '겨울' 찻잔 세트의 받침접시. 파란색으로 색깔 맞추려고...

 

 

 

 

 

 

 

요렇게.. 다이소 찻잔과 로모노소프 받침 접시가 함께 ㅋㅋ

 

 

 

 

쿠마 : 토끼 요즘 별로야... 딸기도 안 주고...

 

 

 

 

아아... 저 털모자 뜨개질은 어제 33단째 뜨기 시작한 후 멈춰 있다.... 자기 전에 떠야지.. 오늘 40단까지는 뜨고 자야지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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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매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지만 정오쯤 어제 갔던 동네 콩다방 다시 가서 베이글이랑 차로 아점 먹고 털모자도 두단 더 뜨고 글은 여섯줄(ㅠㅠ) 더 씀.











그래도 32단 떴습니닷 :)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왔던 미니 알룐까 초콜릿. 부서 사람들 주려고 샀는데 재정관리와 가방 부피관리를 위해 젤 작은 미니초코들을 샀다. 이건 내가 먹으려고 남겨놨던 거. 절반은 오늘 콩다방에서 먹고 절반은 집에 돌아와 방금 먹음.



근데 옛날보단 좀 맛있어졌네!!







다이소 들러 이것저것 산 후 집에 3시 반쯤 돌아옴. 내가 우린 다즐링으로 2차 티타임. 더우니까 파란색 잔이랑 접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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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고 있는 글이 뭐야? 라고 묻는다면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몇년 째 쓰고 있는 글이 있는데 오랫동안 멈춰 있어. 중간중간 다른 글들을 써서 마치기도 하고 미완으로 남겨두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 '정말로' 쓰고 있는 글은 하나야.' 라고. 그게 바로 가브릴로프 본편이다.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구상했고 계속해서 머릿속과 마음속에 아주 깊게 자리잡고 있는 글이다.

 

 

다른 글들은 사실 다 여기서 새끼친 것들이다. 서무 시리즈도. 게다가 트로이를 내세운 장편 역시 사실은 이 본편에서 나왔다. 트로이는 원래 이 본편에 잠깐 등장하는 인물이었는데 플롯을 구상하면서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 라는 의문을 품었고 결국 그의 목소리와 그의 시선을 빌려 꽤나 긴 소설을 썼었다. 최근 여러번 발췌한 미샤의 수용소 단편은 이 가브릴로프 본편을 위한 프리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본편은 이미 몇년째 120여페이지에 머물러 있다. 뒤를 이어서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고, 사실 전체 플롯과 구조, 메인이 되는 이야기들과 작은 에피소드들도 근 7~80% 정도는 모두 구상되어 있는데 쓰기가 그리 쉽지 않다. 나는 보통 글을 자유롭게 춤추듯이 쓰는 것을 좋아하고 한번 몰입하면 쉽게 써나가는 편인데 이 가브릴로프 본편만은 그렇지 않다. 이 글은 아마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오직 여기에만 집중했을 때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년 동안 나는 너무 여러가지로 산란해져 있었고 특히 회사 때문에 더욱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도 이 본편을 꼭 쓰기는 할 것이다. 언제가 됐든 마칠 것이다. 그럴 거란 사실을 자신의 마음 속으로 알고 있다.

 

 

아래 발췌한 부분은 이 가브릴로프 본편의 2장이다. 1장은 미샤가 부임해오는 극장의 무용수 하나의 시선으로 전개되었고 이 2장은 기차로 가브릴로프에 호송된 미샤가 그의 KGB 감시요원인 다닐 베르닌과 처음 대면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맞다, 서무 시리즈의 그 다닐 베르닌, 단추청년, 왕재수 미샤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집사 베르닌이다. 하지만 본편의 베르닌은 서무 시리즈에서 희화화시킨 단추 베르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리고 이 모습이 사실 진짜인데...어느새 그는 단추청년이 되었지 ㅠㅠ 이 장면 중 중간 정도는 전에 좀 발췌한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첫 대면 에피소드를 온전하게 올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여기 다시 올려본다.

 

 

..

 

 

맨 위 사진은 가브릴로프...는 당연히 아니고, 2년 전 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가 찍은 사진.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 발췌한 에피소드에서 미샤와 베르닌이 숲을 지나 시내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와서 뭔가 숲 느낌 나는 사진이 어울릴 것 같아서 올려봄.

 

 

...

 

 

가브릴로프는 물론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도시이다. 하지만, 드넓은 러시아(및 구소련) 땅 어딘가에 이 이름 붙은 소도시가 실제로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이름이고... 대천사 가브리엘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 야스민이 가브릴로프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보안위원회에 제출할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꽤 두툼한 보안 서약 서류에 서명을 하는 일이었다. 그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지만 다닐 베르닌은 거의 친절하기까지 한 어조로 서류에 그가 가브릴로프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이 나열되어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미샤가 서류를 들춰볼 기색을 보이지 않자 베르닌은 허가 없이는 시계를 넘어갈 수 없으며 모든 시외전화는 보안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만 걸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상대의 침묵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류의 제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에 대해 양해를 부탁했다. 약 20페이지 가량의 서류는 갱지에 타이핑되어 있었고 노끈으로 허술하게 묶여 있었다.

 

 

“ 붉은 담장 도착하기 전에 차 안에서 읽어두는 게 좋을 걸요. 일단 제출하고 나면 내용 확인할 기회 없을 테니까. ”

 

 

미샤는 서류를 읽는 대신 붉은 담장이 뭐냐고 물었을 뿐이었다. 아마도 가브릴로프에 도착해서 그가 제일 처음 했던 말일 것이다. 기차역에서 베르닌에게 인계된 이래 그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 아, 그렇지. 당신은 여기 사람이 아닌데. 붉은 담장은 말이죠, 우리 사무실을 가리키는 겁니다. 오해는 말아요, 담장이 있긴 하지만 붉은색은 아니니까요. 크라스나야 강변에 있어서 그런 겁니다. 모스크바에서는 루뱐카라고 부르듯이. 뭐 그런 식인 거죠. 쓸데없는 설명인가요? ”

 

 

미샤는 대답하지 않았다. 베르닌은 약 10여분 정도 기다렸고 그가 전혀 서류를 읽을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맨 마지막 장을 펼쳐주며 서명을 하라고 했다. 미샤가 서명을 한 후 펜과 서류를 돌려주자 베르닌은 그것들을 봉투에 다시 집어넣으며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 의외인데. 전 사실 서류를 한 부 더 준비했답니다. ”

 

 

“ 왜죠? ”

 

 

“ 찢어버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

 

 

“ 그런다고 달라질 게 있나요? ”

 

 

“ 하긴 그렇죠. 안 읽은 것도 그래서겠지. 현명한 사람이군요. ”

 

 

 

미샤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베르닌은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상대방의 검은 눈을 찬찬히 응시하면서 조금 전보다 훨씬 진지한 어조로 덧붙였을 뿐이었다.

 

 

 

“ 이제부터 충고 하나 하죠. 강을 건너기 전에. 일단 시내로 들어가면 우리 대화는 전부 기록해야 할 테니까. 난 77년에 모스크바에 있었어요. 당신이 볼쇼이에 있었을 때죠. 당신 무대는 여러 번 봤습니다. 내 심미안이야 교양 있는 관객들에겐 비웃음을 살 수준이지만, 일단 팬이라고 해둡시다. 그래서 말인데, 블라지미르 스페호프 앞에서는 그런 식으로 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는 지루한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온건한 사람은 아니지요. 가브릴로프를 손에 쥐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곳은 말이지요, 미하일, 작은 도시입니다. 모스크바나 레닌그라드와는 다르지요. 저 숲들이 보이시나요? 이쪽에는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습니다. 공항과 기차역과 저 울창한 숲, 그리고 즐라타야 강. 우리는 지금 강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곧 다리를 건너게 되겠죠. 그곳에 시내가 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손바닥만 한 도심과 주거지. 그리고 숲. 공장들. 아, 하나 빼먹었군. 교회들. 이젠 쓸모없는 곳들이지만. 어쨌든 이게 전부입니다. 운 좋게 도시란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당신처럼 대도시에서 온 분에게 이곳은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겠죠. 그러니 이곳을 손에 넣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이곳에도 시 의원들이 있지요. 당원들도 있고 노멘클라투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는 블라지미르 스페호프 한 사람뿐입니다.

 

 

내가 이렇게 유치한 얘기를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당신이 서류를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찢어버렸다면 아예 입을 다물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당원이자 폭군이죠. 표면적으로 볼 때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기 권위를 무시하는 겁니다. 하지만 더 싫어하는 게 하나 있다면 그건 혼자 생각하고 혼자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페호프를 만나게 되면 그걸 감추는 쪽이 피차 좋을 겁니다. 그도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말썽을 부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만 보여주면 됩니다. 그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제스처 하나만으로도 족해요. 더는 필요 없습니다. 훌륭한 배우였으니 물론 그 정도는 쉬운 일이겠죠. 아마 10분도 안 걸릴 겁니다. 그리고 난 그 10분이 걱정돼서 이렇게 길게 떠들어댄 거고요. 내 말 아시겠습니까? ”

 

 

“ 그게 당신의 충고인가요? ”

 

 

“ 글쎄요, 난 충고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들리지 않았나보군요. ”

 

 

 

베르닌은 낮게 웃었다. 그리고 화제를 바꿨다.

 

 

 

“ 우리는 곧 노브이 다리로 접어들 겁니다.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왔다면 아마 배를 타고 곧장 강을 가로질러 갔겠지요. 사실 그게 시내로 들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만 기차역에서 내렸으니 좀 돌아가는 수밖에요. 오른편으로 강이 보이시나요? 즐라타야 강입니다. 당신들의 네바 강보다는 덜 화려하겠지만 그래도 이 동네에서 가장 내세울만한 풍경이죠. 지금 건너는 게 노브이 다리입니다. 물론 스타르이 다리도 있지요. 그건 검은 숲 지대를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가장 먼저 생긴 다리는 아니지만요. 그건 가브릴로프 다리죠. 구시가지 쪽에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니 이곳도 꽤 넓게 느껴지는군요. 우리의 즐라타야 강이 마음에 드십니까? 당신은 레닌그라드에서 왔으니 도심 한가운데 강이 흐르면 한결 마음이 안정되겠군요. 그래도 우리 쪽 강이 더 낫지요. 범람하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요. 여기는 늪을 갈아엎어 만든 도시가 아니거든요. 대부분이 숲이죠. 추위도 덜할 겁니다. 기온이야 당신 살던 곳과 비슷하겠지만 어쨌든 그 정도로 습한 기후는 아니니까요. 수도원 근방으로 가면 온천도 있습니다. 여러 모로 당신에겐 훨씬 낫겠죠. 그런데 더우십니까? 창문을 좀 여는 게 낫겠군요. 오늘은 햇살이 강해서 좀 답답하군요. ”

 

 

 

쉴 새 없이 떠들다가 미샤의 상기된 옆얼굴을 힐끗 쳐다본 베르닌이 창문을 반쯤 열었다. 찬바람이 불어 들어오자 미샤가 몸을 희미하게 움츠렸다. 베르닌은 상냥하게 말을 이었다.

 

 

 

“ 아니면 열이 나서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추우면 창을 닫겠습니다. 어쨌든 기차로 열네 시간은 그렇게 짧은 거리는 아니지요. 비행기를 탔다면 좋았겠지만 아마 여의치 않았겠죠. 정 힘드시다면 병원에 먼저 들르도록 해드리죠. ”

 

 

“ 그럴 필요 없어요. 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

 

 

“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그런데 아직 20분은 더 가야 하거든요. 혹시, 그러니까 만약에 말입니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으면 주저 말고 얘기하세요. 어차피 병원 검진은 오늘 일정에 포함되어 있는 거니까요. 국장 면담 후 곧장 그쪽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

 

 

“ 내 일정표를 다 외고 있는 모양이죠? ”

 

 

“ 적어도 오늘 일정은. ”

 

 

 

미샤는 입을 꽉 다물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 열린 창문을 닫을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마와 뺨은 여전히 상기되어 있었다. 열기가 퍼져서 눈동자까지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베르닌은 자신의 가방 안에 루뱐카 클리닉으로부터 인계받은 앰풀 두 개와 주사기가 있다는 것을 말해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장시간의 기차 여행을 견딜 수 있었다면 남은 20분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국장과의 면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다소 허세를 부렸지만 그 주사를 놓으면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은 지체될 것이다. 그리고 스페호프 국장은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스크바에서 보낸 인물, 자신의 권위를 짓밟아가며 밀어 넣은 반역자에 대해서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는 불과 사흘 전에 스페호프가 모스크바 본부로 호출되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건 비공식 출장도 아니었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아주 은밀하게 행동하는 방법도 잘 아는 인물이었지만 그건 대단한 정적들을 다룰 때에나 해당되는 얘기였다. 그는 몇 가지 이유를 달아 가브릴로프 보안위원회 지국장을 정식으로 호출했다. 스비제르스키가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 보안위원회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연방에서 공식적인 권력이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스페호프는 몹시 분노한 상태로 돌아왔다. 좀처럼 부하 직원들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베르닌이 있는 자리에서도 화를 참지 못했다. 공항에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그는 모스크바와 크레믈린에 대해, 루뱐카에 대해,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에 대해 욕을 퍼부었다. 역겨운 반역자 주제에 줄을 잘 타서 빠져나온 애송이에 대해서도. 그러나 대부분의 욕설은 총살형 대신 정신교화 수용소 쪽을 관철시켰던 제믈랴코프와 그 애송이를 제대로 처치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며 약물을 찔끔찔끔 놓다가 결국 자기 무덤을 판 레닌그라드 쪽 책임자에게 돌아갔다. 베르닌은 모든 서류를 아주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스페호프가 그렇게 화가 난 진짜 이유 두어 가지를 눈치 챘지만 물론 내색하지는 않았다.

 

 

 

관용차가 다리를 건너 크라스나야 강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미샤의 시선이 자작나무 숲에 못 박혀 있는 것을 보고 베르닌이 쾌활하게 말했다.

 

 

 

“ 자작나무를 좋아하시나보군요. 하긴 자작나무를 싫어하는 러시아인은 없지요. 그런데 저건 진짜 숲이 아니랍니다. 여기서는 그냥 공원이나 화단 정도죠. 구시가지 쪽으로 넘어가면 진짜 숲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검은 숲은 정말 크고 울창하죠. 극장 주변 공원에도 나무는 많답니다. 아마 이곳에 나무가 없다는 말과 공기가 안 좋다는 말만은 못할 겁니다. 다른 건 없어도 나무와 물은 많죠. 살기에는 좋을 거예요, 물자는 좀 부족한 편이지만 그거야 일반인들 얘기고 적어도 국가에서 운영되는 극장의 감독이라면 사는 게 불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좀 지루하긴 하겠지만. ”

 

 

 

미샤는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 같았다. 생판 모르는 도시에 던져진 사람치고는 별로 현명한 태도는 아니었다. 베르닌은 그가 완전히 체념한 상태인지, 아니면 열 때문에 정신이 몽롱한 것인지 궁금했다.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숙련된 기자가 초점을 맞춰 놓은 카메라 렌즈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는 KGB 감시요원의 친절한 설명보다는 자기 눈을 믿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쁜 징조는 아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그게 스페호프가 좋아하는 방식일지는 미지수였지만.

 

 

 

마침내 관용차가 가브릴로프 보안위원회 본관 앞에 도착했다. 미샤는 베르닌이 미처 차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먼저 내렸다. 가방은 뒷좌석에 그대로 팽개쳐둔 채였다. 가방과 보안 서약 서류가 든 봉투를 들고 내린 베르닌이 솔직하게 놀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여권을 챙기지 않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그것도 당국에 출두하면서. ”

 

 

“ 챙기기 전에 항상 압수당했거든요. ”

 

 

 

미샤는 웃지도 않고 무심하게 대꾸하며 시멘트 담장을 따라 정문으로 들어갔다. 베르닌은 그에게 스페호프 앞에서는 그런 식의 농담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거라는 충고를 추가해 주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이미 그는 차 안에서 너무 많은 말을 했다.

 

 

 

...

 

 

 

내일이나 모레쯤은 가브릴로프 KGB 국장 스페호프와 미샤의 첫 대면 에피소드를 이어서...

 

 

전에 이 본편의 에피소드 몇개를 발췌한 적이 있다.

 

먼저 위의 이야기에서 곧장 연결되는

'가브릴로프 보안위원회 검색대를 통과하는 미샤' : http://tveye.tistory.com/5368

 

 

그리고 스페호프와의 대면을 마치고 나온 후의 짧은 장면인

햇살. 본편의 베르닌과 서무의 단추 사이 : http://tveye.tistory.com/4451

 

 

같은 파트의 마지막 부분. 숙소에 도착한 미샤와 베르닌이 나누는 이야기는 여기

이웃사촌 미샤와 베르닌, 미샤가 생각한 해법 두가지 : http://tveye.tistory.com/4971

 

 

그리고 이 다음 파트인 3장의 일부인 렐랴의 인터뷰 : http://tveye.tistory.com/5114

 

 

 

이 가브릴로프 본편은 파트별로 시점이나 심리적 화자, 혹은 구조가 조금씩 다르게 서술된다. 나는 다성악 구조를 좋아하는 편이고 쓰기에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본편은 좀 어렵다. 그만큼 집중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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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8. 12. 15:19

토요일 오후, 동네 카페로 피난 옴 tasty and happy2017. 8. 12. 15:19





너무 더워서 집 근처 카페로 피난 나옴. 바글바글...



노트북 들고 왔는데 자리가 없어 너무 작은 테이블에 앉아 아무래도 타이핑이 어려울 듯하다 ㅠㅠ 옆의 좀 넓은 테이블이 비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다들 나처럼 피난온 사람들이라 쉽게 비지 않을듯...



이럴줄 알았음 무거운 노트북 대신(가벼운 그램은 2집에ㅠㅠ) 그냥 그 털모자 뜨개질거리나 들고 올걸.. 30단쯤 더 떠야 하는데ㅠㅠ



부디 저 맞은편 사각테이블 자리가 곧 비게 해주세요 ㅋㅋ












..



얼마 후.



와아~ 넓은 테이블 비어서 자리 옮김. 욕심 내지 말고 한페이지만 쓰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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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가 입추였는데 오늘도 여전히 끈적하고 습하고 더웠다. 더위 퇴치용 한겨울 꽁꽁 페테르부르크 사진 세 장. 셋 다 작년 12월에 갔을 때 찍었다. 궁전광장과 네프스키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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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6월 초.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쪽 동네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몇 장.














다시 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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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원체 더워서 2집 tv 곁에 있던 액자의 사진을 바꾸었다. 원래 슈클랴로프와 비슈뇨바의 신데렐라 흑백 화보였는데 더우니까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슈클랴로프의 바보 이반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 반지 찾아오는 씬으로 바꿈.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보면 시원하게 느껴진다.






차 마실 땐 창가 테이블로 잠시 이동 :) 더위 쫓는 중. 이번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인받아온 프로그램도 같이.







더우니까 시원한 파란색의 비류자(터키석) 찻잔. 진짜 터키석으로 된 게 아니고 그냥 이름이...




















이건 2년 전에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신관에서 곱사등이 망아지 파이널 막 내릴 때 내가 직접 찍은 사진. 이때는 파트너가 알리나 소모바였음.









아아 일요일이 다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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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8. 5. 22:25

면회 - 발광 페인트 토마토 수프 about writing2017. 8. 5. 22:25

 

 

 

 

 

며칠 전 이 폴더에 글쓰기와 시점에 대한 메모를 올린 적이 있다. 몇년 전 쓴 미샤의 수용소 단편에 대한 글쓰기 메모와 일기였다. 제목은 '1인칭 시점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링크는 http://tveye.tistory.com/6836

 

 

그 수용소 단편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용소 간수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3인칭의 1부, 미샤의 후원자였던 공산당 고위간부 게오르기 벨스키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3인칭의 2부, 그리고 미샤의 절친한 벗 스타니슬라프 일린의 1인칭으로 전개된 3부인데 각 파트별로 꽤 여러 토막을 이 폴더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오늘 발췌하는 부분은 2부. 게오르기 벨스키가 모스크바 비밀클리닉에 입원한 미샤를 후원하러 가서 나누는 대화의 일부이다. 이 파트 바로 앞부분을 전에 발췌한 적이 있다. 여기 발췌문 맨 앞 미샤와 벨스키가 재판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 몇 문단은 그때 발췌문 맨뒤와 겹치는데, 그걸 잘라버리면 너무 흐름이 끊겨서 그냥 살려두었다.

 

 

 

이 폴더에야 거의 항상 글을 토막토막 잘라 올리고 있으니 이 부분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앞의 상황이 궁금하시다면 http://tveye.tistory.com/6068 (모스크바 요양소, 재판)를 먼저 읽고 이 파트를 읽으면 된다.

 

 

..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벨스키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 소설의 배경인 1970년대~80년대 초반의 소련 공산당 고위 간부이다.

 

파나예바는 모스크바 비밀클리닉에서 미샤를 담당하고 있는 주치의이다.

 

글루크, 슈스코프는 미샤가 1부에서 갇혀 있었던 수용소의 원장과 정신교화 책임자이다.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스비제르스키는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인 공산당 고위 당 간부이자 옛 KGB 고위직 출신이다. 이전에 jewels에서 미샤를 파티에 불러낸 인물이기도 하고 이 본편 우주에서 미샤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마로조프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이자 애인인 당 간부이다. 스비제르스키는 모스크바 의원이고 마로조프는 레닌그라드 의원이다. 그는 이 2부의 심리적 화자인 게오르기 벨스키를 정치적으로 발굴한 대부이기도 하다.

 

 

아사예프는 미샤가 춤췄던 레닌그라드 키로프 극장의 발레단 예술감독, 지나는 미샤의 발레학교 동기이자 발레리나 파트너이다. (지나와 말썽쟁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 두둥실 지나 ㅋㅋ)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와 옥사나 셰먀코바는 극장 동료 무용수들이다.

 

 

...

 

 

위의 사진은 alex gouliaev가 찍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젊은이와 죽음' 화보.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왜 오셨어요,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

 

“ 파리 때문에. 그 외 다른 문제도. ”

 

“ 파리? 모스크바라고 하셨잖아요. ”

 

 

벨스키는 언제까지 미샤와 이런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엉망으로 뒤엉켜 있는 머릿속에 간단하게 정보들을 밀어 넣기로 했다.

 

 

“ 여기 오기 전에. 글루크가 있는 수용소에 가기 전에. 파리에 갔었잖아. 그 니진스키 트리뷰트 때문에. 그 전에는 뉴욕에 갔었고. 자네 그 파리에서 도망쳤었잖아. 그래서 문제가 생겼지. 돌아와서 재판 받았잖아, 그래서 그 수용소로 보낸 거고.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두어 차례 휘저었다. 눈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볍게 흔들자 거무스름한 멍들로 뒤덮인 목덜미가 드러났다. 맞아서 생긴 상처 같지는 않았다. 그곳을 맞았다면 쇄골이 부러졌을 터였다.

 

 

“ 도망치지 않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러 갔었을 뿐이에요. ”

 

 

갑작스럽게 미샤가 아주 또렷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 비공개 재판에서도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무도 그를 변호하려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미샤는 직접 변론을 했다. 극장 동료들 몇몇이 유리한 증언을 해주려고 자원했지만 모두 자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참석을 금지 당했다. 벨스키는 그 재판의 일지와 보고서를 훑어보았지만 중간 쯤 읽다가 그만두었다. 미샤의 변론 대부분에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고 그나마 끝까지 이어지지도 않았다. 재판관이 그의 발언을 중단시킨 후 휴정을 선언했고 30분 만에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그런 종류의 재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 도망친 거였다면 지금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군. 자네 소환됐을 때 파리에서 시끌시끌했던 건 생각나나? 호텔 앞부터 공항까지 피켓 시위자들이 몰렸었지. 기자들도. 자네 가고 나서 그 시위가 좀 커졌거든. 게다가 이상한 오해가 생겼지. 헛소문이 퍼져서 상황이 좋지 않았어. ”

 

 

“ 무슨 소문이요? ”

 

 

“ 뻔하잖아. 자넬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처박았다는 얘기. 벌써 루뱐카에서 총살했다는 얘기.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들. ”

 

 

“ 그게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예요? ”

 

 

 

미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몸을 가누기가 힘든 듯 점점 어깨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볼품없이 들쭉날쭉 잘린 검은 머리칼이 한 움큼 이마 위로 흘러내려왔다.

 

 

 

“ 그 얼간이가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누굴 소환한다고. 하지만 걘 아무 것도 몰라요. 절 좋아한 적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걘 놔주세요. 그 여자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 ”

 

 

“ 누구 얘길 하는 거지? 그 여자가 누구야? 얼간이는 누구고? ”

 

 

“ 아, 소환 같은 건 없었군요. 어차피 허풍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진짜 역겨운 놈이었어. ”

 

 

벨스키는 그가 글루크나 슈스코프 중 한 명을 언급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파나예바가 정해준 10분은 이미 흘러가버렸고 미샤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론부터 말해주기로 했다.

 

 

“ 자네 석방될 수도 있어, 회복되면. ”

 

 

미샤는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거의 무관심한 표정으로 오른손 손가락들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왼팔을 들어 올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손목이 3센티미터 쯤 올라갔다가 무겁게 툭 떨어지자 짜증도 내지 않고 계속해서 그 무익한 시도를 반복했다.

 

 

“ 왜, 믿지 않아? 내 말인데도? ”

 

 

“ 믿어요. 의원님이 제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어요. ”

 

 

“ 그런데 별로 관심이 없나? 수용소가 좋아? 자네 7년형 받았잖아. 다시 돌아가고 싶어? 그 약물 치료 다시 받고 싶을 리가 없잖아. ”

 

 

“ 전 선언문 안 읽을 거예요. 인터뷰도. ”

 

 

미샤가 툭 끊어지듯 거친 음성을 내뱉더니 무겁게 처져 있던 어깨와 허리를 억지로 다시 세웠다. 이마와 목에 파란 핏줄이 돋아 오르며 아랫입술이 덜덜 떨렸다. 벨스키는 파나예바의 경고를 어기고 그의 가슴에 손을 얹어 가볍게 뒤로 밀었다. 미샤는 저항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벨스키가 조금 힘을 실어 누르자 다시 베개에 몸을 완전히 기댔다.

 

 

인터뷰 할 필요 없어. 그리고 선언문 수준도 아냐. 몇 줄만 읽으면 끝나. ”

 

 

“ 당신들 다 똑같아. ”

 

 

미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기침을 했다. 베개에 피가 튀었다. 가슴에서 짐승들이 내는 듯 낮게 끓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이제 기침은 하지 않았지만 오른손으로 목을 감싸 누른 채 다시 한 번 피를 토했다. 베개에 쏟아진 피는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발광 페인트처럼 새빨간 색이라 벨스키는 파나예바를 불러야 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지금 파나예바를 부른다면 그녀는 면담을 완전히 중지시킬 것이 분명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벨스키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조그만 타월을 미샤에게 건네주었다. 병실에 있는 물품들은 모두 소독을 마쳤을 테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샤가 타월로 입과 턱에 흘러내린 피를 닦는 동안 그는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 어쩔 수 없잖아. 최소한의 명분은 있어야지. 나나 스비제르스키도, 아니,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라도 마찬가지야. 서기장이라 해도 그건 어쩔 수 없어. ”

 

 

“ 무슨 명분이요. 거짓말해서 풀려나라고요? 아니면 창녀짓해서? 다른 이름들도 얘기하시지 그래요. ”

 

 

미샤가 몸을 떨었다. 벨스키는 그가 그렇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폭발적 열기와는 달리 사석에서의 미하일 야스민은 아주 침착하고 서늘한 인물이었다. 훨씬 어렸을 때도 그랬다. 하긴 그는 미샤가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도 본 적이 없었다.

 

 

 

“ 자네 지금 아파서 제대로 생각이 안 되고 있어. 그냥 내 제안대로 해. 원한다면 문구도 자네가 써. 싫으면 내가 써서 보여줄 테니 고쳐도 좋아. ”

 

“ 정치국 위원님은 바쁘실 텐데... ”

 

 

벨스키는 온건한 개혁파 의원이었지만 나이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는 애에게서 그런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미샤가 구겨진 타월 위로 다시 피를 뱉은 후 몸을 심하게 떨면서 완전히 옆으로 누웠기 때문이다. 수척한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지, 많이 아프잖아. 자네 정말 죽을 뻔 했어. 스비제르스키 의원이 들르지 않았다면 아마 죽었을 거야. 난 자네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망가지는 것도. 내가 왜 여기까지 직접 왔겠어. 내가 자네 아꼈던 거 몰라? 3분만 자존심 버려. 그러면 여기서 나갈 수 있어. ”

 

 

“ 지금 보내주실 수 있어요? 리허설에 가야 해요. ”

 

 

 

벨스키는 그를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미샤는 오른쪽으로 몸을 튼 채 창문과 벽 사이의 어딘가를 바라보면서 완전히 달라진 어조로 간청하듯 속삭였다.

 

 

“ 제발 보내주세요. 다시 올 테니까. 이 방으로 다시 오면 되잖아요. 지금은 안돼요. 저한테 약속하셨잖아요, 말 잘 들으면 다시는 그 약 안 먹일 거라고. 주사도 안 놓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제발 놔주세요. 너무 아파요. 내일, 내일 다시 올게요. ”

 

 

“ 정신 좀 차려, 난 그 사람이 아니야. 아무래도 파나예바를 불러야겠군.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다. 손이 타들어가는 듯 뜨거웠지만 여섯 살짜리 어린애처럼 미약해서 슬쩍 움직여도 털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가. 난 말을 들었는데. 시키는 건 다 했는데. 당신 말은 다 들었어, 하나 빼고. 내가 그랬잖아. 당 이름으로 창녀 짓 하는 건 못한다고. 이제 상관없어. 그거 계속 놔도, 가둬도, 못 움직이게 해도. 그냥 죽여주면 좋을 텐데 당신 절대 그런 짓은 안 해. 자꾸 날 막아. 이제 그만 가. ”

 

 

게오르기 벨스키는 군 출신이었고 레닌그라드 국립대학 동문 서클과 그 도시의 실권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를 통해 정치계에 들어온 인물이었다. 그 냉철한 마로조프가 그를 실질적 후계자로 점찍고 모스크바 권력의 중심지까지 단숨에 밀어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벨스키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데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점진적 개혁파에 속했고 결코 정적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모함과 숙청이라는 자연스러운 무기를 대놓고 쓴 적도 없는 온건한 인물이었지만 그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충격을 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마로조프는 벨스키를 정치국으로 입성시켰고 놀랍게도 그의 오랜 정적이었던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조차도 거기에 방해 공작을 펼치지 않았다. 스비제르스키는 사석에서 벨스키에게 ‘당신 뱃속은 쇠망치로 두들겨 패도 충격을 전부 흡수해버릴 쿠션들로 꽉 차 있다니까’ 라고 노골적인 농담을 건네기까지 했다. 그만큼 그를 놀라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게오르기 벨스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자기 앞에 누워 있는 젊은 죄수, 한때 그가 열렬하게 후원했던 무용수를 한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그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미샤가 다시 기침을 했다.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반 숟갈 가량의 피가 밀려나왔다. 괴로운 듯 베개에 이마를 부딪쳐댔다. 벨스키는 그의 머리를 가볍게 감싸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러자 미샤가 오른손을 들어 벨스키의 손목을 쳐냈다.

 

 

“ 만지지 마. 제발 내 몸에 손대지 마. 나 좀 놔둬. ”

 

 

벨스키는 더 이상 면담을 계속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파나예바를 부르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곧장 들어왔다. 파나예바는 미샤를 보더니 벨스키에게 책망하는 시선을 던졌다.

 

 

“ 심문하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

 

 

“ 잠깐 얘기를 나눴을 뿐이야, 소장이 너무 낙관적으로 얘기했던 것 아닌가 모르겠군. 전혀 회복이 안된 것 같은데. ”

 

 

“ 의원님께서 그 면담을 고집하지 않으셨으면 훨씬 나았을 거예요. 10분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이상은 집중을 못 해요. ”

 

 

파나예바가 미샤의 자세를 바꿔주고 출혈이 멎도록 조치를 취하는 동안 벨스키는 병실에서 나가는 대신 창가에 선 채 생각에 잠겼다. 주로 자신의 스케줄을 한 번 더 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지만 미샤가 파나예바의 손길은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대해 화를 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뒤섞였다. 어쨌든 그는 5년 이상 미샤를 알았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올가 파나예바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몇 마디 말을 걸었다. 벨스키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미샤의 대답은 잘 들렸다. 체포되기 이전처럼 또렷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 아니, 그건 부다페스트에서였어요. 아사예프가 저와 지나의 호흡을 점검해보고 싶어서 투어 무대에 먼저 올라가게 했죠. 키로프 첫 무대는 12월이었어요. 74년. 폴랴코바가 테라스 장면에서 배경을 바꿨는데 아사예프가 무대가 죽어 보인다고 화를 냈어요. 그 사람 그때 공연 직전까지 계속 화만 냈죠. 진짜 이유는 저와 지나가 금발로 염색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집시 로맨스를 출 작정이냐고 한 시간 동안 설교를 늘어놓았어요. 지나가 빨간 머리 줄리엣이 뭐가 문제냐고 발끈하더니 저에게 아사예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집시 분장을 하고 추자고 했어요. 걔는 화를 내면 무섭기 때문에 잠깐 집시 의상까지 입어봤는데 그걸 보고 지나가 포기했어요. ”

 

 

 

파나예바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다시 뭐라고 속삭이자 미샤가 대꾸했다.

 

 

 

“ 아, 다른 건 다 됐는데 피부색을 바꿔야 했어요. 집시처럼 보이려면 진한 파우더가 필요했는데 마침 다 떨어졌거든요. 그러고 있는데 아사예프가 들어와서 기겁을 하더니 염색 얘길 더 이상 안 했어요. 그래서 원래대로 췄죠. 이후에도 그거 출 때 금발로 물들인 적 없었어요, 단 한 번도. ”

 

 

‘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얘기하고 있군. ’

 

 

 

벨스키는 잠시 매혹된 채 파나예바와 미샤 쪽에 시선을 던졌다. 자신이 췄던 작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미샤는 완전히 정상처럼 얘기했다. 파나예바가 백조의 호수에 대해 묻자 미샤는 니나 크류코바와 췄던 첫 무대나 크레믈린, 해외 투어 무대가 아니라 헝가리 춤을 추고 들어간 발레리나가 떨어뜨렸던 머리장식을 밟고 미끄러질 뻔 했던 무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뒤엉킨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최고의 찬사를 받은 무대가 아니라 실수를 할 뻔 했던 무대라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스키는 미샤가 얘기하는 공연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옥사나 셰먀코바가 고의적으로 장식을 떨어뜨렸다는 소문이 무용계에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당시 셰먀코바는 미샤의 오랜 반대파였던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의 연인이었고 그 서클에서는 끊임없이 각종 방법을 동원해 그를 괴롭히고 있었으므로 꽤 신빙성 있는 소문이었다. 실제로 미샤는 이듬해 볼쇼이로 옮겼는데 벨스키는 세레브랴코프 서클이 그를 조금만 더 심하게 볶아댔으면 더 빨리 옮겨오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벨스키는 자신도 모르게 파나예바가 지젤이나 라 바야데르에 대해 물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미샤 야스민의 알브레히트나 솔로르를 따라갈 무용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수한 팬들이 미샤의 무게 없는 도약과 고속 회전, 화려한 테크닉에 푹 빠졌지만 벨스키는 항상 그의 진정한 강점은 드라마 배우로서 타고난 연기력과 음악에 대한 완벽한 감각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 서방 관객들과 전문가들이 그 젊은 무용수 앞에서 넋을 놓았던 것도 당연했다. 그자들이 어디에서 그런 춤을 볼 수 있었겠는가. 볼쇼이나 키로프에서도 그렇게 춤추는 무용수는 없었다. 그런 재능은 유일무이했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온전한 재능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재능이, 그 완벽했던 육체가 부서지고 찢어진 채 반쯤 마비되어 있었고 무용수답지 않게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명료한 이성은 으깬 토마토 수프처럼 뒤섞여 있었다.

 

 

 

... 

 

 

 

 

이 면회의 후반부 대화를 일부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589 (체제의 이름, 비행사, 천사 이름 붙은 도시)

 

 

이 링크에 발췌된 이야기에는 이 단편의 다른 파트들에 대한 링크들도 좀 붙어 있다.

 

 

..

 

 

이 발췌문에 붙인 제목은 그냥 충동적으로 여기 나오는 단어들을 조합했음. 원래 이 단편은 1부 1~3장, 2부 1~3장, 3부 1~3장으로만 되어 있어 이런 소제목 같은 건 없기 때문에 여기 발췌해 올릴 때 내 맘대로 대충 붙이고 있다. 주인공이 피 토하고 정신 흐릿해진 상태이니 뭐 어울리는 듯... (미샤 : 뭐 임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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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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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진짜 덥다...

 

 

 

 

 

 

더위 좀 쫓아보려고... 겨울 밤 느낌의 '노치'(밤) 찻잔에 차 우려 마심

 

 

 

 

근데... 아무리 내가 여름에도 따뜻한 차 우려 마시는 사람이라지만.. 오늘은 후회함... 너무 더워서 ㅠㅠ 흐흑...

 

 

 

 

스타벅스 여름 신메뉴 썸머 젤로하 케익. 별 세 개 더 준다 해서 어제 들어오다 사봄. 이건 내 입맛에 얼추 맞았음. 치즈케익 위에 포도와 자몽이 든 젤리 무스가 얹혀 있음.

 

 

 

 

 

 

 

 

 

쿠마 : 젤리 속에 왜 딸기는 없어?

 

토끼 : 쿠마야 딸기철 지났단 말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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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후배들과 갔던 카페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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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8. 4. 10:22

나가기 전 간단한 아침 식사 tasty and happy2017. 8. 4. 10:22






밤기차로 고생해 올라온 덕에 시내에 일하러 가기 전 아침 여유가 좀 생김. 그래서 디카페인 차랑 과일로 간단한 아침식사.






오랜만에 쿠마 컵 ㅇㅅㅇ










어제 2집에서 캐리어에 넣어온 아오리와 체리 ㅋㅋ 그리고 메도브닉 남은 마지막 토막(매우 작음)










쿠마 : 내 얼굴 컵으로 교란하지 말고 딸기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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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