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이 신임감독과 폐위된 후계자의 면담 about writing2017. 6. 17. 22:21
내가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로 하고 미샤를 되살려냈을 때 구상했던 소설은 이른바 가브릴로프 이야기였다. 미샤가 체포된 후 지방 소도시의 보잘것없는 극장 감독으로 전출되고(사실은 유배) 그곳에서 겪는 일들을 그릴 생각이었다. 플롯과 인물들도 거의 다 구성했고 나 자신에겐 꽤나 흥미로운 프로젝트인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쓰기가 무척 힘들었다. 아마 이 소설은 다른 일을 하면서는 쓰기 어려운 종류의 글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틀어박혀 글만 쓸때 잘 풀릴 것 같은 종류의 소설이다. 나머지 글들은 거의 일을 하면서 짬짬이 썼는데...
하여튼 이 소설에서 최근 몇년 간 쓴 미샤에 대한 모든 글들이 나왔다. 이거 시작하려다 워밍업하려고 마로조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frost' 단편을 썼고 그러고 나서는 이 소설에 잠깐 등장하는 트로이라는 남자가 궁금해져서 트로이가 심리적 화자로 나오는 소설을 심지어 장편으로 쓰고, 나중에는 또 미샤와 렐랴가 나오는 추리소설 패러디 외전을 쓰고, 그러다 코즐로프가 나오는 단편도 하나 쓰고, 그러다 서무의 슬픔 시리즈를 쓰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등등등...
이 가브릴로프 소설을 쓰기는 할 것이다. 다른 글을 쓸때에도 항상 내 마음 속 가운데를 채우고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사실, '매우 잘 쓰고 싶다'라는 욕망 때문에 쓰기가 어려운 게 분명하다.
발췌한 에피소드는 예전에 먼저 발췌했던 http://tveye.tistory.com/3332 (요즘 쓰는 글, 행정 체계라는 간편한 대답)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실은, 서무의 슬픔 시리즈는 저 행정체계 얘기랑 이 에피소드를 쓰다가 새끼쳐서 나왔음...
시골 소도시 가브릴로프의 삼류극장에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미샤! 하지만 극장에는 구세력들이 우글거리고... 밖으로는 KGB 국장 스페호프, 극장 안에서는 전임 감독 쿠즈네초프와 그 후계자인 니콜라이 레베진스키, 그리고 그의 일파들이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이 와중에 폐세자나 다름없이 되어버린 레베진스키가 면담을 요청하는데... 과연 20대 중반의 애송이 감독인 미샤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오페라에 대해서도 물었다. 사람들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비록 미샤가 극장 전체를 총괄하는 예술감독직을 맡기는 했지만 발레계 출신인데다 가브릴로프 극장 자체가 오랜 세월 동안 무용에 특화되어 있었고 오페라는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임 감독이었던 쿠즈네초프 역시 오페라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고정 레퍼토리는 발레와 마찬가지로 4~5개뿐이었고 그나마도 한 달에 두세 번 공연하는 것이 전부였다. 미샤는 첫 2주 동안 피가로의 결혼과 라 보엠 무대를 보았고 근 20년 가까이 오페라단을 총괄하고 있는 말레도프스키와도 한 시간 정도 따로 미팅을 했다. 가수들도 만났다. 하지만 정작 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쿠즈네초프 체제에서 2인자의 자리를 공고히 해왔고 최근 1~2년 동안은 실질적으로 발레단의 레퍼토리와 무용수들의 지도를 총괄해온 것이나 다름없는 수석 안무가 니콜라이 레베진스키는 초조해져서 닷새째 되던 날 류다를 통해 미샤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류다는 전보다 두 배로 아이라인을 두껍게 칠한 눈꺼풀을 무겁게 깜박이며 끝을 길게 끄는 말투로 대꾸했다.
“ 그냥 노크하고 들어가면 될 거예요. ”
“ 안에 전화 한 통 넣어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유세야! 아무 것도 안 하고 죽치고 앉아서... 새 상사 덕에 팔자가 늘어졌군. 우리 감독님은 사람 만나는 걸 지독하게 싫어하나보지. 일이 줄어서 참 좋겠어. ”
“ 적어도 커피 타다 주고 두어 시간마다 간식 쟁반 갖다 바치는 일은 안 해도 되니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미샤는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일일이 전화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거지. 문은 열려 있으니까 이름 부르고 들어오면 된다고 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아까 차이카에서 마주쳤을 때 해도 됐을 텐데. 아니면 무대 점검하러 갔을 때나. ”
“ 난 공식적인 면담을 요청하는 거라고. ”
“ 하세요, 누가 말리나요. 지금 들어가세요. 조금 전에 티무르 보리소비치가 나왔으니까 아마 미샤 혼자 있을 거예요. ”
“ 빨리도 친해지셨군. 감독을 애칭으로 부르지를 않나. ”
“ 취임 파티 기억 안 나요? 감독님이 부칭 같은 거 붙이지 말고 그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잖아요. 예전부터 다들 그렇게 부른다고. 하긴 그때 당신은 심기가 불편해서 계속 술만 마시느라 못 들었나 보군요. ”
레베진스키는 류다를 노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책상을 서류철로 거칠게 한번 내리치더니 안쪽에 있는 미샤의 사무실로 곧장 걸어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뚜벅뚜벅 들어갔다.
미샤는 약 20분 동안 레베진스키가 발레단에 대해 떠들도록 내버려두었다. 레베진스키는 발레단의 구조와 운영 현황에 대해, 주요 레퍼토리에 대해, 가브릴로프 발레단의 역사와 특성에 대해, 안무가와 교사들을 비롯한 지도부에 대해, 연습 시간표에 대해 브리핑한 후 마침내 주역 무용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막 그가 타마라의 이름을 끄집어냈을 때 미샤가 처음으로 그의 말을 끊었다.
“ 잘 들었어요, 니콜라이 안토노비치. 도움이 되는군요. 레퍼토리에 대해서도 이제 이해가 됐습니다. 백조, 지젤, 코펠리아, 잠자는 미녀, 호두까기를 순서대로 돌린다는 거죠? ”
레베진스키는 부아가 치미는 것을 꾹 참고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과 새해 시즌에 올라간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 작품의 배경이 언제인지 모르느냐고 한 마디 해주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그의 머릿속에 새해 시즌마다 문화 채널에서 방영해주던 키로프 호두까기 인형이 떠올랐다. 저 망할 애새끼가 호두까기 왕자를 췄었지... 심지어 시립 발레학교 학생들은 강당에 모여서 다 같이 그 방송을 보곤 했다.
“ 호두까기 외엔 맞다고 해야겠죠. 그래도 일률적인 배정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백조 공연이 가장 잦죠. 인기가 제일 많으니까. 그 다음은 지젤. 그리고 코펠리아. 어린애들이 많이 보러 오니까요. 잠자는 미녀는 손이 많이 가서 두세 달에 한 번 꼴로 올라가고. ”
“ 갈라 공연도 있나요? ”
“ 관객 대상으로는 아니죠. 모스크바에서 높은 분이 들렀을 때 리셉션 파티용으로 올린 적은 두어 번 있지만. 아, 예외가 하나 있군. 발레학교 졸업 무대. 그거야 당연히 이것저것 섞게 되니까요. 우리 애들도 졸업생들 파트너 해주기도 하고. ”
“ 내년이 100주년이라고 들었는데 우리 극장 레퍼토리가 그렇게 적은 이유가 뭔가요? ”
“ 흠,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겠군요. ”
“ 그냥 미샤라고 부르시죠. ”
“ 그건 피차 좋을 것 같지 않군요. 그러니까, 내가 감독님과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고... 아무래도 주변 시선이 있어서 말이지요. 가뜩이나 여러 가지로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 쉬운 상황인데 이름까지 그런 식으로 편하게 부른다면 내가 고의로 무례하게 군다는 말이 나돌 겁니다. 뭐 내가 훨씬 나이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직위는 직위고 상사는 상사니까요. 그러니 부칭은 그대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
“ 그럼 좋을 대로 하시죠.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부분은 뭐죠? ”
“ 당신은 큰 극장에만 있었기 때문에 모를 겁니다. 여기는 볼쇼이처럼 거대한 극장도 아니고 키로프처럼 귀족적인 전통을 자랑하는 곳도 아닙니다. 규모 자체가 다르다는 말이에요. 관객들의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사실 파벨 유리예비치는 백조와 지젤, 호두까기만 남기려고 했었고 그 생각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주장해서 두 개를 더 살렸죠. 호두까기를 제외하고도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 하나 있어야 했고, 그래도 고전 발레를 표방하고 있으니 명목상 잠자는 미녀는 놔둬야 했던 겁니다. 솔직히 말해 이 동네 관객들 수준은 형편없어요. 몇몇 교양 있는 관객들을 빼고는 발레라면 그저 예쁜 여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분장한 남자들이 펄쩍펄쩍 뛰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잠자는 미녀라면 태반이 다 졸아버리죠. 그래도 극장의 예술적 자존심을 위해 일 년에 다섯 번은 올려야 한다고 내가 우긴 겁니다. ”
“ 극장 규모가 작고 관객 수준이 낮으니 레퍼토리는 인기를 끌만한 작품으로 최소화해야 했다는 얘기인가요? ”
“ 이를테면 그렇죠. 게다가... 이건 비공식적으로 하는 얘깁니다만, 우리 애들 수준도 거기서 거기예요. 잘 하는 애들 몇 명 빼고는 하향 평준화되어 있죠. 할 수 없잖습니까, 여긴 바가노바 아카데미도 없고. 귀감이 될 만한 스타 무용수도 없으니까요. 하긴 이제 하나 있군요. 당신은 무려 키로프 수석무용수 출신이니까요. 극장에 와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당신 이름은 다 알고. 어제 마감한 우리 발레학교 신입생 추가 모집 접수가 작년보다 몇 배로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무대에는 언제부터 올라가실 생각이죠? 적어도 2주 전에는 얘기해주셔야 할 겁니다. 그래야 포스터와 프로그램 인쇄를 바꿀 수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10월 첫 주 백조의 호수부터가 어떨지 싶은데. 역시 상대역으로는 타마라가 제일 나을 것 같군요. 실력도 그렇고 외모로 봐도 가장 잘 어울릴 테니까요. 뭐 브루넷을 선호한다면 레나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예쁜 애죠, 키는 살짝 큰 편입니다만. ”
미샤는 잠시 수석 안무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찌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날 감독실에서 보낸 시간 중 니콜라이 레베진스키가 가장 모욕감을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면담을 마친 후 친분이 두터운데다 때로 같이 자기도 하는 사이인 르이조바에게 분통을 터뜨리면서 ‘그 자식이 날 재보더군. 얼마나 재수 없게 째려보든지. 새파랗게 젊은 것이 그 계집애 같은 눈을 똑바로 뜨고 날 지그시 훑어보면서 어떤 식으로 날 무시해줘야 할지 머리를 굴리더라니까. 키로프에서 그런 짓만 배웠던 모양이야. 동료들과 기 싸움하면서 자리 꿰차고 콧대 세우고... 배역 기용은 자기 권한이라 이거지. 나보고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는 얘기야. 일개 너 같은 놈이 감히 자기 같은 대스타에게 언제 무대에 올라갈지 말지 떠들다니 주제를 알라는 표정이지 뭐였겠어!’ 하고 투덜댔다.
문틈으로 귀를 바짝 대고서 모든 대화를 엿들었던 류다는 그 얘기가 사무국에 좍 퍼졌을 때 코웃음을 쳤다.
“ 그건 또 무슨 바보 같은 소리람. 미샤는 그런 말은 한 마디도 안 했어. 그냥 자기는 무대에 올라갈 일이 없을 거라고 했지. 연초에 은퇴했다고. 그리고 무용수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어. 그리고서 오디션 얘기가 나왔던 거지. 그 사람은 콜랴처럼 잘난 척하면서 말하지 않았어. 파벨 유리예비치처럼 반말을 내깔기지도 않았다고. ”
하지만 류다도 그가 레베진스키에게 제대로 한방 먹인 것은 인정했다. 그때 레베진스키는 미샤의 은퇴 얘기에 한껏 안타까움을 표출하고 있었다.
“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그건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당신 같은 대스타가 우리에게 와줬는데 무대를 볼 수 없다니 그건 말도 안 되죠. 극장에 그 이름을 걸어놓고 막상 춤을 추지 않는다니! 다들 실망할 겁니다. 세상에 은퇴 생각 한 번 안 해본 무용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자, 이건 다 떠나서 무용계 선배로서 하는 얘긴데, 춤추다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마련이에요. 그만 두겠다는 말도 가끔 내뱉는 법이지만 그건 다 젊어서 그런 거죠. 돌아서면 다시 올라가고 싶은 게 무대인데. 나도 부상 때문에 은퇴했지만 지금도... ”
“ 난 부상 때문에 그만둔 게 아니라서요. 어쨌든, 니콜라이 안토노비치. 지금까지 발레단을 관리하느라 수고가 많으셨군요. 여름부터는 실질적인 감독 대행으로 공연도 총괄해 오셨다죠.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부탁드려야겠군요. ”
“ 그거야 전혀 미안할 일이 아니지요, 어쨌든 감독님은 여기 처음이고 난 이십 년 넘게 이 극장에 있었으니까요. 사정도 빠삭하고 무용수들에 대해서도 잘 아니까 당연하지요. 그런데 그 ‘조금만’이라는 것은... ”
“ 오늘이 9월 20일이군요. 내가 극장 사정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시즌은 벌써 시작했으니 9월 마지막 주까지는 지금처럼 공연을 총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겠죠? ”
“ 아, 물론... 전혀... 그런데 9월 마지막 주라고요? 앞으로 열흘 동안만이라는 건가요? 음, 그러면 10월부터는 어떻게... 그러니까, 10월 공연도 벌써 일정은 다 나왔는데. 설마 그걸 전부 바꾸려는 생각은 아니겠죠? ”
“ 아뇨, 10월까지는 일단 레퍼토리는 그대로 갈 겁니다. 새 작품을 추가한다 해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니까요. 배역은 아마 좀 바뀔지도 모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10월까지는 전임 감독과 당신이 짠 일정표와 배역 명단을 수정하지는 않을 거예요. 현실적으로 그럴 시간은 부족하니까요. 대신 오디션을 보려고 해요. 당신 말대로 난 여기 처음 왔고 개별 무용수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요. 9월 29일과 30일이 좋겠죠. 오페라가 올라가는 날이니까 무용수들도 부담이 덜할 테고. ”
10월부터는 자신의 권한이 대폭 축소될 거라는 예고에 이어 오디션 얘기를 듣자 레베진스키는 정신이 좀 혼미했다. 무겁게 당겨오는 뒤통수를 한 손으로 어루만지며 헛기침을 했다.
“ 흠, 오디션. 29일과 30일이라고요. 그 오디션이라는 것은, 어떤 배역에 대한 건지. 백조의 호수 얘기겠죠? 공연 횟수가 많으니까. 수석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가요, 아니면 제1솔리스트까지? 굳이 이틀이나 잡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
“ 백조. 지젤. 코펠리아. 주역과 솔리스트 바리아시옹들. 나머지는 10월에 생각하죠. 참가 대상은 제한을 두지 않을 겁니다. ”
“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한을 두지 않다니, 그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됩니다. 코리페도 모자라 군무 쪽 어중이떠중이들까지 전부 몰려들 거라고요. 그렇게 하면 이틀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걸요. 자기 실력을 착각하고 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자기는 잘났는데 위에서 기회를 안 줘서 군무진에 처박혀 있다고 불만만 더 늘어날 겁니다. 솔리스트들도 마찬가지고요. 아주 골치 아프게 될 거라고요. 그래서 파벨 유리예비치는 웬만하면 오디션을 하지 않았습니다. 드물게 하더라도 비공개로 하나씩 불러다 했고요. 원체 애들에 대해서도 잘 알았고 항상 붙어서 가르쳤으니 실력에 대해서도 잘 알았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감독님이 오디션을 진행한들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겁니다. 지금 수석들 외에는 주역 출 만한 애들이 없어요. 전문가라면 누구든 보는 눈은 같은 법이에요. 공연히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 글쎄요,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죠. 그리고 모든 역을 균일하게 소화하는 무용수는 없어요. 오디션은 공개로 진행할 겁니다. 낭비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얻는 게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
레베진스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감독실을 나왔다.
..
레베진스키가 '미하일 세르게예비치'라고 부르는 것은 예의를 갖춰 미샤의 본명과 부칭을 함께 부르는 것이다. 러시아 이름은 이름 + 아버지의 이름에서 나온 부칭 + 성으로 이루어진다. 미샤의 아버지 이름이 세르게이 야스민이기 때문에 미샤의 풀 네임은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야스민이 되는데 본편에서 미샤는 자기를 이름과 부칭으로 깍듯이 부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그냥 미샤라고 불러주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레베진스키는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 여러번 등장했었다. 거기서 좀 바보같게 그려지긴 했었음 ㅠㅠ 하지만 이 글이 오리지널이고 서무는 여기서 파생된 패러디 ㅠㅠ
레베진스키가 얘기하는 가브릴로프 극장의 다섯개 레퍼토리는 발레 레퍼토리 중 가장 유명한 작품들에 속한다만... (코펠리아는 그 정도로 대중적이진 않지만 이 동네에선 어린이용 발레로 남아 있다고 가정했다) 하여튼 시를 대표하는 극장이고 한때는 그래도 조금의 명성은 있었던 곳이니만큼 다섯개 레퍼토리만 가지고 줄창 돌려댄다는 것은 솔직히 좀 너무한 상황이긴 하다 :)
이 가브릴로프 본편은 아직 120페이지 정도밖에 못 썼다... 이 소설은 쓰기가 참 힘들다. 원래 미샤를 되살렸을때 처음 구상한 것이 이 글이었는데... 결국 이 글이 잘 안 써져서 다른 장편과 중편과 단편, 패러디 외전, 심지어 서무 시리즈도 모자라 지나와 말썽쟁이 낙서까지 나와버렸어...
아래는 그래도 전에 군데군데 발췌했던 이 가브릴로프 본편의 일부 에피소드 링크들.
http://tveye.tistory.com/3408 1부 마무리. 키라와 미샤
http://tveye.tistory.com/4451 햇살, 본편의 베르닌과 서무의 단추 사이
http://tveye.tistory.com/5368 가브릴로프 KGB 등록 절차, 검색대
http://tveye.tistory.com/4971 이웃사촌 베르닌, 미샤의 두가지 해법
http://tveye.tistory.com/5114 천사가 날개로 쓰다듬고 지나간 사람, 렐랴의 인터뷰
..
맨 위 사진은 마린스키 극장 사진 :) 가브릴로프 극장은 내가 만들어낸 곳이라 사진이 없음. 물론 마린스키(당시 키로프)와 가브릴로프 극장의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 미샤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처음 와서 가브릴로프 발레단 무용수들 무대를 보고 기절할 뻔(ㅜㅜ)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about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배된 미샤와 감시요원 베르닌의 첫 대면 (16) | 2017.08.12 |
---|---|
면회 - 발광 페인트 토마토 수프 (24) | 2017.08.05 |
모든 장미가 시들지만 (12) | 2017.06.13 |
논쟁하는 미샤와 일린, 백야와 페트루슈카, 회색 고양이 (28) | 2017.06.12 |
지나이다의 회상, 보드카, 진짜 중요한 것 (28) | 2017.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