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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림스키 코르사코프 거리.

저날 저녁 나는 러시아 박물관에 다녀온 후 이삭 성당 앞쪽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숙소가 있는 저 림스키 코르사코프 거리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6월이었지만 이날은 날씨가 흐리고 쌀쌀했다.

 

이 사진에 나와 있는 키큰 남자는...

 

횡단보도에서 신호 기다리고 있는데 내 곁으로 오더니 너무나 허물없이 '아가씨, 불 있어요?' 라고 물었다.

 

나 : 어, 음... 전 담배 안 피우는데요.

남자 : 아쉽구만요. 피우면 좋을텐데.

 

그리고는 아직 빨간불인데도 불구하고 긴 다리로 휘적휘적 길을 건너가더니 어째선지 저 자리에 멈춰서서 하염없이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신호가 바뀐 후 길을 건넜고 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아픈 다리를 끌며 숙소로 혼자 돌아갔다.

 

다음날 료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 : 나 담배 피울 것처럼 생겼어? 

료샤 : 아니.

나 : 근데 그 남잔 왜 나한테 불 달라 그랬지? 생각해보니 전에 공원에 앉아 있을때도 어떤 애기 엄마가 나한테 불 있냐고 물었는데.

료샤 : 해골옷 입고 있으니까 그렇잖아!!

나 : 결론은 맨날 해골이니 ㅠㅠ

 

 

..

 

근데 이상하게도 불 없다고 하니 아쉽다고 한 후 무단횡단해 휘적휘적 건너가 길 맞은편을 바라보던 저 남자 뒷모습이 한동안 기억에 남았다. 쓸쓸해 보였기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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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