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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려는 건 아니고, 그냥 어제 마린스키 발레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올라온 발로쟈의 공연 생방송을 보고 아주 짧은 후기 + 지금 진행 중인 토크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짧게.

 

 

공연은 스메칼로프가 그를 위해 안무하고 요즘 유명한 러시아 작가인 알렉산드르 치프킨이 써준 대사들이 융합된 신작 Palimpsest와 젊은이와 죽음, 그리고 발란신의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져 있었고 방송으로는 앞의 두개만 나왔다.

 

 

 

 

어제 공연은 방송을 해줘서 무척 좋았고 또 리허설과 토크 등 인터뷰 영상도 있어서 팬으로서는 무척 반갑고 좋았다. 다만 어제는 음악이 좀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휘자도 평소에 자주 나오던 분이 아니었고, 특히 젊은이와 죽음은 음악이 좀 빠르게 갔다. 파이널에서 속도가 좀 삐걱거렸다. 발로쟈는 언제나처럼 훌륭했지만 젊은이와 죽음 무대 자체는 작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 다음날 추가 : 그런데 발로쟈의 며칠 전 78채널 인터뷰에서는 그 지휘자분이 자기가 어릴 때부터(발레학교 시절부터) 자주 해오던 분이라 친밀하고 더 편하다고 한다... 그럼 그냥 내 느낌일 뿐인가.... 음악이 삐걱거리고 파이널에선 좀 빨라졌는데... 무대 세팅 바꿀 시간이 모자랐는지 막도 너무 금방 내리고 ㅠㅠ 근데 그날 공연 보고 온 팬들 몇몇도 음악이 좀 빠르고 거칠었다는 평이 있긴 했다) 

 

 

스메칼로프가 그를 위해 안무해준 Palimpsest는 알렉산드르 치프킨의 대사들이 중간중간 나온다. 발로쟈가 직접 대사를 한다. 치프킨은 스메칼로프와 '세 친구'라는 최근 공연에서 같이 작업을 한 후 거기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이 작품도 같이 했다는데, 대사를 들어보니, 인간의 삶을 파피루스들에 적힌 글자들로 처음에 비유하고, 한 인간의 인생에는 주변의 사람들,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흔적을 남기는데(마치 글자들처럼), 이것은 아무리 지워도 결국은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 등등의 이야기를 테마로 하고 있었다.

 

 

좀 아쉬웠다. 좀 급조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스메칼로프가 요즘 다작을 하긴 한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더 앞섰다는 생각도 들었다. 발로쟈의 표현력은 무척 좋았고 그의 움직임은 굉장히 아름답고 격정적이었다. 하지만 안무 자체는 좀 아쉬웠다. 관객들 가운데에서도 보수적인 발레애호가들은 '그건 안무도 아니고 발레도 아니었다, 관객모독이었다' 라는 평을 하기도 했다.

 

 

뻬쩨르 관객들이 좀더 보수적이고 스노비즘도 있긴 하다만 어떤 관점에서 그러는지 약간 이해는 간다. 나는 발로쟈가 클래식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시도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고 싶어하는 무용수라고 생각하고 그런 면을 좋아하지만, 어제의 Palimpsest는 좀 아쉽긴 했다. 하지만 '그건 안무가 아니다, 관객모독이다'라는 평은 좀 너무 나간 것 같긴 함. 물론 좋았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나는 무용수로서의 발로쟈를 본 것은 좋았지만 이 작품 자체는 좀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스메칼로프 작품은 차라리 힘빼고 부드럽게 만든 감정적 소품이 더 취향에 맞는 편이다. 이 작품은 발로쟈의 춤과 대사 낭송(생각보다 잘함. 기대 안 했었는데), 니나 슈테렌베르크의 의상이 더 근사했다. 바르톡의 음악도 멜로딕한 건 아니다 보니 무대가 좀 먹히는 느낌이 들었다. 애초 작년에 하려다 부상으로 포기했던 스페셜 이브닝 라인업에 있던 아가씨와 건달이 있었으면 더 대중적이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그건 블라디보스톡에서 췄음) 또 이게 그냥 갈라 공연이 아니고 뜨보르체스키 베체르(노어로 창작의 밤이란 뜻이다)이고, 자기를 위해 신작을 안무해주는 안무가가 있다는 건 무용수에겐 정말 소중한 일이긴 하다.


 

마지막의 다이아몬드는 방송으로는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작년 여름 블라디보스톡에서 그와 테료쉬키나가 춘 무대를 봤는데 내가 발란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역시 아주 감명깊지는 않았지만 이 사람의 클래식 무용수로서의 진가가 확연히 드러났던 무대라 그게 좋았던 기억이 있다. 아마 어제도 그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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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