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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위안을 위한 무용수들 사진 몇장
디아나 비슈뇨바. 마린스키 앞에서. 사진은 Mark Olich.

아아 나도 여기 자주 갔는데.. 역시 세계 최고 발레리나의 자태는 넘사벽... 너무 아름답구나 ㅠㅠ (난 여기서 사진 찍어도 그저 운하 앞의 토끼 한마리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황금노예. 사진은 alex gouliaev.

발로쟈, 요즘 복근 운동 열심히 하더니 보람 있구나 :)






젊은 시절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당신때문에 러시아어 전공하게 됐는데 부디 꼭 한번만 실제로 볼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해적의 알리.
어머 이 사람 이렇게 멋있게 나온 화보 드문데...





마리야 아바쇼바. 에이프만 발레단 간판 발레리나.
안나 카레니나 출때 봤는데 딱 에이프만의 페르소나 무용수였다. 늘씬하고 길고 낭창낭창하고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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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앞서 올린 서무의 슬픔 20편 '베르닌, 무대에 데뷔하다'(http://tveye.tistory.com/3708)와 관련해..

발레 돈키호테에서 바질이 보여주는 화려한 춤들 영상 몇 개 더 소개.

 

 1. 1막의 바질과 꽃파는 처녀들 3인무 클립

 

: 6명의 러시아 무용수들 춤 모음~ 이건 전에 한번 소개한 적 있는 영상이다.

순서대로 이반 바실리예프,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빅토르 레베제프.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안드레이 메르쿠리예프, 그리고 세르게이 폴루닌. 다들 바질을 해석하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고 동작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파 드 트루아라도 전부 느낌이 다르다. 

이 6명 중에서 내 개인적인 취향은 사라파노프 바질이 제일 깔끔하고 맘에 든다. 바실리예프나 메르쿠리예프의 바질은 내 취향보다는 너무 서커스 같아서... 슈클랴로프는 몇년 전 클립이라 지금보다 훨씬 소년 같은데, 이 사람은 테크닉보다는 번져나오는 생기와 해맑은 기운이 좋다.

 

 

 

2. 3막. 바질의 자살 쇼~ 바질 역 무용수의 통통 튀면서도 능글맞은 연기력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와 올레샤 노비코바 버전.

 

블라지미르 포노마료프의 돈키호테 연기를 잘 보세요~ 단추청년 베르닌, 하를람피 푸고비체프는 이렇게 연기를 해야 함 :)

 

 

 

 

 

3. 바질의 자살 쇼 하나 더. 옛날 영상이라 화질이 안 좋다만.. 아마 89년인지 90년대 초반일 것이다. 바질은 바로 파루흐 루지마토프. 키트리는 타치야나 체레호바. 말이 필요없는 톱이다!  여기 돈키호테도 위의 2006년과 마찬가지로 블라지미르 포노마료프.

 

 

 

 

4. 그리고 결혼식 2인무 중 바질과 키트리의 화려한 솔로와 파이널.

먼저 사라파노프와 노비코바. 사라파노프는 정말 깔끔한 테크닉을 보여준다!!! 좀 얄미운 밤톨같이 생기긴 했지만 춤을 너무너무 잘 추니 다 용서되는 바질이다!!

 

 

 

 

 

5. 결혼식 2인무 하나 더. 마지막이니 역시 사심을 담아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파트너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이건 팬이 찍은 거라서 구도가 좀 나쁘다... 나야 슈클랴로프의 팬이고 그를 무척이나 예뻐하지만 확실히 테크닉으로 보면 4번의 사라파노프가 한 수 위이다. 슈클랴로프는 turner보다는 jumper 쪽이라 그런지 가끔 피루엣이나 푸에테가 좀 불안정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사람의 도약과 쾌활한 에너지는 영상으로는 다 전달이 되지 않는다. 무대에서 그가 뛰어오르고 춤추고 웃기 시작하면 같이 즐거워진다.

테료쉬키나는 아주 훌륭한 키트리이다. 난 노비코바가 김기민씨와 춘 키트리를 무대에서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키트리 쪽은 테료쉬키나가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노비코바는 키트리 치고는 너무 청순하고 파워가 좀 떨어지는 편이고 테료쉬키나는 키트리처럼 화려하거나 메흐베네 바누처럼 강렬한 역이 어울린다.

 

 

 

 

 

사족으로 서무 시리즈에서 왕재수, 즉 본편의 미샤가 추는 바질은 기본적인 테크닉이나 스타일은 파루흐 루지마토프와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쪽에 가깝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레닌그라드 바가노바 아카데미 출신에 정통 키로프 무용수였기 때문인데, 아마도 그의 바질은 사라파노프의 깔끔한 테크닉에 루지마토프의 양성적이고 표범같은 움직임이 결합된 스타일이었을 것이다. 사모두로프처럼 가볍게 뛰어올랐을테고.

 

본편의 미샤는 진지한 성격이라는 평을 듣는 인물이지만 의외로 무대에서는 희극적인 역할도 잘 소화해서 바질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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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젊은 안무가들의 신작 발표 공연이 있었다. 매년 이어지는 것인데 올해도 마지막 메인은 유리 스메칼로프의 작품이었다. 작년에는 나보코프의 원작을 바탕으로 안무한 카메라 옵스쿠라였고 올해는 저승 세계의 오르페우스. 모두가 잘 아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각색한 작품이었다. 스메칼로프의 인터뷰와 슈클랴로프의 리허설 클립을 보고 굉장히 궁금했는데 마린스키 tv 사이트에 올라와 있어 방금 봤다.

 

나는 스메칼로프가 안무한 작품들을 다 보지는 못했어도 여러 편을 영상으로 봤고 지난 2월에 갔을 때도 마린스키 구관에서 그의 '봄의 예감' 무대를 봤다. 스메칼로프는 에이프만 발레단에서 기본기를 닦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안무 스타일에는 상당히 에이프만 냄새가 배어 있다. 묵직하고 때로 어둡고 드라마틱하며 때로는 과잉이다.

 

이번에 봤던 봄의 예감은 너무 젠체하다 끝나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의 '이별'이나 카메라 옵스쿠라, 볼레로 공장 등은 좋았다. 그리고 오늘 본 저승 세계의 오르페우스는 여태껏 본 그의 안무작 중 가장 내 마음에 들었다. 라흐마니노프도 평소엔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과는 잘 어울렸다. 일단 오르페우스 신화 자체가 드라마틱하며 심금을 울린다. 무대 미술에도 꽤 신경을 썼고 가끔 스메칼로프 안무에서 과잉으로 치닫는 경우가 있는 죽음과 어둠의 드라마도 이 작품에는 잘 녹아들어갔다. 아마도 그건 슈클랴로프의 드라마틱한 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젊은 안무가의 신작 치고는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이며 야심찬 작품이지만 그 무게중심은 오롯이 오르페우스의 춤과 그의 절망, 그의 감정선에 놓여 있다.

 

물론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이므로 후자도 중요한 것 같지만 내 개인적 감상으로는 이 작품에서 에우리디케 역의 옥사나 본다레바는.. 음, 열심히 추기는 하지만 사실 뻣뻣하고 밋밋하다는 느낌이 좀 들었는데 이것이 본다레바의 문제인지 아니면 스메칼로프의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의 그림자에 가려진 그저 '여성 파트너'로서의 존재감 밖에 부여받지 못해서인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뷰 클립에서 스메칼로프는 슈클랴로프를 위해 오르페우스를 안무했다고 밝혔는데 요약하자면 '그는 훌륭한 테크닉을 소유하고 있으며 춤 또한 최상급이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내부에는 아주 드라마틱한 영혼이 살아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란 얘기다. 이 얘긴 작년에 카메라 옵스쿠라를 안무했을 때도 했던 말이다. 스메칼로프와 슈클랴로프가 매우 친한 사이이기도 하지만, 안무가로서의 스메칼로프가 무용수로서의 슈클랴로프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정이라기보다는 냉철한 판단에서 나온다. 나 역시 거기 동의한다.

 

오르페우스를 춤추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는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절망해 몸부림치는 순간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로미오와 어느 정도 중첩되는가 싶지만 셰익스피어와 그리스 비극은 분명 다르다. 로미오가 죽음으로 무대에서 사라지는 순간, 스메칼로프의 오르페우스, 슈클랴로프의 오르페우스는 죽음 너머로 천천히 나아간다. 그래서 이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러브 스토리라기보다는 신화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가의 고통스러운 탐색과 죽어버린 뮤즈에 대한 갈망에 더 가깝다.

 

나는 언제나 오르페우스 신화의 결말에 매혹되곤 했다.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뒤를 돌아봐서 에우리디케를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사모하던 님프들에 의해 죽는다. 자신들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아름다운 예술가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님프들은 그를 죽인다. 오르페우스가 리라를 뜯으며 노래하자 그 음악의 아름다움 때문에 누구도 그를 죽일 수 없었기에, 님프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러 음악이 들리지 않도록 한 후 그를 말 그대로 찢어 죽인다. 그리하여 오르페우스는 다시금 지하로 내려가 이제는 죽은 몸으로 아내와 재회한다.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가장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사랑 이야기이며 예술가와 그의 예술에 대한 가장 시적인 이야기이다.

 

그리고 스메칼로프는 그 마지막을 저버리지 않았다. 섬뜩한 분장을 한 님프들이 달려들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오르페우스를 둘러싸고 그의 옷자락을 찢고 리라를 부숴버릴 때, 그리고 오르페우스가 죽어 넘어질 때 난 오랜만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아마도 그 장면 때문에 내가 이 리뷰를 쓰고 있을 것이다.

 

슈클랴로프의 오르페우스는 사랑에 빠진 남자, 미를 창조하는 예술가, 죽음의 왕국으로 내려가 그곳을 헤매고 사랑하는 여자를 데리고 나올만큼 용기 있는 영웅, 그리고 결국은 뒤를 돌아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욕망을 극복하지 못해 파멸하는 '인간'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 오르페우스는 고통스럽고 또 아름다웠다. 사랑에 빠진 오르페우스, 그리고 관객들로 하여금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오르페우스였다. 동시에 그 사랑을 거절당한 순간 파괴해버리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언제나 나를 끌어당기는 주제들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를 정말로 좋아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햇빛처럼 밝고 해맑은 속성을 표현하는 능력이 있지만 그의 내부에는 어둠의 드라마를 끌고 나올 능력도 있고 스메칼로프는 그것을 포착한 것이다. (내가 슈클랴로프에게 '정말로' 반한 계기가 된 작품도 롤랑 프티의 '젊은이와 죽음'이었다)

 

월요병으로 괴로워하던 일요일 밤이었지만 그래도 영상으로나마 좋은 작품을 봐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하긴 이게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작품이긴 하지..

 

아래는 스메칼로프의 인터뷰와 슈클랴로프/본다레바의 리허설이 교차된 클립 링크. 이건 유튜브에도 올라왔다. 러시아어 이해하시는 분들은 들어보시면 재미있어요.

 

 

 

이 작품만 발라낸 클립은 아직 유튜브엔 안 올라왔고, 마린스키 티비 사이트에서 3월 21일 방송을 다시보기 하면 볼 수 있다. 이날 젊은 안무가들 공연이 많았는데 나도 아직 이 작품밖에 못봤다. 이 작품은 맨 마지막, 거의 3시간 째에 나온다. 링크는 여기 : http://mariinsky.tv/n/e

 

나중에 유튜브 올라오면 추가로 링크 올려보겠다.

 

** 영상 보자마자 생각나는 대로 썼더니 문장도 부자연스럽고 글도 좀 두서가 없네.. 그래도 잊어버리기 전에 써두자.. 정돈된 리뷰를 올리려고 했더니 이번 2월 마린스키 공연들은커녕 작년 백야 때 본 공연들 리뷰도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하나 밖에 못 올렸음 ㅠㅠ

 

** 사족 : 꽃돌이 찬양.

아아... 타이트한 금빛 하의에 반라로 춤추는 슈클랴로프의 오르페우스는 정말 님프들로 하여금 끝없는 욕망을 느끼게 할만큼 근사하구나...

 

** 작년의 스메칼로프 안무 '카메라 옵스쿠라'에 대한 짧은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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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월요병을 달래는 마린스키 무용수 화보 몇 장.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발레리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로 시작.

마린스키 브 콘탁테 페이지에서 얻어온 사진. 캡션이 달려 있긴 한데 노어라서.. 2013년 3월의 제13회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때, '한여름밤의 꿈' 무대 화보이다. 사진사는 Gene Schiavone.

 

 

 

그리고 아름다운 디아나 비슈네바. 분장실 사진 두 컷.

이건 비슈네바의 페이스북에서 얻은 것 같은데 긴가민가..

난 분장실이나 연습실의 무용수들 사진들을 매우 좋아한다.

 

 

 

 

이제부터는 사심 가득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

이건 최근 뉴욕 투어. 백조의 호수 추는 중.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아무리 봐도 지그프리드가 백조들보다 더 예쁜 건 반칙이지만.. 어쨌든 눈호강!!

사진사는 Jack Vartoogian.

 

 

 

역시 Jack Vartoogian의 사진 한 컷 더.

테료쉬키나 오데트를 안고 있는 슈클랴로프 지그프리드..

 

잘못했어, 오데트야.. 나 용서해줘 ㅠㅠ 나는 많이 예쁘니까 좀 용서해줘 ㅠㅠ 나처럼 예쁜 왕자 어디 가서 구하기 쉽지 않아... 저 영국 가봐, 왕세자가 66살이야..

 

 

 

테료쉬키나 오데트를 떡하니 허벅지에 올려놓고 포즈 잡는 슈클랴로프 지그프리드.

 

이걸 잘해야 진짜 마린스키 지그프리드임!!! 이거 못하면 좀 빈정 상함.. 이거랑 로트바르트 날개 멋있게 뜯는 거.. 게스트 무용수가 마린스키 와서 지그프리드 출 때마다 유심히 보는데 확실히 이 두 개가 좀 약함 ㅋㅋ 슈클랴로프는 물론 잘한다 :)

 

 

뉴욕 투어 갔을 때. 백조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사진은 Natalie Keyssar.

역시 리허설 사진들은 날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다.

 

 

마지막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와 함께 춘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yev.

전에도 쓴 적 있지만 내가 슈클랴로프를 무용수로서 재평가하게 된 무대였다. 그전까지는 귀엽고 반듯하고 예쁜 무용수였다면 이 무대를 직접 본 후 배우로서의 그의 역량을 평가하게 되었음.

얘가 추는 이 무대 다시 한번 바로 앞에서 보고 싶다. 원체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롤랑 프티의 모든 작품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만은 매우 좋아한다.

태그의 '젊은이와 죽음'을 클릭하면 전에 이 발레에 대해 올렸던 포스팅, 사진, 영상들을 볼 수 있다. 덧붙여 writing 폴더에 발췌했던 미샤와 이 작품에 대한 짧은 대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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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래 전 루지마토프와 비슈네바가 췄던 젊은이와 죽음 영상 클립. 아쉽게도 이게 비슈네바 등장/퇴장 부분까지만 편집되어 있어 앞부분과 아주 중요한 뒷부분은 잘렸지만.. 그래도 둘의 춤은 아주 근사하다.

 

이 당시에는 아직 둘이 헤어지기 전이었던 것 같다. 90년대 후반에 페테르부르크에 있다가 돌아올 때가 되었을 때 몇 달 더 있다 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었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루지마토프의 젊은이와 죽음 광고가 붙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못 보고 돌아와서 무척 슬펐었다. 그 당시 췄던 클립인 것 같다.

 

젊은이와 죽음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전에 바리쉬니코프, 누레예프, 슈클랴로프 버전 영상 링크도 올린 적 있는데 위의 루지마토프 버전과 비교해 보면 다들 느낌이 다르다.

 

루지마토프의 춤을 보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은, 이 사람은 정말 유일무이한 무용수라는 것이다. 물론 바리쉬니코프와 누레예프는 길이 남을 위대한 무용수이다. 하지만 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루지마토프의 육체는 아주 유연하고 가볍고 채찍처럼 휘감겨든다. 이 작품 같은 경우도 다른 무용수들이 췄던 버전과 비교해보면 이 사람이 몸을 쓰는 방식은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중앙아시아 출신인데다 상당히 가부장적이며 남성적인 사고 방식을 지녔고 전성기 내내 자기본위적이라는 평을 들었던 나르시스트이지만, 무대 위에서 뒤틀리고 날아가고 뛰어오르는 루지마토프의 육체는 일반적인 마초 남성 무용수와는 달리 매우 양성적이고 우아하고 부드럽고 가볍다. 저런 육체와 도약과 움직임 앞에서는 오직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2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무용수이자 안무가 주인공을 되살려 냈을 때 루지마토프의 움직임과 그 육체적 특성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디아나 비슈네바. 이 당시는 아직 한창 젊을 때라 성숙한 느낌은 덜하지만 그래도 볼만하다. 둘의 케미스트리도 좋고...

 

관련 사진 몇 장.

 

 

 

 

 

** 이전에 올렸던 젊은이와 죽음 에 대한 포스팅들은 아래..

 

국립발레단 젊은이와 죽음(김용걸) : http://tveye.tistory.com/2403

젊은이와 죽음에 대한 얘기 + 누레예프, 바리쉬니코프, 슈클랴로프 영상 : http://tveye.tistory.com/2389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슈클랴로프 짧은 클립 : http://tveye.tistory.com/2087

젊은이와 죽음에 대해 삽입한 짧은 글 : http://tveye.tistory.com/2390

 

** 사족

 

이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간만에 극장 박물관에 갔을 때였다. 박물관 다 돌고 내려와 샵에 갔다가 점원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누레예프 책갈피랑 이런저런 책을 권해주시고 비슈네바 엽서를 권해주셔서 루지마토프 엽서 없나요? 했더니 할머니가 무지 반가워했다.

 

" 아, 그 사람 건 지금 없는데.. 루지마토프를 좋아해? "

" 네, 옛날에 여기 살때부터 좋아했어요. 그 사람 무대 너무 멋졌어요. "

" 훌륭한 무용수지. 좋은 사람이고. 정말 훌륭해. "

 

할머니는 계속해서 '훌륭한'이란 형용사를 반복했다.

 

" 여기 자주 왔는데.. 요즘은 조금 뜸하지만. 지금 어디 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매년 와. 좋은 사람이지. "

 

극장과 박물관에서 일하는 할머니들과 얘기하는 건 가끔 참 즐겁다 :)

 

** 태그의 파루흐 루지마토프 를 클릭하면 그간 이 사람에 대해 올린 글이나 영상, 사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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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최근 마린스키 초연에서.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은 비열하고 이기적인 남자라기보다는 열렬한 사랑에 빠진 소년 같은 아르망이었다. 아르망이 청순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테료쉬키나의 마르그리트와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은 살짝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관객들의 감정선을 제대로 자극하는 힘은 있었다. 리뷰는 이번 주중에 따로..

 

 

 

인사하는 자태도 우아하고 아름다움 :)

 

 

 

 

 

그러나 들어가기 직전에는 눈웃음으로 관객들의 환호에 보답 :)

 

저 의상 무척 잘 어울렸다.

 

옆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이건 라 바야데르. 이 사람의 솔로르는 드라마틱하고 근사했다. 춤도 좋았다. (그래도 솔로르가 나쁜놈이란 건 변함없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니키야도 생각보다 좋았다. 내 취향으로는 세미오노바보다 테료쉬키나가 훨씬 나았다.

 

솔로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파란색 탑과 팬츠, 그리고 깃털을 착용하고 미모를 뽐내는 중 :) 저거라고. 솔로르는 저 의상이어야 해! 전체를 뒤덮는 상의와 타이츠가 웬말이냐~!

 

라 바야데르 리뷰도 가능하면 주말에..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라 바야데르 모두 마린스키 구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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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폴루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요즘 내 데스크탑 배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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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6.14(토) 저녁 7시 공연.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

 

 

캐스팅

지젤 : 김나은

알브레히트 : 이고르 콜브

힐라리온 : 이동탁

페전트 파드 시스 : 홍향기, 송호진, 심현희, 강민우, 민홍일, 샤오 쿤

미르타 : 김애리

 

..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냥 간단한 리뷰만 남긴다.

 

난 항상 유니버설 발레단 버전 지젤을 좋아했다. 국립발레단 지젤은 무대 미술이나 무용수들은 좋지만 내가 파트리스 바르의 안무를 좋아하지 않는 탓에 무용수들이 아주 춤을 잘 추거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잘 이어줄 때 좋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뭔가 잘 차려놓긴 했지만 마음 어딘가는 헛헛하다..' 이렇게 돌아오곤 한다. 이에 반해 유니버설 지젤은 조금 더 고전적이고 아기자기하고 마린스키 버전과 흡사해서(어쩌면 이것 때문인지도..) 이입도 잘 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 마음 속 최고의 지젤은 언제나 김주원씨였기 때문에 그녀가 있을 때는 국립발레단 지젤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김주원씨가 떠난 후 국립발레단 지젤을 보러 가면 거의 언제나 뭔가 아쉬웠다. 이동훈씨의 알브레히트는 좋지만 :)

 

오늘 김주원씨가 나오는데.. 사실 난 캐스팅 공지가 나오기 전에 표를 끊었다. 그래서 김주원씨 나오는 것도 뒤늦게 알았는데 이미 토요일 공연을 끊었고, 평소 같았으면 일요일 것도 예매해서 갔을 테지만 오늘 몸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 그래도 콜브의 알브레히트를 봤으니까 만족.

 

전반적으로는 무난하게 봤다. 아쉬운 점 몇 가지를 먼저.

 

1. 페전트 파 드 두가 페전트 파 드 시스로 바뀌었는데 나름대로 이것도 아기자기하고 볼만하긴 했지만 그래도 2인무일 때가 더 좋았다...

 

2. 김나은씨의 지젤은 무난했다. 아무래도 체격이 왜소해서 그런지 선이 곱게 살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 아쉬웠고..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확 사로잡는 부분도 없어 살짝 아쉬웠다. 2막에서는 상체와 팔이 조금 구부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지젤 광란 장면에서는 많이 슬펐다. 알브레히트 나쁜놈아 ㅠㅠ

 

3. 미르타는 매우 아쉬움... 미르타의 매력이 무엇인가.. 서릿발 같은 매정함과 카리스마인데 그게 부족했다. 별로 무섭지가 않았다(ㅜ.ㅜ) 미르타 등장 씬부터 시작해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아쉬웠다.

 

그러고보니 나는 소수파인가.. 미르타와 힐라리온 지지자 :) 내가 미르타라면 저 나쁜 알브레히트를 가차없이 처단할 것이며 힐라리온은 살려줄 것임!!

 

4. 윌리 군무는 나쁘지 않았지만 숫자가 줄어서 규모도 그렇고 건축학적 아름다움도 조금 손상된 게 아쉽다. 왜 한 줄을 빼버렸지... 페전트는 불렸으면서 ㅠㅠ

 

좋았던 점 몇 가지.

 

1. 문훈숙 단장의 해설

 

유니버설 발레단은 예전에도 지젤 때 자막을 넣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처음에는 '좀 오글거린다, 자막까지..'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자막을 보면서 '아니, 내가 그렇게 지젤을 많이 봤는데 여기 이 장면은 이런 뜻이었다는 걸 몰랐네!'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초보자들도 많이 오고 아이들도 많이 오니 자막을 넣어주는 것도 그렇고 단장이 직접 나와 여러 가지 마임과 줄거리를 설명해주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지젤을 해설해주는 사람이 바로 문훈숙 단장이라는 것도 딱 어울리고.

 

2. 이고르 콜브~

 

내 입엔 이고리 콜브가 배어 있다만.. 사실 저 이름 이고르는 끝에 연자음 부호가 붙기 때문에 '르'와 '리의 중간 발음이긴 하다.

 

콜브의 알브레히트 무대는 사실 처음이었다. 내게 콜브는 언제나 황금 노예를 비롯해 이국적이고 섹시한 타입의 무용수였다. 지난 3월말 마린스키에 갔을 때 본 곱사등이 망아지에서의 코믹한 악당 시종장 역도 캠피할 정도로 섹시하게 느껴졌고... 그의 알브레히트는 간간이 동영상 클립 몇개를 본 게 전부였고 실제로 무대를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과연 콜브의 알브레히트는 어떨지 궁금했다. 섹시한 유혹자일 것인가, 아니면 번듯한 백작님일 것인가. 이 사람이야 나이도 있고 스타일도 그러니 사춘기 소년 같은 알브레히트일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반듯한 알브레히트였다. 1막의 유혹자일 때는 적극적인 스킨십 등도 그렇고 외모 때문에 막 청년기에 들어서서 자유를 갈망하는 알브레히트라기보다는 성숙한 바람둥이 알브레히트 같긴 했지만. 이 버전의 1막에서는 알브레히트의 춤이 특히 적기도 했고.

 

이전에도 여러번 얘기했듯 보통 나는 언제나 힐라리온 편이고 알브레히트가 아주 춤을 잘 추거나 아주 예쁠 경우 그를 옹호해주게 되는데.. 콜브의 알브레히트라면 지젤이 죽어도 좀 옹호해주고 싶지 않을까 했지만 1막 알브레히트는 역시 못된 놈이었고 정이 갈만한 짓을 안해서 역시 죽일 놈 모드가 되었다. '콜브고 뭐고 알브레히트 나쁜놈~' 하고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이다 ㅋㅋ

 

콜브의 알브레히트는 사실 2막이 더 좋았다. 1막에서는 매력을 발산할 기회가 너무 없었다. 그의 2막 알브레히트는 내 예상과는 달리 화려하고 섹시하다기보다는 매우 유려하고 반듯했다. 동작 하나하나가 섬세했고 잘 계산되어 있었다. 윌리들 앞에서 죽음으로 치닫는 춤을 출 때도 광란과 격렬함, 화려한 테크닉, 이어지는 앙트르샤 곡예 대신 반듯하고 절제된 춤사위를 보여줘서 의외였다. 그런데 상당히 좋았다. 연기력도 뛰어나고, 상체의 움직임도 역시 좋다.

 

3. 힐라리온~

 

이동탁씨의 힐라리온이 좋았다. 나야 뭐 힐라리온 옹호자니까 웬만하면 그의 입장에 이입한다만.. 연기도 괜찮았고 죽음 씬도 좋았다. 나에게 최고의 힐라리온은 일리야 쿠즈네초프이긴 하지만.

 

대체 왜 힐라리온을 죽이는 겁니까.. 무슨 죄가 있다고.. 흐흑...

 

내가 안무가라면 힐라리온을 주인공으로 해서 지젤을 개작하고 말 것이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주인공도 나중에 안무할 때 힐라리온을 재해석하게 될 거다!! 그렇다고 자기가 출 건 아니고 다른 무용수를 시키겠지만.

(이 주인공은 외모도 그렇고 춤추는 타입도 그렇고 누가 봐도 무대에 올라오면 관객의 시선을 한눈에 받는 사람, 누가 봐도 알브레히트! 혹은 왕자! 주인공!이기 때문에 힐라리온을 맡을 수가 없음 ㅠ)

 

** 이 주인공을 내세워 썼던 글 두어 편에 지젤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틈나면 나중에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해 보겠다.

 

...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좋았다. 일 때문에 요즘 피폐해져 있었기 때문에 심신을 단비처럼 적셔 주었다 :) 비극은 지젤, 희극은 돈키호테!!

 

...

 

그리고 사족.

 

지젤 볼 때마다 느끼는 것.

 

1막의 파국 장면에서. 지젤이 죽은 후 알브레히트가 힐라리온에게 삿대질할 때부터 나의 분노는 극강으로 치닫는다.

 

'아니 저놈이 뭘 잘났다고 감히 힐라리온에게 삿대질을 하는거얏! 너 때문에 죽은 거잖아. 네놈이 신분 숨기고 평복 입고 순진한 여자 꼬셔서 농락해 놓고, 그래놓고 약혼녀 나타나니까 손등에 키스하며 나몰라라 하고 지젤이 슬피 울며 날뛰는데 고개 돌리고 있었잖아! 뭘 잘났다고 힐라리온에게 난리야!'

 

이 분노는... 알브레히트가 괴로워하다가 망토를 어깨에 휙 걸친 후 마구 펄럭이며 (아주 멋있게) 무대를 가로질러 달려가 퇴장할 때 다시 업그레이드..

 

'아니 저놈이 뭘 잘났다고 망토까지 펄럭이며 멋있는 척이야! 불쌍한 여자 하나 죽여놓고 퇴장할 때는 나 백작~ 나 왕자님~ 하면서 저렇게 망토 멋있게 펄럭이며 허세를 부리는 거야! 이 나쁜놈! 미르타가 되어 네놈을 처단하고 말리라~!!!'

 

ㅋㅋ 그러나 알브레히트가 멋있는 무용수일 때는 이 마음도 조금 약화되어... 한편으로는 저렇게 분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머 우리 슈클랴로프는 망토 휘두르는 것도 이쁘기도 하지~'

 '어머 이고르 콜브도 망토 휘두르니 간지가 나네'

 

... 이렇게 모순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

 

** 이전에 올렸던 지젤에 대한 리뷰와 클립들 몇개는 아래를 클릭

2008년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 : http://tveye.tistory.com/180
2011년 국립발레단 지젤 : http://tveye.tistory.com/820
마린스키 지젤 3D 후기(사라파노프/오시포바) : http://tveye.tistory.com/1596
2013 국립발레단 지젤 + 마린스키 지젤 클립들(자하로바, 슈클랴로프, 세미오노바, 콘다우로바 등) : http://tveye.tistory.com/2036
예브게니 이반첸코 지젤 클립 : http://tveye.tistory.com/2071
슈클랴로프와 오스몰키나의 페전트 파 드 두 : http://tveye.tistory.com/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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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