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화요일 02 :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스파르타쿠스, 료샤와 레냐의 감상 2017-19 petersburg2019. 7. 10. 06:47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스파르타쿠스 보고 돌아옴. 밤이 늦어 짧게.
좀 놀랍지만 나는 이 발레를 좋아해본 적이 없다. 볼쇼이 무대도 직접 봤지만(심지어 자하로바가 췄다) 그때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격렬하고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발레들을 좋아하지만 이건 예외였다. 일단 나에겐 그리고로비치의 안무 스타일이 맞지 않았고 하차투리안의 음악이 너무 피곤했다. 그리고 내겐 소련 프로파간다 발레들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이후 깨달았다. 오리지널의 야콥슨 안무도 그럭저럭...
미하일로프스키는 게오르기 콥툰 안무 버전이라 전자의 두 작품과 상당히 다르다. 사실 기대 안하고 갔는데 그때문인지 의외로 괜찮게 봤다. 무대가 작아서 대규모 스펙터클에 비해 좁았지만 오히려 그래선지 눈에 잘 들어왔다. 그리고 여기 버전은 완전히 '그래 한번 보여주마~ 지루한 거 다 없앴다! 스타일이었다. 나의 하차투리안 알레르기는 이 버전에서 라이브 합창과 아리아들이 계속 나와서 완화되었다(이게 웬 아이러니야ㅠㅠ)
원래 좋아하는 무용수인 이반 자이체프가 스파르타쿠스를 췄다. 역시 연기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 :) 선량한 이미지도 어울리고. 다만 이 안무버전에서 새로 등장한 스파르타쿠스의 친구 검투사 크릭수스가 모든 드라마를 다 가져가서(배신, 사랑, 고뇌 등등) 이 작품 제목은 스파르타쿠스가 아니라 크릭수스로 바꿔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안젤리나 보론초바가 발레리아(오리지널의 프리기아 변형)를 췄는데 여태 본 무대들 중 제일 나았다(이 사람 춤은 항상 직접 볼때마다 실망스러웠었다) 이리나 페렌과 마랏 쉐미우노프가 사비나(오리지널의 아에기나 변형)와 크라수스를 췄는데 오오, 나는 여태 쉐미우노프 무대를 직접 본게 맨날 돈키호테나 브라만 등 캐릭터 역들이라 몰랐는데 이 사람 엄청나게 미남에 너무 멋있는 것이었다! 앞줄에서 보니 심장 떨어질뻔!!!! (료샤가 놀렸다 ㅋ)
무엇보다 유일무이한 파루흐 루지마토프님이 폼페이우스로 출연. 심지어 춤도 꽤 추셨다! 전에 잠자는 미녀에서 카라보스로 나오셨을때도 기절이었지만 오늘의 폼페이우스는 그야말로! 양옆에 젊고 훤칠한 미남 무용수 2명(쉐미우노프의 크라수스, 자이체프의 스파르타쿠스)이 있어도 온통 나는 루지마토프님에게 온 정신을 빼앗기고... 아아 오랜 나의 우상이여... 멋있다 아아... 커튼 콜때 안나오셔서 넘넘 섭섭했다. 오늘은 루지마토프님이 거들먹거리는 폼페이우스로 나와 춤춘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
쓰다 보니 길어졌네.... 레냐도 같이 봤는데 이게 12세 이상 관람가라 나이가 한살 모자랐지만 그냥 봤다. 그런데 역시 레냐가 보기엔 쫌 그랬다. 사비나의 춤도 그렇고 여인들 의상도 좀 그렇고... 레냐는 호랑이가 나왔을때 제일 신났다고 함(무대에 진짜 호랑이가 나옴)
.. 근데 적어놓고 보니 루지마토프님과 쉐미우노프 때문에 나 오늘 이 발레 엄청 재밌게 본듯. 인생 처음이다, 스파르타쿠스 재밌게 본거... 사실 그리고로비치나 야콥슨 버전에 비해 많이 가벼웠고 볼거리 위주였는데 어째선지 나는 이 버전이 더 좋았다. 아마 프로파간다 색채가 좀 순화되어서인가.. 싶다가 역시 그건 아니고 그저 루지마토프님과 (잘생긴) 쉐미우노프 때문인 걸로 결론.
심지어 (병풍처럼 나온) 스파르타쿠스가 막판에 친구 죽고 패배를 앞둔채 뒤돌아 어깨 떨어뜨릴때 찡했고 죽을때 울었다! (이게 웬일인가. 자이체프가 연기를 잘하고 원체 착하게 생겨 그런가봄!) 그런데 료샤도 날 놀리지 않고 같이 눈물 찡했다. 그 이유는... 그는 옛날에 영화 글라디에이터에서 러셀 크로의 막시무스님이 죽을때 울었기 때문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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