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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월이 되었다. 이제 프라하 머무는 것도 며칠 안 남았네... 너무너무 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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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었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한 후 료샤의 렌트카에 가방을 실어놓았다. 체크인은 두시부터이기 때문이다. 료샤는 오전에 다시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가고(전략적인 수법을 잘 실행하긴 한 건지... 그런 전략을 쓸 거라면 시계도 풀어놓고 가라고 내가 충고해 주었음) 나는 구시가지를 천천히 걸어서 에벨에 갔다.



오늘은 에벨의 여주인이 들렀다, 귀여운 코기와 함께. 카페 에벨의 주인 이름은 에벨인데(ㅎㅎ) 엄청 귀엽고 순한 웰쉬 코기를 키운다. 이따금 가게에 데리고 온다.








이 코기는 너무너무 순해서 손님들 테이블 아래로 슬금슬금 기어와 배깔고 엎드려 있길 좋아한다. 엄청 얌전한데 자기랑 잘 아는 사람이 오면 좋아서 그런지 저음으로 '웡!' 하고 짖는다 ㅋㅋ 오늘도 주인과 친한 것으로 추정되는 손님이 오자 '웡~' 그러면서 막 꼬리치고 난리났음. 아아 너무 귀엽다... 내 옆 테이블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넋놓고 코기만 바라보다 잠깐 쓰다듬어주기도 했음. 이쁘다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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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벨에 앉아 어제 있었던 일화를 스케치한 후 좀 쉬다가 오후에 나왔다. 아침까지 머물렀던 호텔 앞으로 가자 료샤가 시간 맞춰 왔고 옮기는 숙소로 갔다. 두번째 숙소는 말라 스트라나의 캄파 쪽에 있다. 작년에 머물렀던 우예즈드 그 동네이다. 확실히 이 동네가 더 밝고 사람 사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호텔은 사이트에 나와있는 이름과 실제 간판이 달라서 우리는 한참 골목에서 왔다갔다 뺑뺑이 ㅠㅠ 좀 고생했음. 여기서는 4박만 하고 월요일에 프라하를 떠나게 된다. 너무너무 아쉽구나...


짐을 대충 풀고 나서 료샤와 말라 스트라나를 함께 거닐었다. 출출해져서 전에 갔었던 카페 알바에 가서 모짜렐라 토마토 페스토 팔라친키(크레페)랑 오렌지에이드를 시켜서 먹었다. 그런데 작년에 만들어준 팔라친키보다 속도 훨씬 적게 들어 있고 오렌지에이드는 너무 싱거워서 쫌 실망했음. 료샤도 투덜투덜...



(진짜로 작년보다 양도 속도 다 적어짐! 나한테도 모자람!!! 료샤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툴툴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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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안젤라또에 갔다. 이 동네 안젤라또가 구시가지 안젤라또보다 목이 좋은지 항상 줄이 엄청 길다. 한참 줄서서 젤라또를 샀다. 료샤는 초콜릿을 먹기로 했고 나는 새로운 메뉴가 나타난 것을 보고 그것을 골랐다. 이름하여 올리브유와 바질!!!!



료샤는 기겁을 했다.



료샤 : 경고하는데!!! 너 그거 입맛 안 맞아도 난 안 먹어줄거야! 내 초콜릿 안 줄거야!!!


나 : 초콜릿 한입, 올리브 바질 한입 번갈아먹으면 맛있을거 같아서 시킨 건데 그러기야?


료샤 : 야! 올리브유랑 바질은 요리용이잖아! 어떻게 그런 걸 젤라또에 넣을 수가 있어! 난 안 먹어!!!


나 : 내가 먹을 거야아아!! 근데 초콜릿 진짜 한 입도 안 줄 거야? 나 저번에도 초콜릿은 안 먹어봤단 말이야!!!


료샤 : 나 혼자 먹기도 모자라!!!!


나 : 이 돼지야! 어제 내 바클라바도 뺏아먹더니만.... 두고보자!



그런데 막상 젤라또를 주문하면서 내가 컵을 따로 달라고 안 했기 때문에 점원이 컵 한개에 두가지를 같이 퍼주었음 ㅋㅋㅋ 료샤는 나보고 '너 일부러 컵 따로 달라 안 한 거지!' 하고 투덜댔다. 그래서 나는 '야! 각각 1개 컵씩 시키면 80코루나인데 한 컵에 두개 퍼주면 75코루나란 말이야!' 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경영학 전공이자 나름대로 전략적이라 자부하는 료샤는 할말이 없어져서 끄덕끄덕했다.



우리는 젤라또 컵을 들고 길을 건너 페트르진 공원으로 올라갔다.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젤라또를 먹었다.







그늘은 시원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올리브유 바질 젤라또가 맛있었다!!!! 내 입맛엔 잘 맞았다. 료샤가 질색팔색을 했지만 내가 열심히 강권하여 한숟가락을 먹여보았다. 료샤는 '웩! 젤라또에서 파스타 맛이 나!' 하고 투덜대더니 초콜릿 젤라또를 두숟갈이나 급하게 퍼먹었다.



나도 초콜릿 먹어봄. 진하고 맛있었다. 올리브유 바질만 먹으면 정말 쪼끔 요리 느낌도 났지만 그거 서너 스푼 먹고 달고 진한 초콜릿 한 스푼 먹으니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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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또를 먹은 후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료샤는 작년에 내가 복직한 후 있었던 일들에 대해 물었다. 전화나 메일로는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들부터 시작해 지금도 역시 회사를 사로잡고 있는 혼란, 나 자신의 고민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료샤도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다. 요즘 자기도 권태감에 사로잡혀 있고 가끔은 다른 곳으로 휙 가버리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사업이 정말 잘 안되나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어차피 얘가 손대는 건 별로 없고 부자 아빠가 거의 다 하고 있으니... 



전부인인 이라와 함께 사는 레냐는 볼때마다 쑥쑥 크는 것 같은데 항상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도 좀 속상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셰퍼드 네바도 점점 늙어가니 속상하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들과 이따금 데이트는 하는데 별다른 열정도 안 생기고 어떻게든 다시 결혼을 하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야겠다는 열렬한 소망도 거의 퇴색된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는 나에게 '최소한 너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 뭔지는 알잖아'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가장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이다. 나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안다. 언제나 그랬다. 좋아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지금의 위치와 지금의 삶과 안정을 버리지 못한다. 다른 여러가지가 얽혀 있기도 하다. 그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모른다. 딱히 정말로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대지도 못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들은 거의 다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반쯤 농담으로, 그리고 반쯤은 진담으로 말했다.



나 : 너는 부르주아고 나는 프롤레타리아라서 그래. 반대였으면 좀 편했을 걸!


료샤 : 싫어! 난 부르주아 할래! 너처럼 뼈빠지게 일하는 거 싫어!


나 : 쳇... (확인사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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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 먹은 팔라친키와 달콤하고 진한 젤라또 때문에 우리 둘다 저녁 먹을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를 따라 타락하였다. 같은 호텔이지만 조금 더 넓고 좋은 료샤의 방에 가서 윷놀이를 이어서 하면서(나 어제 3대 0으로 졌음 ㅠㅠ) 사과주스랑 감자칩 먹었다. 료샤는 맥주랑 감자칩이랑 하리보 젤리 먹었음... (뭐야... 어떻게 맥주랑 하리보를 먹을수가 있느냐...)




(감자칩이랑 맥주 사러 갔던 가게에서 하리보 진열대 발견하고 료샤 흥분...

이 녀석이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것은 바로 하리보 젤리~)




나도 맥주 먹고팠지만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꾹꾹 참았다. 대신 근처 가게에서 발견하고 기뻐하며 사온 체리를 좀 씻어서 같이 먹었다.







프라하도 체리 비싸다.... 하벨시장보다는 약간 더 쌌지만 그래도 비싸다... 500그램에 거의 1만원 가까이 한다!!! 료샤는 투덜대더니 '그러니까 뻬쩨르에 왔으면 체리도 더 싸게 먹었잖아! 음식도 훨씬 맛있고!' 라고 했다. 뭐라 반박할 수가 없다.... 나도 솔직히 프라하에선 카페는 좋은데 음식은 별로라서... 차라리 러시아가 낫지...



오늘의 윷놀이 결과 나는 또 3대 1로 졌다... 료샤는 아무래도 작년부터 지금까지 내내 집에서 윷놀이를 연마한 모양이다... 얼마나 기세등등하게 나대는지...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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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7킬로나 걸었다. 다리도 무지 아프다... 처음 왔을 때보다 확실히 살은 쭉 빠지고 있음... 돌아가면 다시 둥실 두둥실해지겠지만...



내일 날씨가 괜찮으면 로레타에 종소리 들으러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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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약을 주워먹고 일찍 잤다가 밤중에 깨고, 또 약을 먹고 잠들기를 반복. 아침에 10시 넘어 일어나서 조식 시간을 놓쳤다. 호텔 조식이 별로라서 그런지 악착같이 시간 맞춰 내려가 먹지를 않게 되니 좀 아깝다.


오늘도 날이 무척 덥다. 앞으로 사흘 정도는 최고기온이 30도라 한다. 진짜 해가 쨍쨍 내리쬐는게 여름이다. 한국이랑 다를 게 없는 더위다. 그래도 그만큼 습하진 않아서 다행이라 해야 하나.


이틀 전 갔던 jlius meinl 체인 카페에 가서 아침 먹으려고 나왔는데 거기가 오늘도 문을 닫았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이 카페는 왜 이렇게 가기가 힘드니 ㅠㅠ


그래서 근처에 있는 다른 카페에 갔다. 이름이 카페 알바. 공연히 제시카 알바 생각하며 들어감. 여기는 체코 팔라친키(크레페)와 파니니, 주스와 에스프레소 등을 파는 곳이었다. 나는 팔라친키나 크레페보다는 친척이긴 하지만 내 입맛엔 좀 더 맛있는 러시아 블린을 더 좋아하고 팔라친키 맛있게 먹은 적이 없다만... 그래도 메뉴에 보니 식사용 팔라친키가 있었다. 거의가 햄이나 훈제연어가 들어가서 다 빼고 보니(구운 연어는 먹는데 훈제연어는 안먹음) 마지막줄에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바질페스토 들어간 팔라친키가 있었다. 좋구만, 내 입맛이야!



홍차 마시고 싶었지만 아직 호르몬 주기 때문에 아파서 최소 오늘까진 카페인 억제 중이라... 슬프지만 녹차 주문.





티백 차는 50코루나. 그래도 포트를 주니 좋다. 그리고 나야 모든 차를 스트레이트로 마시지만 설탕을 주면 기분이 괜히 좋고 심지어 여기는 꿀도 줘서 더 좋았다. 저 꿀 챙겨오고팠는데 어쩐지 가방 안에서 터질 거 같아 포기.


eilles 홍차를 보면 항상 그랜드 호텔 유럽과 프라하 시민회관 카페가 생각난다. 물론 이건 녹차지만...




이런 데 들어 있는 꿀 첨 봄. 챙겨오고팠는데!




짠~ 팔라친키 등장.


오, 여기 팔라친키는 여태 내가 먹어본 팔라친키 중 제일 나았다. 아마 달달한 게 아니고 모짜렐라, 토마토, 바질페스토가 들어있어서 그런듯. 뭘로 감싸도 맛없을 수 없는 조합 아닌가!!!!






자르면 안에 이렇게 토마토랑 모짜렐라 치즈랑 바질 페스토가 주르르~~ 파니니보다 크레페가 더 얇으니 탄수화물도 덜하고... 내 입맛엔 더 잘 맞았다. 근데 역시 좀 짰다... 여기서 조금만 더 싱거우면 딱인데!!!


그래도 무지 맛있게 잘 먹었다.




카페 알바, 기억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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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