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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몇번 올렸던 날, 2월 21일. 마린스키 신관에서 로파트키나와 예르마코프가 나오는 안나 카레니나 보러 갔던 날. 다음날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무척 아쉬웠던 날이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이었다. 입장 기다리면서 비 좀 맞으며 구극장과 신관 사이 운하를 따라 좀 걸었다. 오른편의 부드러운 민트 그린 건물이 마린스키 극장, 그리고 왼편의 유리건물이 신관이다.

 

며칠 전만 해도 저 운하는 꽁꽁 얼어붙은 수면 위로 눈이 쌓여 있었으나 기온이 좀 올라가서 비가 내리면서 저렇게 얼음 위로 물이 또 고이기 시작했다.

 

 

 

운하 너머로 니콜스키 사원의 아름다운 첨탑이 보인다. 이 사원은 개인적으로 페테르부르크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원들 중 하나이다. (원래 금빛과 푸른빛 사원을 좋아한다)

 

 

 

지금쯤 저 운하는 언제 얼었냐는듯 물이 찰랑찰랑하겠지. 6월이면 백야다... 가고 싶어라.

 

* 태그의 니콜스키 사원을 클릭하면 전에 올렸던 이 사원 풍경을 볼 수 있다. 겨울 눈보라에 휩싸인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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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서무 20편(http://tveye.tistory.com/3708)을 올리고 나니 극장 생각이 많이 나서...

지난 2월 20일. 마린스키 극장. 구관. 페트루슈카 보러 갔을 때 찍은 내부 사진 몇 장.

 

이건 4층인가 5층의 복도 카페에서 주스 마시다가 아치의 틈새 사이로 찍은 것. 2층에 커다란 홀이 있는데 그 홀의 샹들리에가 반쯤 보인다.

 

 

 

복도의 의자. 쉬는 시간에 관객들이 여기 앉아 쉰다. 나는 보통 이런 의자에 앉아 미리 챙겨온 물을 마시고 초코바를 까먹는다.. (공연 보면 배고픈데 막간에는 카페에 줄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못 기다림..)

 

 

 

1층에 있는 아트샵. 마린스키에 가면 꼭 가서.. 모든 엽서와 사진을 전부 살펴보고.. 가끔 슈클랴로프의 근사한 사진이나 더 운 좋으면 왕년의 루지마토프 사진을 득템한다.. 이번에 갔을 때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아주 멋진 사진을 하나 건졌다!!

 

 

 

 

복도 여기저기에 이렇게 코트 보관소(가르제로브)가 있다. 구극장 리노베이션하면 이 구석구석 보관소를 혹시 없애려나 ㅠㅠ 이건 그냥 놔뒀음 좋겠다... 신관은 지하가 모두 코트 보관소인데 줄 엄청 서야 함... 이쪽이 더 좋다. 5층까지 있는데 각 층별로 여기저기 보관소가 흩어져 있어 편한데...

 

 

 

1층 박스석. 베누아르, 오른편 윙.

 

베누아르는 이렇게 칸칸으로 나뉘어져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안에 의자 5~6개가 늘어서 있다. 앞에 3석, 뒤에 3석 식인데 의자가 요즘 극장처럼 붙어 있지 않고 그냥 파란 빌로드 방석 깔린 의자라서 움직일 수가 있다. 고로 나처럼 작은 사람은 앞자리 앉으면 의자를 더욱 앞으로 바짝 당겨서 볼 수 있다.

 

첫번째 벨이 울리고 두번째 벨이 울릴 즈음이면 안내원 할머니들이 열쇠꾸러미를 가져와서 각 칸마다 문을 열어준다. 문 안 열어주면 못 들어감 :)

 

물론 현대적인 신관에는 이런 거 없다... 아아, 이거 다 그대로 놔둬주세요 ㅠㅠ 미로처럼 뻗어 있고 칸칸이 나뉘어진 구극장의 매력인데...

 

(그래도 공연 보기에는 사실 신관이 더 편하긴 하다 ㅠㅠ 앞사람 머리에도 덜 가리고.. 그러나 이 오리지널 극장의 아우라는 결코 신관이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뒤로는 마린스키의 유명한 파란 막이 보이고... 내 자리였던 베누아르 칸막이에 들어와서 머리 위에 달려 있던 샹들리에 찍음

 

 

 

비스듬하게 찍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가운데로는 마린스키의 아름다운 푸른 천정과 찬란한 샹들리에가 보이고.. 정가운데 커다란 샹들리에는 역시 칸막이 위에 달려 있던 샹들리에.

 

다시 가고 싶구나.

리노베이션한다고 하는데.. 제발제발제발 화장실이랑 앞사람 머리 가리는 의자만 좀 손보고 전체 구조는 놔둬줬으면 ㅠㅠ 제발... 구극장의 아름다움과 세월 속에서 쌓여온 묵중함과 신비로움을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제발!! 가뜩이나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은 신관을 멸시하고 구극장만이 '진짜 극장'이라고들 하는데..

 

 

** 태그의 마린스키 극장을 클릭하면 이 극장 내외부 사진들이나 극장 공연들, 혹은 리뷰 등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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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월요병에 시달리는 중. 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 사진 보며 위안..

이건 2월 20일. 마린스키 극장(오리지널. 구관) 카페. 보통 마린스키에 가면 2야루스 레프트 윙에 있는 카페에 가는데, 이때는 거기 사람이 꽉 차서 평소에 안 가던 쪽으로 갔다. 복도에 있는 좁은 테이블 쪽인데 여기는 의자가 없어서 서서 차 마셔야 함.

그런데 이 테이블이 놓인 복도 난간 너머로는 2층 벨에타쥐 쪽의 메인 홀이 보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괜찮았다.

 

이날은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한 '봄의 예감'과 포킨의 '페트루슈카'를 보러 갔다.

 

물론 후자를 보러 간 거였는데, 페트루슈카는 시각적으로도 화려한 성찬이고 음악도 무척 좋다. 발레 자체는, 아마도 더 어릴 때 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겐 옛날부터 중요한 발레 중 하나였는데(글쓰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의미로) 확실히 영상과 무대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무대를 보니 페트루슈카라는 주인공에 대해 내가 갖고 있었던 오랜 느낌과 내가 부여했던 상징은 의외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페트루슈카는 언제나 그런 작품이었고 내가 거기에 니진스키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봄의 예감은.. 음... 난 안무가로서의 유리 스메칼로프를 괜찮게 생각하지만 이 작품은 너무 작위적이었고 지루했다. 안무 자체도 그렇고.. 이 무대 보고 나서 느낀 건.. 콘스탄틴 즈베레프가 불쌍하다는 거였다. 왜냐하면 즈베레프는 여기서 태양신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엄청 기다랗고 무거운 금빛 천을 내내 끌고 다니고 막 휘두르며 빙빙 돌아야 하고.. 하여튼 중노동을 ㅠㅠ

 

흑흑 불쌍한 코스챠... 키 크고 풍채 좋다는 이유로 태양신이 되어 고생하고.. 최근 스메칼로프가 안무하고 슈클랴로프가 주역을 춘 저승세계의 오르페우스에서도 흉칙한 의상과 분장을 한 저승 뱃사공 카론으로 등장하고.. (즈베레프가 그 역이라는 자막을 봐서 망정이지 얼굴도 못 알아볼 지경 ㅠㅠ)

 

이 두 작품 리뷰도 아직 못 썼네. 생각해보니 2월에 가서 6개나 공연을 봤는데 제대로 리뷰 쓴 건 하나도 없고.. 그나마도 미하일로프스키에서 라 바야데르 보고 와서 빅토르 레베제프의 나무토막 연기에 분노해 쓴 게 제일 긴 거네 ㅠ (그 분노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04)

 

 

 

이땐 아직 오페라 글라스 사기 전이라... (마지막 날 샀다 ㅠㅠ)

코트 보관소에서 빌린 오래된 오페라 글라스. 이거 빌릴 때마다 옛날에 가난한 학생 시절 마린스키 오면 이거 빌려서 윗층으로 올라가 공연 보던 생각이 난다. 메이드 인 USSR!!

 

 

테이블 너머로 아래의 메인 홀이 슬쩍 보인다.

이날은 차를 많이 마시고 가서 차 대신 사과주스랑 티라미수..

 

 

천정의 샹들리에 보너스로 한 컷.

 

아, 다시 가고 싶구나!

 

* 이 날 공연 보고 와서 남긴 짧은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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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