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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텔은 블라지미르 성당 맞은편에 있어 아침에 종소리가 들린다. 나는 언제나 사원 종소리를 좋아했다. 급하게 잡아 모든 것이 가격 대비 후진 호텔이지만 유일한 장점이다. 아침에 종소리를 듣는 것.

 

간밤에 미하일로프스키에서 사라파노프의 돈키호테를 보고 돌아왔고 2시 좀 안 되어 잠들었다. 근데 정말정말정말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계속해서 2~3시간마다 깨어나고 있다. 꿈속에선 회사와 사람들이 반복해 나오고 나는 화를 내기도 하고 답답해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꾸짖고 소리치기도 한다. 심지어 새벽엔 회사 꿈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개구리를 쥐고 있다 확 던졌는데 그 망할 개구리가 내 몸으로 확 뛰어올랐다! 너무너무너무 놀라서 '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퍼뜩 깬 내 귀에 들린 내 비명이 거의 영화 사이코의 샤워 살인씬처럼 무서운 비명이었음. 아악 개구리 무서워 엉엉... 왜 꿈에 나와 흐흑..

 

4~5시간쯤 잔 후 또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7시부터 조식이 시작되는데 6시 반 즈음부터는 여기 묵고 있는 단체 관광객들이 부산하게 복도를 오가며 떠들기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중국인, 일본인 순으로 많고 스페인 사람인지 멕시코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스페인어 쓰는 관광객들도 많다. 다들 목소리가 크다..

 

오늘은 공연이 없었다. 게다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창밖도 컴컴했다. 조식 포기하고(어차피 맛도 없어!!) 어둠 속에 멍하게 누워 있었다. 오후 3시즈음 청소하러 온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다. 손잡이에 걸어놓은 '방해하지 마시오'가 떨어져 버렸던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 노어로 '누구세요!'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아주머니도 놀라고 나도 놀람. 좀 미안해졌다.

 

생각해보니 6월부터는 계속 미친 듯이 일하고 또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을 연달아 겪고 심신을 혹사당한 후 연휴에도 일하고 밤중에 올라와 짐 싸고 곧장 비행기 갈아타고 여기로 날아온 후 개인적 일 두어개, 공연 두개 보는 등 전혀 쉬지 않았었다. 불면증은 여전하고 아무리 해도 안 빠지던 살도 빠졌다. 근데 좋게 빠진 게 아니어서 볼살이 없어지고 퀭해지고 하여튼 순식간에 급노화 토끼가 되었음. 모레 료샤와 레냐가 날 보면 놀랄 거 같다. 특히 레냐는 자기 약혼녀 어디 갔냐며 울지도 ㅠㅠ

 

그래서 오늘은 그냥 아무데도 안가고 쉬기로 했다. 그러나 방에는 먹을 게 없고 티포트조차 없으므로 호텔 건물에 붙어 있는 큰 쇼핑센터에 갔다.

 

여기는 전에 료샤랑 장보러 지하 큰 슈퍼만 갔는데 오늘은 1층의 리브 고쉬(우리나라 올리브 영 같은 곳)에 갔다. 너무 정신없이 날아왔고 당연히 호텔에 있을거라 생각해 안 챙겨온 게 세개 있는데 샤워젤, 린스, 빗이었다. 빗은 요청해서 플라스틱 빗 한개 받았지만 전자 두개가 없다. 그래서 저렴하고 용량 적은 헤어컨디셔너 하나와 샤워 젤을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그것은 샤워 젤이 아니라 바디 오일이었음. 망했다. 똑같이 생긴 게 되게 여러개라 향기를 보고 고른 건데 어쩐지 그것만 아몬드와 동백향이 씌어 있더라니.. 아아, 어떻게 '겔'과 '마슬로'를 안 읽고 냄새 묘사에만 눈이 멀어 덥석 집어왔단 말인가.. 호텔에 바디 로션은 있단 말이야 허헝... 그냥 이 호텔 있는 동안은 비누 써야겠다. 그나마도 친구가 줬던 자연주의 무자극 화장품 브랜드에서 나온 어성초 비누를 가져왔었다. 나쁘진 않은데 그래도 좀 건조해지는 느낌이긴 하다. 그리고 샤워하고 나면 몸에서 한약 냄새가 나, 흑흑..

 

하여튼 그후 4층으로 올라가 무슨 퓨전 아시아 음식점에 들어갔다. 4시가 넘었는데 아무 것도 안 먹은 상태라 너무 어지러웠기에 일단 쌀과 국물이 필요했다. 김치 수프란 게 있어 큰 의심을 품은 채 그것과 탕수소스 두부라는 것과 계란볶음밥을 시켰다. 김치 수프엔 김치가 없었고 두부와 미소와 미역이 들어 있고 국물만 살짝 매콤했다. 탕수소스 두부는 고수가 들어 있어 좀 괴로웠고 계란볶음밥이 의외로 맛있었다. 하여튼 다들 좀 느끼했지만 살기 위해 꾸역꾸역 먹었다.

 

먹고 나서 지하 수퍼에 갔다. 여기는 료샤가 소개해줬던 곳으로(전에 자기한테 밥해달라고 ㅋㅋ) 여태 페테르부르크에서 가본 수퍼 중 제일 크고 삐까한 곳이다. 수퍼를 박물관보다 좋아하는 쥬인이 많이 생각나서 몰래몰래 사진 많이 찍음. 나중에 쥬인을 위한 수퍼마켓 스페셜 사진들을 올려보겠다~ 기다려라 쥬인아~

 

차를 안 마셔서 더욱 머리가 아팠기 때문에 1층에 있는 베이커리에 갔다. 차와 커피, 패스트리와 케익류를 팔았다. 근데 이름이 브리티쉬 베이커리라 또다시 큰 의심을 품었다, 영국 거 맛없는데! 하면서.. 하지만 다행히 러시아식 디저트와 파이들이 있었다 ㅋㅋ

 

 

 

볶음밥과 탕수두부 때문에 너무 느끼해서 얼그레이 홍차를 주문했고 거기에 러시아 오면 항상 먹는 추억의 까르또슈까(표기법대로 하면 카르토슈카)를 시킴. 보통 까르또슈까는 세베르에서 먹곤 했지만 여기 까르또슈까는 모양이 좀더 정성들여 만든 것 같아서 시켜봄. 맛있었다. 추억의 맛... 소련 디저트.. 그래선지 료샤에게도 추억의 디저트라고 한다.

 

까르또슈까도 그렇지만 비록 티백에 지나지 않으나 차를 들이키자 좀 살것 같았다. 빈속에 차 마시면 아플것 같아서 요즘은 꾹 참고 오후에만 마셨기 때문이다. 6시가 다 되어 차를 마시자 그제서야 머리가 좀 맑아지는 것 같았다. 몸에 에너지가 돌았다. 카페인의 힘이겠지.

 

 

 

 

맛없는 조식 포기하고 그냥 여기나 근처 카페에서 아점 먹을까 생각 중이다. 티백 얼그레이 홍차와 저 까르또슈까 합쳐서 150루블 나왔다. 환산하면 3천원이 안된다.

 

..

 

그리고 나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밀린 속옷과 양말 빨래를 좀 하고 어제 공연 사진을 좀 옮겼다. 그런데 또 졸린다. 주기가 다가오고 있긴 하다.

 

이제 전에 쓴 글 좀 들춰보고 책 좀 읽다 자야겠다.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휴식과 잠이 필요하다.

 

오늘은 제발 푹 잘 수 있기를..

 

:
Posted by liontamer
2016. 6. 13. 02:28

며칠 동안 사진 몇 장 2016 petersburg2016. 6. 13. 02:28







한국 시각으론 목요일 새벽, 여기 시각으론 수요일 밤에 도착했고 몇몇 개인적 일 + 공연 2개 + 블로그 이웃님과의 즐거운 만남 + 산책과 불면과 피로의 사나흘을 보냈다.


그간 돌아다니며 폰으로 찍은 사진들 몇장.


카메라도 가지고 다녔는데 확실히 폰을 바꾸고 나니 전보다는 폰으로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된다. 아무래도 카메라가 무거워서 꺼내 찍기엔 기동성이 좀 떨어져서. 그래서 카메라는 커튼 콜, 석양 사진 위주로 찍은 듯..


호텔 와이파이가 부실해서 자꾸 티스토리 모바일 오류가 나기에.. 사진들 설명 없이 수요일 출발부터 어제인 토요일까지 찍은 여러 장 줄줄.

















:
Posted by liontamer


악, 티스토리 짜증..


가끔가다 모바일 업로드때 잠껀 오류를 일으킨후 완전히 멈추는 때가 있는데 그러면 임시저장도 안돼서 생각없이 쭉 쓰다 날리게 된다.


흑, 오늘 있었던 일과 공연 얘기 등 30분동안 썼는데 ㅠㅠ 이제 졸려 피곤해 다시 못써 엉엉..


그냥 제목과 주제어만..


수면부족 ㅠㅠ


못먹어서 유럽카페 가서 아점저로 한끼에 해결함

bravebird님과 아쉬운 작별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돈키호테.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바질 10년만에 보러 간건데... 춤과 연기야 기본이 있으니 괜찮았지만 이 사람 오늘 어디 아픈지 힘이 딸리는지 파트너 리프팅이 불안했고 한손으로 드는 것도 시늉만 잽싸게 하고 3막 제일 멋졌던 코다도 그냥저냥 ㅠ


키트리 역 안젤리나 보론초바는 예쁘기만 하고 역부족 ㅠㅠ

투우사는 괜찮았음


미하일로프스키는 바질자살쇼를 앞에 놓고 집시와 풍차, 돈키호테 꿈을 뒤에 놓은 후 결혼식으로 이어져서 개연성이 부족하고 감정 흐름이 끊김. 제발 이 구조 좀 쓰지 말지ㅠㅠ 근데 꽤 여러군데서 이 구조 따름


극장 작아서 음악이 우렁차 흥겨우나 마린스키보다 템포 20% 가까이 빠르고 몇몇 춤은 다 잘라서 매우 스피디. 여긴 라 바야데르도 그랬지..


이 공연 얘기 잔뜩 썼는데 날렸어 ㅠㅠ 다시 못 쓸거 같아 엉엉 하여튼 결론은 사라파노프 너 뭔 일 있냐.. 너 볼라고 이거 또 끊었는데 이러기야 ㅜㅜ


그리고 다음 잠자는 미녀 공연에 대한 얘기 조금. 루지마토프가 카라보스로만 나와주신다면 다 용서할수 있다는얘기.


잠 잘 자고프다는 얘기였음


엉엉 티스토리 미워 내 글 뱉어내



.,



올리다 오류 났던 사진 중 몇장
이제 피곤해서 코멘트도 못 달아. 잘 거야 ㅠㅠ






 

** 나중에 추가

이날 사라파노프의 바질에 대한 메모와 커튼콜 사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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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엄청 잠 설침. 두시간 자고 깨고 일본/중국 단체관광객들 소리에 깨서 또 설치다 한시간 반 자고, 조식 먹고 올라와 또 한시간쯤 잤나보다.


2시 좀 넘어서 나왔고 리쩨이느이 대로 쪽 이즈다니야 서점을 찾아갔다. 슈클랴로프 화보집이 남아 있기를 고대하며.. 많이 안 찍어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있었고 그의 화보집을 거금을 주고 득템(비싸다ㅠㅠ)






유리지갑 뽀샤지든말든 행복해진 토끼는 좋아하며 네프스키 가는 버스를 탔고 예카테리나 카톨릭 성당앞에서 내렸다. 가족과 나를 위해 초를 켰고 오랫동안 기도를 했다. 회의주의자인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그런 식으로 대답없는 절대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가 실재하기를 원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성당 정문을 밀고 나오며 맑아진 하늘과 구름, 초상화가들을 보았다.



어제 너무 떨어서 어제 엄청 껴입고 나왔는데 오늘은 날씨도 좋았고 오후엔 햇볕도 났다.


bravebird님과 돔 끄니기 앞에서 만나 말라야 모르스까야 방면 네프스키에 들러 기념품을 사고 소련 포스터들 구경.


그리곤 고골에서 보르쉬를 먹고자했으나 만석이라 실패해서(ㅠㅠ) 이삭 성당이 보이는 샤스찌예 카페로 가서 파스타와 치킨 커틀릿을 각각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옆의 아스토리야 호텔 바에 가서 차를 마시고 케익을 먹었다.





커틀릿과 카르보나라 파스타.






아스토리야의 바에서.. 오랜만에 왔다.


네시간 가까이 bravebird 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서프라이즈 선물도 받았다. 그건 나중에 따로... 완전 감동 ㅠㅠ





테이블엔 생화가 놓여 있어 좋았다.






.. 나오자 10시 반 즈음, 해가 지고 있었고 우리는 청동기사상을 지나 황제에게 인사를 하고 해지는 네바 강변을 걷고, 궁전광장에서 거리 가수의 노래를 좀 듣고 이후 카잔성당 앞에서 헤어져 숙소로 돌아왔다. 무척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감사해요 bravebird님 :)



​​


석양 사진들은 나중에 따로..


너무 졸려온다. 부디 오늘은 깨지 않기를.. 최근 몇달동안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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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너무 피곤한데 두시간 자고 깨고 한참후 다시 한시간반쯤 잤다가 복도에서 울려퍼지는 중국어와 일어에 깨버림. 방음이 너무 안되고 여긴 중국, 일본 단체 관광객 지정 호텔인가보다. 아아..


먹은게 너무 없어 못자나 싶어서 일단 세수만 하고 조식 먹으러 내려옴. 초라한 조식 ㅋ


소화잘되게 우유 안든 오트밀 먹자 하고 퍼왔는데 왝! 설탕 엄청 들어 있음. 계란 뒤에 숨어 있는 당근도 설탕물로 조린거였다 허헝


너무 힘도 없고 볼살도 쭉빠지니 급속당분이 필요한거 같아 탄수화물 가득. 생각해보니 어제 단백질, 지방(생선크림수프), 단백질(닭가슴살구이), 매쉬드포테이토 약간만 먹음. 탄수화물이 필요했다!


근데 역시 여긴 밥도 맛이 없어ㅠ 그치만 급하게 잡은데고 어차피 조식 많이 안좋아하니 괜찮아..






대충 먹고 과일과 비상식량용 삶은 계란, 그리고 꿀과 레몬 넣어 조제한 레몬꿀물 가져옴. 홍차에 넣고픈데 속쓰려서 아침엔 자제. 아까도 녹차 연하게 마심.



..




호텔 복도



..


어제 바질을 춘 슈클랴로프. 내가 찍은 건 아니고 다른 관객이 찍은 것




(찍사 : maxim beketov)


너무나 사랑스러운 바질이었음. 키트리보다 더 귀염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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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의 주된 사건


1. 마린스키에서 슈클랴로프가 주역을 춘 돈키호테를 보았고 (그의 아름다움에 다시금 감탄하고 치유받음)


사진은 마린스키 좌석 앉아서 기다릴때, 프로그램과. 슈클랴로프 이름 찍어놓음. 이제 곧 떠날 사람이니 ㅠ

급하게 나가느라 내 오페라글라스 챙긴다는 걸 잊고 트렁크에 두고 왔다. 그래서 그냥 150루블 주고 빌림... 꽥 ㅠㅠ

근데 난 세월의 흔적 역력한 여기 오페라글라스 빌리면 옛 생각들 나서 또 좋다.. (메이드 인 소련 제품임!)

2. 그전 오후 늦게는 bravebird님과 아스토리야 호텔 앞에서 조우해 고스찌에서 저녁 먹고 시간이 모자라 정신없이 뛰듯 걸어 극장에 갔었다.


그런데!! bravebird님은 하나도 안 독수리같고! 수프 비노의 알렉세이 얘기처럼 아차로바쩰나야한 이쁜 분이었다 :) 난 별명대로 토끼의 화신인데!! 뭔가 이거 아니잖아요 ㅎㅎ


..



어제 너무 힘들어서 끙끙대며 앓고 잤는데 역시 세시간만에 깼다. 시차 때문이 아니고 요즘 계속 수면부족에 중간 깸 현상으로 고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한시간마다깼는데 그럴때마다 회사꿈을 꿨고 그간 맺혔던 부분들과 화났던 부분들을 여과없이 분출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침 언제는 꿈속에서 너무 큰 전화벨을 들었는데 그때 진짜로 문이 덜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 옆방 문 닫히는 소리였을 거다. 근데 이 호텔은 급하게 잡아서 그냥 비즈니스호텔 같고 방음이 너무 안되다보니 잠결에 난 내 방문을 누가 확 열고 들어오는 거라 착각, 너무 놀라 얼어붙는 듯한 비명으로 '크또!!'하고 소리쳤고 헉헉거리며 깼다. 잠결에도 노어로 누구냐고 소리친 걸 보니 깊은 잠을 못 자고 있는 것이다..


너무 힘들어서 조식도 거르고 잤다.


나중에 나갔는데 아무것도 안먹어서 엄청 어지러웠다. 그리고.. 너무 추웠다. 오후 늦게부터는 10도~13도 정도였는데 차고 습한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10월 을씨년스런 날씨같았고 체감온도도 낮았다.. 얇은 블라우스에 트렌치코트 걸치고 나왔다가 얼어죽을 뻔 했다. 체면불구 스카프로 머리 싸고 걸어감. 좀 웃기지만 어차피 러시안데 뭐 어때. 그리고 아줌마 할머니들 머리 많이 스카프로 싸고 다니심.


bravebird님 만나서 엄청 반가웠는데 고스찌에서 수프랑 메인 시켰다가 시간이 모자라서 음식도 남기고 둘이 엄청 빠르게 걸음.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가며ㅠ


bravebird님과 나는 서로 다른 공연이라 극장 앞에서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고대하던 슈클랴로프의 바질을 보러 마린스키 구관에 갔다. 딱 한장 남은 표를 득템해서..



그의 바질은 표현력이 풍부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점프로 유명한 무용수이지만 사실 내가 보기에 결혼식 코다의 반응은 전에 김기민씨 췄을때가 좀더 열광적이었는데 아무래도 30대로 접어든 슈클랴로프는 (얼굴이야 그렇게 안보이지만) 이제 원숙미가 더 두드러지고 점프나 피루엣의 파워는 기민씨가 더 화려해뵌다(키가 더 커서 그럴지도 몰라)


그러나 슈클랴로프에겐 뛰어난 연기력과 사랑스러움이 있었으니.. 사실 요즘 제일 핫한 기민씨랑 비교해서 화려함이 좀 덜했다는 거고 이 남자의 연기력과 표현력은 역시 마린스키 톱이고 테크닉과 동작의 깨끗한 우아함도 톱에 든다. 아, 저런 아리땁고 귀여운 바질에게 딸을 안주려 하다니 키트리 아빠 돌았소?


결혼식 코다는 첫번째 솔로가 제일 좋았고 역시 이사람의 점프, 특히 스플릿 점프는 명불허전임을 다시금 증명.


근데 코다 전 아다지오에서 삐끗한건지 인사할때 왼쪽 늑골 부위를 자꾸 누르고 있어 엄청 걱정됐다. 코다는 잘췄지만 제일 화려하고 박수 많이 나오는 두번째 솔로애선 그랑주테가 전보다 좀 약했고 나중에 인사할때도 자꾸 늑골을 누르는 거였다.. 아아, 도쿄에서도 사랑의 전설 때 다치는 걸 봐서 트라우마 생기겠다. 꽃돌아 아프지 마


아무래도 좀 삐끗했나 싶은데 프로답게 끝까지 잘췄고 커튼콜에도 계속 나와서 눈웃음과 미소와 우아한 인사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역시 그는 아름다움의 결정체..


키트리는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주테가 뛰어나고 좀 운동선수 같은데 항상 그녀의 무대를 볼때마다 우아함이 모자라고 점프 외엔 다리 동작이 좀 어색하다 생각했다. 굉장한 미인이지만 의외로 근육질이라 난 이 사람이 슈클랴로프 파트너가 되면 조마조마하다.


작년에 본 슈클랴로프 주역 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야로 나왔는데 그때도 그렇고 돈키호테도 남자가 한손으로 드는 동작도 여러번에 달려오는거 확 잡아안는 리프팅도 두번이나 있어 둘다 까다로운 리프팅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바야데르고 돈키호테고 이둘 무대 볼때마다 근육질의 마트비옌코 들어주다 슈클랴로프 허리 나가겠다고 걱정이 막 됨. 애가 무용수치고 별로 큰 키도 아니고 우람하자도 않으니 ㅠㅠ 하여튼 키트리의 간드러지는 느낌이 부족했고 엄청 열심히 추지만 음악과 동작을 하나하나 수행한다는 느낌이 강해 좀 아쉬웠다. 다른 무대도 거의 그랬었다. 여러 모로 테료쉬키나가 그리웠다.


하지만 돈키호텐 바질과 투우사만 잘추면 되니까! 투우사 춤 역시나 다시 봐도 두근두근.. 망토춤 최고~


바질 자살쇼의 슈클랴로프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코믹해서 전에 기민씨 바질에서 아쉬웠던 딱 그 부분을 채워주었다. 그러니까.. 난 기민씨 춤이 너무 좋은데 무대 위에서 아직 '진짜 연인'처럼 보이진 않는 거랑 좀 비슷한 얘기다. 슈클랴로프는 '진짜 왕자', '진짜 연인'이 되는데. 하지만 기민씨도 연기력 일취월장 중이니 더 멋져지겠지.






일년만에 온 마린스키..

다음 공연들은 다 신관이다..










지난 봄 발레축제 프로그램북, 돈키호테 프로그램(게르기예프 얼굴 박힌 것), 그리고 루지마토프 엽서 한장.




..



끝나고 버스 기다리는데 한대는 사람 많아 놓침. 엄청 추워서 덜덜 떨며 돌아와 업무관련 정리 조금 하고 이제 누우려는 중.


내일은 조식을 먹어야겠다. 너무 뭘 안먹어서 그런가 어지럽고, 부대낄까봐 약도 못먹겠다. 오늘은 고스찌에서 딱 한끼 먹었음.


..


슈클랴로프 커튼콜 사진은 나중에 따로.. 그건 dslr로 찍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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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9. 09:47

잘 도착 2016 petersburg2016. 6. 9. 09:47

도착해 짧게 글과 사진 올리고 기절하듯 잠들었는데 새벽에 깨보니 와이파이가 시원찮아 안올라감

하여튼 잘 도착. 매우 고생.. 아주 힘든 여정이었음








필터 덕에 사진은 그럴싸해보이지만 없는것투성이의 호텔. 기숙사 같다. 근데 워낙 성수기라 여기도 싸지 않다 흐흑..


여기 시각 새벽 3:30에 퍼뜩 깸. 시차보단 매일 자다 깨던 그즈름인듯 ㅠㅠ


다시 자서 많이 잘수 있게 해주세요..

추워서 방금 이불 두개 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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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어떻게 돌아와 새벽까지 짐을 꾸렸는지 모르겠다. 아마 나는 오늘 떠날수 있다는 유일한 목적으로 초인적(ㅋㅋ) 힘을 다 짜내 버텨온것 같다.


몇시간 못자고 공항에 왔고 아에로플롯 탔다. 국내선은 가끔 탔지만 국제선은 첨이다. 부디 안 흔들리고 잘 가게 해주세요ㅠ 경유도 해야 하는데 잘 버티게 해주세요.


근데 비행기들이 밀려서 한시간 연착이라 한다. 경유가 3시간 대기라 그래도 다행이다.


면세 살 시간도 없어 인터넷으론 화장품과 홍차 다합해 6만원어치만 사고 과소비 안했다고 좋아했으나 비행기 타기 전에 빨간 가죽 운동화를 지르고 역시 내가 그렇지 뭐 하고 있다.. 유리지갑은 가루를 지나 먼지로..



비행기 안 흔들리게 해주세요...





쿠먀 어제 데리고 왔다. 드디어 세마리 조우. 근데 쿠먀가 생각보다 우람하다.. 쿠마가 홀랑 벗은거 같고 좀 초라해뵌다ㅠㅠ 그래도 쿠마 얼굴이 젤 이쁘긴 하지..


집 잘 보고 있어!!


쿠마 쿠냐 쿠먀 : 우리 또 방치하고 어디 가냐아아!!



..



비행기 안 흔들리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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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