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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미술관보다 수퍼마켓과 시장 구경을 더 좋아하는 나의 친구 쥬인을 위한 스페셜.

 

여기는 네프스키 대로에 인접한 블라지미르스키 대로변에 있는 블라지미르스키 파사주 라는 쇼핑센터 지하의 '랜드'라는 거대 수퍼마켓이다. 묵고 있는 호텔 바로 옆에 있어 종소리 들리는 것과 함께 이 호텔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장점이다.

 

이 수퍼는 작년에 료샤네 집에 밥해주러 갔을 때 들렀던 곳이다. 이 거대하고 휘황한 수퍼마켓에 들어오자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 : 와아아, 이 수퍼마켓 좀 봐!!! 우와, 물건이 진짜 많아! 와아아!

레냐 : 쥬쥬 왜 그래?

나 : 우와...

료샤 : 야! 넌 소련인도 아니었으면서 왜 소련인처럼 구냐! 물건 많다고 감탄하고, 쪽팔리게!

나 : 나도 맨첨 왔을때 가게에 물건 없었단 말임! 그리고 너야말로! 부잣집 아들내미가 무슨 소련인 타령!

료샤 : 야! 난 졸부 아들이잖아! (졸부 = 소련 붕괴 직후 돈 긁어모아 출세한 신러시아인 = 노브이 루스끼) 나 소련 시절에 태어났어! 울아빠 벼락부자 되기 전까진 나도 똑같았어! 줄서서 전표 끊고 줄서서 돈내고 줄서서 물건받고!

나 : 아하하하하! 나도 그랬는데!

료샤 : 넌 잠깐 머물 때나 그랬던 거지만 나한텐 삶이었다고!

나 : 그래봤자 넌 노브이 루스끼 아들이잖아! 나중엔 잘먹고 잘살게 됐잖아!

료샤 : 근데 나도 물건 많은 수퍼 들어오면 가슴 설렌단 말이야, 아직도!

나 : 그렇구나, 소련인이구나 ㅋㅋ

레냐 : (어른들의 대화 이해 못함. 왜 아빠랑 쥬쥬가 배를 잡고 웃는지 이해 못함)

 

내 친구 쥬인과 나는 90년대 후반에 첨 러시아에 왔었고 그땐 진짜 가게에 물건이 별로 없었다. 나중에 2006년에 난 다시 여기 와서 몇달 머물렀는데 그때 놀러온 쥬인은 역시 수퍼에 물건 늘어난 것을 제일 좋아했다.

아아, 여기를 쥬인과 같이 왔어야 하는데... 이걸 보아라 쥬인아... 물건들의 향연을 보아라.. 스마뜨리! 스마뜨리!!! 보뜨 에따 라이!!!

쥬인아, 여기가 자본주의의 천국이다!!!

 

... 장 보면서 몰래몰래 소리 안나는 앱으로 찍은 수퍼마켓 사진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사진 아니냐고 하신다면... 이거 보고 설레는 사람들은 옛날 러시아에서 공부하거나 살았던 사람들.. 소련인의 영혼 ㅋㅋ (근데 그떄도 소련 시절은 아니었다고요)

 

 

 

쥬인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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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