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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심란한 꿈을 꾸다 알람 울리기 직전에 깼다. 간밤에 여행가방을 꾸려서인지 꿈에서 무슨 피난 가방 같은 걸 챙겨야 했다. 전쟁까진 아니지만 세상이 반쯤 무너져가고 있었다. 배터리와 케이블을 챙기면서도 주변 세계의 에너지가 고갈되었는데 이것들이 아무짝에 소용없지 않나 했다.


어제 카자흐스탄 여객기 추락 기사도 읽었고 또 일 때문에 너무 고생하며 스트레스 받았는지 총체적 난국과 절망 속에 빠진 꿈을 꾸게 된 것 같음. 깨기 직전엔 연못 앞에 선 채 가방과 케이블과 멸망에 대해 생각하며 심란해 했다. 아마 그래서 알람 울리기 전에 자기 보호 본능으로 깨어난 것 같다.


5시 20분에 일어났다. 너무나도 잠이 모자랐다. 낑낑대며 대충 세수하고 최소한의 화장만 하고 택시를 불러 공항에 갔다. 9시 반 비행기였는데 연말이라 공항이 붐벼서 시간이 딱 맞았다.


사람이 많아서 스마트 체크인, 스마트 백 드랍을 했다. 근데 어렵진 않지만 역시 나는 구식인지 사람이 해주는게 더 좋다 ㅠㅠ


체크인과 짐 부칠때까진 오래 걸렸지만 2터미널은 그래도 보안검색과 출국수속이 빠른 편이라 시간이 모자라진 않았다. 다 떨어진 화장품과 향수 등 인터넷으로 주문해놨던 면세품을 찾은 후 너무 졸리고 온몸이 아파서 기운 차리려고 게이트 근처 카페에 잠시 앉아 차 마시고 평소 매우 싫어하는 머핀을 시켜서 좀 먹었다.


비행기는 다행히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입국수속도 빨리 마쳤다. 택시로 시내의 숙소까지 왔다. 오는 길에는 바다를 지나치게 되는데 오늘 날이 맑아서 얼음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아 창 너머로 그 풍경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연말이라 사람이 많아선지, 시간대가 안 좋았는지, 아니면 내가 예약한 요금이 지난번보다 저렴했기 때문인지, 전에 두차례 줬던 방보다 좁고 또 낡은 방을 받았다. 이쪽은 수리를 안했는지 지난번 방들에 비해 모든게 낡았다 ㅠㅠ 전망도 바다는 조금밖에 안보임. 제일 저렴한 기본 룸인듯. 그치만 성수기에 내가 묵었을때보다 요금이 훨씬 저렴하니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이 방은 그냥 울회사 근처 비즈니스 호텔 같음 ㅠㅠ


짐을 내려놓고 바닷가에 갔다. 배고파서 블린집 가서 닭가슴살/치즈/버섯/토마토 속을 넣은 블린과 차로 점저 먹음. 근데 여러번 와서 먹긴 했지만 여기 블린집은 사실 그렇게 맛있지 않은 편인데 블라디보스톡 최고 관광 맛집이 되어 있고(방송 때문이야ㅠ) 한국인들 필수코스이고... 게다가 비싸다. 블린 원래 이렇게 비싸지 않은데... 아마 제일 시내라 더 그럴듯.

 



바다는 얼긴 했지만 표면은 좀 질척했다. 추위가 덜해서 그렇다. 바다 위를 좀 걸었고 이후 좋아하는 케익 카페에 가서 차 한잔, 체리 무스 치즈케익 한조각 먹음.


들어가려다 추다데이에 들렀는데 내가 좋아하는 시베리카 브랜드 제품은 거의가 사라졌고 역시나 아가피야 할머니만 드글드글... 도대체 이 아가피야 할머니도 왜케 인기가 많아졌는지 잘 모르겠다. 호기심에 나도 한두개 전에 사봤지만 별로였음... 다른 브랜드가 더 좋은데 관광객들이 할머니만 찾으니 많이 안 갖다 놓나보다. 하여튼 원래 쓰던 헤어팩과 거품입욕제는 있어서 그거 건짐.



그러곤 그냥 들어갔어야 했는데 큰 수퍼에 들르는 바람에 짐이 무거웠고(생수를 사느라ㅠㅠ) 어깨랑 다리가 너무 아팠다. 이 동네 호텔들은 다 오르막에 있어서 올때마다 넘 힘들다.


수퍼에서 산 우유맛 하드 먹고(이게 저녁 대용!) 목욕을 한 후 가방을 풀었다. 블라디보스톡은 한국보다 한시간 빨라서 금세 하루가 간 기분이 든다.


많이 피곤하고 지쳤으니 오늘은 늦지 않게 자야겠다. 내일부턴 흐리고 바람도 세게 불고 더 춥고 저녁엔 눈발 날린다 함. 그래서 오늘 힘들지만 바닷가 갔었음. 그냥 근처의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죽치며 쉴까 했는데 좋은 날씨만큼 귀한게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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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