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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찌에서도 썼지만 시차 적응이 아직 안돼서 새벽 5시마다 깬다. 어젠 비행기때문에 피곤해서 다시 잘수 있었지만 오늘은 도저히 잠이 다시 안들어서 너무 힘들었다. 네시간 자고 다닐수는 없잖아 ㅠ 게다가 밤엔 꽤 추워서 감기 기운도 있다. 그 민소매 빨간 드레스 못 입어 엉엉...


조식 먹고 방에 돌아와 한시간 반쯤 더 잤다. 여전히 잠도 모자라고 두통이 너무 심했다. 3시반쯤 나와서 숙소랑 별로 멀지 않은 고스찌에 가서 밥과 차와 케익을 동시에 해결하고 천천히 운하 따라 걸어서 마린스키 신관에 갔다.


오페라는 발레만큼 좋아하지도 않고 특히 고음을 못견디는 편이라 자주 가진 않지만 유일하게 좋아하는 오페라가 토스카라서 이건 기회 될때마다 본다. 2월엔 미하일로프스키에서 봤다. 마린스키 토스카는 무대를 처음 보는 거였는데 오세티야 태생으로 국제적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마리야 굴레기나가 토스카 역이었다.


마린스키 토스카는 무대가 아주 차갑고 단순했다. 대리석을 형상화한 거대한 프레임을 만들고 그 안에 텅빈 무대를 만든다. 1막 교회 초상화도 2막 스카르피아 집무실도 3막 산탄젤로 성 난간도 같은 식이다. 그런데 나는 구식 관객이라 이런 오페라는 그냥 옛날식 배경이 더 좋고 이렇게 미니멀리즘으로 나오면 좀 썰렁하다는 생각이 든다 ㅠ 그런게 잘 어울리는 오페라도 있지만 오늘 토스카는 내 스타일의 무대 디자인은 아니었다.


굴레기나의 토스카는 좋았다. 드라마틱 소프라노인데 사실 나는 좀더 청아한 음색의 청순한 토스카를 선호하지만 그녀의 여왕같은 위엄과 표독스러움, 그리고 우아하고 풍부한 성량의 노래가 잘 어울렸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내가 좋아하는 얼마 안되는 소프라노 아리아인데(고음을 못 견뎌서ㅠ) 참 잘 불렀다. 첫 소절부터 눈물났다. 관객들 반응 뜨거웠고 브라보와 비스(앙코르)가 쇄도.. 그러자 진짜로 그 자리에서 앙코르로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다시 부름. 이거 앙코르로 다시 부르는거 처음 봤다.


스카르피아 역의 게보르그 아코퍈은 대머리 호색한 타입이었다. 자고로 악당 배역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토스카를 이렇게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리톤의 섹시하고 비열한 악당 스카르피아인데.. 외모 때문에 참으로 이입이 안됐지만 그래도 음색과 노래는 준수했다. 단 하나 아쉬운건 테데움 때 그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너무 장중해서 이 사람 노래가 묻혔다 ㅠ 이거 아니야 엉엉... 내가 토스카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스카르피아가 '가라 토스카~' 부르며 테데움과 어우러지는 건데 엉엉...


마리오 카바라도시 역의 막심 악쇼노프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어쩔수 없다 내 첫 카바라도시가 도밍고이므로 카바라도시로 나를 만족시키기란 어렵다 ㅠ) 오묘한 조화가 제일 나았고 별빛은 쏟아지고는 그저 그랬다. 나는 이 아리아를 너무 흐느끼며 부르는건 안좋아한다... 조금더 관조적이다가 절정에서 터져나오는 게 좋다.


그리고 예전에도 arts 폴더에 토스카 리뷰 쓸때 여러번 말했지만 나 이 캐릭터 싫어한다! 그야말로 민폐성인!!! 도밍고니까 그리고 별빛은 쏟아지고 아리아 때문에 좋아했지... 이놈의 화가자식 캐릭터 자체는 너무 짜증난다!!! 토스카 고생만 시키고.. 첨엔 그래도 봐줄만하다가 이자식이 고문실에서 나와서 상황 못가리고 나폴레옹이 이겻다며 스카르피아 앞에서 만세부를때 진짜 쥐어패고 싶다!! 토스카가 입막으며 제발 조용히 하라고 할때 그 마음이 내 마음!! (이거 볼때마다 토스카에게 대왕이입..) 이 망할놈의 카바라도시! 네가 머리 나빠서 토스카까지 죽은 거야!!

(그리고 스카르피아 죽은건 천벌이지만 그래도 난 스카르피아 좋아하니까.. 으음...)


오늘은 1막-2막-3막 순서대로 좋았다. 마린스키 토스카는 다른 버전보다 좀 길다. 근데 몸이 너무 피곤해서 2막에선 좀 졸렸다. 좋아하는 오페라인데..


내가 토스카에서 유일하게 못견디는 아리아는 바로 3막에서 카바라도시와 토스카가 죽기 전에 희망에 찬 앞날을 노래하는 부분인데 애초부터 오페라를 진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멜로딕하지 않은 고음 위주 노래는 또 못 견디는 편이다 보니 이거 듣고 잇으면 지루해지면서 '그냥 빨리 총쏘고 끝내지ㅠ'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까지...


그래도 이 오페라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리아 3종세트가 다 있다. 카바라도시의 별빛..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스카르피아의 가라 토스카~ 테데움.


다 보고 나서는 너무 춥고 피곤해서 버스 타고 돌아왔다. 긴 치마 입고 갔엇는데도 춥다. 감기 기운이 올라온다...


이제 자야겠다. 제발 시차 적응 좀 되기를. 새벽에 깨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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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