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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하게 자다가 전화벨 소리에 깼다. 광고전화 같아서 안받았다. 알람 때문에 전화 안 끄고 잤더니만 ㅜ 그래서 오늘도 6시간밖에 못 잤다.


비가 마구 쏟아지고 바람불고 완전히 을씨년스러운 페테르부르크 9월 하순 날씨였다! 너무 추워서 네프스키 대로의 자라 매장에 가봤다. 겉옷 사입을까 하고.. 환율 탓도 있겠으나 여기 매장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쌌다. 하지만 맘에 드는 게 딱히 없어 안 샀다.


두셰브나야 꾸흐냐에 점심 먹으러 갔으나 파티 예약이 있어 허탕침 ㅠ 데니스도 없었다 ㅠㅠ 겨울에 와야만 되는건가 ㅜ bravebird님도 허탕쳤다더니... 데니스, 백야에 보기로 했잖아요 엉엉


로모노소프 가게에 가서 찻잔 두세트, 머그컵 하나, 접시 하나를 지르고(환율 하락으로 정당화ㅠ), 너무 맘에 드는 푸쉬킨의 결투 찻잔이 새로 나왔으나 비싸서 포기.


이때 비가 마구 쏟아졌고 배도 고프고 어지러워서(징게르 카페에도 갔는데 자리 없었음) 말라야 모르스카야로 걸어와서 고골에 갔다. 보르쉬와 생선파이 먹었다. 전에 서무 시리즈에서 수도원 할머니가 만든 거랑 비슷하게 연어와 창꼬치고기가 들어 있었는데 담백하고 맛있었다.


사흘 내내 극장에 가다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없어서 아침은 호텔조식으로 간단히 먹고 늦은 점심 한끼만 잘 챙겨먹는다... 저녁은 극장 카페에서 조각케익 한개 먹는 식으로...


나오니 비가 더 많이 와서 무지 고생했다. 카메라 때문에 무거운 가방, 찻잔과 그릇 넣은 쇼핑백... 우산...


간신히 호텔로 돌아왔다. 피로누적과 수면 부족으로 너무 졸리고 힘들어서 그대로 쓰러져 40분쯤 잤다. 더 못 잔 이유는 5시에 료샤와 레냐가 왔기 때문이다. 반가운 재회...


료샤 차 타고 마린스키 신관 갔다. 그러나 빨간 민소매 원피스는 날씨 때문에 포기했다. 료샤가 옷이 아까우면 내일 입고 자기와 레냐에게나 보여달라고 한다. 레냐에겐 약혼자니까 보여주는데 왜 너에게까지!!!


오랜만에 마린스키 백조의 호수를 무대에서 봤다. 작년 봄에 왔을때 옥사나 스코릭과 데니스 로지킨 페어로 봤는데 오늘은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와 다닐라 코르순체프 페어였다. 오늘이 훨씬 나았다!!! 역시 코르순체프는 최고의 파트너이다! 콜레고바는 백조보다는 흑조가 더 나았는데, 백조 연기나 상체는 좀 아쉬웠지만 외모가 오딜에 잘 어울렸다.


리뷰는 나중에 따로... 짧은 메모만 먼저.


오랜만에 극장에 울려퍼지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차이코프스키 백조를 들으니 가슴 뛰었다. 그리고 역시 마린스키 백조가 최고다!!!! 일일이 그려낸 나무와 숲 배경도 너무 반가웠다. 무수한 백조의 호수 버전이 있고 나름대로의 매력이 넘치지만 그래도 하나쯤은, 그것도 마린스키라면 이렇게 고전적이고 수공예 느낌 나는 무대 배경과 왕자가 로트바르트 날개 뜯어 처치하는 엔딩은 지켜야 한다!! 제발 고치지 말아요!!!!


역시나 3막에서 지그프리드와 오데트가 사랑의 힘으로 분연히 일어서고 지그프리드가 로트바르트 날개 뜯을때 나는 감동해버림... 어쩔수 없어... 이거야!! 비극 엔딩 좋아했던 건 어릴때야... 이때 차이코프스키 음악이랑 어우러지면 너무 설렌다고... 지그프리드야 로트바르트 날개 뜯어라!!


역시 코르순체프는 베테랑에 최고의 지그프리드 중 하나이므로 로트바르트 날개도 참 멋있게 잘 뜯었다. 그리고 1막 끝에서 오데트 허벅지에 올려놓기도 아주 훌륭해서 매우 흡족했다 :) 이거야 이거!!!


코르순체프도 이제 나이가 많아서 도약이나 주테는 힘도 딸리고 예전같진 않지만 그래도 파트너링은 역시 훌륭했다. 그리고 아무리 내가 슈클랴로프를 좋아하지만 이 사람은 키가 그리 크지 않다보니 동작의 남성적인 시원시원함이 좀 아쉬울때가 있는데 키크고 덩치 좋은 코르순체프가 긴 팔다리를 쭉쭉 뻗는 동작 하나하나가 매우 근사하고 우아했다. (이 우아함의 최고봉인 내 첫사랑 무용수 이반첸코를 토요일 해적의 콘라드로 볼 수 있어 기대 중.. 왕자 역이면 더 좋을테지만)


앞자리 앉은 사람들이 자꾸 공연 중에 핸드폰으로 사진찍고 뒤에 앉은 중국인 얼린이들이 자꾸 찡찡대서 매우 짜증났다. 사진 찍는 사람에겐 결국 안보인다고 한마디 했다. 레냐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 초집중하며 열심히 봤고 료샤는 전에 백조의 호수 보고 졸았던 전적이 있으나 이번엔 잘 참으며 봤다.


그건 그렇고 다 보고 나서 료샤가...



료샤 : 야! 저 남자는 슈클랴로프인가 뭔가도 아닌데 너 왜 이렇게 좋아해!! 막 사진찍고...


나 : 엥, 나 원래 옛날부터 코르순체프 좋아했어.


료샤 : 아주 왕자만 뚫어져라 보면서!!!


나 : 넌 왜 무대를 안보고 날 보냐!!!


료샤 : 민망하잖아! 왕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얀 타이츠만 입고 나와!!! 근데 너는 아주 열심히 왕자만 보더라!! 타이츠 본 거지!!!


나 : 아니야!!!!! 코르순체프 좋아한다고!! 지그프리드 배역도 좋아해!!!! 타이츠는 어쩔수 없잖아, 이거 의상이 그런데...


료샤 : 너 누가 더 좋아! 오늘 나온 남자랑 슈클랴로프랑!!


나 : 어... 코르순체프는 무용수로서 좋아하는 거고 슈클랴로프는 무용수로서도ㅠ좋아하지만 예쁘기도 해서... 후자를 더...


료샤 : 그럴줄 알았어.


나 : 알면서 왜 물어봐!!


료샤 : 그놈이 오늘 안나와서 다행이다. 그럼 그 민망한 흰 타이츠 입고 추는 내내 더 뚫어져라 봤겠지!!


나 : 이미 그저께 라 바야데르에서 꽃돌이가 아랍팬츠 입고 날아다니는거 눈빠져라 봤네요! 그리고 내가 몇번을 말해!! 타이츠보다 아랍팬츠가 더 좋다니까!!


료샤 : 근데 그 잠옷바지 같은 옷은 왜 좋아하는 거야??


나 : 악!! 내가 좋아하는 의상을 잠옷바지라니...


료샤 : 좀 그래보이지 않아? 나도 옛날에 그런 잠옷 있었...


나 : 네가 입으면 잠옷 바지, 꽃돌이가 입으면 아름다운 무대의상!!!


료샤 : 쳇...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