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강정, 은회색 장갑, 까불파의 추억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8. 9. 28. 22:17
오늘의 스케치는 추워서 꽁꽁 옴츠리고 있는 미샤 :) 그런데 이넘은 두툼한 목도리도 두르고 장갑도 껴서 나름대로 잘 껴입은 것 같지만 잘 보면 모자도 안썼고 패딩 재킷은 길이가 짧고 심지어 그 아래에는 청바지 입었음. 속빈 강정!!!
미샤가 끼고 있는 저 은회색 장갑은 옛날 생각하며 그렸다. 옛날에 첨 러시아 연수 가서 기숙사에 살 때였는데, 내가 도착한 건 8월말이었기 때문에 페테르부르크(미샤 저 시절은 레닌그라드) 겨울 추위가 어떤 건지 몰랐다. 장갑도 목도리도 안 챙겨갔다. 근데 10월초가 되자 눈이 막 오고... 무지 춥고... 길은 맨날 질퍽질퍽하고... 너무 추워서 결국 지하철역 앞에서 심지어 좌판도 없이 그냥 신문지 같은 거 깔아놓고 물건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장갑 한켤레 사서 끼었다. 내가 산 건 저런 은회색이었고 쥬인이 샀던 건 갈색이었던 거 같은데 가물가물...
그 당시에는 물자가 모자라고 또 비싸다 보니 이렇게 물건을 몇개씩 떼어다 일반인들이 길거리에 서서 팔았다. 제일 뜬금없었던 건 레이드(살충제)였는데 그거 파는 사람들 많았음. 근데 필요하긴 했다. 바퀴벌레 너무 많았음 흑흑...
당시 장갑 사고는 얼마 후 목도리도 샀는데(빨간 체크) 그것도 길거리 아줌마에게서 샀는지 시장에서 샀는지 긴가민가.. 근데 목도리는 돈 아끼려고 좀 싼거 샀더니 길이가 짧아서 두번 동여매면 끝만 뾰족하게 튀어나왔음 ㅠㅠ
하여튼 그래서 그 추억 생각하며 미샤에게 그 색깔 장갑 끼워줌. 나랑 쥬인이 살았던 기숙사는 '까라블레스뜨로이쩰레이' 거리에 있었는데 그래서 둘이 장갑끼고는 '우리는 까불파다!' 하고 으스댔다 ㅋㅋㅋ (까라블 거리에 사니까 까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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