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 월요일 밤 : 조식, 사원, 평안과 아름다움, 이것저것, 아 더 놀고파ㅜ 2017-19 vladivostok2018. 5. 21. 22:31
내일 한국 돌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쉽다 ㅜㅜ
알람 맞춰 낑낑대며 일어난 보람도 없이 조식은 별로였고 늦게 갔더니 테이블에 포크도 제대로 없고 빵이나 버터도 떨어진 상태였음. 게으르고 입짧고 뷔페 별로 안 좋아하는 나 같은 손님은 조식 불포함으로 요금 싼 쪽이 더 좋은데 ㅠㅠ
대충 아침 먹은 후 방에 돌아와 창가 소파에 앉아 바다와 금문교, 배들을 보며 어제 사온 에클레어 곁들여 다즐링 우려 마심. 엄청 노곤했고 편해서 종일 그러고 있고팠다. 하루만 더 머문다면 아마 오늘은 호텔 방에서 죽치고 쉬었을텐데 아쉽다.
열두시 즈음 나왔다. 어제 못간 정교 사원에 갔다. 겨울에 왔을때 너무 오르막길에 많이 걷고 또 춥고 바람불어서 무지 고생하며 갔었는데(눈도 왔었음) 그나마 5월이라 한결 나았다, 지금 숙소에서도 더 가깝고. 그치만 역시 오르막길 힘들어... 더워..,
빠끄로프 사원 안쪽엔 조그만 정교 물품 가게가 있다. 뻬쩨르의 네프스키 수도원 갈때도 그렇지만 이런데 들르는거 좋아한다. 일하는 할머니들도 무척 친절하시다. 수도원 초랑 초받침(이거 노어 이름몰라서 ‘이거 뭐라고 부르나요?’ 하고 물어봄. 뽀드스베츠닉이라 했던거 같은데 긴가민가 또 까먹음 ㅠㅠ), 허브 섞인 수도원 홍차, 부활절 도자기 달걀과 엄청 작은 잔 두개를 샀다. 그리고 네개의 가느다란 초를 사서 사원으로 들어갔다.
사원 안은 정말로 성소라는 느낌이 든다. 나는 개신교 집안에서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세례도 받았지만 예배 안간지 십몇년 넘었고 그냥 날라리이다. 그런데 묘하게 개신교 교회에선 느끼지 못하는 고요와 정적, 평화를 카톨릭 성당과 러시아 정교 사원에서 느낀다.
빠끄로프 사원은 뻬쩨르의 거대하고 웅장한 사원들에 비해 작다. 도시 중심지의 가장 유명한 성당이니 물론 화려하긴 하지만 그것 역시 변방 도시의 소박한 화려함이다. 이콘들과 촛불들. 이곳에는 내가 사랑하는 성 게오르기와 수호천사 이콘은 없다. 그리스도, 성모, 성 니콜라이, 성 판텔레이몬, 성 올가 등등만 있다. 그래서 여기에선 그리스도 이콘 앞에서 초를 켠다. 엄마 아빠 동생 나를 위해. 그리고 기도한다.
초를 켜고 각각 짧게 기도했고,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기도했다. 몸과 마음의 평안에 대해.
나와서 사원 뒤의 빠끄로프 공원을 산책했고 벤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그물처럼 드리워지는 햇살을 쬐고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비둘기들을 보았고 원반 놀이를 하는 아저씨와 신나서 멍멍 짖으며 부리나케 뛰어가 원반 물어오는 강아지를 보았다. 기도가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너무나 평화롭고 조용했고 아름다웠다.
한참 걸어내려가 겨울에 갔던 펠메니 가게인 로슈키 플류슈키에 갔다. 치킨 부이용에 잠긴 시베리아식 펠메니를 스메타나에 꼭꼭 찍어먹고 마늘브리오슈인 빰뿌슈까를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생강 레모네이드를 마셨다.
그리고는 혁명광장 뒤의 기념품샵과 굼백화점을 잠시 들렀다가 수퍼마켓에 갔다. 근데 가는날이 장날인지 수리 중이라 한동안 문닫음 ㅠㅠ 러샤 오면 항상 큰 수퍼 가서 자잘한 거 사가는 즐거움이 있는데ㅠㅠ 울 쥬인한테 쪼꼬랑 치즈 사다줘야 되는뎅 ㅠㅠ
슬퍼하며 오르막을 한참 걸어 숙소로 돌아옴. 짐만 내려놓고 근처의 유명 레스토랑 겸 카페에 차 마시러 갔다. 여기는 모던한 스타일인데 카페보단 레스토랑에 훨씬 가까워서 내 타입은 아니었다. 차랑 디저트도 그냥 그랬다. 그래도 겨울부터 궁금해했던 곳이니 호기심 해소로 만족.
어제 갔었던 소형 수퍼에 가서 그래도 이것저것 좀 샀다. 엄청 좋아하는 땅콩초코 아이스크림인 다샤랑 되게 비슷한 타입의 역시 러시아 아이스크림을 발견, 좋아하며 그거 입에 물고 호텔로 돌아옴.
돌아와선 거품목욕 하고, 수퍼에서 사온 김치사발면(ㅋㅋ)이랑 집에서 가져온 즉석누룽지로 저녁 먹음. 그리고 고통의 시간 도래. 돌아갈 짐 싸기 으으으 ㅠㅠㅠ 정말 싫어 가방 싸는 거...
한시간 넘게 끙끙대며 짐을 쌌다. 이것저것 뽁뽁이로 싸느라 시간걸림. 그리곤 오늘의 메모 올리려는데 티스토리 자꾸 에러남 ㅠㅠ 일단 폰 메모장에 적는 중.
아아아 낼 밤 뱅기로 돌아가야 해 모레 출근해야 돼 으아아 ㅠㅠ 계속 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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