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Slippy, 언더월드 arts2012. 8. 30. 13:16
트레인스포팅이 우리 나라에서 개봉했을 때는 1997년이었다. 당시에는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온갖 잡지들을 사모았고 종로와 대학로에 있는 극장들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이 영화를 보았을 때 난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유안 맥그리거도 좋았지만 대니 보일의 스타일과 음악, 전반에 흐르는 드럭 컬처가 맘에 들었다. 얼마나 좋아했던 영화인지 당시 동숭아트홀에서 5번인가 봤다. 사운드트랙을 비롯해 음악에 참여했던 아티스트들의 음반도 다 구해 들었다. 어빈 웰시의 원작소설도 교보에서 구해 읽었다. 그 엄청난 스코티쉬 사투리를 해독하느라 진땀을 흘리며 간신히 다 읽고 나자 떡 하니 번역본이 나와서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
윌리엄 버로즈를 비롯 많은 드럭 컬처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찾아 읽었고 지금도 그중 몇몇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영화가 지나치게 얄팍하고 스타일리쉬하게 뽑아낸 작품이란 평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트레인스포팅은 내 청춘의 영화 중 하나다.
영화 피날레에서 언더월드의 이 음악이 울려퍼지기 시작하는 순간 난 넋을 잃을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이 영화와 진짜로 사랑에 빠졌던 건 바로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얼마전 런던 올림픽 세레모니에서 언더월드 음악이 나오는 걸 보니 문득 트레인스포팅에 빠져 지내던 즐겁던 시절이 생각났다. 다시 들어도 참 좋다.
** 사족
난 대니 보일을 초반 3부작인 쉘로우 그레이브, 트레인스포팅, a life less ordinary(국내 개봉제목 :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 :) 까지만 좋아했다. 그러고 보니 보일이 맥그리거를 버렸을 때부터 나도 그를 버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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