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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 2. 23:16

차 마시며 친구 기다리고 있음 2017-19 petersburg2017. 10. 2. 23:16



밤에 자다가 너무 추워서 깨어나 이불을 두겹으로 접어서 덮고 잤다. 아직 도시 난방이 시작되지 않았다. 제일 추운 시기이다. 밤 기온 5도, 체감 3도. 낮 기온 8도, 체감 5도. 가랑비가 흩뿌려서 더욱 음습하다. 전형적인 페테르부르크의 흐리고 비오는(ㅜㅜ) 날.



늦게 일어나 고스찌에 가서 아점 먹은 후, 네프스키 거리 조금 걷다가 도로 호텔로 돌아왔다. 너무 피곤했다. 내일은 공연도 끊어놨고 그날 시작 직전(이 망할놈의 호르몬 주기는 꼭 이럴 때 맞춰서 옴)이라 힘들어서 다른데 안 가고 그냥 호텔 로비의 카페에 내려와 차 마시고 있다. 차를 안 마셨더니 머리가 아파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 아스토리아 로툰다.



다즐링 마시며 메도빅 먹고 있음. 두통이 좀 가신다. 글 쓰려고 노트북도 가지고 내려왔는데 결국 이렇게 블로깅이나 하고 놀기만 할 거 같아 ㅎㅎ



료샤가 저녁에 여기로 오기로 했다. 레냐는 학교도 가야 하고 월요일이라 엄마네에 있어서 주중 늦게나 만날 것 같다. 어제 내가 밤늦게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냐는 공항에 갔다가 약혼녀 쥬쥬의 호텔방에서 자고서 등교하겠다고 찡찡대어 료샤를 당혹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ㅋㅋㅋ(어머 얘 좀 봐~ 약혼자 9세 ㅋ)











내가 사랑하는 아스토리아의 빨간 차양. bravebird님과 엽님 모두 이 차양 아래에서 처음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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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2. 2. 23:44

여유를 찾고 싶다 2016 petersburg2017. 2. 2. 23:44




한달 넘도록 내내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며 일에 파묻혀 있다 보니 두뇌 대부분이 일에 대한 생각으로 채워져서 사적인 일들이나 쓰는 글, 그외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사고/감상 등에 대한 뇌세포는 거의 활동을 멈춘 상태인 것 같다. 매일 멍하게 돌아와 멍하게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이면 일하러 간다.



책도 읽고 글도 다시 조금씩 쓰고 싶은데 토요일에 잠시라도 여유를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에겐 쇼핑이나 수다, 스포츠 같은 것들보다 실은 저런 일들이 더 필요하다. 제대로 쓰고 읽지 못하고 쉬지 못하니 좀 힘들다.


좀 있으면 나아지겠지.


사진은 12월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아 호텔 로툰다 카페. 내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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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9. 14:41

페테르부르크 숙소와 창가 2016 petersburg2016. 12. 29. 14:41

 

약 2주 전. 페테르부르크 떠나기 전날 밤.

돌아온 후에는 많은 일이 너무 정신없이 몰아쳐와서 언제 저곳에 있었는지 벌써 아득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 다녀온 것 같다. 여러가지를 희생하며 다녀온 것이긴 하지만.

 

저때 샀던 책은 저 여섯권과 문양 색칠 책 두권이 전부였다. 저 여섯권 중 한권은 공항에서 다 읽었고 제일 얇은 도블라토프 단편집 한권은 지금 가방에 들어 있다. 저녁에 기차 타고 올라갈때 읽을 생각이다.

 

난 항상 저런 창가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지.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저런 창가가 딸린 집에 살아본 적이 없어 아쉽다.

 

본의 아니게 쓰지 못하고 있는 핸드폰은 아마 최소 2주는 더 있어야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집에 돌아가면 오래된 아이폰 4로 교체해 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돌아오고 나니 저순간, 저곳이 참 그립다. 그때도 그런 생각했었다. 돌아가면 이순간 이곳이 참 그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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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1. 03:13

자다 깸, 갖고팠던 소파 2016 petersburg2016. 12. 21. 03:13



약에 취해 곤히 자다 ​​기침하느라 두시 반쯤 깨서 잠시 잠못이루고 있음.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기침을 하네, 등과 가슴과 배가 너무 당겨온다. 있다 출근할때 마스크 쓰고 가야겠어 ㅠㅠ

사진은 아스토리야 호텔 라운지의 소파. 아, 우리집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저 소파랑 쿠션... 벌러덩 드러눕고프다.

다시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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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7. 05:40

여기는 연말 분위기.. 2016 petersburg2016. 12. 7. 05:40




아스토리아 호텔 로툰다 카페. 오늘 저녁에.

트리, 리스, 화려한 케익까지.. 연말과 신년 분위기로 벌써부터 화려하다.

우리는 시국이 이런만큼 올해는 훨씬 조용하겠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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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이번 페테르부르크와 프라하에서 반가운 분들과 조우했던 장소들을 올려본다.

 

먼저 페테르부르크. 여기는 이삭 성당 맞은편, 아스토리아 호텔의 빨간 차양 지붕 아래. 빨간색이 눈에 잘 띄어서 bravebird님과 엽님을 각각 여기서 처음 뵈었다 :) 브레이브버드님 뵐땐 너무너무 춥고 바람이 불어서 나는 스카프로 머리를 칭칭 감고 ㅠㅠ

 

사, 사실은 빨간색 차양이라서 제가 여기를 조우의 장소로 조금살짝 선호합니다 ㅋㅋ 가끔 료샤와도 여기서 만나고...

 

 

브레이브버드님과 엽님 두분 모두 너무 반가웠고 처음 뵙는데도 무척 친근했다. 블로그 덕분에 좋은 분들을 알게 되고 심지어 페테르부르크에서 조우하게 되어 신기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

 

 

여기는 페테르부르크 니콜스키 사원 앞의 교각. 마린스키 구관과 신관 사이 운하 끼고 걸어가다 보면 나온다. 여기는 떠나던 날 아침에 pica님과 친구분을 만났던 곳이다. pica님이 신기하게도 여행오셨다가 전날 저녁에 이 근처에서 나랑 료샤가 저녁 먹으러 왔을떄 날 목격하시고는... 우연히 어 저거 토끼 아닌가.. 하다가(ㅋㅋ) 놀라운 인연으로 떠나는 날 아침에 여기서 만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놀라움. pica님도 무지 반가웠어요 :) 친구분도요!

 

심지어 놀라운 것은... 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뵌 네분 모두 초면이었으나 다들 하나같이 너무 좋으셨고.. 다 미인이셨다는 것이다~ 두둥!!! 미모지상주의자 토끼는 행복... ^ㅇㅅㅇ^

 

이건 보너스.

 

전에 프라하에서 올린 메모에 내가 한번 이런 얘기 쓴 적 있다. 차 대기 복잡하니 료샤랑 구시가지에서 만날 때 '다스 베이더 앞에서 만나자'라고 했다고.

 

그 다스 베이더가 이것임 :) 사실은 다스 베이더는 아니고 체코 전설 속에 나오는 무슨 기사와 처녀 이야기에 얽힌 기사 동상이다. 이 동상은 구시가지 광장과 카를로바 거리 근처의 마리안스케 광장에 있다. 로컬들도 종종 다스 베이더라고 부르는데 료샤랑 나도 그렇게 부른다. 심지어.. 좀 창피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만났을때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빰빰빰빰빠밤 빰빠밤...' 하고 스타워즈 제국군 테마 음악을 흥얼거렸다 ㅠㅠ(엉엉)

 

실루엣만 보면 진짜 다스 베이더 같아 ㅎㅎ

 

 

맘같아선 여기서 막 손가락 삐리삐릿하며 포스 대결도 펼쳐보고 싶었지만 성숙한 어른답게 우리는 꾹 참았다... ㅋㅋ(해보고 싶어.. 광선검도.. ㅎㅎ)

 

근데 페테르부르크도 있고 프라하도 있으니.. 그래도 페테르부르크에서 조우한 분들이 더 많으니 이것은 페테르부르크 폴더로!!

 

bravebird님, 엽님, pica님~ 다들 보고 싶습니다.

료샤 너도 ㅋㅋ (약혼자 레냐는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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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페테르부르크에 머무는 마지막 날.

 

어제부터 비가 오더니 오전에도 내내 그치지 않고 내렸다. 비가 오니 행동반경에 제약이 온다. 1시쯤 숙소를 나섰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왔다. 남은 달러를 다 바꿔서 마지막 탕진을 하기로 했다. 네프스키 대로에 있는 로모노소프 가게에 가서 찻잔을 두개 더 샀다. 망했음.

 

그 로모노소프 가게 위에 블린 가게인 쩨레목이 있었기 때문에 아점을 거기서 스메타나 소스와 닭가슴살 든 블린인 '알료샤 뽀뽀비치'와 블랙베리 모르스로 해결했다.

 

 

 

 

비가 계속 왔다. 버스를 타고 이삭 성당 앞에서 내렸고 아스토리야 로툰다에서 차를 한잔 마셨다. 어차피 이제 돌아가야 하니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아했던 카페 중 하나에서 차 마시고 가려고. 여기는 bravebird님과 왔었고 나 혼자서도 두번 왔었다. 이 호텔에서 못 자니 차라도 실컷 마시고 가자 ㅠㅠ

 

여기 메도빅이 매우 맛있었다! 새로운 발견! 고스찌만큼 맛있다!!! (하지만 비싸 ㅠㅠ)

 

..

 

차 마시며 앉아 있다보니 늦은 오후가 되었고 비가 그쳤다. 여전히 흐리고 쌀쌀했다. 일단 버스를 타고 마린스키 앞에서 내린 후 숙소까지 걸어갔다. 찻잔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나갔다. 그래도 비가 안 오니 트로이츠키 사원에 가려고.

 

 

 

트로이츠키 사원은 내가 머무는 림스키 코르사코프 거리에서 좀더 올라가 보즈네셴스키 대로를 따라 쭉 내려가다가 판탄카 운하를 건너 이즈마일로프 대로로 내려가야 나온다. 원래 이름은 이즈마일로프 사원이지만 성삼위일체를 모셨다고 해서 트로이츠키 사원이라고도 불린다.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아름답고 특이한 사원 중 하나로, 내부보다는 외부의 금별 그려진 파란색 세개의 돔이 워낙 유명하다. 2006년인가 화재가 나서 재건축을 해서 그런지 금별이 옛날보다 훨씬 번쩍번쩍거린다.

 

이 사원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두번째 부인인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와 결혼했다.

 

몇년 전 쓴 본편 우주에 속한 소설에서 나는 심리적 화자에게 트로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의 본명은 안드레이 트로이츠키이다. 바로 이 성당에서 따온 성이었다. 안드레이라는 이름도 어딘가에서 따왔지만 그건 나중에... 그래서 미샤는 항상 트로이를 '사원 같은 사람', '교회 종탑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바깥에서 구경만 했지 실제로 들어가본 건 이번이 놀랍게도 처음이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휑하고 넓었다. 루블료프 풍의 삼위일체 이콘들이 가장 많았다. 나는 성 게오르기 이콘 앞으로 갔다. 가족과 나를 위해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나는 정교 신자도 아니고 제대로 된 신앙을 가져본 적도 이미 오래전인 것 같지만,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은 어쩌면 용기일지도 모르기에.

 

..

 

사원에서 나왔는데 술에 취한 러시아 아저씨 한명이 와서 정교 신자냐 부터 시작해 사원의 역사와 건축가에 대해 줄줄이 설명을 했다. 아마 날 데리고 다니며 열심히 가르쳐주고 싶은 모양이었는데 난 약속도 있었고 또 좀 무섭기도 해서 '고마운데 난 약속이 있어요' 라고 한 열번은 말한 후 간신히 도망쳤다. 아저씨가 악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불편하긴 했어요 ㅠㅠ

 

..

 

마린스키 구관과 신관 사이 크류코바 운하변에 the repa라는 레스토랑이 새로 문을 열었다. 예전엔 '자 스쩨노이'란 이름(백스테이지란 뜻)의 유명한 식당이 있었는데 극장 사람들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이번에 긴자프로젝트 체인에서 새로 인수해 유명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겨서 새로 오픈했다고 한다. 가본 적이 없었고 트위터에서만 보며 궁금해했는데 료샤가 떠나기 전날이니 같이 가서 저녁먹자고 예약을 해주었다.

 

레스토랑은 근사하고 아름다웠다. 극장 느낌이 물씬 났다. 연지 얼마 안돼서 손님은 거의 없었고 막판엔 나와 료샤만 있었다. 가게 다 우리 거라고 농담하며 좋아했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이후 료샤가 숙소까지 태워다 주었다. 오늘은 짐을 싸야 해서 료샤에게 차를 못 우려줌.

 

내일 오후 2시에 공항으로 떠난다. 가기 전에 료샤랑 레냐랑 가능하면 꼭 보기로 했다. 근데 늦잠을 안 자야 할텐데...

 

..

 

돌아와서 괴로워하며 짐을 쌌다. 찻잔이랑 차가 왜 이렇게 많지 ㅠㅠ 엉엉... 뽁뽁이를 이번에 안 가져와서 면세에서 챙긴 뽁뽁이가 너무 적다... 종이랑 옷으로 잘 싸서 열심히 포장은 했다만.. 깨지면 안되는데... 내일 가방 패킹을 부탁해야겠다. 짐싸는 거 너무 힘들다.

 

..

 

나는 3주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글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많이 누워 있었다. 잤고 숨을 쉬었고 먹었다. 걸었고 공연을 봤다. 슈클랴로프 나오는 공연도 운좋게 4편이나 봤다. 좋은 사람 몇명을 만났다.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아름다운 도시,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 와서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게 일시적인 치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좀 슬프다.

몇달 더 남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일 돌아간다.

 

나에게 용기와 평온과 힘이 생기기를!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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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젠 자정 되기 전에 누웠는데 새벽에 몇번 깬 후 오늘도 늦게 일어났다. 계속계속 졸렸다.

 

돌아가기 전까진 오늘만 날씨가 좋다고 해서 원래 오늘 수도원이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갈까 했지만 생각보다 날씨가 좋지 않았고 다리도 많이 아팠다. 어제 바리쉬니코프 전시를 보고 와서 그런가 오늘은 어쩐지 러시아 박물관 생각이 나서 거기 가기로 했다. 며칠 전 사다놨던 에클레어와 체리로 아점을 때우고 나와서 버스를 탔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도바야 거리에서 판탄카로 돌아나가는 길이 굉장히 밀렸다. 버스 안에서 고생한 후 내렸는데 날이 싸늘했다. 그래도 판탄카 쪽 가판대에서 아이스크림 한개 사먹었다. 이제 마로제노예 먹을 수 있는 날도 거의 없네... 한국 돌아가면 다시 아이스크림은 쳐다보지도 않는 생활이 시작되겠지. (원래 유지방 소화를 못시켜서 아이스크림을 못먹는데 페테르부르크에선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아니면 여기 아이스크림이 유지방 함량이 낮은지-맛은 안 그런데- 배가 안 아픈 편이다)

 

 

오늘 먹은 건 에스키모 크렘 브륄레. 맛있었다.

 

..

 

일년만에 러시아 박물관에 다시 왔다. 박스트는 올해 150주년인가 뭔가여서 투어를 갔기 때문에 그림이 아예 통째로 없어 슬펐지만 니콜라이 게의 못봤던 그림이 몇점 나와 있는 등 또 나름대로의 수확이 있었다.

 

금발의 가브리엘과 브루벨의 악마를 다시 봐서 행복했다.

 

두어시간 쯤 전시를 본 후 나왔다. 날씨가 싸늘했다. 카톨릭 성당 뒤에 있는 클래식 음반가게에 가서 글리에르의 청동기사상이 있느냐 물었지만 주인 남자는 자기가 이 가게를 하는 동안 그 음반이 들어온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컴퓨터로 모든 카탈로그를 검색해본 후 매우 유감스럽게도 없다고 했다. 어디서 이 음반을 구한다지... 나중에 네프스키로 나가서 다른 클래식 음반 가게에도 갔지만 없었다. 후자는 전보다 음반이 더 줄어들어 있었다. 전에는 지휘자별로 되어 있어 페도토프와 테미르카노프도 종종 득템했건만 왜 퇴행한거야...

 

자리가 있으면 징게르 카페에서 이른 저녁이나 먹을까 했지만 역시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하긴 성수기니 이른 아침 아니고서는 이 카페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올해는 포기해야 하려나싶다.

 

그냥 우리 호텔 9층 식당에서 전망이나 보며 저녁먹어야지 하고 버스를 탔는데 사람이 너무너무 많은데다 너무 피곤했다. 갑자기 너무 어지럽고 피곤해서 그냥 이삭 성당 앞에서 내렸다. 곧 집에 돌아가니까 아스토리야에 가서 밥을 먹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아스토리야 호텔에 갔다. 마침 그때 료샤가 전화를 해왔다. 일끝났다면서 박물관에 있으면 데리러 온다 해서 '배고파서 아스토리야에 가고 있었어'라고 하자 되게 신기해했다.

 

료샤 : 나 지금 아드미랄쩨이스까야 지나고 있어.

(이삭성당에서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임)

나 : 엥, 너네 사무실 그쪽 아니잖아.

료샤 : 미팅이 W호텔 쪽이었어. 마치고 나가고 있었어. 도로 간다.

 

(W호텔도 이삭성당 근처에 있음)

 

나는 너무 피곤해서 먼저 아스토리야 카페에 들어갔다. 아스토리야 호텔은 얼마 전인지 재단장을 해서 로비의 카페 로툰다와 다비도프 바, 그리고 안쪽의 아스토리야 카페로 구분이 되었는데 후자는 이름이 카페인 것이지 하얀 테이블보와 초, 꽃이 깔려 있는 레스토랑이다. 나도 로툰다에만 가보고 후자엔 가본적이 없었다. 어쩐지 테이블보가 좍 깔려 있는게 좀 부담스러워서. 그런데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그냥 가봐야지 했는데 마침 료샤가 와서 덜 뻘쭘... (왜냐면... 난 오늘 박물관 가려고 빨간 운동화를 신고 왔기 때문이지... ㅠㅠ)

 

(아스토리야는 마린스키와 행사를 많이 하고 그랜드 호텔 유럽은 미하일로프스키와 행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다행히 빨간 운동화와 파랑하양 체크무늬 로브 원피스를 대충 입은 나 대신 내 친구 료샤는 무슨 미팅에 다녀오느라고 양복을 잘 빼입고 민망하기 짝이 없는 번쩍번쩍 시계를 차고 있었다. (제발 그런 시계 좀 차지 마 엉엉...) 나는 보르쉬와 처음 보는 생선인 깜발라(지중해에 사는 하얀 고기라고 해서 시켜봄) 구이, 크랜베리 모르스를 주문했고 료샤는 뭘 잔뜩 먹고 왔다면서 탄산수만 주문하려고 해서 내가 눈치를 줬다.

 

나 : 야아, 뭐라도 하나 먹어야지 ㅠㅠ

료샤 : 나 배부른데... 손님들이랑 이것저것 먹었어.

나 : 나 혼자 먹는 거 뻘쭘하잖아 ㅠㅠ

료샤 : 뭐가 뻘쭘해. 아무데나 들어가서 혼자 잘 시켜먹으면서!

나 : 동행 있는데 혼자 먹는 건 싫단 말이야 ㅠㅠ 빨랑 아무거나 하나 골라. 케익이라도...

료샤 : 독재자! 그러면 나는 햄버거 먹을거얏!

나 : 엥, 배부르다며!!

료샤 : 그래도 먹고 말겠다! 여기 햄버거 맛있단 말임...

 

그리하여 나의 독재로(ㅜㅜ) 료샤는 수제버거와 탄산수를 시키고(ㅋㅋ 다 먹고 배터졌을 거야 ㅠㅠ)...

 

이곳 보르쉬도 맛있었다. 빵도 맛있었고 깜발라 구이는 감자 퓨레와 짭짤한 양송이 구이가 올라가 있어 맛있었다. 고수만 없었음 딱 좋았을텐데 왜 자꾸 고수를 넣어주나요 허헝..

 

료샤는 배부르다더니 자기 버거를 몇입에 다 해치우시고는 내 깜발라 구이도 뺏아먹고, 짠 거 먹었더니 단 게 먹고 싶다면서 내 모르스도 반이나 뺏아 마셨다. 뭐냐 너!!! 돼지!!!

 

..

 

밥을 먹고 나서 료샤가 호텔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가 좀 걷고 싶어해서 차는 아스토리야 쪽에 놔두고 운하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날이 싸늘했다. 빗방울이 곧 떨어질 것 같은 날씨였다. 체크무늬 로브 원피스는 7부 소매이긴 한데 얇은 편이라 바람 불어 좀 추웠다. 그래서 친구가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재킷을 벗어주었는데 나는 평소같으면 '됐어!' 할 것을 오늘은 추워서 냉큼 받아 입었음. '엥, 너 왜 오늘은 거절 안해!' 하고 료샤가 눈을 둥그렇게 뜸. 미안하다 친구야 나도 추워서 살고 보려고 그랬어 ㅠㅠ 그래도 너는 80킬로 넘으니까 좀 괜찮겠지??

 

그래도 재킷 빌려준게 고마워서 방에 같이 와서 친구에게 따뜻한 차 한잔 우려줌. 새로 산 로모노소프 그젤 찻잔에 ㅋㅋ 아스토리야에서 준 초콜릿 곁들여서 우려주니 좋다고 잘 마셨다. 체리를 씻어 컵에 쏟아놓으니 나보고 대체 여기 와서 체리를 얼마나 많이 먹은 거냐고 묻는다. 그래서 '몰라, 매일매일 먹고 있어. 아침저녁으로...'라고 대꾸했다.

 

 

 

밤이라서 나는 잠 안 올까봐 차 대신 근처 베이커리에서 사왔던 모르스를 마시고 있다. 냉장고에 넣어두어서 시원하다. 모르스를 꺼내는 나를 보고 료샤가 또 혀를 찼다. 모르스는 대체 얼마나 많이 마시고 있는 거냐고 한다. 그래서 '체리처럼 하루에 한번 이상씩 먹어'라고 대꾸했다. 그러고보니 나는 여기 와서 매일매일 체리랑 모르스를 먹고 있나보다... 돌아가면 못먹잖아...

 

그 얘길 했더니 료샤가 '음, 나도 한국에 가면 노란색 맥심만 맨날 마실지도 모르니 이해해주마' 라고 했다. 그래, 그거야!!

 

..

 

이제 모레 돌아간다... 자고 나면 하루 남는 거네... 근데 내일 뇌우가 치고 비 오고 바람 분다고 한다...

 

** 이번 페테르부르크 얘기들을 '2016 페테르부르크' 폴더를 만들어 거기 옮겨놨다. 중간중간 끼어 있었던 공연과 춤 얘긴 그대로 DANCE 폴더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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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여기 와서도 새벽에 깨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좀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언제 그렇게 미친듯이 일을 했느냐는 듯, 일 안하고 매일같이 쏘다니고 늦잠자고 누워 있고 게으름피우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다... 도대체가 나라는 인간은 애초부터 일해먹고 살게 생겨먹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아둥바둥 일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힘들었나... 흐흑, 일 안하고 살고 싶다. 어디서 화수분이라도 하나 뚝 떨어지면 좋을텐데. 결국 이것도 아주 짧은 기간의 일탈이고 아마 나는 그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여전히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

 

늦게 일어났다. 머리가 좀 아팠다. 자다가 추워서 긴 옷으로 갈아입고 잤는데 기침도 했다. 어제는 공연보고 오느라 빵이든 뭐든 아침거리를 사오지 않았다. 근데 어제부터 비가 와서 오후까지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일어나기가 너무 싫어서 오래오래 누워 있었다... 결국 배가 고파서 억지로 일어나 씻은 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화장을 했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모든 계획(k갤러리에서 바리쉬니코프 전시 보기, 로모노소프 찻잔 가게 가기 등등)을 취소하고 이 호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아스토리아 호텔 카페에 가서 애프터눈 티로 한방에 밥과 디저트를 해결하기로 호기있게 결심했다.

 

이 카페에는 전에도 몇번 갔었다. 얼마전 bravebird님과도 함께 갔었다. 예전에 딱 한번 애프터눈 티 세트 먹어봤다. 여기는 디저트 부페 식으로 나오는 러시안 애프터눈 티 세트가 있고 예의 3단 트레이에 나오는 잉글리쉬 애프터눈 티 세트가 있는데 후자가 더 비싸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전자를 먹는다. 여긴 러시아잖아, 굳이 여기까지 와서 잉글리쉬 애프터눈 티 세트 먹어야겠나 싶은 거겠지.

 

 

 

 

빈속이라 일단 배를 채운 후 디저트를 먹기로 다짐. 오이샌드위치와 쇠고기로 속을 채운 피로슈카(파이), 양배추 파이, 딸기잼 얹은 블린을 먼저 먹었다. 다들 버터가 많이 들어 있고 맛있었다. 블린도 맛있었는데 부페 종류를 다 하나씩 먹어보고자 하는 원대한 야망 탓에 블린은 한장밖에 못 먹었다. 애초부터 부페를 많이 못먹어서 샐러드 바에서도 본전 못 건지는 나에게는 참으로 원대한 야망인 것이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디저트를 먹고자 하는 열망으로(ㅋㅋ) 딸기무스 케익과 바닐라 슈를 가져다 먹고... 초콜릿 트뤼플과 잼 얹은 초콜릿 무스, 견과쿠키를 가져왔는데 무스 외엔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안먹어본 게 아직도 남아 있었으나 역시 토끼의 위장은 작았고... 나의 원대한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엉엉) 더 이상 못먹고 초콜릿 트뤼플과 견과쿠키, 그리고 원래 곁들여준 견과얹은 비스코티 비슷한 쿠키는 살짝 티슈로 싸왔다. 아휴... 저걸 다 먹었어야 하는데 엉엉... 토끼도 위장이 4개면 얼마나 좋아!

 

(심지어 이 배터지는 와중에 산딸기에이드마저 서비스로 가져다줌... 근데 이거 맛있었다)

 

 

원래 비오니까 카페 창가에 앉아 애프터눈 티 마시며 우아하게 책이나 읽으려고 도블라토프 단문집과 하루키 책 두권이나 들고 갔는데(나름대로 빨간 립스틱도 칠해주고 조금 치장도 했다만) 결국 책은 하나도 안 읽고 창밖 구경하고 디저트 하나하나 클리어하고 카톡하고 폰으로 이것저것 확인하다 6시가 되었다. 이게 뭐야... 나 왜 책 두권 들고 내려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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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좀 더 앉아서 책 읽어보려 했으나 창밖으로 하늘이 개는 게 보였다. 여기는 날씨 좋으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동네라서(언제 또 비가 올지 모른다 ㅠㅠ) 이미 전시 시간은 놓쳤으니 찻잔이랑 수분크림 사러 나가기로 했다. 내일 블로그 이웃님께서 페테르부르크에 오시기 때문에 같이 밥먹을 곳도 예약할 겸.

 

근데 bravebird님 때도 그랬지만 고골은 오늘도 역시나 며칠 동안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래서 예약 실패. 여기 왜 이래... 예전엔 올때마다 자리 있었는데... 쯧, 너무 떠버렸어... 두셰브나야 꾸흐냐도 자리 없는데 ㅠㅠ 역시 겨울에 와야 편하게 밥먹는구나... 그나마 아직 고스찌는 자리가 있어서 예약에 성공했다. 고스찌, 너만은 제발... 어흑흑.. 고스찌는 이 동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인데 너마저 자리 잡기 힘들어지면 너무 슬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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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9일, 그다음엔 2주로 바꾸고, 그다음에 또 며칠을 연장한 거라서 화장품이 똑똑 떨어졌다. 스킨은 며칠 전에 싼 걸로 하나 샀는데 수분크림마저 떨어졌다. 크림은 스킨이랑 다르니 아무거나 막 사기도 그렇고... 근데 또 원래 쓰는 건 면세점 가격이랑 너무 다르니 덜컥 여기서 그냥 사기는 아깝고... 하여튼 네프스키로 나갔다. 리브 고셰에 갈까 했는데 렌에뚜왈이라는 다른 화장품스토어 체인이 있어 거길 갔다. 여기도 뭔가 브랜드들만 우글거리긴 하는데... 그나마 내가 쓰는 수분크림에 젤 가까운 건 비오템 아쿠아수르스인데 이건 사실 가성비가 안좋아서 굳이 여기서 면세도 아닌데 사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그때 친절한 점원 아가씨가 와서 도와주었다. 수분크림 찾아요 했더니 이것저것 권해주어서 '이것보다 좀 더 가벼운 거요, 비오템 수분 젤 비슷한 건데 비오템은 싫어요. 원래 ㅇㅇ 썼는데 여긴 없어서요' 라고 하자 점원은 자기네 체인은 프랑스 체인이라 그쪽 브랜드들과 수입품들을 취급한다고 했다. 하여튼 세상에서 주문하는 걸 제일 두려워하는 나이지만(ㅠㅠ) 점원 아가씨가 잘 도와줘서 이것저것 테스트도 해보고 다 발라보았다. 근데 50밀리짜리라서 더 작은 용량은 없느냐고 했고 다 50밀리라고 해서 '나는 여행왔는데 수분크림이 똑 떨어져서 조금만 있음 되는데요'라고 하자 '아항~' 하더니 여행용 키트를 가져다 주었다. 그래, 진작 그렇게 물어볼걸 ㅋㅋ

 

점원 아가씨가 가져다준 키트에는 아이크림 8.5밀리, 수분크림 25밀리, 메이크업리무버 50밀리 등 딱 나한테 필요한 용량과 필요한 물건들만 들어 있었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1+1 행사 중이라 같은 걸 하나 더 주었다. 첨엔 두개 사면 하나 더 준다는 줄 알고 나 혼자 쓸거라 필요없다 했더니 원 플러스 원이니 하나 더 가져가면 된다 해서 뭔가 조삼모사처럼 득템한 기분이 되었음. 내친김에 스타킹도 샀다. 스타킹 두개 가져왔는데 하나는 올이 나갔고 하나는 빵꾸나서 ㅠㅠ 스타킹도 원 플러스 원이라 원래 물건 가격이 좀 비싸긴 했지만 두개 산 꼴이 되어 또 그리 나쁘진 않다고 조삼모사 계산을 하였음...

 

 

(그리하여 두개씩 가져온 화장품과 스타킹. 조삼모사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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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사는 미션을 성공한 후(헉헉, 물건 사는 건 왜 아직도 이렇게 힘들까... 난 초보 여행자도 아니고 노어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엉엉), 쭉 걸어서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에 있는 로모노소프 매장에 갔다. 원래 제일 많이 가던 곳은 판탄카 근방에 있는데 거긴 버스 타고 가야 해서. 친구가 부탁한 코발트넷 찻잔 세트를 사고 새로 나온 귀여운 그젤 문양 찻잔과 뚜껑 달린 붉은 수탉 찻잔(저번에 샀던 붉은 수탉 찻잔 깨먹은 회한으로 새로운 수탉 장만)을 샀다. 다른 것도 이쁜거 많았는데(새로 나온 것들이!!!) 진짜 파산할 지경이라 포기했다. 근데 이러다 마지막날 도로 와서 또 살지도 몰라... 가방에 들어갈 자리도 진짜 없는데 ㅠㅠ

 

찻잔 사진은 나중에.. 일단은 박스를 풀지 않았다. 숙소를 며칠 후 또 옮겨야 하니...

 

찻잔을 산 후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걸어서 돌아오다 부셰에 들러 내일 아침 먹을 빵을 샀다. 저녁 무렵이라 줄이 엄청 길어서 꽤 기다렸다. 그리고는 근처 가게에 가서 물과 컵라면을 샀다. 근데 요즘 왜 도시락 컵라면이 안보이지... 이상한 러시아 컵라면이 있어 닭고기맛을 일단 샀다.

 

물 2리터, 찻잔 4개, 화장품, 카메라 든 가방을 들고 호텔까지 걸어오는데 무거워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어깨랑 손목 다 나가는 줄 알았다. 으흑, 근력 부족... 게다가 더워서(뭐야, 오후까지 비오고 추웠는데) 땀을 삐질삐질 흘림. 생각해보니 돌아오는 길에 고스찌에 자리 예약도 했구나.

 

돌아와서 보니 내가 카페 가서 읽으려 했던 책 두권을 그대로 들고 다녔던 것을 발견. 으악, 그러니까 무거웠지...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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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는 씻은 후 빨래를 좀 하고 배고프고 느끼해서(단걸로 아점저를 먹었으니..) 문제의 컵라면을 끓여서 볶음김치와 먹어보았다. 이상하게 스프에서 카레 냄새가 나네 했는데 다 익고 나서 먹어보니 그것은 카레 냄새가 아니라 조미료 수프 냄새였음 -_- 우왝, 진짜 느끼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도시락이 히트를 친 거야!! 애액, 도시락 어데갔어... 도로 갖다놔요 엉엉...

 

 

하여튼 배고파서 볶음김치의 힘으로 맛없고 느끼한 러시아 컵라면을 꾸역꾸역 먹었다. 국물은 거의 안 먹고 버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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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샤와 레냐는 그저께 밤에 각각 다른 이유로 나에게 삐쳤다.

 

먼저 레냐는, 어제(월) 저녁에 나랑 다시 만나 놀고 싶어했다. 그러나 나는 어제 마린스키 공연이 있었다.

 

나 : 레냐야, 나 마린스키에 공연 보러 가는데 다녀와서 이번주에 다시 보자.

레냐 : (정색)아뺘찌 슈끌랴로프!!! ('또' 슈클랴로프야!) 싫어 슈클랴로프! 진짜 싫어!

나 : (헉) 너 전에 그 사람 춤 잘추고 잘생겨서 좋다며... ㅠㅠ 나랑 곱사등이 망아지 볼때 좋아했잖아!  

레냐 : 싫어 싫어 슈클랴로프 싫어 힝힝... 쥬쥬가 좋아해 힝힝...

나 : (헉, 이 녀석이 이제 드디어 이성에 눈떴나, 질투라는 것을 하나!!!) 착하지 레냐야 양갱 줄게.

 

그리고 비장의 무기 양갱 10개들이를 주었다. 그러자 레냐는 금세 해해 웃었고 나보고 공연 잘보고 와서 또 놀자고 한다. 음, 약혼자가 너무 단순한 거 아냐... 양갱 주니까 금세 풀어져서 약혼녀가 멋있는 남자 무대 보러 간대도 웃고... 이거 기뻐해야 돼 슬퍼해야 돼...

 

그런데 이것이 료샤의 삐침을 유발했다. 그 이유는..

 

료샤 : 야, 너 레냐 양갱은 챙겨오고 나 줄거 안 챙겨오고..

나 : 미안해 친구야... 나 너무 급하게 날아오느라 네걸 못샀어 ㅠㅠ 미안해..

료샤 : 레냐만 챙기고 난 안중에도 없어 ㅠㅠ

 

... 료샤가 원하는 것은 맥심모카골드 믹스커피임... ㅠㅠ 그 노란색...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거... 접때 먹여줬더니 껌벅 죽고는 그렇게 맛있는 커피 첨 먹어본다 해서 이후에는 러시아 올때마다 레냐 양갱이랑 얘의 맥심모카골드 노란색을 사왔던 것이다. 근데 이번엔 너무 급하게 오는 바람에 그나마 양갱도 간신히 사왔다 ㅠㅠ

 

그래서 레냐는 양갱으로 무마해서 질투심이 풀렸는데 맥심모카골드를 못 먹게 된 료샤는 아직 조금살짝 삐쳐있는 것 같다. 어흑, 내가 너네 집 가서 인스턴트 커피에 프림이랑 설탕 잔뜩 타서 다방 커피 타주면 되겠냐... 나 다방커피 잘 탄다... 이게 참 미스터리인데 난 커피를 안 마시는데 이상하게 내가 타는 다방커피가 아주 맛있다며 아저씨들이 항상 좋아했었음.

 

결론 : 레냐는 아직 먹을 것 앞에선 질투가 뭔지 모르는 순진남이고 료샤는 노란 맥심을 좋아하는 아재 입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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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잠 설침. 두시간 자고 깨고 일본/중국 단체관광객들 소리에 깨서 또 설치다 한시간 반 자고, 조식 먹고 올라와 또 한시간쯤 잤나보다.


2시 좀 넘어서 나왔고 리쩨이느이 대로 쪽 이즈다니야 서점을 찾아갔다. 슈클랴로프 화보집이 남아 있기를 고대하며.. 많이 안 찍어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있었고 그의 화보집을 거금을 주고 득템(비싸다ㅠㅠ)






유리지갑 뽀샤지든말든 행복해진 토끼는 좋아하며 네프스키 가는 버스를 탔고 예카테리나 카톨릭 성당앞에서 내렸다. 가족과 나를 위해 초를 켰고 오랫동안 기도를 했다. 회의주의자인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그런 식으로 대답없는 절대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가 실재하기를 원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성당 정문을 밀고 나오며 맑아진 하늘과 구름, 초상화가들을 보았다.



어제 너무 떨어서 어제 엄청 껴입고 나왔는데 오늘은 날씨도 좋았고 오후엔 햇볕도 났다.


bravebird님과 돔 끄니기 앞에서 만나 말라야 모르스까야 방면 네프스키에 들러 기념품을 사고 소련 포스터들 구경.


그리곤 고골에서 보르쉬를 먹고자했으나 만석이라 실패해서(ㅠㅠ) 이삭 성당이 보이는 샤스찌예 카페로 가서 파스타와 치킨 커틀릿을 각각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옆의 아스토리야 호텔 바에 가서 차를 마시고 케익을 먹었다.





커틀릿과 카르보나라 파스타.






아스토리야의 바에서.. 오랜만에 왔다.


네시간 가까이 bravebird 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서프라이즈 선물도 받았다. 그건 나중에 따로... 완전 감동 ㅠㅠ





테이블엔 생화가 놓여 있어 좋았다.






.. 나오자 10시 반 즈음, 해가 지고 있었고 우리는 청동기사상을 지나 황제에게 인사를 하고 해지는 네바 강변을 걷고, 궁전광장에서 거리 가수의 노래를 좀 듣고 이후 카잔성당 앞에서 헤어져 숙소로 돌아왔다. 무척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감사해요 bravebird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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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사진들은 나중에 따로..


너무 졸려온다. 부디 오늘은 깨지 않기를.. 최근 몇달동안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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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2. 22:03

백야, 붉은 장미 russia2015. 9. 2. 22:03

  

 

7월의 여름 밤, 이삭 성당과 광장의 장미꽃들

공연 보고 돌아오는 길. 비온 직후라 장미꽃들에서 스며나오는 향기가 너무나 좋았다.

장미는 정말 아름다운 꽃이다. 그 중에서도 붉은 장미는 존재 자체로 완벽하다!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은 아스토리야 호텔. 왼편은 앙글레테르 호텔.

 

이삭 성당의 천사가 보인다.

 

* 전에 올렸던 이때 사진 몇 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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