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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너무 피곤하게 잠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새벽 세시 반 즈음 깨어났고 계속 뒤척였다. 토요일이라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이번주 내내 이렇게 서너시에 깨어나고 못 잤다. 수면이 너무 부족한 상태라 내키지 않았지만 약을 반 알 더 쪼개먹고 잠을 청했다. 이렇게 약을 더 먹으면 깨어난 후 머리가 아프기 때문에 가능한 피하려고 하는데. 이번주는 심지어 이렇게 약을 더 먹고서도 못 잔 날이 이틀이나 더 있었다. 목도 부어서 오후에 은교산도 먹었다. 어쨌든 약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두어시간 반 정도 더 잘 수 있었다. 
 
 
일곱시 사십분 즈음 꿈에 취해 퍼뜩 깨어났다. 꿈에서 발로쟈를 보았다. 하얀 의상을 입고 마치 무대에 올라왔다가 내려가듯 정면을 가로질러 도약하며 사라졌다. 깨어났을 때 나는 그가 인사하러 왔다고,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꿈에 대해 여기 적었다가 댄스 폴더로 따로 옮겨둔다. 고마워, 발로쟈. 인사하러 와줘서. 
 
 
한동안 누워 있다가 일어나 새벽과 아침에 도착한 식료품과 생필품, 그리고 꽃을 정리했다. 생각보다 추웠다. 이번주 내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거의 못 이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잘 챙겨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것저것 주문하긴 했지만 막상 풀어놓고 보니 별로 없었다. 꽃을 다듬어 화병에 꽂아둔 후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조금 졸다가 깨다가 하며 늦게까지 누워 있었다. 너무 피곤하고 몸이 무거웠다. 
 
 
한시 넘어서야 일어나 목욕을 하고 청소를 하고 너무 입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밥도 먹었다.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분리수거도 하고 왔다. 테이블에 놓아두는 액자에 끼워두는 사진과 프로그램을 바꾸려고 상자를 열어봤다. 예전에 발로쟈에게서 받은 사인이 들어 있는 사진들과 리플렛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스케치 엽서 세트도 발견했다. 당시 마음이 힘들던 시기에 매일 크로키를 하곤 했는데 그때 발로쟈를 위해 그려서 만들어줬던 열장짜리 엽서 세트였다. 주로 그의 발레 배역들을 좀 우습게 그려놓은 것들이었다. 두 세트를 주문해서 하나는 이 사람에게 주고 하나는 내가 가졌던 모양이었다. 나한테 그게 남아 있다는 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었다. 서투르지만 즐겁게 그려진 엽서들을 보니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그때 사진 스티커도 같이 만들어줬는데... 스티커는 한 세트만 만들었던 모양이다. 
 

 
사실 아직도 슬프고 마음이 무겁지만 어떻게든 일상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저녁도 늦게 챙겨먹었다. 오후에 늦게 차를 마셔서 잠이 잘 올지는 모르겠지만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보려고 한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을 두세 페이지 정도 읽었다. 다른 책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따스하고 재미있는 책을 읽어볼까 했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서 그냥 차라리 노어로 된 책을 읽으면 나을 것 같았다. 
 
 
오후에 분리수거하러 나갔을 때 보니 하늘이 연푸른빛이었고 해가 났다. 춥긴 했지만. 빨간 단풍잎들이 빛나고 있었다. 햇살과 단풍을 보면서 블로그 이웃님인 janua님이 위로해주시며 '토끼님이 사랑하는 그분은 따스한 바람으로, 하얀 눈으로, 비로 안부를 묻듯 다녀가실거에요'라고 해주신 말씀을 떠올렸다. 봄에 다샤님이 떠나갔을 때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기도했고 출근길 아침의 환하고 찬란한 햇살을 보면서 다샤님을 떠올렸고 그분의 어머님께도 그렇게 위로를 드렸었다. 분명 그럴 거야. 하늘과 햇살, 붉은 잎사귀들. 바람.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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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