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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였다.

 

료샤는 내가 어제 묵은 호텔 조식 자체는 그냥 그래도 9층에 있기 때문에 전망이 좋으니 조식을 추가해서 먹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추가요금을 내고 조식을 먹어보았는데 빵이 의외로 맛있었고 과연 전망이 훌륭했다. 아마 조식 시간이 끝나갈 때 가서 얼마 없는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레냐는 오늘 외할머니 생일이라고 해서 거기 갔다. 료샤는 오전에 들러 나와 함께 그 전망 좋은 창가에서 같이 조식을 먹었다. (레냐도 무지하게 같이 먹고 싶어했지만 다음주에 꼭 같이 먹자고 달래놓음. 어른들이 하는 건 다 좋아보이는 것이다 ㅋㅋ)

 

 

밥먹으러 올라갈때 카메라를 안 가지고 가서 그냥 폰으로 찍은 사진 한장만. 며칠 후 다시 가서 묵으면 카메라 가지고 올라가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트로이츠키 사원(이즈마일로프 사원)도 보여서 이 사진으로..

 

..

 

오늘 숙소를 다시 옮겨야 했다. 료샤가 태워다주겠다고 했으나 나는 짐을 좀 챙겨야 했고 너무 빨리 가면 체크인 시간과 맞지도 않았다. 료샤는 오늘 무슨 물건을 가지러 파블로프스크에 갔다와야 했기 때문에(나한테 같이 가자고 꼬셨으나 나는 오늘 공연이 있었음) 오전에 가고 나는 정오에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맡겨놓고 2시에 택시를 예약해둔 후 일단 거리로 나왔다.

 

근데 너무 추웠고 비가 왔다. 며칠 후 다시 이 호텔로 돌아와야 하니 주변 지리도 좀 알아볼겸 걸었는데 사도바야 거리와 센나야 광장이 금방 나오는 걸로 봐서 지리는 금세 깨쳤다. 문제는 추웠다는 것. 그리고 내내 안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조식을 먹으면서 빈속에 차를 좀 마셨고 그 이후 약을 먹었더니 카페인 때문인지 너무너무 가슴이 북받치고 답답하고 괴로웠다. 너무 북받치고 뻐근해져서 잠시 심장발작인가 하고 겁에 질리기까지 했다. 식도염 악화 증상이긴 한데... 아마 카페인 과다 섭취 후 약을 먹어서 그런것 같다. 지난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비바람 속에서 괴로워하며 목과 가슴을 누르고 헤맸다. 카페도 안 보이고 그나마 보이는 카페는 전부 식당 겸용이었는데 비가 오니 음식 냄새 배는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추위와 뻐근함으로 괴로워하며 좀 헤매다 호텔 근처 모퉁이에서 어느 베이커리 카페 발견. 그냥 빵 구워 파는 곳이었는데 의외로 여기가 오아시스였다. 손님도 없고 빵과 케익을 팔고 홀은 좁았지만 창가 자리가 좀 호젓했다!

 

 

구석 귀퉁이의 창가 자리가 무척 호젓해서 가만히 앉아 책 읽고 글쓰기 좋은 자리였다. 며칠 후 저 호텔로 돌아가면 이 카페에 아침 먹으러 와야겠다.

 

 

카페인 없는 열매 티 한잔(약간 히비스커스 블렌드 맛이 남)과 메도빅 주문. 여기 메도빅은 맛있었다. 이 카페 이름이 프라하 카페였는데 그래선가 ㅋㅋ

 

 

어제 서점에서 산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단문집을 좀 읽었다. 무척 재미있었다.

 

메도빅을 먹고 좀 앉아 있었더니 가슴 통증이 좀 가셨다. 아아 조심해야겠다. 다시는 빈속에 차 마신 후 약먹지 말아야지... 한국 돌아가면 의사에게 좀 물어봐야겠다.

 

 

지지난주 토요일, 여기로 날아오기 전에 친구인 쥬인과 홍대에서 만나 놀다가 샀던 팔찌 중 하나. 오늘 파랑하양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었기에 맞춰서 하고 나왔다. 팔찌를 보니 쥬인 보고 싶네.

 

..

 

2시가 되어 택시를 타고 이삭 성당 앞으로 이동. 세번째 호텔에 체크인했다. 여기서는 다섯밤을 자고 다시 아까 호텔로 돌아간다. 이렇게 중간중간 일정을 연장할줄 알았다면 이러지 않았겠지 ㅠㅠ

 

방에 와서는 너무 피곤해서 잠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오늘은 5시 공연이었다. 가방을 좀 풀었고 너무 추워서 결국 원피스 포기. 진과 긴소매 티셔츠, 카디건에 트렌치코트 도로 꺼내 입었다 ㅠㅠ 아아 정말 너무해...

 

...

 

추워서 버스 타고 극장에 갔다.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신관이었다. 오늘은 스트라빈스키의 두 곡을 각기 다른 안무가가 안무한 작품이었는데 사실 이게 아주 보고 싶어서 끊었다기보다는 그래도 두번째 작품이 봄의 제전이라 끊은 것이다. 어쨌든 나의 첫번째 발레라서 애착이 있다. 오늘의 봄의 제전은 사샤 발츠 버전인데 마린스키에서 발츠 버전으로는 본 적이 없어 좀 궁금하기도 했다.

 

 

 

 

오늘 공연은 둘다 신관인데다 별다른 무대 배경 없이 조명이 강해서 사진은 다 번짐. 그나마 여기 올린게 건진 것임 ㅠㅠ 꽤 앞줄이었음에도 별 소용이 없었다. 하긴 슈클랴로프가 안나오니 굳이 열심히 찍고자 하진 않았기에... 정성이 없어서 더 번졌나보다 ㅠㅠ

 

첫번째 작품은 스트라빈스키의 '3악장 심포니'였다. 지난 봄에 '라두 포클리타루'를 초빙하여 안무해 초연했었는데 음악은 몇번 들어봤지만 공연은 영상도 본적이 없었다. 스베틀라나 이바노바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주역으로 나왔고 예카테리나 치브이키나, 타치야나 트카첸코, 알렉산드라 이오시피디가 운명의 3여신으로 나왔다. 내용은... 아무 것도 아니었던 생명의 집단적 원형질에서 남자와 여자가 각각 1명씩 세상에 나와 스스로의 개인적 정체성을 획득하고 사랑에 빠지고 인생을 살아가지만 결국 이들은 운명의 3여신의 붉은 실에 매여 있으며 결국은 전쟁으로 상징되는 3악장에서 인생의 끝에 다다르고 실이 끊겨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인데 이런 스타일의 발레가 그렇듯 플롯보다는 움직임과 무대미술, 음악이 더 강렬했다.

 

글쎄... 내 마음에는 아주 안 들었다. 일단 안무가 너무 작위적이었고 지루했다. 운명의 3여신도, 비둘기에서 독수리로 옮아가는 영상 배경과 개성 없이 단체로 떼지어 춤추는 군무, 아크로바틱한 리프팅과 회전이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춤... 모두 그다지 참신하지 않았다. 뭔가 열심히 했지만 남는 건 없었다. 하나 남는다면 음악인가... ㅠㅠ

 

세르게예프와 이바노바는 둘다 좋은 무용수고 잘 췄지만.... 그리고 세르게예프가 여태 본 무대 중 제일 섹시해보였지만... 보는 내내 작품에 비해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발레 안무가들이 너무나 잘 빠지는 함정이 있는데 포클리타루 역시 그걸 피해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도 한 장만. 어차피 다 번졌음 ㅠㅠ

 

 

 

두번째가 내가 보러 간 목적인 봄의 제전.

 

난 사실 사샤 발츠 안무의 제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제물로 등장하는 제전이라 궁금했고 발츠 안무 제전을 무대에서 직접 본 적은 없으니 실제로 보면 또 다르리라는 기대를 했다.

 

흠...

 

발츠는 내 취향과는 역시 거리가 있었다. 뭐랄까... 원시적이고 격렬하고 광적으로 보이려고 하지만 어딘가 한계가 있는 느낌이랄까, 육체의 광란과 샤먼의 광기를 표출하고는 있지만 실은 굉장히 계산적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상으로 볼때도 그랬는데 무대로 봐도 그랬다. 무용수들은 잘 췄고 연주도 아주 좋았다(게르기예프가 지휘했음) 그러니 아마 이것은 발츠의 안무와 내가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좀더 격렬하고 좀더 원초적인 춤을 원했다. 그런데 사샤 발츠의 제전은 내겐 그렇지 않았다. 영상으로도 무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머리의 늘씬하고 강렬한 콘다우로바는 아름답고 근사하고 처절했지만 그냥 그게 다였다. 내게 콘다우로바는 '진짜 제물' 로 느껴지지 않았다. 반쯤은 발츠가 제물과 종족들의 관계나 움직임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쉬웠다.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음악이었다. 그래,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봄의 제전을 들은 것만으로도 오늘 공연은 본전 찾았다. 역시... 봄의 제전은 러시아 지휘자와 러시아 오케스트라일 때 제일 좋다.

 

생각해보니 난 마린스키 무대에서만 봄의 제전을 세가지 안무 버전으로 봤구나... 물론 다른 무대에선 또 다른 버전을 봤지만... 하여튼 오늘은 음악이 제일 좋았다.

 

사진 엄청나게 번짐 ㅠㅠ 가운데 자주색 의상의 긴머리 여인이 주역이었던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엄청나게 번졌다만.. 발레리 게르기예프 사진도 한 장... ㅠㅠ

 

게르기예프 요즘 백야축제에 아주 자주 나오고 계심.

 

그러고보니 내내 발레 메모까지 전부 러시아 메모에 올리고 있었네... 나중에 각 공연에 대한 메모는 떼어서 발레 폴더로 옮겨놔야겠다. 근데 제대로 리뷰를 쓴건 없어서..

 

..

 

짧은 두개의 작품들이라 끝나니 7시가 좀 넘어 있었다. 비가 멎었기 때문에 운하 따라 걸어서 돌아왔다.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까지 쭉 올라가서 물과 체리를 사고 길을 건너 또 올라가서 말라야 모르스카야 초입에 있는 부셰에서 빵을 한개 사왔다. 이번 호텔도 조식 불포함이기 때문에 내일 아침에 체리랑 차랑 먹으려고... (전기포트 달라고 해서 얻었음)

 

 

운하 따라 걸어오다 찍은 사진 한장. 엄청 줌 당겼지만 이게 한계... 검정회색 갈매기 한 마리.

 

..

 

전기포트를 드디어 얻었기 때문에 오늘은 누룽지 반봉지와 즉석 된장국 약간에 끓는 물을 부어 볶음김치와 참치, 조식 테이블에서 건져온 삶은 달걀로 늦은 저녁 먹음. 살것 같다, 된장국이랑 볶음김치.. 엉엉...

 

 

 

.. 뜬금없이 안 어울리게 저 화려한 잔은 뭐냐고 하신다면..

첫번째 호텔 옆 쇼핑센터에서 우연히 발견해 샀던 찻잔. 아직 이거 하나밖에 안 샀다. 그냥 저런 스타일 찻잔 하나 있으면 좋겠다 해서 샀는데 사고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임 -_- 망했어... 에잇... 여기까지 와서 중국 찻잔을 사다니 ㅠㅠ 짐도 무거운데...

 

하여튼 그래서 이놈을 오늘 개봉하여... 누룽지랑 된장국 담아 먹는 용도로 개시함 ㅋㅋ 미안해 중국 찻잔아... 근데 네가 꼭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 그런 거는 아니야... 예전에 로모노소프도 그랬어 ㅋㅋ

 

 

찻잔 : 이쁘다고 살땐 언제고 나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무시하냐! 차도 아니고 된장국에 누룽지로 개시하다니 엉엉...

토끼 : 야, 옛날에 로모노소프님들은 심지어 개시할 때 볶음김치랑 컵라면도 담아먹었어! 된장국이랑 누룽지면 양호한 줄 알아!

 

 

 

:
Posted by liontamer

 

 

어제 예술의 전당에서 국립발레단의 '교향곡 7번'과 '봄의 제전' 공연을 보고 왔다. 리뷰라기보다는 간단한 메모와 사진 몇 장만.

 

한동안 꽤 바빠서 여유가 없었고 두 작품 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안무가들은 아니어서 이 공연은 보러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막판에 알렉산드르 자이체프가 제물을 춘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끊었다.

 

강수진 감독이 취임한 후 국립발레단 레퍼토리는 좀더 풍성해진 것 같다. 무대 위에 올라오는 무용수들도 좀더 생기넘치는 느낌이고.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비롯한 독일, 서구 레퍼토리들이 수혈되고 있고.

 

우베 숄츠의 교향곡 7번은 전에 영상만 몇 번 봤는데, 사실 내 취향과는 잘 맞지 않았다. 이게 숄츠의 안무 자체가 그렇다기보다는 내가 춤을 보는 취향 자체가 좀 그렇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건 좋지만 추상적인 움직임만으로 이루어지는 발레보다는 어떤 플롯이나 긴장감이 존재하는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마 그래서 내가 발란신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운문보다는 산문적인 인간이므로 ㅠ

 

무대에서 본 교향곡 7번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나 음악과의 조화를 보는 맛은 있었지만 역시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그렇게 비슷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지난 7월에 마린스키에서 봤던 라트만스키의 콘체르토 DSCH가 좀 생각났다. (그 작품도 보다가 지루했었다 ㅠㅠ)

 

그래도 김지영씨와 김현웅씨를 보는 건 좋았다. 정영재씨도.

 

그리고 봄의 제전.

 

예전에 '러시아 일기'에서 '나의 첫 발레'에 대해(http://tveye.tistory.com/19) 쓴 적이 있다. 오래 전, 내가 마린스키에서 처음으로 보았던 발레가 바로 봄의 제전이었다. 그때의 안무가는 예브게니 판필로프. 희생양 제물을 춘 것은 예브게니 이반첸코. 그래서 봄의 제전은 내게 좀 특별한 작품이다. 그리고 니진스키.

 

봄의 제전은 워낙 여러 안무가들에 의해 재해석되었기 때문에 '이거다~'라고 딱 짚기는 어렵다. 몇년 전 마린스키에서도 오리지널을 재생해 올리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격렬하고 그로테스크하고 좀 광적인 '제전'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뒤틀리고 파괴되고 살아나는 육체의 느낌이 강렬한 제전.

 

글렌 테틀리 버전은 반쯤은 그렇고 반쯤은 아니다. 영상으로 보았을 때는 '조금만 더 치닫는다면 좋을텐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대도 좀 비슷했다. 물론 영상보다 더 좋았다. 오케스트라가 스트라빈스키를 연주하기 시작하면 어쩐지 주술에 걸린 듯한 기분이 살짝 든다. 페트루슈카도 그렇고 불새도 그렇다. 봄의 제전은 더 그런데... 좀 아쉬웠던 건 어제 오케스트라의 봄의 제전 연주는 너무나 부드러웠다. 나로서는 좀더 꽝꽝거리고 좀더 사람을 몰아가고 좀더 기분나쁘게 만드는 연주가 더 좋은가보다. (물론 이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들에 대해서만 그렇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혼신을 다해 춤췄다. 연습도 많이 하고 공도 많이 들인 것 같았다. 군무에서 가끔 리프팅이나 스텝을 삐걱거리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원체 고전과는 다른 움직임이고 그런쪽 레퍼토리도 별로 없으므로 그 정도는 이해가 간다. 전반적으로 무대가 영상보다 좋아서 만족했다. 다만, 연주를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대를 보면서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격하고 조금만 더 섬뜩하고 조금만 더 치명적으로 춰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건 무용수들에 대한 게 아니고 테틀리 안무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이라서..

 

그리고 테틀리 버전의 대지와 대지의 여신 페어는 야심찬 의미를 담고는 있지만 나는 항상 그 페어를 볼 때마다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무대 위의 그 페어는 상징성을 따져보자면 좀 더 강력하고 존재감이 커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카리스마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난 이영철씨도 아주 좋아한다. 무용수들은 좋았다. 하지만 무용수들과 그들의 실력이 좋은 것과 춤사위와 작품이 좋은 것 사이에는 꽤 다른 뭔가가 있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자이체프. 사실 이 사람 보러 갔었다. 이제 나이도 꽤 많고 댄서로서는 거의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다만 그래도 좋은 무용수였고 제물 역으로는 베테랑이다. 사실 내가 봄의 제전에서 정말 보고 싶은 건 희생양 제물의 춤이고 그 춤이 근사하다면 더 이상 불평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자이체프의 춤은 좋았다. 그의 움직임과 풍부한 표현력, 그리고 시종일관 뒤틀어지고 꺾였다가 늘어지고 길게 내뻗고 매달리는 춤사위, 그 변형되고 뻗어나가고 늘어지는 육체의 아름다움을 보고 있자니 그래도 공연 잘 보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내가 이런 데 좀 약한 구석이 있긴 하다. 그러니까, 드라마틱한 희생이라든지, 무대 위에서의 격렬한 죽음과 재생이라든지... 그건 문학도 마찬가지라서(ㅠㅠ)

 

커튼 콜도 오래 지속되었다. 좀 아쉬웠던 건 아무래도 우리 관객들에게는 자이체프가 좀 생소한 무용수여서 그랬는지 명색이 제물인데다 주인공인데 갈채와 환호가 대지 페어보다 적었다는 것인데.. 아쉽긴 했다.

 

볼쇼이 무용학교와 그쪽 출신이지만 슈투르가르트 발레단을 비롯해 유럽 쪽에서 활동해온 무용수라 국내에도 이름은 영어식인 알렉산더 자이체프로 소개되었다. 사실 지금 쓰는 글에 나오는 무용수 하나에게 이 사람 이름을 따서 '자이체프'란 성을 붙였었다. 꼭 이 사람 하나만은 아니고, 미하일로프스키 발레단에도 이반 자이체프라는 수석무용수가 있는데 둘 다 괜찮은 무용수라.. 그래서 이름 따왔다 :) 슬프게도 그 이름 얻은 등장인물은 진짜 모델 두명처럼 잘 나가고 인정받는 무용수가 아니라는 게 함정이지만^^;

 

하여튼 오랜만에 무수한 육체들이 뒤엉키는 무대를 보고 나자 스트레스도 좀 풀리고 한동안 답보 상태에 빠져 있던 글쓰기도 이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당에서 찍은 사진 몇 장과 커튼 콜 사진 몇 장들.

 

 

 

 

 

 

교향곡 7번, 커튼 콜. 김지영씨와 김현웅씨.

 

근데 내가 뒤늦게 표를 끊느라 2층에서 봤기 때문에 줌을 최대로 당겨도 이 정도밖에 ㅠㅠ

 

 

 

 

 

봄의 제전 커튼 콜. 이건 무용수들이 대부분 헐벗고 있는데다 조명도 어두워서 더 안 나왔다 ㅠㅠ 사진만 보니 좀 목욕탕 같네 흐흑..

 

앞줄 왼편에서 네번째 남자가 알렉산드르 자이체프.

 

 

 

 

 

화질 나쁜 커튼 콜 사진이 슬퍼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페이지에서 가져온 봄의 제전 화보들 몇 장. 제물 역은 대부분 알렉산드르 자이체프.

 

 

 

 

 

 

 

 

 

 

 

 

 

마지막 장면. 이 화보의 제물은 자이체프 말고 다른 무용수.

 

 

 

좀 아쉬우니 알렉산드르 자이체프 화보 몇 장.

 

 

이건 산티아고 발레단의 루이스 오르티고자와 함께, 라 바야데르 리허설 중. 뒤쪽에 있는 사람이 자이체프. 연습실 사진들을 좋아해서 이 사진도 좋다 :)

 

 

 

 

 

카지미르 칼라를 추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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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