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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세 광장 카페'에 해당되는 글 2

  1. 2017.01.10 그는 남몰래, 그리고 여전히 글을 쓴다 20
  2. 2016.11.19 몹시도 그리운 카피치코 4





아래 발췌한 글은 몇년 전 쓴 미샤와 트로이의 장편의 1부 3장의 일부분이다. 1부 3장은 트로이란 인물에 대한 짤막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었다.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트로이의 본명.

사미즈다트는 지하 자가출판 문학이다. 검열이 횡행하던 소련 시절 작가들이 지하에서 몰래 인쇄하거나 손으로 써서 돌려 읽던 작품들도 포함된다.

브이소츠키는 소련 시절 음유시인이자 가수인 블라지미르 브이소츠키이다. 우리 나라엔 비소츠키 란 번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남몰래 습작을 한다. 10대 소년 시절부터 모눈 공책에 시를 써 왔고 가끔은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완성된 소설은 거의 없다. 피오네르 시절 그는 영웅도시 레닌그라드에 대해, 나치의 폭격에서 청동기사상을 구하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날랐던 시민들에 대한 시를 써서 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알리사를 제외한 모임 친구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는 친구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될까봐 걱정했던 적이 몇 번 있다. 그의 수많은 시들과 미완성 소설이 적힌 노트들을 들춰보았던 건 알리사 슈로프스카야와 미샤 야스민 뿐이다.


 알리사와는 중고등학교 시절 서로의 습작 노트를 공유하며 토론하던 사이지만 트로이는 항상 알리사가 순수 문학보다는 풍자와 비판을 더 좋아한다는 것과 그녀가 언젠가는 글쓰기를 그만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리사는 대학에 진학한 후 더 이상 습작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독서와 토론은 여전히 좋아해서 그와 함께 모임을 시작했다. 그녀는 트로이에게 요즘 쓰는 글이 있으면 좀 보여 달라고 습관처럼 말을 걸지만 그는 번역 필사본과 평론, 영문학 수업과 관련된 메모가 아니면 더 이상 알리사에게도 자기 노트를 보여주지 않는다. 자신의 재능이 매우 흐릿하며 끈질기게 노력하고 매달려야만 간신히 조그만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정도란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불꽃을 가지고 태어나긴 했지만 그건 미지근하고 어둡게 깜박이는 촛불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깊은 우울증에 잠겨 한밤중에 네바 강으로 가서 빠져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미샤 야스민은 알리사와는 완전히 다른 경우다. 그때 트로이는 논문이 잘 풀리지 않아 머리를 식히려고 대청소를 하고 있었다. 미샤는 언제나처럼 불쑥 들렀다가 뒤집혀진 책상 서랍과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상자들 사이에서 펼쳐진 모눈 공책을 발견하고 모든 금서와 사미즈다트 애호가답게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뒤늦게 트로이가 그 재앙을 알아차리고 사색이 되어 뛰어왔을 때 미샤는 유일하게 깨끗한 공간인 부엌 식탁 위에 걸터앉아 공책을 네 권 째 읽고 있었다. 트로이가 얼굴이 붉어져서 심하게 말을 더듬거리며 공책을 빼앗았을 때 미샤 야스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 영어로 쓰면 바깥에서 출판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때 미샤가 시의 내용이나 형태에 대해, 그 무엇보다도 재능에 대해 침묵해 준 것에 대해 트로이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움을 느꼈다.


 몇 년 후 미샤 야스민이 드라마 극장 무대에 프로코피예프 음악을 짜깁기한 15분짜리 모던 발레를 안무해 올렸을 때 그는 트로이의 노트에 적혀 있던 시 몇 편을 제멋대로 해체하고 오려붙여 브이소츠키 풍의 발라드를 만들어 에피그라프처럼 삽입했다. 그건 트로이의 생애에서 분명 가장 영광스런 순간 중 하나였다.



 트로이는 여전히 글을 쓴다. 때로는 자신의 문장과 단어와 인물에 홀려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따금 그는 사랑의 시를 쓴다. 밤이 지나고 나면 그 자신조차 다시 읽기 부끄러운 시들을.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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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1. 19. 23:04

몹시도 그리운 카피치코 2016 praha2016. 11. 19. 23:04

 

프라하에서 돌아온지도 한달 반이 훨씬 지났다.

 

몹시도 그리운 곳을 딱 두곳만 꼽으라면 역시 카페 에벨과 카피치코이다. 하나 더 꼽으라면 안젤라또(거기 스트라치아텔라 먹고 싶다) 카페와 아이스크림이라니... 역시 게으른 토끼가 아닐 수 없다.

 

몹시도 그리운 카피치코 사진 몇 장. 빛이 스며드는 아늑한 카페라 좋았다. 카피치코는 빛을 받으며 차를 마시고 주인 로만과 얘기하는 게 좋았고 카페 에벨은 여전히 내겐 글을 쓰는 곳이다.

 

카피치코, 다시 가고 싶어요.

 

요즘 계속 늦게 자고 잠을 좀 설쳐서 오늘은 꾹 참고 홍차를 안 마셨다. 그랬더니 이 한밤중에 너무너무 차 마시고프다. 그냥 카피치코 사진 보면서 달래자... (그리하여 오늘은 반드시 좀 일찍 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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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