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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 해당되는 글 310

  1. 2017.07.03 프라하 골목과 파란 하늘 4
  2. 2017.06.26 프라하 세 장 8
  3. 2017.06.26 카를 교가 아니라 해골 찍었던 것임 4
  4. 2017.06.22 여름날 낮의 프라하, 마지막 날 4
  5. 2017.06.22 지하에서 지상으로 6
  6. 2017.06.21 녹색의 캄파 공원 거닐다가 + 레냐 6
  7. 2017.06.18 타는 듯한 색채들 6
  8. 2017.06.15 아주 녹색, 아주 밝은 빛 10
  9. 2017.06.08 프라하의 빛
  10. 2017.06.05 6.4 일요일 밤 2 : 카페들 - 에벨, 카피치코, 우 크노플리치쿠, 글을 좀 썼음, 음식이 문제임, 가방 싸기 싫었지만... 6
  11. 2017.06.05 6.4 일요일 밤 1 : 비 옴, 맥주 때문에 왕고생, 일하는 꿈 싫어라, 레냐 앞에서는 말조심해야겠다, 료샤랑 레냐 먼저 떠남, 23번 전차
  12. 2017.06.04 6.3 토요일 밤 : 조식 먹다가, 커피 고르기, 와이파이 천국이었던 코스타 커피, 보위님 발견, 결국 굴복, 아이 짜 10
  13. 2017.06.03 6.2 금요일 밤 : 예쁜 식당 조식, 로레타 종소리, 우 크노플리치쿠, 레냐와 재회, 수퍼 쿨한 내 약혼자, 저녁 산책, 셋이서 아이스크림과 윷놀이 6
  14. 2017.06.02 6.1 목요일 밤 : 말라 스트라나로 숙소 옮김, 에벨과 코기, 올리브 바질 젤라또, 료샤와 이야기 나눔, 윷놀이 마스터 료샤 6
  15. 2017.06.01 이 자식 왜 이렇게 당당한 거야 ㅠㅠ 14
  16. 2017.06.01 5.31 수요일 : 휴가 와서도 일함, 도브라 차요브나, 예루살렘의 추억, 료샤랑 차 마시면 재밌음, 그의 전략에 희생된 나, 여기까지 그걸 챙겨오다니! 6
  17. 2017.05.31 5.30 화요일 밤 : 에벨이 좋긴 한데 더웠어, 광장 가판대 보고 쥬인 생각, 비, 방전, 료샤 옴, 좀 웃기는 저녁, 좋은 친구 10
  18. 2017.05.30 정말 좋아하나보다 8
  19. 2017.05.30 5.29 월요일 밤 : 느슨한 하루, 더위, 에벨에서 아점, 현실은 항상 이래, 낮잠, 맛없는 저녁 10
  20. 2017.05.29 오늘 발견한 쪼끔 엽기적인 낙서들 2
  21. 2017.05.28 5.27 토요일 밤 : 프라하 다시 산책, 뜨거운 햇살, 터미널 가서 표 끊고, 구시가지, 이른 저녁 먹고 들어옴, 많이 걸었음 2
  22. 2017.05.27 에벨, 다시 돌아온 프라하 4
  23. 2017.05.27 토끼, 왕관 + 2
  24. 2017.05.27 다시 프라하 옴 2
  25. 2017.04.19 여름에 다시 가서 걷고 싶다 2
2017. 7. 3. 21:13

프라하 골목과 파란 하늘 2017-18 praha2017. 7. 3. 21:13

 

 

6월 초. 프라하 흐라드차니와 말라 스트라나 쪽 골목들 산책하다 찍은 사진 세 장. 하늘이 파랗고 아름다웠는데 같은 날이었지만 찍은 장소와 빛에 따라 파란색이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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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6. 26. 23:39

프라하 세 장 2017-18 praha2017. 6. 26. 23:39











피곤했던 하루라 일찍 자려고 누웠지만 한시간 넘게 잠 못이루고 있음. 그냥 평소대로 자정 즈음이 되어야 잠들듯.


잠 안와서 폰에 있는 프라하 사진 몇장 올려봄. 6.5. 떠나던 날 오전에 산책하며 폰으로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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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26. 21:47

카를 교가 아니라 해골 찍었던 것임 2017-18 praha2017. 6. 26. 21:47





캄파.



난 분명히 해골을 찍으려고 했는데 창문 너머에 있는 해골이라... 석양빛에 반사되어 유리에 비친 카를 교가 훨씬 선명하게 나오고 해골은 실루엣만 나왔다.



근데 두겹으로 나오니 또 이게 맘에 드는 사진이다.



..




이 사진 찍고 있는데 그때 같이 있었던 료샤가 옆에서 '어이구 또 해골 찍고 있네 해골성애자!' 라고 쿠사리를 주었다... 흑... 똥개... 용이나 잡아먹는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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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22. 22:18

여름날 낮의 프라하, 마지막 날 2017-18 praha2017. 6. 22. 22:18









프라하를 떠나던 날. 6월 5일.



도브라 차요브나와 카페 에벨에 들른 후 레기 교를 건너 말라스트라나 숙소로 돌아와 예약했던 택시를 탔다.



2주 좀 전의 일인데 벌써 꿈처럼 아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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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22. 14:31

지하에서 지상으로 2017-18 praha2017. 6. 22. 14:31

 

 

지난 6월 1일. 프라하. 나메스티 레푸블리키 지하철역.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다가 앞에 계신 분의 스타일이 맘에 들어 찍음. 저 여자분의 머리색, 옷색깔, 에코백, 그리고 새파란 하늘까지 뭔가 환상적인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단편 소설을 한편 쓸 수 있을 것도 같다.

 

:
Posted by liontamer
2017. 6. 21. 21:33

녹색의 캄파 공원 거닐다가 + 레냐 2017-18 praha2017. 6. 21. 21:33

 

 

지난 6월 초. 프라하 캄파 공원. 저녁에 료샤랑 레냐랑 산책 나갔을 때.

 

 

 

 

 

레냐 사진 조그맣게 한장. 료샤는 카메라공포증과 좀 이상한 불안증이 있어 자신이나 레냐 사진이 찍히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나도 그의 마음을 존중해 사진을 찍지 않는다만... 레냐 이 사진은 멀리서 웅크리고 있는 실루엣만 잡힌 거니까 올려본다. 빛 때문에 머리색이 더 밝게 나왔네. 원래는 조금 더 노란 금빛이다.

 

 

왜 저렇게 웅크리고 있냐면... 저때 무슨 무당벌레인지 뭔지 하여튼 뭔가 날개달린 벌레 있다고 좋아하며 붙잡고 있었음. 나는 벌레 무서워서 이만큼 멀찌감치 도망와서 슬쩍 사진 찍음 ㅋㅋ

 

 

보고픈 레냐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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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18. 22:13

타는 듯한 색채들 2017-18 praha2017. 6. 18. 22:13







나는 불타는 듯한 색채들, 쏟아지는 듯한 색채들, 선명하고 대조적으로 모여들고 확장하는 다색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변화하는 색채들을 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정말 끌리는 것은 완벽한 열대의 색채들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색채들에게는 저마다의 이름이 있고 어울리는 장소와 시간이 있는 것 같다.



5월말에서 6월초.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던 프라하 거리들에서 발견한 색채들 사진 몇장.































그리고 카페 에벨은 내가 좋아하는 색채들로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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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15. 21:04

아주 녹색, 아주 밝은 빛 2017-18 praha2017. 6. 15. 21:04

 

 

 

 

프라하. 6월. 캄파.

 

저녁 6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던 것 같다. 걷기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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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8. 14:22

프라하의 빛 2017-18 praha2017. 6. 8. 14:22

 

 

 

그저께 돌아와 어제 새벽 기차로 곧장 본사 내려와 출근, 어젯밤에는 9시 즈음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뻗어서 잤다. 꽤 많이 잤는데 아직도 계속 졸리고 피곤하다.

 

사무실에 앉아 일하고 있자니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프라하 골목들을 쏘다니고 햇살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게 꿈만 같구나...

 

빛과 그림자가 아름다웠던 프라하 사진 몇 장 올려봄.

 

로레타 사원 앞.

 

 

 

 

캄파에서 블타바 강변 따라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이것도 맨 위와 마찬가지로 로레타 사원 근처.

 

 

:
Posted by liontamer





정오 즈음에 에벨에 도착했다.



오늘은 비 온 후라서 창가에 볕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드디어 창가 자리에 앉았다. 일주일 동안 안면을 트고 많이 친해진 서글서글하고 눈이 동그란 금발의 점원 아가씨와 밝은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내가 오면 메뉴도 안 줌 ㅋ 그리고 원래 홍차 시키면 우유 저그 주는데 내가 시키면 우유 저그도 안 줌.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거 알아서... 그래서 내가 '오늘은 메뉴 주세요' 라고 했더니 깜놀하는 분위기 ㅋㅋ



어제의 맥주 때문에 빈속에 카페인 마시기는 좀 그래서 속을 따뜻하게 하는 걸 먹어야 할것 같았다. 그래서 꿀을 곁들인 생강차를 시켰고 거기에 모짜렐라 토마토 루꼴라 페스토 베이글을 시켰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베이글이 항상 생각난다... 참 맛있는데...










생강차에는 꿀과 레몬을 곁들여 주었고 너무나 센스 있게 레몬짜개에 레몬조각을 끼워주었다. 생강차는 집에서 내가 끓이는 것처럼 토막난 생강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딱 그 맛이다. 거기에 꿀을 전부 넣고 레몬즙도 다 짜 넣었다. 몇모금 마시자 몸이 후끈해지면서 땀이 좀 났다. 베이글도 무척 맛있었다. 숙취와 괴로움, 친구랑 약혼자가 떠난 슬픔에도 불구하고 생강차랑 베이글 맛있게 먹고 좀 힘을 냄.



..




에벨에 오래 앉아 있진 않았다. 내일 떠나야 하니 오늘은 좋아하는 카페들 순례하려는 생각이었으므로. 에벨에서 15분 도보 거리에 있는 도브라 차요브나에 가서 예루살렘의 추억이나 다른 신기한 이름의 차 마시고 바클라바 또 먹어야지 했다. 그런데 두둥!!! 갔더니 아직 오픈 전이었다. 일요일은 두시에 연다는 것이다. 한시간이나 더 기다릴 수는 없었고 심지어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방에 우산을 두고 왔다는 것이 떠올랐다. 악...



..



트램을 타고 다시 말라 스트라나로 갔다. 카피치코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에 와서는 카피치코에 가지 않았었다. 좀 묘한 이유였다. 카피치코는 무척 내밀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 주인 아저씨 로만과 다정했던 점원 베트라와 나눈 이야기들이 좋았고 내게 위안이 되었지만 그당시 내가 많이 약해져 있었기 때문인지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았다. 에벨과는 좀 달랐다. 카피치코에 가는 것이 살짝 부끄러웠다. 또는, 다시 가기보다는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기도 했다. 에벨은 언제나 편안하게 드나들며 적절한 익명성과 적절한 친교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카페이지만 카피치코는 조금 더 조용하고 조금 더 내밀하고, 그리고 조금 더 약해지는 곳이다. 아마 빈 테이블들이 많고 또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헬리초바에 내려서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비가 많이 왔다. 바람도 씽씽 불었다. 계속 더웠기 때문에 빨아서 말려놨던 여름 원피스 한장만 걸치고 있었는데 추웠다!!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챙겨나온 얇은 카디건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막 뛰었다. 일요일이라 카피치코도 늦게 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과 함께 뛰었는데 다행히 창문 너머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새까맣고 새하얀 카피치코 간판이 어찌나 반갑던지! 






주인 아저씨 로만이 있었다. '도브리 덴' 하고 인사를 하고 들어가자 메뉴판 두개를 가져오시며 체코어로 '체코 메뉴판 드리면 되죠?' 라고 묻는다. 그래서 '아니요 영어 메뉴 주세요' 라고 말했다. 로만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미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다 내 스타일도 좀 바뀌어 있었고 이곳은 좀 한적해보이긴 해도 수많은 손님들이 오고 가는 곳이다. 살짝 섭섭했지만 동시에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아마 부끄러웠기 때문인 것 같다.



주인 아저씨 로만은 여전히 키가 크고 어딘지 좀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과 다름없이, 오후에 찾아오는 말씨가 어눌하고 다리를 저는 약간 유로지브이 같은 남자가 오자 밝게 웃으며 맞아주었고 테이블에 함께 앉아 체스 비슷한 게임을 했다. 작년에도 그 모습을 보고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진 않지만 친해지면 무척 따뜻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지.



나는 다즐링과 메도브닉을 시켰다. 워머에 올려진 투박하고 이 빠진 세라믹 주전자와 손잡이 없는 찻잔, 그리고 52코루나밖에 하지 않지만 너무나 맛있는 이곳의 메도브닉이 나왔다. 나는 본시 투박한 도자기도 좋아하지 않고 이 빠진 그릇을 보면 빈정상하고 손잡이 없는 찻잔을 주면 싫어하는 사람이다(뜨거우니까)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카피치코와는 놀랍게 어울린다...
















바깥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빗방울이 거세게 쏟아졌다. 카페는 두어 테이블 외에는 비어 있었다. 나는 좋아하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차를 마셨고 메도브닉을 먹었고 문을 닫은 도브라 차요브나에 대해, 그리고 카피치코에 대해 낙서를 했다.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부는데 나는 따뜻하고 조용하고 한적한 카피치코 안에 앉아 향긋하고 뜨거운 차를 마시고 달콤한 메도브닉을 먹고 있었다.



이것은 에벨과는 다른 종류의 충만함이며 아마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행복감일 것이다.



..




비가 좀 그친 후 카피치코에서 나왔다. 카피치코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숙소로 갔고 30여분 정도 쉬었다. 그리고 긴 바지와 긴 티셔츠로 갈아입고 스카프를 둘러매고 노트북을 들고 다시 나섰다. 스카프 두장이나 챙겨왔고 트렌치코트도 챙겨왔었지 ㅠㅠ 카디건도 두장이나 챙겨왔어... 그런데 내내 엄청 더웠지... 흑흑... 트렌치코트는 한번도 안 입었고 가방 속에서 부피만 차지하고... 스카프도 오늘 처음 둘렀다. 검은 셔츠를 입기도 했거니와 비오는 우중충한 날씨라 흑백 스카프와 빨강주황 스카프 중 후자를 골랐음.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우 크노플리치쿠에 갔다. 가성비 제일 좋은 카페. 젊은 점원 아가씨가 좀 불친절하긴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하다. 카피치코에서 홍차를 마셨으므로 레드베리 티를 시켰고 목도 말라서 사과주스도 시켰다.









작년에 이곳과 에벨에서 글을 좀 구상하고 조금 쓰기도 했었다. 한동안 바탕화면에 이곳의 빨간 입술 찻잔 사진을 깔아놓기도 했었다. 여기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내부가 은근히 분위기 있고(좀 꽃무늬 시골풍이긴 한데 묘하게 어울림), 화분이 가득 놓여 있는 창 너머로는 빨간 트램 지나가는 게 보여서 좋다.



차를 마시며 글을 좀 썼다. 비가 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의외로 글이 잘 써져서 두페이지를 쓸 수 있었다. 작년에 여기서 구상했던 글이지....



..



우 크노플리치쿠에서 나와 살짝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었고 바람이 불어서 꽤 싸늘했다. 스카프를 펼쳐서 숄처럼 어깨와 목 전체를 감쌌다.



추워서 뭔가 따뜻한 것,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한번 갔었던 우예즈드 근처의 중국식당이 생각나서 거기 갔다. 여기 마파두부에는 돼지고기를 빼달라면 빼준다. 베지테리안 메뉴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과 흰밥과 자스민 차를 시켜서 먹었다. 어제의 맥주와 비프버거가 좀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흑... 지난주에 영원한 휴가님과도 얘기 나누었지만 나는 체코에서는 못 살것 같아.. 음식이 너무 입에 안 맞아서... 신선한 야채도 없고 해산물도 별로 없고 짜디짠 소시지와 햄과 돼지고기와 맥주 천국이니...



몇년 전에 프라하에 두어달 살때는 직접 장을 봐서 음식 해먹긴 했지만 그때도 '아아 해산물...' 하고 괴로워했었다. 어디든 바다 있는 나라에 살아야 해...


..



밥을 먹은 후 이제는 반대로 중국음식의 맛을 없애기 위해 안젤라또에 갔다. 오늘은 쌀쌀해서 바깥까지 줄이 늘어서 있진 않았다. 마파두부로 자극된 입안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역시 스트라치아텔라~ 추워서 안젤라또 안에 앉아서 스트라치아텔라 먹음. 역시 맛있었다. 올리브유 바질이 맛있긴 했지만 그래도 스트라치아텔라가 제일 좋다.





.. 그러고 보니 오늘의 이 두번째 파트는 전부 먹고 마신 얘기밖에 없네!!



..



그리고는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내일 오후 공항 가는 택시를 예약했고 방에 올라와서 씻은 후 가방을 쌌다. 이번에는 산 게 별로 많지 않았고 찻잔 몇개도 그때그때 뽁뽁이로 싸놓아서 가방 금방 꾸릴 줄 알았지만 역시나 시간 꽤 걸렸다. 가방 다 싸고 나니 녹초...



아마 돌아가기가 싫으니 가방 싸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듯.. 흐흑..



방에 돌아와 와이파이를 잡아보니 료샤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잘 도착했고 레냐는 자기 엄마에게 데려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그냥 확 집어치우고 내일이라도 그냥 뻬쩨르로 오라고 농담을 하고 있었다. ㅋㅋ 그래서 나는 '프라하는 음식이 맛없고 뻬쩨르는 6월에 눈이 오는데 선택지가 너무 적다...' 고 답을 해주었다.



내일은 조식 먹고 체크아웃한 후 에벨에서 시간 보내다 공항에 가야겠다. 여유가 있으면 도브라 차요브나에 먼저 갔다가 에벨에서 점심 먹어도 되긴 하는데 좀 생각 중...


아아... 휴가가 끝났어어어어...




** 카피치코에서 그린 스케치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6509



:
Posted by liontamer





어제의 맥주 한잔은 역시 나에게는 독이었으니... 마실 때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고 의외로 취기도 별로 오르지 않았지만 밤에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본시 맥주 마시면 잠을 잘 못 잔다. 첨엔 졸리다가 술이 딱 깨는 순간이 오고 나면 그때부터는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다. 그나마 몸을 데워주는 독주 같은 경우는 뒤끝이 적고 저렇게 잠 못 자는 경우가 드문데 차가운 맥주가 뒤끝이 안 좋다.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마셨던 맥주도 작년 9월에 프라하 왔을때 어제의 그 콜코브나에서 마셨던 마스터 세미다크 맥주였다. 그때는 오전에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밤에 엄청 열나고 아프고 고생했었지...



그런데 어제 나는 유혹에 굴복해 마셔버렸고... 술을 마셨으니 어제 저녁이랑 오늘 아침 약은 안 먹었고... 하여튼 잠을 잘 못 잤다. 새벽이 되었는데도 잠이 안 오고 몸이 너무 쑤시고 기침이 자꾸 나왔다. 이 방이 에어컨 시설이 없고 카펫이 깔려 있어서 먼지가 좀 많은 편이긴 하다.




알고 보니 간밤부터 비가 왔었다. 어쩐지 몸이 쑤시고 무거우면서도 괴롭더라니...




하여튼 그래서 잠 설치고, 아침에 깜박 잠들어 꾼 꿈에서는 회사의 다른 부서 사람들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예전예전 상사와 업무 때문에 부딪치고 설전을 벌였다. 내용마저 너무나 자세하고 현실적이었다. 다른 부서들과 얽힌 일들에 대해 감사가 나왔는데 분명 우리 부서는 총괄부서도 아니고 그 업무의 극히 일부만 맡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예전예전 상사(꿈속에서는 지금의 상급상사로 탈바꿈해 있었음)가 우리 부서의 업무분장표에 그 모든 일들을 집어넣으라고 하고 자료도 다 만들어내라는 거였다. 심지어 그 업무들은 전부 현실에서 우리가 실제로 맡아서 수행하고 있는 골치아픈 기획사업들이었음. 꿈도 어쩜 이렇게 현실적으로 꾸누...



꿈속에서 나는 이것은 불공정하며 비효율적이라는 점, 왜 다른 부서의 책임을 우리가 떠맡아야 하느냐, 우리보고 징계까지 받으라는 거냐 등등 엄청나게 항의를 하였는데 그게 너무 심했는지 잠결에도 내가 조목조목 소리내어 따지는 소리를 들었다! 잠꼬대도 완전 리얼하게 업무 항의!!!



으윽, 돌아갈 때가 다 되긴 한 거야... 수요일부터 다시 업무 복귀를 해야 하니 이렇게 적나라한 꿈을 꾸지...



그 꿈 때문에 너무너무 피곤하게 깨어났다. 꿈속에서 왕창 일하고 왕창 싸운 느낌이었다. 커튼을 젖히고 창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맥주 뒤끝 때문에 조식이고 뭐고 다 귀찮았다. 계속 누워 있고 싶었지만 오전에 료샤와 레냐가 돌아가기로 되어 있었으므로 슬퍼하며 그들의 방으로 갔다.


료샤와 레냐는 이미 돌아갈 준비를 다 마친 후였다. 나와 함께 아침 먹은 후 가려는 참이었는데 내가 아침은 못먹겠지만 옆에 같이 있어주겠다고 하자 료샤가 뭐라고 비웃기도 전에 레냐가 선수를 쳤다.


레냐 : 알아! 쥬쥬는 게을러!! 아침 원래 잘 안 먹어!!! 작년에 프라하 왔을 때도 그랬고 뻬쩨르에서도 그랬어! 쥬쥬는 열두시에 아침 먹어!!!


으흑... 료샤는 신나게 웃고... 나는 슬픈 눈으로 레냐를 쳐다보았다. 차마 숙취 때문에 암것도 먹기 싫다는 말을 어린애 앞에서 할 수는 없어서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나 : 으응... 그래도 오늘은 일찍 일어났잖아. 아침은 좀 있다가 먹을 테지만 네가 밥먹고 가는 거 옆에서 봐줄게.


레냐 : 여기 흑빵 맛없어서 안 먹는 거지? 아, 나는 미역국이 먹고 싶다~


뜬금없이 갑자기 미역국 타령을 하는 레냐 때문에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예전에 료샤네 집에 갔을때 미역국, 카레, 찜닭 따위를 해준 적이 있는데 레냐가 미역국을 엄청 좋아했다. 서양인들은 그 미끈미끈한 식감 별로 안 좋아하는데 레냐는 미역국도 좋아했고 양갱도 무지 좋아한다... 아빠 료샤는 맥심 좋아하는 아재 입맛이고 아들 레냐는 양갱 좋아하는 할배 입맛이다!!!


료샤랑 레냐가 조식을 먹는 동안 나는 생수와 오렌지를 약간 먹었다. 어제 맥주랑 맛없는 비프 버거 콤보 때문에 밤새 너무너무 목마르고 괴로웠다. 그나마 아침이 되자 갈증이 좀 가셨다. 이제 맥주 안 마셔 크흑...


조식을 먹은 후 료샤와 레냐는 가방을 쌌고 체크아웃을 했다. 나는 너무나도 섭섭했다. 계속 날씨가 좋더니만 오늘은 비온 직후라 하늘이 우중충했다. 료샤와는 그래도 며칠 봤지만 레냐는 금요일에 왔다가 오늘 아침에 가는 거라 너무 조금만 같이 있었기 때문에 더 섭섭했다.



레냐는 밥먹다가 조금 울음보 터뜨리면서 '쥬쥬도 우리랑 지금 비행기 타고 뻬쩨르 가면 좋겠다' 라고 했다. 내가 '다음에 꼭 갈게. 나는 이제 다시 일하러 가야 해' 라고 말했더니 레냐가 훌쩍훌쩍 울면서 '쥬쥬는 왜 맨날 일만 해?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쥬쥬가 제일 바빠, 쥬쥬가 제일 일 많이 해, 그런데 일도 많이 하면서 돈은 많이 못 받나봐. 뻬쩨르까지 오는 비행기 자주 없고 비싸서 프라하 왔댔어' 라고 하소연했다. 헉, 아이 앞에선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되는구나... 어젠가 그저께 내가 '뻬쩨르 오는 비행기 적고 더 비싸서 프라하 왔어'라고 했더니만!!! 그리고 료샤랑 얘기하면서 '일하다 나 죽을 거 같아' 라고 한 것도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따라 많이 섭섭했다. 날씨 때문인 것 같기도 했고 나도 내일 돌아가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레냐와 뽀뽀를 하고 올해 가기 전에 꼭 뻬쩨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레냐는 '그래애애!!' 하고 빽 소리를 지르더니 다시 한번 뽀뽀를 하고 차에 탔다. 료샤는 언제나처럼 한번 세게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돌아가서 어떤 변화가 있든 너무 쫄지 마라.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해 왔으니까' 하고 갑자기 멋있는 척하는 대사를 읊었다. 엥?!!!



그러더니 역시 이놈다운 대사를 덧붙임.



료샤 : 근데 잘하는 건 잘하는 거고, 그깟 일은 그냥 때려치우는 게 제일 나아!!! 개새들!!! 나 같으면 작년에 이미 때려치웠지!!!!



(... 너는 누구에게 개새들이라고 욕을 하고 있는 거니 ㅠㅠ 레냐도 듣고 있는데 ㅠㅠ)



그리고 료샤랑 레냐가 공항으로 떠났다.



나는 매우 섭섭한 채로 방에 올라와 대충 화장을 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23번 트램을 타고 카페 에벨에 아점을 먹으러 갔다... 22번과 23번은 노선이 비슷하다. 그런데 23번이 좀더 헌 전차이다. 옛날 생각나고 페테르부르크의 전차도 좀 생각난다.











.. 어쩐지 소련 시절 떠오르는 전차였다. 삐까번쩍한 요즘 트램 타다가 이거 타니 정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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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모가 꽤 길어져서 일단 여기까지 1부. 2부는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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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워서 이곳에 있으면서도 이미 향수병에 걸릴 지경이다!!!



오늘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더니 스크램블드 에그 대신 포리지와 노른자 거의 안 익힌 달걀 프라이만 있었다. 흑, 나는 아침마다 스크램블드 에그로 단백질 보충하고 있었는데... 비위가 약해서 안 익은 노른자 무지 싫어하는데... (그래서 반숙 달걀도 안 먹고 순두부찌개 시키면 계란 빼달라 하는 경우가 더 많음)


하는 수 없이 달걀 프라이에서 흰자만 찢어내서 접시에 담고 있는 나를 보면서 료샤가 혀를 찼다.



료샤 : 어휴 그러니까 비실거리지! 건강에 좋은 것 좀 먹으란 말이야!


나 : 웃기시네! 지는 소시지에 햄이랑 베이컨 잔뜩 담아놓고서 건강 타령하고!!!!! 난 소시지 햄 베이컨 안 먹거든요! 짠 것도 안 먹거든요!


료샤 : 너는 불닭볶음면 먹잖아!


나 : 나도 그거 안 먹어! 너보단 잘 먹는다는 거지 좋아한다는 건 아니얏!!


레냐 : 아빠, 여기 흘롑(흑빵)은 싱거워...


료샤 : 체코라서 그래! 러시아 흘롑이 최고 맛있어, 여긴 전부 이 맛도 저 맛도 아니야!


ㅠㅠ 근데 최소한 흑빵에 대해선 료샤 말이 맞다... 프라하는 일반 빵은 맛없다. 흑빵도 러시아 흘롑이 훨씬 시큼하고 촉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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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샤랑 레냐는 친척집 가고 나 혼자 남았을 때 낙서하고 놀았음)



오전에는 같이 에벨에 갔다. 료샤는 카푸치노, 나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 레냐는 핫초콜릿. 그리고 메도브닉을 시켰다. 료샤는 카푸치노에 설탕을 두봉지나 투하했다. 저러니 노란 맥심을 좋아하지... 레냐는 에벨의 메도브닉보다는 자기 동네의 메도빅이 더 맛있지만 핫초콜릿은 에벨이 더 맛있다고 매우 객관적인 판단을 했다. 참으로 크게 될 아이로구나~ 무조건 뻬쩨르가 최고라 우기는 지 아빠보다 훨씬 더 공정하구나~~~



카페에서 얘기하고 놀다가 료샤와 레냐는 잠깐 프라하에 있는 친척집에 갔다. 그리고 나서 나 혼자 좀 놀다가 쥬인 주려고 커피를 한봉지 샀다. 지난주에 영원한 휴가님 만나러 갈때 여기서 원두를 추천받아 한봉지 사갔었는데 이제 집에 돌아갈 때가 다 되었으니 쥬인을 위해서도 한봉지...



근데 작년에 뻬쩨르에서 쥬인 주려고 커피 샀을 때 '제 친구는 고소하고 초콜릿 향이 좀 감도는 견과 아로마의 커피 좋아해요' 라고 했다가 값비쌌지만 알고보니 헤이즐넛 커피를 추천받아 사간 적이 있었다... 그래서 좀 걱정이 되었다. 구구절절 쥬인의 취향을 설명하자(쥬인은 콜럼비아 수프리모를 제일 좋아하고 블루마운틴 같은 시큼한 커피를 싫어한다) 점원이 안타깝게 콜럼비아 수프리모는 없다면서 다른 것을 추천해주었다. 온두라스 마살라 어쩌고 하는 거였다. 견과와 황설탕, 캐러멜, 밀크초콜릿 느낌의 마일드하면서도 향이 좋은 커피라고 했다.






설명을 듣자 내 느낌에 쥬인 취향보다는 좀 연하고 달거 같긴 했는데 그래도 나보다는 점원이 더 잘 알겠거니 싶어서 그냥 추천받은 대로 샀다. 지난번 영원한 휴가님께 골라드렸던 커피는 원두 향을 맡았을 때 맘에 들었었는데 이번 것은 그것보단 향이 좀 약한 듯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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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벨에서 나와서 테스코에 갔다. 부서 동료들을 위해 조그만 선물을 좀 샀다. 휴가 내서 오면 이런 게 참 하나하나 신경쓰인단 말이야... ㅠㅠ 가격도 그렇지만 짐을 부쳐야 하니까 부피나 무게 덜 나가는 걸 사야 하니 더 피곤하다. 하여튼 립밤 몇개와 초코바 몇개를 샀다. 그리고 내가 마시려고 테스코 옆에 있는 티 숍에 가서 다즐링 세컨드플러쉬와 다즐링 그린을 각각 100그램, 50그램씩 샀다.










추억의 장소인 테스코 코스타 커피에 가서 한시간 즈음 앉아서 낙서도 하고 글도 조금 썼다. 작년에 와이파이 잡으러 여기 자주 왔었는데 그땐 와이파이 천국이라 불렀으나 오늘은 그때만큼 잘 터지지 않았음 ㅠㅠ 그래도 이 코스타 커피는 나에겐 어쩐지 정감 가고 특별한 곳이다. (그런데 여기는 항상 에벨이나 도브라 차요브나 갔다가 다음 코스로 와이파이 잡으러 들르는 곳이라 제대로 된 음료는 시켜본 적 없고 맨날 병에 든 주스 같은 거 시킴... 제일 싼 거 ㅋㅋ)




(이 코스타 커피는 창문 너머로 트램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어서 좋다... 우예즈드에 있는 우 크노플리치쿠도 그렇지만 여기가 특히 통창문이라 트램이 더 잘 보인다. 빨간 트램이라서 좋은 것 같다. 파란 트램이나 녹색 트램, 노란 트램이었으면 그만큼 좋지 않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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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왔을 때 테스코 근처의 서점 창 너머로 보위 포스터를 보았다. 영원한 휴가님이 내게 선물해준 알라딘 세인 보위 타일과 똑같은! 포스터였다. 그래서 일주일 전 드레스덴에서 만나 이야기 나눴던 게 떠올랐다. 아아 꿈만 같구나 ㅠ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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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코에서 이것저것 사서 짐이 무거워졌기 때문에 트램을 타고 숙소 쪽으로 돌아왔다. 호텔에 돌아와 짐을 좀 풀어놓고 아픈 다리를 쉬고 있자니 료샤와 레냐가 돌아왔다. 셋다 배고파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멀리 가기도 귀찮아서 카페 사보이 옆에 있는 콜코브나 올림피아 펍에 갔다. 여기는 작년에 료샤가 아침에 해장한다고 날 데려가서 맥주랑 굴라쉬 시켜줬던 곳이다. 그때 난 아침부터 빈속에 맥주 마시고 완전 맛이 갔었지 ㅠㅠ



그런데... 나 결국 굴복하였다. 콜코브나에 와버리고 나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고 또 더워서 그만 맥주 0.3리터짜리 조그만 거 시켜버렸다. 원래 흑맥주 좋아하지만 목이 말라서 다크+라이트 믹스라는 게 있어서 그걸 시켜보았다. 신기방기... 부드러운 거품 아래 흑맥주, 그 아래 필스너... 첫모금은 거품 때문에 엄청나게 부드러웠고 그 다음은 씁쓸하고 깊었고 그 다음은 시원했다.






근데 나의 문제는 맥주는 첫 모금에서 한 서너모금까진 무지 맛있는데 그 다음부턴 시원한 맛도 없고 쓴 맛만 난다는 것이 ㅠㅠ 역시 나는 맥주랑 안 맞아... 게다가 내가 시킨 버거는 너무 퍽퍽하고 또 간이 짜서 목이 메지 않기 위해선 맥주를 마셔야 했다. 그래 역시 이 동네 음식은 간이 너무 짜... ㅠㅠ



그냥 료샤가 시킨 맥주 딱 한모금만 뺏아먹을 걸 그랬어... 난 주스나 시킬 걸 크흑...



맥주와 짠 버거 콤보 때문에 지금 계속 목마르다. 아무리 물 마셔도 목마르고 그때 샀던 체리 남은 거 다 까먹었는데도 목마르다. 매실액 한잔 타서 마시면 딱 좋겠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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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먹고 나서 우리는 말라 스트라나 골목길들을 같이 거닐었다. 그리고 셋다 오늘은 좀 피곤해서 이른 저녁에 호텔로 돌아왔다. 이 메모 남긴 후 료샤네 방에 가서 어제의 윷놀이 패배를 설욕해 볼 것이다 ㅠㅠ 흑흑... 내가 못 이기면 혼신의 힘을 다해 레냐라도 우승시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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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오면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첫날 도착해 정돈된 차가운 시트 위에 맨 다리를 쭉 뻗고 누울때의 그 기쁨(오늘이 첫날이니까 많이 남았다~)이 벌써부터 그리워지니 ㅠㅠ



옮겨온 호텔 방은 에어컨이 없고 미니 선풍기가 있다. 옛날 건물을 개조한 호텔이라 고풍스럽고 예쁜데 대신 좀 구식이다. 엘리베이터도 도착하면 바깥 도어를 밀어서 열어야 탈 수가 있다.















조식 먹으러 내려와서는 꽤 만족했다. 음식도 나쁘지 않았고(심지어 푸성귀가 있다!) 기사들의 갑옷들이 진열되어 있고 스테인드글라스도 있고 피아노 연주자도 있다.



부르주아라 웬만한 좋은 호텔 다 가본 료샤도 맘에 들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맨날 이름있는 삐까한 호텔만 묵어봐서 이런 풍의 호텔은 처음이라는 거였다. 기사 갑옷 입어보고 싶다고 해서 '너 저거 입으면 갑옷 다 터지겠다' 하고 놀려주었다. 그러자 료샤는 '그렇지! 역시 내가 키도 크고 근육질의 멋진 남자니까 저런 갑옷 따위도 나한텐 안 맞겠지~' 라고 좋아했다. 좋아하라고 말해준 건 아니었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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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먹은 후 료샤는 일을 잠깐 처리한 후 공항에 레냐를 데리러 갔다. 비서와 그의 아내가 레냐를 데리고 오기로 되어 있었다. 료샤 말로는 비서 베냐에게 일 시켜먹으려고 출장 오게 만들었는데 오는 김에 레냐 데리고 오라고 했단다... 불쌍한 베냐 ㅠㅠ 그래도 료샤는 일이 별로 없고 주말엔 아내랑 프라하에서 놀 수 있으니 이런 출장을 오게 해주는 자기가 얼마나 좋은 보스냐고 으쓱거린다. 야 임마... 그래도 일은 일이라고 ㅠㅠ 나는 일 때문에 해외출장 갔을 땐 한번도 좋은 적 없었어어어 ㅠㅠ



그동안 나는 트램 22번을 타고 로레타에 갔다. 이번 여행에선 프라하 성과 카를 교는 전부 패스하기로 했다. 어차피 좋아하는 곳도 아니고... 원래는 프라하 오면 제일 먼저 가는 곳이 에벨과 로레타인데 이번에는 숙소를 말라 스트라나로 옮기는 후반부까지 로레타를 아껴놓았다.



열한시 반 정도에 도착했다. 일부러 정오 종소리 들으려고 맞춰 간 것이다. 로레타 부근은 가까운 프라하 성 쪽과는 달리 고요하고 한적한 편이다. 주변을 산책하다 10여분 전이 되었을때 사원 앞의 돌계단에 앉았다. 사원 안을 보지 않고 종소리만 듣고 싶을 땐 항상 이 계단에 앉는다. 시계탑과 종들도 잘 보이고 나름 좋은 자리이다.











정오에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여전히 아름답고 쨍하고 깊고 동시에 가벼운 울림과 함께 사라지는 로레타의 종소리. 오늘 하늘은 새파랬다. 햇살이 눈부셨다. 로레타의 지붕은 황금빛으로 반짝거렸고 종들이 순서대로 울려퍼졌다. 로레타의 종소리가 울려퍼질 때만큼 행복하고 충만하고 온전한 순간이 또 있을까? 아마도 네프스키 수도원의 종소리?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종소리? 하지만 후자들은 경건하고 전자는 경건하다기보다는 그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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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를 들은 후 다시 트램을 타고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까지 왔다. 오늘 이제껏 프라하에 여행왔을 때와 지냈던 거 통틀어서 처음으로 트램에서 검표원과 마주쳤다. 그래도 티켓을 끊어놓았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우 크노플리치쿠 카페에 갔다. 빨간 입술 그려진 머그에 차를 우려주고 케익이 저렴하고 맛있는 곳이다. 작년에 머물때 종종 갔었고 글도 썼었다. 오늘도 하니 앤 손즈 다즐링 티백 홍차와 자허토르테를 시켰다. 여기 자허토르테는 좀 조그맣지만 나름대로 딸기에 휘핑크림도 잔뜩 얹어주고 초콜릿 코팅 안에는 살구잼까지 들어있는 등 있을 건 다 있다. 그리고 홍차랑 자허토르테 다 합쳐서 90코루나, 450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프라하에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 중 가성비가 제일 좋다.




(찻잔 이가 나가서 좀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가성비 좋은 카페니까 용서함... 나도 입술무늬 옆에 내 입술자국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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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크노플리치쿠에 앉아 스케치를 좀 하며 쉬고 있으니 료샤가 레냐를 데리고 왔다. 레냐는 작년 겨울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봤을 때보다 또 커 있었다! 그리고 살이 좀 빠져 있었다. 아니 벌써 쭉쭉 크는 나이로 접어드는 건 아니겠지 흐흑...



레냐는 카페 안으로 뛰어들어오더니 '쥬쥬~' 하고 소리치며 곧장 내 테이블로 와서 뽀뽀를 쪽 했다 :)) 그리고는 '쥬쥬! 머리색이 바뀌었어! 쥬쥬! 오늘은 원피스를 입었어~ 해골 어디 갔어?' 하고 조잘댔다. 나는 '해골 옷도 가져왔는데 너네 아빠가 싫어해' 라고 대답했다. 레냐는 하하 웃더니 '나는 해골도 좋아~' 라고 한다. 아이고 귀여워... 내 약혼자의 무한한 사랑 :))


그러더니 역시나 내 접시의 케익을 보며 '우아... 나도 케익. 아빠 나도 케익' 하고 조르기 시작... 료샤는 엄격하게 거절!



료샤 : 안돼! 점심 먹어야 돼! 벌써 두시가 다 됐어!


레냐 : 쥬쥬는 케익 먹었는데 ㅠㅠㅠ


료샤 : 쥬쥬는 한국 사람이니까 우리랑 좀 달라!


나 : 한국 사람이라서 다른 게 아니야아아... 너네 기다리면서 잠 깨려고 차 마셨어. 차 마시면 케익 먹고프단 말이야아


레냐 : 그래 맞아! 차랑 케익 먹으면 맛있어! 초콜릿도!!!!


료샤 : 안돼! 지금은 점심 먹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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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페 사보이에 점심 먹으러 갔다. 사실 어제부터 영원한 휴가님 포스팅에 있던 프렌치토스트 때문에 사보이의 맛있는 프렌치토스트가 먹고프긴 했는데 점심 시간이라 밥을 먹어야 했고 게다가 나는 이미 자허토르테를 한조각 해치운 후라서 토스트는 포기...






대신 치킨 슈니첼 시켰는데 이것이 꽤나 맛있었다. 곁들여준 감자샐러드도 맛있었다. 그래서 지난번 드레스덴에서 먹었던 얇고 질긴 가죽같던 비엔나 슈니첼의 슬픔을 만회하였다(물론 오늘 먹은 건 송아지 고기가 아니라 닭고기였지만...) 슈니첼 양이 많아서 레냐에게도 좀 나눠주었다. 료샤는 포크 슈니첼을 먹었고 레냐는 뭔가 완자 같은 음식을 먹었다. 나보고 먹어보라 했지만 돼지고기가 들어 있어서 먹지는 못했다 ㅠㅠ






레냐는 카페 사보이의 화려한 천정 장식을 보며 좋아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해서 내가 손잡고 데려갔다. 카페 사보이 화장실은 지하에 있어서 나선계단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아이 혼자 내려가는 게 어쩐지 위험한 것 같아서. 화장실이 있는 층에는 통유리창이 있고 주방이 그대로 보인다. 레냐는 신기해했다.


다시 계단을 올라오면서 레냐가 물었다.



레냐 : 쥬쥬, 프라하가 페테르부르크보다 더 좋아?


나 : 아니. 페테르부르크가 제일 좋아.


레냐 : 근데 왜 여름에 우리한테 안 오고 프라하로 왔어?


나 : 으응, 페테르부르크 가는 비행기가 더 적고 더 비싸서 ㅠㅠ


레냐 : 그렇구나... 그러면 프라하 온 거 용서해줄게.



아빠보다 더 쿨한 아들 레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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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사보이에서 나와서 우리는 골목을 좀 거닐었고 호텔로 돌아왔다. 레냐가 하품을 했다. 아침에 비행기 타고 온데다 간밤에 게임하느라 늦게 잤다고 한다. 나도 졸렸고 무척 피곤했다. 료샤가 선심썼다는 듯 '낮잠 자고 좀있다 놀자!' 하고 선언했다. (사실은 이놈도 밥먹으면서 맥주 한잔 마셔서 졸렸던 것임)



그래서 우리는 각각 방으로 돌아가서 낮잠을 좀 잤다. 한시간 좀 넘게 잤는데 정말 피곤하고 달게 잤다. 몸이 막 침대로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낮잠 잔 후 좀 게으름피우다가 나오니 저녁 일곱시였다. 같이 캄파 공원과 블타바 강변을 산책했다. 공원에서 두명의 뮤지션이 퍼커션과 일렉트릭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완전 내 취향이었다. 바이올린보다는 첼로를 더 좋아하지만 그건 클래식일 때 그렇고, 일렉트릭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고 적당한 비트가 가미되는 모던은 나도 좋아한다. 모르는 음악이었지만 리히터를 좀 연상시키는 리듬과 멜로디여서 한동안 근처에 서서 음악을 들었다.






료샤는 지루한 것 같았지만 나와 레냐가 손잡고 음악을 듣고 있으니 할수 없이 기다렸다. (레냐는 음악을 좋아한다. 작년엔 나랑 둘이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연주회도 갔었다)



한곡 더 듣고팠지만 료샤가 불쌍해서 우리는 다시 공원을 산책했다. 그리고 안젤라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료샤는 목마르다면서 망고 소르베를 시켰고 레냐는 스트라치아텔라(내가 추천함), 나는 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료샤는 '야! 어제는 올리브유 바질 먹더니 오늘은 쌀이야?' 하고 기가 막혀 했다.



나 : 너 리조 아이스크림 안 먹어봤어?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 되게 맛있는데. 덜 달고 담백하고...


료샤 : 달지 않으면 그게 아이스크림이냐!


나 : 달긴 달아 근데 많이 달지 않은 거지... 맛있어, 한번 먹어봐


료샤 : 싫어! 어제처럼 피볼 거야!


레냐 : 나는 먹어볼래 쥬쥬!






레냐는 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다는 것이다. 그래, 맛있다니까!


료샤도 좀 궁금해졌는지 한 입 먹어보았다. 그러더니 이건 괜찮다고 함. 칫, 올리브유 바질도 맛있었다고... 지는 망고 먹으면서... (정작 나는 망고 아이스크림 매우 싫어해서 맛도 안 봤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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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샤 방에 올라가서 체리랑 샌드위치랑 과자 같은 거 늘어놓고(+ 레냐를 위해 내가 사온 양갱도) 같이 늦은 저녁 먹으며 윷놀이함... 셋이서 윷놀이를 한 결과... 료샤 1등, 레냐 2등, 나 꼴등... 사실 레냐에게는 내가 져주긴 했는데... 죽어도 료샤는 못 이기겠다... 그에게 도박꾼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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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월이 되었다. 이제 프라하 머무는 것도 며칠 안 남았네... 너무너무 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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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었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한 후 료샤의 렌트카에 가방을 실어놓았다. 체크인은 두시부터이기 때문이다. 료샤는 오전에 다시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가고(전략적인 수법을 잘 실행하긴 한 건지... 그런 전략을 쓸 거라면 시계도 풀어놓고 가라고 내가 충고해 주었음) 나는 구시가지를 천천히 걸어서 에벨에 갔다.



오늘은 에벨의 여주인이 들렀다, 귀여운 코기와 함께. 카페 에벨의 주인 이름은 에벨인데(ㅎㅎ) 엄청 귀엽고 순한 웰쉬 코기를 키운다. 이따금 가게에 데리고 온다.








이 코기는 너무너무 순해서 손님들 테이블 아래로 슬금슬금 기어와 배깔고 엎드려 있길 좋아한다. 엄청 얌전한데 자기랑 잘 아는 사람이 오면 좋아서 그런지 저음으로 '웡!' 하고 짖는다 ㅋㅋ 오늘도 주인과 친한 것으로 추정되는 손님이 오자 '웡~' 그러면서 막 꼬리치고 난리났음. 아아 너무 귀엽다... 내 옆 테이블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넋놓고 코기만 바라보다 잠깐 쓰다듬어주기도 했음. 이쁘다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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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벨에 앉아 어제 있었던 일화를 스케치한 후 좀 쉬다가 오후에 나왔다. 아침까지 머물렀던 호텔 앞으로 가자 료샤가 시간 맞춰 왔고 옮기는 숙소로 갔다. 두번째 숙소는 말라 스트라나의 캄파 쪽에 있다. 작년에 머물렀던 우예즈드 그 동네이다. 확실히 이 동네가 더 밝고 사람 사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호텔은 사이트에 나와있는 이름과 실제 간판이 달라서 우리는 한참 골목에서 왔다갔다 뺑뺑이 ㅠㅠ 좀 고생했음. 여기서는 4박만 하고 월요일에 프라하를 떠나게 된다. 너무너무 아쉽구나...


짐을 대충 풀고 나서 료샤와 말라 스트라나를 함께 거닐었다. 출출해져서 전에 갔었던 카페 알바에 가서 모짜렐라 토마토 페스토 팔라친키(크레페)랑 오렌지에이드를 시켜서 먹었다. 그런데 작년에 만들어준 팔라친키보다 속도 훨씬 적게 들어 있고 오렌지에이드는 너무 싱거워서 쫌 실망했음. 료샤도 투덜투덜...



(진짜로 작년보다 양도 속도 다 적어짐! 나한테도 모자람!!! 료샤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툴툴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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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안젤라또에 갔다. 이 동네 안젤라또가 구시가지 안젤라또보다 목이 좋은지 항상 줄이 엄청 길다. 한참 줄서서 젤라또를 샀다. 료샤는 초콜릿을 먹기로 했고 나는 새로운 메뉴가 나타난 것을 보고 그것을 골랐다. 이름하여 올리브유와 바질!!!!



료샤는 기겁을 했다.



료샤 : 경고하는데!!! 너 그거 입맛 안 맞아도 난 안 먹어줄거야! 내 초콜릿 안 줄거야!!!


나 : 초콜릿 한입, 올리브 바질 한입 번갈아먹으면 맛있을거 같아서 시킨 건데 그러기야?


료샤 : 야! 올리브유랑 바질은 요리용이잖아! 어떻게 그런 걸 젤라또에 넣을 수가 있어! 난 안 먹어!!!


나 : 내가 먹을 거야아아!! 근데 초콜릿 진짜 한 입도 안 줄 거야? 나 저번에도 초콜릿은 안 먹어봤단 말이야!!!


료샤 : 나 혼자 먹기도 모자라!!!!


나 : 이 돼지야! 어제 내 바클라바도 뺏아먹더니만.... 두고보자!



그런데 막상 젤라또를 주문하면서 내가 컵을 따로 달라고 안 했기 때문에 점원이 컵 한개에 두가지를 같이 퍼주었음 ㅋㅋㅋ 료샤는 나보고 '너 일부러 컵 따로 달라 안 한 거지!' 하고 투덜댔다. 그래서 나는 '야! 각각 1개 컵씩 시키면 80코루나인데 한 컵에 두개 퍼주면 75코루나란 말이야!' 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경영학 전공이자 나름대로 전략적이라 자부하는 료샤는 할말이 없어져서 끄덕끄덕했다.



우리는 젤라또 컵을 들고 길을 건너 페트르진 공원으로 올라갔다.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젤라또를 먹었다.







그늘은 시원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올리브유 바질 젤라또가 맛있었다!!!! 내 입맛엔 잘 맞았다. 료샤가 질색팔색을 했지만 내가 열심히 강권하여 한숟가락을 먹여보았다. 료샤는 '웩! 젤라또에서 파스타 맛이 나!' 하고 투덜대더니 초콜릿 젤라또를 두숟갈이나 급하게 퍼먹었다.



나도 초콜릿 먹어봄. 진하고 맛있었다. 올리브유 바질만 먹으면 정말 쪼끔 요리 느낌도 났지만 그거 서너 스푼 먹고 달고 진한 초콜릿 한 스푼 먹으니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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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또를 먹은 후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료샤는 작년에 내가 복직한 후 있었던 일들에 대해 물었다. 전화나 메일로는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들부터 시작해 지금도 역시 회사를 사로잡고 있는 혼란, 나 자신의 고민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료샤도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다. 요즘 자기도 권태감에 사로잡혀 있고 가끔은 다른 곳으로 휙 가버리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사업이 정말 잘 안되나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어차피 얘가 손대는 건 별로 없고 부자 아빠가 거의 다 하고 있으니... 



전부인인 이라와 함께 사는 레냐는 볼때마다 쑥쑥 크는 것 같은데 항상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도 좀 속상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셰퍼드 네바도 점점 늙어가니 속상하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들과 이따금 데이트는 하는데 별다른 열정도 안 생기고 어떻게든 다시 결혼을 하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야겠다는 열렬한 소망도 거의 퇴색된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는 나에게 '최소한 너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 뭔지는 알잖아'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가장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이다. 나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안다. 언제나 그랬다. 좋아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지금의 위치와 지금의 삶과 안정을 버리지 못한다. 다른 여러가지가 얽혀 있기도 하다. 그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모른다. 딱히 정말로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대지도 못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들은 거의 다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반쯤 농담으로, 그리고 반쯤은 진담으로 말했다.



나 : 너는 부르주아고 나는 프롤레타리아라서 그래. 반대였으면 좀 편했을 걸!


료샤 : 싫어! 난 부르주아 할래! 너처럼 뼈빠지게 일하는 거 싫어!


나 : 쳇... (확인사살 ㅠㅠ)



..



늦은 오후에 먹은 팔라친키와 달콤하고 진한 젤라또 때문에 우리 둘다 저녁 먹을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를 따라 타락하였다. 같은 호텔이지만 조금 더 넓고 좋은 료샤의 방에 가서 윷놀이를 이어서 하면서(나 어제 3대 0으로 졌음 ㅠㅠ) 사과주스랑 감자칩 먹었다. 료샤는 맥주랑 감자칩이랑 하리보 젤리 먹었음... (뭐야... 어떻게 맥주랑 하리보를 먹을수가 있느냐...)




(감자칩이랑 맥주 사러 갔던 가게에서 하리보 진열대 발견하고 료샤 흥분...

이 녀석이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것은 바로 하리보 젤리~)




나도 맥주 먹고팠지만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꾹꾹 참았다. 대신 근처 가게에서 발견하고 기뻐하며 사온 체리를 좀 씻어서 같이 먹었다.







프라하도 체리 비싸다.... 하벨시장보다는 약간 더 쌌지만 그래도 비싸다... 500그램에 거의 1만원 가까이 한다!!! 료샤는 투덜대더니 '그러니까 뻬쩨르에 왔으면 체리도 더 싸게 먹었잖아! 음식도 훨씬 맛있고!' 라고 했다. 뭐라 반박할 수가 없다.... 나도 솔직히 프라하에선 카페는 좋은데 음식은 별로라서... 차라리 러시아가 낫지...



오늘의 윷놀이 결과 나는 또 3대 1로 졌다... 료샤는 아무래도 작년부터 지금까지 내내 집에서 윷놀이를 연마한 모양이다... 얼마나 기세등등하게 나대는지...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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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7킬로나 걸었다. 다리도 무지 아프다... 처음 왔을 때보다 확실히 살은 쭉 빠지고 있음... 돌아가면 다시 둥실 두둥실해지겠지만...



내일 날씨가 괜찮으면 로레타에 종소리 들으러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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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바츨라프 광장 근처에 있는 단골 찻집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료샤랑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던 중...














.. 아니 이눔은 왜 이렇게 당당한 거야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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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어제도 더웠음...


료샤의 전략 때문에 내가 피본 얘긴 어제 메모에 : http://tveye.tistory.com/6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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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에 쥬인이 찍어달라던 재즈보트 같긴 한데 긴가민가.. 하여튼 강변 산책하다 쥬인 생각나서 찍음)




피곤하게 잤다만 그래도 어제 낮부터 뻗어 쉬어서 너무 힘들고 피로하던 건 약간 가셨다. (그러나 오늘 또 많이 걸어서 물거품이 되었음!!!)



오늘은 조식을 먹었다. 이 호텔에서 6박을 하는데 오늘이 두번째 조식임. 크흑 ㅠㅠ 일욜은 새벽 차 타러 가느라 못먹고 월화는 늦잠 자며 뒹구느라..


료샤랑 같이 조식 먹었다. 료샤 눈이 퀭했다. 어제 내가 타준 맥심도 모자라서 방에 돌아가 한잔 더 타마셨다가 잠이 잘 안왔다고 한다. 바보, 그거 인스턴트 믹스라서 카페인 장난 아닌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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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은 어제보단 덜 더웠다. 조식 먹은 후 강가를 좀 산책하다 료샤는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갔다. '이럴 수가!!' 하고 툴툴대자 료샤가 '야! 나도 양심이 있지 어떻게 맨날 와서 놀아! 일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한다 ㅠ.ㅠ


료샤가 잠깐 일하러 간 동안 나도 숙소에 돌아와서 일을 좀 했다. 그동안 너무 보기 싫어서 미뤄놨던 업무메일들을 보고 밀려 있던 답메일도 보내고 급한 일은 시스템에 접속해서 확인도 좀 했다. 아아 이게 뭔가 ㅠㅠ 휴가 와서도 일을 하고 있구나 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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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급한 일만 해놓고 나는 요세포프에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그리고 바츨라프 광장이 있는 신시가지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이번 숙소가 좀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어디든 가려면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한다.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위치라 생각했는데 막상 묵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동네들과는 꽤 떨어져 있었다. 나중에라도 다시 오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이 호텔에는 묵지 말아야겠다. 주변에도 너무 뭔가가 없다.



펜슬 아이라이너가 다 닳기도 했고 바디로션도 거의 다 떨어져서 테스코의 화장품 코너에 갔다. 매뉴팩투라의 바디로션과 체코 브랜드로 추정되는 매우 저렴한 펜슬 아이라이너를 샀다. 아이라이너 한개에 2천원밖에 안 했다. 질은 물론 매우 별로였지만 그나마 로레알이나 레브론, 부르주아 같은 것도 그어보니 번지는 건 매한가지라 그냥 싼거 사봤음. 싸니까 갈색이랑 은색 두개 샀음!






그리고 숙소 근처 앤티크 가게에서 빈티지 찻잔을 싸게 두개 구입!!!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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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오랜만에 도브라 차요브나에 갔다. 료샤를 여기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왔을때도 종종 왔었고 주인 아저씨와도 얘기 나누던 곳이다.





(마당의 불상은 여전히 ㅋㅋ)



그런데 오늘 가보니 모든 점원들이 그 주인 아저씨랑 비슷하게 생긴 탓에(지푸라기 같은 금발을 꽁지로 묶고 수염 기르고 덩치 큼) 과연 내가 이야기 나눴던 진짜 주인 아저씨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 났다. 오늘 내 주문 받고 얘기 나눈 아저씨만 브루넷에 수염이 없었다(고로 나랑 처음 보는 아저씨) 하여튼 그래서 '저 좀 고용해주세요' 란 말은 못하고(ㅠㅠ) 그 가게의 스페셜 블렌딩 홍차 두가지 중 어떤 데 더 마일드한지 물어보고 추천을 받기만 했다.





오늘 내가 마신 차는 '예루살렘의 추억'이란 홍차이다. 이것과 이스탄불의 추억 두개 중 고민하다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아저씨가 '흠, 메인은 같은 건데 전자는 시나몬이고 후자는 카다몬 블렌딩이에요. 시나몬이 아무래도 더 부드럽겠죠' 라고 했고 그래서 나는 전자를 선택했다. 시나몬 향이 꽤 은은하고 좋았다. 시나몬이 블렌딩되어 있지만 보통 이런 계열의 차에 들어가는 카다몬과 클로브가 빠지자 더욱 깔끔한 맛이 났다. 바클라바 시켜서 곁들여 마셨더니 잘 어울렸다.



나중에 료샤가 왔다. 이스탄불의 추억을 마시라고 꼬셨지만 그는 역시나 '싫어!' 하고는 다즐링 세컨드플러쉬를 선택함.



나 : 야! 다즐링 세컨드플러쉬 너 안 좋아하잖아! 그건 내가 좋아하는 거잖아!!! 나의 시그니처 홍차인데!! 원래는 너 아삼 마시잖아!!! 다즐링 마시느니 그냥 이스탄불의 추억 마셔주면 안되냐!!!


료샤 : 어젯밤에 맥심 많이 마셔서 잠 안 왔어! 오늘은 센 거 안 마실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여자들이나 마시는 다즐링 마시는 거야!!!


나 : '여자들이나 마시는' 은 뭐야, 이 성차별주의자야!!


료샤 : 알았어, 정정! '토끼나 마시는'!!!!!


나 : 알았어 -_- 다즐링 나도 조금만 따라줘.


료샤 : 넌 다즐링 좋아하면서 왜 여기 오면 맨날 이상한 이름 달린 걸 마시는 거야! 나한테도 강권하고.


나 : 여기서만 마실수 있으니까 그렇지!! 다즐링은 집에서도 우려 마신단 말이야!


료샤 : 어 그거 바클라바야? 나 줘.



그러더니 료샤가 바클라바를 집어서 한입에 홀랑 먹어버렸다!! 악!!! 여기 바클라바 엄청 조그만 거라서 난 아껴먹느라 약간씩 토막내서 먹고 있었는데... 절반도 더 남은거 한방에 먹어버림. (러시아에선 빠흘라바라고 불렀는데 여기 영어메뉴엔 바클라바라 되어 있음)



(겨우 요만한 바클라바.... 여기 거 너무 달지 않아서 딱 내 입맛인데 ㅠㅠ)



(아껴서 이렇게 절반 남겨 놓고 있었는데 이놈이 한입에 저거 홀랑 ㅠㅠ)



내가 원망하는 눈으로 바라보자 료샤가 '설마 지금 바클라바 아까워서 그러는 거야?' 라고 물었다.



나 : 응... 흑...


료샤 : 여기 바클라바 두개 더 주세욥!!!


나 : 그러면 하나는 할바로 바꿔줘...



그래서 나는 료샤의 다즐링도 한 모금 뺏아 마시고 추가로 시킨 바클라바랑 할바도 좀 먹었다. 료샤에게도 예루살렘의 추억을 억지로 마셔보게 했다. 료샤는 눈살을 찌푸렸다.



료샤 : 시나몬...


나 : 초딩!!!


료샤 : 시나몬 좋아하면 늙은 입맛인데...


나 : 어머 너네도 그런 이미지가 있어? 우리 나라도 그런데...


료샤 : 몰라, 내가 안 좋아하니까 늙은 입맛이야.



..




차를 마신 후 우리는 신시가지를 나왔다. 다시 더워지고 있었다. 료샤가 렌트한 차로 강변을 좀 달렸는데 오늘 평일인데도 차가 좀 밀렸다. 내가 멀미를 해서(ㅜㅜ) 결국은 차를 세워놓고 다시 좀 걸었다.



료샤 : 귀신같구만.


나 : 왜?


료샤 : 저번보다 싼 차 빌렸더니 멀미... 크고 좋은 차 타면 멀미 안 하더니...


나 : 이 차가 저번 차랑 다른 거야????


료샤 : 에휴... 저렇게 일자무식인데 어떻게 몸은 귀신같이 반응하는지...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난 운전도 할줄 모르고 차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그저 근사한 스포츠카 보면 예쁘다고 감탄하기 일쑤일 뿐이긴 한데... 하여튼 크고 좋은 차 타면 멀미를 덜 하는 것 같긴 함.



나 : 그런데 왜 이번에는 저번보다 싼 차 빌렸어?


료샤 : 전략적으로!!


나 : 왜? 무슨 전략? 나 멀미하게 해서 많이 걷게 하려고?


료샤 : 아니야!!! 이쪽 파트너들이 요즘 낌새가 이상해서 나도 지금 사무실 상태 안 좋은 척 하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차도 저번보다 좀 안 좋은 걸로 빌린 거야!!!


나 : (눈 가리고 아웅이잖아-_- 네 롤렉스는 어쩌고... 라고 하고 싶었지만 꾹 참음)  네 사업 때문에 내가 멀미를 하게 되었구나 ㅠㅠ


료샤 : 나도 걷는 거 싫어! 덥단 말이야!


나 : 난 덥지만 않으면 걷는 거 좋은데.



..




좀 걷다가 저녁 시간이 되었다. 료샤가 어제의 볶음 너구리를 잊지 못하고 자꾸 한식 타령을 해서 숙소 근처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 갔다. 여기도 예전에 가끔 가던 곳이다. 깐풍기와 밥과 된장찌개를 시켜서 같이 먹었다. 깐풍기는 여기 사람들 입맛에 맞게 덜 매워서 좀 교촌치킨 맛이 났다. 먹을 땐 좋았는데 역시 평소 내 식생활보다 간이 셌기 때문에 지금 계속 목마름...



내일 숙소를 옮겨야 해서 방으로 돌아왔다. 씻고 나서 가방을 대충 챙겨놓았다. 오늘도 엄청 걸었다. 8.1킬로!!!





8킬로!!!! 아이 피곤해... 료샤 이녀석의 비즈니스 전략 때문에 나만 멀미하고... 그래서 오늘도 많이 걸었어 ㅠㅠ 다리 아파!!! 어제 쉰 거 도루묵!!



이렇게 많이 걷기도 했고 오늘은 낮잠을 안 잤기 때문에 이제 슬슬 졸린데 료샤가 자기 방으로 와서 윷놀이하자고 한다. 작년에 내가 가져다 준 그 윷을 심지어 싸가지고 오다니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그래서 나는 이 메모 올려놓고 잠깐 료샤 방 가서 윷놀이 한판 하고 돌아와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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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뎌 토끼 배터리 방전됨!!!


자다깨다 피곤하게 잤는데 아침에 부모님과 통화하느라 좀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잠이 좀 모자란 상태가 되었고 조식도 놓쳤다.



열한시 좀 넘어서 기어나와 숙소에서 가까운 요세포프 쪽의 베이크숍 프라하에 갔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건너편의 구르망 베이커리에 갔다. 예전에 여기 머물때 가끔 가서 케익이나 뺑 오 쇼콜라 사먹던 곳인데 앉아서 뭘 시켜먹은 적은 없었다. 메뉴를 보니 오믈렛도 있어서 그거랑 자몽 주스 시켜서 아점 먹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엄청 더웠다. 그냥 더운 게 아니고 습해서 땀이 나는 날씨였다. 오늘도 30도 너끈히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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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기도 하고 저녁에 료샤가 오기로 했으므로 카메라는 놔두고 나왔었다. 에벨에 가서 글이나 좀 쓰고 숙소에 돌아와 쉬다가 료샤 만나야지 했다. 그래서 에벨에 갔다.






에벨은 다 좋은데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 엄청 더웠다. 비 오기 직전의 날씨라 더 그랬다. 난 더운 날에도 따뜻한 차를 마셔야 정신을 차리는 타입이라 그냥 뜨거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랑 마스카포네 딸기무스 케익을 시켰는데 얼굴이 발갛게 익어있는 걸 보고 친절한 점원이 얼음물 피처를 가져다주었다. 에스프레소 시킬 때 아니면 물 안 주는데 내가 어제도 온 걸 알아보고는 '덥지요?' 하면서 얼음물 가져다줌. 감동 :) 근데 에어컨 틀어주심 더 좋을거 같은데 ㅋㅋ







차 마시고 케익 먹으면서 글을 조금 썼다. 두가지 글을 몇줄씩 번갈아가며 썼는데 더 쓰고 싶었지만 덥고 몸이 무거워져서 그냥 일어났다. 에벨의 마법으로 글이 조금 써지기 시작했으므로 시원한 숙소에 들어가서 이어 써도 될거 같았다. 그래서 에벨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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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벨에서 신시가지의 테스코가 걸어서 10분 거리이므로 거기 잠깐 갔다. 와이파이 천국 코스타 커피도 힐끗 다시 보고(들어가진 않음. 그냥 다시 보고파서), 지하 수퍼에 갔다. 체리 있으면 사려 했는데 테스코 수퍼에도 체리가 없었다. 프라하는 아직 체리가 안 들어왔나보다, 비싼 하벨 시장 빼고 -_- 그래서 가격이 좀 싼 산딸기를 좀 사고 꿩 대신 닭으로 체리 주스를 한병 사서 나왔다. 테스코 수퍼는 에어컨 빵빵해서 시원했기 때문에 나오기 싫었다 흐흑..



힘들어서 무스텍 역까지 가서 지하철 한 정거장 타고 나메스티 레푸블리키 역으로 와서 내렸다. 여기서 숙소까지는 내 걸음으로 10~15분 거리이다. 근데 반대방향으로 나와서 광장 쪽으로 돌아나와야했다.



광장에는 가판대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몇년 전 쥬인이랑 놀러왔을때 여기서 잼도 사고 찻잔도 사고 쥬인은 맥주랑 소시지 먹었던 적이 있어서 그때가 떠올랐다. 비오기 직전 날씨라 가판대들이 다 철수 분위기였는데 그와중에 라벤더 등속을 싸게 파는 곳이 있어 말린 라벤더 주머니를 한개 샀다. 한국보다 훨씬 싸서. 라벤더 향기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수면장애가 있다 보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조그만 주머니 샀음.







(쥬인이랑 왔을 때 생각나서 광장의 가판대들 사진 몇장 올려봄. 쥬인아, 그때 재밌었어)





공기 중에 비 냄새가 섞이기 시작했다. 젖은 아스팔트 냄새와 살짝 비릿한 냄새. 여기는 강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냄새가 먼저 왔다. 잘못하면 비 맞겠다 싶어서 발걸음을 빨리 했다. 다행히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지만 대신 엄청나게 습하고 더웠다. 간신히 방에 돌아오자 온몸이 끈적했다.



..







샤워를 하고 화장도 지우고 세수도 해버렸다. 료샤는 저녁에 오니까 오후엔 침대에서 좀 쉬다가 다시 나가면 되지 하는 맘이었다.


그런데 나는 배터리 방전된 거였지...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잠들었다. 그것도 되게 피곤하게 잔 것 같다.



..




자다가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서 퍼뜩 깨어나 소리를 질렀다.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서워서 '꺅!' 소리를 지르자 테이블 옆 의자에 앉아 있던 료샤가 '왜 그래 또 꿈꿨냐?' 하고 물었다. 나는 너무너무 놀라고 말았다. 꿈인줄 알았음. 그런데 꿈 아니었음.


너무 놀라서 어버버 하다가 간신히 '너 언제 들어왔어? 어떻게 들어왔어?' 하고 물어보았다. 료샤는 기가 막히다는 듯 투덜댔다.



료샤 : 뭐야!! 문 열어주고서는 '나 더 자야돼' 하고 잤잖아!!!!!

나 : 내가 언제에에에....

료샤 : 아까!!!! 한시간도 전에!!!!!!

나 : 내가아아아???

료샤 : 너 낮술 마셨지!!!! 술 마시지 말랬잖아!!!



그제야 생각이 났음. 맞아...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전화왔어... 료샤가 전화해서 '나 호텔 도착했어! 너 몇호야?' 라고 물어서 방 번호 알려줬고 얘가 와서 문 열어줬고... 맞아, 졸려서 내가 '나 좀만 잘게' 그랬던 거 같.... 악!!!!



나 : 나 술 안 마셨어. 너무 피곤해서 그랬나봐. 미안 ㅠㅠ

료샤 : 맥심도 안 주고 잠만 자고 ㅠㅠ 뻬쩨르도 안 오고 나보고 프라하 오라 하더니 잠만 자고!!!! 갑자기 소리질러서 나를 치한 취급...

나 : 나 아까 진짜 치한인 줄 알았다... 너무 무서웠어 ㅠㅠ 방에 누가 침입한 줄 알았어....

료샤 : 지가 방 번호 알려주고 문 열어줘놓고.... 너 정말 큰일이다. 겁은 그렇게 많으면서 왜 이렇게 허술하냐. 혼자 여행다니면 이제 안되겠다.

나 : 시끄러, 너니까 내가 긴장 풀어서 그런겨!!!



하여튼 한시간이나 옆에 앉아서 마냥 기다린 불쌍한 료샤(이 녀석의 최고의 미덕은 내가 잘 때는 절대 안 깨운다는 것임)를 위해 한국에서 가져온 맥심 모카골드 200개와 맥심 아이스 50개를 꺼내주었다. 그는 뛸듯이 좋아했다 ㅋㅋㅋ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손수 맥심을 타주었다. 더우니까 아이스 타주려 했지만 그는 그립고 그리웠던 '노란 맥심'을 원했다. 그래서 맥심 모카골드를 타줌 ㅋㅋㅋ



..



원래 밖에 나가서 저녁 먹으려 했는데 내가 너무 피곤한데다 타고난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우리는 그냥 방에 앉아 컵라면 까먹었음... 료샤 주려고 가져온 볶음 너구리 개봉 ㅋㅋ 불닭볶음면은 못먹었지만 볶음 너구리까지는 얘도 먹을수 있었다. 그래도 조금 맵긴 하다고 함. 나는 유부우동 컵라면 먹었다.


료샤는 볶음 너구리 먹으면서 엄청 좋아했다. 그리고 '여긴 아직 체리 안 나온거 같더라' 하면서 전처럼 서양자두를 몇알 꺼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프라하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근사한 저녁을 먹은 것이 아니고.... 좁은 호텔 방의 작은 테이블 앞에 마주앉아 볶음 너구리와 유부우동 컵라면 먹고 자두 까먹고 내가 아까 사왔던 산딸기 먹었다. 그제서야 바깥에서는 천둥이 치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료샤는 나랑 같은 호텔에 방을 잡았다. '부르주아가 왜 만다린 오리엔탈 안 가고 여기 묵냐' 고 놀렸더니 료샤가 툴툴대면서 '네가 가까운 데 방 잡으라 했잖아!' 그런다. (멍충이... 나는 힐튼이나 매리어트 말한 거였단 말이다 ㅠㅠ 거긴 이 호텔이랑 별로 안 머니까 내가 놀러갈 수 있는데 -_- 네가 고급호텔에 묵어야 내가 놀러가서 구경을 할거 아니야 ㅠㅠ)


료샤는 내가 작년보다 조금 더 동그래졌다면서 훨씬 낫다고 한다 -_- 그런 말은 위안이 되지 않아 ㅠㅠ 결국 동그래졌다는 거잖앗 ㅠㅠ 둥실 두둥실....


작년 겨울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본 후 반년 만에 다시 보는 거라 반가워서 늦게까지 놀고 싶었지만 배터리가 아직 방전 상태였던 내가 몇번 하품을 하자 료샤는 오늘은 좀 더 자고 내일 놀자고 했다.


료샤는 내가 잠을 잘 못 자는 것도 알고 작년에 고생한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졸려 하면 무조건 재우려고 한다. 난 하품만 했지 슬슬 잠이 깨려던 참이었으나 료샤는 빨리 자고 내일 조식 먹자고 하고는 자기 방으로 갔음(맥심들을 신주단지처럼 껴안고 ㅋㅋ)



뭐야... 난 잠 깼는데 ㅠㅠㅠ 낮에 자버려서 밤에 빨리 잠 안 올 거 같은데 ㅜㅜㅜㅜ



친구야 다시 만나서 반가워 :))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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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30. 23:46

정말 좋아하나보다 2017-18 praha2017. 5. 30. 23:46






프라하엔 재미난 스티커 낙서가 많아서 이거 구경하고 사진찍는 걸 즐긴다. 이건 작년에 왔을때 발견한 시리즈인데 올해도 계속 여기저기 새로 붙이고 다니는 듯.


오늘 낮 산책하며 구시가지에서 발견한 아이 러브 p**** 낙서 스티커들 좌라락~ (왜 ***표시하냐면.. 자꾸 사람들이 저 단어로 검색해 들어오셔서.. 들어오시면 원하는 그 내용이 아니니 실망할까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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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군 끝에 오늘은 좀 느슨한 하루를 보냈다.


지난주를 돌이켜보니 월요일에 설명회 행사를 치르고 밤에 2집으로 기차 타고 내려가고, 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까지는 본사에서 죽어라 일하고, 목요일 오후에 다시 기차 타고 화정에 올라왔다. 그리고 금요일에 비행기 타고 프라하에 왔고. 토요일에 돌아댕기고 일요일인 어제는 버스 타고 외국(!) 독일의 드레스덴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저질체력의 토끼에게 이것은 대단한 일~!! 그런데 신기한게 여행을 가면 이런게 평소만큼 힘들진 않단 말이지. 역시 좋아서 하는 것과 돈벌려고 하는 것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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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근 여덟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쭉 잤음 좋았겠지만 역시나 자다깨다 ㅠㅠ 하여튼 아침에 깬 후에도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조식 시간을 흘려보냈다. 너무 귀찮기도 했고 에벨의 맛있는 모짜렐라 루꼴라 베이글도 먹고팠다.


어제 드레스덴에서 크루아상 한개, 점심으로 비엔나 슈니첼과 감자샐러드, 차랑 딸기케익을 먹은 후 프라하 돌아와서는 미니사과를 한개 먹고 잤는데 많이 걸었기 때문인지 아침에 깼을때부터 배가 무지 고팠다. 그러나 조식 먹으러 내려가기는 또 귀찮... 하긴 난 그 훌륭한 아스토리아 호텔(프라하 말고요 ㅠㅠ 페테르부르크) 조식도 반타작밖에 못했었어... 게으름!!






10시 즈음 낑낑대며 일어나서 씻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른 후 반소매의 얇은 원피스와 샌들 차림으로 나섰다. 어제 드레스덴에도 이러고 갔어야 덜 더웠을텐데!!!! 이 원피스 챙기면서도 프라하에서 5월말~6월초에 이걸 입게 될까 싶었으나... 오늘 프라하 32도까지 올라갔음!!!!!!!! 여름 원피스 한두장 더 챙겨올걸!!!!! 챙겨온 건 거의 다 긴 옷인데!!!!!! (그러면 이것을 빌미로 여기서 가벼운 옷을 사면... 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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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벨에 갔다.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좋아하며 앉았으나... 오늘 햇살이 너무 따가운 관계로 그 자리에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볕이 잘 드는 자리라 좋긴 한데 블라인드가 없고 오늘은 정말 너무 더웠다. 그래서 슬퍼하며 아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앉아서 잘 살펴보니 터키블루 쿠션만 사라진 게 아니고 그거 놓여있던 의자도 바뀌어 있었다. 흐흑.... 그래, 그 쿠션 놓여있던 의자는 팔걸이가 제대로 없어 불편하긴 했었지.. 그치만 예뻤는데... 전체적으로 빨간색 계열인 에벨의 내부에 근사한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내던 터키블루 쿠션.. 흑...(좀 때타긴 했지만... 빨아서 잘 말리면 되지 않았을까요? 흑....)






오랜만에 모짜렐라 루꼴라 토마토 바질페스토 베이글을 먹었다. 오늘은 전보다 루꼴라가 조금 적은 편이었지만 역시나 맛있었다. 프라하에서는 아예 요리를 직접 해서 가게에서 사오지 않는 한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기가 힘들다. 음식들은 대체로 간이 짜고 육류 위주이다. 그래서 에벨의 이 루꼴라 잔뜩 올라간 바질페스토 베이글을 먹으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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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로 아점을 먹은 후 아이패드 꺼내서 어제 드레스덴 스케치를 좀 했다. 스케치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안경 낀 금발 남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더니 '어떻게 그렇게 그리나요?' 라고 물었다. 영어였는데 영국 억양인 것 같았다. 인상이 좋았고 목소리가 다정했다.


'기술의 힘으로요' 라고 대답하자 남자가 막 웃었다. 그러더니 머리색을 절반 정도 칠해놓은 그림을 가리키며 '이게 당신인가요?' 라고 물었다. '저 맞아요. 닮았나요?' 라고 묻자 남자가 '닮은 것 같아요. 근데 옷차림이 다르네요' 라고 대답했다.


'어제였거든요' 라고 대답한 후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때 금발 여인이 화장실에 다녀왔는지 옆테이블로 돌아왔다. 안경낀 남자의 아내인지 여자친구인 것 같았다. 나에게 '저 토낀 뭐야 -_-' 하는 눈초리를 보내더니 남자에게 '그만 가자!!' 하고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먼저 휙 나가버렸다. 남자는 '만나서 반가웠어요' 라고 인사를 한 후 급하게 따라나갔다.


흑... 원래 이런 식으로 뭔가 괜찮은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 좀 괜찮은 느낌의 남자는 이미 다른 누군가의 남자... 남자의 남자든 여자의 남자든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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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벨에서 나와서 하벨 시장 쪽으로 갔다. 너무나 체리를 먹고팠는데 근처 가게에는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벨 시장에서는 체리를 팔았지만 비쌌다. 200그램에 100코루나(거의 5천원!)나 주고 샀다. 이 시장 원래 비싼 건 알지만 그래도 빈정상함...


작년에 왔을 때 두번째 숙소가 이 하벨 시장 근처에 있었다. 바로 근처에는 안젤라또 분점이 있다. 안젤라또에 가서 그립던 스트라치아텔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시원하고 맛있었다.






진짜 더웠다. 얼굴이 벌겋게 익으면서 뜨거웠다. 골목들을 누비며 숙소로 돌아왔는데 호텔 근처에 있는 야외 전광판을 보니 32도였다!!! 끄악 너무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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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두시 좀 넘어서 들어왔다. 좀 쉬다 오후에 나갈 생각으로 화장을 지우진 않았는데 너무 덥고 끈적해서 샤워만 했다. 그랬더니 얼굴만 후끈후끈 ㅠㅠ 토너 미스트로 얼굴을 좀 식힌 후 에어컨을 틀고는 잘 정돈된 침대 시트 위로 기어올라가 맨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었다. 열이 좀 식었다. 그러다 결국 정해진 길로...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가 낮잠 잤음. 피로가 쌓여 있었으니 낮잠 잘 만도 하다. 한시간 좀 넘게 잤다. 엄청 달고 무겁게 잤다. 계속 자고 싶은 걸 꾹꾹 참았다.


여섯시쯤 너무너무 배가 고파서 기어나갔다. 더워서 나가기도 싫고 그냥 컵라면이나 먹고 때울까 싶었지만 물도 거의 떨어져 있었다. 나간 김에 좀 걸어서 코지 거리의 베이크숍 프라하에 가서 티라미수를 테이크아웃했고 근처 식료품점에서 물을 샀다. 그리고 오래 전 처음 프라하 왔을때 발견했던 중국집인 명월관이 호텔 근처라 거기 가서 마파두부랑 치킨탕수, 밥을 테이크아웃했다. 3년 전에 여기 머무를때도 종종 이렇게 사서 집에 가서 데워먹곤 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일곱시 넘어서 돌아왔는데 아직도 29도였다. 식당은 요리사가 바뀌었는지 마파두부에서 역한 고기 냄새가 많이 났고 치킨탕수는 간이 너무 짰다. 그래서 많이 못 먹었다. 두부만 뒤적뒤적 좀 건져먹고 치킨탕수는 많이 남겼다. 아까비... 다시는 거기 안가. 하긴 3년 전에 마지막으로 갔을때 양을 너무 적게 줘서 빈정상해서 다시 안간다고도 했었지.


(음식은 맛이 없었으므로 사진 안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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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홍차 티백 우려서 차 한 잔 마시며 오늘의 메모 쓰고 있다. 체리랑 티라미수 곁들여서... 근데 맛없는 중국음식 때문에 배불러서 티라미수는 두세 숟가락만 먹고 도로 냉장고에 집어넣었음.



내일 오후에 료샤가 오기로 했다. 낑낑거리며 들고 온 맥심 모카골드를 꺼낼 때가 되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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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의 절반 정도 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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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29. 22:42

오늘 발견한 쪼끔 엽기적인 낙서들 2017-18 praha2017. 5. 29. 22:42




얘는 그래도 귀엽고...




악, 꿈에 나올까 겁나는 비주얼!!







구시가지 골목들에서 발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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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너무 피곤해서 밤10시 좀 넘어 정신 잃고 자다 3-4시간 후 깼다.



그리고는 시차 때문에 잠이 안와서 한시간쯤 뒤척이다 안대 쓰고 도로 잤고 두어번 자다 깨며 계속 잤다. 회사 꿈도 꿨고 동료 친구의 등에 찰싹 붙어 매달려 하늘을 날아서 강을 건너가도 했다 (뭐지.. 기생하고 있다는 무의식인가ㅠㅠ)



8시 반쯤 결국 일어나 샤워만 하고 퀭한 얼굴로 조식 먹으러 내려갔다. 어차피 간밤에 너무 피곤해서 짐을 안 풀고 잤으므로 화장을 할수도 없었음.





조식은 그럭저럭. 역시나 프라하 아니랄까봐 샐러드 야채 없고 생토마토 오이 파프리카가 전부임. 그래도 따뜻한 음식은 비슷한 급 호텔보단 나았다. 비록 전부 마요네즈로 버무려놓긴 했지만 콜슬로, 감자샐러드 등도 세 종류 있었다.
(4성이라 돼 있지만 이 동네 4성은 그냥 3성이고 이 호텔은 건물도 내부도 특히 공산주의 시대 느낌 물씬)


그런데 커피와 과일차와 녹차는 있으나 홍차가 없다는 놀라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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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방에 올라와서 드디어 가방을 대충 풀었다. 화장을 하고 열한시 쯤 호텔을 나섰다.

바로 옆에 스튜던트 에이전시 회사가 있어서 드레스덴행 버스표 끊으러 갔는데 토요일이라 노는 거였다!! 악, 그렇구나 오늘 토요일이구나!!!



일단 카페 에벨에 가기로 했다. 이번 숙소는 아녜슈카 수도원 근처인데 중심지에선 좀 떨어져 있고 에벨까지도 꽤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햇살이 매우 뜨거웠다. 신기한게 이 동네는 예전에 쥬인이랑 7월에 왔을때보다 작년 9월초와 지금 5월말이 더 더워!! 더워서 긴팔 카디건은 곧 벗어서 가방 속으로...



(걷다가... 딱 내 취향의 풍경이라 찍음. 해골이랑 꽃 ㅎㅎ)



...




구시가지 골목들 여기저기 쑤시고 걷다가 천천히 에벨에 도착했다. 오늘따라 신기하게 사람이 없어서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다시 에벨에 앉아 차를 마시니 좋았다. 에벨 사진은 앞에 따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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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신 후 무스텍 역까지 걸어갔다. 전에 인터넷으로 비엔나행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표를 끊었을때 출력을 안하고 아이패드에 담아 갔더니 확인할때 불편하기도 했고 인터넷 되는 숙소까지 가는것보다 무스텍에서 플로렌스까지 다녀오는게 동선이 나아서.



그런데 내일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드레스덴 아침 버스표는 다 매진이고 새벽 6:30 표만 있었다!! (두시간마다 있음) 본의아니게 일찍 일어나는 새, 아니 토끼가 될 예정! 뭐 드레스덴 안가봤으니 일찍 가서 구경 많이 하지 뭐.

내게 드레스덴은 <1. 도자기, 2.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 이 두 가지가 떠오르는 곳이다. 가서 찻잔 지름신 오면 큰일나는데 ㅠㅠ


당일치기 왕복표를 끊은 후 다시 지하철 타고 무스텍역으로 왔고 거기서 천천히 걸어서 숙소까지 오니 오후 두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좀 쉬었고 어제 입고 온 옷 빨래를 좀 했다.





* 대체 물이 몇병이냐~ 라고 하신다 해도... 이 물 이틀도 못갑니다 ㅠㅠ 숙소 근처 가게에는 2리터들이 물을 팔지 않는다. 1.5리터는 너무 금방 마시는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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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 좀 넘어서 다시 기어나옴. 내일 새벽에 나가야 하니 오후 산책과 좀 이른 저녁 먹고 들어와 쉬려고.



하슈탈스카에서 시작해 요세포프 쪽으로 걸어나와서 좀 돌아다니자 결국 구시가지 광장에 도착. 사람들 바글바글. 오를로이 천문시계는 수리중.


프라하에 자주 온데다 몇달 살기도 해서 바글거리는 구시가지광장, 카를로바 골목, 카를교는 가급적 피하는 곳인데 지금 숙소는 어딜 가려면 이 광장을 통과하는게 빠른 길이네...









광장에서 트르들로 한개 사먹었다. 같은 가판대인데 전만큼 맛있지 않았다. 주인 바뀐듯. 먹다가 목이 메어서(물을 방에 두고 옴!) 비둘기들한테 좀 나눠주었다.



틴광장과 운겔트에 갔다. 예전에 좋아하던 곳인데 거기 있는 보타니쿠스가 이제 중국인들 필수관광코스가 돼버려서 엄청 바글거리고 시끄러웠다ㅠㅠ 작년에 중세 유리잔 샀던 가게도 보타니쿠스가 확장해 접수했다. 슬픈 눈으로 외국 자본에게 잠식당하고 장사 안된다고 중얼대던 그 가게의 키 큰 주인이 떠올랐다.



돌아 나와서 이른 저녁 먹기로 하고 광장 근처의 믈레니체에 옴. 네시 좀 넘어 왔더니 자리 많다. 근데 분명 작년에 난 여기서 치킨 슈니첼을 먹었는데 그 메뉴 없어졌어ㅠㅠ 그거 맛있었는데... 돼지 알레르기 발현 이후 믈레니체의 돼지립도 못 먹고 흑... 그래서 그냥 허브닭가슴살과 야채구이 시켰다. 덥고 목마르고 게다가 프라하니까 엄청 맥주 마시고팠지만 꾹 참고 탄산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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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나서는 들로우하 거리와 하슈탈스카 거리를 쭉 따라서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6.8킬로 걸었다. 그깟 6.8킬로라니 하실지도 모르지만 평소 책상물림 토끼에게는 어마어마한 거리!!!! 다리 욱신욱신!!!!!



씻고 나서 이제 사진 정리하고 있음. 오늘은 9시에 자는 게 목표!!!! 내일 새벽 버스 타러 나가야 한다. 햇볕 많이 받으며(한달 동안 받을 햇볕 오늘 하루에 다 쬔 듯) 많이 걸었으니 꿀잠이 올거라고 최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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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27. 22:01

에벨, 다시 돌아온 프라하 2017-18 praha2017. 5. 27. 22:01





조식 먹고 나가서 제일 먼저 카페 에벨에 갔다. 이번 숙소는 아녜슈카 수도원 근처인데 에벨에서는 꽤 떨어져 있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골목들 쑤시고 돌아다니며 걸어가서 한시간 정도 걸렸다. 빠른 길로 가면 2~30분이면 갈 것 같다.



정오 좀 안되어 도착했는데 딱 한 테이블 있던 손님들이 곧 일어섰기에 나 혼자였다. 토요일 정오에 에벨에 나 혼자라니!!! 이런 놀라운 일이!!!!



고적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정오가 되자 근처 사원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척 행복했다.







에벨은 여전했다.


하지만 메뉴판이 바뀌었고 전에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를 주문하면 하니 앤 손즈 티를 주었는데 이제 브랜드가 바뀌어 있었다. 바뀐 쪽이 더 좋다.






이곳의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채들을 그리워했었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색깔들이다.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좋아했으나 예약되어 있어 이 자리 못 앉음. 근데 왼편 저 좌석에 항상 깔려있던 터키블루 방석이 없어졌다 ㅠㅠ 때타서 버렸나? 나 그 방석 좋아했는데... 점원에게 그 터키블루 방석 어디 갔냐고 물어봤는데 새로 온 점원이라 잘 모른다고 하는 걸 보니 방석 이제 없나봐 앙앙... 다음주에는 주인이 온다고 했으니 주인 아주머니 오시면 방석 어디갔냐고 물어봐야지.



...



날씨는 하늘 파랗고 햇볕 쨍쨍. 27도라고 하는데 되게 뜨겁다. 좀 걷다가 카디건 벗어버리고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나다녔다. 에벨에서 나와 플로렌스 터미널에 가서 표를 끊은 후 잠깐 숙소로 돌아왔다. 조금만 쉬다 나가서 산책하고 이른 저녁 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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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27. 10:03

토끼, 왕관 + 2017-18 praha2017. 5. 27. 10:03







아악 자다가 시차때매 4시간만에 깨서 못자는중!! 안대를 쓰고 다시 자보겠다.. 꿀잠이여 오라!!!


아까 물 사고 들어오는 길에 발견한 창문의 토끼 무늬. 그리고 왕관과 임모탈! 낙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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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27. 05:14

다시 프라하 옴 2017-18 praha2017. 5. 27. 05:14











작년 9월에 3주쯤 머물렀으니 근8개월만이다. 숙소는 그럭저럭 좀 소련 느낌 나지만 아녜슈카 수도원에서 가깝다. 물 사러 나가서 잠깐 산책하고 들어옴.


이제뻗어야겠다. 한국시간으로 치면 밤샜어 아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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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9. 21:08

여름에 다시 가서 걷고 싶다 2016 praha2017. 4. 19. 21:08




프라하. 작년 9월. 말라 스트라나.


요즘 부쩍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몇년 전에도 그렇고 작년에도 그렇고 프라하는 내가 무척 힘들때 가서 머물렀던 곳이고 있을 때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실은 알게모르게 무척 위안이 되었던 곳이라 그런가보다. 나에게 프라하는 언제나 머물 때는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치유의 공간이었다.


여름에 다시 가서 저 골목들을 걷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음. 워낙 바쁘기도 하고... 지금 회사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보니 과연 내가 원하는 시기(6월)에 자리를 비울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유리지갑은 뭐 포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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