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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25. 21:18

12.25 월요일 밤 : 성탄절, 산란한 마음 fragments2023. 12. 25. 21:18

 

 

 

성탄절. 일찍 깼다가 다시 잠들어서 부족한 수면을 좀 벌충했지만 머리가 아프고 피곤한 건 여전했다. 밤새 눈이 와서 아침에 창 너머로 눈 쌓인 걸 잠깐 봤는데, 누워서 게으름피우다 뒤늦게 일어나보니 이미 눈은 다 녹아 있었다. 

 

 

쉬면서 보냈다. 제대로 쉰 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아버지와 엄마와 수차례 통화를 했다. 수술은 빠르면 내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픈 건 담석 때문이니 그 수술은 빨리 할수록 좋을 것 같고, 원인이 명확한데다 연세를 제외한다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수술은 아니니 그렇게까지 걱정이 되지는 않는데, 대장에서 발견된 그 크고 이상한 용종에 대한 걱정이 너무 크다. 일단 이번주중에 담석수술을 마치면 다음주에 그 용종 제거와 검사를 한다고 한다. 부디 수술도 잘 끝나고 용종 문제도 나쁜 것이 아니기만을 기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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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원래 나가시던 일자리가 있는데 어찌어찌 며칠 대타를 구해놓기는 했지만 이제 도저히 어려울 것 같아 그만 두시도록 설득 중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너무 걱정을 하고 마음 상해하신다. 수술을 마치고 검사가 끝나면 다시 일하실 수 있다고 하시며 1월 한달만 어떻게 대타를 구할 수 없을지 연연하신다. 적은 액수나마 돈벌이가 되니 두분의 가계에 상당한 보탬이 되고, 이제 나이가 많이 드셔서 이 일을 그만두면 다른 일을 할수도 없을텐데 아깝고 아쉬운 마음이 크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내년초 인사이동에서 안 좋은 상황이 오면 그만둘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셔서인지 더 그렇다. 어차피 나도 버는데 왜 그렇게 먹고사는 걸 걱정하시느냐고 하니 '너도 연말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라고 하셔서 놀라기도 하고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한테는 그만둘 수도 있다는 말을 안 했는데 엄마가 전했던 모양이다. 그 말을 들어서 더 심란해짐.

 

 

사실은 나도 아버지가 아프시게 되고 큰 용종이 혹시나 나쁜 것일 경우에는 여러가지 치료나 경제적 부담, 부모님의 부양 문제 등을 고려할때 내게 힘든 상황이 닥쳐도 좀처럼 이 일을 그만둘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산란해졌었다. (이런 현실적인 걱정거리에서 동생은 거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는 지금은 한번에 하나만 생각하시고 일단 수술을 잘 받고 그다음에 용종 검사를 해서 괜찮은 결과를 받고(아버지에겐 걱정되는 마음을 털어놓진 않았다), 그리고는 잇따른 수술로 약해진 몸을 잘 추스르는 것 위주로만 생각하시라 했지만 막상 나 자신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내 앞날과 마음 하나만으로도 여러 고민이 많은데 집안일이 겹치니 더욱 심란하다. 

 

 

조금 전까지 그 문제로 부모님과 잇따라 통화를 하고 나니 마음도 무겁고, 오늘 하루도 다 저물었다. 일 자체보다도 수술이 잘 되는 것, 그 용종이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이 더 중요한데. 나 하나 똑바로 가누는 것도 쉽지 않은데 여러 모로 어렵고 우울하다. 아 자꾸 걱정해서 뭐해. 나도 한번에 하나씩만 생각해야지. 그런데 솔직히 한번에 한가지 문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니 그게 쉽지 않다. 업무와 관련한 내 문제들이 이미 산적해 있고 그건 앞날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니...

 

 

 

 

 

 

어쨌든 곧 자러 가야겠다. 저녁 이후엔 계속 이런 심란한 통화를 하느라 글을 이어 쓰지 못했다. 그래도 간밤과 오후엔 조금 썼는데. 아무래도 12월 31일까지 이 글을 다 마치려던 목표는 이루기 어려울 것만 같다. 

 

 

내일은 오전에 전체회의에서 우리 부서와 관련된 안건으로 토론을 해야 한다. 모레는 전문가들을 모시고 자문회의도 진행해야 하고. 모두 내 몫이다. 그 두가지가 이번주의 가장 큰 과제이다. 그리고 올해 실적보고서도 준비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앞날은 불투명하다. 다시 새벽 출근을 시작해야 하니 이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야겠다. 성탄절인데 너무 우울한 메모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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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