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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외근 간 동네가 동대문 근방이라 아주 오랜만에 그쪽 러시아 골목에 갔다. 회사에서 그렇게까지 멀지는 않은데 좀처럼 가기가 쉽지 않고 또 집에서는 멀어서, 오히려 보르쉬나 블린 같은 건 비행기 타고 여행 나갔을 때에만 먹곤 했다. 생각해보면 여기는 당연히! 외국보다 가까운데. 아마 여행 가서는 먹게 되지만 밥만 먹으러 나오기엔 너무 게으른가보다. 하여튼 오늘 너무 추웠기 때문에 보르쉬를 먹었다. 역시 보르쉬는 추울 때 먹어야 제맛이다. 왜 내가 끓이면 딱 이 맛이 안 나는 걸까 ㅠㅠ 레시피대로 끓이는 것 같은데... 이 식당은 처음 와봤는데 보르쉬가 맛있었다. 먹고 나니 몸이 따뜻해졌다. 우하를 먹을까 하다가 추우니까 보르쉬를 먹었다. 우하는 내가 끓여도 맛이 비슷하니...
 


 

 
 


 
그러나 뜨보록(코티지 치즈) 든 블린칙은 실패... 블린칙은 블린에 속을 넣고 요렇게 돌돌 말아서 바 형태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이 뜨보록은 내 취향보단 단 맛이 강했고 블린이 차가워서 싫었다 ㅠㅠ 그때서야 기억이 났다. 맞아, 이 동네 와서 블린 먹으면 항상 차갑게 나왔어.. 미리 만들어놓은 거 냉장고에서 꺼내줬어... 블린은 자고로 따뜻하게 막 부쳐낸 것을 먹어야 하는데 ㅠㅠ 하긴 블린은 은근히 손도 가고 성가신 음식이니 한두장만 구워주기엔 쉽지 않을지도... 그리고 이 동네는 러시아 골목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여기 식당들과 빵집은 중앙아시아 쪽 계열이라 정통 러시아 음식들도 조금은 있지만 상당부분 우즈벡이나 카자흐 쪽 음식들과 섞여 있다. 시간이 있었으면 샤슬릭을 먹었을텐데 외근 일정이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하여튼 이것은 보르쉬에 조금씩 담가가며 먹음. 이럴줄 알았으면 블린칙 대신 곁들임 빵 같은 거나 시킬걸... 여기는 우리 나라에서 영업을 해서 그런가 보르쉬를 시켜도 흑빵 한조각도 안 줘서 아쉬웠음. 원래 보르쉬엔 마늘 뽐뿌슈까(브리오쉬)가 제일 잘 어울리긴 한다만 흘롑도 좋은데. 
 

 
식당 맞은편에는 러시아(중앙아시아) 식품점이 있어 거기에도 들렀다. 예전에 와본 곳보다 더 큰 것 같다. 새단장을 했나. 근데 하도 오랜만에 들른지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올리비에샐러드나 게맛살샐러드를 테이크아웃해갈까 했지만 세미나에 가야 했으므로 비닐봉지 바리바리 들고 갈 수가 없어 포기하고 그냥 구경. 
 
 

 

 
 

 
그린필드 홍차가 있어 반갑긴 했는데 역시나 우리나라 들어오면 좀 비싸지고(이것보다 원래 더 저렴함 ㅎㅎ), 그래도 다른 홍차에 비하면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 한 팩 사갈까 했으나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향 홍차들이라 그냥 구경만 했다. 실론이나 얼그레이도 있었지만 이 브랜드는 전에 얘기했듯 맛은 그냥저냥이라, 독보적으로 내 맘에 드는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여기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신 알룐카 초콜릿 헤이즐넛 든 거 하나를 샀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사서 바람 씽씽 부는 강추위에 그것을 먹으며 외근 장소까지 걸어가는 놀라운 패기를 발휘했다. 
 

 
 

 
 
 
왜냐하면 러시아 아이스크림이 있었기 때문이지... 플롬비르를 먹을까 하다가 에스키모가 반가워서 이것을 사먹음. 추우니까 실내에서 먹고팠지만 가게 안에서 먹을 수도 없고 또 세미나 시간에도 늦어서 그냥 걸어가면서 먹었다. 그래서 기껏 보르쉬 먹고 몸이 따뜻해진 것이 도루묵이 됨. 
 

 
 

 
 


 
엉엉 근데 아이스박스에서 이것을 고른 후 실내 진열대 구경하느라 그 사이 좀 녹아서 초코껍데기가 이렇게 갈라지고 말았다. 어쨌든 맛있었다. 찬바람 맞으며 겨울에 에스키모 먹으며 걸어가니 옛날 러시아 생각이 많이 났다. 마로제노예(아이스크림)는 원래 추울 때 먹어야 맛있어~ 하면서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네프스키 대로 좌판에서 아이스크림 사먹곤 했는데. 그땐 피가 펄펄 끓는 아기토끼였으니 그랬다치고 지금은 이러면 좀 안될 거 같지만 그래도 맛있었으니까 괜찮다. 
 
 


이렇게 간만에 러시아 음식이라 아이스크림 먹은 것이 오늘의 즐거움. 그외에는 역시 고난과 중노동으로 점철된 하루였다. 무지 바빴고 정신없었다. 오전 내내 죽어라 일했다. 숫자를 다뤄야 하는 선임직원이 열심히는 하는데 요령이 없다 ㅜㅜ 왜 저렇게 고지식하게 하지? 설마 이런 생각조차 못하고 저런 식으로 했단 말인가, 같은 일을 왜 두번세번 반복하는 식으로 하는 거지? 하고 이번주 내내 놀라고 있음. 애초에 한번에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판단을 못해서 두번세번 계속 추가해서 다시 하고 있다... 아이고 답답해. 나도 사실 뭔가 요령을 많이 부리는 아주 스마트한 인물은 못된다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데 ㅠㅠ 이렇게까지 고지식한가 놀라고만 있음. 이 사람이 이 일을 빨리 끝내야 다른 일도 배분하고 또 다음 단계로도 넘어가는데 자꾸 쳇바퀴를 돌고 있으니 내 일만 늘어나고 엉엉... 
 


 
외근 세미나는 흥미롭긴 했지만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이라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참가자가 많지 않아서 졸면 너무 티나는 곳이라 꾹꾹 참았지만 너무 힘들었다. 종료 후 집으로 돌아오는데 온몸이 무겁고 두통이 심하고 정말 피곤했다. 추워져서 그런 것도 있고, 이제 붉은 군대도 중반을 넘어섰지만 무리해서 그런지 좀 아팠다. 간신히 집에 와서 패딩을 벗고 나니 좀 살것 같았다. 둥실둥실해져서 이 패딩이 너무 딱 맞게 되어 그런건가 의심 중(으앙) 그리고 결국 진통제를 먹고 약의 힘으로 두통에서 좀 벗어났다. 
 
 
주말이라 다행이다. 푹 쉬어야겠다. 보르쉬와 아이스크림은 상쇄된 것 같은데, 그외에도 찬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아직도 몸이 좀 으슬으슬하다. 난방해놓고 많이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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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