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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돌아오니 오후 2시가 약간 넘어 있었다. 이때부터 가방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귀찮아서 천천히 게으르게 꾸리다 말다 했다. 조금 꾸리다가 차를 우려 마시고, 그 이후 마저 꾸렸다. 짐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영원한 휴가님과 주고받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책이 좀 빠지기도 했고 또 그동안 먹어치운 것도 있어서. 가방을 대충 70%쯤 꾸린 후 나머지는 어차피 화장품과 세면도구, 노트북과 소량의 옷가지라 저녁과 내일 아침 일찍 꾸리기로 했는데 이미 오늘도 밤이 되어버렸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 방에서 오늘은 여유있게 쉬면서 글도 좀 써보려 했는데 정작 아홉시가 된 지금까지도 오늘의 메모를 다 못 썼음  ㅠㅠ 

 
 
 
 

 
 

 
들어오면서 호텔 카페에서 어제 시도하지 않았던 메도빅을 사왔다. 이것은 맛있었다. 그러나 너무 달아서 끝까지 먹지는 못했다. 이 호텔은 전반적으로 디저트도 프렌치 토스트도 매우 달달한 스타일인가보다. 
 

 
 

 
 

 
사실은 블리클에서 사온 박력 에클레어도 좀 먹었는데 그것은 종이봉지에 싸준 탓에 너무 뭉개져서 사진에 등장하지 못했다는 슬픔이... 
 

 
 

 
 


 
5시쯤 잠깐 밖에 나갔다. 비가 그쳐서 공원을 잠시 산책하기로 했다. 바르샤바 여행에서 이 공원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이 공원뿐만 아니라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다닐 때 여기저기 앉아서 쉬었던 공원과 벤치들의 기억이 깊이 남을 듯하다. 


 
 
우리 호텔 쪽 방향으로는(위 사진 왼쪽 건물이 지금 호텔이다) 하늘이 파래지고 있었지만 대각선 방향의 첫 호텔 소피텔 쪽 하늘은 우중충한 먹구름이... (아래 사진) 
 


 
 

 
 


 
소피텔은 생김새가 별로 멋은 없지만 여기 5일이나 머물렀기 때문에 볼때마다 뭔가 정이 좀 간다 :) 이 광장을 많이 지나다녔는데 오늘은 추웠던 고로 이 광장도 바람 엄청 불고 추웠다. 광장들은 덥거나 춥거나 둘 중 하나인 듯. 
 

 
 

 
 
 


이 광장에서도 문화과학궁전이 잘 보인다. 그런데 거기 가기 전까지는 이 광장 지날 때도 항상 앞만 보고 다녀서 저 실루엣을 못봤다. 그때 봤으면 아마 거기 안 갔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녀온 걸로 만족하자. 
 
 
 
 

 


 
 
오늘은 흐리고 싸늘했기 때문에(짚업과 스카프 차림으로 나옴) 공원을 30분 가량 산책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분수와 비눗방울이 이뻐서 그 두 장의 사진으로 오늘 사진 마무리. 
 


 
 

 
 


 
바에 들러 칵테일 한잔 마실까 하다 피곤하기도 하고 내일 비행도 해야 하니 그냥 들어왔다. 목욕도 하고 짐을 조금 더 꾸리고, 남은 누룽지를 털어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이 메모를 적고 나니 이미 아홉시가 넘었다. 이번 여행의 소회에 대해서도 찬찬히 써보고 스케치도 한 장 더 해볼까 했지만 10시 전에 잠자리에 들고 싶으므로 그냥 간단하게 마치려고 한다. 
 


 

이번 여행은 사실 급하게 계획해서 온 거라서(임시공휴일이 도입되고 얼마 후에 지른 거니까 정말 급하게, 거의 3주 전에 예약함) 금전적 출혈도 좀 있었고 그전까지 너무너무 바빴었다. (돌아가서도 바쁠 것이다) 그리고 직항이 있다는 이유로 더 가고 싶었던 베오그라드 대신 여기로 온 것이라 바르샤바 자체에 대한 별다른 기대는 전혀 없었다. 이 도시에 대한 첫 기억은 작년 빌니우스 가던 날 비행기 연착으로 갑자기 하루 자게 된 거라서 별로 좋은 인상도 아니었다. 여행서도 아주 허술하게 되어 있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잠깐의 탈출 자체로 만족하며 정신없이 나온 거였다. 그리고 영원한 휴가님도 오실 수 있다고 하니 여행이 즐거울 것 같기도 했고. 기대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온 여행은 실망할 것이 없고 오히려 하루하루가 소박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첫 4일은 동행과 함께 즐거웠고(둘이 다니는 여행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물론 6월에 엄마랑 프라하에 갔었지만 그것은 내가 99% 모시고 다닌 거였으므로 내 기억 속에는 별로 여행으로 각인되지 않음), 나머지 4일은 평소 나의 여행 패턴과 비슷하기도 하고 또 다르기도 했다(인어상, 문화궁전, 시장 악착같이 찾으러 간 건 다른 점이다) 바르샤바는 아주 인상적인 곳도 없고 아주 아름답거나 매력적인 곳도 없다. 도시 자체로는 나에게 확 다가오는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빠져나와 잠시라도 일 생각을 잊고 하루하루 돌아다니고, 친구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특히 공원의 나무들 사이를 거닐고 매일 뭔가 맛있는 것을 먹고, 또 아늑하고 안락한 방에서 쉬기도 하는 이 모든 시간들이 소중했다. 아마 내게 정말 여행이 필요한 시기였나보다. 
 


 
내일은 정오 무렵 출발하는 비행기이다. 조식을 일찍 먹고 9시쯤 나가면 될것 같다. 공항은 가까우니까.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을 하고 무사히 귀가해 집에서 쉬고 싶다. 여행은 너무나 좋지만, 집도 좋으니까. 





... 추가 : 여기 와서 피부가 좋아졌다. 매일 욕조에 멈을 담그긴 하지만, 얼굴 피부도 좋아지고 반질반질해짐. 석회수 효과인가 일을 안 해서인가 :)



... 추가 2 : 까먹었네. 오늘은 5.1킬로, 7,088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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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