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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돌아와서는 너무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한동안 침대에 기대어 뻗어 있었다. 너무너무 졸렸지만 꾹 참았다. 자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차를 마시고 싶어 미칠 것 같았는데 휴대폰 충전을 시키느라 한시간 쯤 방에서 쉬다가 라운지로 내려갔다. 이 호텔에는 바 옆에 작은 델리 샵이 있는데(Lourse 라고 한다) 내부에는 아주 작은 테이블 두어개 뿐이라 다들 호텔 로비의 푹신한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신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이 호텔과 좀 안 맞는 점이 있었다. 라운지 소파 다 좋긴 한데 소파들이 너무 크고 테이블이 너무 낮고, 차 마시는 분위기가 별로 편안하지가 않다. 워낙 화려하고 멋있는 호텔이라 돈들인 티가 많이 나긴 하는데 막상 티타임의 아늑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차라리 카페를 하나 제대로 만들어두면 좋았을텐데. 어제 갔던 바는 좋았는데. 홍차도 결국 조식 먹었던 레스토랑 아니면 그 바에서 우려다 주는 걸 보니 그냥 바에 갈 걸 그랬다. 바는 6시에 연다고 했는데 아까 들어오면서 보니 5시 즈음 이미 영업 중이어서 '에이 그냥 바에 갈 걸' 싶었음. 바에 앉아서도 케익과 차를 먹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다시 가볼지도 모르겠다. 다즐링을 시켰는데 조식 먹을 때와 똑같은 찻잔과 포트, 차도 똑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시그니처 케익을 시켰는데 초콜릿과 견과 코팅된 초코 스폰지 케익 안에 자두잼이 들어 있었다.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고 역시 초코케익은 부담스러워서 다 먹지는 못했다. 그냥 메도빅 먹을 걸 괜히 시그니처 케익 먹었어 ㅠㅠ(메도빅 처음으로 발견했는데...)

 

 

차를 마신 후 이렇게 좋은 날씨는 오늘로 마지막이어서 더 이상 공원에 앉아 있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책을 들고 다시 사스키 공원에 갔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첨엔 브리스톨 카페 맞은편의 작은 공원에 갔으나 벤치가 꽉 차 있고 자꾸 우크라이나 모금 요청하는 분들이 다가와서 소피텔과 광장 쪽으로 한바퀴 돌아서 사스키 공원으로... 

 

 

 




 

이번엔 분수 앞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분수 사진은 의외로 별로 이쁘지 않아서 뺌) 

 

 

 




 

조식 테이블에서 집어온 납작 복숭아(이거 엄청 맛있었음), 그리고 비에드론까에서 샀던 파프리카맛 감자칩. 꽃게맛 우크라이나 감자칩에 비해 맛있었다. 이것들을 먹으며 챈들러 서간집을 읽었다. 

 

 

그리고는 '아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이 동네 별다방도 궁금하니 가보고프다' 라는 마음에 노비 쉬비아트로 다시 걸어갔다. 이 거리에 제일 많이 간 것 같다. 가는 길에 성 십자가 교회에 들렀다. 며칠 전엔 미사 중이라 못들어갔는데 오늘은 저녁 시간이라 안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는 쇼팽의 심장이 묻힌 곳으로 유명한 교회인데 제단 앞까지는 가지 않았고 그냥 기도를 좀 하고 초를 하나 켰다. 여기 초는 아주 작은 몽당초라서 불 옮겨 붙이다가 촛농이 엄지손가락 아래 떨어져 너무 뜨거워서 깜짝 놀랐다 ㅠㅠ 나와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나왔다. 성당 사진 두 장. 

 

 

 




 

 




 

그리고 노비 쉬비아트에 있는 별다방에 갔다. 여기는 리저브 매장이었다. 그리고 날씨가 좋아서 다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어선지 매장 내부가 아주 한적했다. 여기가 또 의외로 좋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오늘 호텔 카페보다 여기 만족도가 더 높았음. 의자도 테이블도 편하고 조명도 밝고 책 읽기도 좋고... 내일 또 올지도 모름. 이래서 결국 나는 자본주의의 노예로 판명됨. (그런가... 근데 호텔 카페가 더 자본주의인 것 같기도... 그러니까 자본주의의 노예이지 부르주아 귀족은 아닌 거라고 끄덕끄덕...)

 

 

 

 

 

 

책을 마저 다 읽은 후 컴컴해진 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추석인데 내내 맑다가 해가 지고 나자 흐려져서 달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부모님과는 오후에 따로 통화를 했는데 잘 계시는 것 같았다. 어제 동생네가 와서 같이 지내고 갔다고 한다. 

 

 

방에 돌아오니 일곱시가 넘어 있었다. 목욕을 하고 간단히 밥을 챙겨먹었다(오늘 이것저것 주워먹은 탓에 그냥 누룽지와 볶음김치 먹음) 그리고 이 메모를 이제야 간신히 다 썼더니 벌써 아홉시 반이네. 여유있는 여행 없어 ㅠㅠ 이번 여행은 전보다 하루이틀 정도 짧기도 하지만 뭔가 매일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처음 와서 돌아다니는 도시라서 그런가. 이제 내일 하루밖에 안 남아서 너무 아쉽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온 곳인데 바르샤바라는 도시 자체에 폭 빠진 건 아니지만 그날그날 재미있게 여행을 해왔다. 아마 처음 절반은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다녀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제 내일은 쉬엄쉬엄 차나 마시고 짐 꾸리고 방에서 좀 쉬면서 보내야겠다. 가방 꾸리기 싫어 엉엉. 

 

 

잊어버리기 전에, 그리고 나중에 한국 돌아가면 시차 때문에 건강 앱의 이동거리가 다 뒤섞이니까 여행 와서 매일 걸었던 거리를 지금 여기 적어둔다. 

 

 

 

9.23 토 : 4.2킬로 / 7,411보 (공항/비행/도착한 날)

9.24 일 : 11.2킬로 / 16,332보 (구시가지, 신시가지, 노비 쉬비아트 다 주파한 날)

9.25 월 : 7.5킬로 / 11,511보 (탐카 거리 등 뒷길, 코페르니쿠스 과학관, 그러다 방에 들어와 카페 자이칙 개장)

9.26 화 : 8.6킬로 / 13,578보 (대사관, 버스로 멀리 이동, 노비 쉬비아트 등등)

9.27 수 : 7.4킬로 / 10,437보 (구시가지 다시, 공원 독서)

9.28 목 : 7킬로 / 9,933보 (구시가지 인어상 광장, 숙소 옮김, 롱 바)

9.29 금 : 8.7킬로 / 12,224보 (문화과학궁전, 시장, 노비 쉬비아트 두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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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