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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메모를 두 토막으로 나누어 올려본다. 사진은 오늘 아침 조식. 어제 저녁에 들어오면서 숙소와 바르샤바 대학 근처의 빵집(폴란드에선 유명한 체인인 것 같다)에서 사왔던 버섯 파이와 포피씨드 빵. 그리고 내가 딱 두개 챙겨왔던 로네펠트 다즐링 티백. 그런데 어제 들어오면서 파이가 따끈따끈해서 너무 먹고 싶은 걸 참았더니, 아침에 이미 파이가 좀 눅눅해져 있었다. 파이의 맛은 그냥 그랬다. 버섯 속 들어 있는 파이를 매우 좋아해서 어딜 가나 그게 있으면 꼭 먹어보는데 이것은 버섯 필링이 좀 짰다. 그리고 포피씨드 빵은 안에 아무것도 안 들어 있어서 원래 버터나 치즈를 발라 먹어야 하는 놈이었으므로 맨입에 먹기는 좀 별로였다. 하여튼 이것들로 아침을 먹고 가능한 한 게으름을 피우다가 가방을 마저 꾸려서 12시 다 되어갈 무렵 체크아웃을 했다. 

 

 

 

 

 

첫번째 숙소였던 소피텔. 위치도 매우 좋았고 나름대로 아늑해서 잘 쉬었다. 고마웠어요, 소피텔 빅토리아. 여기는 영원한 휴가님과 같이 며칠 지냈고 카페 자이칙 분점도 개장한 터라(선물받은 러브라믹스 티포트와 다즐링으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체크아웃하고 짐 맡기고 나와 다시 구시가지로 향했다. 사실 구시가지는 한번 정도만 가도 별로 아쉽지 않은 곳인데(나는 여기보다는 노비 쉬비아트와 대학가가 더 맘에 드는 것으로 결론...), 영원한 휴가님과 돌아다니면서도 못 찾았고, 그리고 어제까지도 찾아내지 못한 인어 조각상이 있는 광장 때문에 다시 갔다. 분명히 폴란드 여행서에는 인어가 있는 구시가지 광장이 제일 유명하댔는데 우리는 첫날 그렇게 구시가지 광장을 돌아다니고도 인어상을 못 찾았다. 지그문트 왕의 원주만 찾았고 그 광장이 제일 컸다. 그래서 당연히 그 광장 = 구시가지 광장인 줄 알았기에 '그 인어 보수하려고 옮겼나봐요' 하며 인어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제도 혼자 뒷길을 다녀봤지만 못 찾았다. '구시가지 광장 = 원주가 있는 캐슬 광장' 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간밤에 자려고 누워 구글맵을 뒤져보니 구시가지 광장과 원주가 있는 광장은 서로 다른 거였다. 아니, 내가 구시가지를 그렇게 많이 돌아다녔는데 이게 말이 되나 하며 오늘 구글맵을 켜고 다시 가보았다. 

 

 

 

 

 

 

그래서 결국 찾아낸 인어 조각상과 구시가지 광장. 여행서에 나와 있는 사진 그대로였다. 알고 보니 여태까지 이 광장 주변을 계속 돌아다니면서도 계속 뒷길, 옆길로만 가고 여기만 쏙 빼놓고 다녔다. 바로 옆 골목으로 빠져서 바르바칸도 갔었던 것이었다. 이 광장과 바로 뒷골목(기념품샵 밀집)만 빼고... 영원한 휴가님께 알려드리자 '광장의 더위가 무서워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피해다녔나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럴지도 모른다! 하여튼 인어는 찾았는데 이때 정말 엄청 더웠고 볕이 두개골을 쪼개는 듯했다. 선크림을 발랐는데도 피부가 다 타는 느낌이었다. '아아 나는 광장 싫다, 그늘 없다' 하며 급하게 뒷골목으로 돌아 나왔다. 전에 구글맵에서 찾아 찜해두었던 티룸도 바로 거기서 찾아냈는데 1시에 오픈이어서 좀 기다려야 했고 이 골목이 맘에 안 들어서 그냥 포기했다. 

 

 

 

 

 

 

쨍쨍~ 나도 둘이었으면 저 펌프 당겨서 물 나오게 했을텐데... 

 

 

골목엔 기념품샵이 많았지만 별로 사고 싶은 게 없어서 그냥 무심하게 걸어나오다 어느 가게에 폴란드 도자기가 좀 많이 있는 걸 곁눈으로 발견... 거기 들어가서 매의 눈으로 구경하다가 우리 나라에 들어오지 않고 또 크기가 작고 상당히 예쁜 찻잔을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그놈은 크기도 작았지만 커다란 다른 놈들보다 비쌌다. 일반적인 폴란드 찻잔보다 무늬가 예쁘고 섬세하긴 했다. 꼭 비싼 것만 이렇게 찾아냄 ㅠㅠ 뭐 전체적으로는 저렴한 편이다만 그래도 폴란드 찻잔을 3만원 넘게 주고 사는 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하긴 빌니우스에서 샀던 귀여운 누가바 찻잔은 접시도 없었지만 그 정도 하긴 했으니까. 이 섬세하고 예쁜 조그만 찻잔은 이미 뽁뽁이로 싸버려서 나중에 한국 돌아가서 인증 샷을 올려보겠음. 

 

 

이때쯤 나는 너무 지쳤다. 원래는 노비 쉬비아트 거리에서 발견한 우크라이나 해산물 식당에 가서 우하와 새우 올리비에 샐러드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으나 구시가지에서 노비 쉬비아트까지는 꽤 걸어야 했고 날씨가 너무 뜨거웠다. 걷다가 다리도 아프고 배고파서 도저히 더 걸어갈 엄두가 안 나서 첫날 발견했던, 옆골목으로 꺾으면 금방인 한식/일식 식당에 갔다. 여기는 일식 벤또와 한국 도시락 점심 메뉴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지 않게 점심으로 오징어볶음 도시락을 시켜서 한식을 잔뜩 먹음. 전체적으로 간이 셌다. 이렇게 짭짤하면 달걀말이나 두부 같은 좀 밋밋한게 있어야 되는데... 하긴 폴란드에서 더 바라는 것도 사치... 오징어볶음은 떡볶이와 떡꼬치 소스 맛이 났다. 

 

 

 

 

 

 

그래도 너무 지친 상태였기에 잘 먹고 나왔다. 이것에 미역두부 미소시루가 딸려 나왔다. 

 

 

다 먹은 후 wedel 초콜릿 카페나 그 옆의 demmer 티하우스에 가서 뭘 마셔볼까 했지만 후자는 들어가보니 차와 기념품 판매 위주였고 이미 첫날 노비 쉬비아트에서 차를 샀으므로 그냥 나왔고 전자는 너무 달달한 음료 위주라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거리에 있는 작은 식료품 가게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한개 사서 나와 벤치에 앉아 그것을 먹었다. 어제도 거기서 물을 사서 그 벤치에 앉아 부모님께 전화를 했었는데. 아마 그 지점 쯤 오면 딱 지쳐서 주저앉아야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바르샤바에는 여기저기 벤치가 있어서 앉아 쉬기 좋다. 

 

 

아이스크림은 bounty 제품이라 코코넛 맛이 많이 나서 좀 별로였지만(그 가게가 워낙 작아서 아이스크림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맵고 짠 음식의 입가심을 한 후, 힘을 내어 소피텔로 돌아가 짐을 찾았다. 그리고 조금 더 기운을 내서 가방들을 끌고 돌길과 횡단보도를 건너 두번째 숙소로 향했다. 숙소가 맞은편에 있어 3분 거리인데 짐을 끌고 가니 시간은 조금 더 걸렸고 중간에 포석 깔린 길이 있어 위기가 좀 있었지만 그래도 걸을만했다. 새 숙소부터는 다음 메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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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