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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오늘 아점. 노비 쉬비아트 거리에 있는 빈센트 카페라는 프렌치 베이커리 카페에서 치즈오믈렛과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 영원한 휴가님은 샥슈카와 카푸치노로 늦은 아점을 먹었다. 지금 머무르는 숙소는 조식 추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께는 컵라면과 빌니우스에서 온 오리고기 서양배 타르트, 어제는 역시 빈센트 카페에서 사왔던 레몬커드 크루아상과 자두 절임 패스트리로 호텔방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런데 오늘은 오전에 대사관에 가야 할 일이 있어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에 일을 마친 후 중심가로 돌아와 간밤에 브렉퍼스트 메뉴 검색을 해놨던 이 카페에서 거의 정오 다 되어 아점을 먹었다. 이번 여행은 온통 먹을 것 얘기 뿐이고 어디어디를 갔었고 무엇무엇을 구경했는지 제대로 된 얘기가 없다. 이유는 1. 돌아다닌 곳은 많은데 이야기를 하며 무작정 걸어다녀서 갈만한 곳은 다 주파했지만 막상 어느 거리의 무엇이었는지를 많이 파악하지 않았고, 2. 정말 주로 먹으며 다녔기 때문이다. 동행이 있을 때의 좋은 점 중 하나이다. 

 
 
 






 

잠이 모자란 상태로 일어나 아침 일찍 볼트로 택시를 불러 타고 한국대사관에 갔다. 영원한 휴가님이 대사관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사관은 예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으므로 나는 바깥을 잠시 산책했다. 오늘 26도까지 올라가고 해가 쨍쨍 난다고 해서 후드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오전엔 흐리고 쌀쌀해서 맨다리가 좀 썰렁하고 추웠다(오후엔 정말 기온이 올라가고 파란 하늘도 나타남) 사진은 대사관 앞에 피어 있던 예쁜 장미. 
 

 
 





 

생각보다 금방 일을 처리하고 나오신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아점을 먹으러 가려고 처음으로 폴란드에서 버스를 탔는데... 내가 여기 교통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버스를 반대방향으로 타고 말았다. 교통카드 앱도 깔았는데 생긴 건 체코 것과 비슷했지만 이것저것 달랐고 상당히 불편하게 되어 있었으며 추가결제를 교묘하게 유도하는 점이 있어 빈정상했다. 그리고 이 앱에서는 버스 경로와 이동 현황 같은 것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반대방향으로 탄 이유는 정류장의 버스 노선도가 긴 세로 직선으로 그려져 있는데 위아래로 양방향이 다 나와있고 화살표 같은 표시도 없어서, 구글맵에서 검색한 후 Topiel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저 직선 노선에서 그 정류장 표시를 확인하고는 너무 마음놓고 그 자리에서 버스를 타버린 것이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구글맵으로는 점점 정류장 수가 늘어나고... 너무 이상해서 몇정거장 후 내려서 길을 건너 다시 노선도를 확인해보니 저렇게 양방향이 다 나와 있어 실수를 한 거였다. 게다가 단기 티켓은 겨우 20분밖에 지속되지 않았고 버스를 탄 후 큐알로 활성화하게 되어 있는데 코드 오류로 몇분이나 중단되었다. 앱으로는 티켓 한장만 사려고 해도 무조건 앱의 전자월렛을 충전하게 되어있었고, 그 금액도 10즈워티나 되었다. 20분짜리 단기 티켓은 3.4즈워티인데 이렇게 되면 2장을 끊은 후에는 3.2만 남기 때문에 그 다음 티켓을 사려면 또 10즈워티 충전을 해야 하는 등 상당히 의심스럽고 기분나쁜 방식이었다 ㅠㅠ 버스 반대로 탄 건 내가 부주의한 게 맞는데 하여튼 이 교통시스템은 너무나도 고객에게 불친절한 방식이라는 생각에 툴툴거리며 다시 12정거장을 거슬러 올라왔다 ㅠㅠ 제대로 탔으면 5정거장 거리였는데... 
 
 
하여튼 토피엘 거리 정류장에서 내려 노비 쉬비아트 거리까지 걸어가 위의 카페에서 아점을 먹은 후 우리는 잠깐 방에 돌아와 쉬었고 영원한 휴가님의 인증서 발급도 좀 도와드렸다. 방에서 쉬다가 다시 배가 꺼져서 첫날부터 먹고 싶었던 힌칼리를 먹으러 그루지야 식당에 갔다. 힌칼리는 그루지야식 찐만두로 육즙이 가득해 약간 샤오롱바오와도 닮았지만 크기가 상당히 크고 두툼하다. 어제 푸드코트에서 하차푸리는 먹었지만 힌칼리는 먹지 않았던 터라 노비 쉬비아트의 식당을 찾아내 거기 가서 힌칼리 5개 세트(소고기), 그리고 첨 보는 음식인데 설명이 맛있어보여서 가지 요리인 바드리자니를 주문했다. 후자는 올리브유(로 추정)로 조리한 가지의 속을 견과류 페이스트로 채우고 겉에 석류알로 포인트를 준 것인데 상당히 맛있었다. 힌칼리도 매우 맛있었다. 이것을 먹는 방법은 꼭지를 잡고 뒤집어서 아랫부분 귀퉁이에 살짝 틈을 내서 육즙을 먼저 마시고 이후 만두를 먹는 것이다. 꼭지는 손잡이용인데다 익히지 않기 때문에 남긴다. 든든하고 맛있었는데 양이 많아서 5개 중 1개는 남겼고 아쉬웠다. 

 
 
 






 
가지 요리인 바드리자니. 사진은 좀 황태찜 같음. 
 
 
 






이것이 힌칼리. 이리하여 이번 여행의 전반부는 온통 만두들로 장식. 첫날은 폴란드식 전통 만두인 피에로기(기름에 구운 것과 과일 필링의 찐 것들), 베트남 식당의 스프링롤, 게다가 오늘은 힌칼리. 이 중에선 힌칼리가 가장 훌륭했다. 평소 만두를 별로 먹지 않는데 이번엔 온통 만두 파티였다. 남은 여행 기간엔 만두 류는 이제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소설에서만 접했던 보르조미 탄산수도 곁들여 마셔보았다. 이 물은 상당히 짜서 깜짝 놀랐다. 실제로 나트륨 함량이 높다고 한다.
 
 

 
 
 

이후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서 성 십자가 성당 앞의 그린 카페 네로(폴란드 카페 체인)에 들러 민트티와 과일티로 입가심을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방에는 7시 좀 넘어서 돌아왔다. 좀 쉬다가 영원한 휴가님이 빌니우스로 귀가하는 버스를 타야 할 시간이 되어 10시 즈음 택시를 부른 후 호텔 앞으로 함께 나갔고 여기서 아쉬운 작별을 했다. 함께 4일 동안 여행해서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방에 혼자 돌아오니 무척 아쉬웠다. 장시간 밤 버스를 타고 가셔야 하는데 평안한 이동과 귀가를 하실 수 있기를 바라며 나도 이제 이 메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흑, 내일부턴 혼자 밥먹고 혼자 돌아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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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