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간밤에 열한시 무렵까지 영원한 휴가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급 졸려서 까무룩 잠들었는데 역시나 시차 때문에 네시 좀 넘어서 깼고 뒤척이다 두어시간 더 자고 일어났다. 어찌어찌 시차 적응은 한 것 같은데 잠이 좀 모자란다. 
 
 
어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노비 쉬비아트 거리 대부분을 모두 돌아보았기 때문에 오늘은 보통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루트로, 그냥 발길 가는대로 대로들과 공원들, 층계를 따라 돌아다녔다. 영원한 휴가님이 전에 묵으셨던 탐카 거리 쪽을 지나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중앙역 방향 어딘가에 있는 언덕배기 높은 곳의 공원에도 갔다. 공원 벤치에 앉아 쉬면서 가는 길의 골목에서 발견한 과일가게에서 사온 자두를 까먹었다. 바람이 불어서 좀 싸늘하긴 했지만 나무와 하늘이 이뻤다. 거기서 내려와 쇼팽 음악원 쪽도 갔다. 
 
 
열심히 돌아다니다 너무 배가 고팠고 길거리에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들을 보다가 영원한 휴가님이 작년에 친구분과 같이 갔던 코페르니쿠스 과학관 맞은편에 푸드코트가 있는 쇼핑몰 같은 곳이 있다고 하여 거기로 갔다. 본시 우리는 오늘 그루지야 식당에 가서 하차푸리와 힌칼리(꼭지가 달린 샤오롱바오 비슷한 그루지야 만두)를 먹기로 했는데 이 쇼핑몰 푸드코트가 은근히 힙한 곳이었고 심지어 그루지야 식당도 있었다. 한바퀴 돌다가 우리는 인도음식에 꽂혔다. 어제 종일 피에로기(군만두와 디저트 만두), 베트남쌀국수와 춘권 등 좀 느끼한 것을 먹었고 아침에도 빵을 먹고 나온 터라 매콤한 티카 마살라 커리와 긴쌀밥, 그리고 그루지야 식당 코너에서는 치즈만 든 미니 하차푸리를 시켰는데 이것이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흰밥에 티카 마살라 커리가 매우 맛있어서 배고픈 우리는 정신없이 흡입을 했고 하차푸리는 치즈가 너무 적게 올라가긴 했지만 커리 소스랑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나와서 그 쇼핑몰 지하에서 좀 큰 수퍼를 발견(비에드론카라는 체인이었다)해서 폴란드 감자칩(궁금해서) 1봉지, 오리지널 폴란드 wedel사의 프타치예 믈레즈코 초콜릿(프티치예 말라코의 원형이다) 한 상자, 할인하는 무화과 네알을 사서 나왔다. 그리고는 공원과 오르막길을 가로질러 올라오면서 이제 카페에 가서 차 마시자고 했는데... 첨에 찍어둔 브리스톨 호텔의 카페 브리스톨이 생각만큼 매력적인 느낌이 아니었고 이때 너무 다리가 아파서 그냥 공원 벤치에 주저앉아 쉬었다. 날이 더워지고 끈적해서 잔머리가 피부에 달라붙었고 날벌레가 다리를 물었다. 갑자기 우리는 '그냥 방에 가서 차 마실까요' 하고 의기투합, '냉장고에 팅기니스도 있어요!' 하고 기뻐하며 바로 근처에 있는 숙소로 들어왔다. 이미 1만보 이상 걸은 후였다. 
 
 
세시 즈음 방에 돌아온 우리는 차가운 시트에 다리를 뻗고 누워 쉬다가 영원한 휴가님이 나를 위해 빌니우스에서 가져다주신 선물상자를 열어서 티타임을 했다. 바르샤바 숙소에서 카페 자이칙 개장! 모든 게 다 갖추어졌다! 러브라믹스 티포트(내가 가지고 있는 민트 블루와 똑같은 색!),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사오신 23년산 퍼스트플러쉬 다즐링, 그리고 맛있는 초콜릿 팅기니스 케익까지! 거기에 수퍼에서 사온 무화과 두알을 추가했고 나는 심혈을 기울여 차를 우렸다. 이렇게 마신 차는 너무 맛있었고 팅기니스는 완벽했다. 무화과는 좀 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외국 무화과의 맛이 궁금했던지라 호기심은 해소되었다. 이 티타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차를 마신 후 우리는 그냥 방에서 쉬고 목욕도 하고 내가 가져온 컵라면, 누룽지, 볶음김치 등으로 저녁을 먹었다. 피로도 풀리고 좋았다. 지금은 수퍼에서 사온 폴란드 감자칩(이것이 은근히 맛있음. 기대 안했는데 별로 짜지 않아서 좋음)과 사과자두주스를 먹으며 이 메모를 남기고 있다. 몇시간 동안 계속 걸으며 돌아다녔는데 관광지 아닌 쪽이어서 어디를 갔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재미있었다. 이 거리는 꼭 빌니우스의 필리모 거리 같아요, 카페 엘스카가 나와야 할것 같아요 등 작년의 빌니우스 기억을 되살리며 즐거웠다. 
 
 
맨 위 사진은 초반부 걸어가다 발견한 쇼팽 살롱. 내부에는 작은 카페처럼 살롱이 조성되어 있었고 매일 피아노 연주회를 한다면서 할아버지가 열심히 호객을 하셨는데 좀 부담스러워서 구경만 하고 나옴. 사진 속 피아노는 장식용으로, 목각건반이다. 
 
 
 

 
 
 
이것이 조식. 어제 노비 쉬비아트 거리의 빵집에서 사온 레몬커드 크루아상과 자두 절임을 얹은 패스트리. 전자는 별로였고 후자는 맛있었다. 거기에 호텔 방에 있던 캡슐커피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각각 한 잔. 
 
 
 
 




 
한동안 쉬었던 언덕배기 공원. 나무가 예뻤다. 
 
 
 




 
 
그 공원 벤치에 앉아 자두를 한알씩 까먹었다. 나머지 자두는 이후에 '방으로 돌아가자!' 하고 결심했던 그 공원 벤치에서 해치웠다. 서양배 한 알만 남았음. 
 
 
 

 
 
 
카페 자이칙 바르샤바 분점 :) 기억에 남을만한 완벽한 티타임이었다!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