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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는 중이다.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한동안 멈춰 있었지만 어젯밤에 그래도 몇 줄을 이어서 썼다. 얼마 되지 않지만 중요한 문장들이었고 맨처음 구상했던 부분 중 하나였다. 내일을 잘 버티고 나면 주말에 부디 이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서적으로도 그렇고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가 되었다.

 

 

발췌한 두 문단은 초반부. 미샤가 레닌그라드의 자기 아파트와 검열꾼들에 대해, 그리고 무대 파트너이자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인 지나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음식 얘기 아주 조금. 이 소설 속에서 미샤는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아주 드문 일이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구석구석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꾸려야 할 짐이란 건 애초부터 없었어. 이 집은 검열과 수색에 대해서라면 심지어 나 자신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놈들은 작년 겨울부터는 몰래 뒤지는 척하는 것도 집어치웠어. 노골적으로 불쑥 들어와 뒤지고 탈탈 털고 압수하고 또 압수했어. 처음엔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강요했지만 나중엔 종이쪽지 한 장 들이대지 않았어. 네바 강의 갈매기들처럼 뻔질나게, 자연스럽게 드나들었어.

 

 

한번은 지나와 저녁을 먹고 있을 때 그 작자들이 들이닥쳤었지. 그때 지나는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올리비에 샐러드와 양배추 수프 한 냄비, 기름기로 반질반질한 커틀릿이 담긴 접시를 내 코앞에 들이밀며 한번만 더 밥을 굶고 다니면 내 모가지를 자르겠다고 협박하고 있었어. 그 커틀릿 접시는 미사일처럼 날아가 뚱보 보안요원의 이마를 제대로 강타했지. 아마 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지나는 그 얼간이의 대머리를 수프 냄비에 처넣었을 거야. 지나는 너무 화가 나서 내가 ‘투포환 선수가 됐으면 금메달 땄을 텐데, 발레는 올림픽에 못 나가잖아’ 라고 농담하는 것도 들어주지 않았어. 하도 지나가 펄펄 뛰어서 그날 왔던 놈들은 검열도 압수도 다 포기하고 대신 내 서류에 빨간 줄을 몇 개 더 긋고 도장도 한 개 찍었어. 접시를 던진 건 내가 아니었는데.

 

 

 

..

 

 

사진은 몇년 전 페테르부르크의 The Repa에 갔을 때 먹었던 양배추 수프. 지나가 가져온 양배추 수프는 저렇게 우아하고 근사해보이진 않았겠지만... 하여튼 지나의 양배추 수프는 법랑 냄비에 가득 들어 있었을 것이다 :) 커틀릿 사진도 올릴까 하다가 사진첩 뒤지기 귀찮아서 양배추 수프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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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