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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바빠서 몇줄 못 썼지만, 어쨌든 계속 쓰는 중이다. 후반부의 문단 하나 발췌. 화자는 여전히 미샤. 자기가 좋아했던 장소와 광경들에 대해 얘기한다. 글에 언급되는 안드레이는 미샤의 레닌그라드 친구인 트로이. 안드레이는 그의 본명이다. 미샤만 이 이름을 부른다. 트로이의 아파트는 이 폴더에 여러번 올렸던 고로호바야 거리에 있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안드레이가 자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나는 그를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문을 열고 소리 없이 발끝으로 선 채 천천히 들어간다. 발레리나들도 나의 스텝에 놀랄 것이다. 안드레이가 자고 있지 않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그가 식탁 앞에 앉아 책을 읽으며 강의 준비를 하거나 뭔가를 쓰고 있으면 더욱. 그는 첨탑처럼 키가 커서 머리 위로 셔츠를 뒤집어쓸 때면 팔이 끝없이 뻗어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나를 위해 창가에 있던 소파를 치웠다. 나는 창틀을 붙잡고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고 작은 동작들을 연습하기도 한다. 이따금 어깨 너머로 식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안드레이가 보이면 기분이 조금 더 좋아지고 몸이 더욱 가벼워지면서 살짝 뛰어오르기만 해도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뛰지는 않는다. 안드레이의 거실은 좁고 바닥과 천장 모두 낡았기 때문이다.

 

 

..

 

 

사진은 몇년 전 페테르부르크의 거리를 걷다가 찍은 건물 현관문. 트로이의 아파트도 이런 무거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두컴컴한 현관이 나오고 여기를 통과해 복도로 가서 아주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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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