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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8. 15:42

러시아 생각하며 티 타임 tasty and happy2017. 7. 8. 15:42

 

 

 

 

비는 그쳤지만 흐리고 습하고 어두컴컴한 토요일 오후.

 

기분 전환하려고 화려한 러시아풍으로 티 타임.

 

루스키 무제이에서 사온 러시아 요리 컵받침~

 

 

 

 

작년 여름에 페테르부르크의 어느 기념품 가게에서 사온 뽀드스따깐칙. 이걸 뭐라해야 하나. 이거야말로 컵받침이려나. 러시아에서는 유리컵을 이런 틀에 끼워서 차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귀족가문이나 잘사는 집에선 순은으로 만든 녀석을 쓰고(엄청 비쌈), 보통은 그냥 스테인레스나 황동, 그리고 이렇게 채색한 녀석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 가게에 이런 금색 칠해놓은 건 이거 하나밖에 없어서 신기해서 사보았다.

 

 

 

 

 

 

 

요렇게.

 

 

저 줄무늬 유리컵은 스따깐 이라고 하는데 러시아에서 많이 쓰는 컵이다.

 

 

 

 

 

 

합체~~

 

 

 

 

 

 

 

지난 달 프라하에서 사온 메도브닉.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매주마다 조금씩 해동해 먹고 있음.

 

 

 

 

 

 

 

 

 

 

 

 

 

 

 

 

러시아 전통 무늬와 채색의 호흘라마 나무쟁반으로 마무리~

 

 

 

 

 

 

 

 

 

 

 

쿠마 : 딸기는? 크림 케익은?

 

 

... 한 상 차려드려도 맨날 삐쭉대는 쿠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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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6월 프라하에 갔을 때 카페 에벨에서 에스프레소 잔 하나랑(http://tveye.tistory.com/6629) 커피잔 하나를 사왔다. 에스프레소 잔은 2집으로 가져가고 커피잔은 화정 집에 두었다. 바로 이것. 파란색이 시원해서 좋다.

 

 

작년에 사온 게 카푸치노 잔(http://tveye.tistory.com/6173)이라 이것보다 조금 사이즈가 더 크다. 그러나 사실 셋다 커피잔이라 찻잔이랑은 약간 사이즈가 안 어울리긴 한다. 카푸치노잔보다 더 큰 건 라떼 잔이었는데 그건 정말 국그릇처럼 컸고 손잡이가 없어 포기했다. (손잡이 없는 잔으로 못 마심. 뜨거운 걸 못 잡기도 하거니와 손이 작아서...)

 

 

 

 

 

 

 

작년으로 개점 20주년이 되어서 기념으로 이 문구를 인쇄한 듯하다. 작년에 갔을 때 카페에서 내준 잔에는 이 문구가 없었던 것 같음.

 

 

 

 

 

 

 

 

 

 

 

 

 

 

 

 

 

 

 

오랫동안 방치되어 삐치고 또 삐친 쿠마님을 달래기 위해 딸기 케익 조공

 

 

 

 

쿠마 : 으하하하하!! (반색)

 

 

 

 

쿠마 : 딸기케익 하나로는 모자라!! 내일도 사와!!

 

토끼 : 내, 내일 나는 다시 새벽기차 타고 시골에... 너를 방치해야 하는데.. ㅠㅠ

 

쿠마 : 뭣이!! 아르르르륵!!!

 

 

..

 

 

 

 

 

 

이건 쥬인 만났을 때.

 

나는 보통 더워도 따뜻한 차를 마시는데 이때는 너무 후덥지근하고 덥고 버스 멀미를 심하게 해서... 오렌지에이드를 시켰었다. 쥬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런데... 예뻐보이는 이 사진과는 달리... 저 오렌지에이드는 환타 맛이었다 ㅠㅠ

 

그런데 오렌지 과육이 조금 씹히는 것 같았다.

 

결론 : 델몬트 + 탄산수 ㅠㅠ

 

으흑, 내가 만드는 오렌지에이드가 백배 맛있어 어헝헝

 

 

 

 

그래도 때깔만 보면 시원하고 맛있어 보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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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쿠마 : 토끼... 내내 집 비우고 돌아오더니만 딸기랑 크림케익은 안 주고 이게 뭐얏!!

 

토끼 : 흐흑. 그냥 먹어 ㅠㅠ 비싼 체리야.. 그거 우즈베키스탄 체리래...

 

 

(이마트에서 체리 주문했더니 미국산이 아니고 우즈벡산이 왔다. 러시아에서 종종 먹었던 우즈벡 체리라 반가웠는데... 질이 너무 안 좋은 게 왔다. 700그램짜리 주문했는데 3분의 1이 뭉개져 있거나 엉망이었음. 이마트 너무해...

 

 

 

이번에 프라하 갔을 때 구시가지 앤티크 가게에서 건져온 빈티지 찻잔 나머지 하나. 같은 디자인으로 이거랑 흰색금색이 있었다. 첨엔 후자가 우아해서 그거 사려다 역시나 나는 빨간색에 끌려 이걸로 맘을 바꾸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냥 그 흰색금색 줄무늬도 같이 살걸... 흑흑 돌아와서 후회해...

 

 

 

 

이 찻잔도 되게 작다. 차를 자주 따라 마셔야 한다...

 

 

 

 

 

이것도 역시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제품!!!

 

 

 

 

 

받침 접시 바닥에 체코슬로바키아가 씌어 있고 무려 망치가 그려져 있음~ pirke/hammer라는 브랜드인가봄. 참으로 소련시절 답구나...

 

 

1953이라 씌어 있는 걸 보고 어 이거 1950년대 찻잔인가 했는데 이거 위의 사진을 보면 찻잔 바닥에는 연도가 아닌 다른 네자리 숫자가 두개 씌어 있었다. 연도는 아닌 것 같긴 하다만... 하여튼 이 찻잔도 꽤 오래 묵은 것 같다.

 

 

 

 

 

프라하 공항에서 사온 메도브닉. 이거 원래 어제 쥬인 주려고 잘라서 지퍼백이랑 락앤락 포장했던 건데 약속이 무산되어 도로 가지고 왔다. 냉동실에 넣자니 이미 굳어지기 시작한 것 같아 그냥 오늘 내가 먹었다. 냉동실에 몇토막으로 잘라서 넣어두었으니 쥬인에겐 나중에 만나면 그거 갖다 줘야지.

 

 

 

 

 

 

 

 

 

프라하 스페셜. 프라하에서 사온 빈티지 찻잔이랑 작년에 역시 프라하에서 산 오리 접시랑.. 프라하 공항 메도브닉 + 우즈벡 체리. 내가 러시아에서 먹었던 우즈벡 체리는 싱싱하고 맛있었는데 ㅠㅠ 힝, 이마트에서 파는 우즈벡 체리는 정말 실망... 질 너무 안 좋음.

 

 

 

 

 

프라하 스페셜에 맞춰 오늘 우려 마신 차도 프라하의 티숍에서 사온 다즐링 세컨드플러쉬. 위의 사진에서 왼쪽의 녹색 봉지에 든 것. 오른쪽의 다즐링 그린은 2집에 가져다 놓았다. 이 사진은 바로 와이파이 천국이었던(ㅋ) 테스코 코스타 커피에서 찍은 것. 그 티숍이 이 코스타 커피랑 가까운 곳에 있다.

 

 

 

 

종이봉지에 넣어두면 습기를 빨아먹기 때문에 캔에 옮겨담아 두었다. 이 캔은 몇년 전에 페테르부르크의 유서깊은 유명한 델리 상점이자 베이커리인 엘리세예프스키 상점에서 산 건데.. 완전 황당했다. 분명 다즐링이라고 캔에도 씌어 있는데 집에 와서 열어보니 난데없이 자스민 꽃송이 차들이 몇알 들어 있었음!!! 포장을 잘못 해놓았던 것이다. 정말 너무해... 그 자스민 꽃송이 차 다 마시긴 했지만 되게 열받았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페테르부르크 가도 엘리세예프스키는 밖에서 사진만 찍고 안에는 안 들어감. 짜증나서!!

 

 

그래도 캔은 예쁘니까 가끔 이렇게 무게 달아서 사온 찻잎들 보관용으로 쓴다. 이 다즐링은 100그램 사왔는데 봉지에 붙어 있는 차 이름이랑 설명 인쇄용지만 오려서 붙여 두었다. 다 체코말이지만 잘 보면 대충 알아먹을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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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바쁘고 꽉 찬 하루였다. 아침부터 외부 미팅이 있어서 중간에 간신히 짬을 내어 샌드위치와 아이스티로 아점을 때웠다. 너무나도 따뜻한 홍차를 마시고 싶었지만 오늘 저녁에 쥬인이랑 약속이 있으니 그때 차랑 케익을 먹을것 같아서 카페인을 좀 덜 먹어보려고 무카페인 샹그리아 레드 티라는 신제품을 마셔봄.

 

 

엄청 달았다 -_- 분명 히비스커스랑 레드베리 티에 과일 넣은 거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달달하고 심지어 복숭아시럽 맛이 날 수가... 여기서 시럽을 다 빼면 딱 내 입맛일 것 같음.

 

 

 

 

 

이게 원래 차갑게 먹는 샌드위치인데 빈속인데다 음료도 차가우니 데워달라 했다. 데웠더니 야채가 축처진 미역처럼 변해서 사실 맛이 없었음 ㅠㅠ

 

 

 

아까워서 나중에 이 안에 있는 과일(사과, 오렌지, 포도) 다 건져 먹었음. 과일들 자체는 달지 않았는데 냉동했다가 막 녹은 식감이 났다.

 

 

 

오늘 업무 약속 하나와 쥬인과의 약속이 펑크나서...

 

이른 저녁에 동네로 돌아와서.. 배도 고프고 또 너무 어질어질해서 카페인 섭취하기 위해 지하철역 앞 카페로 곧장 들어감. 그간 모아놓은 포인트를 써서 블루베리 치즈케익도 주문. 여기는 가성비가 너무 안 좋다 -_-

 

 

 

비록 티백이지만 그래도 다즐링 진하게 우려서 마심. 아아 살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페테르부르크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소피야 콜로프스카야의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란 스케치집.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재밌다.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들만이 잡아낼 수 있는 유머와 감성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여기 앉아 오늘의 스케치도 좀 하고... 간신히 정신차린 후 귀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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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일요일 정오 조금 넘은 무렵, 좀 이른 티 타임.



여행을 갈 때면 쿠폰과 적립금을 써서 인터넷 면세점에서 포숑 다즐링 홍차를 한 캔씩 사곤 하는데, 이번에 보니 캔 디자인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의 납작한 타원형 용기에서 이렇게 칼라풀하고 화려한 원통형 용기로 바뀌었다. 이 바뀐 디자인이 완전히 내 취향 저격이다. 원래 이렇게 선명하고 칼라풀한 색채들을 좋아함 :)



마침 전에 사왔던 다즐링이 다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그대로 2집으로 들고 내려왔다.





오늘 차를 마시면서 세 개의 도시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프라하, 페테르부르크, 드레스덴.





이건 프라하 올드타운의 들로우하 거리였는지 두스니 거리였는지 좀 헷갈리는데 하여튼 첫번째 숙소에서 구시가지 골목으로 걸어가다가 발견한 앤티크 가게에서 득템한 아주 조그만 찻잔이다. 사실 찻잔이라기보단 에스프레소 잔으로 추정된다. 꽤나 오래되고 손때묻은 물건인지 금박도 좀 벗겨져 있고 문질러도 지지 않는 얼룩도 좀 있다. 뭐 나는 이만 빠지지 않으면 빈티지도 상관없이 막 쓰는 인간인지라... 그냥 사왔다. (예쁘고 값비싼 거라도 마찬가지... 예쁘다고 모셔놓거나 장식만 하는 일은 절대 없다... 예쁜 건 써야 함~)






받침 접시 밑바닥에는 긁히고 지워진 녹색 글씨가 아직 남아 있다. 체코슬로바키아!!!!! 그러니까 소련 시대 물건이라는 거겠지.



나에게 '체코슬로바키아'는 항상 두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소련 시대, 나머지 하나는 마크 벰의 스릴러 소설 '아이 오브 비홀더'이다. 후자는 영화로도 나왔지만 나는 영화보다는 이 원작 소설을 훨씬 좋아했다. 벰의 이 매혹적인 소설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capital'은 일종의 맥거핀이자 가슴 시린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체코슬로바키아란 옛 국가명을 들으면 언제나 자동적으로 아이 오브 비홀더 소설이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그 중요한 장면에서 간판에 붙어 타오르는 불길도...




포숑의 다즐링은 noir란 이름에 걸맞게 좀 진한 편이다. 그리고 이 잔은 정말 작았다. 한두모금 마시면 잔이 비었다. 에스프레소가 생각났다가 보드카가 떠오르기도 했다.





보기 즐겁고 프라하의 그 앤티크 가게가 떠올라 행복해지는 예쁘고 낡은 잔이지만 마시기는 조금 불편...





이건 페테르부르크와 프라하와 드레스덴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사진이다.


접시는 작년 이맘때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쇼핑몰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찻잔에 딸린 받침접시이다. 그때 난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의 도스토예프스키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호텔 바로 옆에 쇼핑몰이 있었다. 거기 종종 갔었다. 거기 붙어 있는 베이커리 카페에도 가끔 갔다. 금색과 파란색 무늬를 보고 화려하니까 기분 전환이 되겠지 하고 샀었는데 나중에 접시를 뒤집어보니 중국에서 만든 거라 막 실망해서 '중국 찻잔!' 하고 짜증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거기 머무는 내내 나는 이 찻잔과 이 접시를 많이 사용했다. 체리도 담아 먹고 조각케익도 담아 먹고 차도 우려 마셨었다. 그때 나는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열흘 예정으로 날아갔다가 머무는 기간을 두번이나 늘려서 3주 넘게 머물렀었다. 백야의 페테르부르크에서, 반쯤은 어둠 속에 잠긴 채 보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중국 찻잔과 접시를 꺼낼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나는 것이다.


빨간색 포장지의 할바는 프라하의 도브라 차요브나 찻집에서 사온 것이다. 저 할바를 보면 도브라 차요브나 마당의 뜬금없지만 이젠 친숙해진 불상과, 찻집에서 풍겨오는 향 냄새가 떠오른다.


그리고 저 빨강하양 포장지의 쿠키는 드레스덴의 어느 카페에서 가져온 것이다. 프라거 거리에서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 구시가지로 가서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은 후 근처의 고풍스러운 카페로 들어갔었다. 나는 홍차, 영원한 휴가님은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주문했고 거기에 딸기무스 케익을 추가했다. 차와 커피에 이 쿠키가 곁들여져 나왔다. 영원한 휴가님은 그 자리에서 쿠키를 드셨다. 포장지를 뜯으셨을 때 '아 쿠키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나는 케익을 먹고자(ㅋㅋ) 쿠키를 파우치에 챙겼다. 몇년 전부터 여행가서 들어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포장된 조그만 티푸드나 일회용 설탕, 성냥갑, 냅킨, 물수건 따위를 모으는 버릇이 생겼다. 티푸드는 돌아와서 정말 그 여행이 그리울 때나 차랑 곁들여 먹을 게 정말 없을 때 꺼내 먹는다. 오늘은 드레스덴의 그 카페와 영원한 휴가님 떠올리며 :)









 나에겐 생소한 독일어가 인쇄된 포장지 안에 들어 있는 쿠키.


우습지만 빨간색과 하얀색이라 맘에 든다 :)









개봉해서 다시 접시에..


슬프게도 쿠키는 비행기 타고 또 ktx 타고 건너오면서 귀퉁이가 부스러졌다... 투박한 하트 모양이었던 것 같은데... 맛은 그냥 초코칩 쿠키 맛이었다.


도브라 차요브나의 할바는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먹기 편하게 내가 잘랐다. 찻집에선 저 위에 시나몬 슈거파우더를 뿌려줘서 더 맛있었는데...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체리 :)


이 접시는 재작년인가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로모노소프 가게에서 사온 찻잔에 딸려 있는 받침접시.






내가 다녀온 곳은 아니지만, 쥬인이 나가사키 다녀와서 선물로 준 기념품 테이블 러너도 함께.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동시에 세 도시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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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





카피치코에 앉아 다섯번째 스케치 하고 있을 무렵 옆테이블에 앉아 있던 미국인 커플이 다가왔다. 남자가 눈을 반짝이더니 '우와 정말 근사하네요. 이거 앱이에요?' 하고 물었다. 그래서 '네, 앱이에요' 하면서 바탕화면으로 가서 paper 앱을 보여주었다. '프리 앱인가요?' 하고 물어서 '네. 그런데 제대로 그리려면 펜슬이 필요해요. 애플 펜슬이요' 라고 하자 남자가 웃으며 '애플!!!' 하고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런 거 물어보는 인상 좋은 남자들은 다 커플로 와 있는 거야!!!




..



오늘의 카피치코에 대한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6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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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정오 즈음에 에벨에 도착했다.



오늘은 비 온 후라서 창가에 볕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드디어 창가 자리에 앉았다. 일주일 동안 안면을 트고 많이 친해진 서글서글하고 눈이 동그란 금발의 점원 아가씨와 밝은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내가 오면 메뉴도 안 줌 ㅋ 그리고 원래 홍차 시키면 우유 저그 주는데 내가 시키면 우유 저그도 안 줌.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거 알아서... 그래서 내가 '오늘은 메뉴 주세요' 라고 했더니 깜놀하는 분위기 ㅋㅋ



어제의 맥주 때문에 빈속에 카페인 마시기는 좀 그래서 속을 따뜻하게 하는 걸 먹어야 할것 같았다. 그래서 꿀을 곁들인 생강차를 시켰고 거기에 모짜렐라 토마토 루꼴라 페스토 베이글을 시켰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베이글이 항상 생각난다... 참 맛있는데...










생강차에는 꿀과 레몬을 곁들여 주었고 너무나 센스 있게 레몬짜개에 레몬조각을 끼워주었다. 생강차는 집에서 내가 끓이는 것처럼 토막난 생강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딱 그 맛이다. 거기에 꿀을 전부 넣고 레몬즙도 다 짜 넣었다. 몇모금 마시자 몸이 후끈해지면서 땀이 좀 났다. 베이글도 무척 맛있었다. 숙취와 괴로움, 친구랑 약혼자가 떠난 슬픔에도 불구하고 생강차랑 베이글 맛있게 먹고 좀 힘을 냄.



..




에벨에 오래 앉아 있진 않았다. 내일 떠나야 하니 오늘은 좋아하는 카페들 순례하려는 생각이었으므로. 에벨에서 15분 도보 거리에 있는 도브라 차요브나에 가서 예루살렘의 추억이나 다른 신기한 이름의 차 마시고 바클라바 또 먹어야지 했다. 그런데 두둥!!! 갔더니 아직 오픈 전이었다. 일요일은 두시에 연다는 것이다. 한시간이나 더 기다릴 수는 없었고 심지어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방에 우산을 두고 왔다는 것이 떠올랐다. 악...



..



트램을 타고 다시 말라 스트라나로 갔다. 카피치코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에 와서는 카피치코에 가지 않았었다. 좀 묘한 이유였다. 카피치코는 무척 내밀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 주인 아저씨 로만과 다정했던 점원 베트라와 나눈 이야기들이 좋았고 내게 위안이 되었지만 그당시 내가 많이 약해져 있었기 때문인지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았다. 에벨과는 좀 달랐다. 카피치코에 가는 것이 살짝 부끄러웠다. 또는, 다시 가기보다는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기도 했다. 에벨은 언제나 편안하게 드나들며 적절한 익명성과 적절한 친교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카페이지만 카피치코는 조금 더 조용하고 조금 더 내밀하고, 그리고 조금 더 약해지는 곳이다. 아마 빈 테이블들이 많고 또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헬리초바에 내려서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비가 많이 왔다. 바람도 씽씽 불었다. 계속 더웠기 때문에 빨아서 말려놨던 여름 원피스 한장만 걸치고 있었는데 추웠다!!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챙겨나온 얇은 카디건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막 뛰었다. 일요일이라 카피치코도 늦게 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과 함께 뛰었는데 다행히 창문 너머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새까맣고 새하얀 카피치코 간판이 어찌나 반갑던지! 






주인 아저씨 로만이 있었다. '도브리 덴' 하고 인사를 하고 들어가자 메뉴판 두개를 가져오시며 체코어로 '체코 메뉴판 드리면 되죠?' 라고 묻는다. 그래서 '아니요 영어 메뉴 주세요' 라고 말했다. 로만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미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다 내 스타일도 좀 바뀌어 있었고 이곳은 좀 한적해보이긴 해도 수많은 손님들이 오고 가는 곳이다. 살짝 섭섭했지만 동시에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아마 부끄러웠기 때문인 것 같다.



주인 아저씨 로만은 여전히 키가 크고 어딘지 좀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과 다름없이, 오후에 찾아오는 말씨가 어눌하고 다리를 저는 약간 유로지브이 같은 남자가 오자 밝게 웃으며 맞아주었고 테이블에 함께 앉아 체스 비슷한 게임을 했다. 작년에도 그 모습을 보고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진 않지만 친해지면 무척 따뜻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지.



나는 다즐링과 메도브닉을 시켰다. 워머에 올려진 투박하고 이 빠진 세라믹 주전자와 손잡이 없는 찻잔, 그리고 52코루나밖에 하지 않지만 너무나 맛있는 이곳의 메도브닉이 나왔다. 나는 본시 투박한 도자기도 좋아하지 않고 이 빠진 그릇을 보면 빈정상하고 손잡이 없는 찻잔을 주면 싫어하는 사람이다(뜨거우니까)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카피치코와는 놀랍게 어울린다...
















바깥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빗방울이 거세게 쏟아졌다. 카페는 두어 테이블 외에는 비어 있었다. 나는 좋아하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차를 마셨고 메도브닉을 먹었고 문을 닫은 도브라 차요브나에 대해, 그리고 카피치코에 대해 낙서를 했다.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부는데 나는 따뜻하고 조용하고 한적한 카피치코 안에 앉아 향긋하고 뜨거운 차를 마시고 달콤한 메도브닉을 먹고 있었다.



이것은 에벨과는 다른 종류의 충만함이며 아마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행복감일 것이다.



..




비가 좀 그친 후 카피치코에서 나왔다. 카피치코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숙소로 갔고 30여분 정도 쉬었다. 그리고 긴 바지와 긴 티셔츠로 갈아입고 스카프를 둘러매고 노트북을 들고 다시 나섰다. 스카프 두장이나 챙겨왔고 트렌치코트도 챙겨왔었지 ㅠㅠ 카디건도 두장이나 챙겨왔어... 그런데 내내 엄청 더웠지... 흑흑... 트렌치코트는 한번도 안 입었고 가방 속에서 부피만 차지하고... 스카프도 오늘 처음 둘렀다. 검은 셔츠를 입기도 했거니와 비오는 우중충한 날씨라 흑백 스카프와 빨강주황 스카프 중 후자를 골랐음.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우 크노플리치쿠에 갔다. 가성비 제일 좋은 카페. 젊은 점원 아가씨가 좀 불친절하긴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하다. 카피치코에서 홍차를 마셨으므로 레드베리 티를 시켰고 목도 말라서 사과주스도 시켰다.









작년에 이곳과 에벨에서 글을 좀 구상하고 조금 쓰기도 했었다. 한동안 바탕화면에 이곳의 빨간 입술 찻잔 사진을 깔아놓기도 했었다. 여기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내부가 은근히 분위기 있고(좀 꽃무늬 시골풍이긴 한데 묘하게 어울림), 화분이 가득 놓여 있는 창 너머로는 빨간 트램 지나가는 게 보여서 좋다.



차를 마시며 글을 좀 썼다. 비가 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의외로 글이 잘 써져서 두페이지를 쓸 수 있었다. 작년에 여기서 구상했던 글이지....



..



우 크노플리치쿠에서 나와 살짝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었고 바람이 불어서 꽤 싸늘했다. 스카프를 펼쳐서 숄처럼 어깨와 목 전체를 감쌌다.



추워서 뭔가 따뜻한 것,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한번 갔었던 우예즈드 근처의 중국식당이 생각나서 거기 갔다. 여기 마파두부에는 돼지고기를 빼달라면 빼준다. 베지테리안 메뉴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과 흰밥과 자스민 차를 시켜서 먹었다. 어제의 맥주와 비프버거가 좀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흑... 지난주에 영원한 휴가님과도 얘기 나누었지만 나는 체코에서는 못 살것 같아.. 음식이 너무 입에 안 맞아서... 신선한 야채도 없고 해산물도 별로 없고 짜디짠 소시지와 햄과 돼지고기와 맥주 천국이니...



몇년 전에 프라하에 두어달 살때는 직접 장을 봐서 음식 해먹긴 했지만 그때도 '아아 해산물...' 하고 괴로워했었다. 어디든 바다 있는 나라에 살아야 해...


..



밥을 먹은 후 이제는 반대로 중국음식의 맛을 없애기 위해 안젤라또에 갔다. 오늘은 쌀쌀해서 바깥까지 줄이 늘어서 있진 않았다. 마파두부로 자극된 입안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역시 스트라치아텔라~ 추워서 안젤라또 안에 앉아서 스트라치아텔라 먹음. 역시 맛있었다. 올리브유 바질이 맛있긴 했지만 그래도 스트라치아텔라가 제일 좋다.





.. 그러고 보니 오늘의 이 두번째 파트는 전부 먹고 마신 얘기밖에 없네!!



..



그리고는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내일 오후 공항 가는 택시를 예약했고 방에 올라와서 씻은 후 가방을 쌌다. 이번에는 산 게 별로 많지 않았고 찻잔 몇개도 그때그때 뽁뽁이로 싸놓아서 가방 금방 꾸릴 줄 알았지만 역시나 시간 꽤 걸렸다. 가방 다 싸고 나니 녹초...



아마 돌아가기가 싫으니 가방 싸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듯.. 흐흑..



방에 돌아와 와이파이를 잡아보니 료샤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잘 도착했고 레냐는 자기 엄마에게 데려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그냥 확 집어치우고 내일이라도 그냥 뻬쩨르로 오라고 농담을 하고 있었다. ㅋㅋ 그래서 나는 '프라하는 음식이 맛없고 뻬쩨르는 6월에 눈이 오는데 선택지가 너무 적다...' 고 답을 해주었다.



내일은 조식 먹고 체크아웃한 후 에벨에서 시간 보내다 공항에 가야겠다. 여유가 있으면 도브라 차요브나에 먼저 갔다가 에벨에서 점심 먹어도 되긴 하는데 좀 생각 중...


아아... 휴가가 끝났어어어어...




** 카피치코에서 그린 스케치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6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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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이 있는 동네는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은 회사들이 갑자기 생겨서 뜬금없는 버거킹이나 올리브영이 나타나기도 하고 최근 스타벅스가 생겨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근처 도시에서도 주말이면 차를 끌고 온다(스타벅스 오려고 ㅠㅠ)


늦잠자고 일어났는데 먹을 것이 없고 아침부터 밥하고 국 끓이기 귀찮아서 그냥 스타벅스에 갔다. 하지만.. 늦잠 잔 관계로 이미 사람들이 꽤 많았다. 전에 주말에 일하느라 남았을때 오전에 들렀던 적이 있는데 그땐 한가했지만 역시 정오 즈음에 가자 한가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시끌시끌했고 가족 단위 손님들도 많아서 점점 꽉 차면서 꽤나 시끄러워졌다. 여기는 동네 특성상 주말에는 다들 서울에 올라가므로 가게들에 손님도 없고 쉬는 가게들이 많은데 스타벅스만은 예외이다. 동네와 근교 도시 사람들에게 최대의 핫스팟인 것이다!


새 음료를 마시면 별3개 적립해준다는 광고에 또 혹해서 주문한 카모마일 애플 티. 그런데 문제는 내가 카모마일을 아주 싫어해서(특유의 그 냄새를 맡으면 멀미가 남) 오로지 별3개 받으려고... 그나마 받자마자 카모마일 티백을 빼버려서 애플티 맛이 더 강해 다행이었다. (무척 달다)


크랜베리 치킨 샌드위치와 함께 아점 먹음. 이상하게 배가 고파서 샌드위치 금세 해치움...



하여튼 카모마일은 나에게 모험이므로 short 사이즈로 시킨 후 첫 잔 다 마시고는 뜨거운 물만 받아서 녹차 티백 담가 마심... 카모마일 싫어... ㅠㅠ



오랜만에 글 좀 써볼까 하고 노트북과 수첩을 챙겨왔지만...

결국 나는 노트북을 열고... 밀려 있는 업무메일에 몇개 답메일을 보내고 말았지 흐흑... 아직 해야 할거 남았는데 눈 딱감고 그냥 월요일로 미뤄야겠어...


글은 하나도 못 씀. 일만 좀 했음. 바보바보바보 ㅠㅠ





오후에 2집으로 돌아와 제대로 된 홍차를 우려 마셨다. 딸기 찻잔 :)



흑, 이게 어제 살 때는 이뻤는데 가방에 쑤셔넣고 기차 타고 오느라 이렇게 철퍽 뭉개짐... 대학로에도 snob 분점이 있어서 좋아하며 샀는데, 흠, 그저께 먹었던 딸기케익이 더 맛있었다. 이 딸기 타르트는 내 입맛엔 좀 짭짤한 편이었다.



이거 우리 쿠마를 위한 세팅인데... 슬프지만 2집엔 쿠마가 없다




대신 온순하고 덩치 큰 쿠나랑 같이.. 쿠나는 마냥 좋아함 ㅇㅅㅇ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쿠마가 날 잡아먹을 거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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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19. 23:04

몹시도 그리운 카피치코 2016 praha2016. 11. 19. 23:04

 

프라하에서 돌아온지도 한달 반이 훨씬 지났다.

 

몹시도 그리운 곳을 딱 두곳만 꼽으라면 역시 카페 에벨과 카피치코이다. 하나 더 꼽으라면 안젤라또(거기 스트라치아텔라 먹고 싶다) 카페와 아이스크림이라니... 역시 게으른 토끼가 아닐 수 없다.

 

몹시도 그리운 카피치코 사진 몇 장. 빛이 스며드는 아늑한 카페라 좋았다. 카피치코는 빛을 받으며 차를 마시고 주인 로만과 얘기하는 게 좋았고 카페 에벨은 여전히 내겐 글을 쓰는 곳이다.

 

카피치코, 다시 가고 싶어요.

 

요즘 계속 늦게 자고 잠을 좀 설쳐서 오늘은 꾹 참고 홍차를 안 마셨다. 그랬더니 이 한밤중에 너무너무 차 마시고프다. 그냥 카피치코 사진 보면서 달래자... (그리하여 오늘은 반드시 좀 일찍 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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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대신 홍차를 즐기는데 이 기호는 오랜 옛날 처음 러시아에서 연수를 할때 생긴 것이다. 물론 거기서야 워낙 추우니 그 나라 사람들 하는대로 티백을 진하게 우리고 설탕을 푹푹 떠넣어 달콤하고 진하게 마셨지만 돌아와서는 아무 것도 안넣고 스트레이트로 우려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첫 경험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요즘도 몸이 좀 아프거나 춥거나 목이 부으면 러시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홍차에 레몬즙과 꿀을 넣어 마신다. 꿀을 넣으면 탄닌과 결합해 안좋은 작용을 한다는데 그깟거 무시한다.

 

나는 비교적 취향이 한결같은 편이라서 홍차 중에서도 클래식한 다즐링을 좋아하는데 이 기호는 오랫동안 변함이 없고 마셔도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티백과 잎차가 다르고 같은 잎차라도 다원과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만... 출근하면 아침엔 정신차리려고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백을 우려 마시곤 했는데 이건 카페인 충전용이라 별다른 브랜드를 따지지 않았다.

 

이따금 아삼이나 얼그레이, 실론, 그외 여러 차를 마시기도 하는데 사실 나는 강한 베르가못향이나 스모키한 향을 좋아하지 않아서 얼그레이 같은 경우는 엄청 느끼한 걸 먹었을 때 주로 마시려는 편이다. 그리고 마리아쥬 프레르나 포숑 등에서 나오는 수많은 가향차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밀크티도 좋아하지 않는다. 차에 우유가 들어가서 탁해지는 게 싫기도 하고 아마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스트레이트 티에 달콤한 걸 곁들이는 건 좋은데 차 자체를 달콤하게 마시는 것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하여튼 이렇게 차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우리나라가 아쉽다. 지금이야 그래도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커피가 대세이기 때문에 차 전문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홍차 카페를 찾아내 가봐도 구색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고, 마리아쥬 프레르, 다망, 포숑 등 몇가지 브랜드 = 고급 홍차 란 인식인지 괜찮은 카페들도 대부분 이 브랜드에 한정되어 있다. 아니면 티백들. 잎차 우려주는 카페에 가면 기쁘고, 거기에 찻잎이나 티백 홀더를 주는 카페이기까지 하면 횡재 수준이다...

 

이보다 더 안 좋은 건 우리 나라에선 차 값이 비싸다. 예전에 듣기론 국내 차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가 높다고 한다. 그래서 해외보다 훨씬 비싸다. 너무하다... 외국 차에 관세를 높이든 낮추든 국내 차 산업에 뭐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짧은 식견으론 잘 모르겠다. 국내에서야 보통 차밭에서 수확한 차로는 녹차를 만들지 홍차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녹차와 홍차는 같은 찻잎에서 나와도 완전히 다르다. 덖는 방식과 과정 등등... 그러니까 관세 좀 낮춰줘요... 그래도 우리 나라 녹차 잘 마실 거라고요.. 보성 녹차도 마시고 오설록도 자주 갈게요 ㅠㅠ

 

하여튼 그래서 해외에 출장을 가든 여행을 가든 수퍼마켓을 비롯해 차 가게에 들러 홍차를 사온다. 면세점에서도 그리 비싸지 않으면 차를 산다. 러시아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공항 면세에서도 쿠스미 티를 비롯 차를 꽤 팔았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경제 제재와 식품수입 금지 따위 때문인지 홍차들은 싹 사라져 좀 슬프긴 하다만... (쿠스미도 너무 가향차라 많이 즐기진 않지만 다즐링은 마실만 했음)

 

 

위의 사진은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사온 잎차들. 대부분 종이봉지에 담겨 있던 것들이라 집에 있던 예전 홍차 캔들에 옮겨담고 메모를 붙여 놓았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의 홍차전문가게, 그리고 큰 수퍼마켓 랜드에서 사왔다. 뒷줄 맨 왼쪽에 있는 것만 나갈 때 공항 면세에서 미리 주문했던 포숑 다즐링임. 이번엔 스트레이트 티 외에도 다른 재밌는 것들도 좀 사왔다.

 

 

 

 

양쪽 두개는 블라지미르스키 대로 쪽에 있는 조그만 홍차전문가게 '운찌야'라는 곳에서 산 것이다. 친절한 아가씨와 차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이것저것 다 시향해보고 골랐다.

 

내가 스트레이트 티와 다즐링을 좋아한다고 하자 권해준 것이 왼쪽의 큰 봉지. 점원 아가씨에게 이름 적어달랬는데 슬프게도 필기체로 적어주어서 난 아무리 봐도 저 이름이 다 해독이 안됨 엉엉... 노어 전공자인데도 필기체 잘 못 읽어 흐흑.. 뭔가 정확히 알아먹을 수 있는 건 중간의 '에니그마'란 단어 뿐이다. 그러니까 뭔가의 수수께끼! 이다. 이 차는 다즐링과 실론 등이 섞여 있는 비교적 클래식한 스트레이트 티인데 일반 다즐링보다는 조금 더 풀냄새가 나고 연하고 떫은 맛이 살짝 돈다. 아마 퍼스트플러쉬 쪽과 섞은 모양이다. 오늘 우려 마셔봤다. 괜찮았다. (이 차 우린 자태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05)

 

맨 오른편의 차는 역시 그 운찌야에서 각종 시향 끝에 고른 것으로 이름은 '바이칼의 꿀'!! 원래 가향티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향긋한 꽃냄새와 살짝 달콤한 향이 감도는 차였는데 맘에 들었다. 아마 희미한 꿀 냄새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것도 이번주 중 우려 마셔봐야겠다. 차들은 이렇게 사왔는데 돌아와선 아팠던데다 내시경 검사 이후 카페인 먹지 말래서 계속 방치하고 있었다.

 

중간의 조그만 봉지는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갔을때 수도원 뒷뜰에서 열린 시장에서 산 것이다. 이름은 무려 '태양의 왕'!!! 내용물은 계피, 정향, 홍차, 생강 등등...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차이다.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티와 비슷할 것이다. 나는 이런 향의 따뜻한 차도 좋아해서... 게다가 태양왕이라는데 어떻게 안사... ㅎㅎㅎ

 

(저거 사는데 료샤가 막 쿠사리줬다... '너 이름 보고 막 고르는 거지? 그러면서... 야! 나 그 시장에 있는 차 다 시향해봤거든!!!)

 

 

 

이것이 태양의 왕.

 

 

 

 

종이봉지는 잘 찢어지는데다 향이 금방 날아갈 위험이 있어서 다쓴 포숑 다즐링 캔에 담아 보관. 캔이 좀 작아서 넘쳐난다... 이것도 이번주에 마셔봐야 하는데... 종이에 붙어 있던 스티커만 떼어 붙임. 뭐뭐 들어있는지 다 적혀 있어 좋다.

 

 

 

이것이 바이칼의 꿀.

바이칼 호수 근처에서 나는 식물들과 블랙 티를 배합한 것이다. 이것도 이번주에 시험을...

 

 

 

이건 다 마신 쿠스미 다즐링 캔에.. 125그램짜리 캔인데 이게 150그램이 넘어서 좀 넘친다.. 억지로 눌러 담았다. 눌러 담으면 안 좋은데...

 

차 전문점이나 시장에서 사면 좋은게 내가 사고 싶은 무게만큼 덜어서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험일것 같은 차는 100그램 전후로만 사고 뭐 그런거지. 안전한 다즐링은 좀 많이 사고... 그럼 보통 저울에 달아서 그 찻잎을 종이봉지에 넣어주고 스티커를 붙여주거나 손으로 이름을 써준다. (근데 필기체로 써줘서 아직도 알아먹을 수가 없는 무슨무슨 에니그마 엉엉)

 

 

 

 

 

이것이 문제의 무슨무슨 에니그마. 뭔가의 수수께끼. 첨엔 첫 단어를 '뚜르찌야'라고 생각하고는 터키의 수수께끼 어쩌고인가보다 했는데 다시 글씨를 잘보니 저 단어가 뚜르찌야가 아니다. 터키가 아니라 딴 단어 같다. 대체 뭐야 엉엉.. 사전 뒤져봐도 모르겠어. 필기체 해독 못해... 나 노어 전공자 맞아? 까막눈 ㅠㅠ

 

아무래도 료샤에게 저 사진 보내주고 인쇄체로 좀 적어달라 해야겠다. 아니면 뭔 뜻이냐 물어보거나.

 

근데 아마 얘도 읽을 줄은 알아도 저게 찻잎이나 풀 종류의 이름이라면 뭔뜻인지 모를 수 있음. 수도원 시장에서 각종 차들에 적힌 성분들(무슨 향초, 무슨 풀 어쩌고저쩌고)을 읽자 '나 하나도 모르겠어!' 하고 기가 막혀 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저 무슨무슨 수수께끼는 클래식한 티라서 좀 많이 샀다. 그래서 쿠스미 125그램 캔으로는 모자라서 일부만 덜어놨다. 다른 캔 두개 씻어서 지금 말리는 중이니 내일 옮겨야지...

 

 

 

 

이것이 그 무슨무슨 수수께끼.

 

 

 

양이 많아 캔 여러개에 소분해야 하니 다른 차들처럼 오려서 붙이지도 못하고... 어찌어찌 글자 따라 그려서 써 붙여놓긴 했는데 나도 몰라... 도와다오 료슈카 나의 친구야!!!

 

(이 사진 보내고 뭐냐고 물어보면 짜증낼 거 같아 엉엉 ㅠㅠ 자기 노란색 맥심은 안사다 주고 이상한것만 물어본다고 툴툴댈거야 힝...)

 

 

 

이건 수도원 시장에서 산 차. '수도원의 차'란 이름인데 예전에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지하카페에서도 수도원 차를 샀지만 이건 성분이 다르다. 다른 수도원에서 만들었다 한다.  척 보면 알겠지만 신기한 게 많이 들어있다. 평소엔 주문하는 데 알레르기가 있지만 차 파는 아주머니에게는 열심히 물었다. '이건 무슨뜻이에요? 이 풀은 뭐에요?' 등등... 아주머니는 저 열매나 풀잎 각각을 하나하나 집어들어 이게 뭐고 이건 뭐라고 설명해주고 부숴뜨려 냄새도 맡게 해줘서 즐거웠다. 아아, 나는 홍차 소믈리에가 되고 싶구나.

 

하여튼 그러고 있는 동안 레냐는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비둘기들이랑 놀고 료샤는 뒤에서 툴툴대고 있었다. 왜냐면... 페테르부르크 가서 그날 첨 만났던 건데 내가 홍차들에 정신팔려 있고 듣도보도 못한 약초와 향초 이름에 폭 빠져 있어서... '개신교 집안이라더니 정교 수도원 들어와있고 여기서 차 사고 꿀 사고 냄새 맡고 무슨 중세시대 수녀처럼 약이 되는 차에 대해 논하고 있냐' 등등...

 

 

 

이 차도 원래 종이봉지에 들어 있었는데 반쯤 덜어서 친구에게 선물했다. 나도 성분을 하나하나 외울수가 없어 저런식으로 메모를 붙였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 찾아서 뒤에 한국말로도 적었다. 근데 한국어로 적어도 이해 안되는게 수두룩...

 

이 수도원 차에 들어간 풀들은... 노어로 보면 아는거 반 모르는 거 반...

 

블랙 티(베이스)

먀따(민트)

두쉬짜(사전 찾아보니 : 순형과 초목으로 향유를 함유하고 있다 함) : 대체 순형과 초목이 뭐여... 우리말로도 몰라..

리또브이 쯔베똑 : 리뜨 꽃... 이라고밖에 모르겠음. 이거 사전에도 안 나옴. 아마 수도원 정원에 자라는 야생화인 듯.

즈베로보이(고추나물) : 엥? 고추나물????? 오잉????

꼬르니 제뱌실라 : 들국화 뿌리

쉬뽀브닉 : 들장미

 

.. 흐음... 홍차 더하기 허브와 열매인데... 이것도 이번주에..

 

근데 이 차를 선물받은 친구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매우 경계하며... 이상한 맛일 것 같으니 남편에게 먼저 먹여보고 자기가 마셔볼지 말지 결정하겠다 함... 으앙...

 

하여튼 이거 사고 있는 나에게 료샤도 '역시 토끼! 초식동물이야! 풀 우려먹냐!' 하고 쿠사리 줬음.

 

 

 

 

여기가 그 수도원에 열린 천막시장. 오른쪽은 꿀 파는 곳. 여기 말고 다른 칸에서 꿀도 샀지 ㅠㅠ

 

 

 

그니까.. 여기서 차를 산 것이다. 각 차마다 저렇게 이름과 성분이 씌어 있고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면 시향과 동시에 각종 이파리와 열매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태양의 왕과 수도원 차가 저것들. 그리고 그 뒤의 타이가 호수는... 이름이 맘에 드는데 냄새를 맡아보니 묘하게 반쯤 좋고 반쯤 싫었다. 좋은 건 내가 좋아하는 숲과 흙, 나무 냄새가 나서 좋았는데 나쁜 건 슬쩍 스모키한 향이 났다는 것이다. 난 스모키한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며시 스파이시했다. 아주머니에게 성분을 물어봤는데 이것저것 알려주셨는데 하나도 모르는 이름이었고 아주머니도 '전부 타이가 삼림대에 자라는 허브와 열매라서 그래요'라고 말해주었다. 음, 식물도감이 없으니...

 

그래서 고민하다 수도원 차랑 태양의 왕만 샀더니 아주머니가 타이가의 호수를 좀 덜어주시면서 한번 마셔보라고 덤으로 줌. 아직 안 마셔봤는데 저것도 이번주.. 이번주는 차 하나하나 시음하는 주인가..

 

근데 저 타이가 호수 향이 장난 아니다. 저건 일회용 티백 주머니에 담아주셔서 비닐봉지 두겹으로 묶어서 가져왔는데 호텔 옷장에 넣어놨더니 옷장에 향이 다 배었고 돌아오니 여행가방에도 저 차 향이 가득 배었다. 으음... 이건 좋은걸까 나쁜걸까... 배어 있는 향 자체는 좋다만 커피도 그렇지만 차는 더더욱 향과 실제 마실 때가 좀 달라서... 하여튼 이것도 이번주에 도전을...

 

 

 

마지막은 호텔 옆의 큰 랜드 수퍼마켓에서 산 티백들.

 

왼편은 로네펠트 디카페인 홍차. 우리나라에선 로네펠트가 무척 비싸고 게다가 디카페인 티는 거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냉큼 두 팩 샀는데 페테르부르크에서 계속 아파서 카페인 없는 차 마시느라 한 팩은 뜯어마셨고 돌아와서도 며칠은 저거 마셨다. 맛은... 그냥 실론 티 맛이다... (무난하고 특색없음) 한두 팩 더 사오고팠는데 가방에 자리가 없었다...

 

오른편은 러시아 브랜드 그린필드의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저가 브랜드라 차도 좀 저렴한 맛이지만 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차이 향이 은근히 나쁘지 않아서 볼때마다 사온다.

 

..

 

... 료샤에게 '무슨무슨 수수께끼' 해독해달라고 보내야겠다 ㅠㅠ

 

..

 

덧글.

이거 말고 랜드 수퍼마켓에서 하나 더 산 게 있었다. 이름하여 '곰의 힘'(메드베지야 실라)

이름이 좀 웃긴데... 녹차와 사과, 민트, 그리고 히비스커스가 섞여 있는 차였다. 쥬인이 사과 홍차가 맘에 든다 해서 이것저것 뒤진 끝에 사다 준 건데... 쥬인은 사과를 좋아하지만 히비스커스 티를 매우 경계한다는 것을 간과했다.. 히비스커스 맛 나면 어쩌지.. 빨갛게 우려지면 우짤꼬..

 

덧글 2.

저 '운찌야' 가게에서는 쥬인을 위해 커피 원두를 샀다. (커피도 판매함) 그런데 나는 커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쥬인의 평소 취향을 고려해 '신맛은 절대 안되고요, 너무 써도 안되고, 고소한 견과나 모카 냄새를 좋아해요' 라고 했고 또 여러가지 시향을 통해 '레스느이 아레흐'(숲의 호두)란 뜻의 아주아주 고소한 향을 풍기는 커피원두를 한봉지 사다주었다..

쥬인은 집에 가서 그것을 갈아서 내려마셨다... 그것은.. 헤이즐넛이었다고 한다.

앜 이게 뭐야 엉엉... 비싼 가게에서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결국 사다준 게 헤이즐넛 커피 원두인가!! 생각해보니 헤이즐넛이 숲에서 자라는 개암 같은 거 아닌가? 맞네 숲의 견과 ㅠㅠ 커피를 모르는 토끼 의문의 1패...

 

** 추가

수도원 차 우려 마셔봄.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36

 

** 추가

태양의 왕 우려 마셔봄.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41

 

** 추가

타이가 호수 우려 마셔봄.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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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나는 별로 아기자기한 편도 아니고 상세한 정보 제공 블로그를 쓰는 성격도 아니어서 '여행 가서 여기여기여기를 다녔어요'나 '뭐뭐뭐를 사왔어요..' 하고 하나하나 올리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에 갔을 땐 큰 수퍼마켓에 가서 사온 것들을 이렇게 사진을 찍어놓은 게 있어서 한번 올려본다.

 

페테르부르크 도심에는 큰 수퍼마켓이 별로 없어서 잘 뒤져야 한다. 거대한 수퍼마켓이나 마트는 좀 외곽으로 나가야 많이 있다. 최근에는 주로 네프스키 대로나 이삭 성당 근처에서 며칠만 묵다 보니 근처의 조그만 식료품 가게를 이용하는데 그치곤 했는데 이번에는 료샤네 집에 가면서 찜닭과 계란말이 해주려고 큰 수퍼에 들렀다. 블라지미르스카야 지하철역(도스토예프스키 호텔과 연결되어 있음)에 있는 커다란 수퍼마켓 'Land'라는 곳이다.

 

나중에 호텔 방에 돌아와서 침대 위에 우르르 쏟아놓고 뭘 샀는지 점검 중.. 별다른 건 없다. 되게 평범한 것들이다. 주로 홍차. 그리고 버터나 치즈 따위.. 국내에서는 러시아 식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다만 그렇다고 딱히 러시아 식재료라고 하기에도 마땅치 않네.

 

 

 

우리 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린필드 홍차. 러시아 홍차로 저렴한 편이고 질도 그렇게 좋지는 않다만, 여기서 나온 것들 중에 내가 꽤 좋아하는 게 바로 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이다. 맛은 대략적으로 트와이닝의 차이 티나 voyage와 비슷하다. 향신료 냄새가 섞여 있음. 러시아에 가도 이건 진열대에서 요즘 찾기가 힘든데 수퍼에 갔더니 이게 있어서 세 팩 사왔다. 목이 간질간질할 때 마시면 좋다.

 

 

 

이것은 러시아산 허브 버터. 파슬리 등 허브와 마늘 등이 섞여 있다. 이건 충동구매했음. 페테르부르크에서 가끔 가는 식당에서 굉장히 맛있는 파슬리 버터를 내주는데 그거 생각이 나서. 근데 역시 버터라서.. 돌아와서 가방을 열어보니 많이 녹아 있었다 ㅠㅠ 냉장고에 넣어서 단단해지긴 했지만 선도는 확 떨어졌겠지.. 아직 안 먹어봤다.

 

원래는 스메타나를 좀 사오고 싶었는데 그건 너무 약한 용기에 들어 있어서 도저히 운반해 올 수가 없어 포기했다.. 여기서 사워크림 사려면 구하기도 힘들고 대용량만 팔아서 비싸기만 하니 조금씩 먹는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살 수가 없어 ㅠ

 

 

이것이 바로 뜨보록!!!!

일종의 코티지 치즈이다. 리코타 치즈에는 생크림이 들어가지만 이건 그렇지 않다. 지방 함량이 매우 적고 시큼한 맛이 난다. 옛날엔 안 좋아했었지만 요즘은 러시아 가면 꼭 먹는다. 이것도 아직 안 뜯었다. 유통기한이 있어 빨리 먹어야 하는데 아까워 ㅠ

 

참고로 레냐의 강아지 뜨보록은 바로 여기서 유래한 이름이다 :) 하얗고 몽글몽글해서 뜨보록이다.

 

 

 

뜬금없는 핀란드 크래커 :)

 

이 호밀 크래커를 좋아해서 옛날 페테르부르크 머물던 시절이나 프라하에 있을 때, 헬싱키 놀러갔을 때도 가끔 사다놓고 치즈나 버터, 과일 얹어서 먹었는데 우리 나라에선 구하기가 힘들다. 백화점 수입코너에 가면 있을법도 한데 우리 동네 근처에는 없어서, 반가워서 하나 사옴. 우스운 건 이거 부서질까봐 뽁뽁이로 싸옴... 크래커 주제에 로모노소프 찻잔과 유사한 대접!!

 

 

 

이것은 '수하리'

일종의 러시아식 빵가루이다. 우리 나라에서 파는 빵가루와는 질감부터 시작해 꽤 다르다. 이것을 사온 이유는 러시아식 디저트를 만들 때 수하리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좋아하는 까르또슈까를 만들려면 이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오긴 했는데 과연 언제 만들지... 전에 사다놓은 블린 가루도 그대로 있다.. ㅠㅠ

 

 

 

이건 러시아산은 아니고. 각종 고춧가루들을 배합한 것. 사실 파프리카 가루를 사고 싶었는데 아무리 향신료 코너를 찾아도 없어서 그냥 각종 고춧가루 조합을 샀다. 나중에 요리할 때 쓰려고..

 

 

 

다망에서 나온 퍼스트 플러쉬 다즐링 티백.

 

이것을 산 이유는.. 딱히 다망을 아주 좋아해서가 아니고 마린스키 극장 카페에서 내주는 차가 이 다망이라서.. 마린스키 생각하려고 :)

 

 

마가렛의 호프 다원에서 나온 다즐링 티백.

 

 

 

이것은 에스트렐라 감자칩.

과자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옛날에 러시아에서 지낼 때 이 에스트렐라 감자칩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서 요즘도 페테르부르크 가면 이 브랜드가 있으면 꼭 한두개씩 산다. 이것은 스메타나와 양파맛. 이 에스트렐라는 바베큐맛이 제일 맛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 맛이 안 나오고.. 다른 맛들은 다들 너무 짭짤하다 ㅠ 이것도 꽤 짭짤해서 슬프다. 소금 간 좀 안하고 나오면 좋겠구먼..

 

하여튼 이것은 챙겨왔는데.. 한국에 돌아온 날 너무너무 배가 고프고 냉장고는 텅 비어 있어서 이걸 먹어버렸음.

 

 

 

이건 체리. 세르비아산이다. 우리 나라에 들어오는 미국식 검은 체리가 아니고 훨씬 조그맣고 동그랗고 새콤한 맛이다. (근데 난 검은 체리가 더 좋아 ㅠ) 이게 제일 작은 용량이었는데 양이 많아서 결국은 남겼다.

 

 

 

이것은 수퍼 빵 코너에서 팔던 메도빅과 까르또슈까. 유명하고 오래된 베이커리 브랜드 세베르에서 각 수퍼마다 납품하는 것이다. 모양은 저렇지만 꽤 맛있다!! 저 까르또슈까 만들어보려고 수하리 사옴. 까르또슈까는 촉촉한 초콜릿맛 경단 같은 맛이고 저 메도빅은 차갑게 식혀서 먹으면 꽤 맛있다. 물론 고스찌 같은 베이커리 카페의 근사한 메도빅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그래도 아주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맛이라 이것도 좋아한다. 이 세베르의 메도빅과 까르또슈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이다.

 

 

 

그래서 메도빅과 체리와 까르또슈까는 새로 산 로모노소프 접시에 올려놓고 먹었다 :) 이렇게 차려놓으니 귀엽네.. 차려놓자 잠시 후 레냐가 와서 나랑 앉아서 홀랑홀랑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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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