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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27. 19:12

3.27 수요일 밤 : 이야기와 위안, 걱정들 fragments2024. 3. 27. 19:12





 

오늘도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깼고 뒤척이다 일어나 출근했다. 여전히 일이 아주 많았고 바빴다. 엄마가 부탁한 보험 관련 서류와 은행 업무를 점심 때 급하게 보고 오느라 더욱 정신이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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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반차를 내고 진료를 받으러 갔다. 아버지 때문에 걱정되고 불안하고 심약해져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 앞당겨서 간 것이다.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내기도 했다. 우리 부서 직원 하나도 암투병을 하고 있어 연초부터는 아예 출근을 못하고 있고, 다른 직원은 아버지가 말기암으로 연명치료 중이라 이따금 무너져서 정말 슬피 울곤 한다. 이 모든 일들 때문에 심란하던 가운데 우리 아버지가 수술 받은 후 괜찮을줄 알았는데 3기라고 하고 또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데 아직 치료받을 몸 상태도 아니라는 사실, 의료파업까지 겹쳐 있다는 사실에 마음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도 많이 들었다.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고 위로와 안심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3기 정도면 얼마든지 항암치료로 나을 수 있으니 괜찮다고,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뭔가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실 수 있도록 북돋워드리라고 했다. 의사가 그렇게 이야기해주니 정말로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차라리 지금 바쁘게 일을 하는 편이 더 마음이 나을 거라고도 하셨다. 조금 울고 마음 속 이야기들, 불안한 마음들을 털어놓고 났더니 무겁게 짓누르던 괴로움이 조금 가셨다. 나는 위로와 안심을 얻고 싶었던 거니까. 자신의 건강 문제에 대한 걱정도 털어놓았는데 검진 받으면 되지, 그리고 재작년 말에 받았다면 별로 걱정하지 말고 받으면 된다고, 혹시나 안 좋은 곳이 있다면 치료받으면 된다고 안심시켜주셨다. 나는 이성의 영역과 마음의 영역이 다르기에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 친구가 떠나서, 너무나 젊은 나이에 떠나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도 이야기했다.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업무 통화를 하고 나중에는 너무 피곤하게 졸았다. 귀가해서는 힘들어서 소파에 좀 늘어져 있다가 실내자전거를 20분 좀 넘게 탔다. 더 이상은 힘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하루 세번 항생제를 다 먹는데 성공했다.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아버지가 오늘도 식사를 좀 하시고 집 앞도 조금 산책하셨다고 해서 마음이 좀 놓였다. 부디 아버지가 천천히라도 좋으니 몸이 나아지길, 많이 힘들지라도 항암치료를 빨리 잘 받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제발 의료파업이 빨리 해결되기를... 뭔가 대화의 기미가 보일듯 말듯 한데도 자꾸만 저 망할 2000명 증원이 마치 세상 최강의 진리라도 되는양 고집부리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괴롭다. 아버지를 담당하고 있는 교수마저 떠나면 어떻게 하나, 안 그래도 지금 몸 상태가 적절하지 않아 항암치료는 시작도 못했는데 계속 밀리고 밀리는 게 아닌가 정말 걱정이 된다. 제발 이 문제가 빨리 잘 해결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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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